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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해로의여행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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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입 : 13-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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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lovestory_58321
    작성자 : 심해로의여행
    추천 : 1
    조회수 : 2871
    IP : 121.184.***.91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3/08/12 19:46:06
    http://todayhumor.com/?lovestory_58321 모바일
    [펌] 북한 고위층 탈북이야기-2
    <div><span style="font-size: 24pt"><strong><font color="#c31a1b">북한 고위층 </font><font color="#c31a1b">탈북이야기</font></strong></span><span style="font-size: 12pt"><strong><font color="#c31a1b">-2</font></strong></span></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집에 들어가니 좋은 결과를 기대하며 김광선의 처가 특별히 불고기상을 준비하고 기다렸다. </div> <div>우리는 더 할 말을 잃었다. </div> <div></div> <div>더욱이 친구가 자꾸 눈물을 흘리자 남자가 우는 것을 처음 봐서인지 </div> <div>광용의 처는 세운 두 무릎 안에 이마를 쑤셔 박고 있었다. </div> <div>고기가 까맣게 타자 광용이가 술병을 들었다.</div> <div></div> <div><br /><br />"자, 자 남자들이 뭐 고만한 일을 가지고,그 배짱으로 탈북은 어떻게 했소?"</div> <div></div> <div>난 친구의 손에 술잔을 쥐어줬고 광용은 술을 채웠다. </div> <div>우리는 연거푸 세 잔을 마셨다. </div> <div>네 번째 잔을 비운 광용이가 </div> <div></div> <div>"근데, 난 정말 이것만은 궁금한데 우리 처 같은 경우는 배고파서 왔어요, </div> <div>쌀 가지고 다시 들어가겠다고 처음엔 난리쳤다니깐, 근데 당신들은 평양사람들이잖소, </div> <div>내 보기엔 직업도 괜찮았던 것 같고, 살인할 사람들도 절대 아닌 것 같고, 탈북 한 이유, </div> <div>그 이유가 도대체 뭐요?"<br /><br />"쾅!"<br /><br />친구가 식탁을 내려친 주먹에 머리를 버쩍 쳐든 광용의 처가 가슴을 부여잡았다. </div> <div>친구의 그런 눈빛과 목청이 처음이여서 특히 나의 놀램은 더 했다.</div> <div></div> <div><br /><br />"이유? 무슨 이유를 알고 싶은데? 북한에 무슨 이유가 있는데? 이유가 있어서 사람들이 굶어죽었냐고? </div> <div>이유가 있어서 당에 충성했던 사람들이 숙청됐냐고? </div> <div>그럼 김일성이 제 아들놈에게 권력을 준 이유가 뭔데? 김정일이가 계속 독재를 하는 이유가 뭔데?"</div> <div></div> <div><br /><strong>그 말 앞에서 우리는 누구도 입을 열지 못했다.</strong></div> <div></div> <div><br /></div> <div><br />그렇다. </div> <div>친구와 나만이 아니라 과연 모든 탈북자들에게 자신들의 탈북을 정당화 할 수 있는 이유가 어디 있으랴.</div> <div></div> <div>배고파서 살자고 왔든, 핍박으로부터 도망쳐왔든, 그 정권이 싫어서 버리고 왔든, </div> <div>그것이 어떻게 자기 친부모형제들과 처자, 고향을 버리고 온 인간의 이유로 될 수 있는가. </div> <div>그 모든 이유를 생각할 자유마저 철저히 박탈당한 몹쓸 나라가 아닌가!<br /><br />나는 그날 심화조에 의해 간첩혐의로 숙청된 친구의 장인에 대해서, </div> <div>남한 서적들을 친구들에게 몰래 돌린 혐의로 국가보위부의 엄격한 조사를 받았던 자신에 대해서</div> <div>김광선에게 이야기해주었다. </div> <div></div> <div>그렇게 온 밤 탈북동기를 말 하고나니 한국행 결심과 용기가 </div> <div>두만강 기슭에서의 초심으로 돌아가는 듯했다.</div> <div></div> <div><br /><br />다음날 우리는 김광선과 작별했다. </div> <div>우리가 친구의 친척집으로 접근할 것을 예상하고 공안과 북한 국가보위부 해외반탐과 </div> <div>시선이 연길에 집중됐으리라 판단해서였다. </div> <div>속히 연길에서 벗어나야 했다. </div> <div>그러지 않아도 탈북여성과 사는 김광선의 처지도 불안한데 우리까지 얹혀있을 순 없었다.</div> <div>김광선은 한국 사람이 연락 올 수도 있으니 자주 통화를 하자며 자기 연락처를 주었다. </div> <div>그리고 떠나는 내 손에 중국 돈 100원을 주었다. </div> <div>그는 작은 돈이라고 했지만 우리에겐 천만금과도 같았다.</div> <div><br /><br />훗날 처와 함께 한국입국에 성공한 김광선을 만나 그 백 원에 대한 보답을 했더니 </div> <div>그는 그날의 우리보다 더 고마워했다. </div> <div>그러한 인품을 만나지 못했다면 장담컨대 나는 한국으로 절대 오지 못했을 것이다. </div> <div>어제도 노원구에 사는 그의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우리는 끔찍했던 탈북과정의 회고에 </div> <div>스스로 혀를 찼다...</div> <div></div> <div></div> <div><br /><br />연길시를 벗어나 친구와 내가 밖을 나와 정처 없이 찾아다닌 곳은 십자가였다. </div> <div>광용의 말에 의하면 성당이나 교회들에서 탈북자들에게 돈과 먹을 것을 주고 간혹 선교사들의 </div> <div>도움으로 한국에도 갈 수 있다는 것이다. </div> <div>다만 주의할 것은 배고파서 탈북한 사람들로 말해야지 살인자로 수배된 상황에서 </div> <div>자기 신분을 노출시킬 경우 신고 될 수 있다는 것이다. </div> <div>목사나 선교사들 중 공안과 연결 된 사람들도 많으니 그 점을 절대 잊어선 안 된다고 몇 번을 강조했다.<br /><br />우리는 돈과 먹을 것을 공짜로 주는 종교도 있다는 사실에 사람은 다 살게 돼 있다며 기뻐했다. </div> <div>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div> <div>지붕이 뾰족한 건물들과 십자가를 찾아 온 종일 헤맸지만 매 번마다 허사였다. </div> <div>대부분 문이 잠겨있거나 건물을 지키는 노인들이 나와 개처럼 쫓았다.</div> <div>북한에서 말하던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김정일 민족이란 것이 이 정도로 형편없는 줄 몰랐다. </div> <div></div> <div>그때마다 친구와 나는 우리를, </div> <div>아니 북한 주민들을 세상이 이렇듯 멸시하고 천시하게 만든 김정일 정권에 대해 치를 떨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br /><br />그렇게 날이 점점 어두워졌다. </div> <div>그런데 이상했다. </div> <div>배는 고팠지만 워낙 밝은 낮을 무서워했기 때문인지 밤의 어둠 속으로 기분이 풍선처럼 둥 둥 떴다. </div> <div>항상 숨어 살고 갇혀 살다 넓은 공기를 마음껏 마시며, 이야기도 하며 나란히 걸으니 즐겁기까지 했다. </div> <div></div> <div>칼날 같은 눈바람이 무슨 대수이랴. 이대로 가다 벌판에서 쭈그리고 잔들 어떠랴, </div> <div>우리는 이미 산속에서도 얼어 죽지 않고 살아남은 모진 생명들이 아닌가. </div> <div>끝도 없이 무연한 중국의 농촌 길에서 우리는 밤하늘에 대고 와! 와! 고함치기도 했다.</div> <div><br /><br />그날 밤 연길에서 멀리 떨어진 용정리 어느 집 소외양간에 나란히 누운 우리는 </div> <div>백 원을 들여다보며 참으로 많은 생각을 했다.</div> <div>솔직히 300만 아사의 나라에서 왔지만 친구나 나는 배고픔이란 것을 남의 나라 일로만 여겼었다. </div> <div></div> <div>때로 지방 출장길에서 거리의 시체를 보면 왜 저 사람들에겐 먹을 것이 없었을까? </div> <div>왜 사람이면서도 굶어죽을까? 왜 훔쳐서도 살려고 노력하지 않았을까? </div> <div></div> <div><strong>이것이 생사에 대한 우리의 단순한 의문이었다.<br /></strong></div> <div></div> <div><br />그런데 마지막 그 백 원 앞에서는 우리 눈에도 사람이 가진 목숨의 한계란 것이 보였다. </div> <div>당장 이 돈마저 없다면, 그래서 하루 이틀 먹지 못하고 방황하다나면 이렇게 굶어죽겠구나!</div> <div>이렇게 초라해지겠구나! 하는 절망으로 초조해졌다. </div> <div>그러자 배고픔과 그 결말의 두려움이 육신을 파고들며 몸의 기운이 쭉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div> <div>이전 같았으면 온 밤 못 자고 주변을 두리번거렸겠지만 그 날만은 공안의 추격 따위는! 하고 </div> <div>체념한 채 잠들고 말았다. </div> <div>아마도 공안의 존재를 하얗게 잊어 본 것은 그 밤이 처음인 것 같다.</div> <div><br /><br />다음날 소 울음소리에 깨어난 우리는 돈 백 원이 품에 있음을 먼저 확인하고서야 자리 털고 일어났다. </div> <div>그러나 서로 마주보던 친구와 나는 소 외양간 밖으로 절대 나갈 수 없음을 알았다. </div> <div>언젠가 창용 아저씨가 말하던 방황자의 증표가 얼굴과 옷차림에 역역했던 것이다.</div> <div>이 꼴로 그냥 밖으로 나가면 누구든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div> <div>우리는 배고픔도 잊고 도망치듯 가장 가까운 집 앞으로 달려가 문을 두드렸다. </div> <div>노인 한분이 나오셨는데 척 보기에도 우리 꼴이 탈북자 같았는지 바로 문을 닫을 기세였다. </div> <div>나는 최대한 허리 깊이 숙여 인사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br /><br />"할아버지, 세수 좀 하게 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br /><br />문을 반쯤 닫던 노인은 무슨 영문인지 온 몸을 밖으로 내밀고 유심히 쳐다보았다. </div> <div>우리말을 못 알아듣는 중국인인줄 알았는데 갑자기 노인이 <strong>"들어오소."</strong> 하는 것이 아닌가.<br /><br />잠시 후 노인은 큰 놋대야에 김이 물물 오르는 더운 물을 들고 나오셨다. </div> <div>우리는 황급히 달려가 대야를 받아 마당 한 구석으로 가져갔다. </div> <div>혹시 누가 볼세라 말이다. </div> <div>먼저 씻으라고 서로 양보하던 우리를 지켜보시던 노인이 슬금슬금 다가왔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br /><br />"강 넘어 왔소?"</div> <div></div> <div>우리는 고민 끝에 대답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네"<br /><br />노인은 머리를 끄덕이시더니 담배를 꺼내 물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이때껏 밥 달라고 문 두드리던 애들은 많이 봤어도 </div> <div>씻겠다는 사람은 자네들이 처음인 것 같소, 그래 끼니는 해결했소?"<br /><br />우린 선뜻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div> <div>우물쭈물 하는 우리를 보던 노인은 "다 씻고 좀 들어오소." 하는 말을 남기시고 집안으로 들어갔다. </div> <div>우리가 조심스레 문을 열었을 땐 노인이 부엌에서 밥을 푸는 중이었다.</div> <div>그때의 밥 냄새를 나는 자부심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div> <div></div> <div>그 쌀밥냄새를 맡고 있는 생존의 자부심이었고, </div> <div>앞으로도 목숨이 이어질 것이라는 희망의 자부심이었고, </div> <div>세상이 결코 우리를 버리지 않을 것이란 믿음의 자부심이었다.</div> <div></div> <div></div> <div><br /><br />노인은 우리가 밥을 먹는 동안 오랜 중국 공산당원의 눈으로 본 김정일을 격앙된 어조로 저주하시였다. </div> <div>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인민 전체를 굶길 수 있냐며 배를 보니 양심도 없는 놈이라고 했다. </div> <div>중학교 교사였다는 노인은 단둥과 신의주가 개방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물어보기도 하셨다. </div> <div>우리는 북한이 절대 개방할 수 없는 체제의 속성을 장시간 설명 해드렸다. </div> <div>한동안 듣고 계시던 노인이 가까이 다가앉으시며 물었다.</div> <div></div> <div><br /><br />"말하는 걸 보니 자네들 배운 사람들 같은데 왜 떠돌아다니오?"<br /><br />남한으로 갈려고 한다는 친구의 대답에 노인은 자기가 잘 아는 한국 교회가 있으니 </div> <div>거기 목사를 만나면 성사될 것이라며 편지와 약도를 만들어 주셨다.</div> <div><br />우리는 노인이 주신 편지를 한국으로 가는 여권마냥 소중히 품고 다시 연길로 들어갔다. </div> <div>정성껏 그려주신 약도 때문인지 시외버스 정류장들이 밀집된 연길시장 근처 "연길교회" 간판도</div> <div>의외로 쉽게 찾을 수가 있었다. </div> <div>문을 열고 들어서니 세 명의 중년 남성이 있었다. </div> <div>그 중 안경 낀 사람이 우리를 먼저 보고 반색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br /><br />"어떻게 오셨습니까?"<br /><br />"목사를 만나고 싶어서요."<br /><br />우리는 님 자를 말할 줄 모른다. </div> <div>북한에서 님은 오직 김정일의 존칭어로만 사용되기 때문에 우리에겐 목사가 목사님이 아니었다.<br /></div> <div></div> <div></div> <div></div> <div><br />"어디서 오셨는데요?'<br /><br />"목사에게만 말 할 수 있는데요."<br /><br />"목사님은 지금 한국 들어가시고 없는데요. </div> <div>내가 목사님을 대리하고 있으니 나에게 말해도 됩니다."<br /><br />우린 편지를 꺼냈다. </div> <div>그가 편지를 읽는 동안 우리는 책상 위의 십자가와 성경책을 이상한 물건처럼 눈여겨보았다. </div> <div>그런데 갑자기 큰 목청이 울렸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br /><br />"탈북자야? 나가!"</div> <div><br />"?"</div> <div><br />"야, 이것들 내보내 탈북자야!"<br /><br />나는 뜻밖의 상황에 몽둥이로 얻어맞은 것 같았다. </div> <div>앉아있던 두 사람이 벌떡 일어나 우리를 방안에서 밀어내려고까지 했다. </div> <div>그 기세에 문까지 힘없이 뒷걸음쳤을 때 갑자기 친구가 무릎을 끊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br /><br />"우린 한국교회라고해서 찾아왔습니다. </div> <div>우린 한국에 갈려고 목숨 걸고 탈북한 사람들입니다. 여기서 나가면 우린 죽습니다."<br /><br />안경 낀 사람이 악을 쓰며 소리 질렀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br /><br />"너희들 같은 놈들이 한 둘이야? 우리 목사님이 너희들 때문에 공안에도 잡혀갔었어, </div> <div>교회가 문 닫게 생겼어! 일어나서 안 나가? 안 나가!"<br /><br />나는 억이 막혔다. </div> <div>이것이 우리가 갈려고 했던 대한민국이었단 말인가? </div> <div>이것이 우리가 그토록 찾던 한 민족이었단 말인가? </div> <div></div> <div>친구의 머리까지 툭 툭 치는 그들의 행패를 보는 순간 나는 그만 이성을 잃고 말았다. </div> <div>안경 낀 사람의 면상을 후려치고 두 사람을 향해 옆에 있던 십자가를 흉기처럼 쳐들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br /><br />"공안 불러! 전화해!"<br /><br />욕이라도 후련히 하고 싶었지만 그 소리에 나와 친구는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div> <div>그리고 공안이 따라 올 것만 같은 착각에 미친 듯이 교회 멀리 뛰고 또 뛰었다. </div> <div>한국입국 후 내가 한국기독교총연맹 세미나에서 그 이야기를 한 적 있다. </div> <div>그랬더니 모두가 믿지를 않았다. </div> <div>아마도 연길 현지 사람들일 것이라며 한국 사람이라면 절대로 그런 일이 없었을 것이라고도 했다. </div> <div></div> <div><strong>그러나 그 날의 우리에겐 그 교회가 난생 처음 가 본 한국교회였고</strong> </div> <div><strong>그래서 그들도 한국인일 것이란 생각뿐이었다.<br /></strong></div> <div><strong></strong></div> <div><br />인적이 없는 곳에서 숨을 고르며 도망쳐 온 교회 쪽을 바라보던 그때 우리의 가슴은 먹먹하기만 했다. </div> <div>방랑자의 희망이란 밟힐 때마다 소멸되는 것이다. </div> <div>주머니에 남아있던 교회약도를 천천히 찢던 친구가 돈 십 원만 달라고 하였다. </div> <div>이유를 묻자 오늘만은 술 한 병 사먹자고 하였다. </div> <div>내가 그 말을 무시한 채 숨어서 잘 곳이나 찾자고 했더니 친구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div> <div></div> <div></div> <div></div> <div>"우리가 왜 그래야 하는데? 대한민국? 우린 거기 절대 못가! 금방 보고도 모르겠냐? </div> <div>저 사람들이 공안에 신고한다잖아! 너나 나나 이젠 어느 민족도 아니야, </div> <div>그냥 사람 같은 사람일 뿐이라고!"<br /><br />난 아무 대꾸도 못했다. </div> <div>우린 태어난 조국을 버렸는데 찾아가고 싶은 조국은 우리를 버린 것만 같아 </div> <div>육신만 있고 삶은 없는 자신들을 보는 듯해서였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br /><br /><br /></div> <div></div> <div><br /><br />우린 백 원을 들고 시장 한 끝 매장으로 갔다. </div> <div>술병을 들고 매만지기도 했지만 무겁게 내려놓고 말았다. </div> <div>대신 백 원을 50원으로 바꿨다. </div> <div>교회에서 도망칠 때 공안보다 친구 등을 놓치면 어쩌나 했던 불안이 더 컸기 때문이었다.</div> <div><br /><br />50원은 내가, 다른 50원은 친구 손에 쥐어주었다. </div> <div>불가피한 사정으로 헤어지면 어디서 만나고, </div> <div>만나도 사전에 자기의 안전신호는 무엇으로 보여줄지 구체적으로 약속했다.<br /><br />가장 최선은 절대로 헤어지지 않는 것이어서 교회에서 도망칠 때 상황을 되새기며 </div> <div>뛸 때는 골목마다 무조건 오른쪽으로만 가야 한다는 것까지 약속했다. </div> <div>유사시 연락처라며 그때 외웠던 신광용의 핸드폰 번호를 나는 아직까지도 잊지 않고 있다.</div> <div><br /><br />우리는 그때부터 교회를 포기하고 한국기업들을 찾아가기로 했다. </div> <div>기업인을 직접 만나 우리의 간절한 소원을 아뢰고 그래도 통하지 않을 경우 그 회사가 한국에 보내는 </div> <div>컨테이너에 숨어가자고 계획했다. </div> <div>그러자면 항구로 가야 했다. </div> <div>가는 길을 물어보기 위해 신광용에게 전화를 했더니 차라리 연길에서 기업들을 찾아보라고 하였다.<br /><br />연길은 정말 싫었다. </div> <div>싫어도 백 원밖에 없는 처지에서 다른 방법 또한 없었다. </div> <div>우리는 먼저 백 원으로 비누 한 장을 샀다. </div> <div>배고픈 것은 우리 속사정일 뿐 살자면 남들에게 보여 지는 겉모양부터 다듬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div> <div>잠은 반드시 우물이나 공동수도, 혹은 시냇물이 있는 외진 농촌에서 잤고. </div> <div>아침이면 시내로 걸어 들어와 한글 간판 기업들을 찾아다녔다. </div> <div>물론 신광용이가 사 준 선글라스를 똑같이 끼고 말이다.<br /></div> <div><br />누구든 연길로 가보면 알겠지만 거의나 한글이다. </div> <div>정작 회사를 찾아들어가 보면 한국 상품만 있지 사람은 없었다. </div> <div>한국의 대표적 기업들인 SAMSUNG이나 現代, LG를 찾아 이틀 동안 헤맨 적도 있었다. </div> <div>그렇게 4일이 지나는 동안 내 돈은 물론 친구 돈도 거의 바닥이 났다. </div> <div>그날도 온 하루 굶주림을 참다나니 빈혈이 났다. </div> <div>만두가게 앞에서 나는 친구에게 사정했다.</div> <div></div> <div></div> <div><br /><br />"죽을 땐 죽더라도 오늘 네 그 마지막 십 원 쓰자"</div> <div><br />"무슨 십 원?"</div> <div><br />"너 십 원 남았잖아. 없는 척 하지 말고 좀 먹자"</div> <div><br />"정말 없는데?"<br /><br />처음엔 장난치는 줄만 알았는데 친구가 화까지 내며 모든 주머니를 털어 보이기에 </div> <div>나는 한 구석으로 이끌고 가 그동안 먹고 썼던 돈을 일전도 빠짐없이 계산했다. </div> <div>두 번 세 번 계산해 봐도 틀림없이 십 원이 남았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br /><br />"너 이래도 발뺌할거야? 너 지금 나한데 십 원을 숨기려고 하는 거야? </div> <div>왜 그러는데? 너 혹시 나 몰래 먹은 게 있어? 그랬어?"<br /><br />내 듣기에도 나의 목소리는 크게 들렸다. </div> <div>그러자 내 시선을 피해 불안하게 여기저기를 둘러보던 친구가 버럭 고함치는 것이 아닌가.</div> <div></div> <div></div> <div><br /><br />"그래 나 돈 썼다. 너 몰래 칼을 샀다!"<br /><br />그러면서 허리춤에서 정말 손칼 하나를 꺼내 바닥에 내동이 쳤다. </div> <div>나는 어안이 벙벙했다. </div> <div>한 끼도 달래기 힘든 우리 형편에 굳이 칼이 무슨 소용 있는가? </div> <div>아니 친구에게 왜 나 몰래 칼이 필요했단 말인가?<br /><br />고개를 쳐드는 친구의 눈에 눈물이 고이는 것이 보였다.</div> <div></div> <div></div> <div><br /><br />"우리 한국 못 가, 너무 사정을 모르고 왔어. 한국 사람만 만나면 다 될 줄 알았는데 아니잖아! </div> <div>우린 지금 꽃제비야. 이러다 잡힐 건 뻔해, 잡히면 너나 나나 살 수 있을 것 같아? </div> <div>3대멸족이라고! 그래서 차라리 잡힐 바엔. 죽으려고 샀다! 왜?"<br /><br />바닥에 있는 그의 칼을 보니 내가 죽고 싶었다.</div> <div>그동안 나의 유일한 위안이고 의지였던 친구가 이런 결심까지 품고 있었다는 사실 앞에 </div> <div>온 몸이 물먹은 솜처럼 잦아들었다. </div> <div>돈 한 푼 없는 것보다 희망마저 잃는다는 것이 가장 두려운 상실감이었다. </div> <div>나의 침묵에서 무엇을 보았는지 친구가 사정하기 시작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br /><br />"이러지 말고 우리 큰 아버지 집으로 가보자. 다른 방법 없잖아. </div> <div>어차피 매한가지야, 이러다 죽든, 거기 갔다가 죽든"<br /><br />나는 그때야 친구의 머릿속에 아직도 친척집 미련이 남아있고, </div> <div>그것이 그를 그토록 나약하게 만드는 원인임을 알았다. </div> <div>나는 그가 새겨들으라고 마디마다 또박또박 말했다.</div> <div></div> <div></div> <div><br /><br />"너도 들었잖아. 너 같은 친척이 없다잖아"</div> <div><br />"사촌형도 공안 때문에 당황했을 거야, 살인자가 아니라는 것을 직접 설명하면 다 이해해, </div> <div>광용이도 말했지? 우리가 아무 것도 모르고 이 짓하는 것보다 그 사람이 나서면 </div> <div>한국 가는 것은 문제도 아니라고. 가보자,"<br /><br />나는 당장 그를 설득하기엔 역부족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div> <div>하루 이틀 시간을 두고 마음을 돌려보기로 했다. </div> <div>아니 친구로서 이해해주리라 믿으며 농촌에 나가 일단 집을 잡고 생각해보자고 했다.<br /><br />백 원이 있을 땐 어디든 괜찮았지만 무일푼 처지에선 우선 안정적인 숙식장소를 확보하는 것이 </div> <div>다음 일을 추진할 수 있는 선결조건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div> <div>날이 점 점 어두워져서인지, 아니면 사내가 둘이라 위압감을 느껴서인지 </div> <div>어느 집이나 냉정하게 거절했다. 친구가 한숨 끝에 제안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br /><br />"우린 둘이잖아. 그러니 부담되기도 하고 한편 무섭기도 할 거야, </div> <div>그러니 각자 집을 구하고 아침마다 이 나무 밑에서 만나자"</div> <div><br />"만약 못 구하면?"</div> <div><br />"그래도 내일 만나자, 혹시나 둘 중 한 명이 집을 못 구할 수도 있으니 </div> <div>낼 아침 나올 때 먹을 것을 가지고 오기!"<br /><br />우린 이렇게 헤어졌다. </div> <div>친구는 약속한 나무의 마을에서, 나는 고개 넘어 이웃 마을로 갔다. </div> <div>손 흔드는 친구가 안심되지 않았지만 웃는 얼굴이 나를 끝내 가게 만들었다. </div> <div>두만강을 넘은 후 처음으로 혼자 걷는 길이어선지 그동안의 일들을 정리해 볼 여유가 있었다.</div> <div><br /></div> <div><br />한국 갈 수 있는 방법이 정말 없을까? </div> <div>지금껏 만났던 사람들과 사건들에서 잘 못한 것은 무엇이고 앞으로 활용할 경험 가치는 무엇인가? </div> <div>아니, 우선 무슨 말로 친구를 설득할 수 있을까? </div> <div>광용이와 짜고 확 겁을 줘볼까? </div> <div></div> <div>어느새 날은 어두워졌고 역시나 찾아간 마을에서도 나는 냉대를 받았다. </div> <div>그 마을은 이상하게도 개들까지도 어찌나 사나웠던지 도저히 편치 않았다.<br /><br />친구에게 칼이 마침 있으니 만약 함께 동행 했다면 한 마리 잡아먹었겠는데,</div> <div>이 생각에 친구가 갑자기 그리워졌고 그래서 나무마을로 발걸음이 돌아섰다. </div> <div>그런데 친구는 다행히도 고마운 인정들을 만났는지 나타나지 않았고 결국 나는 나무를 벗 삼아 </div> <div>홀로 보냈다. </div> <div>아침이 되자 친구가 가져 올 고기만두 생각에 신바람 났다. </div> <div>그러나 해가 중천에 떠오르도록 친구는 나타나지 않았다. </div> <div></div> <div></div> <div></div> <div>그 밤에도, </div> <div>또 다음날 아침도, </div> <div>나는 꼬박 이틀을 굶은 채 그냥 나무를 지켰다.<br /></div> <div><br />3일째 되는 날, 필히 친구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div> <div>광용에게 당장 전화를 해봐야겠다는 판단에 마을을 돌며 집 문들을 두드렸지만 </div> <div>그 소원마저도 쉽지 않았다. 정녕 방법이 없을까?<br /><br />사람이란 애간장 탈 때에는 저절로 눈물이 나는 것 같다. </div> <div>뿌옇게 김이 서리는 선글라스를 벗고 흰 눈 위에 주저앉았는데 그 때 옆을 지나던 한 할머니가 </div> <div>멍해있는 나에게 한마디 던졌다.<br /></div> <div><strong><font color="#c31a1b"></font></strong></div> <div><strong><font color="#c31a1b">"조선에서 왔으면 여기 있지 마. </font></strong></div> <div><strong><font color="#c31a1b">3일전에도 공안이 이 마을을 다 뒤졌어"</font></strong><br /></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br />이틀을 굶어서인지 아니면 친구의 행처를 전혀 알길 없는 허탈함 때문인지 할머니가 하신 </div> <div>그 말의 의미를 모두 깨닫기까지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던 것 같다. </div> <div>이곳을 떠야 한다! 그런데 어디로? 나는 일어서며 정신을 가다듬기 위해 혀를 깨물어 보았다. </div> <div>그랬더니 아픔과 함께 순간 뇌리를 치는 곳이 있었다. </div> <div>우리에게 세숫물과 함께 밥까지 주셨던 그 노인의 집이 떠올랐다. </div> <div>나는 다시 용정리까지 걸어갔고 근심했던 것과 달리 쉽게 중학교 교사를 했다는 </div> <div>그 노인의 집을 찾을 수 있었다.<br /></div> <div></div> <div></div> <div></div> <div><br />"친구는 어디 갔소?"</div> <div></div> <div>"연길교회에서 전화로 공안을 부르기에 도망치다가 헤어졌습니다."<br /><br />나는 거짓말 했다. </div> <div>노인이 소개해준 곳에서 봉변을 당했으니 책임지라는 식이었다. </div> <div>방으로 들어서기 바쁘게 그 집 전화로 광용을 찾았다. </div> <div>신호음이 울리는 동안 광용의 첫 음성은 과연 어떨까? 혹시 친구가 받았으면...하고 기원했다.</div> <div></div> <div></div> <div><br /><br />"지금 어디요?"</div> <div></div> <div>광용의 거친 질문에 나는 흠칫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나 지금 용정리인데 혹시 친구가 전화 안 왔었어요?"</div> <div><br />"안 오긴 왜 안와, 이틀 전에 전화 왔었어요."<br /><br />나는 안도의 숨을 크게 내쉬었다. </div> <div>그리고 밖에 펴놓은 옥수수를 돌보고 있는 노인의 동정을 살피며 헤어지게 된 경위를 소곤소곤 말했다. </div> <div>광용의 말에 의하면 급히 만나자고 해서 나갔는데 친구 주제가 말이 아니더라는 것이다.<br /><br />손전등들이 무리로 마을 입구로 들어서는 모습을 보고 황급히 뛰다나니 산을 넘게 되었고 </div> <div>길을 잃고 헤매던 중 이리저리 온 곳이 연길이었다는 곳이다. </div> <div>그런데 문제는 친구가 친척집을 찾아가겠다고 고집했다는 것이다.</div> <div>내가 전화 오면 자기가 친척을 데리고 올 때까지 기다리도록 잘 설득하라며 </div> <div>만약 잡히면 그때 도망치라했다는 것이다.</div> <div></div> <div></div> <div><br /><br />"안 된다고 했지요?"</div> <div><br />"어떻게 그렇게 해요? 그 사람 혼자라도 갈 기세던데, 그러다 잡히면 나도 끝나겠는데,"<br /><br />일단 친구를 집에 숨겨두고 광용이는 다른 사람을 내세워 친구의 작은 삼촌이라는 사람을 </div> <div>만났다는 것이다. </div> <div>핏줄이 가까워서인지 작은 삼촌은 자기 조카가 절대 살인할 사람이 아니라며 </div> <div>무척 만나고 싶어 했다는 것이다. </div> <div>그 사실을 알리려 집에 전화하니 친구가 목욕하고 밖에 나갔다는 것이다.<br /><br />그때부터 몇 시간 연락이 두절 돼 자기도 지금 바늘방석에 앉은 것만 같다는 게 </div> <div>광용의 마지막 설명이었다. </div> <div>나는 그동안의 방랑생활에서 자신감이 생겨 잠시 경솔해진 것이니 곧 들어올 것이라며 안심시켰다.<br /><br />그러나 노인의 집에서 잡일을 해주며 3일을 기다렸지만 친구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div> <div>그 3일 동안 나는 한 번도 심장이 조용히 뛴 적 없었다. </div> <div>그러던 어느 날 광용의 다급한 전화가 왔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br /><br /><br />"금방 창용 삼촌 아주머니한데서 전화가 왔는데 친구가 잡힌 것 같아요! </div> <div>공안이 와서 탈북자들 한데 돈을 얼마 받았냐며 창용 아저씨를 싣고 갔대요. </div> <div>나도 집을 옮길 테니 당신도 빨리 그 곳을 떠요."<br /><br />나는 드디어 올 것이 오고야 말았구나! 하는 당혹감에 두 무릎이 떨렸다. </div> <div>붙잡히면 죽을 것이라는 충만했던 각오도 그 순간에는 허무하게 무너졌다. </div> <div>더불어 나도 이제 곧 공안에서 덮칠 것만 같은 착각이 내 몸 안으로부터 세차게 요동쳤다.<br /><br /><br /></div> <div></div> <div></div> <div></div> <div><br />광용의 전화를 받고나서 나는 서둘러 옷을 입었지만 이내 다시 주저앉고 말았다. </div> <div>돈 한 푼도 없이 어디로 간단 말인가? 그땐 정말 노인네 집 머슴이라도 될 수 있다면! </div> <div>눈 감고 이런 짧은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br /></div> <div><br />그렇지! 눈이 번쩍 떠졌다. </div> <div>창용 아저씨밖에 없다. 그는 내 돈 700달러씩이나 받지 않았는가. </div> <div>주었던 걸 돌려달라면 비열한 짓인 줄 알았지만 내 처지에 무슨 인격을 돌보겠는가? </div> <div>나는 전화를 들었다.</div> <div></div> <div><br /><br />"광용이한데 전화번호를 알았는데요, 창용 아저씨 아직 안 들어왔어요?"</div> <div></div> <div>"그래,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왜 헤어진 거야?"<br /><br />창용 아저씨 처는 겁에 질려 목소리까지 떨고 있었다.</div> <div>그것을 안 그때의 나는 정말 몹쓸 인간이었다.</div> <div></div> <div></div> <div><br /><br />"내 말 똑바로 들으세요, 내 친구는 돈 준 사실을 전혀 몰라요, 내가 준 돈이었거든요, </div> <div>그러니 안심하세요, 그러나 만약(나는 여기서 힘을 주었다.)내가 잡히는 경우 어떻게 될지 몰라요, </div> <div>그러니 내가 지금 당장 어디든 멀리 떠날 수 있게 광용이에게 전화해서 돈 100달러를 준다고 약속해요."<br /><br />창용 아저씨 처는 하늘에까지 맹세했다. </div> <div>하여 나는 연길에서 신광용을 만나 300원을 손에 쥘 수 있게 되었고</div> <div>나머지는 만약 친구가 오면 주라고 남겨두었다.) 심양으로 가는 버스에도 오를 수 있었다. </div> <div>노인의 말에 의하면 심양주재 한국 영사부가 있는데 거기를 걸쳐 한국 가는 탈북자들이 많다는 것이다.<br /></div> <div><br />버스에 올라 털썩 주저앉고 나니 너무도 엄청난 일들이 단 몇 초 사이에 이루어진 것 같았다. </div> <div>그리고 그때에야 친구의 불행에 대해 돌이켜보게 되었다. </div> <div></div> <div>정말 잡혔을까? 잡혔다면 지금 그는? </div> <div>그러나 나는 자신에게 놀랐다. </div> <div></div> <div>왜 친구 잃은 슬픔보다 자신을 잃을 공포부터 앞세웠던가? </div> <div>생사를 약속하고도 나는 왜 자결까지 결심했던 친구를 뒤에 두고 </div> <div>허겁지겁 달아날 궁리부터 했단 말인가? 비겁하고 치사하고 가증스러운 나! 나! 나! </div> <div></div> <div>이렇게 되뇌이며 손톱으로 계속 내 살을 꼬집었다. </div> <div>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용서가 안 되고 스스로에 대한 미움을 도저히 표현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br /></div> <div></div> <div></div> <div><br />시간이 흐르자 광용의 말을 다시 한 번 곰곰이 의미해보고 싶어졌다. </div> <div>창용 아저씨가 공안에 불려갔다. 친구가 잡힌 것 같다.</div> <div>이것이 전부일 뿐 확실한 근거는 없지 않은가? </div> <div>아니 창용 아저씨가 미워하던 그 중국여자가 신고하여 단순한 조사 차원일 수도 있지 않은가? </div> <div>친구는 살아있으리라. 이 미련으로 마음을 다잡으니 박동소리가 약해지며 조금 편해진 듯싶었다.<br /></div> <div><br />그것도 잠깐. 나는 이번엔 버스에 불안해졌다. </div> <div>도 경계선은 물론 군을 하나하나 통과할 때마다 군인들이 올라와 통행증을 일일이 검열하는 북한처럼</div> <div>이 버스가 검문소 앞에 멎으면 어쩌나 싶어서였다. </div> <div>6시간 넘게 달리는 동안 그렇게 나는 떨어야 했고 기도해야만 했다. </div> <div>마침내 야경이 넘치는 도시가 보였다. </div> <div>그 화려한 중심으로 버스가 당당하게 질주할 때는 친구를 좀 더 기다렸을걸! </div> <div>저 불빛들을 함께 볼 수 있다면! 하는 후회와 희망이 썰물과 밀물처럼 혈관 속으로 오고갔다.</div> <div></div> <div>버스가 멈추기 바쁘게 승객들 중 가장 먼저 내린 나의 눈에 거대한 시계가 보였다. </div> <div>12시 2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br /></div> <div></div> <div></div> <div><br />이젠 어디든 갈 수 있을 것만 같은 자신감의 시간은 그 때뿐, 공안들이 또 서있는 광경에 나는 그만 </div> <div>기겁하여 몸을 숨겨 찾아 들어간 곳이 PC방이었다. </div> <div>물론 알아서 거기 눌러 앉은 것은 아니었지만 우연 중 다행으로 한 구석 의자에 앉아 </div> <div>밤새 눈을 붙일 수 있었다...<br /><br />누군가 심하게 흔들어 깨웠다. </div> <div>화들짝 놀라 벌떡 일어나니 핑크색으로 머리를 염색한 여자가 비명 지르며 뒷걸음 치고 있었다. </div> <div>내가 몸을 솟구칠 때 떨어뜨린 만두 세 개 때문이었다.</div> <div>나에겐 목숨 같은 식량인 그 만두들을 똥처럼 혐오스럽게 보던 핑크머리가 줍고 있는 내 등에 대고 </div> <div>욕을 했다. 그때 만두를 집으며 나는 속으로 욕했다. </div> <div></div> <div><strong>"북한 같았으면 네 머리 꼴만으로도 개년 돼!"</strong><br /></div> <div></div> <div></div> <div><br />나는 그 PC방을 나올 때 간판을 익혀두었다. </div> <div>훗날에도 또 가리라, 물론 핑크머리년이 없는 곳으로! </div> <div>밝은 거리를 걷는 나는 연길에서와 달리 발걸음이 가벼웠다. </div> <div>중국이 이렇게 생겼구나, 이런 곳이 외국이구나. 여권도 없는 공짜 관광이 흡족했다.</div> <div>북한에서 볼 수 없는 광고들을 신기하게 쳐다보며 걷다나니 불안이 점 점 일어섰다. </div> <div>한글들이 슬 슬 지워지더니 간판들이 모두가 중국어에 가려졌기 때문이었다. </div> <div>그 도시가 심양이 아닌 장춘이라는 곳을 알았을 때는 기가 막혔다. </div> <div>심양은 또 어디란 말인가? 나는 일단 한국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곳부터 찾아가야겠다고 판단했다. </div> <div>그래서 간 곳이 "고향밥" 이란 한글간판 음식점이었다.<br /></div> <div></div> <div></div> <div><br />"심양 가려고 하는데 알려주실 수 없습니까?"<br /><br />식당 아줌마는 골똘히 쳐다보더니 대답 대신 무언가 내밀었다. </div> <div>한글로 된 관광 안내책자였다. 책이 그렇게 인간에게 필요한 물건인줄 그때 새삼 알았다. </div> <div>그 책이 가리키는 곳으로 버스터미널을 찾아갔고 그 책 덕에 "썬양" 하고 입을 열어 </div> <div>티켓도 구매할 수 있었다. </div> <div>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김광선에게 전화를 걸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br /><br />"친구소식 없어요? 창용 아저씨는?"<br /><br />광용은 달라진 것이 없다며 자기 사정을 더 길게 털어놓았다. </div> <div>급하게 친구 집으로 짐을 옮기다나니 여간만 불편하지 않다는 것이다. </div> <div>그 말을 듣는 동안 나는 그가 잠시 미웠다.</div> <div></div> <div></div> <div><br /><br />"내 친구가 꼭 전화 올 겁니다. 절대로 핸드폰을 꺼 놓지 말아요. </div> <div>내가 지금 심양으로 가고 있으니 만약 친구가 오면 바로 출발하라고 해요"<br /><br />심양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나는 하마터면 환성을 지를 번했다. </div> <div>관광안내 책자에 심양 주재 한국 영사관 전화번호가 있는 것이었다. </div> <div>나는 흥분됐다. 장춘 버스와 달리 심양버스는 느려 터진 것만 같아 발을 굴렀다. </div> <div>빨리 가면 빨리 한국 갈 수 있는데, 심양에서 내리기 바쁘게 전화박스를 찾아 뛰었다.</div> <div>두만강을 넘을 때부터 이렇게 줄곧 뛰었지만 언제 단 한 번 내 발이라고 느껴본 적 있었던가.<br /><br />전화박스 안에서 번호를 돌릴 때에는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div> <div>신호음이 울리던 끝에 "여보세요" 하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리자 숨이 컥 막혔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br />"여보세요, 한국 영사관이지요?"</div> <div><br />"네, 누구세요?"</div> <div><br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br /><br />나는 한국 영사관이 내 전화를 받고 있다는 사실에 너무도 격정이 끓어 올라 </div> <div>정신없이 이 말부터 마구 해댔다.</div> <div></div> <div></div> <div><br />"근데 누구세요?"<br /><br />나는 크게 호흡하고 또박또박 말했다.</div> <div></div> <div></div> <div><br /><br />"저 북한에서 왔습니다. 친구도 함께 왔습니다. 한국 가려고 합니다. </div> <div>신분증도 가져왔고 정말 북한 사람 맞습니다."<br /><br />응답이 없었다. </div> <div>기다렸지만 조용했다. </div> <div><strong>아니 전화가 끊어져 있었다.</strong> </div> <div></div> <div></div> <div>망할 놈의 중국 전화! 나는 전화기를 주먹으로 쾅 쾅 쳤다. </div> <div>고장 났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래서 다시 뛰었다. 달리는 동안 주먹을 불끈 쥐었다.</div> <div>내 전화를 애타게 기다릴 한국 영사관 직원을 생각하니 그동안의 고생들이 한꺼번에 두 눈으로 </div> <div>주르르 흘러 내렸다.</div> <div></div> <div></div> <div><br /><br />"여보세요"<br /><br />다른 전화박스 안에서 이번엔 내가 먼저 불렀다.<br /></div> <div><br />"네 누구세요?"</div> <div><br />"금방 전화했던 사람입니다. 한국 망명을 신청하려고 합니다. 신분증도 가져왔습니다. </div> <div>공안이 우리를 살인자로 지목하고 수배하고 있습니다. 우린 절대 살인하지 않았습니다."</div> <div><br />"여보세요, 다 알겠는데 내 말 잘 들으세요, 이 전화가 그렇게 안전하지 않아요, 무슨 말인지 알겠죠?"<br /><br />그 말에 나는 사방을 황황히 둘러보았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br /><br />"여기 심양에서는 한국 가기 힘듭니다.</div> <div>한국 갈려면 북경 대사관이나 영사관을 찾아가십시오, 우린 도움을 줄 수 없습니다."</div> <div><br />"북경 대사관에는 어떻게 가는데요? 어떻게 들어갈 수 있어요?"</div> <div><br />"그건 탈북자들이 다 알아서 들어가요. 그것까지 우리가 어떻게 알려줘요?<br />전화 오래 못해서 그러는데 이만 끊겠습니다."<br /><br />나는 전화를 그냥 들고 서있었다. </div> <div>해외공관들의 전화가 주재국 정보기관들의 도청에 노출돼 있고, </div> <div>그래서 혹시나 공안이 이쪽으로 올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움직이지 못했다.</div> <div></div> <div>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어떤 시련을 넘으며 왔는데? </div> <div>설명을 잘 하지 못한 내 탓인 것만 같아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이번엔 받지 조차 않았다.<br /></div> <div></div> <div><br />마치도 그 침묵은 교회에서 중국인들이 우리를 쫒던 욕질 같았고 하루 밤만 재워달라고 애원하는 </div> <div>우리를 보고 쾅 닫아버리던 대문 같았다. </div> <div></div> <div>대한민국이 이다지도 먼 단 말인가? </div> <div>대한민국이 우리 탈북자들을 구출할 권한이 이렇게까지 없었단 말인가? </div> <div>전화박스 밖으로 나올 때 세상 끝으로 누가 날 밀어버리는 것만 같아 서러움이 확 북받쳤다. </div> <div>스스로 알아서 가야 한다는 영사관 직원의 그 말에는 북한 주민인 내가 전혀 없었고 </div> <div>그래서 내 보기에도 나란 존재는 이국의 하늘 밑을 떠도는 작은 먼지 같았다.<br /><br />나는 그날 주머니에 남아있는 마지막 돈으로 술을 마셨다. </div> <div>한 잔 두 잔 먹다나니 연길에서 친구가 술을 사자고 말했던 그 상황이 그때가 아니라 지금 같았다. </div> <div>친구가 그리워졌다. </div> <div>제발 살아서 나에게로 와주었으면, 제발 내일은 그와 함께 새롭게 시작했으면,</div> <div>아파트 옥상 위에서 그렇게 자고 일어난 나는 아침이어도 갈 데가 딱히 없었다.<br /><br />아래를 내려다보니 친구의 칼이 생각났다. </div> <div>아직도 친구는 칼을 가지고 있을까? </div> <div>만약 정말로 공안에 잡혔다면 그 칼을 원했던 것처럼 사용했을까? </div> <div></div> <div>이 생각까지 이르고 나니 나는 어디든 가야겠다는 결심이 서게 됐다.</div> <div>그렇다. 북경으로 가자. 남들도 알아서 간다는 길을 내가 왜 못 가겠는가. </div> <div>가자고 온 것이 아닌가. 여기까지 살아오지 않았는가.<br /></div> <div><br />나는 지붕 바닥 한쪽에 고여 있는 눈 녹은 물로 세수를 했고 옷도 툭툭 털었다. </div> <div>그리고 시를 쓸 때와 같은 영감으로 사색했다. </div> <div>사람도 땅도 모두 낯 설은 저 밑으로 내려가면 내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무엇일까? </div> <div>계단을 내려 현관까지 가는 동안 아무리 머리를 굴려보아도 결론은 오직 하나였다.</div> <div></div> <div>사람이었다. 그것도 말부터 통하는 조선족을 찾는 것이었다.</div> <div>그런데 어떻게 만난단 말인가? 중국말로 꽉 찬 이 심양에서! 그때 문득 좋은 방법이 떠올랐다.</div> <div></div> <div></div> <div><br /><br />나는 우선 조용한 골목길에 섰다. 그리고 행인들을 행해 조용히 불렀다. </div> <div>남자가 지나가면<strong> "아저씨!"</strong> 여자가 지나가면 <strong>"아가씨!"</strong> 했다. </div> <div>중국인이라면 그냥 지나갈 것이고 조선족이라면 틀림없이 반사적으로 돌아볼 것이리라. </div> <div>그렇게 한 시간 또 한 시간, 어느덧 시간이 흐르고 흘러 해가 점점 서쪽으로 기울어졌다. </div> <div>세끼를 굶은 이 채로 또 하루가 지나면 어쩌나. </div> <div></div> <div>그 조바심에 애가 타는데 그때 저만치서 26살 돼 보이는 여자가 내 쪽으로 오고 있었다. </div> <div>나는 앞에서 부르면 말을 알아듣지 못해도 목소리에 반응하기 때문에 </div> <div>그 여자가 등을 보일 때쯤 불러보았다.<br /></div> <div></div> <div><br /><strong><span style="font-size: 12pt">"아가씨!"</span></strong><br /><br />그러자 그 여가 걸음을 멈추었다. </div> <div>돌아섰다. 그러더니 말했다.</div> <div></div> <div><br /><br />"저를 불렀습니까?"<br /></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br /><br /><br />"뭘 물어보시게요?"<br /><br />틀림없는 한국말에 나는 그 여자가 구면처럼 느껴졌다.</div> <div></div> <div></div> <div><br /><br />"네"<br /><br />머리를 끄덕이며 대답하는 내가 절박해보였던지 그 녀는 선뜻 나에게로 다가오기까지 했다. </div> <div>나는 그때 가까이 오는 그가 고마웠다. </div> <div>누군가로부터 이런 관심을 받는다는 것이 내가 아직 멀쩡한 인간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 같아서였다.</div> <div></div> <div><br /><br />"어디를 물어보고 싶은데요?"<br /><br />나는 마주 선 그가 며칠 동안 씻지 않은 내 몸 냄새에 불쾌해 하지 않을까 내심 걱정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br /><br />"우선 내 말을 마지막까지 들어주겠다는 것을 약속해주십시오"</div> <div><br />"?"<br /><br />여자는 조금 당황하는 눈치였다. </div> <div>그리고 그때야 내 아래 위를 얼핏 흩어보았다.</div> <div></div> <div></div> <div><br /><br />"전 이상한 사람은 절대 아니고 아가씨에게(동무라고 말할 번했다.) 해를 끼칠 사람도 아닙니다. </div> <div>그냥 5분만 시간을 내서 제 이야기를 들어주셨으면 합니다."<br /><br />여자는 손목시계를 들여다 보고나서 머리를 끄덕거렸다. </div> <div>나는 내가 북한에서 왔고 친구랑 헤어진 딱한 사정이며, </div> <div>한국으로 가려고 한다는 것까지 절절히 호소하다시피 했다. </div> <div>그러나 배고픔과 관련해서는 단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div> <div><br /><br />왠지 그때에는 같은 사람 대 사람 사이에 할 말이 아닌 듯싶어서였다. </div> <div>내 말을 다 듣고 난 그 여자는 자기가 도울 수 있는 것이 뭐냐고 물었다. </div> <div>다 들어줄 것만 같은 그 물음에 목구멍까지 나오는 <strong>"밥입니다."</strong> 말 대신 나는 </div> <div><strong><font color="#c31a1b">"한국 가는 방법을 좀 알려주십시오." </font></strong>했다.<br /><br />내가 그러길 잘했던 것 같다. </div> <div>그 여자는 낯선 남자라는 경계심을 풀고 부지런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div> <div>심양보다 북경 영사관으로 다들 간다는 것과, </div> <div>한국 사람들이 많이 오는 대련으로 가면 고생이 덜하다는 것, </div> <div>그리고 돈이 있으면 중국 여권을 만들어 갈 수 있다는 것까지 참으로 아는 것도 많았다.</div> <div></div> <div></div> <div><br /><br />"어떻게 그런 걸 다 알아요?" </div> <div></div> <div>이 질문이면 대화를 좀 더 이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div> <div>역시나 그 여자는 내가 찾던 말동무임이 분명했다. </div> <div>또 다시 이어가는 그 여자의 말 들 속에서 가장 반가웠던 것은 화룡시에 사는 자기 아버지가 </div> <div>탈북자들을 농사시키며 많이 숨겨주었다는 것이었다.<br /><br />나는 무척 놀라며 그의 아버지를 대단한 분이라고 칭찬해주었다.</div> <div>그러고 나서 내가 연길에서 심양까지 오는 길에 신세졌던 고마운 조선족들과 </div> <div>그들에 대한 나의 감사함을 열렬히 토로했다. 그 여자가 불쑥 물었다.</div> <div></div> <div></div> <div><br /><br />"이 심양에 친척이 있습니까?"<br /><br />나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div> <div></div> <div></div> <div><br /><br />"그럼 어디서 잡니까? 밥이나 먹었습니까?"<br /><br />나는 먹었다는 말은 차마 입에서 안 나왔다. </div> <div>잠시 고민하던 그 여자는 핸드폰으로 어딘가 전화를 했다. </div> <div>혹시 공안에 신고라도 하는 것은 아닐까? 그의 핸드폰과 중국말이 조금 긴장되었다. </div> <div>이윽고 나를 향해 돌아선 그 여자가 활달한 표정으로 말했다.<br /></div> <div></div> <div></div> <div></div> <div><br />"아까 친구가 나에게 찜질방 같이 가자고 했었는데 물어보니 표를 주겠답니다. </div> <div>거기서 자겠습니까? 여기서 멀지 않습니다."<br /><br />그 아버지의 그 딸이구나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div> <div>나는 그와 함께 걸으며 이름을 물었다.</div> <div></div> <div></div> <div><br /><br />"왕초린!"<br /><br />몇 번을 못 알아듣는 내 귀가 신기했던지 자기 이름을 소리치며 깔깔 웃었다. </div> <div>나이는 내가 알아맞히겠다고 했더니 고기 굽는 리어카를 가리키며 </div> <div>맞히면 저 양꼬치를 사주겠다고 했다.<br /><br />먹을 것 때문에 여자 나이를 가슴 조이며 점쳐 본 적은 아마 그때가 난생 처음인 것 같다. </div> <div>얼마나 그게 빨리 먹고 싶었으면 "26살!" 하고 외친다는 것이 "양꼬치!"해버렸다. </div> <div></div> <div>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div> <div>다행히도 초린은 내 실수를 모른 채 양꼬치를 진짜 사줄 것이라며 거듭 다짐했다.<br /></div> <div></div> <div><br />"26살" 조심스런 내 음성에 "몇 살?" 다시 물었다.<br />"26살" 내가 좀 더 크게 말하자 초린은 손뼉을 짝짝 쳤다.</div> <div><br />"틀렸어요, 에궁 양꼬치 못 사주겠다.."</div> <div><br />그 말에 양꼬치가 더 간절해졌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br /><br />"도대체 몇 살이에요?"</div> <div><br />"27살"<br /><br />단호한 그 대답에 나는 속으로 <strong>'일 년 늦게 태어 날 것이지...'</strong> 하고 푸념했다. </div> <div>그러나 초린은 마음이 예뻤다. </div> <div>일 년 젊게 봐준 턱이라며 쪼르르 달려가 양꼬치를 네 개씩이나 사들고 왔다. </div> <div>나는 사람은 역시 고기를 먹어야 한다니깐! 이렇게 감탄하며 두 개를 먹었고 </div> <div>초린이 준 한 개를 또 먹었다. </div> <div>초린이가 꼭 소원 성취하라며 친구로부터 받은 찜질방 표를 내밀 때 나는 부탁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br /><br />"조금만 더 있다 가면 안 돼요? </div> <div>난 그동안 공안에 쫒기며 사람이 무서웠었어요, 그래서 사람이 그리워요."<br /><br />측은한 눈길로 바라보던 초린은 미소를 지어보였다.</div> <div></div> <div></div> <div><br /><br />"힘내요. 나도 그러고 싶은데 내 대상이 기다리고 있어요."<br /></div> <div>"대상? 그게 뭐죠."</div> <div><br />"음,,,뭐랄까. 한국에선 애인을 자기라고 부르잖아요. 우리 조선족은 대상이라고 해요"<br /><br />이후 목욕을 하면서 나는 초린의 말에서 새롭게 안 대상의 의미에 피씩 웃었다. </div> <div>뜻은 같은데 말이 다른 이국적인 여자를 직접 만난 그 시간이 믿기지 않을 만큼 새로워서였다.<br /><br />나는 그날 씻고 또 씻었다. </div> <div>몸이 깨끗해 질 기회가 다시 없을 것 같아 양꼬치 먹은 힘을 다해 때를 밀었다. </div> <div>비누를 문댈 때 마다 친구생각이 났다. </div> <div>나는 이렇게 더운 물에 목욕을 하는데 친구의 지금 상황은 어떨까. </div> <div>광용에게 전화 할 돈도 남기지 않고 술을 사 먹은 내가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br /><br />다음날 아침, 눈을 뜨니 몸은 깨끗해졌지만 대신 아프지 않나싶을 정도로 배가 고팠다. </div> <div>온 몸이 나른했다. 내가 여기서 어떻게 자게 됐는지. 그것도 한참을 생각해봐야 했다. </div> <div></div> <div>이어 초린이 생각이 났다. 참 고마운 애였지. </div> <div>그런데 그 얼굴을 아무리 되새겨 보려 해도 좀처럼 기억나지 않았다. </div> <div>그냥 양꼬치만 보였다. 그때 내 옆에 누군가 서있는 것만 같았다. </div> <div>누굴까? 나는 망설였다. 두만강을 넘은 후부터 내가 먼저 남을 쳐다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br /></div> <div></div> <div></div> <div></div> <div><br />"맞지요? 어제 그 사람 맞지요?"<br /><br />그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아니 글쎄 초린이가 아닌가.</div> <div></div> <div></div> <div><br /><br />"어떻게? 여기 어떻게 왔어요?"<br /><br />나는 중국 땅에서 처음으로 지인을 우연히 만난 행운에 내가 한국말을, </div> <div>그것도 북한 억양으로 소리치는 줄도 몰랐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br /><br />"짜잔!"<br /><br />초린은 폴싹 주저앉으며 플라스틱 통에 담겨진 흰 빵을 보여줬다. </div> <div><strong>나는 그때만큼은 진심으로 음식보다 사람이 더 반가웠다.</strong></div> <div></div> <div></div> <div></div> <div><br /><br />"어떻게 왔어요? 친구랑 같이 왔어요?"</div> <div><br />"아니, 음식 줄려 왔어요. 어제 헤어질 때 사람이 그립다면서 더 있어달라고 말하던 게 </div> <div>자꾸 맘에 걸려서 분명 아침을 굶었겠구나, 이러면서 왔어요. 먹어요."<br /><br />빵을 집어주는 그 손에 나는 무엇이든 주고 싶었다. </div> <div>갑자기 공안이 가져간 내 외투안의 달러 생각이 났다.</div> <div></div> <div></div> <div><br /><br />"내가 어제 대상을 만나 자랑했어요. 이러이런 사람을 만났는데 이러이런 도움을 주었다고"<br /><br />공상에 잠긴 듯한 초린의 표정이 무척 귀여웠다.</div> <div></div> <div><br /><br />"대상이 뭐라고 해요? 중국 사람인가요?"</div> <div><br />"네, 여기 한족이예요, 금방 뭘 물어봤죠? 아 참 내 대상이 뭐라고 했는지 그걸 물어봤죠?"<br /><br />나는 그냥 웃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br /><br />"잘했다고 하던데요. 날 보고 착하다고 하면서 일요일 옷 사 주겠다고 했어요. 그 사람 착하죠?"<br /><br />나는 둘 다 착하다고 말하고 싶었다.</div> <div></div> <div></div> <div><br /><br />"우리 대상도 김정일이 엄청 싫어해요. </div> <div>아마 중국 사람들은 다 미워할걸요. 배 나온 게 싫어서. 조선은 다이어트 안 하죠?"<br /><br />나는 마음씨도 말도 예쁜 초린에게 물이라도 떠주고 싶었다. </div> <div>그래서 주변을 둘러보는데 벌써 그가 냉큼 일어나 물 컵을 두 개 들고 왔다. </div> <div>그리고 허리를 굽히며 앉는데 옷 사이로 가슴굴곡이 살짝 보였다. </div> <div></div> <div>예쁜 그 속살은 도덕이요, </div> <div>위선이요 하는 그 모든 겉 치례들을 부정하며 순수한 초린이 자체를 보여주는 듯싶었다.<br /></div> <div></div> <div></div> <div></div> <div><br />"한국 언제 갈려고요?"<br /><br />나는 아무에게라도 말하고 싶었던 고민들을 모두 털어놓았다. </div> <div>설사 초린이가 그냥 사라진다고 해도 그가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나는 무엇인가 얻는 것 같았다. </div> <div>초린은 영리하기까지 했다. </div> <div>광용에게 친구안부를 묻는 문제는 자기가 맡겠으니 한국 갈 큰돈을 해결할 논의나 하자고 하였다.<br /></div> <div></div> <div></div> <div></div> <div><br />"돈 좀 벌만한 재간이 뭐가 있어요?"<br /><br />그러고 보니 나는 정말 할 줄 아는 것이 아무도 없었다. </div> <div>중국에서 지금껏 잘한 짓이란 공안을 피해 달아난 것밖에 없었다. </div> <div>한숨 끝에 피아노를 좀 친다고 말을 흘렸더니 초린이가 버릇인지 손뼉을 쳤다.</div> <div></div> <div></div> <div><br /><br />"피아노를 칠 줄 알아요?"</div> <div><br />서울에서 내가 가끔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피아노를 치면 </div> <div>그들은 북한 사람이 어떻게 피아노를 치냐는 식으로 놀라군 한다. </div> <div>마치도 북한은 음악도 없는 나라인 것처럼 말이다. </div> <div>그때도 초린은 피아노란 말에 반신반의하는 기색이었다.</div> <div></div> <div></div> <div><br /><br />"어느 정도 치세요?"</div> <div><br />"체르니 50번 정도"<br /><br />초린이가 피아노를 전혀 몰랐다. </div> <div>체르니 50번이라고해도 그 의미를 이해 못하기에 나는 연습과정을 한참이나 설명해주었다. </div> <div></div> <div>그 말을 다 듣고 난 초린은 자기 대상 조카가 한국인이 많이 오는 서탑에 사는데 </div> <div>그에게 피아노를 가르치면 용돈도 벌고 기회도 생길 것이라고 했다. </div> <div></div> <div></div> <div></div> <div><strong>내가 감격에 두 주먹을 불끈 들어보이자,</strong></div> <div><strong>초린은 손뼉 치며 응원해주었다.</strong><br /></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 align="center"><font color="#000000">출처= 작성자삥신새끼 님</font></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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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8/13 13:27:37  110.70.***.228  깜냥이집사  454013
    푸르딩딩:추천수 3이상 댓글은 배경색이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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