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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차단 상태
    심해로의여행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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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입 : 13-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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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lovestory_58320
    작성자 : 심해로의여행
    추천 : 1
    조회수 : 882
    IP : 121.184.***.91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3/08/12 19:43:55
    http://todayhumor.com/?lovestory_58320 모바일
    [펌] 북한 고위층 탈북이야기-1
    <div id="contentArea"> <div style="font-size: 10pt" id="espresso_editor_view"> <div></div> <div></div> <div><font color="#000000"></font></div> <div><font color="#414141"><font color="#000000"><font color="#000000"><font color="#000000"> <div></div> <div></div><font color="#414141"><font color="#000000"><font color="#000000"><font color="#000000"> <div><font color="#c31a1b"></font></div> <div><font color="#c31a1b"></font></div> <div><font color="#c31a1b"></font></div> <div><font color="#c31a1b"></font></div> <div><font color="#c31a1b"></font></div> <div><font color="#c31a1b"></font></div> <div><font color="#c31a1b"></font></div> <div><font color="#c31a1b"></font></div> <div><font color="#c31a1b"></font></div> <div><font color="#c31a1b"></font></div> <div><font color="#c31a1b"></font></div> <div><font color="#c31a1b"></font></div> <div><font color="#c31a1b"></font></div> <div><font color="#c31a1b"></font></div> <div><strong><font color="#c31a1b"></font></strong></div><strong><span style="font-size: 24pt"><font color="#c31a1b">북한 고위층 </font></span></strong><strong><span style="font-size: 24pt"><font color="#c31a1b">탈북이야기</font></span></strong><strong><span style="font-size: 12pt"><font color="#c31a1b">-1</font></span></strong> <div align="left"> <div align="left">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strong></strong></div> <div><br />나는 한국에서 홀로 힘들 때마다 긴장과 공포로 숨 가빴던 탈북 순간들을 생각해보곤 한다. </div> <div>국적을 버릴 자유까지 허용돼 있는 자유민주주의 사고로는 탈북이란 것이 얼마나 위험천만한 결단인지 </div> <div>가늠조차 힘들 것이다. </div> <div>자기는 이미 목숨을 버렸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탈출할 수 없는 것이 북한 땅이다. </div> <div>아니 붙잡힐 경우 자기 뿐 아니라 가족은 물론 친척들의 운명까지도 위협하는 죽음보다 더 큰 고통이다.<br /><br />내가 친구와 함께 국경연선에 도착한 시기는 오줌 싸면 얼어서 떨어진다는 2004년 </div> <div>북방의 추운 1월이었다.</div> <div>초기 계획은 산 속 수림에 숨어 있다가 국경 경비대원들이 지나가고 나면 두만강을 넘는 것이었다. </div> <div>그런데 정작 현장에 도착하고 보니 산은 높은데 몸을 숨길 나무가 한 그루도 보이지 않았다.<br /><br />친구와 나는 평양 밖을 벗어나 본적 없기 때문에 수 천리 떨어진 국경지역에선 </div> <div>거의 눈 뜬 소경과 다름없었다. </div> <div>그래서 맞춤한 탈북 장소와 기회를 노리며 두만강연선을 따라 온종일 걸은 길이 백리나 되었다. </div> <div>밤 열시 경, 한치 앞도 헤아리지 못할 캄캄칠야는 우리를 대담하게 했다. </div> <div></div> <div>하여 마침내 강기슭으로 들어서는데<strong><span style="font-size: 12pt"> "손 들엇!"</span></strong><span style="font-size: 12pt"> </span>하며 풀숲에서 병사가 불쑥 일어서는 것이 아닌가.<br /></div> <div></div> <div><br />그때 반사적으로 내 팔을 꽉 잡는 친구의 손이 나를 더 전율케 했다.</div> <div>때려눕힐까 하고 생각하는 찰나 그 병사가 이번엔 호각을 불었다. </div> <div>그러자 의외로 아주 가까운 곳에서 여럿의 손전등들이 켜지며 우릴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div> <div>변명의 여지조차 없이 우리는 총구들에 떠밀려 국경경비총국 6중대 병실에 들어섰는데 </div> <div>가장 눈에 보이는 것이 <strong><font color="#c31a1b">쇠살창으로 가려진 작은 감옥과 매달린 수갑들이었다.</font></strong></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br /><br />"어떻게 이 밤에 두만강으로 접근하신 겁니까? 신분증과 통행증을 봅시다."</div> <div></div> <div>북한 특권층의 아들이었던 친구는 생전 처음 당해보는 총구 앞에서 </div> <div>누가 봐도 탈북 용의자로 확신할 만큼 온 몸을 심하게 떨고 있었다.</div> <div></div> <div></div> <div><br /><br />"우선 이 친구가 너무 추워하니깐 몸 좀 녹이게 해주시오."<br /><br />그러면서 나는 신분증을 꺼내려 안주머니 손을 넣었는데 쿵쿵 뛰는 심장이 만져졌다. </div> <div>가죽 케이스에 당마크가 새겨진 나의 신분증을 받아 쥔 중대장은 놀란 눈으로 자리에서 일어섰다.</div> <div>국경 연선에서 오랜 중대장 경험을 가진 그 군관도 아마 당마크와 빨간 색깔의 조선노동당중앙위원회 </div> <div>도장이 박힌 신분증을 처음 보는 듯싶었다.<br /><br />북한의 최고위 신분증은 금박으로 당마크가 새겨진 당 신분증과 국장이 새겨진 내각 신분증이 있다. </div> <div>그 중에서도 당마크는 북한의 절대권력 기관인 조선노동당 신분을 의미하기 때문에 무소불위의 총구도 </div> <div>공손해지기 마련이다. </div> <div></div> <div>더욱이 당 통전부는 대남공작이란 특수성이 부여되기 때문에 적화통일의 무기를 쥔 병사들에겐 </div> <div>신비감을 조성한다. 그렇다 할지라도....</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br /><br />“왜 국경에 접근했습니까?”</div> <div></div> <div>중대장은 신분증의 무게와 달리 </div> <div>너무 어려보이는 내 나이를 의심하는지 아래위를 흩어보며 물어보았다.<br /></div> <div></div> <div></div> <div>"무산 시당에 간부사업 가던 중 너무 밤이 깊었고 춥기도 해서 </div> <div>군인병실이라도 찾아서 하루 밤 자고 가려했을 뿐인데"<br /><br />"아닙니다, 강에 발을 짚었습니다!"<br /><br />우리를 단속했던 그 재수 없는 병사가 막 소리 질렀다. </div> <div>나는 이럴 땐 무엇보다 배짱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br /><br />"이 멍청한 놈! 너 어디 감히 총을 들이대고 그래? 아까 널 한 대 쥐어박으려다 참았어!"<br /><br />중대장이 짧게 지시했다.</div> <div></div> <div><br /><br />"무산시당에 전화해봐, 통전부에서 간부사업 약속 있었는지"<br /><br />나는 온 몸이 무너져 내려앉는 것 같았다. </div> <div>난로 앞에서 손을 비비고 있던 친구도 나를 쳐다보는 눈이 끝장이라고 말하는 듯싶었다. </div> <div>그런데 세상에 이런 일이!</div> <div></div> <div></div> <div></div> <div><br /><br />"중대장동지, 정전이어서 무산시당에 전화가 연결 안 됩니다."<br /><br />그 말을 듣는 순간 살수 있다는 희망이 내 발밑에서부터 머리까지 치달아 올랐다.</div> <div></div> <div><br /><br />"그럼 내일 확인하기로 하고 일단 좀 자게 해줘! 어 중대장? 우린 피곤해!"</div> <div></div> <div>그때 순찰교대를 했는지 한 개 분대가 쓸어 들어왔다. </div> <div>누군가고 서로 물어보던 병사들 중 소위 계급을 단 군인이 유심히 들여다보던 신분증을 흔들며 소리쳤다.<br /></div> <div></div> <div></div> <div><br />"어따, 여기 근무하면 혹시 오광일이라고 알아요?"<br /><br />오광일? 기억을 애써 더듬는데 갑자기 친구가 말했다.<br /></div> <div></div> <div></div> <div><br />"김책시에 사는 오광일이? 아버지가 김책시당 책임비서 하는 그 애?"<br /><br />소대장의 얼굴에 금시 화색이 돌았다.</div> <div></div> <div></div> <div><br /><br />"네 맞아요, 맞아요, 중대장동지 그 시당책임비서 아들이 내 친구예요"<br /><br />중대장은 의심과 신뢰가 교차하는 얼굴로 소대장과 내 친구를 번갈아보았다. </div> <div>나는 하늘이 준 기회다 싶어 큰 목청으로 말했다.</div> <div></div> <div><br /><br />"그 오광일이가 정말 친구 맞어? </div> <div>친구의 친구를 여기서 보다니, 그럼 우리 여기서 좀 재워줄 수 있어?"<br /><br />나는 중대장이 다른 생각을 할 틈이 없이 배낭에서 술과 담배를 꺼냈다. </div> <div>그날 일부러 술을 세잔이나 마셨지만 취하지 않았고 소대장 이불을 쓰고 누웠지만 잠도 오지 않았다. </div> <div>순찰근무 교대는 한 시간에 한 번씩 하였고 초소로 나갈 때마다 병사들은 실탄과 심지어는 수류탄으로</div> <div>무장하곤 했다. </div> <div>다음날 아침 우리는 소대장이 쓴 우정의 편지를 받고 다시 길을 떠났다. </div> <div>은밀한 어둠만을 믿었던 우리에게 병실에서 본 경계의 밤은 거의 절망적이었다. </div> <div>친구가 불쑥 물었다.<br /></div> <div></div> <div></div> <div></div> <div><br />"우리 다시 평양으로 들어갈까?"<br /><br />우리는 두만강이 옆에서 흐르는 둔덕의 레일위에 맥없이 마주 앉았다.</div> <div></div> <div><br /><br />"우리가 직장에 출근하지 않은지 벌써 3일이 됐어. </div> <div>이 시간이면 벌써 평양에선 비상이 걸렸을 거야. 알잖아, 당 규정을! 이젠 돌아설 수 없어"<br /><br />"방법은?"</div> <div></div> <div>친구는 마치도 포기하는 방법을 묻는 듯싶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br /><br />"방법은 기상천외야, </div> <div>군인들이 우릴 보는 밤이 아니라 우리가 역으로 그들을 볼 수 있는 대낮이야, 지금 뛰자!"<br /><br />우린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이 재빨리 본능적으로 나는 중국 땅을 살폈고 친구는 북한 땅을 흩었다.<br /></div> <div></div> <div></div> <div><br />"군인들이 안보이니 셋까지 세고 뛰자"<br /><br />"하나, 둘, 셋!"<br /><br />우린 서로를 마주보며 비장하게 셋을 합창했지만 일어서는 데는 똑같이 실패했다.<br />군인들이 문제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의 문제라는 인식 앞에서 친구와 나는 땅이 꺼지게 한숨을 쉬었다.<br />그렇게 말없이 십 분이란 시간이 흐르자 국경의 고요로부터 서서히 충전되는 </div> <div>새로운 담력이 심장을 달구었다. </div> <div></div> <div>우린 마침내 말없이 손을 맞잡았다. </div> <div>서로의 체온을 확인하는 순간 운명의 끝에 함께 섰음을 느끼게 되었다.</div> <div>아니 이미 더 돌이킬 수 없는 행동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div> <div>우린 동시에 힘 있게 솟구쳤다. 그리고 돌처럼 단단한 두만강 얼음위로 달리기 시작했다. </div> <div>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div> <div>소원의 순간이었고 실행의 순간인 것이다. </div> <div>뛰어가는 발걸음마다 운명을 두드리는 듯 요란했다.</div> <div><br /><br /><strong><font color="#c31a1b">그런데 뒤에서 누군가 소리치는 것이 아닌가?<br /></font></strong></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br />"저 놈들 봐라! 저 놈들 잡아라."</div> <div><br />능적으로 돌아보던 나는 아연했다. </div> <div>우리가 뛰어 온 그 몇 미터 굽이돌이에 바로 병사들 한 무리가 총 들고 서있는 곳이 아닌가. </div> <div>격발장치를 당기며 총구를 겨누는 것까지 보고 뛰자니 갑자기 뒤통수가 불로 지지는 것처럼 뜨거워졌다. </div> <div></div> <div>죽었구나! 아니 죽지 않으리라! </div> <div>우리는 멀리 보이는 중국의 이름 모를 산만 노려보며 그곳을 향해 서로에게 의지한 채 뛰고 또 뛰었다.<br /><br />한 발을 짚을 때마다 뼈 없는 살처럼 주저앉았고 또 다른 발을 내 밀어도 마찬가지였다. </div> <div>산이 가까워질수록 따라오는 주먹들도 가까워지는 것만 같아 차마 돌아 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div> <div>그렇게 달리는 동안 이상하게도 나는 공포를 초월하는 분통함이 치솟았다. </div> <div></div> <div></div> <div></div> <div><strong>이 몇 미터 강을 넘지 못해 이때껏 북한에서 짐승처럼 살았는가! </strong></div> <div><strong>이 몇 미터가 그렇게 혹심한 인권의 차이였던가!</strong></div> <div><strong>이 몇 미터를 달리는데 나는 왜 죽는다고 생각하는가!<br /></strong></div> <div><strong></strong></div> <div><strong></strong></div> <div><strong> <div><br />드디어 북한과 달리 수림으로 우거진 중국 산기슭에 엎어졌을 때는, </div></strong></div> <div><br />드디어 북한과 달리 수림으로 우거진 중국 산기슭에 엎어졌을 때는, </div> <div>따라오는 북한병사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을 때는 서로를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 </div> <div>살았다고 소리 지르고 싶었지만 쫓겨 온 남의 나라가 쫓아오는 자기 나라보다 더 은혜롭고 </div> <div>감사함에 억이 막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div> <div>그래선지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떠나온 북한 땅을 마지막으로 바라보던 친구는 </div> <div>돌을 쥐고 힘껏 던지기도 하였다.<br /><br />이어 친구는 나무가 울창한 산의 깊은 내면에서 안정감을 얻었는지 </div> <div>두 팔을 기껏 벌리고 눈 위에 덥석 드러눕기까지 했다.</div> <div></div> <div></div> <div><br /><br />"우리 이 산에서 며칠 푹 쉬자. 난 이젠 이 산에서 얼어 죽어도 좋아"<br /><br />나도 그러고만 싶었다. </div> <div>수령제일주의도, 집체주의도, 국가보위부도 없는 이곳에서의 죽음이라면 해방만세였다. </div> <div>그러나 목숨 걸고 온 길이어서 이제부터의 자신이 더 소중했고 그래서 이제부터 정말 탈출이라는 </div> <div>생각이 나를 벌떡 일으켜 세웠다.</div> <div></div> <div><br /><br />"아니야, 우리 이 지역에서 최대한 빨리 벗어나야 돼, 북한에서 중국 변방대에 연락할거고, </div> <div>그럼 여기서 어물거리다간 우린 잡혀, 그러니 조금만 더 뛰자, 시내로 들어가자"<br /><br />"어떻게? 시내가 어딘 줄 알고?”<br /><br />주변을 둘러보던 나의 시야에 마을이 보였다.<br />처음엔 그 인적이 당황스러웠지만 총구 앞에서도 탈출했다는 자신감이 머리를 쳐들었다.</div> <div></div> <div></div> <div><br /><br />"꼼짝 말고 여기 숨어있어, </div> <div>내가 만약 마을에서 붙잡히면 소리칠게, 그러면 즉시 산 속 깊이 뛰어!"<br /><br />나는 지금의 상황에선 이 선택밖에 없다고 설득했고 </div> <div>그래도 계속되는 친구의 만류를 뿌리치며 마을로 내려갔다.<br />처음 만난 사람은 아줌마였는데 "말 좀 물어봅시다!" 하는 내 말에 대꾸도 없이</div> <div>무작정 어느 집을 손으로 가리켰다.<br />나는 그가 중국인이고 그가 가리킨 곳이 조선족이 사는 집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br /><br />그 집 대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흰 개가 짖어대는 소리에 나는 식은땀이 날 정도로 놀랐다. </div> <div>친구도 뒷산에서 틀림없이 듣고 있으리라. 이 생각이 나를 금시 안심시켰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br /><br />"누구요?"<br /><br />40대 중반의 남성이 문을 열고 머리를 내밀었다.</div> <div>나는 중국 현지인을 기만하거나 설득하기엔 너무도 시간이 촉박하다는 것을 </div> <div>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즉석에서 700달러를 꺼내 보였다.<br />집주인은 돈 때문인지 아니면 나의 신변 때문인지 맨 발로 달려 나왔다. </div> <div>나를 방안으로 끌고 들어가는 힘이 황소 같았다.<br />연길시내까지만 데려달라는 내 말에는 안중에도 없이 장롱을 열어 </div> <div>가죽 잠바와 바지를 꺼내 던지며 함북 말투로 말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br /><br />"빨리 입으소."<br /><br />"괜찮아요, 이 옷은 일본 옷이에요, 관광객처럼 보이려면"<br /><br />"안돼요, 여기사람 같아야지 초소에서 단속할 때 주목받을 수 있소, 잔말 말고 이 옷을 입으소."<br /><br />"잠시 만요, 저기 친구 하나가 더 있어요."<br /><br />"엥? 그럼 왜 그러고 섰어?, 빨리 데리고 오소."<br /><br />잠시 후 내가 친구를 데리고 나타났을 때 집주인은 이미 나들이차림을 끝내고 난 뒤였다.<br />십분 후면 버스가 마을 앞에 도착할 시간이라며 서두르는 와중에 집주인은 주의사항을 알려주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br /><br />"우선 말을 일체 하지 마소. </div> <div>혹시 공안이 단속 할 때 말 시켜도 아픈 척 하고, 내가 옆에서 대신 말하겠으니 깐. </div> <div>만약 단속 당해도 중국말 모른 척해요, 여긴 중국말 모르는 조선족들도 가끔 있으니깐</div> <div>그리고 주머니에 돈이 더 있으면 나한데 다 맡기소, </div> <div>혹시 붙잡히면 내가 그 돈으로 공안과 사업 해볼 테니. 얼마나 있소?"<br /><br />나는 더 없다고 잘라 말했다.<br />그의 말대로 20분 후에 버스가 정확히 도착했다. </div> <div>수도인 평양에서도 불가능한 버스통행 정상화가 중국의 시골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혀를 차며 </div> <div>우리는 몸을 실었다. </div> <div></div> <div>두만강 기슭을 따라 한 시간쯤 달리는 동안 우리는 내내 북한 땅을 새삼스레 바라보았다. </div> <div>벗어진 민둥산들의 모습이 곧 거기에서 살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헐벗고 굶주린 처지로 보였다. </div> <div>그들에 비하면 쉼 없이 지껄이는 이 중국 시골사람들은 얼마나 축복받은 인생들인가. </div> <div>선진국민의 자유로움과 풍요가 물씬 풍겼다. 갑자기 집주인이 우리 쪽을 돌아보며 눈을 끔뻑거렸다. </div> <div>앞을 보니 검문소가 보였고 무장한 군인들이 손 흔들어 차를 세우고 있었다.<br /><br />그들이 우리를 뒤쫓아 왔고 그래서 차도 멈춰 세우는 것 같았다.</div> <div>나는 공안들이 잡는 순간 어떻게 차창 밖으로 뛰어내리고 어디로 도망칠 것인가를 재빨리 살펴보았다. </div> <div>그러고 나서 친구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잠든 척했다. </div> <div></div> <div>그 전에 친구의 감은 두 눈을 잠깐 살폈는데 눈썹을 심하게 떨고 있었다. </div> <div>나는 그를 안심시켜야겠다는 생각으로 일부러 약간 코를 골았다. </div> <div>차가 멈춰서고 문 열리는 소리가 났다. </div> <div>군화발이 올라오는 둔탁한 소리에서 총의 무게도 느껴졌다. </div> <div>큰 목청의 중국말이 오갔는데 군인이 우리를 향해 부르는 것 같았다. </div> <div></div> <div>다가오는 군화발소리, 승객들이 웅성거리는 소리....눈을 뜨면 지금 어떤 상황일까? </div> <div>군인이 우리를 노려보는 것일까? </div> <div></div> <div>머리카락마다 촉각을 곤두세우고 숨을 세고 있는데 </div> <div>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차가 움직이는 것이 아닌가. </div> <div>눈을 떠보니 정말 차가 가고 있었다. </div> <div>훗날 집주인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이렇게 말해주었다.</div> <div></div> <div></div> <div><br /><br />"공안들은 일일이 검열하기 바쁘니깐 버스에 올라와 한번 쭉 흩어보오, 탈북자 색출이 목적이니깐.</div> <div>탈북자 얼굴피부를 보면 우리랑 틀리오, 오랜 방랑생활 때문인지 새까맣고 때에 그을렸거든, </div> <div>그런데 자네들 피부는 평양사람들이어선지 우리랑 비슷해서 그냥 넘어간 것 같소"<br /><br />그렇게 피 말리는 두 개의 검문초소를 지나고서야 우리가 탄 버스는 </div> <div>앞이 확 트인 연길시내로 들어섰다. </div> <div>두만강을 넘을 때의 긴장보다 바로미터의 더 큰 순간들을 체험한 나의 온 몸은 땀에 푹 젖었다. </div> <div>이제는 공안도 찾기 힘든 시내로 들어섰다. </div> <div>이제는 13억 중국인의 품에 몸을 숨길 수 있다. 나는 격정을 주체할 수 없어서 친구의 살을 마구 꼬집었다. 그도 같은 심정인지 차창 밖을 내다보는 자신 넘친 시선에는 거침이 없었다. </div> <div>볼거리를 즐기는 여유를 과시하기나 하려는 듯 어느 한 곳을 손으로 가리키기까지 했다.</div> <div></div> <div>"연변은 세계로! 세계는 연변으로!" 라는 한글 플랜카드가 걸려있었다. </div> <div>"중국의 이 작은 마을도 세계를 지향하는데!" 하는 부러움의 탄성이 저절로 나왔다,</div> <div></div> <div></div> <div><br /><br /><font color="#c31a1b"><strong>"자본주의 바람을 막기 위해 모기장을 치자! 쇠살창을 치자!"</strong> </font>는 </div> <div>북한 구호에 익숙했던 나였기 때문에 더더욱 그 플랜카드가 충격이고 감동이었다. </div> <div></div> <div><strong>더불어 폐쇄와 야만으로부터 탈출한 우리의 용단이 천만번 옳았다는 것을 다시금 자부했다.<br /><br /></strong></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br /><br /><br />버스에서 내리자 집주인은 우리에게 손을 내밀었다.<br /><br />"자, 연길까지 왔으니 이젠 헤어지기요, 몸조심하고 잘 가오."<br /></div> <div></div> <div><br />난 그 손을 잡을 수 없었다.<br />이미 날이 어두워졌고 말도 통하지 않는 타국에서 어떻게? 어디로 간단 말인가?<br /></div> <div></div> <div><br />"정말 죄송한데 우리랑 좀 더 같이 있어주면 안 돼요? </div> <div>같이 있으면서 여기 사정도 좀 설명해주고. 공안에게 안 잡힐 지혜도 주면 안 됩니까?"<br /><br />"엥? 연길에 그럼 아무도 없다는 기요? 무작정 온 거요?"</div> <div></div> <div>친구가 한 발 나서며 말했다.<br /></div> <div><br />"친척이 있긴 한데 우린 거기로 갈 줄도 몰라요."<br /><br />난감해하던 집주인은 보기에도 딱했는지 핸드폰을 꺼내 어딘가 전화했다.</div> <div></div> <div><br /><br />"난데요, 창용인데요, </div> <div>내가 이제 두 사람을 데리고 갈 테니깐 좀 신제지오, 네, 네.. 집에서 멀지 않소"<br /><br />그가 세운 택시를 타고 우리는 연길시내 한 끝 외진 곳으로 갔다. </div> <div>매우 어렵게 사는 장모집이라는데 정작 들어가 보니 평양 중산층 보다 나은 수준이었다.<br />그날 창용 아저씨가 사 갖고 들어간 쇠고기로 우리는 온종일 주린 배를 채우며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div> <div></div> <div>김정일을 죽일 놈이라는 욕으로부터 시작한 그는 탈북자들의 처참한 방황실태와 북송참상, </div> <div>공안들의 탈북자색출 광분 등에 대해 장시간 말해주었다.</div> <div></div> <div>왜 북한 군인들이 총을 쏘지 않았는가? </div> <div>궁금해 하는 우리에게 중국 쪽을 향해 발포하면 국제 법에 어긋나기 때문이었다며, </div> <div>대담하게 잘 뛰었다고 칭찬을 했다. </div> <div>그는 탈북자를 많이 만나보았지만 700달러를 준 사람들은 당신들이 처음이라며 </div> <div>그 돈이면 견인기 한 대를 살 수 있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div> <div>그러면서 탈북자들에게 돈을 받으면 벌금을 20배로 물리니 만약 공안에 잡혀도 </div> <div>돈 이야기는 절대 해선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div> <div></div> <div>우린 그의 말들에서 여기가 탈북의 끝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고 </div> <div>그래서 기름진 음식도 제 맛을 변변히 느낄 수 없었다. </div> <div></div> <div>이 때 창용 아저씨의 핸드폰이 울렸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br /><br />"오, 나 못 들어간다고 아까 말 했잖소. 뭘? 뭘? 정말이야?"<br /><br />핸드폰을 받는 창용 아저씨의 얼굴빛이 심상치 않았다.<br />핸드폰을 내려놨을 때는 우리를 마치 처음 보는 눈으로 보기까지 하였다.</div> <div></div> <div><br /><br />"자네들 살인자나?"</div> <div></div> <div>뜬금없는 섬뜩한 그 질문에 친구와 나는 마주 보았다.<br /></div> <div></div> <div></div> <div></div> <div><br />"살인자라뇨?"<br /><br />"금방 마누라한데서 전화가 왔는데 변방대와 공안에서 마을을 수색했단 거요, </div> <div>탈북시간, 복장, 키를 말하는데 당신들 찾는 게 맞소, </div> <div>근데 문제는 북한에서 받은 통보에 의하면 당신들이 살인자라는데?</div> <div>무기도 휴대하고 탈북 했다며? 국경 연선에 지금 난리 났다잖소."<br /><br />그의 말에 나는 분통이 터졌다. </div> <div>우리가 살인자라니! 죄라면 탈북 한 죄밖에 없는 우리에게 사람을 죽인 죄를 들씌우다니!<br /><br />창용 아저씨가 가까이 다가앉으며 조용히 물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br /><br />"살인자로 수배하고 찾는걸 보니 내 보기엔 당신들이 그냥 탈북자가 아닌 것 같소, </div> <div>돈도 있고 얼굴 피부도 그렇고 평양사람들인 것을 보니 분명 먼 일을 하던 사람들인 것 같은데 </div> <div>대체 직업이 뭐였소?"<br /><br />공안의 시선이 우리를 노리는 이 시점에서 현지인에게 의존하는 것밖에는 다른 길이 없음을 알았다.<br />나는 중앙기관에서 근무했고 친구 같은 경우 김정일 가까이서 10년을 근무했다는 점, </div> <div>체제를 비관하고 남조선으로 갈려고 한다는 것까지 솔직히 말했다. </div> <div>친구가 색 낡은 편지 봉투를 보여주었다.</div> <div></div> <div></div> <div><br />"우리 친척주소인데 일 년 전에 보내온 것입니다. 이 집까지만 데려다 줘도 감사하겠습니다."<br /><br />창용 아저씨는 주소를 유심히 보더니 입을 쩍 벌렸다.</div> <div></div> <div></div> <div><br /><br />"친척이 엄청 부자인거네요, 이 주소는 여기 동북지방에서도 다 아는 부자촌인데요."<br /><br />우리에 대한 신뢰가 더 깊어졌는지 창용 아저씨의 목소리가 다시 커졌다.</div> <div></div> <div></div> <div><br /><br />"한국 갈려면 나한데 맡기오, 내 조카가 전문 그 일을 하는데 당신들 정도면 편하게 보내줄 수 있소, </div> <div>그 조카애는 한국 국정원이랑 직접 통화하는 애거든,"<br /><br />그 때 벨 소리가 울렸다.</div> <div></div> <div></div> <div><br /><br />"뭐? 뭐야? 그 말을 왜 했어. 이 바보야. 모른다고 할 거지! 알고 있었다고?"<br /><br />창용 아저씨는 이번엔 얼굴이 창백해졌고 통화가 끝나기 바쁘게 벌떡 일어서기까지 했다.</div> <div></div> <div></div> <div><br /><br />"빨리 일어섯! 공안이 이쪽으로 오고 있소. 장모집주소를 물어 봤대"<br /><br />새벽 두 시에 우린 다시 밖으로 나왔다. </div> <div>창용 아저씨는 내가 처음 만났던 중국 여자를 개년이라며 화를 냈다. </div> <div>그러더니 돈을 받지 말아야 하는데, </div> <div>다시는 탈북자를 돕지 않겠다고 결심했는데,라는 말을 여러 번 반복했다.<br /></div> <div><strong>문제는 정작 밖으로 나오긴 했지만 더 이상 갈 곳이 없다는 것이었다.<br /></strong></div> <div></div> <div></div> <div><br />장모 집에서 멀리 떨어져 우두커니 서있는 창용 아저씨의 뒷모습을 보니 </div> <div>우리의 미래보다 더 어두워 보였다. </div> <div>우리는 붙잡히면 자살할 각오라도 있지만 그에게는 불안과 후회의 고통밖에 없어 보였기 때문이었다.<br /></div> <div></div> <div></div> <div><br />"아 맞다. 거기로 가자!"</div> <div></div> <div>창용 아저씨가 문득 소리쳤다.<br /><br />그의 설명에 의하면 장모집 건너편에 빈 집이 하나 있는데 밖으로 </div> <div>자물쇠를 채우고 들어가 있으라는 것이다. </div> <div>우리는 위험근처로 가기 싫다고 했지만 창용 아저씨는 공안이 수시로 순찰하는 이 밤에 </div> <div>거리를 방황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며 장담했다.</div> <div></div> <div></div> <div><br />"등잔불 밑이 어둡다잖소, 그리고 공안이 자물쇠가 채워져 있는 빈집에 어떻게 들어가오?"<br /><br />우리는 그 빈집에서 삼일을 보냈다. </div> <div>한국 들어간 조카가 낼 온다며 무조건 자기를 기다리라 했다는 것이다. </div> <div>음식은 창용 아저씨가 어둔 밤에 한 번씩 세끼 빵을 넣어주었다. </div> <div>차라리 부잣집 친척집에 가 있는 것이 더 편하지 않냐고 물어보았다. 우리는 결단코 반대했다. </div> <div></div> <div>우리 신분이 이미 단속됐던 6중대에서 노출이 됐고, 3일이라는 시간 안에 공안은 북한으로부터 </div> <div>우리에 대한 충분한 자료를 받았을 것이다. </div> <div>안내 용의자에 불과한 창용 아저씨의 장모집도 알아낸 공안이 추적범의 친척집을 </div> <div>수사선상에서 빼놓는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설명했더니 머리를 끄덕였다.<br /><br />그 날도 북한이야기와 조금 엿 본 중국 시골의 발전모습에 대해 장시간 이야기하다 잠들었을 때였다.</div> <div>시끄러운 중국말과 군화발소리에 눈을 뜬 나는 급히 친구를 깨웠다.</div> <div>숨죽이고 밖의 동정을 살피던 우리는 동시에 방 한 구석으로 뒷걸음쳤다. </div> <div>손전등을 켠 누군가 우리가 숨어있는 집을 기웃거리더니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다. </div> <div></div> <div>자물쇠를 거칠게 흔들 때에는 가슴을 마구 헤집는 것 같았다. </div> <div>문이 열렸다. </div> <div></div> <div>거구의 한 사나이가 불쑥 들어오다가 우리를 보고 흠칫했다. </div> <div>보기에도 두려운 군복 입은 공안이었다. </div> <div>그는 우리가 두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괴성을 지르며 달려 나갔다. </div> <div>나는 방바닥에서 무엇인가 찾고 있는 친구의 등을 세차게 때렸다. </div> <div></div> <div>"뭘 해?!"<br /></div> <div></div> <div></div> <div><br />나는 낮에 내다보군했던 높은 울타리를 어떻게 날아 넘었는지 모른다. </div> <div>앞에서 달려가는 형체를 쫓아 정신없이 뛰면서 나는 살아야 한다! 살아야 한다! </div> <div>이렇게 계속 중얼거렸다. </div> <div></div> <div>그렇게 한참을 달리다가 우뚝 멈춰서고 말았다. </div> <div>친구인줄로만 알았던 앞의 그림자가 송아지였던 것이다.</div> <div>도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 다시 돌아섰다.</div> <div></div> <div>이 골목 저 골목 헤매면서도 우리가 숨어있던 빈집 근처를 어지럽게 비치는 </div> <div>12개의 손전등을 빠짐없이 세었다. </div> <div>저 12개 불빛 중 하나라도 놓치지 말아야 나의 은밀한 행동이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br /><br />나는 친구가 처음 뛸 때와 추정방향을 추적해보려 애쓰며 허리를 굽히고 이리저리 헤맸다. </div> <div>그때 인기척이 들렸다. </div> <div></div> <div></div> <div>돌아보니 손전등 불빛이 아주 가까운 곳에서 오고 있었다. </div> <div>허둥거리던 나는 마침 앞에서 서성거리던 황소 뒤로 몸을 숨겼다.</div> <div>공안과 나와의 거리는 불과 5미터도 안되었다. </div> <div>황소 배 밑으로 뻗은 내 두 다리를 보지 않을까 숨이 컥컥 막혔다. </div> <div>나를 의식해서인지 황소는 비실비실 피하다 못해 달렸고 나는 그 뒤에 숨어 어쩔 수 없이 </div> <div>가시나무에 찔리고 뜯기는 채로 뛰고 또 뛰었다. </div> <div></div> <div>그렇게 찰나의 위험을 넘기는 동안 어느새 날이 푸름푸름 밝아왔고 공안 승합차가 가는 모습도 보였다.</div> <div>나는 그때야 쑤시다 못해 무감각해진 발이 양말도 안신은 맨발이라는 것을 알았다. </div> <div>주저앉았다. </div> <div></div> <div>두 손으로 발을 비비면서도 승합차에 친구가 실려 간 것만 같아 눈물이 났다. </div> <div>나의 착한 친구가 반항도 못하고 짐승처럼 끌려가는 상상에 주먹으로 눈물을 닦고 또 닦았다. </div> <div>그런데 한참 후 어디선가 나를 찾는 가느다란 목소리가 들렸다. </div> <div>머리를 버쩍 들고 그 쪽을 바라보니 친구였다. </div> <div>그것도 산 중턱 나무 뒤에 숨어 머리만 내밀고 웃으며 손을 흔드는 것이 아닌가.<br /><br />나는 단숨에 달려 올라갔다. </div> <div>친구의 앞에 섰을 때는 주먹으로 힘껏 얼굴과 가슴을 때리며 소리쳤다.</div> <div></div> <div></div> <div><br /><br />"웃음이 나와? 너 혼자만 살자고 이렇게 멀리 왔냐? 이 나쁜!"</div> <div></div> <div>어질기 짝이 없는 친구는 매를 그냥 맞아주었다. </div> <div>내가 뒤에 따라 선 줄 알고 여기까지 오게 됐다는 말도 다 맞고서야 꺼냈다. </div> <div>우린 끝내 연인처럼 그러안고 소리 내어 엉 엉 울었다. </div> <div>울면서 서로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연발했다. </div> <div></div> <div>친구가 불의에 들이닥친 급박한 상황 속에서도 내가 북한에서부터 가져온 시집을 챙겨왔다는 것을 </div> <div>알았을 땐 더 미안하고 죄송했다. </div> <div></div> <div>그날의 아픔과 설음, 두려움의 때로 얼룩진 노트가 바로</div> <div>2008년 12월 9일 일본 NHK가 9시 뉴스특보에서 카메라에 담았던</div> <div><strong><font color="#c31a1b">"내 딸을 백 원에 팝니다."</font></strong> 원본이다.<br /><br /></div> <div></div> <div><br /><br /></div> <div></div> <div><br /><br />공안이 없음을 분명히 확인한 우리는 날이 어두워질 무렵 마을로 내려갔다.<br />물론 둘 다 맨 발로 말이다.</div> <div>창용 아저씨는 장모로부터 꾸중을 받았었는지 들어오라는 말 대신 황급히 밖으로 뛰쳐나왔다.<br />나는 우리가 무사함을 무척 기뻐해주는 그가 친삼촌처럼 느껴졌다.</div> <div></div> <div><br /><br />"당신들 짐을 공안에서 다 가져갔소. 그 안에 뭐가 들어있었는데?"<br /><br />중국어 책과 속옷들이었다는 대답에 돈은 없었냐고 다시 물었다.<br />돈 소리에 창용 아저씨 등 뒤에 서있던 친구 얼굴이 갑자기 사색이 됐다. </div> <div>나는 그가 입을 열기 전에 재빨리 대답했다.</div> <div></div> <div></div> <div><br /><br />"돈은 있어요, 내가 갖고 있었어요."<br /><br />친구가 정말이냐는 눈으로 날 쳐다볼 때 마침 </div> <div>장모의 목소리가 들렸고 창용 아저씨는 집안으로 들어갔다.</div> <div></div> <div></div> <div><br /><br />"정말 돈을 갖고 있어? 외투 주머니에 있었던 거 아니야?"<br /><br />친구가 기대 절반 의문 절반으로 물으며 다가왔다.<br />나는 그를 마당 한 구석으로 끌고 갔다.<br /></div> <div></div> <div><br />"똑똑히 들어, 우린 지금 한 푼도 없어, 빈털터리라고, 그러나 있는 척 해야 돼, </div> <div>저 사람은 가면 그만이지만 우린 저 사람을 잃으면 끝이야, 내 말 알겠지?"<br /><br />창용 아저씨가 보따리 하나를 챙겨 나왔다.<br />우린 서둘러 대충 맞는 신발과 솜옷들을 골랐다.<br />그리고 다시 산으로 들어갔다.<br /><br />창용 아저씨는 절대 불을 피워선 안 된다며 조카가 이틀 더 늦는다고 했으니 </div> <div>그때까지만 부디 얼어 죽지 말라고 하였다. </div> <div>공안이 탈북자들을 잡아들이는 이유 중 하나가 탈북자들 때문에 산불이 많이 나서라고 했다. </div> <div>그러면서 장모 집에서 자기가 더 머물고 장모 속을 편하게 해주려면 돈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div> <div>나는 몹시 화가 난 척 하며 조카가 온 다음에 보자고 단호히 잘라 말했다.<br /></div> <div><br /><strong>친구와 나는 이렇게 창용 아저씨가 이틀 동안 날라 준 페트병의 뜨거운 물을 그러안고</strong></div> <div><strong>산 속에서 모포 하나로 붙어살았다.<br /></strong></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br />"우리 서로 여자라고 생각하자"<br /><br />한번은 친구가 불쑥 던진 이 말이 어찌나 웃겼던지, 우린 정말 아주 오랜만에 웃어보는 것 같았다. </div> <div>아니 그 짧은 웃음에서 삶이란 이리도 다양하고 그래서 생존만으로도 아름답다고 여겨졌다. </div> <div>그 이틀 밤의 정취를 나는 죽을 때까지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div> <div>밤이 점점 깊어지니 산 속의 신비가 태동했다. </div> <div>언젠가 원산 밤바다 기슭에서 끊임없는 파도소리가 심경을 사로잡았었던 기억이 있다. </div> <div></div> <div>그런데 그 바다처럼 산도 밀림이 설레는 소리로 마치 생명이 숨 쉬는 듯 했다. </div> <div>우리는 고난의 자신들이 뿌듯했다. </div> <div>사람은 자연 속에 산다고 하지만 바람을 머금고 산 정상에서부터 밀려 내려오는 소리를 온 밤 듣는 </div> <div>경험자가 얼마나 되랴, 우리는 골짜기 따라 내려오는 1월의 찬바람을 피해 이리저리 자리를 옮기며 </div> <div>두고 온 집이야기와 북한에서의 나날들을 옛말처럼 주고받았다. </div> <div></div> <div>그래선지 별들이 또렷한 밤하늘을 우러르며 </div> <div>두 손 모아 한국행의 소원을 빌 때는 눈시울이 젖기도 했다. </div> <div></div> <div></div> <div><strong><font color="#c31a1b">십년세월 이 고생해도 그 땅으로 갈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font></strong></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우리에겐 그날의 대한민국이 별 만큼이나 아득히 멀었다. </div> <div>다음날 창용 아저씨가 우리와 비슷한 또래의 젊은이를 데리고 나타났다. </div> <div>신광용으로 자기 이름을 소개한 그는 대뜸 확인 차원이라며 신분증부터 요구했다. </div> <div>신분증안의 날짜들과 도장이며 인쇄 질감에 이르기까지 전문가처럼 꼼꼼히 체크한 그는 </div> <div>어디엔가 전화를 걸었다.</div> <div>잠시 후 산 중턱까지 닛산 지프차 한 대가 올라왔다. </div> <div>듣던 바대로 견인기구입에 들떠있던 창용 아저씨와는 차원이 달라보였다. </div> <div>우리는 창용 아저씨와 포옹으로 이별인사를 마치고 차에 올랐다. </div> <div>한국 가면 은혜 갚으려 꼭 오겠다는 인사도 잊지 않았다. </div> <div></div> <div>물론 돈은 주지 않았다. </div> <div>다행히도 창용 아저씨가 자기에게 700달러를 준 사실을 조카에게 비밀로 해달라고 애원했기 때문이다.<br /><br />차는 젊은 신광용 이처럼 힘 있고 멋쟁이였다. </div> <div>스피커에서 울리는 노래가 한국가요여서인지 내친 기세로 한국까지 쭉 갈 것만 같았다.</div> <div></div> <div><br /><br />그러나 차가 도착한 곳은 연길 시내 어느 번화가였다. </div> <div>그동안 사람을 무서워했던 우리에겐 번잡함이 어마어마한 공포였다. </div> <div>광용은 그동안 우리가 겪었던 악몽 같은 사정들을 아는지 모르는지 차에서 빨리 내리라고 하였다. </div> <div></div> <div>좀 뒤떨어져 오면<strong><span style="font-size: 12pt"> "얼른 오소!"</span></strong><span style="font-size: 12pt"> </span>하고 소리쳤고, </div> <div>공안들이 사방에서 얼른거리는 백화점에 들어서선 큰 소리로 내 이름을 부르기까지 하였다. </div> <div>안하무인인 그의 행동은 괴로운 정도가 아니라 고문하는 것 같았다. </div> <div></div> <div>그는 일단 백화점에서 옷과 신발들을 사주었다. </div> <div>나는 그때 거울을 들여다보다 깜짝 놀랐다.</div> <div></div> <div>이 얼굴로 여기 서있단 말인가? </div> <div>서둘러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옷은 괜찮으니 선글라스를 사달라고 했다. </div> <div>광용은 그게 더 의심스럽다고 했고 우리는 그냥 소원했다. </div> <div>그 이후부터 친구와 나는 선글라스신사가 됐다. </div> <div>검은 안경알 뒤에 자신들이 감쳐줬다고 생각하니 어깨가 펴졌다. </div> <div>그 선글라스가 없었다면 광룡이가 내민 카메라 앞에도 감히 서지 못했을 것이다. </div> <div></div> <div>자기가 사용한 돈과 사준 상품들을 윗사람들에게 확인시켜줘야 한다며 </div> <div>광용은 사진을 찍어줄 것을 요구했던 것이다. <strong>그런데</strong> <strong>찍고 보니 뒤에 공안들이 서있었다.<br /></strong></div> <div><strong></strong></div> <div><strong> <div><br />그날은 참으로 호의호식하는 날이었다. </div></strong></div> <div><br />그날은 참으로 호의호식하는 날이었다. </div> <div>비싸 보이는 식당에서 푸짐하게 먹었고 우리는 난생처음 남녀공용의 찜질방이란 곳에도 갔다.<br /><br />역시 개혁개방은 달랐다. </div> <div>어떻게 전혀 모르는 남녀들이 집체적으로, </div> <div>그것도 속옷차림으로 한 공간에서 버젓이 잘 수 있단 말인가. </div> <div></div> <div>이런 것이 바로 북한에서 말하던 자본주의 황색바람이었구나</div> <div>빈번히 놀라는 평양촌놈 우리에게 광용은 진짜 자본주의 맛을 보여주겠다며 <span style="font-size: 9pt">"때밀이"</span> 라는 사람을 </div> <div>불렀다. </div> <div></div> <div>돈만 주면 내 때도 벗겨주다니. </div> <div>나는 "때밀이" 아저씨가 힘을 쓰는 동안 너무도 송구하고 크게 신세지는 것 같아 몸 둘 바를 몰라 했다. </div> <div>자정 무렵 우리가 간 곳은 신광용의 집이었다. </div> <div>마중 나온 스물다섯 돼 보이는 여자를 자기 와이프라고 소개했는데 나는 그때 여자를 그렇게 </div> <div>가까이서 본 다는 것이 좀 별스러웠다. </div> <div></div> <div>우리가 무인도에서 인간세상으로 온 느낌이랄까, </div> <div>폐가 같은 빈집도 아니고 산속도 아닌 바닥이 따뜻한 아파트에서 이불을 덮고 잔다는 것 또한 </div> <div>이상할 정도였다. </div> <div>다음날 일어나니 신광용은 어디 나갔다 왔는지 금방 들어온 옷차림이었다. </div> <div>전날과는 달리 한 마디도 안했고, 아침식사를 끝내고 난 후에는 우리에게 종이와 볼펜을 각각 주었다. </div> <div></div> <div>자기프로필과 가족관계, 한국 정부 앞으로 제공할 수 있는 북한의 비밀정보들, </div> <div>그리고 탈북이유까지 한 치의 거짓 없이 적으라고 하였다. </div> <div>그가 특히 강조한 것은 비밀정보인데 그것은 자기도 다 알아서는 안 되니 간단하게 제목처럼 </div> <div>요약만하라고 하였다. </div> <div></div> <div>비밀이 뭘까? 어떤 게 정보일까? 아무튼 그의 요구는 국가조치처럼 무언가 숭엄한 감이 들었다. </div> <div>나는 글을 배우고 난 후 그렇게 심혈을 기울여 곱게 써 본적이 없었다. </div> <div>친구도 대한민국 대통령 앞으로 편지 쓰듯 정성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div> <div></div> <div>신광용은 우리의 자필서류들과 쇼핑사진, </div> <div>그리고 신분증 복사사진을 우편봉투 안에 넣으며 한국에선 이럴 땐 <font color="#c31a1b"><strong><span style="font-size: 12pt">파이팅!</span></strong><span style="font-size: 12pt"> </span></font>한다고 했다.<br /></div> <div></div> <div></div> <div><br />우리는 그 때부터 수 없이 맘속으로 파이팅! 을 곱씹었다. </div> <div>우리가 더 자신했었던 것은 신광용의 처가 함북출신 탈북자라는 것을 안 후부터였다. </div> <div>오갈 데 없는 탈북자를 아내로 맞은 그의 인간성이 돋보였고 그 믿음만으로도 우리는 </div> <div>두려움에서 해방되어 행복했다.<br /><br />그러나 파이팅 10일이 지나도록 그가 장담하던 기적은 오지 않았다.</div> <div><br /><br />당신들을 더 숨겨주고 싶은데 돈이 떨어져간다는 광룡의 한숨도 점 점 커져갔다. </div> <div>나는 우리가 왜 이 집에 계속 있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속 시원히 알아야 했다.</div> <div></div> <div></div> <div><br /><br />"오늘은 말 좀 합시다. 도대체 누굴 기다리는 것이고 어디까지 우리 문제가 진전 된 겁니까?"<br /><br />신광용은 처에게 술심부름을 시키고 정색해서 입을 열었다.</div> <div></div> <div></div> <div><br /><br />"내가 잘 알던 한국사람이 있어요, </div> <div>탈북자 문제에 관심이 많은 분인데 내 생각엔 국정원 같소, 돈도 몇 번 받았고, </div> <div>평양출신 탈북자가 있으면 자기에게 바로 연락하라고 했고, 또 있느냐 자주 물어보기도 했소, </div> <div>그래서 당신들 문제를 그에게 이야기했소, 서류도 그 사람에게 보낸 것이고, </div> <div>처음엔 돈도 보내고 당신들의 안전을 잘 부탁한다고 하더니 지금은 연락이 안 되네요, </div> <div>핸드폰 번호조차 바꿔버렸어요,"<br /><br />나는 그 상황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다. </div> <div>국정원 직원인지 아닌지도 모르는 사람을 우리가 지금껏 구세주처럼 기다렸단 말인가?<br /><br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앞으로의 기다림도 무의미할 것이라 생각하니 막막했다. </div> <div>정말 다른 방법이 없을까? 신광용은 베트남이나 몽고, 혹은 태국으로 가는 길이 있다고 했지만 </div> <div>우리로선 용기가 나지 않았다. </div> <div>국경에서 연길까지 나오는 이 수 백리에서도 여러 번 생사를 넘었는데 그 먼 길을 또 어떻게?<br /><br /><strong>결론은 돈이었다. </strong></div> <div><strong>더 있자고 해도 돈이고 길을 떠나자고 해도 돈이었다.<br /></strong></div> <div></div> <div><br />친구가 친척 주소를 다시 꺼내왔다. </div> <div>창용 아저씨와 똑같이 부자촌이라며 감탄하던 광용은 핸드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br />중국말이어서 알아들을 순 없었지만 기분 좋은 통화인 것만은 분명해 보였다. </div> <div>통화 후 광용의 말은 거의 감격 수준이었다.</div> <div></div> <div><br /><br />"이 친구가 기잔데 애 말로는 친척이 맞다면 한국 가는 것은 문제도 아니라오. </div> <div>그러고 보니 이 이름을 나도 아는데 항일열사로 중국 교과서에도 나와 있는 분이에요. </div> <div>그 자녀들도 심양에 나가 한 자리씩 하고 있고, 정말 친척이 맞소?"<br /><br />친구의 선친들 또한 항일투사로, 북한에서도 충신의 귀감으로 인민들에게 선전되고 있다는 말에 </div> <div>광용은 우리의 한국행을 백퍼센트 확신했다.</div> <div>아니 확신을 넘어 자기 처도 이번 기회에 남한으로 함께 데려가 달라고 부탁까지 하였다. </div> <div>탈북자의 남편으로 인정 될 경우 조선족의 한국국적 취득이 가능하다며 광용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div> <div></div> <div>우리는 한시도 지체할 수 없었다. </div> <div>아침이면 중국 공안의 매복감시에 적발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이 밤에 당장 찾아가기로 하였다. </div> <div>셋은 밖으로 달려 나가 택시를 잡아탔다.</div> <div></div> <div><br /><br />좋은 택시여야 공안이 설사 근처에서 지키고 있어도 의심 못한다며 비싼 택시를 골라 탔다.</div> <div>30분 쯤 달려 도착해보니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궁궐 같은 집이었다. </div> <div>주변이 너무 환해 어떤 문제가 생길 경우 탈출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 </div> <div>의심스러운 승합차가 서있는 것도 보였다. 하여 나는 집근처를 두 바퀴 더 돌자고 했다. </div> <div>앞 현관과 이어진 골목들과 담장 주변을 아무리 살펴도 차를 이용하지 않고서는 불의의 정황에 </div> <div>대처하기 힘들어보였다.</div> <div><br /><br />우리는 논의 끝에 택시를 뒷골목에 세워두고 광용이를 우선 보내기로 했다. </div> <div>광용이가 친척을 만나 시간과 약속을 따로 정하고 믿지 못할 경우 택시 있는 곳까지 직접 데려오기로 </div> <div>했다. </div> <div></div> <div>그렇게 광용이가 가고 나서부터 나와 친구는 손에 땀을 쥐고 기다렸다. 한초 한초가 일 년 같았다. </div> <div>친구도 조바심이 났는지 한 바퀴 더 돌자고 했다. </div> <div>그러나 우리 둘 중 누구도 그 말을 중국택시기사에게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div> <div>30분쯤 됐을 때 광용이가 쫓기듯 달려왔다. </div> <div></div> <div>택시에 오르자마자 빨리 출발하자고 두 팔을 마구 흔들었다. </div> <div>좀 전의 그 어떤 긴장 때문인지 계속 뒤를 돌아보며 숨을 헐떡였다.<br />예전 같으면 자기 집 앞에 세웠을 택시도 훨씬 멀리 지나쳐 세우게 했다.<br /><br />그리고 들려주는 그의 말은 전율, 그 자체였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br /><br />"그 집 아들이라고 나왔는데 자긴 사촌 따위는 알고 싶지도 않대, </div> <div>아버지가 이미 사망했기 때문에 더 상관없다면서 뭐라는 줄 아오? 그 놈이 살인했다며? </div> <div>살인자가 어떻게 이 집에 오냐고! 공안에서 24시간 지키고 있으니 잡히지 않겠으면 </div> <div>두 번 다신 나타나지 말라고 하는 거요. </div> <div>그래서 설득하려는데 아까 승합차 봤지요? 거기서 두 놈이 내려오더니 나에게 달려오는 거요"</div> <div><br /><br />나는 듣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서늘했지만,</div> <div><strong>친구는 한 쪽에 쭈그리고 앉아서 서럽게 울고 있었다...<br /></strong><br /></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 align="center"><font color="#000000">출처= 작성자삥신새끼 님</font></div> <div align="center">출처 네이트판 바코드님</div></div></div></font></font></font></font></font></font></font></font></div> <div align="left"> <div align="left">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strong></strong></div> <div><br />나는 한국에서 홀로 힘들 때마다 긴장과 공포로 숨 가빴던 탈북 순간들을 생각해보곤 한다. </div> <div>국적을 버릴 자유까지 허용돼 있는 자유민주주의 사고로는 탈북이란 것이 얼마나 위험천만한 결단인지 </div> <div>가늠조차 힘들 것이다. </div> <div>자기는 이미 목숨을 버렸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탈출할 수 없는 것이 북한 땅이다. </div> <div>아니 붙잡힐 경우 자기 뿐 아니라 가족은 물론 친척들의 운명까지도 위협하는 죽음보다 더 큰 고통이다.<br /><br />내가 친구와 함께 국경연선에 도착한 시기는 오줌 싸면 얼어서 떨어진다는 2004년 </div> <div>북방의 추운 1월이었다.</div> <div>초기 계획은 산 속 수림에 숨어 있다가 국경 경비대원들이 지나가고 나면 두만강을 넘는 것이었다. </div> <div>그런데 정작 현장에 도착하고 보니 산은 높은데 몸을 숨길 나무가 한 그루도 보이지 않았다.<br /><br />친구와 나는 평양 밖을 벗어나 본적 없기 때문에 수 천리 떨어진 국경지역에선 </div> <div>거의 눈 뜬 소경과 다름없었다. </div> <div>그래서 맞춤한 탈북 장소와 기회를 노리며 두만강연선을 따라 온종일 걸은 길이 백리나 되었다. </div> <div>밤 열시 경, 한치 앞도 헤아리지 못할 캄캄칠야는 우리를 대담하게 했다. </div> <div></div> <div>하여 마침내 강기슭으로 들어서는데<strong><span style="font-size: 12pt"> "손 들엇!"</span></strong><span style="font-size: 12pt"> </span>하며 풀숲에서 병사가 불쑥 일어서는 것이 아닌가.<br /></div> <div></div> <div><br />그때 반사적으로 내 팔을 꽉 잡는 친구의 손이 나를 더 전율케 했다.</div> <div>때려눕힐까 하고 생각하는 찰나 그 병사가 이번엔 호각을 불었다. </div> <div>그러자 의외로 아주 가까운 곳에서 여럿의 손전등들이 켜지며 우릴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div> <div>변명의 여지조차 없이 우리는 총구들에 떠밀려 국경경비총국 6중대 병실에 들어섰는데 </div> <div>가장 눈에 보이는 것이 <strong><font color="#c31a1b">쇠살창으로 가려진 작은 감옥과 매달린 수갑들이었다.</font></strong></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br /><br />"어떻게 이 밤에 두만강으로 접근하신 겁니까? 신분증과 통행증을 봅시다."</div> <div></div> <div>북한 특권층의 아들이었던 친구는 생전 처음 당해보는 총구 앞에서 </div> <div>누가 봐도 탈북 용의자로 확신할 만큼 온 몸을 심하게 떨고 있었다.</div> <div></div> <div></div> <div><br /><br />"우선 이 친구가 너무 추워하니깐 몸 좀 녹이게 해주시오."<br /><br />그러면서 나는 신분증을 꺼내려 안주머니 손을 넣었는데 쿵쿵 뛰는 심장이 만져졌다. </div> <div>가죽 케이스에 당마크가 새겨진 나의 신분증을 받아 쥔 중대장은 놀란 눈으로 자리에서 일어섰다.</div> <div>국경 연선에서 오랜 중대장 경험을 가진 그 군관도 아마 당마크와 빨간 색깔의 조선노동당중앙위원회 </div> <div>도장이 박힌 신분증을 처음 보는 듯싶었다.<br /><br />북한의 최고위 신분증은 금박으로 당마크가 새겨진 당 신분증과 국장이 새겨진 내각 신분증이 있다. </div> <div>그 중에서도 당마크는 북한의 절대권력 기관인 조선노동당 신분을 의미하기 때문에 무소불위의 총구도 </div> <div>공손해지기 마련이다. </div> <div></div> <div>더욱이 당 통전부는 대남공작이란 특수성이 부여되기 때문에 적화통일의 무기를 쥔 병사들에겐 </div> <div>신비감을 조성한다. 그렇다 할지라도....</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br /><br />“왜 국경에 접근했습니까?”</div> <div></div> <div>중대장은 신분증의 무게와 달리 </div> <div>너무 어려보이는 내 나이를 의심하는지 아래위를 흩어보며 물어보았다.<br /></div> <div></div> <div></div> <div>"무산 시당에 간부사업 가던 중 너무 밤이 깊었고 춥기도 해서 </div> <div>군인병실이라도 찾아서 하루 밤 자고 가려했을 뿐인데"<br /><br />"아닙니다, 강에 발을 짚었습니다!"<br /><br />우리를 단속했던 그 재수 없는 병사가 막 소리 질렀다. </div> <div>나는 이럴 땐 무엇보다 배짱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br /><br />"이 멍청한 놈! 너 어디 감히 총을 들이대고 그래? 아까 널 한 대 쥐어박으려다 참았어!"<br /><br />중대장이 짧게 지시했다.</div> <div></div> <div><br /><br />"무산시당에 전화해봐, 통전부에서 간부사업 약속 있었는지"<br /><br />나는 온 몸이 무너져 내려앉는 것 같았다. </div> <div>난로 앞에서 손을 비비고 있던 친구도 나를 쳐다보는 눈이 끝장이라고 말하는 듯싶었다. </div> <div>그런데 세상에 이런 일이!</div> <div></div> <div></div> <div></div> <div><br /><br />"중대장동지, 정전이어서 무산시당에 전화가 연결 안 됩니다."<br /><br />그 말을 듣는 순간 살수 있다는 희망이 내 발밑에서부터 머리까지 치달아 올랐다.</div> <div></div> <div><br /><br />"그럼 내일 확인하기로 하고 일단 좀 자게 해줘! 어 중대장? 우린 피곤해!"</div> <div></div> <div>그때 순찰교대를 했는지 한 개 분대가 쓸어 들어왔다. </div> <div>누군가고 서로 물어보던 병사들 중 소위 계급을 단 군인이 유심히 들여다보던 신분증을 흔들며 소리쳤다.<br /></div> <div></div> <div></div> <div><br />"어따, 여기 근무하면 혹시 오광일이라고 알아요?"<br /><br />오광일? 기억을 애써 더듬는데 갑자기 친구가 말했다.<br /></div> <div></div> <div></div> <div><br />"김책시에 사는 오광일이? 아버지가 김책시당 책임비서 하는 그 애?"<br /><br />소대장의 얼굴에 금시 화색이 돌았다.</div> <div></div> <div></div> <div><br /><br />"네 맞아요, 맞아요, 중대장동지 그 시당책임비서 아들이 내 친구예요"<br /><br />중대장은 의심과 신뢰가 교차하는 얼굴로 소대장과 내 친구를 번갈아보았다. </div> <div>나는 하늘이 준 기회다 싶어 큰 목청으로 말했다.</div> <div></div> <div><br /><br />"그 오광일이가 정말 친구 맞어? </div> <div>친구의 친구를 여기서 보다니, 그럼 우리 여기서 좀 재워줄 수 있어?"<br /><br />나는 중대장이 다른 생각을 할 틈이 없이 배낭에서 술과 담배를 꺼냈다. </div> <div>그날 일부러 술을 세잔이나 마셨지만 취하지 않았고 소대장 이불을 쓰고 누웠지만 잠도 오지 않았다. </div> <div>순찰근무 교대는 한 시간에 한 번씩 하였고 초소로 나갈 때마다 병사들은 실탄과 심지어는 수류탄으로</div> <div>무장하곤 했다. </div> <div>다음날 아침 우리는 소대장이 쓴 우정의 편지를 받고 다시 길을 떠났다. </div> <div>은밀한 어둠만을 믿었던 우리에게 병실에서 본 경계의 밤은 거의 절망적이었다. </div> <div>친구가 불쑥 물었다.<br /></div> <div></div> <div></div> <div></div> <div><br />"우리 다시 평양으로 들어갈까?"<br /><br />우리는 두만강이 옆에서 흐르는 둔덕의 레일위에 맥없이 마주 앉았다.</div> <div></div> <div><br /><br />"우리가 직장에 출근하지 않은지 벌써 3일이 됐어. </div> <div>이 시간이면 벌써 평양에선 비상이 걸렸을 거야. 알잖아, 당 규정을! 이젠 돌아설 수 없어"<br /><br />"방법은?"</div> <div></div> <div>친구는 마치도 포기하는 방법을 묻는 듯싶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br /><br />"방법은 기상천외야, </div> <div>군인들이 우릴 보는 밤이 아니라 우리가 역으로 그들을 볼 수 있는 대낮이야, 지금 뛰자!"<br /><br />우린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이 재빨리 본능적으로 나는 중국 땅을 살폈고 친구는 북한 땅을 흩었다.<br /></div> <div></div> <div></div> <div><br />"군인들이 안보이니 셋까지 세고 뛰자"<br /><br />"하나, 둘, 셋!"<br /><br />우린 서로를 마주보며 비장하게 셋을 합창했지만 일어서는 데는 똑같이 실패했다.<br />군인들이 문제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의 문제라는 인식 앞에서 친구와 나는 땅이 꺼지게 한숨을 쉬었다.<br />그렇게 말없이 십 분이란 시간이 흐르자 국경의 고요로부터 서서히 충전되는 </div> <div>새로운 담력이 심장을 달구었다. </div> <div></div> <div>우린 마침내 말없이 손을 맞잡았다. </div> <div>서로의 체온을 확인하는 순간 운명의 끝에 함께 섰음을 느끼게 되었다.</div> <div>아니 이미 더 돌이킬 수 없는 행동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div> <div>우린 동시에 힘 있게 솟구쳤다. 그리고 돌처럼 단단한 두만강 얼음위로 달리기 시작했다. </div> <div>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div> <div>소원의 순간이었고 실행의 순간인 것이다. </div> <div>뛰어가는 발걸음마다 운명을 두드리는 듯 요란했다.</div> <div><br /><br /><strong><font color="#c31a1b">그런데 뒤에서 누군가 소리치는 것이 아닌가?<br /></font></strong></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br />"저 놈들 봐라! 저 놈들 잡아라."</div> <div><br />능적으로 돌아보던 나는 아연했다. </div> <div>우리가 뛰어 온 그 몇 미터 굽이돌이에 바로 병사들 한 무리가 총 들고 서있는 곳이 아닌가. </div> <div>격발장치를 당기며 총구를 겨누는 것까지 보고 뛰자니 갑자기 뒤통수가 불로 지지는 것처럼 뜨거워졌다. </div> <div></div> <div>죽었구나! 아니 죽지 않으리라! </div> <div>우리는 멀리 보이는 중국의 이름 모를 산만 노려보며 그곳을 향해 서로에게 의지한 채 뛰고 또 뛰었다.<br /><br />한 발을 짚을 때마다 뼈 없는 살처럼 주저앉았고 또 다른 발을 내 밀어도 마찬가지였다. </div> <div>산이 가까워질수록 따라오는 주먹들도 가까워지는 것만 같아 차마 돌아 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div> <div>그렇게 달리는 동안 이상하게도 나는 공포를 초월하는 분통함이 치솟았다. </div> <div></div> <div></div> <div></div> <div><strong>이 몇 미터 강을 넘지 못해 이때껏 북한에서 짐승처럼 살았는가! </strong></div> <div><strong>이 몇 미터가 그렇게 혹심한 인권의 차이였던가!</strong></div> <div><strong>이 몇 미터를 달리는데 나는 왜 죽는다고 생각하는가!<br /></strong></div> <div><strong></strong></div> <div><strong></strong></div> <div><strong> <div><br />드디어 북한과 달리 수림으로 우거진 중국 산기슭에 엎어졌을 때는, </div></strong></div> <div><br />드디어 북한과 달리 수림으로 우거진 중국 산기슭에 엎어졌을 때는, </div> <div>따라오는 북한병사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을 때는 서로를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 </div> <div>살았다고 소리 지르고 싶었지만 쫓겨 온 남의 나라가 쫓아오는 자기 나라보다 더 은혜롭고 </div> <div>감사함에 억이 막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div> <div>그래선지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떠나온 북한 땅을 마지막으로 바라보던 친구는 </div> <div>돌을 쥐고 힘껏 던지기도 하였다.<br /><br />이어 친구는 나무가 울창한 산의 깊은 내면에서 안정감을 얻었는지 </div> <div>두 팔을 기껏 벌리고 눈 위에 덥석 드러눕기까지 했다.</div> <div></div> <div></div> <div><br /><br />"우리 이 산에서 며칠 푹 쉬자. 난 이젠 이 산에서 얼어 죽어도 좋아"<br /><br />나도 그러고만 싶었다. </div> <div>수령제일주의도, 집체주의도, 국가보위부도 없는 이곳에서의 죽음이라면 해방만세였다. </div> <div>그러나 목숨 걸고 온 길이어서 이제부터의 자신이 더 소중했고 그래서 이제부터 정말 탈출이라는 </div> <div>생각이 나를 벌떡 일으켜 세웠다.</div> <div></div> <div><br /><br />"아니야, 우리 이 지역에서 최대한 빨리 벗어나야 돼, 북한에서 중국 변방대에 연락할거고, </div> <div>그럼 여기서 어물거리다간 우린 잡혀, 그러니 조금만 더 뛰자, 시내로 들어가자"<br /><br />"어떻게? 시내가 어딘 줄 알고?”<br /><br />주변을 둘러보던 나의 시야에 마을이 보였다.<br />처음엔 그 인적이 당황스러웠지만 총구 앞에서도 탈출했다는 자신감이 머리를 쳐들었다.</div> <div></div> <div></div> <div><br /><br />"꼼짝 말고 여기 숨어있어, </div> <div>내가 만약 마을에서 붙잡히면 소리칠게, 그러면 즉시 산 속 깊이 뛰어!"<br /><br />나는 지금의 상황에선 이 선택밖에 없다고 설득했고 </div> <div>그래도 계속되는 친구의 만류를 뿌리치며 마을로 내려갔다.<br />처음 만난 사람은 아줌마였는데 "말 좀 물어봅시다!" 하는 내 말에 대꾸도 없이</div> <div>무작정 어느 집을 손으로 가리켰다.<br />나는 그가 중국인이고 그가 가리킨 곳이 조선족이 사는 집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br /><br />그 집 대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흰 개가 짖어대는 소리에 나는 식은땀이 날 정도로 놀랐다. </div> <div>친구도 뒷산에서 틀림없이 듣고 있으리라. 이 생각이 나를 금시 안심시켰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br /><br />"누구요?"<br /><br />40대 중반의 남성이 문을 열고 머리를 내밀었다.</div> <div>나는 중국 현지인을 기만하거나 설득하기엔 너무도 시간이 촉박하다는 것을 </div> <div>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즉석에서 700달러를 꺼내 보였다.<br />집주인은 돈 때문인지 아니면 나의 신변 때문인지 맨 발로 달려 나왔다. </div> <div>나를 방안으로 끌고 들어가는 힘이 황소 같았다.<br />연길시내까지만 데려달라는 내 말에는 안중에도 없이 장롱을 열어 </div> <div>가죽 잠바와 바지를 꺼내 던지며 함북 말투로 말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br /><br />"빨리 입으소."<br /><br />"괜찮아요, 이 옷은 일본 옷이에요, 관광객처럼 보이려면"<br /><br />"안돼요, 여기사람 같아야지 초소에서 단속할 때 주목받을 수 있소, 잔말 말고 이 옷을 입으소."<br /><br />"잠시 만요, 저기 친구 하나가 더 있어요."<br /><br />"엥? 그럼 왜 그러고 섰어?, 빨리 데리고 오소."<br /><br />잠시 후 내가 친구를 데리고 나타났을 때 집주인은 이미 나들이차림을 끝내고 난 뒤였다.<br />십분 후면 버스가 마을 앞에 도착할 시간이라며 서두르는 와중에 집주인은 주의사항을 알려주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br /><br />"우선 말을 일체 하지 마소. </div> <div>혹시 공안이 단속 할 때 말 시켜도 아픈 척 하고, 내가 옆에서 대신 말하겠으니 깐. </div> <div>만약 단속 당해도 중국말 모른 척해요, 여긴 중국말 모르는 조선족들도 가끔 있으니깐</div> <div>그리고 주머니에 돈이 더 있으면 나한데 다 맡기소, </div> <div>혹시 붙잡히면 내가 그 돈으로 공안과 사업 해볼 테니. 얼마나 있소?"<br /><br />나는 더 없다고 잘라 말했다.<br />그의 말대로 20분 후에 버스가 정확히 도착했다. </div> <div>수도인 평양에서도 불가능한 버스통행 정상화가 중국의 시골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혀를 차며 </div> <div>우리는 몸을 실었다. </div> <div></div> <div>두만강 기슭을 따라 한 시간쯤 달리는 동안 우리는 내내 북한 땅을 새삼스레 바라보았다. </div> <div>벗어진 민둥산들의 모습이 곧 거기에서 살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헐벗고 굶주린 처지로 보였다. </div> <div>그들에 비하면 쉼 없이 지껄이는 이 중국 시골사람들은 얼마나 축복받은 인생들인가. </div> <div>선진국민의 자유로움과 풍요가 물씬 풍겼다. 갑자기 집주인이 우리 쪽을 돌아보며 눈을 끔뻑거렸다. </div> <div>앞을 보니 검문소가 보였고 무장한 군인들이 손 흔들어 차를 세우고 있었다.<br /><br />그들이 우리를 뒤쫓아 왔고 그래서 차도 멈춰 세우는 것 같았다.</div> <div>나는 공안들이 잡는 순간 어떻게 차창 밖으로 뛰어내리고 어디로 도망칠 것인가를 재빨리 살펴보았다. </div> <div>그러고 나서 친구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잠든 척했다. </div> <div></div> <div>그 전에 친구의 감은 두 눈을 잠깐 살폈는데 눈썹을 심하게 떨고 있었다. </div> <div>나는 그를 안심시켜야겠다는 생각으로 일부러 약간 코를 골았다. </div> <div>차가 멈춰서고 문 열리는 소리가 났다. </div> <div>군화발이 올라오는 둔탁한 소리에서 총의 무게도 느껴졌다. </div> <div>큰 목청의 중국말이 오갔는데 군인이 우리를 향해 부르는 것 같았다. </div> <div></div> <div>다가오는 군화발소리, 승객들이 웅성거리는 소리....눈을 뜨면 지금 어떤 상황일까? </div> <div>군인이 우리를 노려보는 것일까? </div> <div></div> <div>머리카락마다 촉각을 곤두세우고 숨을 세고 있는데 </div> <div>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차가 움직이는 것이 아닌가. </div> <div>눈을 떠보니 정말 차가 가고 있었다. </div> <div>훗날 집주인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이렇게 말해주었다.</div> <div></div> <div></div> <div><br /><br />"공안들은 일일이 검열하기 바쁘니깐 버스에 올라와 한번 쭉 흩어보오, 탈북자 색출이 목적이니깐.</div> <div>탈북자 얼굴피부를 보면 우리랑 틀리오, 오랜 방랑생활 때문인지 새까맣고 때에 그을렸거든, </div> <div>그런데 자네들 피부는 평양사람들이어선지 우리랑 비슷해서 그냥 넘어간 것 같소"<br /><br />그렇게 피 말리는 두 개의 검문초소를 지나고서야 우리가 탄 버스는 </div> <div>앞이 확 트인 연길시내로 들어섰다. </div> <div>두만강을 넘을 때의 긴장보다 바로미터의 더 큰 순간들을 체험한 나의 온 몸은 땀에 푹 젖었다. </div> <div>이제는 공안도 찾기 힘든 시내로 들어섰다. </div> <div>이제는 13억 중국인의 품에 몸을 숨길 수 있다. 나는 격정을 주체할 수 없어서 친구의 살을 마구 꼬집었다. 그도 같은 심정인지 차창 밖을 내다보는 자신 넘친 시선에는 거침이 없었다. </div> <div>볼거리를 즐기는 여유를 과시하기나 하려는 듯 어느 한 곳을 손으로 가리키기까지 했다.</div> <div></div> <div>"연변은 세계로! 세계는 연변으로!" 라는 한글 플랜카드가 걸려있었다. </div> <div>"중국의 이 작은 마을도 세계를 지향하는데!" 하는 부러움의 탄성이 저절로 나왔다,</div> <div></div> <div></div> <div><br /><br /><font color="#c31a1b"><strong>"자본주의 바람을 막기 위해 모기장을 치자! 쇠살창을 치자!"</strong> </font>는 </div> <div>북한 구호에 익숙했던 나였기 때문에 더더욱 그 플랜카드가 충격이고 감동이었다. </div> <div></div> <div><strong>더불어 폐쇄와 야만으로부터 탈출한 우리의 용단이 천만번 옳았다는 것을 다시금 자부했다.<br /><br /></strong></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br /><br /><br />버스에서 내리자 집주인은 우리에게 손을 내밀었다.<br /><br />"자, 연길까지 왔으니 이젠 헤어지기요, 몸조심하고 잘 가오."<br /></div> <div></div> <div><br />난 그 손을 잡을 수 없었다.<br />이미 날이 어두워졌고 말도 통하지 않는 타국에서 어떻게? 어디로 간단 말인가?<br /></div> <div></div> <div><br />"정말 죄송한데 우리랑 좀 더 같이 있어주면 안 돼요? </div> <div>같이 있으면서 여기 사정도 좀 설명해주고. 공안에게 안 잡힐 지혜도 주면 안 됩니까?"<br /><br />"엥? 연길에 그럼 아무도 없다는 기요? 무작정 온 거요?"</div> <div></div> <div>친구가 한 발 나서며 말했다.<br /></div> <div><br />"친척이 있긴 한데 우린 거기로 갈 줄도 몰라요."<br /><br />난감해하던 집주인은 보기에도 딱했는지 핸드폰을 꺼내 어딘가 전화했다.</div> <div></div> <div><br /><br />"난데요, 창용인데요, </div> <div>내가 이제 두 사람을 데리고 갈 테니깐 좀 신제지오, 네, 네.. 집에서 멀지 않소"<br /><br />그가 세운 택시를 타고 우리는 연길시내 한 끝 외진 곳으로 갔다. </div> <div>매우 어렵게 사는 장모집이라는데 정작 들어가 보니 평양 중산층 보다 나은 수준이었다.<br />그날 창용 아저씨가 사 갖고 들어간 쇠고기로 우리는 온종일 주린 배를 채우며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div> <div></div> <div>김정일을 죽일 놈이라는 욕으로부터 시작한 그는 탈북자들의 처참한 방황실태와 북송참상, </div> <div>공안들의 탈북자색출 광분 등에 대해 장시간 말해주었다.</div> <div></div> <div>왜 북한 군인들이 총을 쏘지 않았는가? </div> <div>궁금해 하는 우리에게 중국 쪽을 향해 발포하면 국제 법에 어긋나기 때문이었다며, </div> <div>대담하게 잘 뛰었다고 칭찬을 했다. </div> <div>그는 탈북자를 많이 만나보았지만 700달러를 준 사람들은 당신들이 처음이라며 </div> <div>그 돈이면 견인기 한 대를 살 수 있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div> <div>그러면서 탈북자들에게 돈을 받으면 벌금을 20배로 물리니 만약 공안에 잡혀도 </div> <div>돈 이야기는 절대 해선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div> <div></div> <div>우린 그의 말들에서 여기가 탈북의 끝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고 </div> <div>그래서 기름진 음식도 제 맛을 변변히 느낄 수 없었다. </div> <div></div> <div>이 때 창용 아저씨의 핸드폰이 울렸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br /><br />"오, 나 못 들어간다고 아까 말 했잖소. 뭘? 뭘? 정말이야?"<br /><br />핸드폰을 받는 창용 아저씨의 얼굴빛이 심상치 않았다.<br />핸드폰을 내려놨을 때는 우리를 마치 처음 보는 눈으로 보기까지 하였다.</div> <div></div> <div><br /><br />"자네들 살인자나?"</div> <div></div> <div>뜬금없는 섬뜩한 그 질문에 친구와 나는 마주 보았다.<br /></div> <div></div> <div></div> <div></div> <div><br />"살인자라뇨?"<br /><br />"금방 마누라한데서 전화가 왔는데 변방대와 공안에서 마을을 수색했단 거요, </div> <div>탈북시간, 복장, 키를 말하는데 당신들 찾는 게 맞소, </div> <div>근데 문제는 북한에서 받은 통보에 의하면 당신들이 살인자라는데?</div> <div>무기도 휴대하고 탈북 했다며? 국경 연선에 지금 난리 났다잖소."<br /><br />그의 말에 나는 분통이 터졌다. </div> <div>우리가 살인자라니! 죄라면 탈북 한 죄밖에 없는 우리에게 사람을 죽인 죄를 들씌우다니!<br /><br />창용 아저씨가 가까이 다가앉으며 조용히 물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br /><br />"살인자로 수배하고 찾는걸 보니 내 보기엔 당신들이 그냥 탈북자가 아닌 것 같소, </div> <div>돈도 있고 얼굴 피부도 그렇고 평양사람들인 것을 보니 분명 먼 일을 하던 사람들인 것 같은데 </div> <div>대체 직업이 뭐였소?"<br /><br />공안의 시선이 우리를 노리는 이 시점에서 현지인에게 의존하는 것밖에는 다른 길이 없음을 알았다.<br />나는 중앙기관에서 근무했고 친구 같은 경우 김정일 가까이서 10년을 근무했다는 점, </div> <div>체제를 비관하고 남조선으로 갈려고 한다는 것까지 솔직히 말했다. </div> <div>친구가 색 낡은 편지 봉투를 보여주었다.</div> <div></div> <div></div> <div><br />"우리 친척주소인데 일 년 전에 보내온 것입니다. 이 집까지만 데려다 줘도 감사하겠습니다."<br /><br />창용 아저씨는 주소를 유심히 보더니 입을 쩍 벌렸다.</div> <div></div> <div></div> <div><br /><br />"친척이 엄청 부자인거네요, 이 주소는 여기 동북지방에서도 다 아는 부자촌인데요."<br /><br />우리에 대한 신뢰가 더 깊어졌는지 창용 아저씨의 목소리가 다시 커졌다.</div> <div></div> <div></div> <div><br /><br />"한국 갈려면 나한데 맡기오, 내 조카가 전문 그 일을 하는데 당신들 정도면 편하게 보내줄 수 있소, </div> <div>그 조카애는 한국 국정원이랑 직접 통화하는 애거든,"<br /><br />그 때 벨 소리가 울렸다.</div> <div></div> <div></div> <div><br /><br />"뭐? 뭐야? 그 말을 왜 했어. 이 바보야. 모른다고 할 거지! 알고 있었다고?"<br /><br />창용 아저씨는 이번엔 얼굴이 창백해졌고 통화가 끝나기 바쁘게 벌떡 일어서기까지 했다.</div> <div></div> <div></div> <div><br /><br />"빨리 일어섯! 공안이 이쪽으로 오고 있소. 장모집주소를 물어 봤대"<br /><br />새벽 두 시에 우린 다시 밖으로 나왔다. </div> <div>창용 아저씨는 내가 처음 만났던 중국 여자를 개년이라며 화를 냈다. </div> <div>그러더니 돈을 받지 말아야 하는데, </div> <div>다시는 탈북자를 돕지 않겠다고 결심했는데,라는 말을 여러 번 반복했다.<br /></div> <div><strong>문제는 정작 밖으로 나오긴 했지만 더 이상 갈 곳이 없다는 것이었다.<br /></strong></div> <div></div> <div></div> <div><br />장모 집에서 멀리 떨어져 우두커니 서있는 창용 아저씨의 뒷모습을 보니 </div> <div>우리의 미래보다 더 어두워 보였다. </div> <div>우리는 붙잡히면 자살할 각오라도 있지만 그에게는 불안과 후회의 고통밖에 없어 보였기 때문이었다.<br /></div> <div></div> <div></div> <div><br />"아 맞다. 거기로 가자!"</div> <div></div> <div>창용 아저씨가 문득 소리쳤다.<br /><br />그의 설명에 의하면 장모집 건너편에 빈 집이 하나 있는데 밖으로 </div> <div>자물쇠를 채우고 들어가 있으라는 것이다. </div> <div>우리는 위험근처로 가기 싫다고 했지만 창용 아저씨는 공안이 수시로 순찰하는 이 밤에 </div> <div>거리를 방황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며 장담했다.</div> <div></div> <div></div> <div><br />"등잔불 밑이 어둡다잖소, 그리고 공안이 자물쇠가 채워져 있는 빈집에 어떻게 들어가오?"<br /><br />우리는 그 빈집에서 삼일을 보냈다. </div> <div>한국 들어간 조카가 낼 온다며 무조건 자기를 기다리라 했다는 것이다. </div> <div>음식은 창용 아저씨가 어둔 밤에 한 번씩 세끼 빵을 넣어주었다. </div> <div>차라리 부잣집 친척집에 가 있는 것이 더 편하지 않냐고 물어보았다. 우리는 결단코 반대했다. </div> <div></div> <div>우리 신분이 이미 단속됐던 6중대에서 노출이 됐고, 3일이라는 시간 안에 공안은 북한으로부터 </div> <div>우리에 대한 충분한 자료를 받았을 것이다. </div> <div>안내 용의자에 불과한 창용 아저씨의 장모집도 알아낸 공안이 추적범의 친척집을 </div> <div>수사선상에서 빼놓는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설명했더니 머리를 끄덕였다.<br /><br />그 날도 북한이야기와 조금 엿 본 중국 시골의 발전모습에 대해 장시간 이야기하다 잠들었을 때였다.</div> <div>시끄러운 중국말과 군화발소리에 눈을 뜬 나는 급히 친구를 깨웠다.</div> <div>숨죽이고 밖의 동정을 살피던 우리는 동시에 방 한 구석으로 뒷걸음쳤다. </div> <div>손전등을 켠 누군가 우리가 숨어있는 집을 기웃거리더니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다. </div> <div></div> <div>자물쇠를 거칠게 흔들 때에는 가슴을 마구 헤집는 것 같았다. </div> <div>문이 열렸다. </div> <div></div> <div>거구의 한 사나이가 불쑥 들어오다가 우리를 보고 흠칫했다. </div> <div>보기에도 두려운 군복 입은 공안이었다. </div> <div>그는 우리가 두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괴성을 지르며 달려 나갔다. </div> <div>나는 방바닥에서 무엇인가 찾고 있는 친구의 등을 세차게 때렸다. </div> <div></div> <div>"뭘 해?!"<br /></div> <div></div> <div></div> <div><br />나는 낮에 내다보군했던 높은 울타리를 어떻게 날아 넘었는지 모른다. </div> <div>앞에서 달려가는 형체를 쫓아 정신없이 뛰면서 나는 살아야 한다! 살아야 한다! </div> <div>이렇게 계속 중얼거렸다. </div> <div></div> <div>그렇게 한참을 달리다가 우뚝 멈춰서고 말았다. </div> <div>친구인줄로만 알았던 앞의 그림자가 송아지였던 것이다.</div> <div>도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 다시 돌아섰다.</div> <div></div> <div>이 골목 저 골목 헤매면서도 우리가 숨어있던 빈집 근처를 어지럽게 비치는 </div> <div>12개의 손전등을 빠짐없이 세었다. </div> <div>저 12개 불빛 중 하나라도 놓치지 말아야 나의 은밀한 행동이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br /><br />나는 친구가 처음 뛸 때와 추정방향을 추적해보려 애쓰며 허리를 굽히고 이리저리 헤맸다. </div> <div>그때 인기척이 들렸다. </div> <div></div> <div></div> <div>돌아보니 손전등 불빛이 아주 가까운 곳에서 오고 있었다. </div> <div>허둥거리던 나는 마침 앞에서 서성거리던 황소 뒤로 몸을 숨겼다.</div> <div>공안과 나와의 거리는 불과 5미터도 안되었다. </div> <div>황소 배 밑으로 뻗은 내 두 다리를 보지 않을까 숨이 컥컥 막혔다. </div> <div>나를 의식해서인지 황소는 비실비실 피하다 못해 달렸고 나는 그 뒤에 숨어 어쩔 수 없이 </div> <div>가시나무에 찔리고 뜯기는 채로 뛰고 또 뛰었다. </div> <div></div> <div>그렇게 찰나의 위험을 넘기는 동안 어느새 날이 푸름푸름 밝아왔고 공안 승합차가 가는 모습도 보였다.</div> <div>나는 그때야 쑤시다 못해 무감각해진 발이 양말도 안신은 맨발이라는 것을 알았다. </div> <div>주저앉았다. </div> <div></div> <div>두 손으로 발을 비비면서도 승합차에 친구가 실려 간 것만 같아 눈물이 났다. </div> <div>나의 착한 친구가 반항도 못하고 짐승처럼 끌려가는 상상에 주먹으로 눈물을 닦고 또 닦았다. </div> <div>그런데 한참 후 어디선가 나를 찾는 가느다란 목소리가 들렸다. </div> <div>머리를 버쩍 들고 그 쪽을 바라보니 친구였다. </div> <div>그것도 산 중턱 나무 뒤에 숨어 머리만 내밀고 웃으며 손을 흔드는 것이 아닌가.<br /><br />나는 단숨에 달려 올라갔다. </div> <div>친구의 앞에 섰을 때는 주먹으로 힘껏 얼굴과 가슴을 때리며 소리쳤다.</div> <div></div> <div></div> <div><br /><br />"웃음이 나와? 너 혼자만 살자고 이렇게 멀리 왔냐? 이 나쁜!"</div> <div></div> <div>어질기 짝이 없는 친구는 매를 그냥 맞아주었다. </div> <div>내가 뒤에 따라 선 줄 알고 여기까지 오게 됐다는 말도 다 맞고서야 꺼냈다. </div> <div>우린 끝내 연인처럼 그러안고 소리 내어 엉 엉 울었다. </div> <div>울면서 서로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연발했다. </div> <div></div> <div>친구가 불의에 들이닥친 급박한 상황 속에서도 내가 북한에서부터 가져온 시집을 챙겨왔다는 것을 </div> <div>알았을 땐 더 미안하고 죄송했다. </div> <div></div> <div>그날의 아픔과 설음, 두려움의 때로 얼룩진 노트가 바로</div> <div>2008년 12월 9일 일본 NHK가 9시 뉴스특보에서 카메라에 담았던</div> <div><strong><font color="#c31a1b">"내 딸을 백 원에 팝니다."</font></strong> 원본이다.<br /><br /></div> <div></div> <div><br /><br /></div> <div></div> <div><br /><br />공안이 없음을 분명히 확인한 우리는 날이 어두워질 무렵 마을로 내려갔다.<br />물론 둘 다 맨 발로 말이다.</div> <div>창용 아저씨는 장모로부터 꾸중을 받았었는지 들어오라는 말 대신 황급히 밖으로 뛰쳐나왔다.<br />나는 우리가 무사함을 무척 기뻐해주는 그가 친삼촌처럼 느껴졌다.</div> <div></div> <div><br /><br />"당신들 짐을 공안에서 다 가져갔소. 그 안에 뭐가 들어있었는데?"<br /><br />중국어 책과 속옷들이었다는 대답에 돈은 없었냐고 다시 물었다.<br />돈 소리에 창용 아저씨 등 뒤에 서있던 친구 얼굴이 갑자기 사색이 됐다. </div> <div>나는 그가 입을 열기 전에 재빨리 대답했다.</div> <div></div> <div></div> <div><br /><br />"돈은 있어요, 내가 갖고 있었어요."<br /><br />친구가 정말이냐는 눈으로 날 쳐다볼 때 마침 </div> <div>장모의 목소리가 들렸고 창용 아저씨는 집안으로 들어갔다.</div> <div></div> <div></div> <div><br /><br />"정말 돈을 갖고 있어? 외투 주머니에 있었던 거 아니야?"<br /><br />친구가 기대 절반 의문 절반으로 물으며 다가왔다.<br />나는 그를 마당 한 구석으로 끌고 갔다.<br /></div> <div></div> <div><br />"똑똑히 들어, 우린 지금 한 푼도 없어, 빈털터리라고, 그러나 있는 척 해야 돼, </div> <div>저 사람은 가면 그만이지만 우린 저 사람을 잃으면 끝이야, 내 말 알겠지?"<br /><br />창용 아저씨가 보따리 하나를 챙겨 나왔다.<br />우린 서둘러 대충 맞는 신발과 솜옷들을 골랐다.<br />그리고 다시 산으로 들어갔다.<br /><br />창용 아저씨는 절대 불을 피워선 안 된다며 조카가 이틀 더 늦는다고 했으니 </div> <div>그때까지만 부디 얼어 죽지 말라고 하였다. </div> <div>공안이 탈북자들을 잡아들이는 이유 중 하나가 탈북자들 때문에 산불이 많이 나서라고 했다. </div> <div>그러면서 장모 집에서 자기가 더 머물고 장모 속을 편하게 해주려면 돈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div> <div>나는 몹시 화가 난 척 하며 조카가 온 다음에 보자고 단호히 잘라 말했다.<br /></div> <div><br /><strong>친구와 나는 이렇게 창용 아저씨가 이틀 동안 날라 준 페트병의 뜨거운 물을 그러안고</strong></div> <div><strong>산 속에서 모포 하나로 붙어살았다.<br /></strong></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br />"우리 서로 여자라고 생각하자"<br /><br />한번은 친구가 불쑥 던진 이 말이 어찌나 웃겼던지, 우린 정말 아주 오랜만에 웃어보는 것 같았다. </div> <div>아니 그 짧은 웃음에서 삶이란 이리도 다양하고 그래서 생존만으로도 아름답다고 여겨졌다. </div> <div>그 이틀 밤의 정취를 나는 죽을 때까지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div> <div>밤이 점점 깊어지니 산 속의 신비가 태동했다. </div> <div>언젠가 원산 밤바다 기슭에서 끊임없는 파도소리가 심경을 사로잡았었던 기억이 있다. </div> <div></div> <div>그런데 그 바다처럼 산도 밀림이 설레는 소리로 마치 생명이 숨 쉬는 듯 했다. </div> <div>우리는 고난의 자신들이 뿌듯했다. </div> <div>사람은 자연 속에 산다고 하지만 바람을 머금고 산 정상에서부터 밀려 내려오는 소리를 온 밤 듣는 </div> <div>경험자가 얼마나 되랴, 우리는 골짜기 따라 내려오는 1월의 찬바람을 피해 이리저리 자리를 옮기며 </div> <div>두고 온 집이야기와 북한에서의 나날들을 옛말처럼 주고받았다. </div> <div></div> <div>그래선지 별들이 또렷한 밤하늘을 우러르며 </div> <div>두 손 모아 한국행의 소원을 빌 때는 눈시울이 젖기도 했다. </div> <div></div> <div></div> <div><strong><font color="#c31a1b">십년세월 이 고생해도 그 땅으로 갈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font></strong></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우리에겐 그날의 대한민국이 별 만큼이나 아득히 멀었다. </div> <div>다음날 창용 아저씨가 우리와 비슷한 또래의 젊은이를 데리고 나타났다. </div> <div>신광용으로 자기 이름을 소개한 그는 대뜸 확인 차원이라며 신분증부터 요구했다. </div> <div>신분증안의 날짜들과 도장이며 인쇄 질감에 이르기까지 전문가처럼 꼼꼼히 체크한 그는 </div> <div>어디엔가 전화를 걸었다.</div> <div>잠시 후 산 중턱까지 닛산 지프차 한 대가 올라왔다. </div> <div>듣던 바대로 견인기구입에 들떠있던 창용 아저씨와는 차원이 달라보였다. </div> <div>우리는 창용 아저씨와 포옹으로 이별인사를 마치고 차에 올랐다. </div> <div>한국 가면 은혜 갚으려 꼭 오겠다는 인사도 잊지 않았다. </div> <div></div> <div>물론 돈은 주지 않았다. </div> <div>다행히도 창용 아저씨가 자기에게 700달러를 준 사실을 조카에게 비밀로 해달라고 애원했기 때문이다.<br /><br />차는 젊은 신광용 이처럼 힘 있고 멋쟁이였다. </div> <div>스피커에서 울리는 노래가 한국가요여서인지 내친 기세로 한국까지 쭉 갈 것만 같았다.</div> <div></div> <div><br /><br />그러나 차가 도착한 곳은 연길 시내 어느 번화가였다. </div> <div>그동안 사람을 무서워했던 우리에겐 번잡함이 어마어마한 공포였다. </div> <div>광용은 그동안 우리가 겪었던 악몽 같은 사정들을 아는지 모르는지 차에서 빨리 내리라고 하였다. </div> <div></div> <div>좀 뒤떨어져 오면<strong><span style="font-size: 12pt"> "얼른 오소!"</span></strong><span style="font-size: 12pt"> </span>하고 소리쳤고, </div> <div>공안들이 사방에서 얼른거리는 백화점에 들어서선 큰 소리로 내 이름을 부르기까지 하였다. </div> <div>안하무인인 그의 행동은 괴로운 정도가 아니라 고문하는 것 같았다. </div> <div></div> <div>그는 일단 백화점에서 옷과 신발들을 사주었다. </div> <div>나는 그때 거울을 들여다보다 깜짝 놀랐다.</div> <div></div> <div>이 얼굴로 여기 서있단 말인가? </div> <div>서둘러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옷은 괜찮으니 선글라스를 사달라고 했다. </div> <div>광용은 그게 더 의심스럽다고 했고 우리는 그냥 소원했다. </div> <div>그 이후부터 친구와 나는 선글라스신사가 됐다. </div> <div>검은 안경알 뒤에 자신들이 감쳐줬다고 생각하니 어깨가 펴졌다. </div> <div>그 선글라스가 없었다면 광룡이가 내민 카메라 앞에도 감히 서지 못했을 것이다. </div> <div></div> <div>자기가 사용한 돈과 사준 상품들을 윗사람들에게 확인시켜줘야 한다며 </div> <div>광용은 사진을 찍어줄 것을 요구했던 것이다. <strong>그런데</strong> <strong>찍고 보니 뒤에 공안들이 서있었다.<br /></strong></div> <div><strong></strong></div> <div><strong> <div><br />그날은 참으로 호의호식하는 날이었다. </div></strong></div> <div><br />그날은 참으로 호의호식하는 날이었다. </div> <div>비싸 보이는 식당에서 푸짐하게 먹었고 우리는 난생처음 남녀공용의 찜질방이란 곳에도 갔다.<br /><br />역시 개혁개방은 달랐다. </div> <div>어떻게 전혀 모르는 남녀들이 집체적으로, </div> <div>그것도 속옷차림으로 한 공간에서 버젓이 잘 수 있단 말인가. </div> <div></div> <div>이런 것이 바로 북한에서 말하던 자본주의 황색바람이었구나</div> <div>빈번히 놀라는 평양촌놈 우리에게 광용은 진짜 자본주의 맛을 보여주겠다며 <span style="font-size: 9pt">"때밀이"</span> 라는 사람을 </div> <div>불렀다. </div> <div></div> <div>돈만 주면 내 때도 벗겨주다니. </div> <div>나는 "때밀이" 아저씨가 힘을 쓰는 동안 너무도 송구하고 크게 신세지는 것 같아 몸 둘 바를 몰라 했다. </div> <div>자정 무렵 우리가 간 곳은 신광용의 집이었다. </div> <div>마중 나온 스물다섯 돼 보이는 여자를 자기 와이프라고 소개했는데 나는 그때 여자를 그렇게 </div> <div>가까이서 본 다는 것이 좀 별스러웠다. </div> <div></div> <div>우리가 무인도에서 인간세상으로 온 느낌이랄까, </div> <div>폐가 같은 빈집도 아니고 산속도 아닌 바닥이 따뜻한 아파트에서 이불을 덮고 잔다는 것 또한 </div> <div>이상할 정도였다. </div> <div>다음날 일어나니 신광용은 어디 나갔다 왔는지 금방 들어온 옷차림이었다. </div> <div>전날과는 달리 한 마디도 안했고, 아침식사를 끝내고 난 후에는 우리에게 종이와 볼펜을 각각 주었다. </div> <div></div> <div>자기프로필과 가족관계, 한국 정부 앞으로 제공할 수 있는 북한의 비밀정보들, </div> <div>그리고 탈북이유까지 한 치의 거짓 없이 적으라고 하였다. </div> <div>그가 특히 강조한 것은 비밀정보인데 그것은 자기도 다 알아서는 안 되니 간단하게 제목처럼 </div> <div>요약만하라고 하였다. </div> <div></div> <div>비밀이 뭘까? 어떤 게 정보일까? 아무튼 그의 요구는 국가조치처럼 무언가 숭엄한 감이 들었다. </div> <div>나는 글을 배우고 난 후 그렇게 심혈을 기울여 곱게 써 본적이 없었다. </div> <div>친구도 대한민국 대통령 앞으로 편지 쓰듯 정성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div> <div></div> <div>신광용은 우리의 자필서류들과 쇼핑사진, </div> <div>그리고 신분증 복사사진을 우편봉투 안에 넣으며 한국에선 이럴 땐 <font color="#c31a1b"><strong><span style="font-size: 12pt">파이팅!</span></strong><span style="font-size: 12pt"> </span></font>한다고 했다.<br /></div> <div></div> <div></div> <div><br />우리는 그 때부터 수 없이 맘속으로 파이팅! 을 곱씹었다. </div> <div>우리가 더 자신했었던 것은 신광용의 처가 함북출신 탈북자라는 것을 안 후부터였다. </div> <div>오갈 데 없는 탈북자를 아내로 맞은 그의 인간성이 돋보였고 그 믿음만으로도 우리는 </div> <div>두려움에서 해방되어 행복했다.<br /><br />그러나 파이팅 10일이 지나도록 그가 장담하던 기적은 오지 않았다.</div> <div><br /><br />당신들을 더 숨겨주고 싶은데 돈이 떨어져간다는 광룡의 한숨도 점 점 커져갔다. </div> <div>나는 우리가 왜 이 집에 계속 있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속 시원히 알아야 했다.</div> <div></div> <div></div> <div><br /><br />"오늘은 말 좀 합시다. 도대체 누굴 기다리는 것이고 어디까지 우리 문제가 진전 된 겁니까?"<br /><br />신광용은 처에게 술심부름을 시키고 정색해서 입을 열었다.</div> <div></div> <div></div> <div><br /><br />"내가 잘 알던 한국사람이 있어요, </div> <div>탈북자 문제에 관심이 많은 분인데 내 생각엔 국정원 같소, 돈도 몇 번 받았고, </div> <div>평양출신 탈북자가 있으면 자기에게 바로 연락하라고 했고, 또 있느냐 자주 물어보기도 했소, </div> <div>그래서 당신들 문제를 그에게 이야기했소, 서류도 그 사람에게 보낸 것이고, </div> <div>처음엔 돈도 보내고 당신들의 안전을 잘 부탁한다고 하더니 지금은 연락이 안 되네요, </div> <div>핸드폰 번호조차 바꿔버렸어요,"<br /><br />나는 그 상황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다. </div> <div>국정원 직원인지 아닌지도 모르는 사람을 우리가 지금껏 구세주처럼 기다렸단 말인가?<br /><br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앞으로의 기다림도 무의미할 것이라 생각하니 막막했다. </div> <div>정말 다른 방법이 없을까? 신광용은 베트남이나 몽고, 혹은 태국으로 가는 길이 있다고 했지만 </div> <div>우리로선 용기가 나지 않았다. </div> <div>국경에서 연길까지 나오는 이 수 백리에서도 여러 번 생사를 넘었는데 그 먼 길을 또 어떻게?<br /><br /><strong>결론은 돈이었다. </strong></div> <div><strong>더 있자고 해도 돈이고 길을 떠나자고 해도 돈이었다.<br /></strong></div> <div></div> <div><br />친구가 친척 주소를 다시 꺼내왔다. </div> <div>창용 아저씨와 똑같이 부자촌이라며 감탄하던 광용은 핸드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br />중국말이어서 알아들을 순 없었지만 기분 좋은 통화인 것만은 분명해 보였다. </div> <div>통화 후 광용의 말은 거의 감격 수준이었다.</div> <div></div> <div><br /><br />"이 친구가 기잔데 애 말로는 친척이 맞다면 한국 가는 것은 문제도 아니라오. </div> <div>그러고 보니 이 이름을 나도 아는데 항일열사로 중국 교과서에도 나와 있는 분이에요. </div> <div>그 자녀들도 심양에 나가 한 자리씩 하고 있고, 정말 친척이 맞소?"<br /><br />친구의 선친들 또한 항일투사로, 북한에서도 충신의 귀감으로 인민들에게 선전되고 있다는 말에 </div> <div>광용은 우리의 한국행을 백퍼센트 확신했다.</div> <div>아니 확신을 넘어 자기 처도 이번 기회에 남한으로 함께 데려가 달라고 부탁까지 하였다. </div> <div>탈북자의 남편으로 인정 될 경우 조선족의 한국국적 취득이 가능하다며 광용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div> <div></div> <div>우리는 한시도 지체할 수 없었다. </div> <div>아침이면 중국 공안의 매복감시에 적발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이 밤에 당장 찾아가기로 하였다. </div> <div>셋은 밖으로 달려 나가 택시를 잡아탔다.</div> <div></div> <div><br /><br />좋은 택시여야 공안이 설사 근처에서 지키고 있어도 의심 못한다며 비싼 택시를 골라 탔다.</div> <div>30분 쯤 달려 도착해보니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궁궐 같은 집이었다. </div> <div>주변이 너무 환해 어떤 문제가 생길 경우 탈출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 </div> <div>의심스러운 승합차가 서있는 것도 보였다. 하여 나는 집근처를 두 바퀴 더 돌자고 했다. </div> <div>앞 현관과 이어진 골목들과 담장 주변을 아무리 살펴도 차를 이용하지 않고서는 불의의 정황에 </div> <div>대처하기 힘들어보였다.</div> <div><br /><br />우리는 논의 끝에 택시를 뒷골목에 세워두고 광용이를 우선 보내기로 했다. </div> <div>광용이가 친척을 만나 시간과 약속을 따로 정하고 믿지 못할 경우 택시 있는 곳까지 직접 데려오기로 </div> <div>했다. </div> <div></div> <div>그렇게 광용이가 가고 나서부터 나와 친구는 손에 땀을 쥐고 기다렸다. 한초 한초가 일 년 같았다. </div> <div>친구도 조바심이 났는지 한 바퀴 더 돌자고 했다. </div> <div>그러나 우리 둘 중 누구도 그 말을 중국택시기사에게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div> <div>30분쯤 됐을 때 광용이가 쫓기듯 달려왔다. </div> <div></div> <div>택시에 오르자마자 빨리 출발하자고 두 팔을 마구 흔들었다. </div> <div>좀 전의 그 어떤 긴장 때문인지 계속 뒤를 돌아보며 숨을 헐떡였다.<br />예전 같으면 자기 집 앞에 세웠을 택시도 훨씬 멀리 지나쳐 세우게 했다.<br /><br />그리고 들려주는 그의 말은 전율, 그 자체였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br /><br />"그 집 아들이라고 나왔는데 자긴 사촌 따위는 알고 싶지도 않대, </div> <div>아버지가 이미 사망했기 때문에 더 상관없다면서 뭐라는 줄 아오? 그 놈이 살인했다며? </div> <div>살인자가 어떻게 이 집에 오냐고! 공안에서 24시간 지키고 있으니 잡히지 않겠으면 </div> <div>두 번 다신 나타나지 말라고 하는 거요. </div> <div>그래서 설득하려는데 아까 승합차 봤지요? 거기서 두 놈이 내려오더니 나에게 달려오는 거요"</div> <div><br /><br />나는 듣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서늘했지만,</div> <div><strong>친구는 한 쪽에 쭈그리고 앉아서 서럽게 울고 있었다...<br /></strong><br /></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 align="center"><font color="#000000">출처= 작성자삥신새끼 님</font></div> <div align="center">출처 네이트판 바코드님</div></div></div> <div></div> <hr style="background-color: #fafafa; margin-top: 8px; display: block; height: 2px; color: #fafafa; border-top: #646464 2px solid; cursor: default" unselectable="on;" /> <div></div> <div align="left"><font color="#414141"><font color="#000000"><font color="#000000"><font color="#000000"> <div><font color="#c31a1b"></font></div> <div><font color="#c31a1b"></font></div> <div><font color="#c31a1b"></font></div> <div><font color="#c31a1b"></font></div> <div><font color="#c31a1b"></font></div> <div><font color="#c31a1b"></font></div> <div><font color="#c31a1b"></font></div> <div><font color="#c31a1b"></font></div> <div><font color="#c31a1b"></font></div> <div><font color="#c31a1b"></font></div> <div><font color="#c31a1b"></font></div> <div><font color="#c31a1b"></font></div> <div><font color="#c31a1b"></font></div> <div><font color="#c31a1b"></font></div> <div><strong><font color="#c31a1b"></font></strong></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24pt"><font color="#c31a1b">북한 고위층 </font></span></strong><strong><span style="font-size: 24pt"><font color="#c31a1b">탈북이야기</font></span></strong><strong><span style="font-size: 12pt"><font color="#c31a1b">-1</font></span></strong></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strong></strong></div> <div><br />나는 한국에서 홀로 힘들 때마다 긴장과 공포로 숨 가빴던 탈북 순간들을 생각해보곤 한다. </div> <div>국적을 버릴 자유까지 허용돼 있는 자유민주주의 사고로는 탈북이란 것이 얼마나 위험천만한 결단인지 </div> <div>가늠조차 힘들 것이다. </div> <div>자기는 이미 목숨을 버렸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탈출할 수 없는 것이 북한 땅이다. </div> <div>아니 붙잡힐 경우 자기 뿐 아니라 가족은 물론 친척들의 운명까지도 위협하는 죽음보다 더 큰 고통이다.<br /><br />내가 친구와 함께 국경연선에 도착한 시기는 오줌 싸면 얼어서 떨어진다는 2004년 </div> <div>북방의 추운 1월이었다.</div> <div>초기 계획은 산 속 수림에 숨어 있다가 국경 경비대원들이 지나가고 나면 두만강을 넘는 것이었다. </div> <div>그런데 정작 현장에 도착하고 보니 산은 높은데 몸을 숨길 나무가 한 그루도 보이지 않았다.<br /><br />친구와 나는 평양 밖을 벗어나 본적 없기 때문에 수 천리 떨어진 국경지역에선 </div> <div>거의 눈 뜬 소경과 다름없었다. </div> <div>그래서 맞춤한 탈북 장소와 기회를 노리며 두만강연선을 따라 온종일 걸은 길이 백리나 되었다. </div> <div>밤 열시 경, 한치 앞도 헤아리지 못할 캄캄칠야는 우리를 대담하게 했다. </div> <div></div> <div>하여 마침내 강기슭으로 들어서는데<strong><span style="font-size: 12pt"> "손 들엇!"</span></strong><span style="font-size: 12pt"> </span>하며 풀숲에서 병사가 불쑥 일어서는 것이 아닌가.<br /></div> <div></div> <div><br />그때 반사적으로 내 팔을 꽉 잡는 친구의 손이 나를 더 전율케 했다.</div> <div>때려눕힐까 하고 생각하는 찰나 그 병사가 이번엔 호각을 불었다. </div> <div>그러자 의외로 아주 가까운 곳에서 여럿의 손전등들이 켜지며 우릴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div> <div>변명의 여지조차 없이 우리는 총구들에 떠밀려 국경경비총국 6중대 병실에 들어섰는데 </div> <div>가장 눈에 보이는 것이 <strong><font color="#c31a1b">쇠살창으로 가려진 작은 감옥과 매달린 수갑들이었다.</font></strong></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br /><br />"어떻게 이 밤에 두만강으로 접근하신 겁니까? 신분증과 통행증을 봅시다."</div> <div></div> <div>북한 특권층의 아들이었던 친구는 생전 처음 당해보는 총구 앞에서 </div> <div>누가 봐도 탈북 용의자로 확신할 만큼 온 몸을 심하게 떨고 있었다.</div> <div></div> <div></div> <div><br /><br />"우선 이 친구가 너무 추워하니깐 몸 좀 녹이게 해주시오."<br /><br />그러면서 나는 신분증을 꺼내려 안주머니 손을 넣었는데 쿵쿵 뛰는 심장이 만져졌다. </div> <div>가죽 케이스에 당마크가 새겨진 나의 신분증을 받아 쥔 중대장은 놀란 눈으로 자리에서 일어섰다.</div> <div>국경 연선에서 오랜 중대장 경험을 가진 그 군관도 아마 당마크와 빨간 색깔의 조선노동당중앙위원회 </div> <div>도장이 박힌 신분증을 처음 보는 듯싶었다.<br /><br />북한의 최고위 신분증은 금박으로 당마크가 새겨진 당 신분증과 국장이 새겨진 내각 신분증이 있다. </div> <div>그 중에서도 당마크는 북한의 절대권력 기관인 조선노동당 신분을 의미하기 때문에 무소불위의 총구도 </div> <div>공손해지기 마련이다. </div> <div></div> <div>더욱이 당 통전부는 대남공작이란 특수성이 부여되기 때문에 적화통일의 무기를 쥔 병사들에겐 </div> <div>신비감을 조성한다. 그렇다 할지라도....</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br /><br />“왜 국경에 접근했습니까?”</div> <div></div> <div>중대장은 신분증의 무게와 달리 </div> <div>너무 어려보이는 내 나이를 의심하는지 아래위를 흩어보며 물어보았다.<br /></div> <div></div> <div></div> <div>"무산 시당에 간부사업 가던 중 너무 밤이 깊었고 춥기도 해서 </div> <div>군인병실이라도 찾아서 하루 밤 자고 가려했을 뿐인데"<br /><br />"아닙니다, 강에 발을 짚었습니다!"<br /><br />우리를 단속했던 그 재수 없는 병사가 막 소리 질렀다. </div> <div>나는 이럴 땐 무엇보다 배짱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br /><br />"이 멍청한 놈! 너 어디 감히 총을 들이대고 그래? 아까 널 한 대 쥐어박으려다 참았어!"<br /><br />중대장이 짧게 지시했다.</div> <div></div> <div><br /><br />"무산시당에 전화해봐, 통전부에서 간부사업 약속 있었는지"<br /><br />나는 온 몸이 무너져 내려앉는 것 같았다. </div> <div>난로 앞에서 손을 비비고 있던 친구도 나를 쳐다보는 눈이 끝장이라고 말하는 듯싶었다. </div> <div>그런데 세상에 이런 일이!</div> <div></div> <div></div> <div></div> <div><br /><br />"중대장동지, 정전이어서 무산시당에 전화가 연결 안 됩니다."<br /><br />그 말을 듣는 순간 살수 있다는 희망이 내 발밑에서부터 머리까지 치달아 올랐다.</div> <div></div> <div><br /><br />"그럼 내일 확인하기로 하고 일단 좀 자게 해줘! 어 중대장? 우린 피곤해!"</div> <div></div> <div>그때 순찰교대를 했는지 한 개 분대가 쓸어 들어왔다. </div> <div>누군가고 서로 물어보던 병사들 중 소위 계급을 단 군인이 유심히 들여다보던 신분증을 흔들며 소리쳤다.<br /></div> <div></div> <div></div> <div><br />"어따, 여기 근무하면 혹시 오광일이라고 알아요?"<br /><br />오광일? 기억을 애써 더듬는데 갑자기 친구가 말했다.<br /></div> <div></div> <div></div> <div><br />"김책시에 사는 오광일이? 아버지가 김책시당 책임비서 하는 그 애?"<br /><br />소대장의 얼굴에 금시 화색이 돌았다.</div> <div></div> <div></div> <div><br /><br />"네 맞아요, 맞아요, 중대장동지 그 시당책임비서 아들이 내 친구예요"<br /><br />중대장은 의심과 신뢰가 교차하는 얼굴로 소대장과 내 친구를 번갈아보았다. </div> <div>나는 하늘이 준 기회다 싶어 큰 목청으로 말했다.</div> <div></div> <div><br /><br />"그 오광일이가 정말 친구 맞어? </div> <div>친구의 친구를 여기서 보다니, 그럼 우리 여기서 좀 재워줄 수 있어?"<br /><br />나는 중대장이 다른 생각을 할 틈이 없이 배낭에서 술과 담배를 꺼냈다. </div> <div>그날 일부러 술을 세잔이나 마셨지만 취하지 않았고 소대장 이불을 쓰고 누웠지만 잠도 오지 않았다. </div> <div>순찰근무 교대는 한 시간에 한 번씩 하였고 초소로 나갈 때마다 병사들은 실탄과 심지어는 수류탄으로</div> <div>무장하곤 했다. </div> <div>다음날 아침 우리는 소대장이 쓴 우정의 편지를 받고 다시 길을 떠났다. </div> <div>은밀한 어둠만을 믿었던 우리에게 병실에서 본 경계의 밤은 거의 절망적이었다. </div> <div>친구가 불쑥 물었다.<br /></div> <div></div> <div></div> <div></div> <div><br />"우리 다시 평양으로 들어갈까?"<br /><br />우리는 두만강이 옆에서 흐르는 둔덕의 레일위에 맥없이 마주 앉았다.</div> <div></div> <div><br /><br />"우리가 직장에 출근하지 않은지 벌써 3일이 됐어. </div> <div>이 시간이면 벌써 평양에선 비상이 걸렸을 거야. 알잖아, 당 규정을! 이젠 돌아설 수 없어"<br /><br />"방법은?"</div> <div></div> <div>친구는 마치도 포기하는 방법을 묻는 듯싶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br /><br />"방법은 기상천외야, </div> <div>군인들이 우릴 보는 밤이 아니라 우리가 역으로 그들을 볼 수 있는 대낮이야, 지금 뛰자!"<br /><br />우린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이 재빨리 본능적으로 나는 중국 땅을 살폈고 친구는 북한 땅을 흩었다.<br /></div> <div></div> <div></div> <div><br />"군인들이 안보이니 셋까지 세고 뛰자"<br /><br />"하나, 둘, 셋!"<br /><br />우린 서로를 마주보며 비장하게 셋을 합창했지만 일어서는 데는 똑같이 실패했다.<br />군인들이 문제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의 문제라는 인식 앞에서 친구와 나는 땅이 꺼지게 한숨을 쉬었다.<br />그렇게 말없이 십 분이란 시간이 흐르자 국경의 고요로부터 서서히 충전되는 </div> <div>새로운 담력이 심장을 달구었다. </div> <div></div> <div>우린 마침내 말없이 손을 맞잡았다. </div> <div>서로의 체온을 확인하는 순간 운명의 끝에 함께 섰음을 느끼게 되었다.</div> <div>아니 이미 더 돌이킬 수 없는 행동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div> <div>우린 동시에 힘 있게 솟구쳤다. 그리고 돌처럼 단단한 두만강 얼음위로 달리기 시작했다. </div> <div>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div> <div>소원의 순간이었고 실행의 순간인 것이다. </div> <div>뛰어가는 발걸음마다 운명을 두드리는 듯 요란했다.</div> <div><br /><br /><strong><font color="#c31a1b">그런데 뒤에서 누군가 소리치는 것이 아닌가?<br /></font></strong></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br />"저 놈들 봐라! 저 놈들 잡아라."</div> <div><br />능적으로 돌아보던 나는 아연했다. </div> <div>우리가 뛰어 온 그 몇 미터 굽이돌이에 바로 병사들 한 무리가 총 들고 서있는 곳이 아닌가. </div> <div>격발장치를 당기며 총구를 겨누는 것까지 보고 뛰자니 갑자기 뒤통수가 불로 지지는 것처럼 뜨거워졌다. </div> <div></div> <div>죽었구나! 아니 죽지 않으리라! </div> <div>우리는 멀리 보이는 중국의 이름 모를 산만 노려보며 그곳을 향해 서로에게 의지한 채 뛰고 또 뛰었다.<br /><br />한 발을 짚을 때마다 뼈 없는 살처럼 주저앉았고 또 다른 발을 내 밀어도 마찬가지였다. </div> <div>산이 가까워질수록 따라오는 주먹들도 가까워지는 것만 같아 차마 돌아 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div> <div>그렇게 달리는 동안 이상하게도 나는 공포를 초월하는 분통함이 치솟았다. </div> <div></div> <div></div> <div></div> <div><strong>이 몇 미터 강을 넘지 못해 이때껏 북한에서 짐승처럼 살았는가! </strong></div> <div><strong>이 몇 미터가 그렇게 혹심한 인권의 차이였던가!</strong></div> <div><strong>이 몇 미터를 달리는데 나는 왜 죽는다고 생각하는가!<br /></strong></div> <div><strong></strong></div> <div><strong></strong></div> <div><strong> <div><br />드디어 북한과 달리 수림으로 우거진 중국 산기슭에 엎어졌을 때는, </div></strong></div> <div><br />드디어 북한과 달리 수림으로 우거진 중국 산기슭에 엎어졌을 때는, </div> <div>따라오는 북한병사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을 때는 서로를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 </div> <div>살았다고 소리 지르고 싶었지만 쫓겨 온 남의 나라가 쫓아오는 자기 나라보다 더 은혜롭고 </div> <div>감사함에 억이 막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div> <div>그래선지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떠나온 북한 땅을 마지막으로 바라보던 친구는 </div> <div>돌을 쥐고 힘껏 던지기도 하였다.<br /><br />이어 친구는 나무가 울창한 산의 깊은 내면에서 안정감을 얻었는지 </div> <div>두 팔을 기껏 벌리고 눈 위에 덥석 드러눕기까지 했다.</div> <div></div> <div></div> <div><br /><br />"우리 이 산에서 며칠 푹 쉬자. 난 이젠 이 산에서 얼어 죽어도 좋아"<br /><br />나도 그러고만 싶었다. </div> <div>수령제일주의도, 집체주의도, 국가보위부도 없는 이곳에서의 죽음이라면 해방만세였다. </div> <div>그러나 목숨 걸고 온 길이어서 이제부터의 자신이 더 소중했고 그래서 이제부터 정말 탈출이라는 </div> <div>생각이 나를 벌떡 일으켜 세웠다.</div> <div></div> <div><br /><br />"아니야, 우리 이 지역에서 최대한 빨리 벗어나야 돼, 북한에서 중국 변방대에 연락할거고, </div> <div>그럼 여기서 어물거리다간 우린 잡혀, 그러니 조금만 더 뛰자, 시내로 들어가자"<br /><br />"어떻게? 시내가 어딘 줄 알고?”<br /><br />주변을 둘러보던 나의 시야에 마을이 보였다.<br />처음엔 그 인적이 당황스러웠지만 총구 앞에서도 탈출했다는 자신감이 머리를 쳐들었다.</div> <div></div> <div></div> <div><br /><br />"꼼짝 말고 여기 숨어있어, </div> <div>내가 만약 마을에서 붙잡히면 소리칠게, 그러면 즉시 산 속 깊이 뛰어!"<br /><br />나는 지금의 상황에선 이 선택밖에 없다고 설득했고 </div> <div>그래도 계속되는 친구의 만류를 뿌리치며 마을로 내려갔다.<br />처음 만난 사람은 아줌마였는데 "말 좀 물어봅시다!" 하는 내 말에 대꾸도 없이</div> <div>무작정 어느 집을 손으로 가리켰다.<br />나는 그가 중국인이고 그가 가리킨 곳이 조선족이 사는 집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br /><br />그 집 대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흰 개가 짖어대는 소리에 나는 식은땀이 날 정도로 놀랐다. </div> <div>친구도 뒷산에서 틀림없이 듣고 있으리라. 이 생각이 나를 금시 안심시켰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br /><br />"누구요?"<br /><br />40대 중반의 남성이 문을 열고 머리를 내밀었다.</div> <div>나는 중국 현지인을 기만하거나 설득하기엔 너무도 시간이 촉박하다는 것을 </div> <div>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즉석에서 700달러를 꺼내 보였다.<br />집주인은 돈 때문인지 아니면 나의 신변 때문인지 맨 발로 달려 나왔다. </div> <div>나를 방안으로 끌고 들어가는 힘이 황소 같았다.<br />연길시내까지만 데려달라는 내 말에는 안중에도 없이 장롱을 열어 </div> <div>가죽 잠바와 바지를 꺼내 던지며 함북 말투로 말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br /><br />"빨리 입으소."<br /><br />"괜찮아요, 이 옷은 일본 옷이에요, 관광객처럼 보이려면"<br /><br />"안돼요, 여기사람 같아야지 초소에서 단속할 때 주목받을 수 있소, 잔말 말고 이 옷을 입으소."<br /><br />"잠시 만요, 저기 친구 하나가 더 있어요."<br /><br />"엥? 그럼 왜 그러고 섰어?, 빨리 데리고 오소."<br /><br />잠시 후 내가 친구를 데리고 나타났을 때 집주인은 이미 나들이차림을 끝내고 난 뒤였다.<br />십분 후면 버스가 마을 앞에 도착할 시간이라며 서두르는 와중에 집주인은 주의사항을 알려주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br /><br />"우선 말을 일체 하지 마소. </div> <div>혹시 공안이 단속 할 때 말 시켜도 아픈 척 하고, 내가 옆에서 대신 말하겠으니 깐. </div> <div>만약 단속 당해도 중국말 모른 척해요, 여긴 중국말 모르는 조선족들도 가끔 있으니깐</div> <div>그리고 주머니에 돈이 더 있으면 나한데 다 맡기소, </div> <div>혹시 붙잡히면 내가 그 돈으로 공안과 사업 해볼 테니. 얼마나 있소?"<br /><br />나는 더 없다고 잘라 말했다.<br />그의 말대로 20분 후에 버스가 정확히 도착했다. </div> <div>수도인 평양에서도 불가능한 버스통행 정상화가 중국의 시골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혀를 차며 </div> <div>우리는 몸을 실었다. </div> <div></div> <div>두만강 기슭을 따라 한 시간쯤 달리는 동안 우리는 내내 북한 땅을 새삼스레 바라보았다. </div> <div>벗어진 민둥산들의 모습이 곧 거기에서 살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헐벗고 굶주린 처지로 보였다. </div> <div>그들에 비하면 쉼 없이 지껄이는 이 중국 시골사람들은 얼마나 축복받은 인생들인가. </div> <div>선진국민의 자유로움과 풍요가 물씬 풍겼다. 갑자기 집주인이 우리 쪽을 돌아보며 눈을 끔뻑거렸다. </div> <div>앞을 보니 검문소가 보였고 무장한 군인들이 손 흔들어 차를 세우고 있었다.<br /><br />그들이 우리를 뒤쫓아 왔고 그래서 차도 멈춰 세우는 것 같았다.</div> <div>나는 공안들이 잡는 순간 어떻게 차창 밖으로 뛰어내리고 어디로 도망칠 것인가를 재빨리 살펴보았다. </div> <div>그러고 나서 친구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잠든 척했다. </div> <div></div> <div>그 전에 친구의 감은 두 눈을 잠깐 살폈는데 눈썹을 심하게 떨고 있었다. </div> <div>나는 그를 안심시켜야겠다는 생각으로 일부러 약간 코를 골았다. </div> <div>차가 멈춰서고 문 열리는 소리가 났다. </div> <div>군화발이 올라오는 둔탁한 소리에서 총의 무게도 느껴졌다. </div> <div>큰 목청의 중국말이 오갔는데 군인이 우리를 향해 부르는 것 같았다. </div> <div></div> <div>다가오는 군화발소리, 승객들이 웅성거리는 소리....눈을 뜨면 지금 어떤 상황일까? </div> <div>군인이 우리를 노려보는 것일까? </div> <div></div> <div>머리카락마다 촉각을 곤두세우고 숨을 세고 있는데 </div> <div>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차가 움직이는 것이 아닌가. </div> <div>눈을 떠보니 정말 차가 가고 있었다. </div> <div>훗날 집주인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이렇게 말해주었다.</div> <div></div> <div></div> <div><br /><br />"공안들은 일일이 검열하기 바쁘니깐 버스에 올라와 한번 쭉 흩어보오, 탈북자 색출이 목적이니깐.</div> <div>탈북자 얼굴피부를 보면 우리랑 틀리오, 오랜 방랑생활 때문인지 새까맣고 때에 그을렸거든, </div> <div>그런데 자네들 피부는 평양사람들이어선지 우리랑 비슷해서 그냥 넘어간 것 같소"<br /><br />그렇게 피 말리는 두 개의 검문초소를 지나고서야 우리가 탄 버스는 </div> <div>앞이 확 트인 연길시내로 들어섰다. </div> <div>두만강을 넘을 때의 긴장보다 바로미터의 더 큰 순간들을 체험한 나의 온 몸은 땀에 푹 젖었다. </div> <div>이제는 공안도 찾기 힘든 시내로 들어섰다. </div> <div>이제는 13억 중국인의 품에 몸을 숨길 수 있다. 나는 격정을 주체할 수 없어서 친구의 살을 마구 꼬집었다. 그도 같은 심정인지 차창 밖을 내다보는 자신 넘친 시선에는 거침이 없었다. </div> <div>볼거리를 즐기는 여유를 과시하기나 하려는 듯 어느 한 곳을 손으로 가리키기까지 했다.</div> <div></div> <div>"연변은 세계로! 세계는 연변으로!" 라는 한글 플랜카드가 걸려있었다. </div> <div>"중국의 이 작은 마을도 세계를 지향하는데!" 하는 부러움의 탄성이 저절로 나왔다,</div> <div></div> <div></div> <div><br /><br /><font color="#c31a1b"><strong>"자본주의 바람을 막기 위해 모기장을 치자! 쇠살창을 치자!"</strong> </font>는 </div> <div>북한 구호에 익숙했던 나였기 때문에 더더욱 그 플랜카드가 충격이고 감동이었다. </div> <div></div> <div><strong>더불어 폐쇄와 야만으로부터 탈출한 우리의 용단이 천만번 옳았다는 것을 다시금 자부했다.<br /><br /></strong></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br /><br /><br />버스에서 내리자 집주인은 우리에게 손을 내밀었다.<br /><br />"자, 연길까지 왔으니 이젠 헤어지기요, 몸조심하고 잘 가오."<br /></div> <div></div> <div><br />난 그 손을 잡을 수 없었다.<br />이미 날이 어두워졌고 말도 통하지 않는 타국에서 어떻게? 어디로 간단 말인가?<br /></div> <div></div> <div><br />"정말 죄송한데 우리랑 좀 더 같이 있어주면 안 돼요? </div> <div>같이 있으면서 여기 사정도 좀 설명해주고. 공안에게 안 잡힐 지혜도 주면 안 됩니까?"<br /><br />"엥? 연길에 그럼 아무도 없다는 기요? 무작정 온 거요?"</div> <div></div> <div>친구가 한 발 나서며 말했다.<br /></div> <div><br />"친척이 있긴 한데 우린 거기로 갈 줄도 몰라요."<br /><br />난감해하던 집주인은 보기에도 딱했는지 핸드폰을 꺼내 어딘가 전화했다.</div> <div></div> <div><br /><br />"난데요, 창용인데요, </div> <div>내가 이제 두 사람을 데리고 갈 테니깐 좀 신제지오, 네, 네.. 집에서 멀지 않소"<br /><br />그가 세운 택시를 타고 우리는 연길시내 한 끝 외진 곳으로 갔다. </div> <div>매우 어렵게 사는 장모집이라는데 정작 들어가 보니 평양 중산층 보다 나은 수준이었다.<br />그날 창용 아저씨가 사 갖고 들어간 쇠고기로 우리는 온종일 주린 배를 채우며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div> <div></div> <div>김정일을 죽일 놈이라는 욕으로부터 시작한 그는 탈북자들의 처참한 방황실태와 북송참상, </div> <div>공안들의 탈북자색출 광분 등에 대해 장시간 말해주었다.</div> <div></div> <div>왜 북한 군인들이 총을 쏘지 않았는가? </div> <div>궁금해 하는 우리에게 중국 쪽을 향해 발포하면 국제 법에 어긋나기 때문이었다며, </div> <div>대담하게 잘 뛰었다고 칭찬을 했다. </div> <div>그는 탈북자를 많이 만나보았지만 700달러를 준 사람들은 당신들이 처음이라며 </div> <div>그 돈이면 견인기 한 대를 살 수 있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div> <div>그러면서 탈북자들에게 돈을 받으면 벌금을 20배로 물리니 만약 공안에 잡혀도 </div> <div>돈 이야기는 절대 해선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div> <div></div> <div>우린 그의 말들에서 여기가 탈북의 끝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고 </div> <div>그래서 기름진 음식도 제 맛을 변변히 느낄 수 없었다. </div> <div></div> <div>이 때 창용 아저씨의 핸드폰이 울렸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br /><br />"오, 나 못 들어간다고 아까 말 했잖소. 뭘? 뭘? 정말이야?"<br /><br />핸드폰을 받는 창용 아저씨의 얼굴빛이 심상치 않았다.<br />핸드폰을 내려놨을 때는 우리를 마치 처음 보는 눈으로 보기까지 하였다.</div> <div></div> <div><br /><br />"자네들 살인자나?"</div> <div></div> <div>뜬금없는 섬뜩한 그 질문에 친구와 나는 마주 보았다.<br /></div> <div></div> <div></div> <div></div> <div><br />"살인자라뇨?"<br /><br />"금방 마누라한데서 전화가 왔는데 변방대와 공안에서 마을을 수색했단 거요, </div> <div>탈북시간, 복장, 키를 말하는데 당신들 찾는 게 맞소, </div> <div>근데 문제는 북한에서 받은 통보에 의하면 당신들이 살인자라는데?</div> <div>무기도 휴대하고 탈북 했다며? 국경 연선에 지금 난리 났다잖소."<br /><br />그의 말에 나는 분통이 터졌다. </div> <div>우리가 살인자라니! 죄라면 탈북 한 죄밖에 없는 우리에게 사람을 죽인 죄를 들씌우다니!<br /><br />창용 아저씨가 가까이 다가앉으며 조용히 물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br /><br />"살인자로 수배하고 찾는걸 보니 내 보기엔 당신들이 그냥 탈북자가 아닌 것 같소, </div> <div>돈도 있고 얼굴 피부도 그렇고 평양사람들인 것을 보니 분명 먼 일을 하던 사람들인 것 같은데 </div> <div>대체 직업이 뭐였소?"<br /><br />공안의 시선이 우리를 노리는 이 시점에서 현지인에게 의존하는 것밖에는 다른 길이 없음을 알았다.<br />나는 중앙기관에서 근무했고 친구 같은 경우 김정일 가까이서 10년을 근무했다는 점, </div> <div>체제를 비관하고 남조선으로 갈려고 한다는 것까지 솔직히 말했다. </div> <div>친구가 색 낡은 편지 봉투를 보여주었다.</div> <div></div> <div></div> <div><br />"우리 친척주소인데 일 년 전에 보내온 것입니다. 이 집까지만 데려다 줘도 감사하겠습니다."<br /><br />창용 아저씨는 주소를 유심히 보더니 입을 쩍 벌렸다.</div> <div></div> <div></div> <div><br /><br />"친척이 엄청 부자인거네요, 이 주소는 여기 동북지방에서도 다 아는 부자촌인데요."<br /><br />우리에 대한 신뢰가 더 깊어졌는지 창용 아저씨의 목소리가 다시 커졌다.</div> <div></div> <div></div> <div><br /><br />"한국 갈려면 나한데 맡기오, 내 조카가 전문 그 일을 하는데 당신들 정도면 편하게 보내줄 수 있소, </div> <div>그 조카애는 한국 국정원이랑 직접 통화하는 애거든,"<br /><br />그 때 벨 소리가 울렸다.</div> <div></div> <div></div> <div><br /><br />"뭐? 뭐야? 그 말을 왜 했어. 이 바보야. 모른다고 할 거지! 알고 있었다고?"<br /><br />창용 아저씨는 이번엔 얼굴이 창백해졌고 통화가 끝나기 바쁘게 벌떡 일어서기까지 했다.</div> <div></div> <div></div> <div><br /><br />"빨리 일어섯! 공안이 이쪽으로 오고 있소. 장모집주소를 물어 봤대"<br /><br />새벽 두 시에 우린 다시 밖으로 나왔다. </div> <div>창용 아저씨는 내가 처음 만났던 중국 여자를 개년이라며 화를 냈다. </div> <div>그러더니 돈을 받지 말아야 하는데, </div> <div>다시는 탈북자를 돕지 않겠다고 결심했는데,라는 말을 여러 번 반복했다.<br /></div> <div><strong>문제는 정작 밖으로 나오긴 했지만 더 이상 갈 곳이 없다는 것이었다.<br /></strong></div> <div></div> <div></div> <div><br />장모 집에서 멀리 떨어져 우두커니 서있는 창용 아저씨의 뒷모습을 보니 </div> <div>우리의 미래보다 더 어두워 보였다. </div> <div>우리는 붙잡히면 자살할 각오라도 있지만 그에게는 불안과 후회의 고통밖에 없어 보였기 때문이었다.<br /></div> <div></div> <div></div> <div><br />"아 맞다. 거기로 가자!"</div> <div></div> <div>창용 아저씨가 문득 소리쳤다.<br /><br />그의 설명에 의하면 장모집 건너편에 빈 집이 하나 있는데 밖으로 </div> <div>자물쇠를 채우고 들어가 있으라는 것이다. </div> <div>우리는 위험근처로 가기 싫다고 했지만 창용 아저씨는 공안이 수시로 순찰하는 이 밤에 </div> <div>거리를 방황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며 장담했다.</div> <div></div> <div></div> <div><br />"등잔불 밑이 어둡다잖소, 그리고 공안이 자물쇠가 채워져 있는 빈집에 어떻게 들어가오?"<br /><br />우리는 그 빈집에서 삼일을 보냈다. </div> <div>한국 들어간 조카가 낼 온다며 무조건 자기를 기다리라 했다는 것이다. </div> <div>음식은 창용 아저씨가 어둔 밤에 한 번씩 세끼 빵을 넣어주었다. </div> <div>차라리 부잣집 친척집에 가 있는 것이 더 편하지 않냐고 물어보았다. 우리는 결단코 반대했다. </div> <div></div> <div>우리 신분이 이미 단속됐던 6중대에서 노출이 됐고, 3일이라는 시간 안에 공안은 북한으로부터 </div> <div>우리에 대한 충분한 자료를 받았을 것이다. </div> <div>안내 용의자에 불과한 창용 아저씨의 장모집도 알아낸 공안이 추적범의 친척집을 </div> <div>수사선상에서 빼놓는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설명했더니 머리를 끄덕였다.<br /><br />그 날도 북한이야기와 조금 엿 본 중국 시골의 발전모습에 대해 장시간 이야기하다 잠들었을 때였다.</div> <div>시끄러운 중국말과 군화발소리에 눈을 뜬 나는 급히 친구를 깨웠다.</div> <div>숨죽이고 밖의 동정을 살피던 우리는 동시에 방 한 구석으로 뒷걸음쳤다. </div> <div>손전등을 켠 누군가 우리가 숨어있는 집을 기웃거리더니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다. </div> <div></div> <div>자물쇠를 거칠게 흔들 때에는 가슴을 마구 헤집는 것 같았다. </div> <div>문이 열렸다. </div> <div></div> <div>거구의 한 사나이가 불쑥 들어오다가 우리를 보고 흠칫했다. </div> <div>보기에도 두려운 군복 입은 공안이었다. </div> <div>그는 우리가 두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괴성을 지르며 달려 나갔다. </div> <div>나는 방바닥에서 무엇인가 찾고 있는 친구의 등을 세차게 때렸다. </div> <div></div> <div>"뭘 해?!"<br /></div> <div></div> <div></div> <div><br />나는 낮에 내다보군했던 높은 울타리를 어떻게 날아 넘었는지 모른다. </div> <div>앞에서 달려가는 형체를 쫓아 정신없이 뛰면서 나는 살아야 한다! 살아야 한다! </div> <div>이렇게 계속 중얼거렸다. </div> <div></div> <div>그렇게 한참을 달리다가 우뚝 멈춰서고 말았다. </div> <div>친구인줄로만 알았던 앞의 그림자가 송아지였던 것이다.</div> <div>도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 다시 돌아섰다.</div> <div></div> <div>이 골목 저 골목 헤매면서도 우리가 숨어있던 빈집 근처를 어지럽게 비치는 </div> <div>12개의 손전등을 빠짐없이 세었다. </div> <div>저 12개 불빛 중 하나라도 놓치지 말아야 나의 은밀한 행동이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br /><br />나는 친구가 처음 뛸 때와 추정방향을 추적해보려 애쓰며 허리를 굽히고 이리저리 헤맸다. </div> <div>그때 인기척이 들렸다. </div> <div></div> <div></div> <div>돌아보니 손전등 불빛이 아주 가까운 곳에서 오고 있었다. </div> <div>허둥거리던 나는 마침 앞에서 서성거리던 황소 뒤로 몸을 숨겼다.</div> <div>공안과 나와의 거리는 불과 5미터도 안되었다. </div> <div>황소 배 밑으로 뻗은 내 두 다리를 보지 않을까 숨이 컥컥 막혔다. </div> <div>나를 의식해서인지 황소는 비실비실 피하다 못해 달렸고 나는 그 뒤에 숨어 어쩔 수 없이 </div> <div>가시나무에 찔리고 뜯기는 채로 뛰고 또 뛰었다. </div> <div></div> <div>그렇게 찰나의 위험을 넘기는 동안 어느새 날이 푸름푸름 밝아왔고 공안 승합차가 가는 모습도 보였다.</div> <div>나는 그때야 쑤시다 못해 무감각해진 발이 양말도 안신은 맨발이라는 것을 알았다. </div> <div>주저앉았다. </div> <div></div> <div>두 손으로 발을 비비면서도 승합차에 친구가 실려 간 것만 같아 눈물이 났다. </div> <div>나의 착한 친구가 반항도 못하고 짐승처럼 끌려가는 상상에 주먹으로 눈물을 닦고 또 닦았다. </div> <div>그런데 한참 후 어디선가 나를 찾는 가느다란 목소리가 들렸다. </div> <div>머리를 버쩍 들고 그 쪽을 바라보니 친구였다. </div> <div>그것도 산 중턱 나무 뒤에 숨어 머리만 내밀고 웃으며 손을 흔드는 것이 아닌가.<br /><br />나는 단숨에 달려 올라갔다. </div> <div>친구의 앞에 섰을 때는 주먹으로 힘껏 얼굴과 가슴을 때리며 소리쳤다.</div> <div></div> <div></div> <div><br /><br />"웃음이 나와? 너 혼자만 살자고 이렇게 멀리 왔냐? 이 나쁜!"</div> <div></div> <div>어질기 짝이 없는 친구는 매를 그냥 맞아주었다. </div> <div>내가 뒤에 따라 선 줄 알고 여기까지 오게 됐다는 말도 다 맞고서야 꺼냈다. </div> <div>우린 끝내 연인처럼 그러안고 소리 내어 엉 엉 울었다. </div> <div>울면서 서로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연발했다. </div> <div></div> <div>친구가 불의에 들이닥친 급박한 상황 속에서도 내가 북한에서부터 가져온 시집을 챙겨왔다는 것을 </div> <div>알았을 땐 더 미안하고 죄송했다. </div> <div></div> <div>그날의 아픔과 설음, 두려움의 때로 얼룩진 노트가 바로</div> <div>2008년 12월 9일 일본 NHK가 9시 뉴스특보에서 카메라에 담았던</div> <div><strong><font color="#c31a1b">"내 딸을 백 원에 팝니다."</font></strong> 원본이다.<br /><br /></div> <div></div> <div><br /><br /></div> <div></div> <div><br /><br />공안이 없음을 분명히 확인한 우리는 날이 어두워질 무렵 마을로 내려갔다.<br />물론 둘 다 맨 발로 말이다.</div> <div>창용 아저씨는 장모로부터 꾸중을 받았었는지 들어오라는 말 대신 황급히 밖으로 뛰쳐나왔다.<br />나는 우리가 무사함을 무척 기뻐해주는 그가 친삼촌처럼 느껴졌다.</div> <div></div> <div><br /><br />"당신들 짐을 공안에서 다 가져갔소. 그 안에 뭐가 들어있었는데?"<br /><br />중국어 책과 속옷들이었다는 대답에 돈은 없었냐고 다시 물었다.<br />돈 소리에 창용 아저씨 등 뒤에 서있던 친구 얼굴이 갑자기 사색이 됐다. </div> <div>나는 그가 입을 열기 전에 재빨리 대답했다.</div> <div></div> <div></div> <div><br /><br />"돈은 있어요, 내가 갖고 있었어요."<br /><br />친구가 정말이냐는 눈으로 날 쳐다볼 때 마침 </div> <div>장모의 목소리가 들렸고 창용 아저씨는 집안으로 들어갔다.</div> <div></div> <div></div> <div><br /><br />"정말 돈을 갖고 있어? 외투 주머니에 있었던 거 아니야?"<br /><br />친구가 기대 절반 의문 절반으로 물으며 다가왔다.<br />나는 그를 마당 한 구석으로 끌고 갔다.<br /></div> <div></div> <div><br />"똑똑히 들어, 우린 지금 한 푼도 없어, 빈털터리라고, 그러나 있는 척 해야 돼, </div> <div>저 사람은 가면 그만이지만 우린 저 사람을 잃으면 끝이야, 내 말 알겠지?"<br /><br />창용 아저씨가 보따리 하나를 챙겨 나왔다.<br />우린 서둘러 대충 맞는 신발과 솜옷들을 골랐다.<br />그리고 다시 산으로 들어갔다.<br /><br />창용 아저씨는 절대 불을 피워선 안 된다며 조카가 이틀 더 늦는다고 했으니 </div> <div>그때까지만 부디 얼어 죽지 말라고 하였다. </div> <div>공안이 탈북자들을 잡아들이는 이유 중 하나가 탈북자들 때문에 산불이 많이 나서라고 했다. </div> <div>그러면서 장모 집에서 자기가 더 머물고 장모 속을 편하게 해주려면 돈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div> <div>나는 몹시 화가 난 척 하며 조카가 온 다음에 보자고 단호히 잘라 말했다.<br /></div> <div><br /><strong>친구와 나는 이렇게 창용 아저씨가 이틀 동안 날라 준 페트병의 뜨거운 물을 그러안고</strong></div> <div><strong>산 속에서 모포 하나로 붙어살았다.<br /></strong></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br />"우리 서로 여자라고 생각하자"<br /><br />한번은 친구가 불쑥 던진 이 말이 어찌나 웃겼던지, 우린 정말 아주 오랜만에 웃어보는 것 같았다. </div> <div>아니 그 짧은 웃음에서 삶이란 이리도 다양하고 그래서 생존만으로도 아름답다고 여겨졌다. </div> <div>그 이틀 밤의 정취를 나는 죽을 때까지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div> <div>밤이 점점 깊어지니 산 속의 신비가 태동했다. </div> <div>언젠가 원산 밤바다 기슭에서 끊임없는 파도소리가 심경을 사로잡았었던 기억이 있다. </div> <div></div> <div>그런데 그 바다처럼 산도 밀림이 설레는 소리로 마치 생명이 숨 쉬는 듯 했다. </div> <div>우리는 고난의 자신들이 뿌듯했다. </div> <div>사람은 자연 속에 산다고 하지만 바람을 머금고 산 정상에서부터 밀려 내려오는 소리를 온 밤 듣는 </div> <div>경험자가 얼마나 되랴, 우리는 골짜기 따라 내려오는 1월의 찬바람을 피해 이리저리 자리를 옮기며 </div> <div>두고 온 집이야기와 북한에서의 나날들을 옛말처럼 주고받았다. </div> <div></div> <div>그래선지 별들이 또렷한 밤하늘을 우러르며 </div> <div>두 손 모아 한국행의 소원을 빌 때는 눈시울이 젖기도 했다. </div> <div></div> <div></div> <div><strong><font color="#c31a1b">십년세월 이 고생해도 그 땅으로 갈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font></strong></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우리에겐 그날의 대한민국이 별 만큼이나 아득히 멀었다. </div> <div>다음날 창용 아저씨가 우리와 비슷한 또래의 젊은이를 데리고 나타났다. </div> <div>신광용으로 자기 이름을 소개한 그는 대뜸 확인 차원이라며 신분증부터 요구했다. </div> <div>신분증안의 날짜들과 도장이며 인쇄 질감에 이르기까지 전문가처럼 꼼꼼히 체크한 그는 </div> <div>어디엔가 전화를 걸었다.</div> <div>잠시 후 산 중턱까지 닛산 지프차 한 대가 올라왔다. </div> <div>듣던 바대로 견인기구입에 들떠있던 창용 아저씨와는 차원이 달라보였다. </div> <div>우리는 창용 아저씨와 포옹으로 이별인사를 마치고 차에 올랐다. </div> <div>한국 가면 은혜 갚으려 꼭 오겠다는 인사도 잊지 않았다. </div> <div></div> <div>물론 돈은 주지 않았다. </div> <div>다행히도 창용 아저씨가 자기에게 700달러를 준 사실을 조카에게 비밀로 해달라고 애원했기 때문이다.<br /><br />차는 젊은 신광용 이처럼 힘 있고 멋쟁이였다. </div> <div>스피커에서 울리는 노래가 한국가요여서인지 내친 기세로 한국까지 쭉 갈 것만 같았다.</div> <div></div> <div><br /><br />그러나 차가 도착한 곳은 연길 시내 어느 번화가였다. </div> <div>그동안 사람을 무서워했던 우리에겐 번잡함이 어마어마한 공포였다. </div> <div>광용은 그동안 우리가 겪었던 악몽 같은 사정들을 아는지 모르는지 차에서 빨리 내리라고 하였다. </div> <div></div> <div>좀 뒤떨어져 오면<strong><span style="font-size: 12pt"> "얼른 오소!"</span></strong><span style="font-size: 12pt"> </span>하고 소리쳤고, </div> <div>공안들이 사방에서 얼른거리는 백화점에 들어서선 큰 소리로 내 이름을 부르기까지 하였다. </div> <div>안하무인인 그의 행동은 괴로운 정도가 아니라 고문하는 것 같았다. </div> <div></div> <div>그는 일단 백화점에서 옷과 신발들을 사주었다. </div> <div>나는 그때 거울을 들여다보다 깜짝 놀랐다.</div> <div></div> <div>이 얼굴로 여기 서있단 말인가? </div> <div>서둘러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옷은 괜찮으니 선글라스를 사달라고 했다. </div> <div>광용은 그게 더 의심스럽다고 했고 우리는 그냥 소원했다. </div> <div>그 이후부터 친구와 나는 선글라스신사가 됐다. </div> <div>검은 안경알 뒤에 자신들이 감쳐줬다고 생각하니 어깨가 펴졌다. </div> <div>그 선글라스가 없었다면 광룡이가 내민 카메라 앞에도 감히 서지 못했을 것이다. </div> <div></div> <div>자기가 사용한 돈과 사준 상품들을 윗사람들에게 확인시켜줘야 한다며 </div> <div>광용은 사진을 찍어줄 것을 요구했던 것이다. <strong>그런데</strong> <strong>찍고 보니 뒤에 공안들이 서있었다.<br /></strong></div> <div><strong></strong></div> <div><strong> <div><br />그날은 참으로 호의호식하는 날이었다. </div></strong></div> <div><br />그날은 참으로 호의호식하는 날이었다. </div> <div>비싸 보이는 식당에서 푸짐하게 먹었고 우리는 난생처음 남녀공용의 찜질방이란 곳에도 갔다.<br /><br />역시 개혁개방은 달랐다. </div> <div>어떻게 전혀 모르는 남녀들이 집체적으로, </div> <div>그것도 속옷차림으로 한 공간에서 버젓이 잘 수 있단 말인가. </div> <div></div> <div>이런 것이 바로 북한에서 말하던 자본주의 황색바람이었구나</div> <div>빈번히 놀라는 평양촌놈 우리에게 광용은 진짜 자본주의 맛을 보여주겠다며 <span style="font-size: 9pt">"때밀이"</span> 라는 사람을 </div> <div>불렀다. </div> <div></div> <div>돈만 주면 내 때도 벗겨주다니. </div> <div>나는 "때밀이" 아저씨가 힘을 쓰는 동안 너무도 송구하고 크게 신세지는 것 같아 몸 둘 바를 몰라 했다. </div> <div>자정 무렵 우리가 간 곳은 신광용의 집이었다. </div> <div>마중 나온 스물다섯 돼 보이는 여자를 자기 와이프라고 소개했는데 나는 그때 여자를 그렇게 </div> <div>가까이서 본 다는 것이 좀 별스러웠다. </div> <div></div> <div>우리가 무인도에서 인간세상으로 온 느낌이랄까, </div> <div>폐가 같은 빈집도 아니고 산속도 아닌 바닥이 따뜻한 아파트에서 이불을 덮고 잔다는 것 또한 </div> <div>이상할 정도였다. </div> <div>다음날 일어나니 신광용은 어디 나갔다 왔는지 금방 들어온 옷차림이었다. </div> <div>전날과는 달리 한 마디도 안했고, 아침식사를 끝내고 난 후에는 우리에게 종이와 볼펜을 각각 주었다. </div> <div></div> <div>자기프로필과 가족관계, 한국 정부 앞으로 제공할 수 있는 북한의 비밀정보들, </div> <div>그리고 탈북이유까지 한 치의 거짓 없이 적으라고 하였다. </div> <div>그가 특히 강조한 것은 비밀정보인데 그것은 자기도 다 알아서는 안 되니 간단하게 제목처럼 </div> <div>요약만하라고 하였다. </div> <div></div> <div>비밀이 뭘까? 어떤 게 정보일까? 아무튼 그의 요구는 국가조치처럼 무언가 숭엄한 감이 들었다. </div> <div>나는 글을 배우고 난 후 그렇게 심혈을 기울여 곱게 써 본적이 없었다. </div> <div>친구도 대한민국 대통령 앞으로 편지 쓰듯 정성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div> <div></div> <div>신광용은 우리의 자필서류들과 쇼핑사진, </div> <div>그리고 신분증 복사사진을 우편봉투 안에 넣으며 한국에선 이럴 땐 <font color="#c31a1b"><strong><span style="font-size: 12pt">파이팅!</span></strong><span style="font-size: 12pt"> </span></font>한다고 했다.<br /></div> <div></div> <div></div> <div><br />우리는 그 때부터 수 없이 맘속으로 파이팅! 을 곱씹었다. </div> <div>우리가 더 자신했었던 것은 신광용의 처가 함북출신 탈북자라는 것을 안 후부터였다. </div> <div>오갈 데 없는 탈북자를 아내로 맞은 그의 인간성이 돋보였고 그 믿음만으로도 우리는 </div> <div>두려움에서 해방되어 행복했다.<br /><br />그러나 파이팅 10일이 지나도록 그가 장담하던 기적은 오지 않았다.</div> <div><br /><br />당신들을 더 숨겨주고 싶은데 돈이 떨어져간다는 광룡의 한숨도 점 점 커져갔다. </div> <div>나는 우리가 왜 이 집에 계속 있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속 시원히 알아야 했다.</div> <div></div> <div></div> <div><br /><br />"오늘은 말 좀 합시다. 도대체 누굴 기다리는 것이고 어디까지 우리 문제가 진전 된 겁니까?"<br /><br />신광용은 처에게 술심부름을 시키고 정색해서 입을 열었다.</div> <div></div> <div></div> <div><br /><br />"내가 잘 알던 한국사람이 있어요, </div> <div>탈북자 문제에 관심이 많은 분인데 내 생각엔 국정원 같소, 돈도 몇 번 받았고, </div> <div>평양출신 탈북자가 있으면 자기에게 바로 연락하라고 했고, 또 있느냐 자주 물어보기도 했소, </div> <div>그래서 당신들 문제를 그에게 이야기했소, 서류도 그 사람에게 보낸 것이고, </div> <div>처음엔 돈도 보내고 당신들의 안전을 잘 부탁한다고 하더니 지금은 연락이 안 되네요, </div> <div>핸드폰 번호조차 바꿔버렸어요,"<br /><br />나는 그 상황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다. </div> <div>국정원 직원인지 아닌지도 모르는 사람을 우리가 지금껏 구세주처럼 기다렸단 말인가?<br /><br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앞으로의 기다림도 무의미할 것이라 생각하니 막막했다. </div> <div>정말 다른 방법이 없을까? 신광용은 베트남이나 몽고, 혹은 태국으로 가는 길이 있다고 했지만 </div> <div>우리로선 용기가 나지 않았다. </div> <div>국경에서 연길까지 나오는 이 수 백리에서도 여러 번 생사를 넘었는데 그 먼 길을 또 어떻게?<br /><br /><strong>결론은 돈이었다. </strong></div> <div><strong>더 있자고 해도 돈이고 길을 떠나자고 해도 돈이었다.<br /></strong></div> <div></div> <div><br />친구가 친척 주소를 다시 꺼내왔다. </div> <div>창용 아저씨와 똑같이 부자촌이라며 감탄하던 광용은 핸드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br />중국말이어서 알아들을 순 없었지만 기분 좋은 통화인 것만은 분명해 보였다. </div> <div>통화 후 광용의 말은 거의 감격 수준이었다.</div> <div></div> <div><br /><br />"이 친구가 기잔데 애 말로는 친척이 맞다면 한국 가는 것은 문제도 아니라오. </div> <div>그러고 보니 이 이름을 나도 아는데 항일열사로 중국 교과서에도 나와 있는 분이에요. </div> <div>그 자녀들도 심양에 나가 한 자리씩 하고 있고, 정말 친척이 맞소?"<br /><br />친구의 선친들 또한 항일투사로, 북한에서도 충신의 귀감으로 인민들에게 선전되고 있다는 말에 </div> <div>광용은 우리의 한국행을 백퍼센트 확신했다.</div> <div>아니 확신을 넘어 자기 처도 이번 기회에 남한으로 함께 데려가 달라고 부탁까지 하였다. </div> <div>탈북자의 남편으로 인정 될 경우 조선족의 한국국적 취득이 가능하다며 광용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div> <div></div> <div>우리는 한시도 지체할 수 없었다. </div> <div>아침이면 중국 공안의 매복감시에 적발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이 밤에 당장 찾아가기로 하였다. </div> <div>셋은 밖으로 달려 나가 택시를 잡아탔다.</div> <div></div> <div><br /><br />좋은 택시여야 공안이 설사 근처에서 지키고 있어도 의심 못한다며 비싼 택시를 골라 탔다.</div> <div>30분 쯤 달려 도착해보니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궁궐 같은 집이었다. </div> <div>주변이 너무 환해 어떤 문제가 생길 경우 탈출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 </div> <div>의심스러운 승합차가 서있는 것도 보였다. 하여 나는 집근처를 두 바퀴 더 돌자고 했다. </div> <div>앞 현관과 이어진 골목들과 담장 주변을 아무리 살펴도 차를 이용하지 않고서는 불의의 정황에 </div> <div>대처하기 힘들어보였다.</div> <div><br /><br />우리는 논의 끝에 택시를 뒷골목에 세워두고 광용이를 우선 보내기로 했다. </div> <div>광용이가 친척을 만나 시간과 약속을 따로 정하고 믿지 못할 경우 택시 있는 곳까지 직접 데려오기로 </div> <div>했다. </div> <div></div> <div>그렇게 광용이가 가고 나서부터 나와 친구는 손에 땀을 쥐고 기다렸다. 한초 한초가 일 년 같았다. </div> <div>친구도 조바심이 났는지 한 바퀴 더 돌자고 했다. </div> <div>그러나 우리 둘 중 누구도 그 말을 중국택시기사에게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div> <div>30분쯤 됐을 때 광용이가 쫓기듯 달려왔다. </div> <div></div> <div>택시에 오르자마자 빨리 출발하자고 두 팔을 마구 흔들었다. </div> <div>좀 전의 그 어떤 긴장 때문인지 계속 뒤를 돌아보며 숨을 헐떡였다.<br />예전 같으면 자기 집 앞에 세웠을 택시도 훨씬 멀리 지나쳐 세우게 했다.<br /><br />그리고 들려주는 그의 말은 전율, 그 자체였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br /><br />"그 집 아들이라고 나왔는데 자긴 사촌 따위는 알고 싶지도 않대, </div> <div>아버지가 이미 사망했기 때문에 더 상관없다면서 뭐라는 줄 아오? 그 놈이 살인했다며? </div> <div>살인자가 어떻게 이 집에 오냐고! 공안에서 24시간 지키고 있으니 잡히지 않겠으면 </div> <div>두 번 다신 나타나지 말라고 하는 거요. </div> <div>그래서 설득하려는데 아까 승합차 봤지요? 거기서 두 놈이 내려오더니 나에게 달려오는 거요"</div> <div><br /><br />나는 듣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서늘했지만,</div> <div><strong>친구는 한 쪽에 쭈그리고 앉아서 서럽게 울고 있었다...<br /></strong><br /></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 align="center"><font color="#000000">출처= 작성자삥신새끼 님</font></div> <div align="center">출처 네이트판 바코드님</div></font></font></font></font></div> <div><font color="#c31a1b"></font></div> <div><font color="#c31a1b"></font></div> <div><font color="#c31a1b"></font></div> <div><font color="#c31a1b"></font></div> <div><font color="#c31a1b"></font></div> <div><font color="#c31a1b"></font></div> <div><font color="#c31a1b"></font></div> <div><font color="#c31a1b"></font></div> <div><font color="#c31a1b"></font></div> <div><font color="#c31a1b"></font></div> <div><font color="#c31a1b"></font></div> <div><font color="#c31a1b"></font></div> <div><font color="#c31a1b"></font></div> <div><font color="#c31a1b"></font></div> <div><strong><font color="#c31a1b"></font></strong></div> <div><strong><span style="font-size: 24pt"><font color="#c31a1b">북한 고위층 </font></span></strong><strong><span style="font-size: 24pt"><font color="#c31a1b">탈북이야기</font></span></strong><strong><span style="font-size: 12pt"><font color="#c31a1b">-1</font></span></strong></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strong></strong></div> <div><br />나는 한국에서 홀로 힘들 때마다 긴장과 공포로 숨 가빴던 탈북 순간들을 생각해보곤 한다. </div> <div>국적을 버릴 자유까지 허용돼 있는 자유민주주의 사고로는 탈북이란 것이 얼마나 위험천만한 결단인지 </div> <div>가늠조차 힘들 것이다. </div> <div>자기는 이미 목숨을 버렸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탈출할 수 없는 것이 북한 땅이다. </div> <div>아니 붙잡힐 경우 자기 뿐 아니라 가족은 물론 친척들의 운명까지도 위협하는 죽음보다 더 큰 고통이다.<br /><br />내가 친구와 함께 국경연선에 도착한 시기는 오줌 싸면 얼어서 떨어진다는 2004년 </div> <div>북방의 추운 1월이었다.</div> <div>초기 계획은 산 속 수림에 숨어 있다가 국경 경비대원들이 지나가고 나면 두만강을 넘는 것이었다. </div> <div>그런데 정작 현장에 도착하고 보니 산은 높은데 몸을 숨길 나무가 한 그루도 보이지 않았다.<br /><br />친구와 나는 평양 밖을 벗어나 본적 없기 때문에 수 천리 떨어진 국경지역에선 </div> <div>거의 눈 뜬 소경과 다름없었다. </div> <div>그래서 맞춤한 탈북 장소와 기회를 노리며 두만강연선을 따라 온종일 걸은 길이 백리나 되었다. </div> <div>밤 열시 경, 한치 앞도 헤아리지 못할 캄캄칠야는 우리를 대담하게 했다. </div> <div></div> <div>하여 마침내 강기슭으로 들어서는데<strong><span style="font-size: 12pt"> "손 들엇!"</span></strong><span style="font-size: 12pt"> </span>하며 풀숲에서 병사가 불쑥 일어서는 것이 아닌가.<br /></div> <div></div> <div><br />그때 반사적으로 내 팔을 꽉 잡는 친구의 손이 나를 더 전율케 했다.</div> <div>때려눕힐까 하고 생각하는 찰나 그 병사가 이번엔 호각을 불었다. </div> <div>그러자 의외로 아주 가까운 곳에서 여럿의 손전등들이 켜지며 우릴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div> <div>변명의 여지조차 없이 우리는 총구들에 떠밀려 국경경비총국 6중대 병실에 들어섰는데 </div> <div>가장 눈에 보이는 것이 <strong><font color="#c31a1b">쇠살창으로 가려진 작은 감옥과 매달린 수갑들이었다.</font></strong></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br /><br />"어떻게 이 밤에 두만강으로 접근하신 겁니까? 신분증과 통행증을 봅시다."</div> <div></div> <div>북한 특권층의 아들이었던 친구는 생전 처음 당해보는 총구 앞에서 </div> <div>누가 봐도 탈북 용의자로 확신할 만큼 온 몸을 심하게 떨고 있었다.</div> <div></div> <div></div> <div><br /><br />"우선 이 친구가 너무 추워하니깐 몸 좀 녹이게 해주시오."<br /><br />그러면서 나는 신분증을 꺼내려 안주머니 손을 넣었는데 쿵쿵 뛰는 심장이 만져졌다. </div> <div>가죽 케이스에 당마크가 새겨진 나의 신분증을 받아 쥔 중대장은 놀란 눈으로 자리에서 일어섰다.</div> <div>국경 연선에서 오랜 중대장 경험을 가진 그 군관도 아마 당마크와 빨간 색깔의 조선노동당중앙위원회 </div> <div>도장이 박힌 신분증을 처음 보는 듯싶었다.<br /><br />북한의 최고위 신분증은 금박으로 당마크가 새겨진 당 신분증과 국장이 새겨진 내각 신분증이 있다. </div> <div>그 중에서도 당마크는 북한의 절대권력 기관인 조선노동당 신분을 의미하기 때문에 무소불위의 총구도 </div> <div>공손해지기 마련이다. </div> <div></div> <div>더욱이 당 통전부는 대남공작이란 특수성이 부여되기 때문에 적화통일의 무기를 쥔 병사들에겐 </div> <div>신비감을 조성한다. 그렇다 할지라도....</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br /><br />“왜 국경에 접근했습니까?”</div> <div></div> <div>중대장은 신분증의 무게와 달리 </div> <div>너무 어려보이는 내 나이를 의심하는지 아래위를 흩어보며 물어보았다.<br /></div> <div></div> <div></div> <div>"무산 시당에 간부사업 가던 중 너무 밤이 깊었고 춥기도 해서 </div> <div>군인병실이라도 찾아서 하루 밤 자고 가려했을 뿐인데"<br /><br />"아닙니다, 강에 발을 짚었습니다!"<br /><br />우리를 단속했던 그 재수 없는 병사가 막 소리 질렀다. </div> <div>나는 이럴 땐 무엇보다 배짱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br /><br />"이 멍청한 놈! 너 어디 감히 총을 들이대고 그래? 아까 널 한 대 쥐어박으려다 참았어!"<br /><br />중대장이 짧게 지시했다.</div> <div></div> <div><br /><br />"무산시당에 전화해봐, 통전부에서 간부사업 약속 있었는지"<br /><br />나는 온 몸이 무너져 내려앉는 것 같았다. </div> <div>난로 앞에서 손을 비비고 있던 친구도 나를 쳐다보는 눈이 끝장이라고 말하는 듯싶었다. </div> <div>그런데 세상에 이런 일이!</div> <div></div> <div></div> <div></div> <div><br /><br />"중대장동지, 정전이어서 무산시당에 전화가 연결 안 됩니다."<br /><br />그 말을 듣는 순간 살수 있다는 희망이 내 발밑에서부터 머리까지 치달아 올랐다.</div> <div></div> <div><br /><br />"그럼 내일 확인하기로 하고 일단 좀 자게 해줘! 어 중대장? 우린 피곤해!"</div> <div></div> <div>그때 순찰교대를 했는지 한 개 분대가 쓸어 들어왔다. </div> <div>누군가고 서로 물어보던 병사들 중 소위 계급을 단 군인이 유심히 들여다보던 신분증을 흔들며 소리쳤다.<br /></div> <div></div> <div></div> <div><br />"어따, 여기 근무하면 혹시 오광일이라고 알아요?"<br /><br />오광일? 기억을 애써 더듬는데 갑자기 친구가 말했다.<br /></div> <div></div> <div></div> <div><br />"김책시에 사는 오광일이? 아버지가 김책시당 책임비서 하는 그 애?"<br /><br />소대장의 얼굴에 금시 화색이 돌았다.</div> <div></div> <div></div> <div><br /><br />"네 맞아요, 맞아요, 중대장동지 그 시당책임비서 아들이 내 친구예요"<br /><br />중대장은 의심과 신뢰가 교차하는 얼굴로 소대장과 내 친구를 번갈아보았다. </div> <div>나는 하늘이 준 기회다 싶어 큰 목청으로 말했다.</div> <div></div> <div><br /><br />"그 오광일이가 정말 친구 맞어? </div> <div>친구의 친구를 여기서 보다니, 그럼 우리 여기서 좀 재워줄 수 있어?"<br /><br />나는 중대장이 다른 생각을 할 틈이 없이 배낭에서 술과 담배를 꺼냈다. </div> <div>그날 일부러 술을 세잔이나 마셨지만 취하지 않았고 소대장 이불을 쓰고 누웠지만 잠도 오지 않았다. </div> <div>순찰근무 교대는 한 시간에 한 번씩 하였고 초소로 나갈 때마다 병사들은 실탄과 심지어는 수류탄으로</div> <div>무장하곤 했다. </div> <div>다음날 아침 우리는 소대장이 쓴 우정의 편지를 받고 다시 길을 떠났다. </div> <div>은밀한 어둠만을 믿었던 우리에게 병실에서 본 경계의 밤은 거의 절망적이었다. </div> <div>친구가 불쑥 물었다.<br /></div> <div></div> <div></div> <div></div> <div><br />"우리 다시 평양으로 들어갈까?"<br /><br />우리는 두만강이 옆에서 흐르는 둔덕의 레일위에 맥없이 마주 앉았다.</div> <div></div> <div><br /><br />"우리가 직장에 출근하지 않은지 벌써 3일이 됐어. </div> <div>이 시간이면 벌써 평양에선 비상이 걸렸을 거야. 알잖아, 당 규정을! 이젠 돌아설 수 없어"<br /><br />"방법은?"</div> <div></div> <div>친구는 마치도 포기하는 방법을 묻는 듯싶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br /><br />"방법은 기상천외야, </div> <div>군인들이 우릴 보는 밤이 아니라 우리가 역으로 그들을 볼 수 있는 대낮이야, 지금 뛰자!"<br /><br />우린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이 재빨리 본능적으로 나는 중국 땅을 살폈고 친구는 북한 땅을 흩었다.<br /></div> <div></div> <div></div> <div><br />"군인들이 안보이니 셋까지 세고 뛰자"<br /><br />"하나, 둘, 셋!"<br /><br />우린 서로를 마주보며 비장하게 셋을 합창했지만 일어서는 데는 똑같이 실패했다.<br />군인들이 문제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의 문제라는 인식 앞에서 친구와 나는 땅이 꺼지게 한숨을 쉬었다.<br />그렇게 말없이 십 분이란 시간이 흐르자 국경의 고요로부터 서서히 충전되는 </div> <div>새로운 담력이 심장을 달구었다. </div> <div></div> <div>우린 마침내 말없이 손을 맞잡았다. </div> <div>서로의 체온을 확인하는 순간 운명의 끝에 함께 섰음을 느끼게 되었다.</div> <div>아니 이미 더 돌이킬 수 없는 행동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div> <div>우린 동시에 힘 있게 솟구쳤다. 그리고 돌처럼 단단한 두만강 얼음위로 달리기 시작했다. </div> <div>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div> <div>소원의 순간이었고 실행의 순간인 것이다. </div> <div>뛰어가는 발걸음마다 운명을 두드리는 듯 요란했다.</div> <div><br /><br /><strong><font color="#c31a1b">그런데 뒤에서 누군가 소리치는 것이 아닌가?<br /></font></strong></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br />"저 놈들 봐라! 저 놈들 잡아라."</div> <div><br />능적으로 돌아보던 나는 아연했다. </div> <div>우리가 뛰어 온 그 몇 미터 굽이돌이에 바로 병사들 한 무리가 총 들고 서있는 곳이 아닌가. </div> <div>격발장치를 당기며 총구를 겨누는 것까지 보고 뛰자니 갑자기 뒤통수가 불로 지지는 것처럼 뜨거워졌다. </div> <div></div> <div>죽었구나! 아니 죽지 않으리라! </div> <div>우리는 멀리 보이는 중국의 이름 모를 산만 노려보며 그곳을 향해 서로에게 의지한 채 뛰고 또 뛰었다.<br /><br />한 발을 짚을 때마다 뼈 없는 살처럼 주저앉았고 또 다른 발을 내 밀어도 마찬가지였다. </div> <div>산이 가까워질수록 따라오는 주먹들도 가까워지는 것만 같아 차마 돌아 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div> <div>그렇게 달리는 동안 이상하게도 나는 공포를 초월하는 분통함이 치솟았다. </div> <div></div> <div></div> <div></div> <div><strong>이 몇 미터 강을 넘지 못해 이때껏 북한에서 짐승처럼 살았는가! </strong></div> <div><strong>이 몇 미터가 그렇게 혹심한 인권의 차이였던가!</strong></div> <div><strong>이 몇 미터를 달리는데 나는 왜 죽는다고 생각하는가!<br /></strong></div> <div><strong></strong></div> <div><strong></strong></div> <div><strong> <div><br />드디어 북한과 달리 수림으로 우거진 중국 산기슭에 엎어졌을 때는, </div></strong></div> <div><br />드디어 북한과 달리 수림으로 우거진 중국 산기슭에 엎어졌을 때는, </div> <div>따라오는 북한병사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을 때는 서로를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 </div> <div>살았다고 소리 지르고 싶었지만 쫓겨 온 남의 나라가 쫓아오는 자기 나라보다 더 은혜롭고 </div> <div>감사함에 억이 막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div> <div>그래선지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떠나온 북한 땅을 마지막으로 바라보던 친구는 </div> <div>돌을 쥐고 힘껏 던지기도 하였다.<br /><br />이어 친구는 나무가 울창한 산의 깊은 내면에서 안정감을 얻었는지 </div> <div>두 팔을 기껏 벌리고 눈 위에 덥석 드러눕기까지 했다.</div> <div></div> <div></div> <div><br /><br />"우리 이 산에서 며칠 푹 쉬자. 난 이젠 이 산에서 얼어 죽어도 좋아"<br /><br />나도 그러고만 싶었다. </div> <div>수령제일주의도, 집체주의도, 국가보위부도 없는 이곳에서의 죽음이라면 해방만세였다. </div> <div>그러나 목숨 걸고 온 길이어서 이제부터의 자신이 더 소중했고 그래서 이제부터 정말 탈출이라는 </div> <div>생각이 나를 벌떡 일으켜 세웠다.</div> <div></div> <div><br /><br />"아니야, 우리 이 지역에서 최대한 빨리 벗어나야 돼, 북한에서 중국 변방대에 연락할거고, </div> <div>그럼 여기서 어물거리다간 우린 잡혀, 그러니 조금만 더 뛰자, 시내로 들어가자"<br /><br />"어떻게? 시내가 어딘 줄 알고?”<br /><br />주변을 둘러보던 나의 시야에 마을이 보였다.<br />처음엔 그 인적이 당황스러웠지만 총구 앞에서도 탈출했다는 자신감이 머리를 쳐들었다.</div> <div></div> <div></div> <div><br /><br />"꼼짝 말고 여기 숨어있어, </div> <div>내가 만약 마을에서 붙잡히면 소리칠게, 그러면 즉시 산 속 깊이 뛰어!"<br /><br />나는 지금의 상황에선 이 선택밖에 없다고 설득했고 </div> <div>그래도 계속되는 친구의 만류를 뿌리치며 마을로 내려갔다.<br />처음 만난 사람은 아줌마였는데 "말 좀 물어봅시다!" 하는 내 말에 대꾸도 없이</div> <div>무작정 어느 집을 손으로 가리켰다.<br />나는 그가 중국인이고 그가 가리킨 곳이 조선족이 사는 집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br /><br />그 집 대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흰 개가 짖어대는 소리에 나는 식은땀이 날 정도로 놀랐다. </div> <div>친구도 뒷산에서 틀림없이 듣고 있으리라. 이 생각이 나를 금시 안심시켰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br /><br />"누구요?"<br /><br />40대 중반의 남성이 문을 열고 머리를 내밀었다.</div> <div>나는 중국 현지인을 기만하거나 설득하기엔 너무도 시간이 촉박하다는 것을 </div> <div>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즉석에서 700달러를 꺼내 보였다.<br />집주인은 돈 때문인지 아니면 나의 신변 때문인지 맨 발로 달려 나왔다. </div> <div>나를 방안으로 끌고 들어가는 힘이 황소 같았다.<br />연길시내까지만 데려달라는 내 말에는 안중에도 없이 장롱을 열어 </div> <div>가죽 잠바와 바지를 꺼내 던지며 함북 말투로 말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br /><br />"빨리 입으소."<br /><br />"괜찮아요, 이 옷은 일본 옷이에요, 관광객처럼 보이려면"<br /><br />"안돼요, 여기사람 같아야지 초소에서 단속할 때 주목받을 수 있소, 잔말 말고 이 옷을 입으소."<br /><br />"잠시 만요, 저기 친구 하나가 더 있어요."<br /><br />"엥? 그럼 왜 그러고 섰어?, 빨리 데리고 오소."<br /><br />잠시 후 내가 친구를 데리고 나타났을 때 집주인은 이미 나들이차림을 끝내고 난 뒤였다.<br />십분 후면 버스가 마을 앞에 도착할 시간이라며 서두르는 와중에 집주인은 주의사항을 알려주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br /><br />"우선 말을 일체 하지 마소. </div> <div>혹시 공안이 단속 할 때 말 시켜도 아픈 척 하고, 내가 옆에서 대신 말하겠으니 깐. </div> <div>만약 단속 당해도 중국말 모른 척해요, 여긴 중국말 모르는 조선족들도 가끔 있으니깐</div> <div>그리고 주머니에 돈이 더 있으면 나한데 다 맡기소, </div> <div>혹시 붙잡히면 내가 그 돈으로 공안과 사업 해볼 테니. 얼마나 있소?"<br /><br />나는 더 없다고 잘라 말했다.<br />그의 말대로 20분 후에 버스가 정확히 도착했다. </div> <div>수도인 평양에서도 불가능한 버스통행 정상화가 중국의 시골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혀를 차며 </div> <div>우리는 몸을 실었다. </div> <div></div> <div>두만강 기슭을 따라 한 시간쯤 달리는 동안 우리는 내내 북한 땅을 새삼스레 바라보았다. </div> <div>벗어진 민둥산들의 모습이 곧 거기에서 살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헐벗고 굶주린 처지로 보였다. </div> <div>그들에 비하면 쉼 없이 지껄이는 이 중국 시골사람들은 얼마나 축복받은 인생들인가. </div> <div>선진국민의 자유로움과 풍요가 물씬 풍겼다. 갑자기 집주인이 우리 쪽을 돌아보며 눈을 끔뻑거렸다. </div> <div>앞을 보니 검문소가 보였고 무장한 군인들이 손 흔들어 차를 세우고 있었다.<br /><br />그들이 우리를 뒤쫓아 왔고 그래서 차도 멈춰 세우는 것 같았다.</div> <div>나는 공안들이 잡는 순간 어떻게 차창 밖으로 뛰어내리고 어디로 도망칠 것인가를 재빨리 살펴보았다. </div> <div>그러고 나서 친구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잠든 척했다. </div> <div></div> <div>그 전에 친구의 감은 두 눈을 잠깐 살폈는데 눈썹을 심하게 떨고 있었다. </div> <div>나는 그를 안심시켜야겠다는 생각으로 일부러 약간 코를 골았다. </div> <div>차가 멈춰서고 문 열리는 소리가 났다. </div> <div>군화발이 올라오는 둔탁한 소리에서 총의 무게도 느껴졌다. </div> <div>큰 목청의 중국말이 오갔는데 군인이 우리를 향해 부르는 것 같았다. </div> <div></div> <div>다가오는 군화발소리, 승객들이 웅성거리는 소리....눈을 뜨면 지금 어떤 상황일까? </div> <div>군인이 우리를 노려보는 것일까? </div> <div></div> <div>머리카락마다 촉각을 곤두세우고 숨을 세고 있는데 </div> <div>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차가 움직이는 것이 아닌가. </div> <div>눈을 떠보니 정말 차가 가고 있었다. </div> <div>훗날 집주인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이렇게 말해주었다.</div> <div></div> <div></div> <div><br /><br />"공안들은 일일이 검열하기 바쁘니깐 버스에 올라와 한번 쭉 흩어보오, 탈북자 색출이 목적이니깐.</div> <div>탈북자 얼굴피부를 보면 우리랑 틀리오, 오랜 방랑생활 때문인지 새까맣고 때에 그을렸거든, </div> <div>그런데 자네들 피부는 평양사람들이어선지 우리랑 비슷해서 그냥 넘어간 것 같소"<br /><br />그렇게 피 말리는 두 개의 검문초소를 지나고서야 우리가 탄 버스는 </div> <div>앞이 확 트인 연길시내로 들어섰다. </div> <div>두만강을 넘을 때의 긴장보다 바로미터의 더 큰 순간들을 체험한 나의 온 몸은 땀에 푹 젖었다. </div> <div>이제는 공안도 찾기 힘든 시내로 들어섰다. </div> <div>이제는 13억 중국인의 품에 몸을 숨길 수 있다. 나는 격정을 주체할 수 없어서 친구의 살을 마구 꼬집었다. 그도 같은 심정인지 차창 밖을 내다보는 자신 넘친 시선에는 거침이 없었다. </div> <div>볼거리를 즐기는 여유를 과시하기나 하려는 듯 어느 한 곳을 손으로 가리키기까지 했다.</div> <div></div> <div>"연변은 세계로! 세계는 연변으로!" 라는 한글 플랜카드가 걸려있었다. </div> <div>"중국의 이 작은 마을도 세계를 지향하는데!" 하는 부러움의 탄성이 저절로 나왔다,</div> <div></div> <div></div> <div><br /><br /><font color="#c31a1b"><strong>"자본주의 바람을 막기 위해 모기장을 치자! 쇠살창을 치자!"</strong> </font>는 </div> <div>북한 구호에 익숙했던 나였기 때문에 더더욱 그 플랜카드가 충격이고 감동이었다. </div> <div></div> <div><strong>더불어 폐쇄와 야만으로부터 탈출한 우리의 용단이 천만번 옳았다는 것을 다시금 자부했다.<br /><br /></strong></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br /><br /><br />버스에서 내리자 집주인은 우리에게 손을 내밀었다.<br /><br />"자, 연길까지 왔으니 이젠 헤어지기요, 몸조심하고 잘 가오."<br /></div> <div></div> <div><br />난 그 손을 잡을 수 없었다.<br />이미 날이 어두워졌고 말도 통하지 않는 타국에서 어떻게? 어디로 간단 말인가?<br /></div> <div></div> <div><br />"정말 죄송한데 우리랑 좀 더 같이 있어주면 안 돼요? </div> <div>같이 있으면서 여기 사정도 좀 설명해주고. 공안에게 안 잡힐 지혜도 주면 안 됩니까?"<br /><br />"엥? 연길에 그럼 아무도 없다는 기요? 무작정 온 거요?"</div> <div></div> <div>친구가 한 발 나서며 말했다.<br /></div> <div><br />"친척이 있긴 한데 우린 거기로 갈 줄도 몰라요."<br /><br />난감해하던 집주인은 보기에도 딱했는지 핸드폰을 꺼내 어딘가 전화했다.</div> <div></div> <div><br /><br />"난데요, 창용인데요, </div> <div>내가 이제 두 사람을 데리고 갈 테니깐 좀 신제지오, 네, 네.. 집에서 멀지 않소"<br /><br />그가 세운 택시를 타고 우리는 연길시내 한 끝 외진 곳으로 갔다. </div> <div>매우 어렵게 사는 장모집이라는데 정작 들어가 보니 평양 중산층 보다 나은 수준이었다.<br />그날 창용 아저씨가 사 갖고 들어간 쇠고기로 우리는 온종일 주린 배를 채우며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div> <div></div> <div>김정일을 죽일 놈이라는 욕으로부터 시작한 그는 탈북자들의 처참한 방황실태와 북송참상, </div> <div>공안들의 탈북자색출 광분 등에 대해 장시간 말해주었다.</div> <div></div> <div>왜 북한 군인들이 총을 쏘지 않았는가? </div> <div>궁금해 하는 우리에게 중국 쪽을 향해 발포하면 국제 법에 어긋나기 때문이었다며, </div> <div>대담하게 잘 뛰었다고 칭찬을 했다. </div> <div>그는 탈북자를 많이 만나보았지만 700달러를 준 사람들은 당신들이 처음이라며 </div> <div>그 돈이면 견인기 한 대를 살 수 있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div> <div>그러면서 탈북자들에게 돈을 받으면 벌금을 20배로 물리니 만약 공안에 잡혀도 </div> <div>돈 이야기는 절대 해선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div> <div></div> <div>우린 그의 말들에서 여기가 탈북의 끝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고 </div> <div>그래서 기름진 음식도 제 맛을 변변히 느낄 수 없었다. </div> <div></div> <div>이 때 창용 아저씨의 핸드폰이 울렸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br /><br />"오, 나 못 들어간다고 아까 말 했잖소. 뭘? 뭘? 정말이야?"<br /><br />핸드폰을 받는 창용 아저씨의 얼굴빛이 심상치 않았다.<br />핸드폰을 내려놨을 때는 우리를 마치 처음 보는 눈으로 보기까지 하였다.</div> <div></div> <div><br /><br />"자네들 살인자나?"</div> <div></div> <div>뜬금없는 섬뜩한 그 질문에 친구와 나는 마주 보았다.<br /></div> <div></div> <div></div> <div></div> <div><br />"살인자라뇨?"<br /><br />"금방 마누라한데서 전화가 왔는데 변방대와 공안에서 마을을 수색했단 거요, </div> <div>탈북시간, 복장, 키를 말하는데 당신들 찾는 게 맞소, </div> <div>근데 문제는 북한에서 받은 통보에 의하면 당신들이 살인자라는데?</div> <div>무기도 휴대하고 탈북 했다며? 국경 연선에 지금 난리 났다잖소."<br /><br />그의 말에 나는 분통이 터졌다. </div> <div>우리가 살인자라니! 죄라면 탈북 한 죄밖에 없는 우리에게 사람을 죽인 죄를 들씌우다니!<br /><br />창용 아저씨가 가까이 다가앉으며 조용히 물었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br /><br />"살인자로 수배하고 찾는걸 보니 내 보기엔 당신들이 그냥 탈북자가 아닌 것 같소, </div> <div>돈도 있고 얼굴 피부도 그렇고 평양사람들인 것을 보니 분명 먼 일을 하던 사람들인 것 같은데 </div> <div>대체 직업이 뭐였소?"<br /><br />공안의 시선이 우리를 노리는 이 시점에서 현지인에게 의존하는 것밖에는 다른 길이 없음을 알았다.<br />나는 중앙기관에서 근무했고 친구 같은 경우 김정일 가까이서 10년을 근무했다는 점, </div> <div>체제를 비관하고 남조선으로 갈려고 한다는 것까지 솔직히 말했다. </div> <div>친구가 색 낡은 편지 봉투를 보여주었다.</div> <div></div> <div></div> <div><br />"우리 친척주소인데 일 년 전에 보내온 것입니다. 이 집까지만 데려다 줘도 감사하겠습니다."<br /><br />창용 아저씨는 주소를 유심히 보더니 입을 쩍 벌렸다.</div> <div></div> <div></div> <div><br /><br />"친척이 엄청 부자인거네요, 이 주소는 여기 동북지방에서도 다 아는 부자촌인데요."<br /><br />우리에 대한 신뢰가 더 깊어졌는지 창용 아저씨의 목소리가 다시 커졌다.</div> <div></div> <div></div> <div><br /><br />"한국 갈려면 나한데 맡기오, 내 조카가 전문 그 일을 하는데 당신들 정도면 편하게 보내줄 수 있소, </div> <div>그 조카애는 한국 국정원이랑 직접 통화하는 애거든,"<br /><br />그 때 벨 소리가 울렸다.</div> <div></div> <div></div> <div><br /><br />"뭐? 뭐야? 그 말을 왜 했어. 이 바보야. 모른다고 할 거지! 알고 있었다고?"<br /><br />창용 아저씨는 이번엔 얼굴이 창백해졌고 통화가 끝나기 바쁘게 벌떡 일어서기까지 했다.</div> <div></div> <div></div> <div><br /><br />"빨리 일어섯! 공안이 이쪽으로 오고 있소. 장모집주소를 물어 봤대"<br /><br />새벽 두 시에 우린 다시 밖으로 나왔다. </div> <div>창용 아저씨는 내가 처음 만났던 중국 여자를 개년이라며 화를 냈다. </div> <div>그러더니 돈을 받지 말아야 하는데, </div> <div>다시는 탈북자를 돕지 않겠다고 결심했는데,라는 말을 여러 번 반복했다.<br /></div> <div><strong>문제는 정작 밖으로 나오긴 했지만 더 이상 갈 곳이 없다는 것이었다.<br /></strong></div> <div></div> <div></div> <div><br />장모 집에서 멀리 떨어져 우두커니 서있는 창용 아저씨의 뒷모습을 보니 </div> <div>우리의 미래보다 더 어두워 보였다. </div> <div>우리는 붙잡히면 자살할 각오라도 있지만 그에게는 불안과 후회의 고통밖에 없어 보였기 때문이었다.<br /></div> <div></div> <div></div> <div><br />"아 맞다. 거기로 가자!"</div> <div></div> <div>창용 아저씨가 문득 소리쳤다.<br /><br />그의 설명에 의하면 장모집 건너편에 빈 집이 하나 있는데 밖으로 </div> <div>자물쇠를 채우고 들어가 있으라는 것이다. </div> <div>우리는 위험근처로 가기 싫다고 했지만 창용 아저씨는 공안이 수시로 순찰하는 이 밤에 </div> <div>거리를 방황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며 장담했다.</div> <div></div> <div></div> <div><br />"등잔불 밑이 어둡다잖소, 그리고 공안이 자물쇠가 채워져 있는 빈집에 어떻게 들어가오?"<br /><br />우리는 그 빈집에서 삼일을 보냈다. </div> <div>한국 들어간 조카가 낼 온다며 무조건 자기를 기다리라 했다는 것이다. </div> <div>음식은 창용 아저씨가 어둔 밤에 한 번씩 세끼 빵을 넣어주었다. </div> <div>차라리 부잣집 친척집에 가 있는 것이 더 편하지 않냐고 물어보았다. 우리는 결단코 반대했다. </div> <div></div> <div>우리 신분이 이미 단속됐던 6중대에서 노출이 됐고, 3일이라는 시간 안에 공안은 북한으로부터 </div> <div>우리에 대한 충분한 자료를 받았을 것이다. </div> <div>안내 용의자에 불과한 창용 아저씨의 장모집도 알아낸 공안이 추적범의 친척집을 </div> <div>수사선상에서 빼놓는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설명했더니 머리를 끄덕였다.<br /><br />그 날도 북한이야기와 조금 엿 본 중국 시골의 발전모습에 대해 장시간 이야기하다 잠들었을 때였다.</div> <div>시끄러운 중국말과 군화발소리에 눈을 뜬 나는 급히 친구를 깨웠다.</div> <div>숨죽이고 밖의 동정을 살피던 우리는 동시에 방 한 구석으로 뒷걸음쳤다. </div> <div>손전등을 켠 누군가 우리가 숨어있는 집을 기웃거리더니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다. </div> <div></div> <div>자물쇠를 거칠게 흔들 때에는 가슴을 마구 헤집는 것 같았다. </div> <div>문이 열렸다. </div> <div></div> <div>거구의 한 사나이가 불쑥 들어오다가 우리를 보고 흠칫했다. </div> <div>보기에도 두려운 군복 입은 공안이었다. </div> <div>그는 우리가 두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괴성을 지르며 달려 나갔다. </div> <div>나는 방바닥에서 무엇인가 찾고 있는 친구의 등을 세차게 때렸다. </div> <div></div> <div>"뭘 해?!"<br /></div> <div></div> <div></div> <div><br />나는 낮에 내다보군했던 높은 울타리를 어떻게 날아 넘었는지 모른다. </div> <div>앞에서 달려가는 형체를 쫓아 정신없이 뛰면서 나는 살아야 한다! 살아야 한다! </div> <div>이렇게 계속 중얼거렸다. </div> <div></div> <div>그렇게 한참을 달리다가 우뚝 멈춰서고 말았다. </div> <div>친구인줄로만 알았던 앞의 그림자가 송아지였던 것이다.</div> <div>도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 다시 돌아섰다.</div> <div></div> <div>이 골목 저 골목 헤매면서도 우리가 숨어있던 빈집 근처를 어지럽게 비치는 </div> <div>12개의 손전등을 빠짐없이 세었다. </div> <div>저 12개 불빛 중 하나라도 놓치지 말아야 나의 은밀한 행동이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br /><br />나는 친구가 처음 뛸 때와 추정방향을 추적해보려 애쓰며 허리를 굽히고 이리저리 헤맸다. </div> <div>그때 인기척이 들렸다. </div> <div></div> <div></div> <div>돌아보니 손전등 불빛이 아주 가까운 곳에서 오고 있었다. </div> <div>허둥거리던 나는 마침 앞에서 서성거리던 황소 뒤로 몸을 숨겼다.</div> <div>공안과 나와의 거리는 불과 5미터도 안되었다. </div> <div>황소 배 밑으로 뻗은 내 두 다리를 보지 않을까 숨이 컥컥 막혔다. </div> <div>나를 의식해서인지 황소는 비실비실 피하다 못해 달렸고 나는 그 뒤에 숨어 어쩔 수 없이 </div> <div>가시나무에 찔리고 뜯기는 채로 뛰고 또 뛰었다. </div> <div></div> <div>그렇게 찰나의 위험을 넘기는 동안 어느새 날이 푸름푸름 밝아왔고 공안 승합차가 가는 모습도 보였다.</div> <div>나는 그때야 쑤시다 못해 무감각해진 발이 양말도 안신은 맨발이라는 것을 알았다. </div> <div>주저앉았다. </div> <div></div> <div>두 손으로 발을 비비면서도 승합차에 친구가 실려 간 것만 같아 눈물이 났다. </div> <div>나의 착한 친구가 반항도 못하고 짐승처럼 끌려가는 상상에 주먹으로 눈물을 닦고 또 닦았다. </div> <div>그런데 한참 후 어디선가 나를 찾는 가느다란 목소리가 들렸다. </div> <div>머리를 버쩍 들고 그 쪽을 바라보니 친구였다. </div> <div>그것도 산 중턱 나무 뒤에 숨어 머리만 내밀고 웃으며 손을 흔드는 것이 아닌가.<br /><br />나는 단숨에 달려 올라갔다. </div> <div>친구의 앞에 섰을 때는 주먹으로 힘껏 얼굴과 가슴을 때리며 소리쳤다.</div> <div></div> <div></div> <div><br /><br />"웃음이 나와? 너 혼자만 살자고 이렇게 멀리 왔냐? 이 나쁜!"</div> <div></div> <div>어질기 짝이 없는 친구는 매를 그냥 맞아주었다. </div> <div>내가 뒤에 따라 선 줄 알고 여기까지 오게 됐다는 말도 다 맞고서야 꺼냈다. </div> <div>우린 끝내 연인처럼 그러안고 소리 내어 엉 엉 울었다. </div> <div>울면서 서로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연발했다. </div> <div></div> <div>친구가 불의에 들이닥친 급박한 상황 속에서도 내가 북한에서부터 가져온 시집을 챙겨왔다는 것을 </div> <div>알았을 땐 더 미안하고 죄송했다. </div> <div></div> <div>그날의 아픔과 설음, 두려움의 때로 얼룩진 노트가 바로</div> <div>2008년 12월 9일 일본 NHK가 9시 뉴스특보에서 카메라에 담았던</div> <div><strong><font color="#c31a1b">"내 딸을 백 원에 팝니다."</font></strong> 원본이다.<br /><br /></div> <div></div> <div><br /><br /></div> <div></div> <div><br /><br />공안이 없음을 분명히 확인한 우리는 날이 어두워질 무렵 마을로 내려갔다.<br />물론 둘 다 맨 발로 말이다.</div> <div>창용 아저씨는 장모로부터 꾸중을 받았었는지 들어오라는 말 대신 황급히 밖으로 뛰쳐나왔다.<br />나는 우리가 무사함을 무척 기뻐해주는 그가 친삼촌처럼 느껴졌다.</div> <div></div> <div><br /><br />"당신들 짐을 공안에서 다 가져갔소. 그 안에 뭐가 들어있었는데?"<br /><br />중국어 책과 속옷들이었다는 대답에 돈은 없었냐고 다시 물었다.<br />돈 소리에 창용 아저씨 등 뒤에 서있던 친구 얼굴이 갑자기 사색이 됐다. </div> <div>나는 그가 입을 열기 전에 재빨리 대답했다.</div> <div></div> <div></div> <div><br /><br />"돈은 있어요, 내가 갖고 있었어요."<br /><br />친구가 정말이냐는 눈으로 날 쳐다볼 때 마침 </div> <div>장모의 목소리가 들렸고 창용 아저씨는 집안으로 들어갔다.</div> <div></div> <div></div> <div><br /><br />"정말 돈을 갖고 있어? 외투 주머니에 있었던 거 아니야?"<br /><br />친구가 기대 절반 의문 절반으로 물으며 다가왔다.<br />나는 그를 마당 한 구석으로 끌고 갔다.<br /></div> <div></div> <div><br />"똑똑히 들어, 우린 지금 한 푼도 없어, 빈털터리라고, 그러나 있는 척 해야 돼, </div> <div>저 사람은 가면 그만이지만 우린 저 사람을 잃으면 끝이야, 내 말 알겠지?"<br /><br />창용 아저씨가 보따리 하나를 챙겨 나왔다.<br />우린 서둘러 대충 맞는 신발과 솜옷들을 골랐다.<br />그리고 다시 산으로 들어갔다.<br /><br />창용 아저씨는 절대 불을 피워선 안 된다며 조카가 이틀 더 늦는다고 했으니 </div> <div>그때까지만 부디 얼어 죽지 말라고 하였다. </div> <div>공안이 탈북자들을 잡아들이는 이유 중 하나가 탈북자들 때문에 산불이 많이 나서라고 했다. </div> <div>그러면서 장모 집에서 자기가 더 머물고 장모 속을 편하게 해주려면 돈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div> <div>나는 몹시 화가 난 척 하며 조카가 온 다음에 보자고 단호히 잘라 말했다.<br /></div> <div><br /><strong>친구와 나는 이렇게 창용 아저씨가 이틀 동안 날라 준 페트병의 뜨거운 물을 그러안고</strong></div> <div><strong>산 속에서 모포 하나로 붙어살았다.<br /></strong></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br />"우리 서로 여자라고 생각하자"<br /><br />한번은 친구가 불쑥 던진 이 말이 어찌나 웃겼던지, 우린 정말 아주 오랜만에 웃어보는 것 같았다. </div> <div>아니 그 짧은 웃음에서 삶이란 이리도 다양하고 그래서 생존만으로도 아름답다고 여겨졌다. </div> <div>그 이틀 밤의 정취를 나는 죽을 때까지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div> <div>밤이 점점 깊어지니 산 속의 신비가 태동했다. </div> <div>언젠가 원산 밤바다 기슭에서 끊임없는 파도소리가 심경을 사로잡았었던 기억이 있다. </div> <div></div> <div>그런데 그 바다처럼 산도 밀림이 설레는 소리로 마치 생명이 숨 쉬는 듯 했다. </div> <div>우리는 고난의 자신들이 뿌듯했다. </div> <div>사람은 자연 속에 산다고 하지만 바람을 머금고 산 정상에서부터 밀려 내려오는 소리를 온 밤 듣는 </div> <div>경험자가 얼마나 되랴, 우리는 골짜기 따라 내려오는 1월의 찬바람을 피해 이리저리 자리를 옮기며 </div> <div>두고 온 집이야기와 북한에서의 나날들을 옛말처럼 주고받았다. </div> <div></div> <div>그래선지 별들이 또렷한 밤하늘을 우러르며 </div> <div>두 손 모아 한국행의 소원을 빌 때는 눈시울이 젖기도 했다. </div> <div></div> <div></div> <div><strong><font color="#c31a1b">십년세월 이 고생해도 그 땅으로 갈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font></strong></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우리에겐 그날의 대한민국이 별 만큼이나 아득히 멀었다. </div> <div>다음날 창용 아저씨가 우리와 비슷한 또래의 젊은이를 데리고 나타났다. </div> <div>신광용으로 자기 이름을 소개한 그는 대뜸 확인 차원이라며 신분증부터 요구했다. </div> <div>신분증안의 날짜들과 도장이며 인쇄 질감에 이르기까지 전문가처럼 꼼꼼히 체크한 그는 </div> <div>어디엔가 전화를 걸었다.</div> <div>잠시 후 산 중턱까지 닛산 지프차 한 대가 올라왔다. </div> <div>듣던 바대로 견인기구입에 들떠있던 창용 아저씨와는 차원이 달라보였다. </div> <div>우리는 창용 아저씨와 포옹으로 이별인사를 마치고 차에 올랐다. </div> <div>한국 가면 은혜 갚으려 꼭 오겠다는 인사도 잊지 않았다. </div> <div></div> <div>물론 돈은 주지 않았다. </div> <div>다행히도 창용 아저씨가 자기에게 700달러를 준 사실을 조카에게 비밀로 해달라고 애원했기 때문이다.<br /><br />차는 젊은 신광용 이처럼 힘 있고 멋쟁이였다. </div> <div>스피커에서 울리는 노래가 한국가요여서인지 내친 기세로 한국까지 쭉 갈 것만 같았다.</div> <div></div> <div><br /><br />그러나 차가 도착한 곳은 연길 시내 어느 번화가였다. </div> <div>그동안 사람을 무서워했던 우리에겐 번잡함이 어마어마한 공포였다. </div> <div>광용은 그동안 우리가 겪었던 악몽 같은 사정들을 아는지 모르는지 차에서 빨리 내리라고 하였다. </div> <div></div> <div>좀 뒤떨어져 오면<strong><span style="font-size: 12pt"> "얼른 오소!"</span></strong><span style="font-size: 12pt"> </span>하고 소리쳤고, </div> <div>공안들이 사방에서 얼른거리는 백화점에 들어서선 큰 소리로 내 이름을 부르기까지 하였다. </div> <div>안하무인인 그의 행동은 괴로운 정도가 아니라 고문하는 것 같았다. </div> <div></div> <div>그는 일단 백화점에서 옷과 신발들을 사주었다. </div> <div>나는 그때 거울을 들여다보다 깜짝 놀랐다.</div> <div></div> <div>이 얼굴로 여기 서있단 말인가? </div> <div>서둘러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옷은 괜찮으니 선글라스를 사달라고 했다. </div> <div>광용은 그게 더 의심스럽다고 했고 우리는 그냥 소원했다. </div> <div>그 이후부터 친구와 나는 선글라스신사가 됐다. </div> <div>검은 안경알 뒤에 자신들이 감쳐줬다고 생각하니 어깨가 펴졌다. </div> <div>그 선글라스가 없었다면 광룡이가 내민 카메라 앞에도 감히 서지 못했을 것이다. </div> <div></div> <div>자기가 사용한 돈과 사준 상품들을 윗사람들에게 확인시켜줘야 한다며 </div> <div>광용은 사진을 찍어줄 것을 요구했던 것이다. <strong>그런데</strong> <strong>찍고 보니 뒤에 공안들이 서있었다.<br /></strong></div> <div><strong></strong></div> <div><strong> <div><br />그날은 참으로 호의호식하는 날이었다. </div></strong></div> <div><br />그날은 참으로 호의호식하는 날이었다. </div> <div>비싸 보이는 식당에서 푸짐하게 먹었고 우리는 난생처음 남녀공용의 찜질방이란 곳에도 갔다.<br /><br />역시 개혁개방은 달랐다. </div> <div>어떻게 전혀 모르는 남녀들이 집체적으로, </div> <div>그것도 속옷차림으로 한 공간에서 버젓이 잘 수 있단 말인가. </div> <div></div> <div>이런 것이 바로 북한에서 말하던 자본주의 황색바람이었구나</div> <div>빈번히 놀라는 평양촌놈 우리에게 광용은 진짜 자본주의 맛을 보여주겠다며 <span style="font-size: 9pt">"때밀이"</span> 라는 사람을 </div> <div>불렀다. </div> <div></div> <div>돈만 주면 내 때도 벗겨주다니. </div> <div>나는 "때밀이" 아저씨가 힘을 쓰는 동안 너무도 송구하고 크게 신세지는 것 같아 몸 둘 바를 몰라 했다. </div> <div>자정 무렵 우리가 간 곳은 신광용의 집이었다. </div> <div>마중 나온 스물다섯 돼 보이는 여자를 자기 와이프라고 소개했는데 나는 그때 여자를 그렇게 </div> <div>가까이서 본 다는 것이 좀 별스러웠다. </div> <div></div> <div>우리가 무인도에서 인간세상으로 온 느낌이랄까, </div> <div>폐가 같은 빈집도 아니고 산속도 아닌 바닥이 따뜻한 아파트에서 이불을 덮고 잔다는 것 또한 </div> <div>이상할 정도였다. </div> <div>다음날 일어나니 신광용은 어디 나갔다 왔는지 금방 들어온 옷차림이었다. </div> <div>전날과는 달리 한 마디도 안했고, 아침식사를 끝내고 난 후에는 우리에게 종이와 볼펜을 각각 주었다. </div> <div></div> <div>자기프로필과 가족관계, 한국 정부 앞으로 제공할 수 있는 북한의 비밀정보들, </div> <div>그리고 탈북이유까지 한 치의 거짓 없이 적으라고 하였다. </div> <div>그가 특히 강조한 것은 비밀정보인데 그것은 자기도 다 알아서는 안 되니 간단하게 제목처럼 </div> <div>요약만하라고 하였다. </div> <div></div> <div>비밀이 뭘까? 어떤 게 정보일까? 아무튼 그의 요구는 국가조치처럼 무언가 숭엄한 감이 들었다. </div> <div>나는 글을 배우고 난 후 그렇게 심혈을 기울여 곱게 써 본적이 없었다. </div> <div>친구도 대한민국 대통령 앞으로 편지 쓰듯 정성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div> <div></div> <div>신광용은 우리의 자필서류들과 쇼핑사진, </div> <div>그리고 신분증 복사사진을 우편봉투 안에 넣으며 한국에선 이럴 땐 <font color="#c31a1b"><strong><span style="font-size: 12pt">파이팅!</span></strong><span style="font-size: 12pt"> </span></font>한다고 했다.<br /></div> <div></div> <div></div> <div><br />우리는 그 때부터 수 없이 맘속으로 파이팅! 을 곱씹었다. </div> <div>우리가 더 자신했었던 것은 신광용의 처가 함북출신 탈북자라는 것을 안 후부터였다. </div> <div>오갈 데 없는 탈북자를 아내로 맞은 그의 인간성이 돋보였고 그 믿음만으로도 우리는 </div> <div>두려움에서 해방되어 행복했다.<br /><br />그러나 파이팅 10일이 지나도록 그가 장담하던 기적은 오지 않았다.</div> <div><br /><br />당신들을 더 숨겨주고 싶은데 돈이 떨어져간다는 광룡의 한숨도 점 점 커져갔다. </div> <div>나는 우리가 왜 이 집에 계속 있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속 시원히 알아야 했다.</div> <div></div> <div></div> <div><br /><br />"오늘은 말 좀 합시다. 도대체 누굴 기다리는 것이고 어디까지 우리 문제가 진전 된 겁니까?"<br /><br />신광용은 처에게 술심부름을 시키고 정색해서 입을 열었다.</div> <div></div> <div></div> <div><br /><br />"내가 잘 알던 한국사람이 있어요, </div> <div>탈북자 문제에 관심이 많은 분인데 내 생각엔 국정원 같소, 돈도 몇 번 받았고, </div> <div>평양출신 탈북자가 있으면 자기에게 바로 연락하라고 했고, 또 있느냐 자주 물어보기도 했소, </div> <div>그래서 당신들 문제를 그에게 이야기했소, 서류도 그 사람에게 보낸 것이고, </div> <div>처음엔 돈도 보내고 당신들의 안전을 잘 부탁한다고 하더니 지금은 연락이 안 되네요, </div> <div>핸드폰 번호조차 바꿔버렸어요,"<br /><br />나는 그 상황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다. </div> <div>국정원 직원인지 아닌지도 모르는 사람을 우리가 지금껏 구세주처럼 기다렸단 말인가?<br /><br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앞으로의 기다림도 무의미할 것이라 생각하니 막막했다. </div> <div>정말 다른 방법이 없을까? 신광용은 베트남이나 몽고, 혹은 태국으로 가는 길이 있다고 했지만 </div> <div>우리로선 용기가 나지 않았다. </div> <div>국경에서 연길까지 나오는 이 수 백리에서도 여러 번 생사를 넘었는데 그 먼 길을 또 어떻게?<br /><br /><strong>결론은 돈이었다. </strong></div> <div><strong>더 있자고 해도 돈이고 길을 떠나자고 해도 돈이었다.<br /></strong></div> <div></div> <div><br />친구가 친척 주소를 다시 꺼내왔다. </div> <div>창용 아저씨와 똑같이 부자촌이라며 감탄하던 광용은 핸드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br />중국말이어서 알아들을 순 없었지만 기분 좋은 통화인 것만은 분명해 보였다. </div> <div>통화 후 광용의 말은 거의 감격 수준이었다.</div> <div></div> <div><br /><br />"이 친구가 기잔데 애 말로는 친척이 맞다면 한국 가는 것은 문제도 아니라오. </div> <div>그러고 보니 이 이름을 나도 아는데 항일열사로 중국 교과서에도 나와 있는 분이에요. </div> <div>그 자녀들도 심양에 나가 한 자리씩 하고 있고, 정말 친척이 맞소?"<br /><br />친구의 선친들 또한 항일투사로, 북한에서도 충신의 귀감으로 인민들에게 선전되고 있다는 말에 </div> <div>광용은 우리의 한국행을 백퍼센트 확신했다.</div> <div>아니 확신을 넘어 자기 처도 이번 기회에 남한으로 함께 데려가 달라고 부탁까지 하였다. </div> <div>탈북자의 남편으로 인정 될 경우 조선족의 한국국적 취득이 가능하다며 광용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div> <div></div> <div>우리는 한시도 지체할 수 없었다. </div> <div>아침이면 중국 공안의 매복감시에 적발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이 밤에 당장 찾아가기로 하였다. </div> <div>셋은 밖으로 달려 나가 택시를 잡아탔다.</div> <div></div> <div><br /><br />좋은 택시여야 공안이 설사 근처에서 지키고 있어도 의심 못한다며 비싼 택시를 골라 탔다.</div> <div>30분 쯤 달려 도착해보니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궁궐 같은 집이었다. </div> <div>주변이 너무 환해 어떤 문제가 생길 경우 탈출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 </div> <div>의심스러운 승합차가 서있는 것도 보였다. 하여 나는 집근처를 두 바퀴 더 돌자고 했다. </div> <div>앞 현관과 이어진 골목들과 담장 주변을 아무리 살펴도 차를 이용하지 않고서는 불의의 정황에 </div> <div>대처하기 힘들어보였다.</div> <div><br /><br />우리는 논의 끝에 택시를 뒷골목에 세워두고 광용이를 우선 보내기로 했다. </div> <div>광용이가 친척을 만나 시간과 약속을 따로 정하고 믿지 못할 경우 택시 있는 곳까지 직접 데려오기로 </div> <div>했다. </div> <div></div> <div>그렇게 광용이가 가고 나서부터 나와 친구는 손에 땀을 쥐고 기다렸다. 한초 한초가 일 년 같았다. </div> <div>친구도 조바심이 났는지 한 바퀴 더 돌자고 했다. </div> <div>그러나 우리 둘 중 누구도 그 말을 중국택시기사에게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div> <div>30분쯤 됐을 때 광용이가 쫓기듯 달려왔다. </div> <div></div> <div>택시에 오르자마자 빨리 출발하자고 두 팔을 마구 흔들었다. </div> <div>좀 전의 그 어떤 긴장 때문인지 계속 뒤를 돌아보며 숨을 헐떡였다.<br />예전 같으면 자기 집 앞에 세웠을 택시도 훨씬 멀리 지나쳐 세우게 했다.<br /><br />그리고 들려주는 그의 말은 전율, 그 자체였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br /><br />"그 집 아들이라고 나왔는데 자긴 사촌 따위는 알고 싶지도 않대, </div> <div>아버지가 이미 사망했기 때문에 더 상관없다면서 뭐라는 줄 아오? 그 놈이 살인했다며? </div> <div>살인자가 어떻게 이 집에 오냐고! 공안에서 24시간 지키고 있으니 잡히지 않겠으면 </div> <div>두 번 다신 나타나지 말라고 하는 거요. </div> <div>그래서 설득하려는데 아까 승합차 봤지요? 거기서 두 놈이 내려오더니 나에게 달려오는 거요"</div> <div><br /><br />나는 듣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서늘했지만,</div> <div><strong>친구는 한 쪽에 쭈그리고 앉아서 서럽게 울고 있었다...<br /></strong><br /></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 align="center"><font color="#000000">출처= 작성자삥신새끼 님</font></div> <div align="center">출처 네이트판 바코드님</div></div></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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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8/13 13:27:18  110.70.***.228  깜냥이집사  454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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