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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lovestory_56933
    작성자 : 담소
    추천 : 0
    조회수 : 1846
    IP : 175.215.***.21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3/06/30 22:18:56
    http://todayhumor.com/?lovestory_56933 모바일
    (펌)시 구절 모음




    『황해문화』2004년 가을호에 실린 시들




    어두운 사랑/최문자

    장미꽃 담장 아래
    그가 서있다가
    달도 없는 그믐밤
    더듬더듬
    꽃 몇 송이 뚝뚝 꺾어
    마음 섞어
    나에게 줄 때
    수혈하고난 듯
    오오, 새로 살고싶어질 때
    그 때, 자꾸 목말라하던 꽃.
    집까지 걸어오면서
    잔인하도록 내가 황홀해할 때
    그 때, 핏방울 맺히던 꽃.

    결국
    참을 수 없어
    내 앞에서 배배 말라죽던 꽃.
    결국,
    바스락거리며 부서지던 꽃.
    그믐밤
    바스락거리며 부서지던 꽃.
    그믐밤
    어둠 속을 싸락눈처럼 날아다니다가
    오오, 검은 점으로 부서졌다가
    재가 된 사랑.







    외눈박이 아내

    남편은 시도 좋지만 두 눈 똑바로 뜨고 살라지만 나는 그렇지가 못합니다. 나의 한쪽 눈은 이미 나와 상관없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돋아나는 풀을 보다가 눈물과 눈물 사이에 돋아나는 모래를 보다가 사막을 깨닫는 안개의 시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안개 낀 착시의 눈은 세상은 뭔가 숨기는 게 분명히 있다면서 2.0 의 시력을 아침마다 간절하게 비누로 닦으면서 배암처럼 나를 빠져나갑니다. 남편은 정신 똑바로 차리고 세상 살라지만 서로 다른 두 눈을  가진 기형의 나는 착시의 모퉁이에 서서 서로 다른 시각에 머물다 가는 영영 마나지 못하는 두 눈을 무턱대고 기다립니다.
    남편은 제발 한 눈만이라도 제대로 뜨고 살라지만 구경하는 건지 삶인지 모르는 참을 수 없는 세상, 구경 하다말고 폭발하는 한쪽 눈 때문에 그쪽이 화끈거려서 한쪽 눈 마저 똑바로 뜨지 못합니다.

    깨어날 듯 깨어날 듯하다가 파묻히는 한쪽 시력. 겨우 외눈 치뜨고 너무나 오랫동안 엉기적거리는 외눈박이 아내를 위해 자꾸 촛불을 켜주는 캄캄한 남편은 늘 목이 마릅니다.






    죄책감

    하나님이
    강둑에 세워둔 표지판
    ‘낚시금지’
    하나님이 말갛게 씻어 놓은 죄를
    이미 용서받은 물고기들을
    밤새워 내가 끄집어올립니다.
    비린내가 진동하는 날 밤새우며.






    용문사 `/이홍섭

    울음이긴 한데
    어떤 새의 울음인지 몰랐다
    -저렇게 새벽까지 울어. 그냥……

    친구도, 나도
    A�나왔다 그냥 국수집에 눌러앉은 중처럼
    하루에도 열두 번
    절간을 지었다 허물며
    여기까지 왔다

    귀신도 선다는
    나이가 가까이 다가오는데
    귀신은커녕
    여지껏 사랑도 서지 못했으니
    그도, 나도
    이제는 돌아가지 못한다

    목까지 차오르는 슬픔이
    차디찬 울음이
    드높은 나뭇가지 위에 올라탄 밤

    아랫마을 절집에서는
    지팡이 위에
    푸른 은행잎이 돋았다 한다






    오동꽃

    오동꽃이 왔다
    마흔에, 텅 빈 눈 속에

    이 세상 울음을 다 듣는다는 관음보살처럼
    그 슬픈 천 개의 손처럼
    가지마다 촛대를 받치고 섰는 오동나무

    오랜 시간 이 신전 밑을 지나갔지만
    한 번도 불을 붙인 적 없었으니

    사방으로 날아가는 장작처럼
    그 덧없는 도끼질처럼
    나는 바다로, 깊은 산속으로 떠돌았다

    내 울음을 내가 들을 수는 없는 일
    �떥�붙잡고 운 뒤에야
    울음이 제 몸을 텅 텅 비우고 난 뒤에야
    쇠북처럼 울음은 비로소 가두어지고

    먼 곳에서 오동꽃이 왔다
    갸륵한 신전이 불을 밝혔으니
    너는 오래오래 울리라






    감자꽃 피면

    안목바닷가에 감자꽃 피면
    세수하고, 머리 감고
    어린 애인 만나러 가야지

    지나온 날들일랑
    마른 미역처럼 널어 두고
    짜한 소금기도 모래밭에 묻어 두고

    강물도 따라올 만큼, 옆구리에 핀 민들레꽃도
    히히 웃으며 따라올 만큼
    시남히, 아주 시남히 걸어서

    애감자, 애감자로 영그는
    어린 애인 만나러 가야지






    돼지들에게/최영미

    언젠가 몹시 피곤한 날,
    돼지들에게 진주를 준 적이 있다.

    좋아라 날뛰며 그는 다른 돼지들에게 뛰어가
    진주가 내 것이 되었다고 자랑했다.
    그러나 그건 금이 간 진주.
    그는 모른다.
    내 서랍 속에 더 맑고 흠 없는 진주가 잠자고 있으니

    외딴 섬, 한적한 해변에 세워진 우리 집.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은 내 방의 장롱 깊은 곳에는
    내가 태어난 바다의 신비를 닮은,
    날씨에 따라 빛과 색깔이 변하는
    크고 작은 구슬이 천 개쯤 꿰어지기를 기다리고 있음을……
    사람들은 모른다.

    그가 가진 건
    시장에 내다 팔지도 못할 못난이 진주.
    철없는 아이들의 장난감으로나 쓰이라지
    떠들기 좋아하는 돼지들의 술안주로나 씹히라지

    언제 어디서였는지 나는 잊었다.
    (그의 이름은 중요하지 않다)
    언젠가 몹시 흐리고 피곤한 오후,
    비를 피하려 들어간 오두막에서
    우연히 만난 돼지에게
    나도 몰래 진주를 주었다.
    앞이 안 보일 만큼 어두웠기에 나는 그가 돼지인지도 몰랐다
    그가 누구인지 알고 싶지도 않았다
    내 주머니가 털렸다는 것만 흐릿한 정신으로 간신히 알아챘을 뿐.

    그날 이후 열 마리의 배고픈 돼지들이 달려들어
    내게 진주를 달라고 외쳐댔다.
    내가 못 들은 척 외면하면
    그들은 내가 가는 길목을 지키고 있다가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는지 확인한 뒤 우리 집의 대문을 두드렸다.
    「진주를 줘. 내게도 진주를 줘. 진주를 내놔.」
    정중하게 간청하다 뻔뻔스레 요구했다.
    나는 또 마지못해, 지겨워서, 그들의 고함소리에 이웃의 잠이 깰까 두려워
    어느 낯선 돼지에게 진주를 주었다.
    (예전보다 더 못생긴 진주였다)

    다음날 아침, 해가 뜨기도 전에 스무 마리의 살찐 돼지들이 대문 앞에 나타났다. 늑대와 여우를 데리고, 사나운 짐승의 무리들이 담을 넘어와 마당의 꽃밭을 짓밟고, 화분을 엎고, 내가 아끼는 봉선화의 여린 가지를 꺾었다.
    어떤 놈은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주인 없는 꽃밭에서 춤추고 노래했다
    그리고, 힘센 돼지들이 앞장서서 부엌문을 부수고 들어와
    비 오는 날을 대비해 비축해놓은 빵을 뜯고 포도주를 비우고
    달콤한 마지막 한 방울까지 쥐어짜며……파티는 계속되었다.
    어린 늑대들은 잔인했고, 세상사에 통달한 늙은 여우들은 교활했다

    나의 소중한 보물을 지키기 위해 나는 피 흘리며 싸웠다.
    때로 싸우고 때로 타협했다
    두 개를 달라면 하나만 주고, 속이 빈 가짜 진주목걸이로 그를 속였다
    그래도 그들은 돌아가지 않았다.

    나는 도망쳤다
    나는 멀리, 그들이 보이지 않는 곳으로 도망갔다.
    친구에게 빌린 돈으로 기차를 타고 배에 올랐다.
    그들이 보낸 편지를 찢고 전화를 끊었다.
    그래도 그 탐욕스런 돼지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긴 여행에서 돌아온
    나는 늙고 병들어 일어날 힘도 없는데,
    그들은 내게 진주를 달라고……
    마지막으로 제발 한 번만 달라고……






    돼지의 본질

    그는 자신이 돼지가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스스로 훌륭한 양의 모범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신분이 높고 고상한 돼지일수록 이런 착각을 잘한다.

    그는 진주를 한번 보고 싶었을 뿐,
    계속 보고 싶었을 뿐……
    만질 생각은 없었다고
    해칠 의도는 더더군다나 없었다고
    자신은 오히려 진주를 보호하러 왔다고……

    그러나 그는 결국 돼지가 된다.
    그들은 모두 돼지가 되었다.







    선생님, 혹은 하늘에서 내려온 여우

    세상을 해석하는 입들은 지치지도 않네.
    마이크 앞에서 짖어대는
    늙고 노회한 여우와
    그를 따르는 어리고 단순한 개들.

    .을 말하는 입은 악을 말하는 입보다 삐뚤어지기 쉬우니……

    기름기 흐르는 입술로 아름다운 말로
    세상을 속이는 당신.
    박수소리에 도취해, 자신의 위대함에 속아
    스스로에게 정직하지 못한 예언자.

    겸손한 문체로 익명의 다수를 향해 다정한 편지를 띄우지만,
    당신보다 오만한 사람을 나는 알지 못하지.
    당신처럼 차가운 심장을 나는 보지 못했어.

    계산된 ‘따뜻’에 농락당했던 바보가 탄식한다

    늦었지만,
    순진을 벗게 해줘서 고마워
    선생님.





    앵무새들

    사람들은 나를 잊었다.
    오래 나타나지 않자, 내 친구들도 나를 잊었다.
    오로지 나의 적들만이 나를 기억하고, 앵무새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내 목소리를 흉내내는 그는 앵무새.
    내가 가는 곳마다 따라다니며
    목청 높여 철지난 운동가를 부르고
    나를 따라 교회에 가고 감옥에 가고
    연극이 끝난 뒤 미술관의 어두운 전시실에도 나타나는……
    앵무새의 목소리가 더 크고 그럴듯해, 사람들은 그가 가짜라는 사실을 잊는다.

    나의 친구들이 그에게 내가 없는 동안 어릿광대짓을 계속하라고 돈을 주었다.

    그보다 머리 좋은 또다른 앵무새는
    조금씩, 표시나지 않게 훔치는 법을 안다.
    내가 상점에서 그녀에게 선물할 물건을 고르는 동안
    (나는 그녀를 좋아했었다!)
    그녀는 내가 이미 오래전에 발표한 노래를 도적질했다.

    그해 시월 내가 강둑에 앉아 방생했던 청춘의 빛과 그림자를 뒤쫓아
    내가 앉았던 자리의 허공 한줌조차 훔치는,
    그 수법이 교묘해 아무도 그게 원래 내 손바닥에서 나온 허공임을 눈치채지 못한다.

    나의 적들이 그녀에게 왕관을 씌어 주었다.





    권위란 2.

    그 무거운 왕관을 쓰고자
    장갑을 낀채 악수를 나누고
    이맛살을 찌푸리며, 눈물을 말리고
    터져 나오는 웃음도 양복 호주머니에 밀어 넣는다.

    그렇게 그들은 평생을 연극배우로 살다 간다.






    어머니 내 혀로 내 눈 핥으셨다

    아이가 칭얼거린다 아이가 연신 짜증을 부린다
    눈 속에 무엇이 들어 있다고
    손바닥으로 제 눈두덩을 문지르며 괴로워한다
    아내가 아이의 눈꺼풀을 까뒤집고
    무언가를 찾는다 아이의
    눈 속을 향해 후-후-바람을 불어넣는다
    내 나이 열댓 살 때, 병든 아버지 대신해 가을걷이할 때 그랬다
    내 눈 속으로 들어온 나락 까끄라기
    아무리 해도 안 빠져나올 때
    어머니 내 눈 속에 입김 불어넣으셨다
    어머니 혀로 내 눈 핥으셨다
    가을 논바닥 위에 마주 서서
    어머니 혀로 내 눈동자 핥으셨다
    부드럽고 부드러운 어머니의 혀가
    내 눈동자 핥을 때의 느낌 아아 그 느낌……

    안타깝다 아내는 아이의 눈동자를 핥을 줄을 모른다






    고양이에게 던져 준 내 가슴살 한 쪽

    감악산 연수사 추녀 밑에서 가을비 긋는다(이상하다
    비 오는 날 절간에선 언제나 고기 굽는 냄새가 난다 진동을 한다)
    어디서 온 걸까, 저기 저 공양간 구석
    눈빛 맑은 고양이 한 마리
    소름 돋는 몸뚱어리 동그랗게 웅크리고 있다
    제 털로 제 몸 뎁히고 있다
    갈 곳 없는 너도 마찬가지잖아 너도……
    마음 꿰뚫는 저 짐승의 눈빛!
    억수비 쏟아지는 도량 밖으로 쫓아 버리고 싶은 걸
    참는다 그렇다 나도 나의 몰골을 보고 싶었다
    (이상하다 비 오는 날 절간에선 늘
    고기 굽는 냄새가 풍겨져온다) 알겠다
    나는 이승에 던져진 한 토막 생고기!
    낙숫물 떨어지는 절집 추녀 밑에서
    내 냄새를 내가 맡아본다 내 냄새를 내가 핥아본다
    먹겠다면 던져 주고 싶다 저 춥고 허기진 짐승에게
    주리고 주린 저 대웅전 황금부처에게
    옛다 실컷 뜯어먹어라, 한숨에 절여진 내 가슴살 한 쪽!
    (얘야 비 맞고 다니지 마라 비린내난다)
    잠시 어린 나를 간섭해 주시던 어머니 생각!
    산다는 게 뭐냐, 빗줄기 바라보는 고양이 눈처럼
    마음 흐릿해져 희미한 연등을 켜면
    배가 고프다, 고기인 내가 고기를 먹고 싶다
    (이상하다 비 오는 날 절간에선 언제나 생고기 비린내가 난다)






    I�

    나의 느려터진 걸음이 다 지나갈 때까지

    고욤나무 가지 끝에 매달린 매미 한 마리

    울음 뚝 그치고

    참고 있습니다


    사람처럼 무서운 것이 지나갈 때에는 울음도 이렇게 참고 있어야 한다고, 그렇다고!







    회담/손필영

    비무장지대에 뭉게구름 머뭇거리는 동안

    황색 군복 입은 북측 군인들
    몸 드러내놓고 판문각 계단 위에 부동자세로 서 있다

    유엔측 군인들, 퀀셋 건물에 반쯤 몸 가리고
    부동자세로 마주 서 있다

    인공기와 태극기는
    바람부는 방향으로 함께 휘날리고






    돌아갈 데 없는 땅

    추석 앞두고
    누런 벼 가르는 논두렁에 팥알처럼 맺혀 있는 붉은 꽃송이,

    논두렁 건너 단장된 북한군 무덤 사이를 걸어
    자줏빛 갈대에 흔들리며
    무덤도 갈대도 빠져나온다,

    강아지풀 들고 뛰어다니던 아이들
    메뚜기 따라 풀짝거리던 아이들
    풀잎 이슬처럼 반짝이던 아이들
    모두 사라지고 무명씨 푯말로 돌아와
    여기 외따로 잠들어 있는 그대들 남겨 두고

    서걱이는 옥수수대 위로 옮겨 앉는 까치,
    임진강 바람소리,
    비를 실었는지, 꿈을 실었는지
    먹구름 떼 감추고 있는 하늘,

    남북 어디든
    돌아갈 데 없는 그대들
    임시 묻힌 땅에
    나는 잠시 멈춰 섰다,
    마흔 넘어서야 마치매

    먹구름 속 빗방울 부딪치는 소리에 귀기울인다





    가을에

    바람 높게 불고
    상수리알 떨어진다

    허공에 떠다니던 사람
    허공에 기대던 빈 집들
    툭툭 내려앉는다

    울지 않고 날았던 새들
    지상 끝으로 돌아와 운다






    들깨를 털면서/김남극

    너를 여물게 하는 건 햇살인지도 모른다
    흰 낱이 톡톡 쏟아지는 대궁이 햇살 속에서 익는다

    너의 무게를 달 수 있는 저울은 바람인지도 모른다
    잘 익은 놈부터 후두둑 쏟아지고
    쓸모 없는 놈들은 멀리 날아간다

    네가 외롭지 않게 잠들 수 있는 곳은
    빈 자루인지도 모른다
    쓸어 담으니 불룩해져서 그 안에 올망졸망 뭉쳤다

    삶의 경계를 벗어나려는 나는
    벌레인지도 모른다
    통통한 팥망아지 같은 것들
    필사적으로 기어나온다

    벌레들 툭툭 털고
    짓밟는다
    톡톡 장화 밑에서 터져 죽는 소리가
    깻글거리만 가득한 밭머리로 번진다





    선인장 꽃 핀 집

    아버지는 동해안 종합병원으로 장기출타 중이다

    범퍼가 찌그러진 낡은 트럭과
    찌그러진 냄비에 가득한 사료를 용케 나누어 먹는
    잡종 진돗개가 지키는 빈집
    미닫이 문고리에 세금고지서와 청첩장과
    이젠 뚜껑을 열 수도 없는 핸드폰 요금 고지서가
    구겨진 채 문패처럼 집을 지킨다

    함께 출타한 어머니
    병원 보조침대도 넓은
    등 굽어도 넓은 어머니가 키운 선인장
    나만큼 나이 먹은 선인장
    가을 가뭄에도 목마른 기색이 없다
    물받이 아래에서 꽃 피었다
    오종종 매달린 불 같은 꽃들
    오무라들었다 피었다 몇 번이나 반복했는지
    꽃 입구가 달아 나풀거린다
    첫서리가 내리고
    겨울비가 추녀 끝을 들이쳐도
    옥수수짚 마르고 몇은 쓰러져도
    꽃은 참다가 참다가 피듯

    아버지는 다시 집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따뜻한 집

    신작로 가 함석 울타리
    차가 지날 때마다 잉잉 운다
    아이도 없는데
    밥물 찌워내는 냄새 솔솔한
    마당가
    채송화 피었다
    손이 곱은 아이처럼 오무렸다 폈다
    아침 저녁 끼니 때를 맞추는
    내 나이보다 더 늙어도 꽃 피는
    선인장 꽃
    갈맷빛 단지를 넘친다
    기우뚱 거릴 듯 위험한 장작가리 위로 올라간
    포도 넝쿨에
    아이 젖꼭지 만한 새끼들이 오종종 매달려
    햇볕을 쬐고 있다

    뒤뜰에는
    고산지대에서 내려와 부끄러워 홍조가 온 얼굴에 핀
    동자꽃
    억센 아귀힘에 보는 눈을 홀킬 듯 씨방만 남은
    메발톱꽃
    비비추꽃 곰취꽃 무잔대꽃
    산발한 앞집 할머니처럼 피었다

    섶을 안간힘으로 기어오른 줄콩
    새끼들 달고 꼬리를 하늘로 뻗치고 섰다
    건넌 산 비알로
    구름이 내려오고 비가 내려오고
    안내가 내려왔다 올라가는지 보려고
    더 높이 올라가
    마을 입구에 오랜 걸음으로 자식들 들어서는 지 보려고
    한나절에 한 뼘씩 하늘로 오른다

    오갈병 든 넝쿨에 달린 오이가
    관절을 앓는지 불구가 되어 늙는다
    문지방에 흉터뿐인
    문설주가 흰 장지문 열고 나온 할머니
    장독대에서 묵은 고추장을 푼다
    검은 빛 속에서 튀어나오는
    선홍빛

    햇볕은 용마루에 올랐다가 어른 산을 넘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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