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ble cellspacing="0" cellpadding="0" width="650" align="center" border="0"> <tbody> <tr> <td style="left: 0px; width: 650px"> <div id="divStr" style="font-size: 16px; padding-bottom: 0px; padding-top: 0px; padding-left: 0px; padding-right: 0px; width: 100%" align="justify"> <div>엄마<br /><br />글 : 김어준 (인터넷신문 딴지일보 총수)<br /><br /><br /><br /><br /><br /><br /><br /><br />고등학생이 돼서야 알았다. <br /><br />다른 집에선 계란 프라이를 그렇게 해서 먹는다는 것을. <br /><br /><br /><br />어느 날 친구집에서 저녁을 먹는데 반찬으로 계란 프라이가 나왔다. <br /><br />밥상머리에 앉은 사람의 수만큼 계란도 딱 세 개만 프라이되어 나온 것이다. <br /><br />순간 ‘장난하나?’ 생각했다. <br /><br />속으로 어이없어 하며 옆 친구에게 한마디 따지려는 순간, <br /><br />환하게 웃으며 젓가락을 놀리는 친구의 옆모습을 보고 깨닫고 말았다. <br /><br />남들은 그렇게 먹는다는 것을.<br /><br /><br /><br />그때까지도 난 다른 집들도 계란 프라이를 했다 하면, <br /><br />4인 가족 기준으로 한 판씩은 해서 먹는 줄 알았다. <br /><br />우리엄마는 손이 그렇게 컸다. <br /><br />과자는 봉지가 아니라 박스 째로 사왔고, 콜라는 병콜라가 아니라 PET병 박스였으며, <br /><br />삼계탕을 했다 하면 노란 찜통-그렇다, 냄비가 아니라 찜통이다-에 <br /><br />한꺼번에 닭을 열댓 마리는 삶아 식구들이 먹고, <br /><br />친구들까지 불러 먹이고, 저녁에 동네 순찰을 도는 방범들까지 불러 먹이곤 했다.<br /><br /><br /><br />엄마는 또 힘이 장사였다. <br /><br />하룻밤 자고 나면 온 집안의 가구들이 완전 재배치되어 있는 일이 다반사였다. <br /><br />가구 배치가 지겹거나 기분 전환이 필요하면 그 즉시 결정해 <br /><br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가구를 옮기기 시작했다.<br /><br /><br /><br />이런 일이 잦으니 작은 책상이나 액자 따위를 살짝 옮겼나보다 생각하면 오산이다. <br /><br />이사할 때나 옮기는 장롱이나 침대 같은 가구가 이 방에서 저 방으로 끌려 다녔으니까. <br /><br />오줌이 마려워 부스스 일어났다가, <br /><br />목에 수건을 두르고 목장갑을 낀 채 땀을 뻘뻘 흘리며 커다란 가구를 혼자 옮기고 있는 <br /><br />‘잠옷바람의 아줌마가 연출하는 어스름한 새벽녘 퍼포먼스’의 기괴함은 <br /><br />목격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br /><br /><br /><br />새벽 세 시 느닷없이 깨어진 후 팬티만 입은 채 장롱 한 면을 보듬어 안고 <br /><br />한 달 전 떠나왔던 바로 그 자리로 장롱을 네 번째 원상복귀 시킬 때 겪는 <br /><br />반수면 상태에서의 황당함도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br /><br /><br /><br /><br />재수를 하고도 대학에 떨어진 후 <br /><br />난생 처음 화장실에 앉아 문을 걸어 잠그고 눈물을 훔치고 있을 때, <br /><br />화장실 문짝을 아예 뜯어내고 들어온 것도 <br /><br />우리엄마가 아니었다면 엄두도 못낼 파워풀한 액션이었다. <br /><br /><br /><br />대학에 두 번씩이나 낙방하고 인생에 실패한 것처럼 좌절하여 화장실로 도피한 아들, <br /><br />그 아들에게 할 말이 있자엄마는 문짝을 부순 것이다. <br /><br />문짝 부수는 아버지는 봤어도 엄마가 그랬다는 말은 그 전에도 그 후에도 듣지 못했다.<br /><br /><br /><br /><br />물리적 힘만이 아니었다. <br /><br />한쪽 집안이 기운다며 결혼을 반대하는 친척 어른들을 향해 <br /><br />돈 때문에 사람 가슴에 못을 박으면 천벌을 받는다며 <br /><br />가족회의를 박차며 일어나던엄마, 그렇게 언제나 당차고 씩씩하고 강철 같던 엄마가, <br /><br /><br />보육원에서 다섯 살짜리 소란이를 데려와 결혼까지 시킬 거라고 말한 지 <br /><br />얼마 되지 않은 어느 날 갑자기 뇌출혈로 쓰러졌다. <br /><br />담당 의사는 깨어나도 식물인간이 될 거라 했지만 엄마는 그나마 반신마비에 언어장애자가 됐다.<br /><br /><br /><br />아들은 이제 삼십 중반을 넘어섰고 마주 앉아 세상 사는 이야기를 할 만큼 철도 들었는데, <br /><br />정작 엄마는 말을 못한다. <br /><br />단 한 번도 성적표 보자는 말을 하지 않았고 단 한 번도 뭘 하지 말라는 말을 하지 않았으며, <br /><br />화장실 문짝을 뜯고 들어와서는 다음 번에 잘하면 된다는 위로 대신에, <br /><br />그깟 대학이 뭔데 여기서 울고 있냐고, <br /><br />내가 너를 그렇게 키우지 않았다며 내 가슴을 후려쳤던엄마, <br /><br /><br />사실은 바로 그런 엄마 덕분에 정신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br /><br />그 어떤 종류의 콤플렉스로부터도 자유롭게 사는 <br /><br />오늘의 내가 있음을 문득 문득 깨닫는 나이가 되었는데, 이제 엄마는 말을 못한다.<br /><br /><br /><br />우리 가족들 중 아무도 알지 못하는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병원으로 찾아와,<br /><br />엄마의 휠체어 앞에 엎드려 서럽게 울고 가는 걸 보고 있노라면, <br /><br />'엄마는 도대체 어떻게 사신 거냐?' 고 물어보고 싶은 게 너무나 많은데 말이다.<br /><br /><br /><br /><br /><br />*이 글은 월간 샘터와 아름다운 재단이 함께하는 나눔의 글잇기 연작으로 월간 샘터 2003년 2월호에 실린 것입니다. 글쓴이 김어준 님은 아름다운 재단이 벌이고 있는 아름다운 1% 나눔 캠페인에 참여해 이 글의 원고료 전액을 아름다운재단 공익출판기금에 기부했습니다.<br /><br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맹장 아래 약졸 없다는 말이 맞습니다.</div> <div> </div> <div>훌륭한 어머니에게서 훌륭한 자식이 나오는 법이죠.</div> <div> </div> <div> </div></div></td></tr> <tr> <td height="15"><img border="0" alt="" src="http://dpfile.donga.com/inticity/spacer.gif" width="1" height="15" /></td></tr> <tr> <td height="15"><img border="0" alt="" src="http://dpfile.donga.com/inticity/spacer.gif" width="1" height="15" /></td></tr></tbody></tab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