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은 왜 이리도 힘이 센 것인가. 


고작 몇 번에 불과한 경험들은 
왜 이리도 많은 추억을 단절시킨 채 
진리와 같은, 무거운 의미를 획득해버리는가. 

경험이 지니는 시행착오는 왜 논외사항인가. 
경험의 순간에 존재했던 수많은 변수들은
왜 새로운 가능성을 품지 못한 채 
고정되는가. 
 

경험이 가지는 힘은 
단지 살아온 나이를 세어서 논쟁의 근거로 삼는 
늙은 속물성과 비례한다.


경험을 과신하지 말라. 
‘경험했기 때문에’ 언제나 결과가 그 때와 같을 거라 확신하지 말라. 
경험의 유약함과 가변성을 단지 '직접 경험했기 때문'이라는 이유로 편애하지 말라.  
경험을, 경험을 통한 생각을, 경험을 통해 추출한 명제들을 
확대해석하지 말라.
 

경험은 
나를 해석하는 단서일 뿐, 
남을 파악하는 제1의 단서가 되어서는 안된다.

남의 삶에 함부로 
내 경험의 얇은 나이테를 
투영하지 말라. 
  
경험은 폭의 성장일 뿐, 
깊이의 성장을 전제하는 것은 아니니.


그러므로, 
그간의 경험들에 
너무 많은 권력을 부여하지 말라. 
 

경험이 
진화하여 깊이의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빠져 나와 관찰하라.
 
남의 생을 엿보듯 
물끄러미 내 경험들을 목도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