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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lovestory_32085
    작성자 : 얼라이언스
    추천 : 3
    조회수 : 1404
    IP : 119.197.***.43
    댓글 : 4개
    등록시간 : 2010/11/25 05:41:05
    http://todayhumor.com/?lovestory_32085 모바일
    방금 편의점 갔다왔는데…….
    별로 기분 좋은 술자리는 아니었지만 나쁘다고도 할 수 없는 그런 술자리에서 술을 잔뜩 마셔버렸다. 뭐…예비군 형님들이랑 마시면 어쩔 수 없던 것일지도.

    하지만 기분은 좋았다. 신체라는 건 정신적 반응과 언제나 일치하는 것만은 아니니까.

    집에 돌아온 뒤는 너무 평화로웠다. 공허와 정적속의 존재ㅡ그것이 '나'였다.

    그게 싫었다.

    방 안에는 내 숨소리만 들리는게, 창문 넘어서는 이따금씩 차 지나가는 소리만 들리는게. 혹은, 바람이 창문을 두드리고 지나가는게.

    술을 조금 더 마시고 싶었다.

    조금 더 취하면 내가 무엇을 감지하는지 조차 모르는 상태에서 잠들테니까.

    그래서 편의점엘 갔다.

    사실 편의점이란 곳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무언의 구매를 강요하고. 할인도 그다지 없고. 사러가려는 것 이상의 쓸데없는 주전부리를 사게 되어버리니까. 싫었다.

    하지만 나는 내가 편의점을 싫어하는 것보다 술을 더 원하고 있었다.

    지금 시간에 술을 취급하는 곳은 편의점 밖에 없었기에, 나는 어쩔 수 없이 편의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언제나처럼 무난한 인상의 형아가 나를 반겼다.-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그 알바생이 나보다 연상이리라는 보장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보다 키가 크고, 내 주관적 기준에서 그 알바생이 나보다 나이가 많다고 여겨졌기 때문에 나는 형이라 부르는 것이다. 형이라는 보장은 단연코 없다-언제나처럼 무표정한 태도. '빨리 살 것 골라서 나가버려라'는 눈빛을, 나는 쉽게 읽을 수 있었다.

    나도 그랬으니까.

    냉장되어있는 떡볶이와, 캔에 들은 토마토쥬스, 핫도그, 그리고 최종 목표인 캔맥주를 사들고 계산대로 향한 나는, 형용할 수 없는 부족함을 느꼈다. 이미 사려는 것은 충분히 넘게 샀는데도.

    계산을 종료하고 떡볶이와 핫도그를 데우는 도중, 나는 그 부족함을 깨달았다.

    곧바로 음료수가 진열되어 있는 냉장고를 열고, 캔커피를 꺼내들은 나는 계산대로 가서 계산을 완료했다.

    "700원 입니다."

    여전히 무표정한 알바형아는 계산을 완료하고 나에게 커피를 들이밀었다. 하지만 나는 그 커피를 들어서 알바형에게 건네주며,

    "드세요."

    라고 말했다.

    알바형의 당혹한 눈빛이 보였다. 그 반응은 내 상상이상으로 컸기에, 나또한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예?"

    짦은 반문. 하지만 난 그 속에 담겨진 다른 뜻도 이해할수 있었다. 왜 나에게 이런 것을 베푸는가. 왜 나에게 이런 호의를 제시하는가. 당신의 정체는 무엇인가.

    별로 의미는 없었다.

    단지, 술 마신 사람의 변덕이랄까. 그런 거였다. 대단할 것은 없었다.

    그런데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의 형아를 보며 나는 나름의 합리화를 제시했다.

    "저, 저 게이 아니에요!"

    뭔가의 꺼림찍함을 의식하고 있던 것일까, 나는 알바생으로부터 4보 정도 물러서고 있었다. 알바생도 그걸 눈치 챘는지, 그 말에 반박했다.

    "예, 그러니까 왜……."

    나는 되는대로 지껄였다. 지금 생각해도 별로 두서있는 이야기는 아니었던 것 같다.

    "매일, 평일에, 야간 알바 하시잖아요. 어…저도 야간 알바해봐서 알아요. 졸리고. 손님이라는 놈들이 얼마나 귀찮은지. 그래도, 저는 이런 호의를 몇번 받아본 적이 있어요. 그게, 되게 고맙더라구요. 뭐, 제가 고마운 사람이 되길 바라는 건 아닌데, 그냥 힘내시라구요. 수고많으시잖아요."

    그제서야 알바형아는 고맙다며 캔커피를 따 마셨다.



    어쩌면 이 글은 대단하지 않은 이야기 일지도 모른다.

    따뜻한 글 게시판에 썼지만 전혀 따뜻하지도 않고, 오유인 여러분이 보면 게이드립치기 좋은 글일 수도 있다. 어쩌면 '술쳐먹고 지랄하네 ㅉㅉㅉ' 정도의 반응이 있을 수도 있는 글이다.

    하지만, 700원 정도 투자해서, 누군가가 일에 대한 보람을 느낀다면,

    그리고 인정이라는 걸 깨달을 수 있다면,

    그건 나쁜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ㅡ

    술 많이 마셔서 머리아프다.

    자야징~♡



    PS : 오유인 여러분, 편 갈라서 싸우곤 갑론을박 하는 건 어디에나 있는 풍토라고 생각해요. 누구든 나가서 싸우기 싫고, 쉽게 목숨을 내던지고 싶지 않은 마음은 똑같잖아요. 그치만, 그런 문제로 싸우는 건 보기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자신의 입장이란 건, 강요한다고 누구나 이해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싸우지마요. 뭐ㅡ지극히 개인적인 바람이지만요, 오유에서 분쟁글은 더 이상 보고싶지가 않네요.
    갑작스런 결말이지만, 좋은 하루되세요. 헤헤^ㅡ^
    얼라이언스의 꼬릿말입니다

    카루님 사..사..좋아합니다
    Iblis_shin→플라네타리움→해먹→Duvet→세현→진라면매니아→絶望先生→절망선생→灰─完全無缺→EverGreen~*→Hammock→Cynic→세혀니즘→츤데렐라→세혀니스트→굴소년→遺棄人→오마주→LoseMyHeart→펜릴→어노잉오렌지→바나나맛두유→관심병자→러시안룰렛→마탄의사수→덕후나이트→얼라이언스

    이 이전에 쓰던 아이디는 닉네임이 뭐였는지 기억이 안남.

    ...느님 감사 ㅋㅋㅋ

    클라우드나인님 감사용

    델타에코팍스님 감사해여

    소심님 감사드림 ㅋㅎㅎ

    낭랑님 감사합니다

    올리비아님 감사욬ㅋㅋㅋ

    노로 넌 더 만들어서 조공을 바쳐라

    조아써!






    레이나쨔응...♡

    강지영돋는 사유미



    이 게시물을 추천한 분들의 목록입니다.
    [1] 2010/11/25 06:31:54  203.241.***.16  유메a
    [2] 2010/11/25 10:41:12  125.246.***.2  ㅡoㅡ;
    [3] 2010/12/06 21:47:42  218.155.***.62  으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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