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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love_9244
    작성자 : 케톨릭교황
    추천 : 3
    조회수 : 522
    IP : 222.114.***.218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16/08/23 01:06:07
    http://todayhumor.com/?love_9244 모바일
    시간을 되돌릴수 있다면 그런실수는 하지 않을겁니다. H.
    2년전에 당신을 처음 봤을땐 그저 흘러가는 시간속에 자리잡은 풍경인줄 알았습니다.

    나는 나이만 먹고 사회생활은 처음인 어수룩한 남자였고 당신은 나보다 나이는 세살 어리지만

    꽤 오랫동안 직장에서 지내온 선배였었죠.

    당신은 그렇게 나에게 아무것도 아닌 직장선배로 남아 내 인생에 배경인물 1이 될수도 있었습니다.

    아니 그랬어야만 하는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당신은 웃는 모습이 예쁘고 항상 누구에게나 친절한 사람이었습니다.

    내 실없는 농담에도 배를 잡고 웃어주며 날 편하게 대해주었고

    그 편안함에 나는 당신과 같은 공간안에 있는것 만으로도 즐거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1년이 어찌 지나고 나서, 나는 당신이 동료가 아닌 이성으로 점점 좋아지기 시작했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나는 직장안에서 연애를 한다는 것이 내키지 않았습니다. 이건 내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시점에

    스스로 정한 룰이었고, 나는 그 안에서 자유로울수 있다 믿었기 때문입니다. 나는 좋은 남자보다 빌어먹을 회사에서

    훌륭한 톱니바퀴가 되고 싶었고, 그를 통해 만족을 얻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나는 그로인해 당신을 밀어내야만 한다 생각하고 또 그리 실천하려 했습니다.

    스스로 선을 긋고 밀어내려 부던히 내적으로 외적으로 노력했습니다. 나는 그렇게 자유로워 질수 있을거라 믿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결국 내 욕망에 굴복할수 밖에 없는 순간이 왔고, 그 욕망은 당신과 연인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당신의 연인이 되고 싶다는 욕망에 굴복해 버렸습니다. 스스로 믿었던 자유를 버리고 굴레를 감내하고 싶었습니다.

    처음 만난순간 1년이 지나 당신이 좋아지기 시작하고 또 1년이 지나

    나는 욕망에 패배해 버리고 당신에게 무릎을 꿇었습니다.

    나는 당신이너무 좋았습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나는 당신의 연애상대로

    우선협상대상자가 되기를 원하였고 그를 위해 얼마간의 시간을 당신에게 주고 싶었습니다.

    나는 그렇게 당신에게 고백을 했고, 당신은 지금 당장은 연애생각이 없다고 나에게 말을 해주었습니다.

    나는 거부당했습니다. 그리고 그 거부는 일시적인것이며 나의 노력으로 극복할수 있을것이라 생각했었습니다.

    그렇게 순간을 지나 일주일이 되자, 저는 늦은밤 당신에게 집에 잘 갔냐 물어보았습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대답은 불쾌함이었죠. 일시적인 거부가 완전한 배제가 되었습니다.

    나는 당신에게 배제당했습니다. 그렇게 내 마음은 더이상 향할 곳이 없어졌습니다.

    달도없는 어둔밤 조명도 없는 휑한 운동장의 한가운데에서 나는 바람빠진 공을 들고

    서있는 소년이 되어버렸습니다. 

    압니다. 내가 너무 성급했고, 내 감정에 솔직하지 못해 스스로를 제어하지 못했습니다.

    나는 서른이 넘은 성인인줄 알았지만, 당신에 대한 감정은 아직 사랑에 서툰 소년에 불과했고

    사춘기의 그것마냥 감정과 의욕만 앞서있었습니다.

    나의 부족함은 채울생각을 하지 않고, 그저 떼를 쓰는 것에 불과했습니다. 

    나는 남자가 아니라 사춘기의 소년이었습니다. 당신이 원하는 남자가 아니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었습니다. 서로 눈을 마주치는것도 부담스럽고

    당신에게 나는 그저 떼쟁이가 되었습니다. 당신에게 힘들때 기댈수 있는 나무같은 사람이 되고싶었던

    나는 그저 불쾌한 떼쟁이가 되어버렸습니다. 신발속에 작은 모래알에 불과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시간을 되돌릴수 있다면. 나는 그때 그런선택을 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렇게 내 마음을 수습할수 없어 괴롭고 미쳐버릴것 같을 줄 알았더라면, 차라리 묻어두고

    영원히 내 욕망에 침묵했을겁니다. 적어도 친구 비슷한 사이로나마 지낼수 있었을 것이고

    술자리에서 바로 옆에 앉아도 불쾌하지 않았을 테니까요.

    아직도 몇달전 술자리에서 내옆에 앉았던 당신의 온기가 잊혀지지 않습니다.

    저의 집에 초대했을때 술을 마시면서 했던 이야기들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H. 아직도 많이 좋아합니다. 시간이 해결해 줄테지요 이 감정. 

    당신은 이글을 보지 못할테죠. 그러니 이 감정을 알 길이 없겠죠. 

    당신에게 주었던 불쾌한 감정 사과하고 싶지만, 그럴수 없으니까 

    이렇게나마 메아리 없는 벽에대고 악다구나라도 질러보고 싶습니다.

    미안합니다. 용서도 필요없고, 또다른 기회도 없겠지만, 정말 미안합니다.

    한때나마, 그리고 지금도 당신을 그리고 염원하는 K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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