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div> <div>오늘 아버지가 구독하시는 신문 한 귀퉁이에서 오늘의 운세를 봤어요.</div> <div>토끼띠 XX년생 : 견우직녀 기다린 인연을 볼 수 있다고 나왔네요.</div> <div> </div> <div>사실 요즘 한참 집에서 틀어박혀 사느라 내 운명의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없을 꺼에요.</div> <div> </div> <div>근데 오늘의 운세를 보고 나니 자꾸 작년 이맘때 헤어진 여친 생각이 나더라구요.</div> <div> </div> <div>그 여친은 참 예뻤어요. </div> <div> </div> <div>누구나 다 반할만한 예쁜 얼굴은 분명 아니었지만 난 살아오면서 첫눈에 누군가에게 반해 본게 첨이었어요.</div> <div> </div> <div>첨 볼때가 그녀가 직장을 옮기기 위해서 내가 다니던 회사에 면접을 보러 왔을때에요.</div> <div> </div> <div>난 면접관이었는데, 내가 면접보는 방식은 여러면접관들과 둘러앉아서 상대의 경력을 물어보는 방식이 아니라 1:1 면접을 통해서 개인의 인성을 알아보는 방식이었어요.</div> <div> </div> <div>직급이 좀 높기도 했고, 작은 회사이기도 해서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사람을 뽑을 수 있었져.</div> <div> </div> <div>그녀는 첫 면접에서 솔직하게 살아온 인생과 업무 스타일 그리고 미래비전에 대해서 이야기 했어요.</div> <div> </div> <div>솔직히 지금은 그때 그녀가 했던 말이 다 기억나진 않아요. </div> <div> </div> <div>그냥 첫눈에 반했다는 표현이 맞아요.</div> <div> </div> <div>그녀랑 저는 8살 차이였어요.</div> <div> </div> <div>아무리 첫눈에 반했다곤 하지만 함부로 고백하기 힘든 나이차이져.</div> <div> </div> <div>거기다 입사하면 내가 직장상사가 될텐데 사심을 드러내긴 힘들었어요.</div> <div> </div> <div>그래도 그녀 얼굴을 보면서 대화하는 내내 우린 인연인것 같았어요. 어릴때 사귀었던 사람들을 처음 봤을때도 인연이라 느꼈고, 꼭 그렇게 인연이라 느낀 사람들 하곤 시간이 지나서 사귀게 되더라구요. 근데 그녀는 앞서 만났던 친구들에 비하면 너무도 강력하게 인연이라는 느낌이 드는거에요.</div> <div>그래서 무조껀 입사를 시켰어요. </div> <div>사실 나는 한번에 합격시키고 싶었지만 너무 내 사심이 아닌가 싶어서 회사 대표한테 면접을 봐 달라고 부탁했져.</div> <div>면접 결과는 당연히 합격이었어요.</div> <div> </div> <div>두번의 면접을 거쳐 회사에 출근하게된 그녀는 약간 소심한 성격이었어요. 걱정이 많았져. </div> <div>일을 시키면 그 일을 잘해내기 위해 전전긍긍했어요. 욕먹는걸 싫어해서 결과물을 보여줄때 많이 긴장하는 눈치더라구요.</div> <div>그런 성격때문인지 일을 무지 꼼꼼하게 하더라구요. 그리고 늦게까지 일했었어요. </div> <div>그녀 집이 좀 멀어서 늦게까지 일하면 가기도 힘들고 다음날 출근하기도 힘들었져.. 그래서 퇴근할때 집에 태워다 주기 시작했어요. </div> <div>사실 사심이 더 컸져. 하지만 핑계는 늘 늦은 시간에 집에가면 위험하니 대려다 준다고 했었져.</div> <div> </div> <div>사심이 있었으니 집에 대려다 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참 많이 했었져. 그녀는 잘 들어주기도 하고 자기 주장도 분명했어요.</div> <div>아마도 내가 매일 대려다 주었으니 그녀는 아마도 어느순간엔가는 내가 사심이 있음을 알았을꺼에요.</div> <div>나중에 안 이야기지만 고백은 할꺼라고 생각했다네요. 조금 늦게 할꺼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했다고 하더군요.</div> <div> </div> <div>전 한달만에 그녀를 대려다 준 집 앞에서 고백을 했져. 조금 뜸들이기는 했지만 그녀는 흔퀘히 잘 사겨보자더군요.</div> <div>그렇게 사귀기 시작해서 1년을 넘게 만남을 이어갔져.</div> <div> </div> <div>그런데 사귀면서 문제가 좀 있었어요.</div> <div>우린 자주 다퉜져. 전 많이 이성적인 반면 그녀는 많이 감정적이었져. </div> <div>그리고 그녀의 이상형은 저같은 사람은 아니었어요. 흔히 말하는 키크고 잘생기고 돈많고 자상하고 집안 좋은 사람이었던거 같은데.. 내가 가진 것들과는 사실 거리가 좀 있었져. 그래서 그랬는지 항상 남과 저를 비교하더라구요. </div> <div>그녀 친구의 남친, 아는 누군가의 누구와 계속 저를 비교하더라구요.</div> <div>첨엔 누구나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노력했져. </div> <div>물론 그 노력이 내 뜻대로 되는 것도 있었지만 상당부분은 내 뜻대로 되기 힘든 것들이었져.</div> <div> </div> <div>그녀도 저한테 많은 노력을 해 주었던거 같아요.</div> <div>데이트 비용의 일정부분을 의식적으로 부담해 주려고 한다거나 때되면 반드시 선물을 한다거나 하는 식이었던것 같아요.</div> <div>선물도 그전까지 살면서 사귀던 사람들 보다는 비싼 선물을 해 주더라구요. </div> <div>금전적으로 가격도 좀 있었지만 무엇보다 그전에는 받아보지 못했던 선물들 이었어요.</div> <div>그전에는 책, 장갑, 목도리 이런걸 받아봤다면 그녀의 선물은 비싼 향수, 로션, 신발 같은 선물이었어요.</div> <div>그녀의 취향이었겠져.</div> <div> </div> <div>저는 그녀의 취향을 잘 몰랐던거 같아요.</div> <div>내가 좋아하고 이뻐하는 것들을 선물했을때 잠깐은 밝은 표정이었지만 이내 왜 이 물건을 샀는지 왜 이런 색을 샀는지 책망하더라구요.</div> <div>산 곳에서 바꿔 준다는 말도 해봤고, 새로 다른걸 사주겠다는 이야기도 해 봤는데 대화의 방식이 잘 못 되었던지 우린 자주 싸웠어요.</div> <div> </div> <div>첨엔 내가 센스가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했어요.</div> <div>그러다가 난 왜 선물을 해 주고도 욕을 먹을까 싶었져. 반대로 그녀가 사준 물건들이 내 취향이 아니라고 해서 맘에 안든다고 말한적 있던가 싶기도 했져.</div> <div> </div> <div>언젠가 그녀가 장미꽃 한송이와 차량용 방향제를 선물이라고 사온적이 있었어요.</div> <div>며칠을 티격태격하고 나서 그녀가 먼저 화해하자는 표현이었어요.</div> <div>방향제는 포장이 되어 있었고 장미꽃 한송이는 손에 들고 왔져. 선물이라고 저한테 줄때 사실 살짝 웃었어요. 선물이 무엇인지 보다는 화해하자고 먼저 다가 온 것이기에 전 그것 만으로도 충분했어요. 꽃을 보곤 피식 웃었져. 꽃 같은거 받고 좋아할 남자가 얼마나 될까 싶었져.. 전 그전 부터 그녀에게 꽃 선물을 해 본적이 없었어요. 하지도 않을꺼라는 말도 했져. 왜냐하면 그닥 부유하게 살지 못했던 사람이라 꽃 선물해 줄 돈 있으면 그 돈 보태서 좀 더 좋은 선물 해 주자 주의 였거든요. 암튼 꽃 받을 때 한번 웃고 차량용 방향제 열어볼때 한번 웃었져. 너가 냄새에 많이 민감한 모양이구나 라고 말하면서요. 그랬더니 불같이 화를 내더군요. 화를 낸 이유는 자신의 성의를 무시했다는 거져. </div> <div>전 잘 모르겠더라구요.</div> <div>이 싸움을 하기전 싸움에서도 선물가지고 싸웠는데 그때는 내가 그녀에게 검정색과 흰색이 섞인 운동화를 사주고 나서 였거든요. 그때 그녀는 첨엔 고맙다고 했지만 그 말 이후에 왜 운동화냐, 왜 이색이냐 라고 물었고 거기에 이런 저런 사정 이야기를 해도 기분 상해하는 얼굴이 풀리지 않더군요. 산 곳에가서 바꾸자, 다른 선물을 사줄께 라는 이야기도 그녀의 기분을 풀지 못했었거든요. 그때 저는 선물은 주고 받을때 그 감정이 중요하고 무엇인지는 그 다음이라고 이야기 했고 여친은 상대를 모르고 선물하는 건 안하느니만 못하다는 논리였져.</div> <div>같은 논리로 이야기 하면 장미꽃 방향제 받을때 내가 성의를 무시했다고 말하면 안될것 같은데.. 그녀는 내가 자신의 성의를 무시했다고 화를 내더군요. 참 이해할 수 없었져.</div> <div> </div> <div>시간이 지나서 생각해 보면 그녀는 상당히 많은 시간을 약간 우울한 기분으로 보냈어요.</div> <div>이미 그 나이또래에 비해 괜찮은 급여를 받고 직장을 다니고 있었지만 왜 더 벌지 못할까를 고민하고 있었고 주변에 먼저 결혼한 친구들의 가정 형편보다 자신이 그들만 못하다는 불만이 있었져. 남친도 다른 남친보다 좀 작고, 좀 덜 생긴 사람을 만나고 있다는게 싫었던거 같아요.</div> <div>저는 그녀가 그렇게 우울해 할때 마다 희망적인 이야기 긍정적인 이야기를 해 주려고 했었져. 지금부터 둘이 같이 살면 1~2년이면 둘이 합쳐서 연봉 1억은 쉽게 넘을 꺼고, 둘다 외모도 어려보이지 그런것도 좋을꺼고, 남들보다 성공의 의지가 강하니 어떻게든 둘이 같이 살면 남들보다 좀더 노력해서 좀더 잘 살꺼라고 이야기 했었져. </div> <div>하지만 그런건 다 말뿐이라고 느꼈나봐요. 그 우울함이 쉽게 없어지질 않았어요. 그녀가 다니는 직장에서 거의 매일 야근하다시피 하는 것도 그 우울함을 더 했을꺼고, 그녀 아버지의 사업실패 후 집안 생활비를 보태야 하는 상황이 싫었을수도 있져.</div> <div>암튼 우린 자주 싸웠고 누구나 처럼 그렇게 헤어졌져.</div> <div> </div> <div>헤어지고 1년이 지났는데 오늘 오늘의 운세에서 본 기다린 인연을 볼 수 있다는 말에 저는 그녀가 생각났습니다.</div> <div>그리곤 그녀와 왜 싸웠는지 왜 헤어졌는지 생각해 보게 됐져.</div> <div>위에 적은 내용들은 빙산에 일각처럼 참 여러가지 일들이 많았는데 시간이 지나서 생각해 보면 전 여전히 그녀를 보고 싶어 한다는 거져. 다시 만나면 또 같은 종류의 일들로 싸울껀데, 그래서 만나면 안된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보고 싶은거져..</div> <div> </div> <div>나한테 조금더 여력이 있다면 내가 그녀의 우울함을 모두 날려 버리고 그녀를 햇살처럼 밝은 여자로 만들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때마다 사귈때 좀 더 그렇게 해 주지 못했던게 계속 미안하기도 하고 그러네요.</div> <div> </div> <div>사실 이런 감정 누군가한테 터 놓고 이야기 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어서 마음속에만 가지고 있었는데.. 터놓지 않으면 진짜 터질 것 같더라구요.</div> <div>그래서 오늘 오유에다가 넋두리 처럼 써 봅니다.</div> <div> </div> <div> </div> <div>여러분들 사랑하면서 사세요. 헤어지고 후회하지 마시고~</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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