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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love_49119
    작성자 : 칡칡뿌리
    추천 : 5
    조회수 : 2919
    IP : 121.177.***.229
    댓글 : 11개
    등록시간 : 2022/02/19 16:50:14
    http://todayhumor.com/?love_49119 모바일
    나한테 쓰레기였던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는 좋을 수 있는거냐?

    진짜 읽고 무슨 말이라도 좀 해주라...


    진짜 연애를 힘들게 했었다.

    전여친이 상처가 많은 사람이었다. 아픈 기억들 때문에 상처받고 정신적으로 많이 힘든 사람이었다.

    그 사람의 아픔이 내 아픔 같아서 더 이상 그 사람이 힘들지 않게 해주고 싶었다.

     

    그런데 상처가 있는 사람 만나는게 쉽지 않더라.

    딱 웃는 순간이 한달을 못갔던 것 같다.

    본인의 강박 때문에 내 모든 행동을 통제하고 맞추려고 했다.

    자신의 말대로 하지 않으면 불같이 화를 냈었다.

     

    사람의 습관은 쉽게 바뀌지 않는데 그 사람은 내 모든 것을 바꾸려 했었다.

    만약 자신의 뜻대로 행동하지 않으면 나에게 고치라고 몇번을 말했지 않느냐고 하며 나에게 폭언을 쏟아냈다.

     

    매번 전남자 친구들과 나를 비교했다.

    내가 비교하지 말라고 하면 "니는 잔소리로 생각하지 말고 듣고 변해야 한다"라고 말하며 전남친들과 나를 비교했었다.

    그때의 그 사람의 표정과 눈빛 목소리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게 나에게는 정말 물리적인 폭력 보다 더 아픈 일이었다는 것을 지금도 알지 못하겠지?

     

    그렇게 지옥같은 시간을 보내면서도 그 사람을 놓지 못했다.

    그가 나에게 모질게 하는 것은 그 사람의 상처 때문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

    그렇게 결혼을 약속하고 식장도 잡았지만 전여자친구의 폭언과 히스테리는 멈추지 않았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커플상담까지 받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전여자 친구를 만나러 일을 마치고 차를 몰고 갈때면...

    오늘은 내가 무슨 일로 혼날지 걱정했다.

    매일이 우울하고 웃음이 사라진지 오래였다.

     

    결국 그 사람과 헤어졌다.

    그리고 몇달이 지나니 다시 연락이 왔다.

    왜 자신을 사랑한다 해놓고 쉽게 떠나갔냐고...

    한달 만이라도 서로에게 집중해보자고 연락이 왔다.

     

    나중에 이야기해주더라...

    나랑 헤어졌던 그 잠깐의 시간동안 다른 남자와 연락을 했는데..

    그 남자가 내 이야기를 듣고 "네 전남친이라 널 받아준거지 너를 받아 줄 사람은 없다"고 말해서 내 생각이 났었단다...

     

    그런데 사람이 어디 쉽게 변하나?

    그런데 그땐 나도 이전같이 않았다.

    이전처럼 대우받으면 내가 살 수 없다는 생각에 그가 히스테리 부릴 때 마다 헤어지자고 했다.

    결국 나중에는 시간을 가지자고 그쪽이 먼저 말하더라.

     

    그렇게 두달정도 시간이 지났다...

    해가 바뀌고 나도 결심을 했다. 모든 것을 포기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정말 사랑했지만 그 마음 만으로 되지 않는 현실이 너무 가슴아팠다.

     

    직접 만나 이야기로 하면 또 말 못할까봐 편지를 적어서 그 사람 집으로 갔다.

    그런데 그 사람 집 문 앞에 섰는데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

    방음이 되지 않는 대문 앞에서 그 사람이 다른 남자와 스피커 폰으로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

    그렇게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 앞에서 20분 넘는 시간을 울고 있어야 했다.

    나에게 시간을 가지자 말해놓고 결국 다른 사람과 나를 재고 있었다는 사실에 정말 어이없음? 허탈? 그냥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편지를 두고 다시 그 사람과 말을 섞지 않았다.

    몇번 그에게서 전화가 왔지만 받지 않았다.

     

    그리고 1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나는 과거의 모든 기억을 지울 만큼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사람을 만나 결혼을 했다.

    우리 아내를 만나고 한번도 전여자친구 때문에 아파한적이 없었다.

     

    그런데 얼마 전 그 사람의 결혼 소식을 들었다.

    결혼을 했다고 하니 참 감사했다. 나만 좋은 사람 만나 잘 지내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있었는데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 소식을 듣고 난 이후 한달 정도 시간이 흘렀는데 너무 괴롭다.

     

    헤어지고 한번도 생각하지 않은 기억들이 밤마다 나를 괴롭힌다.

    제일 나를 괴롭히는 것은 그 마지막 순간이다.

    매 순간 전력을 다했지만 결국 현실을 극복하지 못했다는 좌절감에 편지를 들고 찾아간 그날,

    다른 남자와 싸우고 있던 그 목소리를 들었던 그날의 내가 매일의 꿈에 나온다.

     

    정말 지독하다.

    아내 덕분에 한번도 꺼내보지 않았던 저 깊숙한 곳에 숨겨둔 감정이 날 너무 괴롭힌다.

     

    전여자친구랑 나랑 나이차이가 많이 났다.

    내가 30대 초반인데 그가 결혼한 사람은 40대 중반은 넘어 보였다.

    나이 차이 때문일까?

    그래서 그는 나를 그렇게 함부로 대했을까?

     

    나를 그렇게 가스라이팅 했던 사람이...

    누군가에게는 좋을 수 있는걸까?

     

    사람이 진짜 본성은 숨기지 못하는 것인데, 물론 마음의 상처 때문이었지만...

    나한테 그렇게 모질게 했던 사람이 왜 누군가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 있나?

     

    짜증난다.

    그 사람은 내가 지금껏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것도 모를 것이고

    내가 그 마지막 순간 때문에 얼마나 힘들어 하는 지도 모를 것이다.

    그래서 너무 짜증이난다. 왜 내가 힘들어야 하는건지 모르겠다.

     

    오늘, 진짜 여기저기 감정을 쏟아놓는다.

    진짜 이게 마지막이다. 

    내일 부터는 다시 다 잊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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