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비행기 탈때 신발 벗는다니까?"</div> <div>"내가 아무리 세상물정몰라도 그걸 모를까." </div> <div><br></div> <div>인천공항가는 공항버스.</div> <div>나와 D는 그렇게 만담을 나누고 있었다.</div> <div><br></div> <div>나는 항상 그렇듯 D에게 뼈가 되고 살이 될 가르침을 내리고 있건만,</div> <div>다른 사람들에게는 고분고분해도, 나에게는 앙칼진 D는 콧방귀까지 뀌며 안속아.라며 어째서인지 의기양양해 하고 있었다.</div> <div><br></div> <div>"...좋아...내기하자. 신발벗으면 나 일본가서 술 실컷 마셔도 뭐라 안하기."</div> <div>"좋아. 대신 내가 이기면 경비지출 내가 관리할거야."</div> <div>"그러시던가요."</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공항은 언제나 설레임만을 주지 않는다.</div> <div>물론 막 상경한 촌놈때 인천공항보고 우와와아아앙~했던 적은 있는데, </div> <div>팔자에 없는 외국출장 좀 다니는 회사로 가서 몇 번 왔다갔다하다보니, 별로 신기하지도 않다...는 출장갈때고,</div> <div>여행갈때 만나니까 또 새롭고 그러더라. </div> <div>물론 진짜로 여기 처음 와본 D는 진짜 우와와아아앙~하며 보고 있었고.</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신발 벗어주세요."</div> <div>"네?"</div> <div>ㅋㅋㅋㅋㅋㅋㅋㅋ 당황했다 당황했다ㅋㅋㅋㅋㅋㅋㅋㅋ </div> <div>그렇게 보안검색대에서 D는 신발을 벗어야 했다.</div> <div><br></div> <div>물론 비행기 탈때의 범위에 대해서 옥신각신했지만, D가 너무 분해해서 무승부로 해주기로 했다. 나란 남자 관대한 남자. 나는 관대하다.</div> <div><br></div> <div>"ㅋㅋㅋㅋㅋㅋㅋ 삐졌다삐졌어."</div> <div>깜빡하고 그 동전지갑 안빼놔서 또 걸리고, 깜빡하고 가방에 넣어둔 생수병이 문제가 되서 시간 실컷 잡아먹은 D는 또 두 볼 빵빵하게 부풀리고는 부루퉁해서는 여유롭게 보안검색 통과하고 사탕부수기젤리게임을 하며 기다리던 나에게 탁탁탁 소리까지 내며 걸어왔다.</div> <div><br></div> <div>이번엔 좀 아프겠군. </div> <div>퍽.</div> <div>역시나.</div> <div><br></div> <div>일부러 창가자리에 앉혀놔줬더만...D는 비행기의 웅장한 엔진소리에 내 손이 부서져라 꼭 잡고 눈 한번을 뜨지 않았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특급타고 난바로 넘어갈 예정이었는데, D가 너무 공황상태라 바깥 공기를 좀 쐬게 해야 할것 같았다.</div> <div>터미널을 빠져나와 나름 신선한 공기를 쐬자 긴장한 D의 표정이 한껏 밝아졌다.</div> <div><br></div> <div>아마 착륙하고 어떡게 여기까지 나왔는지 기억도 못할 터. </div> <div>평소의 의젓하고 똑순이 D는 어디가고, 왠 바보가 여기 하나 있나. 싶을 정도였다.</div> <div>그렇게 영어 잘하던 애가, 하우올드아유.를 못 알아먹고 네? 네? 네? 이러고 있었다. </div> <div><br></div> <div>그리고 나는 아차. 했다.</div> <div>이 더운 여름날 일본을 오다니...내가 미쳤지...</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체크인할때는 신발 안 벗어도 됔ㅋㅋㅋㅋㅋㅋ"</div> <div>두 주먹을 불끈 쥔 D를 보고서야 좀 멈칫했지만, 난바역에서 숙소까지 겨우 5분 걸어갔는데 땀이 범벅이 되서 농담을 걸지 않으면 짜증을 낼것 같아서였다.</div> <div><br></div> <div>"체크인해볼텨?"</div> <div>"어?"</div> <div>"내가 독일까지 못가니 이래저래 해봐야지. 쉬어. 체크인 구다사이 하면. 패스포트네 뭐네 그럴거야. 여권보여주고, 우리 출력해온 바우처 보여주고 하면 돼."</div> <div>"오...오빠가 해..."</div> <div>"근성이다 근성. 가라."</div> <div><br></div> <div>내 동생이 해병대나왔는데, 내 동생 교관들 따라 들어갈때 표정이 딱 저랬음. 추억돋네.</div> <div><br></div> <div>처음 나온 타국.</div> <div>저 똑똑한 머리는 진정 국내용이란 말인가.</div> <div>또 어버버버대는 D를 더 웃음을 참았다가는 내 볼따구가 터질것 같아서 별수 없이 끼어들었다.</div> <div><br></div> <div>"D.ㅋㅋㅋㅋㅋㅋㅋㅋ. 여권이랑 바우처만 보여줘도 된다니깤ㅋㅋㅋㅋㅋㅋㅋㅋ 여기요."</div> <div>"아. 한국분이세요? 죄송해요. 한국말로 말씀해주시지."</div> <div>어?어?어?</div> <div>"명찰봐. 한국인이시잖아ㅋㅋㅋㅋㅋㅋ 내가 그래서 줄도 여기 서라고 밀어줬잖아."</div> <div><br></div> <div>사람이 언제 죽는다고 생각하나. </div> <div>심장이 총알을 꿰뚫었을때? </div> <div>아니. D의 주먹이 분명히 내 팔뚝을 쳤는데 명치에 맞은것같이 아플때다. 쿨럭.</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안되겄다. D. 오빠 샤워 먼저. 숙박비에 다 포함된거니까 에어컨이고 뭐고 다 켜고 너도 좀 쉬어....아. 음료수는 비싸니까 그건 좀 참아주고.</div> <div> 더워더워. 아이고 더워어어어어."</div> <div><br></div> <div>겨울에도 찬물로 씻는 나란 남자. </div> <div>찬물이 정수리에 닿자, 정신이 좀 돌아왔다. </div> <div>그리고 말이지, 남녀가 호텔에...응...그래...나도 좀 씻고...응...어차피 첫날은 호텔에서 짐 풀고 어정거리고 댕기기만 할거고 말이지...우후훗...하고 </div> <div>뽀독뽀독 씻고 나갓더니, </div> <div><br></div> <div>새벽부터 긴장탔던 D는 긴장이 풀려서 곤히 자고 있었다. </div> <div><br></div> <div>D의 곤히 잠든 고 볼따구를 쓰담쓰담해주었다. </div> <div>못해서 아쉬어서란 마음은 1도 없이, 마냥 똑똑하고 야무진 줄 알았던 아이가, 실수연발을 터트린걸 반나절 넘게 봤더니, 이역만리 먼 덕국으로 보낸다는게 너무나 걱정이 되서였다.</div> <div>D는 볼에 내 손이 닿자, 으으으응~그러더니 내 손을 꼭 잡고 다시 잠들었다.</div> <div><br></div> <div>상의 탈의 중.</div> <div>반바지 하나. </div> <div>몸 말리다 말았음.</div> <div>수건은 아직 욕실에 잇음.</div> <div>아까 내 말 착실히 듣고 에어컨 최저온도로 내려놓음.</div> <div><br></div> <div>추...춥다...야...야...손 좀 놔봐바...</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약 2시간 후, 폭신한 침구류에서 푹 자고 일어난 D는 기운을 되찾았고, </div> <div>그 악력에 손은 못 풀어. 몸 다 안마르고 춥다고 이불 속으로 들어가면 자는 애 깨울까봐 옴짝달싹 못한 나는 콧물을 질질 흘리고 있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다시 따듯한 물로 샤워를 하고(...)</div> <div>우리는 도톤보리로 사람구경하러 갔다. </div> <div>거긴 뭐 먹으러 가면 안됨. 코로 먹는지 입으로 먹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이 없음.</div> <div>그냥 오사카에 이렇게 많은 한국인과 중국인들이 있다는거 보러 가는거임.</div> <div><br></div> <div>걸어서 쫌만 나오는 길인데, 호텔 나와서 조금 걷다가 D의 고개가 절로 돌아가는 쪽을 보니, 타코야키 파는 가게였다.</div> <div><br></div> <div>"먹고 싶으면 먹어. 내가 엔 바꿔준거 있잖아."</div> <div>"그래도 돼?"</div> <div>"...그럼 그거 여행기념품으로 간직할래?"</div> <div>"...오빠 몇개 먹을거야?"</div> <div>"...작은걸로 사. 이따가 밥먹어야지."</div> <div><br></div> <div>내기에서 진거는 진거니까.라며, D는 편의점에서 작은 캔맥주도 하나 사주셨다.</div> <div>아이쿠 감사해라. 잘 마실께요. </div> <div>...나도 한 모금만 줘봐.</div> <div>...이 캔 하나가 내 한모금이야.</div> <div><br></div> <div>줘봐줘봐...맛있다. 오길 잘했네.</div> <div><br></div> <div>그 한 마디에 내가 얼마나 마음을 놓았는지 모른다. </div> <div>보안검색대에서 신발을 벗을때부터(...) D는 완전히 얼어버렸고, 따듯한 물에 다시 씻고 나와 정신차린 나와 달리, 씻고 나오고서도 D는 여전히 긴장을 풀지 못하는 눈치였고, 호텔을 나서자마자 내 팔이 떨어져라 거의 매달려서 걷고 있었기 때문이다. </div> <div><br></div> <div>그랬던 애 입에서 잘왔다. 라는 말이 나오니까 나도 모르게 아빠미소가 나왔다.</div> <div>"??? 왜 ???"</div> <div>"^^. 너 입 주위에 파래 묻었어...그 주먹. 나 때리려고 드는거냐. 입가에 파래 닦으려고 드는거냐."</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저 게간판. 오빠 하는 게임에서 봤어. 그 싸우는 게임.</div> <div>공부하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구만. 거봐라. 내가 옆에서 게임하면 방해된다니까.</div> <div>아...;;;; 아냐아냐;;;; 잠깐 쉴때 본거야.</div> <div>줄봐라 줄봐. 저기 엄청 비싼데 줄 어마어마하네.</div> <div>가봤어? </div> <div>아니. 가격보고 줄도 안 섰어. </div> <div><br></div> <div>사방에서 들려오는 한국어와 중국말을 들으며, 여기가 일본인가 가리봉동인가 하며, 우리는 여기저기 구경하다가 도톤보리강따라서 조금 걸어간 다음에, 좀 떨어진 거리로 빠져서 여기다 싶은 집으로 들어갔다.</div> <div><br></div> <div>"에또...가이진..."</div> <div>"노 포토. 오케이? 컴온컴온"</div> <div>"뭐래? 오빠?"</div> <div>"들어오래."</div> <div><br></div> <div>일본어 못하는 애가 그나마 아는 명사로 외국인 괜찮냐고 물어볼라캤는데, </div> <div>그 아저씨는 사진만 안찍으면 괜찮다는 뜻으로 노 포토 컴온컴온.이랬고, </div> <div>영어 독일어 스페인어 할 줄 아는 애가 노 포토 컴온컴온을 못 알아듣고 뭐래는 거냐고 묻고, </div> <div>사실 나도 그때 노포토컴온컴온을 이랏샤이마세.로 알아듣고 들어와도 된대.라고 통역해주었다.</div> <div><br></div> <div>어...에이고메뉴...아...사진으로 된게 있네...</div> <div><br></div> <div>이 소고기로 된거랑 이 돼지고기로 된거랑 이 닭고기로 된거랑 생맥주 주세요...를 </div> <div>일본 말로 고레 고레 고레 투 나미비루 구다사이.라고 함.</div> <div><br></div> <div>와...나 일본말 좀 하는듯.</div> <div>(오사카에 있는 동안 그 집만 3번을 가면서 느낀거지만, 외국인이 아무리 개떡같이 말해도 사장님부터 종업원 아줌마 2명까지 다들 찰떡같이 알아듣는 집이었음. 관광지에서 걸어서 겨우 10분 떨어진 집이었는데 바가지도 없고 맛도 괜찮고)</div> <div><br></div> <div>오토시로 나온 타코와사비에 생맥주 2잔을 마시고, 나는 본격적으로 병맥주로, D는 본격적으로 고만 마시라고 말리기 시작했다.</div> <div><br></div> <div>나는 남쪽지방 출신이라 짜던가 달던가인 일본음식을 퍽 잘먹는 편인데, 산골에서 자라 간이 대체로 슴슴한 쪽인 D는 참 어려워하...긴...</div> <div>나 너 못 업고 간다. 고마 마셔라. 할 정도로 잘 먹고 잘 마셨다.</div> <div><br></div> <div> <div>-그… 위대한 영도력의 비결이 뭐요…?</div> <div>-뭐를 마이 멕에이지 머… </div></div> <div><br></div> <div>쉴 새 없이 움직이는 D의 젓가락질에 진짜 아빠미소가 절로 나왔다.</div> <div>내가 눈꼬리 입꼬리 올라가는게 느껴질 정도로.</div> <div>돈은 좀 들었지만, 데려온 보람이 있었다.</div> <div><br></div> <div>"...??? 왜 안 먹어?"</div> <div>"배불러."</div> <div>"...오빠 많이 피곤하나보다. 일어날까?"</div> <div>"안피곤해. 괜찮아. 이거...토마토...샐러드겠지? 이것 좀 상콤하게 먹어볼까?"</div> <div>"오빠 진짜 많이 피곤한가봐?"</div> <div>"어? 왜?"</div> <div>"안먹던 채소를 다 먹으려들고."</div> <div>-_-+</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처음 이틀은 오사카에서 잘 놀다가 고베로 넘어가서 와규를 와규와규먹고</div> <div>(내 지출도...먹을땐 돈 아깝단 생각안드는데, 계산하고 나오면 내가 무슨 짓을 한건가...하는게 와규-_-ㅋ)</div> <div>다시 오사카로 넘어가서 첫날 간 그 술집 또 가고 담날 교토로 갔다 </div> <div><br></div> <div>오사카는 몇 번 와봤어도, 교토는 또 처음인지라 둘이 참 많이 헤매면서 다녔다.</div> <div>내 여행스타일이 1분 1초를 아까워하며 딱딱딱 찍고 보고 오는 스타일이 아니라, 크게 2~3군데 정해놓고 중간에 헤매보기도 하고 거기 다 돌고 시간이 남으면 또 다른데 헤매보는 스타일이고, D도 못 보면 오빠랑 또 오면 되지.하고 크게 욕심내지 않아서 우리는 그 무더운 교토를 참 잘도 헤매고 다녔다.</div> <div>(난 세상에서 대구 경산이랑, 내 군대있을때 그 동네가 세상에서 제일 더운 줄 알았는데...아니었음...교토는 미쳤음 진짜-_-)</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러다가 어느 골목이었다.</div> <div>그 날 D는 입고간 평상복이 다 땀에 절어버려서, 막상 사놓고 안 입고 있던...</div> <div>여행가기 전에 산 그 하얀 원피스를 입고 씩씩하게 걷던 중이었다. </div> <div><br></div> <div>"아!!! 슈퍼다!!! 오빠. 음료수 사줄께."</div> <div><br></div> <div>그렇게 나를 뒤에 두고 계단을 오르는 D의 뒷모습을 나도 모르게 카메라로 찰칵 찍었다.</div> <div><br></div> <div>어? 오빠 안와? 아직도 많이 더워?</div> <div>간다 가. 아오...이럴땐 진짜 나이차가 막 느껴지네. 젊긴 젊어 우리 D. 난 그냥 죽겄어.</div> <div>라무네 먹을까?</div> <div>딸 줄도 모르면서ㅋ...어머 언니. 그 주먹 내려주지 않겠어? 땀 많이 흘려서 때려봐야 주먹이 끈덕거릴뿐이라고.</div> <div><br></div> <div>D는 생긋 웃으며 내 손을 잡고 가자. 시원한거 마시면 오빠 기운날거야.라며 더위에 지친 나를 질질 끌고 갔다....</div>
"어머~예뻐라. 누구 찍은거예요?"
어느 날, 장대리가 우연히 내 핸드폰의 배경화면을 보더니 말을 건다.
"어?"
"연예인사진아니예요? 누구야? 뒷모습 디게 귀엽다."
그때 교토의 골목길에서 찍은 하얀 원피스 입은 D의 뒷모습. 그 사진.
"...내 이상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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