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사귀기도 전. 그러니까 보쌈하듯이 우리집으로 데려와서 <div>너 이 방 써. 보일러고 전기장판이고 다 켜고 따듯하게 살다가 날 풀리고 사정 괜찮아지면 그때 집 알아봐.라고 하던 그 때부터 D에게 하던 말이 있었다.</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나는 절대로 키다리아저씨가 될 생각이 없다.</b></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그래서 굳이 안받아도 되는 집세. 주면 다 받아놓았고,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집안일도 지가 편하다니까 그려. 하고 싶은대로 하세요.라며 하는대로 두었고,</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실제 소설 "키다리아저씨"에 나오는 뭐시기처럼 이거해라저거해라.하고 간섭도 안하고,</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과거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그래서 중간에 한번 연락이 두절되어 21살 여자애를 빗 속에 덜덜 떨게 만들어본적이 있었지만, 그것도 그때 뿐.</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사실 핸드폰해준것도 얼핏 알아봤는데 부품수급이 어려워서 땜질해야할 판이라는 나름 전문가의 말을 듣고, 한김에 하나 더.라고 해서 해준 정도였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그것도 그때 그 폰. 인기가 한풀 꺽이고 단통법이고 뭐시기고간에 가격이 엄청 떨어져서 한거였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거기서 더 비쌌음 나도 못해줘. 내가 뭐 억대연봉받는 사람도 아니고;;;;;;</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그리고 그 때 상반기 결산 성과급이 꽤 짭잘하게 나와서 기분 내버린것도 있었고...</span></div> <div><br></div> <div><span style="font-size:9pt;">사실 D가 나를 좋아한다.라고 했을때, 이성관계 그런게 아니라,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사람 하나 찔러 죽인다.고 할 정도로 멘탈 나갔던 애가 우연히 만나 곁에서 도와준 사람에 대한 고마운 감정을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이 애가 단단히 착각하고 있다.정도였고, 그래서 거절하려고 했던 거였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그 날 중국에서 술 3병만 덜 먹은 상태였다면, 진짜 거절했을지도 모른다. 하여간 술이 웬수임.</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그래서 그 때까지 D랑 포옹하고 뽀뽀하고 정도였지, </div> <div>사귀자고 한지 내 기준 60일, D의 기준 80일이 넘을때까지 단 한번도 D에게 좋아한다. 사랑한다. 이런 말 단 한번도 한 적이 없었다.</div> <div>예쁘네. 귀엽네. 이런 말은 엄청 해줬지...</div> <div>그때까지도 나는 D의 응석에 어울려준다.</div> <div>그런데 뽀뽀는 도를 좀 지나치고 있다.라고 생각하고 있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D. 언니한테 말해봐. 너 남자생겼지?"</b></div> <div><br></div> <div>그 말에 D는 눈이 동그래져서는 도리도리도리 고개를 저었고, 나는 먹고있던 멍게를 내뱉을뻔했다.</div> <div><br></div> <div>부서회식이 있었다.</div> <div>1차는 가급적 참석을 부탁하지만 2차부터는 알아서. 라는게 우리 회사 회식의 기준인지라, </div> <div>1차 끝나니까 참석인원의 반절이, 2차 끝나니까 거의 대부분이 가버리더라. </div> <div>술생각난다고 회식급으로 판을 키운 부장님이 1차 끝나자마자 가버림.</div> <div><br></div> <div>내가 그때까지 남은 이유는...1차부터 장대리랑 나란히 앉아 장대리랑 속도를 맞추다보니 얼큰하게 취해버린듯한 D를 두고 갈 수가 없어서였다.</div> <div><br></div> <div>내가 세상에서 술로 못이긴 사람이 국내에 3명이 있는데,</div> <div>한 명은 우리 아부지.</div> <div>다른 한 명은 중학교수학여행 처음가서 몰래 딴 캔맥주 한 모금에 이걸 뭔 맛으로 마셔.라는 우리와 달리, </div> <div>소맥을 말고있던 조기교육의 성공적사례인 친구 P군. </div> <div>마지막 한 명이 장대리. 이 악마...아니아니. 이 여자.</div> <div><br></div> <div>"제...제가...나...남자요???"</div> <div>"애. 언니는 못 속여요. 너 요즘 부쩍 옷도 예쁘게 잘 입고, 화장안해도 예쁜 애가 누구 보여줄려고 이렇게 예쁘게 꾸미고. 딱 언니가 보기에 남자생겼어? 그치?"</div> <div>"...좋겠다...내가 그런 말 했음 당장 내일 인사위원회 열렸을거야. 회식중에 성희롱 발언했다고."</div> <div>과장님은 시끄럽구 술이나 한 병 더 시켜요.</div> <div>내가 윗사람인데?</div> <div>아 쫌. 얼른.</div> <div><br></div> <div>누구야? 학교선배? 아니아니. 혹시 군대갔어? 그러고보니 데이트하러 가는걸 못 봤네? 군대갔구나? 그치? </div> <div><br></div> <div>D가 내 쪽을 한번 본걸, 장대리는 아. 오빠친구라는 과장님 앞에서 말하기 부끄러워서 그렇구나.하고 지레짐작하고 혼자 신나서 누군지 추리하고 있었다.</div> <div>아마 내가 그 상대라면 지금 테이블에 소주 4병 비었는데 내 머리에 동서남북으로 하나씩 박아주겠지. </div> <div>그리고 아무리 술마셔도 맨정신인 사람이, 법정에서 술에 취해 그랬다고 선처를 구하고, </div> <div>법원은 아이쿠!!!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상태셨군요. 인정합니다. 집행유예하겠습니다ㅋ라며 피해자만 남는 사건으로 만들어주겠지.</div> <div>라며 혼자 시나리오를 쓰고 있었다.</div> <div><br></div> <div>"과장님."</div> <div>"어 왜?"</div> <div>"과장님 D오빠 친구라면서요. 혹시 뭐 들은거 없어요?"</div> <div>"없어. 장대리도 알잖아. 나 여직원들 사생활에 관심 1도 없는거."</div> <div>"...그러긴 하네요. D. 그거 알아? 과장님 나 시집갈때 분명히 청첩장줬는데도, 나 시집가는거 휴가결재받으러 갈때 알았다니까? 뭐라고 한 줄 알아? 무슨 사유길래 청휴를 이렇게 길게 쓰네. 저 시집가는데요?라니까, 언제요? 내일 모레요. 뭐? 남자친구잇었어? 결혼할 사람이 있었다고? 난 왜 몰랐자? 이런 사람이야. 미안하다고 축의금 30만원 하더라."</div> <div>"지금 와서 말할께...20만원 돌려줘. 팀장님이 50하시길래 30했는데, 팀장님이 준거 중에 30만원 회사에서 나온거 대신 주는지 몰랐어."</div> <div>"회사복지규정도 몰라요?"</div> <div>"뭔 상관이야. 내 장가도 아닌데."</div> <div>"하여튼 이래요."</div> <div><br></div> <div>시킨 소주 한 병이 더 나왔고, D는 많이 마신것 같으니까 지금부터 음료수로 대체해. 과장님은 알죠? 오키바리.</div> <div>그렇게 쨘!!!하고 한잔 쭉 들이킨 장대리는 D에게 어떤 남지인지 꼬치꼬치 물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나이가 좀 많아요.(어머. 군대를 늦게 갔나보네. 요즘 그런 사람 많죠? 내가 그걸 어떡게 알아. 지금 민방위인데.)</div> <div>보면 와~얼굴 크다.라는 이미지가 딱 있어요.(상처받았음. 진짜로...)</div> <div>아침에 봤는데 머리말리고 왁스바르고 나온거 보면, 왜 발랐나싶었을 정도로 성의없게 하고 와요.(...그거 미장원에서 배운건디???)</div> <div>농담도 내 세대 쪽은 아니예요. 그런 말 할때보면 진짜 나이차가 느껴질때가 있어요.(그럼 정색을 하라고.)</div> <div>인스턴트 입에 달고 살고 물대신 술을 먹나 싶을때도 있어요.(부정못함1.)</div> <div>배도 나왔고, 옷도 잘 챙겨입는 편이 아니예요. 보니까 급할땐 지금 내 눈 앞에 보이는게 내 유일한 옷.하고 입고 나가는것 같애요.(부정못함 2...개성있는 패션을 추구하기보단 좀 보수적인 스타일이라고 해주겠어?)</div> <div>주말엔 저랑 있기보다는 아직도 친구들이랑 나가서 술먹는거 좋아하고 그래요...(부정못함3.)</div> <div><br></div> <div>그런 남잘 왜 만나?</div> <div><br></div> <div>글쎄요...제가 그 사람 크게 다치게 할뻔한적이 있어요.(난 그날 사람 몸에서 살기란게 뿜어져나온다는게 실제란걸 처음 알게되 날이었는데...다치게 할뻔했다고?)</div> <div>저같음 그 사람 다시는 안봐요. </div> <div>잘 알지도 못하는데 크게 다치게 할뻔했고, 사과도 제대로 안했어요. </div> <div>그런데 그 사람은 그런 저를 뿌리치지 않고, 잠깐 앉아보라고 하고, 흥분한 제가 천천히 흥분을 가라앉힐 시간을 줬어요. </div> <div>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나같으면 무섭다고 도망쳤을텐데. </div> <div>그 사람 그렇게 내가 무슨 짓을 한거지. 라고 할때까지 같이 있어줬어요.</div> <div>별 말도 안했어요. 커피 한잔. 딱 이거 주고 눈길 한번 안줬지만, 절 혼자 두진 않았어요. (야. 담배는 어디갔어?) </div> <div>미안해서 어쩌지.했는데, 그 뒤로 우연찮게 자꾸 만나게 됐어요.</div> <div>누구한테도 보여주고 싶지 않은 모습...몇번이나 보였는데...단 한번도 딱하다. 불쌍하다. 한 적이 없어요.</div> <div>어설프게 저 불쌍하고 그런다고...접근하는 남자들은 있었는데...그냥 지나가다 보이길래 도와준다.하고 무거운 짐도 들어주고, </div> <div>제가 진짜 곤란할때 남들이 하기 힘든 도움도 주고...</div> <div>제가 고집피우면 안 달래요. 이번에 눈 딱감고 받고 다음에 갚어. 누가 공짜로 준대? 이러는 사람이예요. 갚으려고 해도 안받으면서.</div> <div>그리고 도와주는것도 참 독특해요. 맛있는거 사주는거 그런것도...제 생각해서 사주는건줄 알았더니 가만히 보면 자기가 먹고 싶은데 어. 마치 너 여깄네. 따라와. 같이 먹자. 이런 식이예요. 그렇게 꾸미는건줄 알았는데, 진짜로 그래서더라구요.(...젠장. 들켰네.)</div> <div>그 사람 제가 제일 힘들어서 흔들릴때만 손잡아줘요. </div> <div>다른 때는 별로 신경도 안써요. 니 삶이지 내 삶이냐. 이런 식이예요. </div> <div>그 사람 나름의 배려일거예요. 도움받는 제가 너무 미안해하지않도록 평소에는 너는 너고, 나는 나다. 이러고 있다가도,</div> <div>정말 감당이 안될것 같을때...딱 옆에서 잡아끌어주고, 야 너 넘어질뻔했어.하고 또 갈길 가는 사람이예요.</div> <div><br></div> <div>...그런 남자가 좋은거야?</div> <div><br></div> <div>저도 처음에 되게 망설였던게...</div> <div>제가 힘들때마다 도와주다보니까...그 사람에 대한 고마움이랑 좋아하는 감정이랑 햇갈리는줄 알았어요.</div> <div>그래서, 저도 그 사람 앞에선 좀 조심하고...그 사람도...배려일거예요. 도와주는거 티 안내려고 하고...</div> <div>그런데 제가 진짜 아팠을때...그 대면대면하던 사람이 그렇게 당황해하는거 처음 봤어요. </div> <div>제가 몸관리 잘못 해서 아픈건데, 자기때문에 아픈것처럼 속상해서 발까지 동동구르더라구요.(응급실 침대 옆에 오래 앉아있었더니 다리저려서 그런거라고 이 분위기에 말하긴 좀 그렇지???)</div> <div>항상 저를 애취급하던 사람이 처음으로 진짜 걱정되서 괜찮냐고 그러는거예요.</div> <div>그 전에 더 심할때 도와주고서도 괜찮냐 좀 어때 이런 말 단 한번도 한적 없어요.</div> <div>맨날 하는 말 있거든요. 왼손은 거들뿐?(그거 슬램덩크에 나오는 말 아니예요? ㅇㅇ 강백호가 한 대사임....슬램덩크가 뭐예요?)</div> <div>...그때까진 그 사람보면 참 고마운 사람이다...였는데, 그 날 그 사람보고 가슴이 뛰었어요.</div> <div>그래서 그 사람한테 좋아한다고 말해버렸어요.</div> <div><br></div> <div>너 좋아한단 말 안했다. 그냥 냅다 뽀뽀했지.라고 말했다간 </div> <div><span style="font-size:9pt;">아깐 4병째이던 빈병이 8병째가 된터라 큰 배의 키같이 8방향으로 박혀버릴것 같아서, 꾹 참았다. </span></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너...진짜 그 사람 좋아하나보다."</div> <div>"네?"</div> <div><span style="font-size:9pt;">"너 방금 그 말 하는데...세상에...언니가 너 예쁘다예쁘다하는데, 눈빛이 정말 사랑에 빠진 눈빛으로 그 사람 이야기하는데~어쩜 이렇게 예쁘니~"</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아하하하. 언니 간지러워요. 미안미안. 언니가 지금은 너 이렇게 안아주지않으면 못 견딜것같애서 그래.</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그리고, 셋이서 술깨고 가자고 들어간 동전노래방에서</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나는 하던대로 소를 몰았고, 장대리는 임재범의 고해를 불렀으며(...),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거의 10개월째 동거하며 처음 듣게된 D의 노래는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아이유의 "좋은날"</b>이었고,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그렇게 D는 내 가슴으로 들어왔다.</span></div>
여자한테 구구절절히 나를 좋아하는 이유를 들어본게 처음이라,
지금도 거의 원문 그대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아예 기억이 좀 애매한 쪽은 적지않았는데 저 정도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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