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그렇게 만나고 초창기에 내 보기에 D는 그저 조용조용한 애인줄 알았다. <div><br></div> <div>하지만, 일단 의식주 중에서 식과 주가 해결되고나니까 마음의 안정을 찾았는지 슬슬 숨겨져왔던 본성을 드러내기 시작했다.</div> <div><br></div> <div>사실 이 애, 엄청 귀여운 녀석이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내보고는 술먹지 말라면서, 지는 가서 술먹는건 또 뭔데...그리고 보는 눈이 이렇게 많은 동네에서 먹고, 왜 또 데리러 오래..."</div> <div><br></div> <div>나는 야근하고, D는 업무가 일찍 끝난 장대리에게 잡혀 술먹으러 갔다.</div> <div>우리 부서 끝판왕 장대리. </div> <div>내가 술에 만취하고도 정신줄은 잡고 있는 스타일이라면,</div> <div>장대리는 그때까지 나랑 대작하고 취한 기색도 없이 맨정신으로 있는 여자다. </div> <div><br></div> <div>"갸는 신랑이 뭐라고도 안하나...알려줘야겄어. 이거시 회사후배랑 정분났다고...여기 어디랬는디...어? D. 어디냐?"</div> <div>"오빠. 나 여기 무슨무슨커피집인데요~"</div> <div>"월매나 마신겨?"</div> <div>"몰라몰라. 나 커피사주세요."</div> <div>"...알았다...커피 한잔 들고 집에 가자. 눈온다. 길막혀."</div> <div>"내가 사주고 싶은데에~오빠는 11살 차이나는 여자친구한테 커피 안 얻어마실거잖아."</div> <div>"그렇지. 이런 쪽으로는 뚝심있는 남자거든. 억울하면 한 2년 일찍 태어나시던가."</div> <div>"헤헤헤. 아. 오빠 그 커피집 앞에 주차할데 있어. 얼른와."</div> <div>"아. 저기 말하는구만. 주차하게 끊어."</div> <div><br></div> <div>주차하기 더럽게 어려운 동네인데, 마침 한자리 비어있어서 거기에 차를 대고, </div> <div>아우씨...드릅게 춥네...오늘은 단걸로다가 마셔ㅇ...퍽!!!!</div> <div>"아푸푸푸푸푸. 뭐여!!!!"</div> <div>"아하하하하하하!!!"</div> <div>한 손에 단단히 뭉친 눈덩이를 든 D가 저기 서서 웃고 있었다.</div> <div>이게 이 한방을 위해서 날 낚은거였다.</div> <div>술김이겠지만, 크게 웃는 D가 퍽 사랑스럽게 보인건 쫌 더 뒤고...</div> <div><br></div> <div>"야. 다섯셀께."</div> <div>"어?"</div> <div>"도망가라. 오늘 여기 파묻어줄께."</div> <div>"하하하하하. 나 잡아봐라."</div> <div><br></div> <div>그 해 겨울 어느 눈 많이 오던 밤. 그 술집많은 거리에서...한 광년이와 망나니가 쫓고쫓기는 추격전을 벌이는걸 본 사람이 있을거다.</div> <div>내가 전에 사준 그 운동화신고 D는 정말 잘도 달렸고, 나는 하필 구두를 신고있어놔서 몇번이나 넘어질뻔하면서 뒤쫓았다.</div> <div><br></div> <div>그렇게 한참을 달리고 번화한 거리 뒤편의 어느 주택가골목에 가서야 D를 잡을 수 있었고, </div> <div>약속대로 나는 얼른 옆의 차 본네트에 쌓인 눈을 집어 D의 얼굴에 퍼부어주었다.</div> <div><br></div> <div>"...하아하아...졸라 빠르네..."</div> <div>"아하하하하하하."</div> <div>"술냄새!!! 얼마나 마신거야!!!!"</div> <div>"아하하하하...재밌다...이렇게 달린거 디게 오랜만이야."</div> <div>"하아하아...여기 잠깐만 있어."</div> <div>나는 조 앞에 보이는 슈퍼에 가서 휴대용티슈를 사와서 내주었다.</div> <div>"얼굴 닦자. 이게 눈이 녹은거야 코나오는거야. 니가 애냐?"</div> <div>'맨날 애취급하면서 이럴땐 또 애냐 그러냐?"</div> <div>"냐? 고양이여? 어디서 말을 놔?"</div> <div>"아하하하. 재밌다."</div> <div>D는 티슈로 얼굴에 눈을 닦으며 빙글 돌아 내게 등을 보이더니 그대로 내게 뒤로 기대었다.</div> <div>"어이쿠야. 야. 다쳐."</div> <div>"오빠가 나 안다치게 잡아줄거라 믿고 이러는거야."</div> <div>"뒤로 넘어져서 코가 깨져봐야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다는거 깨닫지. 사람이 공부를 하고 그러는건 꼭 몸으로 경험하지 않아도 미리 알고 안 다칠려고 하는거여. 넌 공부도 잘하잖아."</div> <div>"세상에 믿을 사람이 왜 하나도 없냐? 오빠 있잖아."</div> <div>재잘재잘. D의 그 작은 입에서 입김이 뿌우뿌우 나올 정도로 열심히 재잘댄다.</div> <div>나는 그런 D를 안아일으킨다.</div> <div>"백허그...오빠."</div> <div>"어. 왜?"</div> <div>"이럴때 모르는척 가슴 만져도 되는데."</div> <div>"너 뒤통수에 혹 하나 만들어줄까?"</div> <div>"시러. 그때 오빠 꿀밤 엄청 아팠단말야."</div> <div>"그럼 그만 까불어."</div> <div>에헤헤~푸욱~하고 또 그 특유의 소리를 내며 뱅글돌아 내 가슴팍에 얼굴을 묻고 안긴다.</div> <div>"이 언니 오늘 진짜 많이 자셨네."</div> <div>"오빠 온기 너무 좋아~"</div> <div>"오늘 너 좀 따듯한거보니까 진짜 많이 마시긴했나보다."</div> <div>D머리를 쓰담쓰담해준다. 내가 아까 눈을 제대로 뿌려줬는지 머리까지 축축하다.</div> <div>"갑시다. 아가씨. 감기걸리겠어."</div> <div>"감기걸리면 좋아. 아~하면 오빠가 죽도 먹여주고 물도 먹여주고 그러거든."</div> <div>"...그리고 넌 약값보고 좌절하지."</div> <div>뿌우!!!하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 또 복어모드로군. </div> <div>손을 뻗어 D의 양볼을 쪼물딱 거린다. 나 삐쳤다. 하지마라!!!면서도 내 손길을 뿌리치지는 않는다.</div> <div><br></div> <div>"맛있는거 먹었어?"</div> <div>"육회...언니가 먹고 싶대서."</div> <div>"몸도 찬 애가 왜 그렇게 찬거 먹었어. 딴거 먹자하지. 니가 먹자하면 고래심줄도 끊어먹을 애인데."</div> <div>"얻어먹는데 어떡게 그래."</div> <div>"...그래서 많이 먹었고?"</div> <div>"...응...헤에에...오빠 나 뚱뚱해지면 어떡하지?"</div> <div>"...볼살의 탄력은 더 엄청나지겠군. 환영한다."</div> <div>"피이...거짓말."</div> <div><br></div> <div>그러고 D는 내 가슴팍에서 얼굴을 빼내고 나를 보더니 눈을 감는다.</div> <div>"뽀뽀 한번 하고 집에 가자. 너 감기걸려."</div> <div>끄덕끄덕.</div> <div><br></div> <div>우리는 그렇게 회사근처 골목길 어느 슈퍼 근처 눈내리는 가로등에서 뽀뽀를 했다.</div> <div><br></div> <div>다행히 회사사람들에게 안 들켰다. </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 번화한 길 뒤편 골목은 눈쌓이는 소리마저 들릴 정도로 고요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렇게 한껏 귀여운 짓은 다해놓고, 단 둘이 차에 타자, 아까 그건 누구여? 할 정도로, D는 또 얌전한 숙녀모드로 돌아왔다.</div> <div><br></div> <div>...거봐라. 내가 너 감기걸린댔지? 잠오고 막 그러지? 못산다. 내가. 너 가자마자 집안일 하나도 손대지말고 바로 씻고 옷 단단히 껴입고 보일러 장판 온풍기 다 틀고 자.</div> <div><br></div> <div>그 말에 D는 나를 보고 생긋 웃는다. 사람 심장 두근거리게.</div> <div><br></div> <div>또 왜?</div> <div>나 감기걸릴까봐 걱정하는 사람은 오빠뿐이야.</div> <div>...어흠어흠. 난 그냥 약값나온거보고 좌절하는 너 안보고 싶을뿐이야.</div> <div>...저번에 약값 안줬지 참.</div> <div>또또또 기승전돈소리. 주면 좀 군말않고 받고 그래라. 너 식대 약값은 달마다 주는 방세에 다 포함되어있으니까 걱정하지마.</div> <div>...고마워...</div> <div>뭘 또 새삼시럽게.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