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나는 가끔 D가 무서울 때가 있었다. <div><span style="font-size:9pt;">우리 첫 만남이 워낙에 임팩트가 있었기 때문이다.</span></div> <div><br></div> <div>진짜 나 죽이겠다고 작정한 사람한테 느껴지는 그 살기라는걸 느껴보지 않고서는 이런 기분 느끼지 못할거다.</div> <div><br></div> <div>가끔 나 혼자 느끼는 그 찜찜함이랑 그 놈의 돈때문에 진지모드 탈때 빼고는,</div> <div>D는 정말 이상적인 여자친구였다.</div> <div><br></div> <div>그 전 여자친구들은 하나같이 술먹지마!!!였다면, </div> <div>D는 두 발로 걸어올 정도로만 먹어. 천천히 마셔, 빈 속에 먹지마. 오빠가 혼자 내지마. 빨리와서 나랑 놀아죠. 이 정도고...</div> <div>나랑 마주보고 이야기할때 아니면, 특히 집에서는 나한테 그 특유의 "푸욱"소리내며 내 가슴팍에 안겨 이야기하기를 즐기고,</div> <div>특히 항상 내 심장을 안 좋게 만드는 그 뿌우!!!하는 삐친 표정이 너무나 귀여웠다.</div> <div><br></div> <div>항상 어른스러운척 하려고 해도, 목소리며 생긴게 워낙에 애기라...</div> <div>진지하게 애한테 혼나는 상황에서도 ㅋㅋㅋ 웃어벼러서, 또 그 뿌우!!!하는 표정이 나오게 만들었다.</div> <div><br></div> <div>그동안 삶에 지쳐 잘 드러내지 않을 뿐이지, 은근 애교가 넘치는 아이였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기말고사즈음 되어, D는 열심히 시험공부를 하고 레포트들을 작성하고 있었고,</div> <div>나는 그 옆에서 방해되지 않게 뒹굴거리고 있었다.</div> <div>"오빠."</div> <div>"어? 아. 미안. 방해됐지? 오빠 방에 들어갈께."</div> <div>"아니아니. 잠깐만. 이리 좀..."</div> <div>"왜? 또 뭐 설정 잘못 건드렸냐?"</div> <div>무거운 엉덩이 들고 옆에 가 앉으니, D는 나를 꼬옥 안았다.</div> <div>"...어머어머. 아가씨. 또 왜 이래???"</div> <div>"쉿. 충천중...하아...오빠 따듯해..."</div> <div>"보일러 안 켰나???"</div> <div>"아이참. 가만히 좀 있어봐요 좀."</div> <div>으아아아아. 내 심장아. </div> <div>"나...진짜로...한번도 그런적 없거든?"</div> <div>"엉?"</div> <div>"오빠랑 있으니까 엄청 놀고 싶어진다."</div> <div>"...오빠 친구 집에서 자고 올께-_- 미안하다. 내가 남들 집중하는데 방해를 좀 잘해."</div> <div>"안돼. 집주인이 나가긴 어딜 나가....잠깐만 오빠 좀 안고 있을께."</div> <div>"어우야...너 이럴때마다 오빠가 힘들어."</div> <div>"어? 왜?"</div> <div>"가슴팍이 막 아프다고. 심장에 무리가 가."</div> <div>까불지마. 내가 안고싶을때 안을거야.하고 D의 주먹이 날아온다. 엌ㅋㅋㅋ소리 나는걸 보니 많이 부끄럽나보다.</div> <div>"레포트는 얼마만큼 썻니?"</div> <div>"한...80?"</div> <div>"시험공부는 얼마나 했니?"</div> <div>"노트정리한거 보고 있어...어렵다...장학금 받아야되는데..."</div> <div>"너도 참 대단하다...학교공부는 학교공부대로 하고, 회사일은 일대로 하고, 살림은 살림대로 하고...난 그래는 못살지."</div> <div>"오빠랑 있으니까 하는거야...혼자 살았으면 못했을거야."</div> <div>"어잌쿠...또 심장이..."</div> <div>D는 자세를 바꿔 내 왼쪽가슴에 귀를 대고 안긴다.</div> <div>"오빠심장소리...생각보다 덜 쿵쾅거리는데???"</div> <div>"색즉시공색즉시공...부처님 말씀에 따르면..."</div> <div>"이런걸로 불경읊고 그러지마아~"</div> <div>D는 크득거리며 웃는다.</div> <div><br></div> <div>D의 그 장난기어린 웃음이 좋았다.</div> <div>나말고 다른 사람에게는 전혀 보여주지 않는 이 웃음.</div> <div>그렇게 자기를 아끼는 장대리한테도, </div> <div>그 다음에 몇번 다시 만난 친한 친구, A양과 B양 앞에서도...</div> <div>D는 약간 정색하는 웃음만 지을 뿐. 이렇게 자연스럽게 웃지를 않았다.</div> <div><br></div> <div>이 미소만은 내꺼구나. 어째 뿌듯했다.</div> <div><br></div> <div>"오빠."</div> <div>"어?"</div> <div>"고마워."</div> <div>"또 뭬가 그리 고맙네? 요요 려성동무는 뭐가 그리도 고마운게 많네?"</div> <div>"전부 다...가끔 그런 생각해...내가 그때 조금 더 성급하고 오빠한테..."</div> <div>"어디 베였겠지 뭐. 내가 그때 그랬잖아. 그걸로 여기여기 경동맥 슥삭. 하지 않는 이상 누구 못 죽인다고."</div> <div>"그땐...진짜...미안해..."</div> <div>"내가 그때도 말했지만...살려줘서 내가 더 고마워."</div> <div>"오빤 말을 너무 예쁘게 해."</div> <div>"...아냐...너 내 친구들이랑 있을때 봤잖아. 함경도 욕으로 시작해서 제주도 욕으로 끝나는거. 내가 좀 더 글로발제이션했으면 쉬봘로무쉬키하면서 러시아욕도 했을거야."</div> <div>"나한테만 예쁘게 하면 돼."</div> <div>나를 끌어안은 손에 힘이 꽉 들어간다.</div> <div>"어우얔ㅋㅋㅋㅋ. 너 악력 좋다니까. 오빠 허리 뿌라진다."</div> <div><br></div> <div>춥다. 손난로손난로.하면서, D는 자연스럽게 내 손을 자기 옷 속으로 잡아끈다.</div> <div>매끈하고 가는 D의 허리.</div> <div>옷 위로는 여러번 잡아봤는데, 옷 속으로 들어가기는 또 처음.</div> <div>"어...어흠..."</div> <div>"불경읊고 그러지마라."</div> <div>박력있네. </div> <div>"..."</div> <div>"...오빠 얼굴 빨개졌어."</div> <div>"어???"</div> <div>어느새 D는 내 얼굴을 올려다보고 있었다.</div> <div>우와...라면 물 안 올려놨는데...</div> <div>색즉시공이고 뭐고 다 안통하려는 찰나에...시장에서 세일할때 산...D의 곰돌이그려진 수면바지에 이성이 확 돌아왔다.</div> <div>"야. 까불지말고 일찍 자. 너 지금 피곤해가 몸에 열나서 그래."</div> <div>"...내가 지금 얼마나 용기낸건지 알아?"</div> <div>"넌 지금 이성보다 본능이 지배하는 남자가 그 본능을 억누르고 이러고 있는거 알아?"</div> <div>"...오빠한테 줄게 이거밖에 없다."</div> <div>콩. 꿀밤을 때려줬다.</div> <div>"넌 존재 자체가 나한테 무조건 플러스야. 내가 너한테 흑심품었음 기회는 벌써 수십번이여."</div> <div>"오늘은 내가 기회주는...건데?"</div> <div>"...너 레포트랑 시험공부 하나라도 다 끝냈다고 했음, 용기냈다."</div> <div>"여자가 이런 말 하는거..."</div> <div>"그래. 하지마. 다음에 내가 죽을것 같으면 살려달라고 할께."</div> <div>"흥이다. 오늘 이렇게 날 부끄럽게 만들었으니, 다음엔 오빠도 부끄럽게 만들어줄꼬야."</div> <div>D는 나를 꼭 안고있던 깍지를 풀고, 책을 탁탁 덮더니, 잘자라. 바보야. 하고는 방으로 쏘옥 들어갔다.</div> <div><br></div> <div>아...이거 내가 뭔 짓을 한건가...싶었지만, 내가 내뱉은게 있으니 뭐...라며, </div> <div>거실불을 끄고 화장실가서 이를 닦고, 방에 가서 벌러덩 드러누웠다.</div> <div><br></div> <div>요즘 D의 스킨쉽이 좀 끈적끈적해졌나?</div> <div>...살색영상볼때 문잠그고 이어폰끼고 조용히 봤는데...</div> <div>그러고보니...내가 D한테는 놀랍도록 그 쪽으로 생각을 안해봤구나...</div> <div><br></div> <div>사실 진짜 망설인 이유는 하나, </div> <div>처음 술먹을때, 양주병보고도 움찔하던 그 애가, 내가 흑심품고 그 애를 어찌어찌하려고 여기저기를 만질때 또 그때의...D의 기준으로는 안 좋은 기억이 나서 날 밀쳐내거나 그럴까봐...그런 쪽 이었다.</div> <div>그만큼 내가 먼저 D랑 포옹하거나 할때 신체접촉에 엄청 신경쓰고 있었다. 이 아이가 혹시라도 그때 생각하며 상처받을까봐.</div> <div><br></div> <div>D가 그 쪽 업계에서 일을 했든 안했든, 요즘 시대에 뭐 성모마리아랑 결혼할 것도 아니고...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 </div> <div>D의 그 쪽 과거는 이제야 아. 맞다. 이제 생각났다. 할 정도로 신경을 안쓰고 있었다.</div> <div><br></div> <div>...맨날 나보다 11살 어리다고 애취급해도, 여자는 여자구나...우와...오늘 좀 위험했다...하고...하나 보고 자야하나...이러고 있는데, </div> <div><br></div> <div>-까똟.</div> <div>-고마워 오빠. 내가 잠깐 어떡게 됐었나봐. 나 지금 너무 챙피해서 이불 푹 뒤집어 쓰고 있어요. 잘 자. 나 문 잠궜어ㅋ</div> <div>라고 까똟이 왔다. </div> <div>요망한 것.</div> <div><br></div> <div>-너땜에 쪼오끔 설렐뻔했어. 나도 잔다. 나도 문 잠궜다.</div> <div>-역시 내 남자. 그 굳건한 마음. 마음에 듭니다!!!</div> <div>-역시 내 여자. 오빠 들었다놨다하는건 우주최강이지. </div> <div>-야한 꿈 꾸겠네ㅋㅋㅋㅋㅋ</div> <div>-퍽이나.</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3년 전. 그 여자에게 차이고 매일밤 소주 5~6병씩은 들이켜야 잠을 겨우 들 정도로 심적으로 가버린 이후,</div> <div>나는 흔한 개꿈마저 꾼 적이 없다.</div> <div><br></div> <div>그날도 나는 꿈자리 한번 사나운것 없이, 잠만 잘 잤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담날 아침, 출근하려는 나에게 졸린 눈을 비비고 나온 D의 굿모닝뽀뽀는 평소보다 길었다.</div> <div>"시험 잘보고."</div> <div>"으응...오빠 기운 받았으니까 잘 볼 수 있을거야."</div> <div>"하여간 말은 잘해. 간다."</div> <div>"오빠."</div> <div>"오냐?"</div> <div>"사랑해^^"</div> <div>"...또 사람 가슴아프게 만들고 그래. 얼른 들어가서 좀 더 자."</div> <div>"빠이빠이~"</div> <div>"...네. 나 회사 좀 가게 해줘."</div> <div>"헤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