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인가, 그리고 여긴 또 어디인가. <div><br></div> <div>나에게 파스타란 물건은 지난 몇년간, 피자배달시킬때 얼마 더 추가하면 은박에 덮혀져서 나오는 시큼한 밀가루면을 호로록 먹는 그런 음식이었다.</div> <div>그런데 지금 나는 세 명의 여대생들과 그 파스타란걸 먹고 있었다.</div> <div><br></div> <div>나는 누구인가, 그리고 여긴 또 어디인가.</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장대리 너는 근처공장 번개통신 때려서 지게차 빌려줄 수 있는데서 한대 더 빌려와. 어떡게 몰긴. 내가 가서 끌고 와야지. </div> <div> 최대리 니는 가서 5톤 끌고 바로 다 때려박고 출발할 수 있게 준비해. 차키를 내가 들고 다니냐 공장장님!!!!!</div> <div> 나머지 분들은 재고 체크하고 지게차들한테 바로바로 여깄다고 알려줘. 지게차들은 지금부터 그대로 싣고 5톤에 때려넣고.</div> <div> 나도 할건데 지게차들은 빠레트 고만 해먹고 신중하고 빠르게 옮겨. 꿀밤때릴거여. 떼찌떼찌하고.</div> <div> 5톤 3대. 지게차 3대로 오늘 싹 들고 날려야되니까. 장난 똥때릴 생각말고."</div> <div><br></div> <div>공장장님이 햐...김과장은 현장에 있어야돼. 사무실에 있을 사람이 아니야.라고 감탄하는 소리를 뒤로 하고, </div> <div>다른 팀이 싼 똥 치우러 우리는 경기도 공장으로 다들 날라와 있었다.</div> <div>(그리고 그 팀은 불금이라고 정시에 퇴근했다고 한다. 그리고 모두 상무님께 불려가 개박살이 났지.)</div> <div><br></div> <div>그렇게 오랫만에 지게차 좀 몰고 빠레트 들고 치우고, 업체랑 통화하며 싸우고 난리를 치다가...</div> <div>"헉!!!! 야!!!! 나 약속있어!!!! 뒷정리 좀 하고가!!!!"</div> <div>라며, 화장실 가서 손 한 번 못씻고, 그대로 다시 서울로 달려왔다.</div> <div><br></div> <div><br></div> <div>"아!!! 형님!!!"</div> <div>"얌마. 전화벨 세번 울리기 전에 받으랬지???"</div> <div>"ㅋㅋㅋㅋㅋ 어쩐 일이세요? 술먹게요?"</div> <div>"뭔 내가 너한테 전화할 이유가 그거 밖에 없을까."</div> <div>"...없잖아요,"</div> <div>"그러게. 야. 요즘 대학생들 데려가면 좋아할만한 식당. 얼른."<br></div> <div>"...곱창집?"</div> <div>"너 좋아하는거 말고 임마."</div> <div>"남자애들 좋아해요. 잘 먹어."</div> <div>"아차. 아니아니. 여대생. 3명. 나포함 4명."</div> <div>"...형님. 많이 피곤하신가봐요. 좀 주무세요."</div> <div>"...뒤질래?"</div> <div>"갑자기...여대생...3명...뭐 좋아하는데라니...제가 무슨 대답을..."</div> <div>"술 사줄께."</div> <div>"생각하시는 가격대랑 장소 말씀해주시면 예약까지 해놓을께요."</div> <div><br></div> <div>대학에서 강사로 일하고 있는 아는 동생놈에게 여대생들과 갈만한 식당을 잡아놓으라고 시켰다.</div> <div>이놈이 공대쪽에서 강사로 있는건 둘째치고 (대학수업이라기보단 군대 정훈교육 하는 느낌이라고ㅋ)</div> <div>그나마 대학생들과 가까이 지내는 놈이라 냉큼 부탁했고, </div> <div>나에게 엄청난 존경심을 가지고 있는 애라(이 형은 술 잘 사줘♡<span style="font-size:9pt;">♡</span><span style="font-size:9pt;">♡), 냉큼 몇 군데를 알아봐 주었고 그 중에 한 군데를 골라서 D에게 통보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거기 비싼데야.</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아. 좀 친구들한테 좋은데서 사주려는 오빠의 마음 좀 이해해주고 그러면 안되냐??? 운전중이다. 통신끝.</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보나마나 가본 적도 없겠지.</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출발도 늦었는데, 주차할데도 없어서 빙빙 돌다가 깔끔하게 더 늦어버렸다.</div> <div>나는 까르보나라. 너네 알아서들 시켜서 먼저 먹고 있어라. 라고 알리고, 들어간 시간은 약속시간에서 정확히 30분이 지나있었다.</div> <div><br></div> <div>나는 아직도 D의 친구들...A양과 B양이라 부를 이 친구들의 눈빛을 잊지 못한다.</div> <div>나이차 많이 난다더니, 진짜 아저씨가 왔어.</div> <div>머리 부시시하고 먼지 뒤집어쓰고 온거 봐.</div> <div>이거 D랑 너무 안 어울리는데???라고 말하지 않아도 다 들리게 말하고 있었다.</div> <div><br></div> <div>그 공격적인 눈빛들을 보건데, 이 애들 진짜로 D를 아끼는 친구들임에 틀림없군.하고 적잖이 마음이 놓였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겨우 그 애들의 눈빛이 풀린건, 나만큼이나 파스타라는것에 익숙하지 않은 D의 포크질이 서툴자,</div> <div>"줘봐. 잘 봐. 이렇게 하는거야."라고 면을 돌돌 말아서,</div> <div>평소처럼 오빠 아~...넌 손이 읎어 발만 있어 왜 니 손으로 안묵을라그래.하고 면박을 주지 않고,</div> <div>자. 이렇게 나름 이쁘게 돌돌 말았으니 스스로 자셔봐.하며 둘이 오순도순 소꿉놀이를 하고 난 후 였다.</div> <div><br></div> <div>나에 대한 시선이 곱지않아, 저 쪽은 포기하고 D한테만 집중한게 오히려 플러스가 되어있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D가 화장실에 간 사이, 둘의 질문이 쏟아지기 시작했다.</div> <div>"몇살 차이시랬죠?"</div> <div>"11살."</div> <div>"우와...진짜 나이 차이 많이 나."</div> <div>나도 알아.</div> <div>"D 울리면 우리가 가만 안 있을거예요,"</div> <div>내가 안 울려, 지가 지 풀에 울지. 오히려 내가 울고 싶다. </div> <div>뭐 이런 날선 질문들이 날라왔고, 나는 "중립국." "군번 04-XXXXXXXX. 병장 김XX." "중립국." "제네바협정을 준수해 달라."라고만 대답하고 싶었다.</div> <div><br></div> <div>나는 누구인가, 그리고 여긴 또 어디인가.</div> <div><br></div> <div>"D 꽈에서 인기 되게 많아요. 아시죠?"</div> <div>"잘 몰라요. 내가 워낙에 남의 사생활에 간섭안하기도 하고, D도 학교이야기는 잘 안하는 편이고."</div> <div>"관심 좀 가지세요."</div> <div>"...노력할께요...학교 이야기래봤자, 두 친구들 이야기가 거의 전부라."</div> <div>우리 이야기만 한대. 꺄꺄~</div> <div>"수업시간에만 보이고 다른 학교행사도 거의 참여안하는 애라, 여자친구들이라고는 사실 우리들 뿐이예요."</div> <div>"남자애들이랑 선배들이 자꾸 우리한테 D 도대체 어딨냐고 자꾸 물어봐대서..."</div> <div>"아. 그래요?"</div> <div>"D 1학년때는 진짜 조용하고 항상 어디론가 사라지고 해서 신비주의냐고 다른 여자애들한테 따돌림까지 당했거든요."</div> <div>"잘 좀 챙겨주세요."</div> <div>너네 D가 집에서 나한테 아~하고 먹여줘, 늦게 자지말고 일찍 자. 그럼 방까지 업어줘. D. 오빠 출근한다. 와서 모닝키스해주고 가. 이러는거 아냐? 내가 안 챙겨? 맥여주고 이동시켜주고 잠까지 깨워주는데? 라는 말이 울컥 나왔지만, 무피클을 오도독오도독 씹으며 주워삼켰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언제부턴가 D가 어떤 아저씨 이야기를 가끔 하더라구요."</div> <div>아니, 화장실에 빠졌나. 왜 이렇게 안와?라고 할때쯤 친구 B양이 그런다.</div> <div>"아저씨? 나?"</div> <div>"네. 진짜 우연히 알게 된 사이세요?"</div> <div>ㅇㅇ. 그때 내가 어버버했으면 너네 사식넣으러 갔을지도 몰라.</div> <div>"D가 그러는데..."</div> <div>"아아!!!! 안돼안돼!!! 말하지마!!!"</div> <div>등 뒤에서 후다닥 D가 달려오더니, 친구 B양의 입을 틀어막는다.</div> <div>꺄르르륵. 지지배. 지가 말해놓고는 뭐가 부끄럽대. 오빠한테도 들려주게.라며 그러는데 </div> <div>애네들 정말 친하구나. 학교 땡.하면 아르바이트하러 다니던 애라, 아싸 그런거면 어쩌나했는데 학교에서 이렇게 마음편히 대할 수 있는 친구들이 있는게 퍽 다행이다.라고...안심이 되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계산이요."</div> <div>"오빠오빠. 이거 내가 낼께."</div> <div>"까분다. 너 담주에 방세내는날인거 알지?"</div> <div>"아냐. 이건 내가 낼 수 있어."</div> <div>"너 친구들한테 밥 한번 못 살것 같애? 이따가 집에 갈때 아이스크림 사줘."</div> <div>"...안 추워?"</div> <div>"맛있는거 먹는데 덥고 추운게 어딨냐."</div> <div><br></div> <div>잘먹었습니다~</div> <div>뭘요. 나도 오랜만에 까르보나라 먹어서 좋네그냥. 역시 소스가 찐득찐득해야돼.</div> <div>D 오랜만에 저녁에 시간되는데, 더 놀다가자.</div> <div>어? 안돼. 나 내일 출근해야돼.</div> <div>내일 마케팅부 오전에 출근 안해. 오후에 상근인원만 나오니까 너도 오후에 출근해.</div> <div>네? 아뇨. 저 원래 오전부터...</div> <div>우리 부 근태담당이 난데 뭔 상관이야. 놀다와.</div> <div>...응. 일찍 들어갈께...아. 지갑 꺼내지마. 나 돈있어.</div> <div>...(눈치는 졸라 빨라요.)...카드 넣을라고 꺼냈다-_- 나도 내일 오후에 출근할거니까 친구들이랑 천천히 놀다와.</div> <div>이따 10시까지 들어갈께.</div> <div>고등학생도 그 시간에 안들어와. 애가 뭐라는거야. 넌 머리에서 바람 좀 빼야돼. 아까 들어보니까 A씨. 여기 어디서 자취한다며. 자고 오고 그래. </div> <div>그렇게까지는 늦게 까지 안 있을께. 먼저 들어가.</div> <div>어. 그래.</div> <div>나 오빠 차에까지 데려다 주고 올께.</div> <div>안녕히 가세요~</div> <div>네. 들어가요.</div> <div><br></div> <div>주차장 쪽으로 둘이 타박타박 걸어가다가, 어두운 주차장으로 들어서자마자 폴짝!!!하고 D가 내 등에 뛰어올라 엎힌다.</div> <div>"엌ㅋㅋㅋㅋ"</div> <div>"잘먹었어."</div> <div>D는 엎힌 채로 손으로 내 양 볼을 쓰담쓰담한다.</div> <div>"잘 먹긴했나보네. 평소보다 묵직해ㅋㅋㅋㅋ"</div> <div>"ㅋㅋㅋㅋㅋ 꼬집을거야."</div> <div>"그건 안됔ㅋㅋㅋㅋㅋ"</div> <div>"A랑 B가...오빠 한번 꼭 보고 검증해야겠다고 그래서..."</div> <div>"그려? 나도 D친구들도 보고 괜찮았어."</div> <div>"친구들이 오빠 사람 디게 좋은것 같대."</div> <div>"그 말은 썩 잘생긴건 아니라는 소리야. 착하다. 사람좋다. 이런 말은 진짜 우리 엄마가 공부해라. 하는 소리만큼 들었는데ㅋㅋㅋㅋ"</div> <div>"아냐. 우리 오빠가 어때서."</div> <div>"그건 너 눈에 콩깍지가 껴서고. 으차!!! 다 왔다."</div> <div>D는 폴짝 뛰어 착지한다.</div> <div>"에고고...허리야...오도독 소리까지 나네. 그냥"</div> <div>눈 앞에 D가 나타났다? 싶더니, 여지없이 D의 입술이 와닿는다.</div> <div>"아. 또 당했어."</div> <div>"좋으면서 빼기는."</div> <div>"어째 공수가 바뀌었어."</div> <div>"오빠 그런 반응 좋아. 마음에 들어."</div> <div><br></div> <div>오늘 D의 반응들이 좋다. </div> <div>마음 편한 친구들한테 나를 소개해주고는 많이 신난 모양이다.</div> <div>"...왜?"</div> <div>"뽀뽀 한번 더."</div> <div>"아서라. 저기 니 친구들 와서 기다린다."</div> <div>"어? 어디어디?"</div> <div>"저기 큰 기둥 뒤에. 얼른 가."</div> <div>"...미안."</div> <div>"뭐가?"</div> <div>"뽀뽀 더 안해줘서."</div> <div>"ㅋㅋㅋㅋㅋ 얼른 가보세요."</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차를 몰고 나가는데 D가 알아보고 살짝 손을 흔들어준다. </div> <div><br></div> <div>맘편히 좀 놀다온나...하고, 나도 좀 놀게.라며 </div> <div>집으로 가서 근처사는 친구 불러서 회에다가 소주 한잔 하고 들어갔다가</div> <div>생각보다 너무 일찍 돌아온 D한테 그세 나가서 술먹고 왔다고 혼났다.</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나론 부족했던 거야? 응? </span></div> <div>나랑 친구들이랑 놀고 들어간걸로는 부족했던거야? </div> <div>그럴려구 내 마지막 뽀뽀도 거부하고 그렇게 급히 나갔던거야?라며 혼났음.</div> <div><br></div> <div>그래서, 사온다는 아이스크림은??? 라며 반격을 시도해보았으나,</div> <div>...오빠 보고 싶어서 급하게 오다보니까 깜빡했어...라며 D가 미안해...라니까 이 사랑스런 아이에게 내가 큰 잘못을 했구나 싶었다.</div> <div><br></div> <div>나의 완패.</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