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들은 이 식당이 맛있는지 맛없는지를 내 입을 보고 판단한다. <div>나는 맛있는 집이면 맛있다 우마이 음~스멜~하면서 음식을 씹는다기보다는 말을 하다보니 음식이 씹히는 수준으로 먹고,</div> <div>맛없는 집에서는 침묵을 지키며 전속력으로 먹고 나가기 때문이다. 그러고 다른 집에 가서 입가심함ㅋ</div> <div><br></div> <div>김치찌개는 맛있었다.</div> <div>돼지고기는 마블링(...)이 예술적이었고, 김치도 딱 알맞게 익어있어서 시원하고 개운했다.</div> <div>나도 어디가서 가리지않고 음식먹는 사람인데, 아무리 고량주를 들이붇고 차를 마셔대도 그 특유의 느끼함이 가시지 않던 중국음식을 일주일째 먹다가 접한 D의 김치찌개는 정말 맛있었다.</div> <div><br></div> <div>그러나, 우리 둘은 침묵을 지키며 늦은 저녁을 먹고 있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다녀왔습니다!!!!"</div> <div>부서 사무실 문을 박차고 들어갔다. 그럴 수 밖에 없는게 짐들이 너무 많아서.</div> <div>"어 왔냐. 복귀신고 하도록."</div> <div>"과장 김XX은 2015년 XX월 XX일부로 귀국을 명 받았기에 이에 신고합니다!!! 이럴 줄 알았어요???"</div> <div>"다 했네."</div> <div>"충성은 못하겠습니다."</div> <div>"언젠간 배신 때릴 놈. 부장님. 김과장 복귀했습니다."</div> <div>"어~그럼 야근해야지???"</div> <div>"시착적응도 안됐어요-_-"</div> <div><br></div> <div>다들 뭐 사왔어요. 뭐 가져왔어요.하고 몰려든다.</div> <div>어어. 그 껌은 봉다리는 건드리지마라. 우리 오마니꺼다. </div> <div>깨네. 께여. 예림이 그거 깨야? </div> <div>동작그만. 깨빼돌리다가 걸리면 손모가지 날라가는거 안배웠냐?</div> <div><br></div> <div>나는 그렇게 모두의 시선을 그 쪽으로 돌려놓고, 사무실을 휘이 둘러보았다.</div> <div>저기 D가 뻘쭘하게 서서 나를 향해 살짝 손을 흔들어준다. </div> <div>나는 고개만 살짝 끄덕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저 먼저 갈께요. D. 내일봐~"</div> <div>"네. 대리님. 들어가세요."</div> <div>"야. 김과장. 복귀주 한잔 해야지?"</div> <div>"...내 간장과 바꿔서 계약연장하고 왔으니까 좀 쉽시다. 사장님이 오늘도 술먹으면 날 죽이실거래요."</div> <div>"니가 언제부터 사장님 금주령 들었다고 그래? 가자."</div> <div>"지인짜 죽을것 같애서 그래요. 들어가십쇼. 조만간에 날 잡게요."</div> <div>"허허...애가 취두부라도 잘못 먹었네. 술을 또 마다하고."</div> <div>"그치그치? 애 요즘 이상해. 야. 너 우리 몰래 연애하냐?"</div> <div>뜨끔.</div> <div>"나랑 즐기고 싶음 여기 이 서류들 좀 가져다가 처리 좀 해주시지 그랬어요-_-. 당장 내일 아침부터 내놓으라고 하실거면서 그러심까."</div> <div>"어. 그래. 그거 내일 아침에 출근하면 볼 수 있게 준비해놔."</div> <div>"이런젠장ㅋㅋㅋㅋ 내가 이러니 연애를 못하고 장가를 못 가지ㅋㅋㅋㅋㅋ"</div> <div>"ㅋㅋㅋㅋㅋ 지가 못한걸 우리 핑계 대고 그래. 야. 그거 담에 주고 일찍 들어가. 시차적응 안된다며."</div> <div>"네에네에. 들어가세요."</div> <div><span style="font-size:9pt;">D씨는 왜 안가? </span></div> <div>네? 요 앞에서 약속있어서 있다가 들어갈께요.</div> <div>야. 너 D씨 나갈때까지는 잇어라. 문단속 해야지.</div> <div>아 네. 들어가세요. </div> <div><br></div> <div>그렇게 시끌번쩍 다들 떠나고, 우리 둘만 남았다.</div> <div><br></div> <div>난 우리 둘만 남으면 막 콩닥거리고 핑크빛 조명이 들어오고 그럴줄 알았는데...</div> <div>웬걸...그때부터 우리 둘은 눈도 못 마주치기 시작했다.</div> <div>"흠흠...나 이거 결제만 좀 태우고."</div> <div>"...네? 아. 네."</div> <div>나만 그런게 아니라, 둘만 있을때 D가 존댓말을 쓰는거 보니, D도 그런가보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가...가야지???</div> <div>네??? 아. 네. 집에 가야죠.</div> <div><br></div> <div>지하주차장 내려갈때도 한 명은 땅바닥 한 명은 천장만 쳐다보고,</div> <div>전처럼 벨트매줘 넌 손이 없어 발이 없어. 발만 있으면 못 매잖아. 그러네. 발만 있냐? 이러는 농담도 안 했다.</div> <div>뻘쭘한데 길은 또 왜 이렇게 막혀.</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씨...씻구와...밥 차려놓을께."</div> <div>"어...그래그래. 알았어."</div> <div><br></div> <div>요 3주 동안 집에서는 나한테 "푸욱"소리내며 안기기도 잘 하던 애가 </div> <div><br></div> <div>짐을 대충 풀어헤쳐놓고, 부엌에서 분주하게 준비하는 D의 뒷모습을 보고 씻고 나왔다.</div> <div><br></div> <div>보글보글. 냄새 소리 비쥬얼 맛. 다 퍼펙트했다. 맛있더라. </div> <div>우리는 그저 밥을 얌얌 반찬을 쩝쩝 찌개를 후루룩.하며 저녁을 먹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잘 자. </div> <div>응. 오빠두 잘 자.</div> <div>난 진짜 피곤해서 자는거니까, 너두 너무 늦게까지 공부하지 말고 일찍 자.</div> <div>응. 알았어.</div> <div><br></div> <div>잘때되면 또 달랑달랑 달라붙어서 재잘대던 애가 이렇게 쿨하게 떠나보내주니, 어째 허전했다.</div> <div>전기장판 온. 베개 오케이. 이불...음...총각냄새...굿나잇!!!</div> <div>하려는 찰나, </div> <div><br></div> <div>똑똑. 노크소리가 들려온다.</div> <div>"!!!"</div> <div>어우야...그래도 사귀기로 하지, 아직 100시간도 안 지낫는데, 너무 빠르다...오빠 그렇게 쉬운 남자 아냐.라는 말이 막 튀어나올 뻔했는데...</div> <div>"...어. 나 안자...안들어와?"</div> <div>"아니...그게 있지...오빠 얼굴 보면 말 못 할것 같아서."</div> <div>"어?"</div> <div>"오빠 와서 너무 좋아. 그런데 사무실에서 티낼까봐 표정관리하다보니까...너무 긴장했나봐. 집에 와서도 얼굴근육이 안풀렸어."</div> <div>"하아..."</div> <div>"오빠두 그래. 어떡게 집에 와서도 한번 내색을 안해?"</div> <div>"어?"</div> <div>"나 일주일만에 보는데 안 보고 싶었어?"</div> <div>"에에에?"</div> <div>"뭐야? 나만 보고 싶었던거야?"</div> <div>"아...아니...그게 아니고..."</div> <div>이불을 걷고 나가려는데 문 밖에서 D의 목소리가 다시 들린다.</div> <div>"안돼. 나오지마. 오빠 오늘 진짜 피곤해보여서 그래. 그냥...혼자 투정부린거야. 알았지? 나오지마. 나도 잘거야. 잘 자. 오빠."</div> <div><br></div> <div>내가 남의 말을 잘 듣는 사람이 아니라는걸 애가 아직 모르네.</div> <div><br></div> <div>"꺄!!!! 나오지 말라니깐."</div> <div><br></div> <div>지금까지 D가 나한테 뽀뽀한 적은 있어도 내가 해준 적은 없었지.</div> <div>나는 놀란 표정의 D의 얼굴을 양손으로 잡고 그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div> <div><br></div> <div>얼마나 놀랬는지 애가 눈도 안 감는다.</div> <div><br></div> <div>"나도 보고 싶었어."</div> <div>내 가슴팍에 얼굴을 묻으며 D가 나를 꼬옥 안는다.</div> <div>"오늘은 효과음 없다?"</div> <div>D의 오른손이 올라오더니 내 가슴팍을 퍽 친다. 안아픈걸 보니, 이건 확실히 투정이군.</div> <div><br></div> <div>"어디 얼굴 좀 보자. 일주일동안 내 말 잘듣고 맛있는거 잘 먹었나 안 먹었나 좀 보게."</div> <div>"시...시러...부끄러워서 오빠 못 봐...얼른 들어가서 자."</div> <div>"어디 고 빨개진 얼굴 좀 보자니깤ㅋㅋㅋㅋㅋ"</div> <div>"나빠. 싫어."</div> <div>D는 진짜 그대로 집에서 입는 후드티 후드를 푹 눌러쓰더니 뒤도 안보고 방으로 뛰어 들어가버렸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똑똑.</div> <div>"...자? 오빠 먼저 출근한다. 학교 잘 갔다오고. 이따가 사무실에서 봐...야. 너 안자는거 다 안다."</div> <div>"...잘 다녀와. 이따 보게."</div> <div>"코뻬기도 안 비출거야?"</div> <div>"...맨얼굴이야. 안돼."</div> <div>"...내가 너 맨얼굴 본 적 없으면 모르겠다만 많이 본 얼굴인데요???"</div> <div>"오늘은 안돼. 얼른 가. 회사 늦어."</div> <div><br></div> <div>애가 어제 오늘 왜 이렇게 부끄럼을 타.</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이거 중국쪽 라인 변경계획서야. 너네 저번에 발주서랑 비교해보면 얼추 맞출거여."</div> <div>"...맞네. 납기일 맞춰서 물건 넘길 수 있겠다."</div> <div>"어. 그리고 이거 그 쪽에서 회장님 지시로 추가사업계획자료 준거거든?"</div> <div>"...이거 카피떠가도 돼? 부장님께 보고 드려야 할거 같은데."</div> <div>"이거 자알 되면 우리 상여금 어마어마할거여."</div> <div>"어마어마하면 뭐하냐. 마누라한테 입금되는데...이럴땐 니가 부럽다 진짜."</div> <div>"그럼 혼자 살지 왜 떼루 사니."</div> <div>"그런 생각 종종하는데, 너 보면 가족들이랑 사는게 나을것 같애."</div> <div>"요 입 요 입 요 입."</div> <div>"ㅋㅋㅋㅋㅋ야 고생했다...내꺼 선물은 없냐?"</div> <div>"뭐 맽겨놨냐...아!!! 있지있어."</div> <div>나는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가 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손을 뺐다.</div> <div>"옛다. 대륙에서 고아온 빅 엿."</div> <div>"에라이..."</div> <div>"꺄르르르륵, 아이 즐거워."</div> <div>"쥐뢀엠병하시지. 이거 보고 언제 들어가?"</div> <div>"담 주에?"</div> <div>"ppt만들라믄 또 고생하겄네."</div> <div>"최대리가 고생하지. 난 뭐. 왼손도 안 거드니까."</div> <div>"그려. 너는 미적감각이 없어. 그 주옥같은 보노보노 그만 잡아넣고 임마."</div> <div>"내가 안한다고."</div> <div><br></div> <div>그렇게 사업운영부에 동기랑 만담을 나누고, 회의실을 나서는데...</div> <div>"우와...너 방금 지나간 아가씨 봤냐?"</div> <div>"문닫고 있잖아. 뭔소리야?"</div> <div>"방금 엄청 예쁜 여자 지나갔어...아!!! 마케팅 쪽으로."</div> <div>"...누구지?"</div> <div>"가자가자. 앞장서."</div> <div>"너네 층으로 올라가 븅신아. 이거 가족까지 있는 애가 왜 이래."</div> <div>"야. 채식주의자라고 고깃집 메뉴판 못 보냐. 가자."</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두근. </div> <div><br></div> <div>장대리의 꺄아꺄아.하는 소리도 안 들렸다.</div> <div>D의 화장은 기초화장 정도였다. 립스틱도 잘 안바르는 애였다. 일단 없어. 사줘도 안받아. 장대리나 다른 여직원들이 나눠줘도 잘 안씀.</div> <div>그런데, 오늘 이 애가 작정하고 꾸미고 왔다.</div> <div>"어우야...D씨. 이거 성희롱 발언으로 들리면 진짜 미안한데...오늘 어디 좋은 약속 있어?"</div> <div>"네??? 아뇨;;;;;;;;;;"</div> <div>"어머어머. D!!!!!!!!!! 완전히 숙녀네. 숙녀. 안 그래도 피부탱탱한 애가 응? 언니가 그랫잖아. 넌 쫌만 더 꾸미면 진짜...아우 예뻐. 어떡해~"</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D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허둥지둥 고개를 돌린다.</div> <div><br></div> <div><br></div> <div><b><br></b></div> <div><b>그렇게 안 꾸며도 돼. </b></div> <div><b>넌 이미 내게 세상에서 제일 예쁘고 사랑스러운...</b></div> <div><b>오랜만에 내 가슴을 뛰게 만든 사람이야.</b></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