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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love_37921
    작성자 : 우갸기꺄뀨
    추천 : 10
    조회수 : 2009
    IP : 211.108.***.13
    댓글 : 25개
    등록시간 : 2017/11/04 00:55:33
    http://todayhumor.com/?love_37921 모바일
    애인과 싸울 일이 별로 없는 이유




    조금 있으면 2주년을 맞는 남자친구와 지금껏 지내면서 싸울 일이 거의 없었다. 

    물론 가끔 투닥거릴 때도 있었지만 이성을 잃고 포효하거나 하는 상황까지는 간 적은 없다.

    난 초예민보스인 것에 비해 남자친구는 초연하달까 나보다 살짝 둔하고 그릇이 넓은 덕분도 있을 듯

    현재 30대 초반으로, 20대의 연애랑 지금이랑 다른 점이 갑자기 와 닿을 때가 있어서..



    1. 거리감


    20대 때 나는 초애정결핍환자였고 당시 남친이 갓 신내림 받은 무당같이 내 상태나 기분을 알아채주길 바랐다. 

    왜 안 알아줘ㅡ 왜 위로 안 해줘 ㅡ라는 불만을 넘어 피눈물 나는 서러움으로 괴로운 시간을 보냈다. 게다가 그 시끼가 지만 아는 이기주의자였기 때문에 더더욱.

    구남친의 하자 부분은 그렇다 쳐도 ... 

    지금은 몸이 아프거나 기분이 안 좋아도 남자친구를 붙잡고 늘어지진 않는다. 

    그리고 남자친구가 어때 ? 라고 물어보지 않아도 딱히 섭섭하지 않다. 내가 스스로 추스리고 약 챙겨먹고 하면 된다는 것을 아니까. 

    얼마 지나지 않아서 어떠냐고 걱정하는 남자친구임을 아니까. 그땐 히히 웃으며 이젠 나아졌어, 하고 꽁냥꽁냥한다. 

    생각해보면 정말 고마운 일이다. 지금 당장은 서로 좋아해서 누구보다도 가까이 지내고 있는 관계지만, 실은 생판 남이다. 

    난 가족, 부모한테도 제대로 된 관심과 애정을 받아본 적이 없어서, 이 세상에 당연한 애정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더더욱 이 사람이 내게 뿌려주는 사랑이 너무나 소중하고 귀하다. 

    나는 남자친구를 이미 나와 동일한 존재로 여기고 있다.

    그 사람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은 내게 일어나는 일과 별반 다르지 않다. 누가 남자친구에게 해를 끼친다면 그 인간을 조낸 때려주는 것은 내가 될 것이다.

    그런데 동시에 어떤 거리감이 있다. 얼마간 지나면 괜찮아질 일로 민폐끼치고 싶지 않다, 혹은 이 정도는 내가 커버할 수 있다 하는 독립심과도 비슷한 것 같다.

    내 생활, 공간 존중받고 싶듯이 애인도 존중해야한다고 늘 기본적으로 생각한다. 내가 한 개인 이듯이 그도 한 개인인 것이다. 함께 하고 있는 개인들인 셈.




    2. 매의 눈


    앞에도 말했지만 난 초예민한 사람이고 그만큼 눈치도 사람들이 식겁할 정도로 빠를 때가 많다.

    사람이 평소랑 다를 때는 어떻게든 티가 나기 마련이다. 특히 가까운 사람이라면 더더욱 귀신같이 눈치챌 수 있다.

    눈치채면 당장 물어본다. "지금 기분 어때 ? 괜찮아 ?" 그러면 십중팔구 무슨 일이 있었다고 이야기를 하게 되고, 대화를 하고, 기분이 좀 더 빨리 풀어지게 된다.

    남자친구는 학습능력이 뛰어나서, 내가 몇 번 기분 어때 ? 라고 물어봤더니 나에게도 똑같이 질문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서로 세상사에 대한 스트레스라던지 서로에 대한 응어리들 냄새를 잘 캐치하고, 불어나기 전에 풀어내는 것에 익숙해졌다.

    한쪽이라도 고집부리면서 끝까지 입 안 열고 하면 정말 피곤할텐데 다행히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는 편.

    그런데 하루는 한 10번을 기분 상태를 물어봐서 확 짜증이 난 적은 있었다. -_-; 뭐든 적당히 .....



    3. 투닥거릴 때는 단순하게


    많이 안 싸운다지만 그래도 투닥거리는 때가 오긴 온다.

    사람이 애초에 가졌던 불만이나 섭섭함보다, 오가는 말 속에서 더 큰 분노와 상처가 쌓이는 것을 20대 때 징그럽게 경험했었다.

    감정이 북받치기 때문에 떠오르는 이미지, 비유, 묘사가 마구 쏟아져 나오려고 한다.. 그리고 저런 사족에서 아주 쓸데없는 감정소모가 확 일어나버린다. 

    다 잘라내고, 완전 단순하게 말한다. 거의 유치원생 문법같이.. 그리고 이게 더 확실히 전달이 잘 됌. 

    "자기가 ㅇㅇ 해서 나한텐 ㅇㅇ했어. 내 기분이 ㅇㅇ했어. " 이게 투닥거림의 절정에 와 있을 때 나오는 말이다. 

    에베레스트에 올랐다가 뚝 떨어지듯이 싸우지 말고, 집 앞 둔덕에 잠깐 올라갔다 내려오듯이 완만하게 싸우는 게 앙금이 거의 안 남고 화해한 뒤에도 뻘쭘하지 않았다.



    ============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라 다른 분들을 어떻게 보실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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