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차에 가만히 앉아있으면서 <div>오늘 유난히 밤이 참 밝다 하는 날엔</div> <div>어김없이 밝은 보름달이 있다.</div> <div><br></div> <div>가생이에 뿌옇게 퍼진 달무리처럼</div> <div>늘 목젖에서 겉돌던 말이 있다.</div> <div><br></div> <div>그믐이었다. 널 떠나온건</div> <div>그믐이었다. 너가 날 떠난건</div> <div>보름이다. 오늘은</div> <div><br></div> <div>고요로 깊어가는 밤의 온도와</div> <div>뿌연 차 유리 밖으로 보이는 보름달은</div> <div>꼭꼭 숨겨놓았던 마음속 한 구석도 비춘다.</div> <div><br></div> <div>그때 마침 "이 소설의 끝을 다시 써보려 해'가 흘러나온다.</div> <div>난 너와 어떤 소설을 썼을까</div> <div>그리고 우리가 뒤돌아 서있는 이 페이지는</div> <div>이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 일까</div> <div>아님 한 챕터의 마지막 페이지 일까.</div> <div><br></div> <div>몇번의 보름이 지나면 널 다시 만난다.</div> <div>비록 시차는 다르지만</div> <div>보름달의 그 눈부신 밝기는 거기나 여기나 똑같겠지.</div> <div><br></div> <div>난 괜찮다</div> <div>네 생각도 나지 않는다.</div> <div><br></div> <div>아니 사실 거짓말이다.</div> <div>달이 차고, 기울고, 다시 차듯</div> <div>너도 차고, 기울고, 다시 찬다.</div> <div><br></div> <div>거리를 극복할 만큼 좋아하진 않는 것 같다 했다.</div> <div>내 마음이 앞서있었다.</div> <div>내가 좀 더 잘해주면 거리따위는 극복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div> <div><br></div> <div>사실 잘 모르겠다.</div> <div>쉽게 누굴 좋아하지 않았다.</div> <div>한눈에 반하는건 더더욱 경험해본적이 없었다.</div> <div>근데 너는 달랐다.</div> <div><br></div> <div>달이 참 밝다.</div> <div>그냥 보자마자 이 사람이랑 결혼하겠구나 싶었다.</div> <div>왠지는 모르겠다.</div> <div><br></div> <div>너의 얼굴을 마주하고 있는 것 만으로도 기뻤다.</div> <div>너의 미소는 형언할 수 없는 행복이었다.</div> <div><br></div> <div>달이 차고, 기울면 </div> <div>너를 볼 수 있다.</div> <div><br></div> <div>처음 만났던 그 까페에서</div> <div>너와 똑같이 어여쁜 꽃 한송이와</div> <div>매주 써주겠노라 한 편지와</div> <div>추워 하며 올 널 위한 따뜻한 음료 한잔과</div> <div>널 기다릴거다.</div> <div><br></div> <div>무슨 말을 해야할지</div> <div>무슨 표정을 지어야할지</div> <div><br></div> <div>네가 좋았다 했던</div> <div>환한 미소와 함께 널 또 타박할거다.</div> <div><br></div> <div>"요번에도 늦었네"</div> <div><br></div> <div>너가 잡힐지 모르겠다.</div> <div>하지만 잡고싶다.</div> <div>하지만 잡을 수 없다.</div> <div>좋은 사람으로만 남고싶다.</div> <div><br></div> <div>질척거렸던 사람은 다음 기회도 없지만</div> <div>좋았던 사람은 다음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div> <div><br></div> <div>그래서 좋은 사람으로,</div> <div>아쉬운 사람으로 </div> <div>남고 싶다.</div> <div><br></div> <div>만약, 아주 만약에, 우리의 인연이 끊기지 않는다면</div> <div>내가 다시 한국에 돌아왔을때도 내가 좋은사람이라면</div> <div><br></div> <div>그땐 말하고 싶다.</div> <div><br></div> <div>이젠 어디 가지 않는다고.</div> <div>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열매를 줄테니 다시 만나자고.</div> <div><br></div> <div>오래 있었던 탓인지</div> <div>뿌연 차 유리를 뒤로 하고</div> <div>차에서 내렸다.</div> <div><br></div> <div>안경도 뿌옇다.</div> <div>굳이 닦진 않는다.</div> <div><br></div> <div>그래야 보름달도 뿌옇게 보여서</div> <div>그래야 보름달이 밝혀놓은 마음을 다시 덮을 수 있어서.</div> <div><br></div> <div>그럼에도 밤이 참 밝다</div> <div>그럼에도 너가 참 좋다.</div> <div><br></div> <div>우리의 시간은 이제는 다르다.</div> <div>하지만 나의 시간은 아직은 같다.</div>
출처 |
헤어지기 전 매일 써주겠던 다이어리와 편지, 그리고 헤어진 후에도 보내지 못했던 편지와 보여주지 못했던 다이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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