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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love_37363
    작성자 : 파일로뜨
    추천 : 2
    조회수 : 394
    IP : 184.91.***.177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7/10/21 07:32:03
    http://todayhumor.com/?love_37363 모바일
    우리의 시간은 이제는 다르다
    옵션
    • 창작글
    욕설주의
    -------------------------------------------------

    "넌 왜 셔츠밖에 안입어?"

    너와 만나러 갈땐 항상 셔츠를 입었다.

    "옷을 이쁘게 입을 줄 몰라서. 이쁘게 보이고 싶은데 실수 할까봐 제일 무난하게 입는거야."

    패션센스가 없어서
    깔끔하게만 보이고 싶어서 항상 셔츠를 입었다.

    "땡땡이나 스트라이프나 체크 무늬도 없어?"

    내 셔츠는 다 민무늬였다.

    "응 안목이 없어서 뭐가 이쁜지 잘 모르겠더라. 너가 골라줘"

    그 눈부신 미소와 함께 너가 말했다.

    "그래 이쁜걸로 골라줄께"

    너의 그 아찔한 미소를 감히 쳐다볼 수 없어서
    너가 너무 예뻤어서 고개를 숙였다.

    "그래 고마워. 기대할께"

    잊고있었다.
    우리의 대화를

    아니 잊었다기보단 묻어 놓았다.

    "ㅇㅇ아 오늘 수업에서 발표있는거 알지? 옷 잘입고와라"

    같이 사는 형한테서 전화가 왔다.

    "네 형"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공허했다.

    늘 오던 문자가 더 이상 오지 않는다.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하지만 해야할 일은 해야하기에,
    무거운 몸을 일으켜 옷장을 열었다.

    어지러운 내 맘을 대변하듯
    내 셔츠들은 다 구겨져 있었다.

    프로페셔널한 복장을 입어야해서 구겨진 셔츠를 입을 순 없었다.
    그때 옷장에서 본 건
    유일하게 구김이 없는
    하얀색 땡땡이가 있는 짙은 푸른색 셔츠였다.

    "넌 어두운 색이 잘 어울려"

    여러개의 셔츠를 둘러보던 너가 말했다.

    "그래? 그럼 이런 짙은 파랑은?"

    난 셔츠 한장을 들어보며 너에게 물었다.

    "응 그런거 이쁘다. 너한테 잘어울리네"

    넌 또 눈부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겨울엔, 겨울엔 꼭 그거 입고 올께."

    나도 너가 좋다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셔츠를 걸쳤다.
    울컥했다.
    감정이 북솟아 오른다.

    단추를 다 채우다 말고 화장실로 갔다.
    눈이 부어있다.
    어제 마지막 통화를 하며 울먹였던 탓이다.

    "씨발..."

    그렇게 난 하얀 땡땡이가 있는 짙은 푸른색 셔츠를 입었다.

    이내 그 미소를, 찬란한 아름다움을 잊기 위해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고 단추를 다 맨다음 향수를 찾았다.

    "그거 알아? 나 어제 길가는데 너 향수 냄새 샘플 얻었어."

    너의 목소리는 매우 들떠 있었다.

    "아 진짜? 그거 흔한 향수 아닌데 어떻게 찾았대. 기특하네"

    어김없이 너와 통화하려 일찍 깬 내 목소리였다.

    "그러게 완전 좋아. 이거 맨날 뿌리고 다닐꺼야."

    너의 목소리엔 설렘과 기쁨이 가득했다.
    전화기 너머의 너의 모습을 상상하며
    나의 행복한 하루는 또 시작됐다.

    "씨발..."

    욕을 하지 않으려고 다짐했건만
    할 수 있는 말의 전부는 그것 뿐이었다.

    너가 좋아했던 그 향수를 침대위에 던졌다.
    다시는 뿌리지 않으리라
    다시는 저 향수를 사지 않으리라

    하지만 이내 다시 줏어서 새면대 위에 고이 올려놓았다.
    쓰레기통이 아니라,
    바닥이 아니라
    푹신한 침대위에 던졌던건
    너에 대한 화가 아니라
    아련한 아쉬움과 그리움 이었다.

    그렇게 난 향수를 뿌렸다.

    "너 시계 나랑 똑같다!"

    내가 너가 좋아했던 미소와 함께 내 시계를 보여주었다.

    "그러게 이거 깔끔해서 나 좋아해."

    넌 눈부셨다.

    우린 팔을 맞대고
    같은 시계를 자랑하며
    같은 시간을 공유했다.

    "씨발..."

    시계를 찼다.

    아이러니 하게도 넌 없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너가 제일 보고싶어했던
    민무늬 셔츠를 입지 않은 내 모습이었다.

    시계를 보았다.

    여기 시간 13시 20분
    거기 시간 02시 20분

    우리의 시간은 이제는 다르다.
    나의 시간은 아직은 같다. 
    출처 헤어지기 전 매일 써주겠던 다이어리와 편지, 그리고 헤어진 후에도 보내지 못했던 편지와 보여주지 못했던 다이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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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10/21 18:46:38  125.185.***.98  치어럽베이비  753142
    [2] 2017/10/22 11:20:17  61.253.***.80  장염  4517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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