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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짱이를키우자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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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입 : 15-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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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love_31714
    추천 : 16
    조회수 : 1190
    IP : 221.163.***.129
    댓글 : 25개
    등록시간 : 2017/07/05 10:30:52
    http://todayhumor.com/?love_31714 모바일
    물짱이를 키우자 - 9 (느긋한 주말의 아침)
    너를 연인이라 부르게 된 지 몇 주.

    그런 날이 잦아졌다.

    아침에 햇살에 눈이 떠지면

    갸름하면서도 동그란 얼굴과
    수더분하고 까슬한 수염.
    콧등이 조금 솟아있는 코와
    살짝 쳐진 눈썹과 눈꼬리.
    헝클어진 머리카락.

    잠든 너의 얼굴
    그 얼굴이 가장 먼저 보이는
    그런 날.
    그런 주말.

    아침 별뉘가 가벼이 드리워진 얼굴을 보고 있노라면
    아버지가 내게 지어주던 미소.
    그 미소가 내 입가에도 지어진다.

    처음엔 어색하기만 했던 이 아침은
    이제는 행복하기가 그지없는 아침이다.

    고즈넉이 너의 얼굴을 바라보며
    첫 만남의 너를 생각하며
    우리가 함께 지내왔던 시간을 실감한다.

    젖살이 빠진 턱의 선이 드러나고
    몸집은 조금 커졌구나.
    솜털 보송할 것 같았던 얼굴엔 까슬한 수염이 가득하고,
    어느덧 눈가에 주름도 생겼구나.

    젖내가 풀풀 풍기던 너였는데
    이제는 다 큰 어른의 냄새가 나는구나.

    무슨 꿈을 꾸는건지
    웅얼거리며 곤히 자는 모습은
    영락없는 어린아이와 같다.

    장난스레 머리를 헝클여 본다.
    살짝 찡그린 표정.
    손을 치워내며 안겨오는 모습.
    한번 더 장난스레 머리를 헝클여 본다.

    속옷바람에 엎드려 잠을 자는 모습은,
    몸을 뒤척이며 품을 파고드는 버릇은
    나의 띠동갑 막내동생의 그것과 같다.

    이러니 서른넷의 내가 서른셋의 너를
    키운다라는 표현이 꼭 맞지 아니한가.

    언제부터 였을까.

    너는 언제부터 나를 품었을까.
    여자친구와의 이별을 힘겨이 달래던 그 때 부터일까.
    그 이별을 나를 품으며 달랬던 것일까.

    쏟아지는 비에 흠뻑 젖어
    울음에 비벼 벌겋게 부어오른 눈으로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같았던 그렁그렁한 그 눈빛
    피투성이의 손.
    그 모습으로 나를 찾아왔던 그밤.
    네게 무언의 위로를 건냈던 그 밤이었을까.

    나는 언제부터 너를 내 안에 담았을까.
    사경을 헤매는 나를 들쳐업었던 그 날이었을까.
    깨어났을 때 옆에 있던 너를 보았던 그 순간이었을까.
    예비신부와의 파혼, 그 뒤를 정리하던 그 때부터일까.
    그 아픔을 너를 담으며 달랬던 것일까.

    이런 부즈러운 생각과 함께.
    너를 바라보는 이 아침.
    너를 바라봄에 이 순간은 참으로
    짧게만 느껴진다.

    우리가 지내온 7년.
    그 세월이 쏜살같았음을 실감하며
    우리가 함께 지낼 시간 또한
    지난 세월의 그것과 같지 않을까 덜컥 겁이난다.

    눈가에 주름은 더 늘어갈테지만
    쳐진 눈꼬리는 더 쳐져가겠지만
    없던 배가 나올지도
    없던 흰머리가 생길지도 모르지만
    이러한.
    겉으로 드러나는 세월의 흔적은 어찌 할 수 없겠지만

    우리의 관계.
    서로에 대한 감정과
    서로에 대한 마음
    드러나지는 않으나 느낌으로써 알 수 있는 그것.

    그것의 시간은
    지금에서 흐르지 않기를,
    앞으로도 꼭 지금만 같기를 바란다.

    느긋한 주말 아침.
    품을 파고드는 니가 혹여 잠에서 깰까.
    작은 뒤척임도 없이 가만히 기대앉아
    천천히 머리를 쓸어주며,
    고즈넉이 너의 얼굴을 바라보며.

    -------------------------------

    아 다리에 쥐나서 죽는줄 알았네 머리는 조그만게 무겁긴 졸라무거움 ㅡㅡ
    이래 해줘도 뭣도 모르고 기억도 모하고 기어오르기나 하고.
    담엔 헝클이는게 아니라 줘뜯어버리.. 흠흠.
    늦잠 졸라 잠 게으른자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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