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하고 싶은 것을 하자며, 나와 너희는 다른 선택을 한 것 뿐이라고, <span style="font-size:9pt;">인생 길다고 스스로 합리화 하며 허송세월 보낸지 꽤 됐던 나는.</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이제껏 내 삶 안에 단 한가지도 이루어 놓은 것이 없음을 깨닫고 드디어 인생의 갈피를 잡아, 좋은 분들을 덕에 낮에는 회사일과 밤에는 술집 홀을 관리한다.</span></div> <div><br></div> <div>나는 알고있다. 내 삶이 얼마나 초라하고 말뿐인 발자취였음을.</div> <div>또한 나는 알고있다. 그 흔한 대학 졸업장도 없이 학자금 빚만 있다는 것을, 그 흔한 운전면허도 없이 30을 맞이했음을.</div> <div>그래서 자존감이 한 없이 낮아 있었음을.</div> <div><br></div> <div><br></div> <div>-</div> <div><span style="font-size:9pt;">그 날. 네가 가게에 손님으로 온 날. 느려졌다</span><span style="font-size:9pt;">. 모든것이..</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드라마나 영화, 책에서만 경험했던 '첫 눈에 반한다' 란 말이 이해가 됐다. 그만큼 넌 눈부셨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딸랑' 소리에 습관적으로 외치던 '어서오세요' 가 입 밖으로 나오질 않았다. 모든게 멈추고 너만 움직이는것 같았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여기저기서 뱉어내는 테이블 벨의 소리들은 무시하고 너에게만 집중했다.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 생길 수 있을까. 되뇌이고 또 되뇌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너의 지인과 함께 술자리를 끝내고 나가는 너의 뒷모습을 보며 서른 평생 처음으로 심각한 고민을 했다.</span></div> <div><br></div> <div>'저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연락처를 물어봐도 될까? 거절하면 어쩌지?' 하는.</div> <div><br></div> <div>그러나 그런 생각들은 다 접어두고 떠오르는 단 한가지 생각.</div> <div>'우리는 단 일면식도 없는 사람. 그러니 거절 당해도 손해 볼 것은 없다.'</div> <div><br></div> <div>사장님께 급하게 소리친 뒤 달려 나갔다. 달리고 또 달렸다. 너를 보기위해.</div> <div><br></div> <div><br></div> <div>번호를 주고 받았다. 어리둥절했다. '나한테 왜 줬지?' 란 생각이 계속해서 들었지만 기분은 좋았다. 아니, 날아갈 것만 같았다.</div> <div><br></div> <div>번호를 왜 줬냐느 질문에 '착해보여서', '나이도 있어 보이는데 날라리처럼 생기지 않아서' 라고 했던 너였다.</div> <div><br></div> <div>약속을 잡고 만나기로 하고선 잠을 못잤다. 너무도 설레여서.</div> <div><br></div> <div><br></div> <div>-</div> <div>처음 만난날. 저 멀리서 걸어오는 저 사람이 내가 번호 물어본 사람이 맞는지 헷갈렸다.</div> <div><br></div> <div>내가 알고 있는 그 누구보다도, 어떤 연예인보다도 이뻤다. 네 근처에서만 빛이 났다. 다시 세상이 느려진다.</div> <div><br></div> <div>번호 물어본 날은 정말 뭐에 홀리기라도 한거였을까. 나랑 말 섞을 수 있는 레벨이 아닌거 같은데.</div> <div><br></div> <div>첫 만남치고 꽤 오랜시간 이야기를 나눴다. 물론 술도 많이 마셨지만.</div> <div><span style="font-size:9pt;">내가 호감을 가지고 만난 자리여서 그런지 무슨 말을해도 이뻐보였다. 아니, 이뻤다.</span></div> <div><br></div> <div>황사로만 봄이 왔음을 알던 내가, 감정에 봄이 왔다는걸 느낀다.</div> <div>아... 그래.. 봄은 이런 느낌이었어.</div> <div><br></div> <div><br></div> <div>-</div> <div>두번째 만남은 급 번개였다. 꾸며도 그저 그런 남자인 나로서는 대충 주워입고 나왔다는 그 친구가 새삼 다르게 느껴졌다.</div> <div>같은 공간에 사는 사람이 맞나.</div> <div><br></div> <div>걸었다. 걷고 걷고 또 걸었다. 긴 산책로를 걸으며 많은 이야기를 또 나눴다. 속에 있는 이야기들, 연애관, 이상형 기타 등등.</div> <div><br></div> <div>외모에 반한 나이기에, 최대한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려고 애썼고 나 또한 어떤 사람인지 알리려 노력 많이했다.</div> <div><br></div> <div>내 삶의 방식이 틀렸다고 말한 사람들은 수두룩했다. 근데 이 친구는 '다르다'고 말해준다. 틀리지 않았단다.</div> <div><br></div> <div>망치로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나 스스로 다짐한것 외에 다르다고 말하는 사람은.. 정말 오랜만이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div> <div>약속이 있다던 네가 갑자기 연락두절이 된다. 다음날 점심쯤 가까스로 연락이 닿았다.</div> <div>난 이 사람에게 진심으로 걱정해줄 수 없는 사람임을 깨닫는다. 그런 자격이 없는 사람임을 깨닫는다.</div> <div><br></div> <div>그러나 진심으로 걱정했노라고, 하루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노라고 전해주었다. 그러고나선 스스로가 얼마나 등신인지 깨달았다.</div> <div>'너 그런 말 할 자격 없대도?' 내가 등신같았다. 에라 등신아-</div> <div><br></div> <div>그런데 네가</div> <div>'미안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갑자기 연락두절 되서 걱정하게 만들어서 미안해'란다.</div> <div><br></div> <div>아.. 속이 참 깊은 친구네. 왠지 나 혼자 욕심 부린것 같고 나 혼자만의 썸이 아닌거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div> <div>그래. 고마웠다. 헤아려줘서.</div> <div><br></div> <div>연락이 잘 닿지 않을땐 그냥 믿기로 한다. 성향이 다를 수 있는거니까. 그래. 그러자.</div> <div><br></div> <div><br></div> <div>-</div> <div>늦은 새벽, 밤 근무도 해야 하는 네가 졸리다기에 마실 것을 건네주고 집으로 돌아왔다.</div> <div><br></div> <div>진한 화장을 삼가야 하는 직업 특성상 기초 화장만 한 것 같은 네 얼굴에 널 처음 보게 된 날이 떠올랐다. 두근거렸다.</div> <div><br></div> <div>그 날의 느낌이 다시 떠올랐다. 가게를 나가는 너를 쫓아, 가게를 뛰쳐나간 그날의 나를.</div> <div>그리고 달에 비쳐 너무나 이뻤던 그 날의 너를.</div> <div><br></div> <div>그러나 이 관계도 아무리 내가 좋다 해봤자 네가 싫으면 끝나는 관계가 아닌가.. </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그럼 뭐 어떠랴. 이 기분과 그 날의 가슴 떨림을 간직하면 될 일이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그 날, 그 시간, 내가 일하던 그 때에, 가게에 와주어서, 달에 비친 얼굴을 보여줘서, 연락을 하게되서.. 그냥 모든게 새삼 감사하게 다가온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세번째 만나기로 한 날. 일방적인 약속 취소. 일 때문에 피곤하다는 너의 말. 믿었다. 그냥 믿을 수 밖에 없으니까.</span></div> <div><br></div> <div><span style="font-size:9pt;">나간다면 나간다, 일어나면 일어났다 손가락 조금 움직이는게 그렇게 힘들까.</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연락두절 이후로 그냥 믿겠다고 다짐했지만.. 이틀째 연락이 아에 안닿는 경우는 무슨 경우일까.</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어항에 갖힌걸까. </span><span style="font-size:9pt;">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믿기로 한다... 그래야 한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혹시나 하고 여러번 메세지를 넣어본다. 역시나. 무심한 1만 사라져간다. 나의 걱정은 오지랖이 되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그렇게 내 가슴은 무너진다. </span><span style="font-size:9pt;">아니, 사실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다시 모르는 사람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그러나 그래야한다. 그래야 하니까.</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감성이 메말라버린 상실의 세대에 서른이란 적지도 많지도 않은 나이로 살아가기엔 아직 배워가야 할 것들이 많은갑다.</span></div> <div><br></div> <div>진지한 이야기도 장난으로 받아치는 요즘.. 나처럼 감정적이고 솔직한 사람에겐 너무도 힘든 세상이다.</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내가 너무 서두른걸까.</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내가 너무 서투른걸까.</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내가 너무 솔직한걸까.</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내가 너무 들이댄걸까.</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모든게 내 잘못같다. 그냥 여태까지 나눈 이야기들이 부질 없었다고 느껴진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난 진심이었는데, 너는 아니었나보다.</span></div> <div><br></div> <div>'우린 인연이 아닌가봐요' 이 한마디가 그렇게 어려웠을까.</div> <div>차라리 말해줬다면, 이처럼 가슴이 사무치진 않을텐데.</div> <div><br></div> <div><br></div> <div>일방적인 호감은 일방적인 숨박꼭질로 되돌아오는구나.</div> <div><br></div> <div>-</div> <div><br></div> <div>술먹고 고민게에 쓸지 연게에 쓸지 고민하다가 연게에 씁니다.</div> <div>나 혼자 연애한거니까~ 찡긋-</div> <div>서른 아재는 술 마이 됐으니께 자러 갑니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