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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펙스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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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문 : 137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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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love_26956
    작성자 : 마펙스
    추천 : 1
    조회수 : 444
    IP : 211.35.***.120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7/04/19 00:3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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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고 싶은 것을 하자며, 나와 너희는 다른 선택을 한 것 뿐이라고, 인생 길다고 스스로 합리화 하며 허송세월 보낸지 꽤 됐던 나는.

    이제껏 내 삶 안에 단 한가지도 이루어 놓은 것이 없음을 깨닫고 드디어 인생의 갈피를 잡아, 좋은 분들을 덕에 낮에는 회사일과 밤에는 술집 홀을 관리한다.

    나는 알고있다. 내 삶이 얼마나 초라하고 말뿐인 발자취였음을.
    또한 나는 알고있다. 그 흔한 대학 졸업장도 없이 학자금 빚만 있다는 것을, 그 흔한 운전면허도 없이 30을 맞이했음을.
    그래서 자존감이 한 없이 낮아 있었음을.


    -
    그 날. 네가 가게에 손님으로 온 날. 느려졌다. 모든것이..
    드라마나 영화, 책에서만 경험했던 '첫 눈에 반한다' 란 말이 이해가 됐다. 그만큼 넌 눈부셨다.
    '딸랑' 소리에 습관적으로 외치던 '어서오세요' 가 입 밖으로 나오질 않았다. 모든게 멈추고 너만 움직이는것 같았다.

    여기저기서 뱉어내는 테이블 벨의 소리들은 무시하고 너에게만 집중했다.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 생길 수 있을까. 되뇌이고 또 되뇌었다.
    너의 지인과 함께 술자리를 끝내고 나가는 너의 뒷모습을 보며 서른 평생 처음으로 심각한 고민을 했다.

    '저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연락처를 물어봐도 될까? 거절하면 어쩌지?' 하는.

    그러나 그런 생각들은 다 접어두고 떠오르는 단 한가지 생각.
    '우리는 단 일면식도 없는 사람. 그러니 거절 당해도 손해 볼 것은 없다.'

    사장님께 급하게 소리친 뒤 달려 나갔다. 달리고 또 달렸다. 너를 보기위해.


    번호를 주고 받았다. 어리둥절했다. '나한테 왜 줬지?' 란 생각이 계속해서 들었지만 기분은 좋았다. 아니, 날아갈 것만 같았다.

    번호를 왜 줬냐느 질문에 '착해보여서', '나이도 있어 보이는데 날라리처럼 생기지 않아서' 라고 했던 너였다.

    약속을 잡고 만나기로 하고선 잠을 못잤다. 너무도 설레여서.


    -
    처음 만난날. 저 멀리서 걸어오는 저 사람이 내가 번호 물어본 사람이 맞는지 헷갈렸다.

    내가 알고 있는 그 누구보다도, 어떤 연예인보다도 이뻤다. 네 근처에서만 빛이 났다. 다시 세상이 느려진다.

    번호 물어본 날은 정말 뭐에 홀리기라도 한거였을까. 나랑 말 섞을 수 있는 레벨이 아닌거 같은데.

    첫 만남치고 꽤 오랜시간 이야기를 나눴다. 물론 술도 많이 마셨지만.
    내가 호감을 가지고 만난 자리여서 그런지 무슨 말을해도 이뻐보였다. 아니, 이뻤다.

    황사로만 봄이 왔음을 알던 내가, 감정에 봄이 왔다는걸 느낀다.
    아... 그래.. 봄은 이런 느낌이었어.


    -
    두번째 만남은 급 번개였다. 꾸며도 그저 그런 남자인 나로서는 대충 주워입고 나왔다는 그 친구가 새삼 다르게 느껴졌다.
    같은 공간에 사는 사람이 맞나.

    걸었다. 걷고 걷고 또 걸었다. 긴 산책로를 걸으며 많은 이야기를 또 나눴다. 속에 있는 이야기들, 연애관, 이상형 기타 등등.

    외모에 반한 나이기에, 최대한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려고 애썼고 나 또한 어떤 사람인지 알리려 노력 많이했다.

    내 삶의 방식이 틀렸다고 말한 사람들은 수두룩했다. 근데 이 친구는 '다르다'고 말해준다. 틀리지 않았단다.

    망치로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나 스스로 다짐한것 외에 다르다고 말하는 사람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
    약속이 있다던 네가 갑자기 연락두절이 된다. 다음날 점심쯤 가까스로 연락이 닿았다.
    난 이 사람에게 진심으로 걱정해줄 수 없는 사람임을 깨닫는다. 그런 자격이 없는 사람임을 깨닫는다.

    그러나 진심으로 걱정했노라고, 하루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노라고 전해주었다. 그러고나선 스스로가 얼마나 등신인지 깨달았다.
    '너 그런 말 할 자격 없대도?' 내가 등신같았다. 에라 등신아-

    그런데 네가
    '미안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갑자기 연락두절 되서 걱정하게 만들어서 미안해'란다.

    아.. 속이 참 깊은 친구네. 왠지 나 혼자 욕심 부린것 같고 나 혼자만의 썸이 아닌거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그래. 고마웠다. 헤아려줘서.

    연락이 잘 닿지 않을땐 그냥 믿기로 한다. 성향이 다를 수 있는거니까. 그래. 그러자.


    -
    늦은 새벽, 밤 근무도 해야 하는 네가 졸리다기에 마실 것을 건네주고 집으로 돌아왔다.

    진한 화장을 삼가야 하는 직업 특성상 기초 화장만 한 것 같은 네 얼굴에 널 처음 보게 된 날이 떠올랐다. 두근거렸다.

    그 날의 느낌이 다시 떠올랐다. 가게를 나가는 너를 쫓아, 가게를 뛰쳐나간 그날의 나를.
    그리고 달에 비쳐 너무나 이뻤던 그 날의 너를.

    그러나 이 관계도 아무리 내가 좋다 해봤자 네가 싫으면 끝나는 관계가 아닌가.. 

    그럼 뭐 어떠랴. 이 기분과 그 날의 가슴 떨림을 간직하면 될 일이다.
    그 날, 그 시간, 내가 일하던 그 때에, 가게에 와주어서, 달에 비친 얼굴을 보여줘서, 연락을 하게되서.. 그냥 모든게 새삼 감사하게 다가온다.



    -
    세번째 만나기로 한 날. 일방적인 약속 취소. 일 때문에 피곤하다는 너의 말. 믿었다. 그냥 믿을 수 밖에 없으니까.

    나간다면 나간다, 일어나면 일어났다 손가락 조금 움직이는게 그렇게 힘들까.

    연락두절 이후로 그냥 믿겠다고 다짐했지만.. 이틀째 연락이 아에 안닿는 경우는 무슨 경우일까.
    어항에 갖힌걸까.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믿기로 한다... 그래야 한다.

    혹시나 하고 여러번 메세지를 넣어본다. 역시나. 무심한 1만 사라져간다. 나의 걱정은 오지랖이 되었다.
    그렇게 내 가슴은 무너진다. 아니, 사실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다시 모르는 사람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그래야한다. 그래야 하니까.


    -
    감성이 메말라버린 상실의 세대에 서른이란 적지도 많지도 않은 나이로 살아가기엔 아직 배워가야 할 것들이 많은갑다.

    진지한 이야기도 장난으로 받아치는 요즘.. 나처럼 감정적이고 솔직한 사람에겐 너무도 힘든 세상이다.


    내가 너무 서두른걸까.
    내가 너무 서투른걸까.
    내가 너무 솔직한걸까.
    내가 너무 들이댄걸까.

    모든게 내 잘못같다. 그냥 여태까지 나눈 이야기들이 부질 없었다고 느껴진다.
    난 진심이었는데, 너는 아니었나보다.

    '우린 인연이 아닌가봐요' 이 한마디가 그렇게 어려웠을까.
    차라리 말해줬다면, 이처럼 가슴이 사무치진 않을텐데.


    일방적인 호감은 일방적인 숨박꼭질로 되돌아오는구나.

    -

    술먹고 고민게에 쓸지 연게에 쓸지 고민하다가 연게에 씁니다.
    나 혼자 연애한거니까~ 찡긋-
    서른 아재는 술 마이 됐으니께 자러 갑니다.

    이 게시물을 추천한 분들의 목록입니다.
    [1] 2017/04/19 07:09:32  61.100.***.100  심심한곰  742297
    푸르딩딩:추천수 3이상 댓글은 배경색이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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