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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love_14993
    작성자 : mdomd
    추천 : 6
    조회수 : 441
    IP : 175.255.***.13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6/11/08 23:05:49
    http://todayhumor.com/?love_14993 모바일
    날 버린 그대에게

    당신이 드나들던 이 페이지밖에 없을 것 같아 이곳에 글을 남겨요.

    무색이던 나의 마음에 붉은 빛을 칠해준 사람.
    그리고 다른 이와 함께 잿빛을 덧칠하고 간 사람.

    날 휘감던 지독한 무기력함과 슬픔이
    오늘 비와 함께 조금 씻겨나간 것 같다.

    책을 덮으니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고 
    슬픔을 씻겨줄 것 같았다.
    무작정 걷기 시작한 길 위의 웅덩이엔 
    당신이 고여 있었다.
    내 슬픔이 눈으로 보이는 것 같아 마음이 조금 아렸다.

    당신은 나에게 따뜻한 바람이었다. 
    하루를 시작하면 
    하루를 마치면 언제든지 
    항상 온기만을 주는 사람이었다.

    당신이 떠난 후 
    눈에 안개가 낀 듯 아무것도 볼 수 없었고 
    얼음 안에 갇힌 듯 멍하니 있다 자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추워진 날씨는 전과는 다르게 칼날같이 다가왔다.
    움직일 때 마다 바람은 송곳처럼 다가와 깊은 상처를 내주었다.
    몹시 아플 뿐이었다.
    당신과 함께 했던 길을 걸을 때마다 상처만 남아있었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 얼음에 날 가두었다.

    그렇게 수개월 후
    비와 함께 맞은 날씨는 따뜻해져 있었고
    바람은 뭉뚱해져 있었고
    안에만 있던 슬픔은 어느새 밖에 고여 있었다.

    왠지 모르게 잿빛 사이로
    당신이 칠해놓은 적색 빛이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지금의 당신과는 다른.. 
    예전의 나를 사랑했던 너를 되돌아보면서 
    웃음지을 수 있게 되었다.

    눈 앞의 안개가 걷히고 몸은 조금씩 녹아간다.
    당신과 함께 했을 때 보이지 않던
    혼자 갇혀있을 때 보이지 않던 
    수 갈래의 길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당신만큼 날 챙겨줄 사람이, 생각해줄 사람이 없는 줄 알았는데
    이런 나를 좋아해줄 사람이 없는 줄 알았는데
    아직 당신이 칠해놓은 붉은빛을 이해한다며
    더 진하게 나의 색을 칠해주겠다며 웃음짓는 사람이 다가왔다.

    아직은 너를 못잊겠다고 지금은 아니라고 해도..
    막무가내로 들어오려는 그 사람에게 더 상처를 줄 수가 없을 것 같다.
    예전 나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마음도 외모도 아름다운 그녀가 날 더 기다리지 않게 하려고
    지금의 당신과 예전의 나를 사랑했던 너를 지우려고 글을 써본다.

    비록 나에게 상처와 잿빛을 남기고 간 너이지만, 행복했으면 좋겠다.
    나에게서 널 앗아간 사람이 부디 나보다 더 좋은 사람이길. 
    당신에게 향기 나는 길만 걷게 해줄 수 있는 사람이길.

    하지만, 하지만 한 번쯤은 내가 겪은 잿빛세상을 한 번쯤은 겪어보길
    그리고 나라는 사람이 있었지 하면서 한 번쯤은 생각해주길..

    비가내리는 11월 8일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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