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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jjal_6010
    작성자 :
    추천 : 2
    조회수 : 1268
    IP : 61.247.***.148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14/01/17 17:25:25
    http://todayhumor.com/?jjal_6010 모바일
    그 여름날 고향집에 내려가는 버스안에서 (브금)











    여름날
    고향집에 내려가는 버스안에서였다.


    - 따분해.


    따분한 나는
    버스창문에 기대 시간을 죽이고 있었다.















    오랜만에 마주하는 고향의 모습은
    어째설까 낯설고 멀게만 느껴졌다.

    ....

    ..자세히 보니 아직 고향이 아닌듯 했다.
    실제로 낯선 동네였다.


    황급히 앞좌석으로 달려가 기사아저씨에게 물었다.

    "이 버스 오유시로 향하는거 아닌가요?"

    기사 아저씨는 정면만 바라보고 나를 쳐다보지 않았다. 그저 기사아저씨 앞쪽에 상단에 위치한 거울을 통해 나를 살짝 쳐다보곤 살짝 웃더니,

    "지금 가고 있잖아요. 위험하니까 뒤로 가셔서 안전벨트 매세요"

    그리곤 다시 지루한 듯한 표정으로 앞만보고 운전해 나아갔다.
    나는 일단 자리로 돌아갔다.
    무언가에 홀린듯 다시 커튼을 걷고 주변을 살펴보았으나 아무리 생각해도 이곳은 내가 가는 고향길이 아니였다.
    몇 년을 오갔는데 이 길을 모를까?
    복도 건너편에 앉아있는 할머니에게 물어봤다.

    "할머니 이 버스 오유시로 가는거 맞나요?"

    할머니는 게슴츠레한 눈으로 나를 쳐다 보곤 실없다는 듯이 나를 쳐다본다.

    "아이고 학생 기사양반이 맞다잖어 나도 고향 가는길이야 맞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그냥 잠이나 자"


    미칠것 같았다. 아니였다. 분명 이 길은 낯설다. 내가 자주가는 고향길이 아니다.
    주변을 둘러봐도 내 의견에 동조해줄 사람 하나 없었다.
    어디서 부터 잘못되었나. 곰곰히 생각해 보아도 나는 출발할때부터 잠 한숨 자지 않았다. 그러하기에 지루했고......
    머리속에서 시간을 1분전으로 돌려보고 10분전 다시 30분.... 1시간 전으로 돌려보기 시작했다.

    -신종 납치?

    불현듯 인터넷에서만 보던 장기매매를 위한 납치사건이 생각났다.
    고개를 의자 위로 들어 올려 몇명이나 버스에 타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복도 건너편의 할머니와 운전기사 그리고 앞쪽 좌석에 성인 남자 두명
    그리고 내 뒤쪽에서 책을 보고 있는 내 나이 또래의 여자 정도 였다.

    주변을 한번 훑어 보다 다시 성인 남자 두명에게 내 시선이 멈추었다.
    상황이 상황이라서 그런지 그 두명에게 내 모든 신경이 집중되었다. 버스 앞쪽에 붙어있는 백미러를 통해 그 둘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인간은 생각하고 싶은것만 생각한다고 했던가....

    아무짓도 하지 않은 그 두 명이 왜 그렇게 두렵고 무서운 존재가 되었는지.....

    패닉상태에서 정신을 가다듬으려고 노력했다. 심호흡을 크게 한두번 하고 휴대폰을 꺼냈다.
    안테나 상태를 보니 마치 누가 꾸며놓은것 처럼 아니 당연히 그래야지..... 라는 것 처럼

    「신호없음」

    만 매정하게 뜨여있다. 얼굴이 파랗게 질리는 기분이였다. 창문을 통해 보이는 내 얼굴은 그물에 걸린 피식자의 모습이였다.

    그렇게 울음이 나올것 같은 기분으로 겨우겨우 참고 있는데 뒤쪽에서 무언가 하나가 날라와서 내 볼을 살짝 때렸다.
    무언가 하고 보니 종이 쪼가리가 공모양으로 돌돌 말려있었다.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아도 그저 책을 읽고 있는 내 또래의 여자 아이뿐이 였고 그녀는 그저 책을 읽고있었다.

    복도 건너 할머니를 살펴 보았지만 할머니는 고개를 숙인체 잠을 청하고 있는듯 했다.

    이성의 끈을 놓치니 본능만이 나를 인도 하는듯 내 안에 생존 본능이 그 쪽지를 펴보라고 했다.
    주변을 한번 살펴 보고 쪽지를 펴보자.


    -그 쪽도 지금 뭔가 이상해요?-


    온몸의 혈관이 축소되는 기분.
    조심스레 고개를 돌려 뒤쪽을 보니 책을 읽고 있는 줄 알고있던 그녀는 바들바들 떨고있었다.


    분명히
    그녀는 떨고있었다. 찰나의 순간이였지만 애써 태언한척 책을 보고 있는듯 했으나 책 한쪽이 찢어져있었고,
    그 잘려나간 부분은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종이 쪼가리와 일치했다.

    -뭐지....? 도대체.....뭐가 어떻게 되어가는거야.....

    나는 계속 마른침을 삼키며 창문을 통해 주변을 살펴보았다.
    다시한번 확인해보아도 위화감이 너무 역력했다.

    -이곳은 고향가는 길이 아니야.... 내 모든걸 걸고 확신할 수 있어.

    지금 이 상황이 무언가 잘못되었음에 이성의 끈을 놓았지만 다시 그 끈을 찾으려 눈을 감았다.
    계속 심호흡을 하면서 심장의 박동수를 줄여 나가고자 했다.

    신기한건 나 혼자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나를 안심시켜 준다는 것이었다.
    분명히 내 뒤쪽 여자도 나와 같은 상황이고 피식자의 위치에 있다.
    좀전까지만 해도 피식자라는 위치가 마냥 두렵기만 했는데 같은 피식자가 하나 더있다는 생각이 이성을 찾는데 도움이 되는듯 했다.

    하지만

    내 바로 옆에 있는 이 할머니가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피식자인가..... 아니면 포식자인가......

    -가...감시자?

    겨우 부여잡은 심장박동 소리가 다시 요동치기 시작했다.
    지금 심정 같아선 바로 뒷좌석으로 뛰어가 그녀 옆에 앉고 싶지만 고개를 숙인 체 잠들어 있는 아니.... 어쩌면 잠들지 않았을 수도 있다.
    이 할머니란 존재가 위험 요소라고 생각했다.

    고작 할머니 정도라면 힘으로 어찌 해 볼 수 있다고는 생각했지만 앞쪽에 앉아잇는 장정 두명이 이런 내 생각을 가로막았다.
    아니 어쩌면 기사아저씨 까지 세명.....

    답답해 미칠 노릇이였다.

    어떻게든 그녀와 연락을 취할 방법을 생각했다.
    하지만 섣불리 행동했다가 일을 그르칠까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찰나 다시 돌돌말린 종이 쪽지하나가 날아왔다.

    혹시라도 옆에 할머니가 눈치챘을까 하여 할머니쪽을 쳐다보았지만 여전히 고개를  숙인체 잠을 자고 있는거 같았다.
    할머니를 확인하고 조심스레 종이 쪽지를 펴봤다.


    -할머니. 위험-


    종이 쪽지를 꼭 쥔 내 손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차마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볼 수 조차 없는 두려움이 나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일단 차분히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분명히 몇 시간전에 나는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내려 가는 동안 출출하기도 할것 같고 배도 고프기도 해서 던킨도너츠에 들어가서 도너츠랑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주머니를 살펴보니 확실히 영수증에 11:12분 카드결제 라고 선명히 찍혀있었다.
    시간이 조금 남는거 같아서 지하에 있는 서점으로 향했고 이것 저것 둘러 보다 차 시간이 다 되어서 다시 지상으로 올라왔다.
    별 특이 할것 없는
    그저 지극히 평범한 버스터미널에서의 모습이였다.

    무언가 놓친게 있을까 하고 계속 생각해 보았으나 너무 흔한 일상이여서  내 기억속에선 무엇하나 건질게 없었다.
    때문에 지금 버스안에서도 내가 이전에 누렸던 일상처럼
    정말 아무것도 건질 것 없은 하루가 되어야 하는데 지금 내가 처한 현실이 너무 억울했다.

    칭얼댈 사람도 없고 지금 내가 처한 상황을 털어놓을 사람도 없다.

    지금 가장 의지하고 싶은 사람은 내 뒤쪽의 여자사람인데 그마저도 여의치가 않다.
    평범한 일상이 그리웠다.
    지루하다고 투덜거렸던 나를 저주한다.
    도대체 왜......
    계속 눈물이 나올 것 같았지만 할머니라는 탈을 쓴 감시자가 행여 볼까 창문으로 고개를 돌려 아까처럼 커튼으로 얼굴을 가렸다.

    겨우 진정이 되었을까....

    일단 지금으로서는 어찌 할 도리가 없기에 다음 쪽지를 기다렸다.
    차안에는 적막만 흘렀다. 그래서 인지 종이 찢는 소리조차 낼 수 없으리라.....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보기로 했다.
    얼마 후에 고속도로 노면이 긁혀 있는 구역을 지나기 시작했다.
    예전부터 궁금해서 아는형에게 물어 봤는데
    고속도로 졸음운전을 방지하기 위해 일부러 노면을 깎아놨다고 했었나.... 어찌됐건 그게 사실이건 아니건 지금 나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일단 그녀에게서 쪽지가 날아오길 기다렸다.

    얼마 후에 다시 '툭...' 하는 소리와 함게 쪽지가 날아왔다.

    하지만

    그 와 동시에 깜박이 없이 버스의 앞을 막아서는 빌어먹을 x새끼 때문에 버스는 급정거했고 그로인해 공처럼 말린 종이는
    작용 반작용인가 하는 그 개같은 법칙때문에 나를 넘어 내 앞쪽 의자 밑으로 숨었다.

    미칠것 같았다. 진짜 환장할 노릇이였다.

    '어떻하지? 어떻게 해서 저걸 가져오지?' 라고 생각하고 할머니를 조슴스레 쳐다보았다.







    고개를 숙이고 있을 줄 알았던 할머니가 어느새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심장이 얼어 붙는 다는 느낌을 그때 처음 알았다.
    온몸으로 피를 뿜어내는 심장의 움직임이 급정거 하는듯 했다.
    그로인한 작용 반작용.....
    당황함에 의한 반작용..... 어색함......

    복도 사이의 공간이 그토록 가깝게 느껴지긴 처음이다.

    공간에 숨이 막힌다.
    이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릴것 같았다.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마른침과 이마사이로 흐르는 땀이 그 어색함을 증폭시켰다.

    감시자는 아무말도 없이 그저 날 쳐다보고있다.
    시선 하나만으로 누군가를 얼어 붙게 할 수 있다는 걸 말로만 들었지 내가 겪을 줄 은 몰랐다.

    어색함....

    이 하나만으로 내 목숨이 날아갈 수도 있고 저 뒤쪽 여자도 위험해 질 수도 있다.
    최대한 얼어붙어있는 심장을 조금씩 움직여 보기로 했다.
    최대한 멈춰있는 심장에 자극을 주려 했고 내 얼굴에 묻어있는 어색함을 없애기 시작했다.

    분명 찰나의 순간이지만 이러한 과정은 내게는 군시절보다 더 느리게 느껴졌다.
    겨우 안정을 찾은거 같기에 사교성 없는 내가 할머니에게 이렇게 말했다.

    "히터가 너무 덥네요 하하"

    말 해놓고 바로 후회했다.
    도대체 왜 묻지도 않는 말을 한걸까 하고 엄청 후회하고 있었다.
    어색함이 다시 어색함을 낳자 평소대로 휴대폰으로 눈길을 돌렸다.

    여전히 매정한 「신호없음」 만 쓰여있었다.
    내 시선은 휴대폰으로 향했으나 할머니는 여전히 나를 쳐다 보고 있는듯 했다.

    인터넷도 문자도 모두 안되기에 저절로 사진 아이콘으로 손가락을 향했다.
    앨범 안에는 아까 먹기전에 심심해서 찍어본 도너츠와
    서점에서 찍은 책들이 있었다.
    sns에 올려서 나를 뽐내고자 찍었던 사진들.
    정말 지금 이 시간이 무의미 하듯 그런 사진하나 하나가 무의미 하다고 느껴졌다.
    자세를 바꾸는척 할머니를 슬쩍 쳐다보았다.

    다행히 나에게 보냈던 시선을 잠시 거둔듯 했다.
    마저 태연한척 사진을 살펴보던중.....


    나는 재빠르게 사진들을 스킵하기 시작했다.

    아니

    아니.... 왜....

    왜....



    왜.....


    재빨리 고개를 들어 앞쪽 백미러를 쳐다본 후


    다시 핸드폰을 쳐다 보았다.


    아니...

    아..



    도대체 왜.....



    사진마다 저 앞쪽에 앉아있는 새끼들이 찍혀있는거야......


    기지개를 펴는척 다시 백미러를 쳐다보고 다시 핸드폰을 쳐다보았다.
    입고있는 옷과 내 휴대폰에 저장되어있는 옷까지 똑같았다.

    눈시울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도저히 울음을 참을 수 없을것 같았다.

    "하아아......하..."

    온몸이 미칠듯하게 떨려오는걸 혹시나 들킬가봐 다시 커튼을 재껴 바깥을 쳐다보았다.
    제발 꿈이여라......
    제발.....
    하고 눈을 질끈 감고 다시 쳐다보았으나 낯선 곳이였다.

    따분하지 않아요. 이제 재밌어요. 제발 나좀....제발 여기서 제발....
    매사에 감사할게요... 제발....

    창문 밖의 누군가를 향해 계속 빌었다.
    창문에 입김이 하얗게 서렸다.
    마치 내 남은 인생을 암시하듯 막막하고 뿌옇기만 했다.

    그때 마침 내 뇌리를 강타하는 한가지 생각!

    조슴스레 할머니를 쳐다보고 다시 고개를 숙인 감시자를 확인했다.
    그리고

    창문에 입김을 불어 넣고 손가락으로 글씨를 쓰기 시작했다.

    「? !」

    그리고 냅다 지웠다.

    제발 물음표와 느낌표를 알아 듣길 바랐다.
    너무 대놓고 글씨를 쓰면 알아챌가 두려워 차마 그러지 못했다.
    처음 물음표는 나 역시 무언가 이상하다는 표시였고, 두번째 느낌표는 위험을 감지했다는 부호였다.
    마지막 세번째 쪽지는 아직 보지 못하였기에 어떠한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래서

    최대한 그 쪽지를 보고자 혈안이 되어있었다.
    갑자기 고개를 숙이면 감시자가 이상한걸 느낄것 같았기에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면서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신이 도운건지 아까 그 깜빡이 키지 않고 들어온 x새끼가 도운건지 다시 그 고마우신 분이 우리 버스앞으로 끼어들었다.
    버스는 다시 급정거 했고 기사 아저씨는 온갖 쌍욕을 해댔다.

    나는 그 틈을 타서 일부러 휴대폰을 바닥에 떨어트릴수 있었고 줍는 시늉과 함께 돌돌 말려있는 종이 쪼가리를 주울 수 있었다.

    할머니를 쳐다보자 다행이 눈치를 채진 못한거 같았다.
    왼손으로 종이 쪼가리를 움켜쥐고 최대한 조심스레 펴보기 시작했다.

    정말 이 순간만큼은 내 뱃살에 감사했다. 충분한 은닉 공간을 마련해 준 지방들에게 감사하고 또 감사했다.

    쪽지를 펴서 곁눈으로 쳐다보았다.

    찢어진 책 쪼가리에는 약간 젖은 기운과 함께 이렇게 쓰여 있었다.


    -이번 휴게소-


    나는 고개를 끄떡인후 창문에 입김을 후 하고 불어 넣고 '동그라미'를 그려 넣고 다시 냅다 지웠다.


    고개를 빼꼼히 복도쪽으로 내민 후 도로 표지판을 보았다.

    그리고 정말 그때 나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포크와 숟가락을 보았다.


    휴게소까지 6km.....

    정말 짧은 거리인데 왜이리 멀게만 느껴지는걸까.
    진짜 가라고만 한다면 내가 맨발로라도 뛰어 가겠다고 마음 먹었다.
    군시절 훈련소에서 동기 하나가 각개훈련중 이렇게 물었던 적이 있다.

    "너 지금 여기서 집까지 걸어가라고 하면 걸어 갈끼가?"

    그때 장소가 강원도 화천이였다. 지금처럼 추운 겨울이였고 나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븅신아 당연히 가지 맨발로 기어 가라도 간다."

    라고 했던 기억이 지금 갑자기 새록새록 피어난다.
    아마 그때 그것보다 지금의 그것이 더 간절하리라....

    정말 많은 시간과 공간이 충분히 흘렀다고 생각했는데도
    겨우 1km 도 못간듯 싶었다.

    그래도 어느정도의 희망이 보였다.
    저 휴게소에만 도착하면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으리라
    라는 생각이 조금의 안심을 가져다 주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순순히 휴게소에서 멈출까라는 생각도 해보았다.

    그대로 휴게소를 통과할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니 오히려 그게 당연하겠다 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였다.
    그러던중 마침 이번휴게소에서 정차하겠다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천상의 멜로디.....

    안내방송이 아닌 멜로디였다. 그 자체로 감격이였다.


    아직 눈치를 못챈거 일까? 어째서지?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 휴게소를 지나친다면.....

    항상 안좋은 예감은 맞는것 처럼 휴게소를 통과할거야 라고 생각했다.

    마침 버스는 휴게소와 고속도로 사이의 분기점을 100m 도 남기지 않는 상태였다.

    제발.....
    제발..... 우회전...제발 오른쪽으로 틀어...제발...

    계속 기도했다.

    우회전의 신에게 기도했다. 뭐가 어찌됐건 기도했다.

    100....

    70....

    50...

    30.

    10...







    우...우회전이다!!

    휴게소로 버스가 향하고있었다!


    휴게소에 버스가 섰다.
    우회전의 신에게 감사했다. 물론 그런분이 계시다면 말이다.
    정말 다리가 후들후들 거려서 버스가 멈춰서고 나서도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질 못했다.

    옆에 할머니는 그저 가만히 앉아있었다.

    보통 나이드신 분은 휴게소에선 무조건 내리시는데 왜 이 망할....왜.....
    속으로 분노를 삼키며 뒤쪽 눈치를 보았다 여자는 가방과 옷가지들을 챙겨서 일어났다.

    나는 할머니를 쳐다보았으나 할머니는 여전히 미동조차 없이 그대로 앉아있었다.
    여자는 나와 할머니를 가로지르며 밖으로 향했다.
    정말 공간을 가로지른다라는 표현이 맞을것 같았다.

    그 여자가 나가자 마자 할머니는

    "아이고 내 오줌보야~"

    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까의 내 어색함이 할머니에게 옮겨 간듯 했다. 무언가 엄청나게 어색했다.

    마치 감시자의 임무에 충실하듯 그녀를 따라 나섰다.
    할머니가 빈 틈을 타서 그녀의 자리를 차분히 살펴보았으나 어떠한 쪽지도 남겨 두진 않은듯 했다.
    그도 그럴것이 혹시라도 흔적을 남겨두었다가 자칫하면 일이 더 험하게 흘러 갈거라고 생각한듯 싶었다.










    물론 나도 그녀의 의견에 절대 찬성이였다. 생각보다 치밀한 그녀라 안심이 되었다.

    나 역시 그녀와 접선(?)하기 위해 밖으로 향했다.

    역시 앞쪽에 있던 그 놈들이 내 뒤로 따라왔다.
    버스밖으로 한발을 내딛자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 앉을 뻔했다.
    최대한 정신을 차리고 양쪽 다리에 온 힘을 주고 걷기 시작했다.

    휴게소는 낮인데도 안개로 인해 뿌옇게 흐려 한치 앞을 보기도 힘겨울 정도였다.

    내 뒤에 두놈은 여전히 껄렁한 자세로 나를 쫒고 있었다.

    주변을 살펴보아도 이상하리만큼 사람이 없었다. 어떻게 휴게소에 이렇게 차 한대도 없을 수 가 있을까?
    도저히 생각해봐도 납득이 가질 않았다.

    이쯤에서 나는 잔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일단 내 뒤에 두놈을 먼저 보내보자 그 뒤에 생각하자.


    하지만....

    앞서 나간 여자는?

    여자가 걱정되었다.
    적어도 내가 힘이 들때 나에게 힘이 되어준 피식자이기에 그녀 생각이 나의 행동을 가로막았다.


    그런데 말이다.
    사람이 참 간사한게 다시 그런 생각을 언제 했냐는듯이 '합리화'라는 단어는 달콤했다.

    '내 목숨이 더 중요하지 그 여자가 나한테 해준게 뭐가 있다고.....'
    '어차피 모르는 사인데 왜 내가 그녀 안전까지 책임져야해......'
    '내가 살아야지 신고라도 해줄 수 있지 않을까?'

    온라인에서만 동네양아치와 건달들을 패고 다녔던 나는 오프라인에선 한없이 작은 존재였다.

    아니 현실적인 존재....

    아니 합리적인 존재...

    이렇게 자위하며 커피 자판기 앞에 섰다.
    주머니 속에 동전을 뒤적이며 뒤 쪽 두명의 눈치를 보았다.
    일부러 바로 나오는 캔커피 대신 시간이 오래 걸리는 믹스커피 자판기에 동전을 넣고 태연한척 휘파람을 부르고 그들을 살폈다.

    평소에 그렇게 안나와서 입구에 손을 대면서까지 기다렸던 커피가 왜이리 빨리 나오는건지......

    커피를 한손에 쥐고 자판기에서 그 두놈을 보자 그 두놈은 나를 스윽 한번 쳐다보곤 화장실로 향했다.

    아직까지 눈치를 못챈건가? 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였다.

    주변을 두리번 거리고 공중전화기를 일단 찾았다.
    다행이 시야에 너무도 쉽게 다가오는 공중전화 박스였다.
    재빨리 그쪽으로 향하는 순간

    나는 다시 발을 화장실로 돌렸다.







    휴게소 주차장에 이상하리 만큼 혼자 우두커니 서있는 버스안에 기사아저씨가

    무전기 같은것을 입에 대고 나를 쳐다 보고 있었기에 말이다....


    화장실로 향하는 걸음이 너무나 무거웠다.
    사방이 뚫려 있지만 사방이 막혀있다.
    어느곳으로 가도 곧 잡힐 것이다.

    어떻게 이런 휴게소에 인적이 이리도 드물 수 있는건지.....

    휴게소에는 버스에서 온 승객 그대로의 인원뿐 이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였다.
    어쩔 수 없이 한걸음 한걸음 옮기는 데 화장실 입구에서 먼저 나갔던 여자와 마주쳤다.

    세수를 했는지 앞머리가 촉촉해져있었다.
    어김없이 그 뒤로는 할머니가 뒤따르고 있었다.

    피식자들간의 눈빛을 교환했지만 그 이상의 의사소통은 허락되지 않았다.

    뭐라도 말하고 싶었지만
    갑자기 돌변할 그들이 더 무서웠기에 차마 돌발행동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그녀는 푸줏간에 끌려가는 소마냥
    그렁그렁한 눈망울을 한체 다시 버스안으로 끌려 들어가고있었다.

    나 역시 잠시 화장실에서 소변만을 보고 버스로 향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달려가봤자 고속도로다.

    갈곳이 없다.


    나 역시 하릴없이 푸줏간으로 향하고 있었다.

    나를 따르던 그 뒷놈들도 어느정도 여유가 생겼는지 나와는 거리를 두고 있었다.


    모든걸 체념했다.



    그런데 안개속을 뚫고 다가오는 전조등....



    정확히 내 앞에서 멈추는 차!


    푸줏간과 나를 가로막은 자동차 한대!










    아까 우리 버스를 깜박이 없이 가로 막던 그차!




    지금 나를 가로막고 있었다.


    잠시 어리둥절하고 있는데 조수석쪽 창문하나가 열렸다.
    그리고 그 적막한 휴게소에서 외치는 비명에 가까운 외침!!

    "타! 빨리타!"

    눈이 휘둥그레진 나는 몸이 얼어 붙었다.
    무슨상황인지 파악하려는 찰나 뒤쪽에다 다다닥 뛰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놀라 나도 모르게 조수석의 차문을 열고 차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들어보진 못했지만 분명히 초식동물을 쫓는 육식동물의 소리였을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사이드 미러를 통해 나는 보았다.








    아까 그 두놈이 이 차를 통해 뛰어오는 모습을 말이다.
    정말 아찔한 순간이였다.

    자동차는 엄청난 엔진소리를 내며 그 지옥같던 휴게소를 빠져나왔다.
    그리고 제한속도를 간단히 넘기며 버스를 따돌리는데 성공했다.

    사이드미러를 계속 보느라 누가 나를 태웠는지 알 수 도 없었다.
    그저 나는 사이드 미러를 통해 세상을 보고 있을 뿐이였다.

    버스가 시야에서 보이지 않자 겨우 마음을 진정할 수 있었다.
    한숨을 크게 쉬고 운전석을 쳐다보았다.

    짧은 스포츠형 머리를 하고 날렵한 체구의 사내였다.
    그 역시 룸미러와 사이드 미러를 통해 뒤따라오는 버스가 없나 쫓고 있었다.
    다행이 뒤쪽에는 아무것도 없었기에 그 사내 역시 한숨을 푸욱 쉬고는 나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가죽잠바 안쪽에서 담배를 꺼내서 입에 물고는 바깥쪽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어 담배앞쪽에 불을 붙이곤 쭈욱 빨아들였다.

    후욱 하고 뱉어내는 그의 담배연기가 한숨이 묻어나오는듯 했다.

    그가 먼저 말을 꺼낼까 싶어 잠자코 있을까 했지만 궁금함을 참지 못해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누...누구세요?"



    나의 물음에 그 사내는 마른기침을 한번 하더니 창문을 열고 가래를 뱉고 다시 창문을 닫았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당신 방금 죽을뻔 한거 아슈?"

    무뚝뚝한 그의 말이 였지만 기분이 나쁘거나 하진 않았다. 지금으로선 그가 천사였기에.....
    아니 오늘 하루동안 만났던 사람중에 가장 믿음이 가는 사람이었다.
    그래도 나는 호기심에 다시 묻기 시작했다.

    "무.. 무슨일이 있었나요?"

    나의 물음에 그 사내는 기가 차다는 듯이 '허...참...' 이란 감탄사를 내뱉은체 담배만 피워 댔다.
    순식간에 담배를 꽁초까지 핀 사내가 창문을 열어 담배를 창밭으로 내던졌다.
    사람이 간사한지라 방금까지 그 상황에 있었던걸 잠시나마 망각했는지 사내의 행동에 나도모르게

    '이 사람 거참 담배를 창밖에 던지면 안되는데.....'

    라는 실없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런 생각이 드는걸 보니 확실히 마음의 안정을 찾긴 찾았나 보다
    그리곤 갑자기 아까의 장면이 생각나 다시 묻기 시작했다.

    "아까 제가 탔던 버스에 두번이나 깜빡이 없이 들어오신분 맞으시죠?"

    사내는 나의 물음에 씨익 한번 웃더니

    "맞수다"

    라는 짧은 대답을 했다. 마음의 안정을 찾자 호기심이 동해서 안지 나는 계속 질문을 퍼부었다.

    "그.. 근데 제가 죽을 뻔 했다니요? 무슨 말씀인지 알 수 있을까요?"

    나의 연이은 질문에 사내는 짜증난다는 듯이 ...... 마치 물에 빠진놈 살려놨더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새끼 다보겠네 라는 표정이였다.
    인상을 찌푸리더니 조수석 앞쪽 서랍을 가르키며 말했다.

    "거기 열어보슈"

    나는 그의 말에 서랍의 고리를 당겨 안쪽 수납공간을 열어 보았다
    A4 용지 여러장이 묶여져 있었는데 무슨 사건 파일 같았다.

    조심스레 한장을 넘기자
    아까 나를 쫓던 두명중 한명의 사진과 신상정보가 있었다.
    재빠르게 다음장을 넘기자 역시 나머지 한명의 사진과 신상정보가 적혀있었다.


    그리고 다음장을 넘기려는 찰나....

    "이런 씨팔!!"

    사내의 욕지거리와 함께 자동차 RPM이 엄청나게 오르고 있었다.
    당황해서 사이드 미러를 보자





    아까 나를 태웠던 그 버스였다.....





    하지만 우리가 탄 차는 생각만큼이나 속도가 빠르게 올라가지 않았다.
    운전석을 잡은 사내는 연신 욕을 해대기 시작했다.

    "퍼킹! x팔! 개 똥파리같은 관용차!"


    '과...관용차? 이사람 공무원인가?'

    어찌됐건 버스는 어느새 실제 보이는거리보다 더 가까이 추격하기 시작했다.
    사이드미러의 문구가 야속하게만 느껴졌다.

    그때 처음 알았다.
    버스기사 아저씨들이 제한속도 정말 잘 지키고 계시고 있다는걸.....


    뒤쪽에 있던 버스는 우리를 잡아먹을듯이 덮쳐왔고 1차선을 달리던 우리는  2차선으로 바짝 따라온 버스와 마주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진짜...... 영화에서만 보던.......추격신이 4D효과처럼 내 앞에 펼쳐지기 시작하는 순간이였다.

    아니....차라리 영화같았다면 조금더 스릴 있었을거라 생각했다.

    한번의 접촉뿐 이였는데 버스앞에서 정말 힘없이 퉁하고 튕겨져나가버렸다.
    정말로 다행인것은 사고각도를 잘맞춰서 인지(?) 에어백이 터졌다는 점이였다.

    도로위에서 여러번 회전 후 '뻐킹 관용차'는 그대로 멈춰섰다.

    버스도 정확히 우리가 탄 차 앞 50미터 지점에서 멈춰섰고 '퓌식'소리와 함께 버스 앞쪽 문이 열리는것 같았다.

    나는 정신을 차리고 운전석을 보았지만 운전석의 에어백은 터지지 않았다.

    "x팔 현기차...."

    그 사내를 흔들어 깨워 보았지만 일어나질 않았다. 버스 문앞쪽으로 사내 두명이 내리고 있었다.
    다시 내 생존본능이 눈뜨기 시작했고 나는 재빠르게 안전벨트를 풀고 차문을 열어 도로밖 논두렁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천천히 걷던 사내 두명은 내가 뛰는 것을 보자 당황하듯 뜀걸음을 걷다가 마지못해 뛰기 시작했다.

    원래 쫓는자 보다 쫓기는 자가 빠르다고 했던가.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그 여자가 어찌됐건 상관 없었다. 그 사내가 죽든 말든 알바 아니였다.

    지금은 내가 중요하다. 내가 살아야해.

    그 생각 하나였다. 영화에서만 보던 최소한의 양심 도덕심 같은거 생존앞에서 진짜 개소리였다고 실감하는 순간이였다.
    하지만 가도 가도 허허 벌판이고 뒤쪽의 사내들은 지치지도 않는지 계속 쫒아 왔다.

    거의 체력이 바닥날 즈음.....
    언덕하나가 보였고 마지막 체력을 쏟아 그 사내의 시야에서 사라지고자 발버둥 쳤다.

    언덕을 넘자마자 정말 많은 마시멜로(?)들이 나를 반기고있었다.
    원래는 볏짚을 둥그렇게 말아 놓은것인데 인터넷에선 마쉬멜로라고들 불렀다.
    힘도 빠지고 더는 숨쉴 힘조차 없었기에 나는 아무 마쉬멜로나 붙잡고 뒤집어 쓰기 시작했다.





    잠시 후 나를 쫓던 사내둘은 이상하리만큼 헤집어 놓아진 볏짚을 향해 다가 가고 있었다.


    볏짚을 뒤지던 사내둘은 나를 찾을 수 없었다.
    볏짚을 뒤집다 생각해보니 아무리 봐도 누가 봐도 나좀 잡아잡숴라는듯 했다.
    황급히 주변을 살펴보니 마침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송강호가 안을 살펴보던 배수로가 보였다.
    그곳으로 재빠르게 숨었기에 사내들은 애꿎은 볏짚은 헤집어 놓다 자기 풀에 지쳐가기 시작하는듯 했다.

    해가 질때까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사내들도 볏짚들을 뒤지다 지쳤는지 다른곳으로 발길을 돌렸으나 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 움직 일 수도 없었다.
    몸이 벌벌 떨리고 본능이 그곳에서 나오지 말라고 외치고 있었기에 움직일수 조차 없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밤바람이 매섭기 시작해지자 이러다간 오히려 얼어 죽을것 같았다.

    조심스레 밖을 살피며 나왔다. 마침 보름달이라 도심에서 느낄 수 없었던 달빛의 위대함을 느낄 수 있었다.
    한편으로는 나를 숨겨주지 못하는 달이 야속하기도 했다.

    그래도 다행이 사내들은 돌아간듯 했다.
    나를 찾다가 결국 지쳤으리라 하고 생각했다.

    우선 근처에 사람이 사는곳이 있나 하고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불빛 하나 보이지 않았다.
    정말 저 멀리 고속도로에서 가끔 지나가는 자동차 불빛 하나씩만 보일 뿐이였다.

    도저히 내가 뛰어온 그곳에 다시 갈 엄두가 나질 않았다.

    고속도로와는 정반대로 방향을 잡고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혹시나 해서 주머니속 휴대폰을 찾기 시작했다.

    그런데....

    없었다.

    휴대폰이 없었다. 지갑조차 없었다.
    내 모든 개인정보가 사라졌다. 내 집주소와 우리 부모님의 연락처......

    환장할 노릇이였다.

    잠시 그자리에 서서 몇분을 고민했는지 모르겠다.
    차가운 칼바람이 몸과 마음을 스치며 지나갈때마다 눈물이 자꾸 흘렀다.
    그자리에 털썩 주저 앉아 하루종일 서러웠던 눈물을 마구 흘렸다.
    울면서 나 스스로 놀라울 정도로 울었던거 같다.

    그렇게 몇분을 울고나니 좀 후련해 지는듯 했다.

    그리고
    잠시 생각한 후 발길을 돌려 다시 고속도로 방향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고속도로로 향하는 걸음 하나 하나가 두려웠다.
    추워서 인지 두려워서 인지 조차 분간이 안 갈 정도로 몸이 떨려왔다.
    그래도 가야만 한다.
    그래도.....

    나때문에 우리 가족이 위험해지는건 안되지......
    지금까지 보탬이 된 것도 없는데.....

    이렇게 까지 생각하자 스스로 서글퍼 졌다.
    멈췄다고 생각했던 눈물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고 시야가 뿌옇게 흐려졌다.
    그래도 발걸음은 멈추지 않고 고속도로를 향하고 있었다.

    고속도로에 가까워지자 떨리던 몸이 이젠 경련을 일으키는듯 했다.
    도저히 더이상 가고 싶지 않았다. 도저히.....

    그런데 그 순간 무언가 반짝였다.

    서둘러 그곳으로 뛰어갔다. 경련을 일으키던 몸을 잊은체 말이다.
    야속하기만 했던 달빛을 올려다 보았다.

    그리고 나즈막하게 말했다.

    '고마워....'

    휴대폰액정이 달빛에 반사되어 나를 반겨주었다. 정말 다행이었다. 감사하고 또 감사했다.
    비록 배터리가 방전되었으나 행복했다.
    오늘 하루동안 그토록 밉게만 느껴지던 사람이..... 그리고 자연이....... 고마움으로 다가오는 하루였다.
    정신을 차리고 다시 주변에 지갑이 없나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기대만큼 쉬운일이 아니였다.

    한시간 정도를 미친듯이 찾았다고 생각했다.
    지갑은 포기해야하나 하고 조심스레 고속도로로 향하던 찰나 발에 걸리는 무언가가 있었다.

    화들짝 놀라 비명을 지를뻔 했으나 간신히 입을 틀어막았다.

    자세히 다가 보니 아까 차안에서 보던 A4 용지였다.
    바람에 날려 여기까지 온것일까..... 알 수 없었다.
    내용을 보려다 일단 지갑이 우선이였기에 다시 한번  지갑을 찾아 보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A4 용지 뭉치를 안쪽 주머니에 쑤셔 넣고 지갑을 찾다 보니 어느새 사고현장 이였다.

    몸이 다시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아니 경련이 다시 일어 나기 시작했다.

    분명히 스키드 마크는 있다. 하지만 파편조차 없다.
    아무리 사고처리가 빠르다 지만 파편정도는 남아있어야 정상이라고 생각했다.
    꿈을 꾼 것인가?

    아니다. 스키드 마크는 있다. 분명히 내가 오늘 겪은 일들이다.
    재빨리 안주머니에 손을 집어 넣어 A4용지를 만지작 거렸다.
    양볼을 꼬집어 보았다. 아프다. 꿈이 아니다.

    그러던중 저 멀리서 전조등 하나가 나에게 다가온다.


    심장이 두근 .....

    두근....
    두근....두근.....두근...

    드라마에서 몸이 굳어서 차를 피하지 못하는 장면을 보면서 참 병신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실제로 몸이 안움직여진다.
    물론 차가 나를 향해 돌진해 오는건 아니다.
    처음 보는 차다. 그런데 숨이 막혀 온다.






    전조등이 다가올 수록 심박수가 빨라졌다.
    어둡기도 했지만 이상하리만큼 과한 선팅 탓에 운전자가 누군지 알 수 없엇다.

    침이 마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다행히 나를 그냥 지나치는듯 싶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찰나.....
    후진으로 다가오는 검정색 세단....

    내 바로 앞에 멈춰섰다.


    조수석의 창문이 내려왔다. 천천히.....

    그 모든게 슬로우 모션으로 느껴졌다.

    두근..
    두근...

    쿵쾅! 쿵쾅!! 쿵쾅!

    망치로 가슴을 치는듯한 기분을 느꼈다.

    창문이 다 내려갔다.


    정말 놀랐던건.......


    아무도 아니였다는 것이다.

    오늘 하루 아니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본적 없었던 사람이였다. 버스를 탔던 사람도 아니였고 터미널에서도 마주치지 않았다.
    낯선사람이 이렇게 반갑고 믿음이 갈 수 있을지 놀라웠다.

    "왜 여기 계세요? 태워 드릴까요?"

    의심보단 믿음이 앞선 이유는 아마 이러다 오히려 얼어죽을것 같았기 때문이었다고 생각했다.

    "네... 감사합니다"

    라고 짧게 대답하고 조수석에 탔다.

    배수로에서 오래있어서 그랬는지 차안에 악취가 진동했다.
    그 사람의 얼굴에서도 괜한선의를 배풀었구나 라고 써있었다.

    오히려 그 인상이 안심이었다. 제발 웃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영화에서나 나오는 반전 따위 바라지 않으니까 말이다.

    "가까운 경찰서로 가주세요"

    나는 이렇게 부탁했다. 신고를 할까 말까 고민했으나 지갑을 잃어 버린것이 가슴한켠에 남아서 신고하지 않고는 마음이 편지 못할 것 같았다.

    그 사람은 정말 아무도 아니였다.
    그저 내 몸에서 나는 악취가 싫었던 정말 착한 사람이였다.
    정말 가까운 경찰서에 내려주고는 조심히 들어가라는 소리만 한 후 자기 갈 길을 갔다.

    경찰서에 가까워 질수록 편안해 졌다.

    지금까지 한번도 찾아와 본적이 없었지만 편안했다.

    하지만


    경찰서에 들어서자 마자 다시 몸이 바르르 떨기 시작했다.

    아까 내 뒷자리에 있던 그 여자......

    휴게소에서 접선을 원했던 그여자가 눈물로 범벅 된체 산발을 하고 쇼파에서 안정을 취하고있었다.
    옆에는 여순경이 보조하고 있었고, 나는 그녀를 보자마자 달려갔다.


    "아! 아까 그 버...버스! 버스요! 맞죠? 그분!"

    그녀가 나를 올려다 보더니 겨우 참고있던 눈물을 다시 터트리는듯 했다.
    그리곤 나를 와락 끌어 안고 정말 서럽게......정말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그자리에 있던 순경 모두가 어리둥절해 했다.
    나는 자연스레 그녀의 등을 토닥이며 안정을 시켜주었다.

    그녀 덕분에 조서쓰는건 어렵지 않았다.
    미리 말해놓은 사건을 기반으로 거기에 같이 있었던 피해자가 추가된것이니 말이다.
    조서를 다쓰고 우리 둘은 귀가조치를 당부받았다.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나를 찾으러 그 두 사내가 자리를 떴고 버스기사와 할머니가 자기를 지키고 있었는데
    마침 차에 있던 형사아저씨가 자신을 구해줬다고 했다.

    참 다행이라고 다시한번 토닥여 주었다.
    그녀는 그런 내가 조금이나마 의지가 되었는지 나와 떨어지지 않으려 했지만 잠시 후 그녀의 부모님이 그녀를 찾으러 왔다.
    나도 부모님께 연락을 드리려 했지만 괜한 걱정을 끼쳐드리는것 같아 고향에 내려가서 안심시켜드리기로 했다.

    그렇게 다시 터미널로 걸어가는데 부모님 차를 타고 온 그녀가 터미널까진 태워주겠노라 하기에 다행이라 생각하고 차에 올라탔다.
    그녀의 부모님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다시 조수석에 올랐다.

    터미널에 가까워지자 그녀와 부모님에게 고맙다라고 말하고 차에서 내렸다.

    그렇게 사건이 모두 마무리 되는듯 했다.


    고향으로 다시 내려가는 기분이 나쁘지 만은 않다.








    그러다....





    문득 안주머니의 A4 용지가 만져졌다.

    다시 심장이 두근...

    두근.....

    마지막 보지 못한 페이지......

    할머니.....

    나는 조심스레 페이지를 하나씩 다시 넘기기 시작했다.


    사내1....


    사내2.....











    그리고.......






    그녀......






    둔기로 가격당하는 느낌과 함께 버스타던 그 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할머니는 나보다 먼저 자리에 앉아있었다.


    그녀는......


    할머니를 보고 인상을 쓰며 그 바로 뒷자리로 갔다.








    그리고......






    종이 쪼가리를 던지고 바들바들 떨던 그녀의 입꼬리는.........올라가있었다........









    - fin -





    출처 : http://todayhumor.com/?humordata_1494859
     : 땅속나라 / GIF이미지 : 곱슬사자 / 중간사진선정 : 꽉찬인코밍
    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1tB2t
    …의 꼬릿말입니다
    짤방이랑 같이 보고 싶어서 가져온 글이예요. 제일 눈에 안띄는 게시판이 어딜까하다가 여기로 오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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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1/17 17:30:08  183.110.***.68  Puchino_PIO  258706
    [2] 2014/01/21 00:32:19  182.219.***.217  기묘했던아이  429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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