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나는 가끔 내 자신을 믿지 못할때가 있다.</p> <p><br></p> <p>집을 나섰을때</p> <p>가스불을 끄고 나왔는지, 선풍기는 껐는지 하는 사소한 문제부터</p> <p>지금 하는 일이 잘하고 있는건지, 지난날 내가 내린 결정이 잘한 일인지 하는 약간은 심오한 문제까지</p> <p>종종 스스로를 의심하곤 한다.</p> <p><br></p> <p>지금 생각해도 부끄럽고 어이없는 의심이 떠오른다.</p> <p><br></p> <p>얼마전이었다.</p> <p>새롭게 시작한 프로젝트 일로 3개월간 사무실에 출근하게 됐는데,</p> <p>내 자리 바로 뒤에는 항상 꽃다발이 꽂힌 화병이 놓여있다.</p> <p>내가 하는 일은 아니지만, 아무튼 꽃다발을 촬영용도로 사용하기에 시들지 않게 항상 물에 담가놓는다.</p> <p><br></p> <p>한창 일을 하고 있는데, 회사 막내분이 내 뒷자리로 와서 </p> <p>뭔가 꼼지락하더니 꽃다발과 화병을 가져갔다.</p> <p><br></p> <p>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일에 다시 집중하는 찰나,</p> <p>갑자기 어디선가 똥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p> <p>정말 말도 안되는 냄새였다.</p> <p>예전에도 집에 있을 때, 똥 냄새가 진동을 해서 내다보니 정화조 청소차가 온 적이 있었다.</p> <p>그때 기억에 창밖을 내다봤는데, 쌩쌩 달리는 자동차뿐 정화조 청소차는 없었다.</p> <p>게다가 내가 있는 곳은 5층. 혹시 왔다고 한들, 이렇게까지 심한 냄새가 날리도 없었다.</p> <p><br></p> <p>나는 잠시 고민하며 아무일도 없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다른 자리를 슥 둘러봤다.</p> <p>그런데, 이럴수가......!</p> <p>다른 자리에서는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 것이었다.</p> <p><br></p> <p>뭐지....?</p> <p>불길한 기분으로 다시 내 자리로 돌아온 순간. </p> <p>다시 미친듯이 나는 똥 냄새...</p> <p><br></p> <p>이 냄새의 근원지가 내 자리라니.</p> <p>혹시 아까 점심 먹으러 갔다가 똥을 밟고 왔나해서 신발 밑창 냄새를 맡아봐도</p> <p>똥은 커녕 방귀냄새도 나지 않았다.</p> <p><br></p> <p>설마, 좀 전에 막내분이 와서 똥을 뿌리고 갔나 하는 생각에</p> <p>주위를 둘러봐도 잔뜩 쌓여있는 책과 먼지뿐.</p> <p>똥 비슷한 색깔의 어떤 형체도 보이지 않았다.</p> <p><br></p> <p>그래.</p> <p>남은 것은 단 하나다.</p> <p>나도 모르는 사이 내가 팬티에 똥을 쌌구나!!</p> <p>요근래 미친듯이 일만하더니 드디어 미쳤구나!!</p> <p>괄약근이 가출했나보다!!</p> <p><br></p> <p>오만가지 생각을 하며 슬며시 화장실로 들어갔다.</p> <p><br></p> <p>그리고, 정말 처참하고 처절하지만 나는 조용히 팬티를 내리고 똥의 정체를 확인하기로 했다.</p> <p><br></p> <p>정말 수치스러운 순간이었다.</p> <p>내가 내 괄약근을 믿지 못해 팬티를 내리다니.</p> <p>눈물이 앞을 가렸다.</p> <p>만약 내린 순간, 정 중앙이나 엉덩이 언저리에 갈색 덩어리라도 있다면</p> <p>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하나.</p> <p>아니, 그보다 집에는 어떻게 가야하나.</p> <p>아니, 당장 사무실에 다시 어떻게 들어가나.</p> <p><br></p> <p>다시 오만가지 생각을 하며 눈을 질끈 감고 팬티를 내렸다.</p> <p>서프라이즈 파티가 일어나지 않길 바라며 살며시 눈을 떴다.</p> <p><br></p> <p>오, 하나님! 핸썸한 부처님! 감사합니다.</p> <p>나는 순백의 팬티를 확인하자마자 하늘과 땅과 온 우주만물에 감사인사를 올렸다.</p> <p>어쩌면 당연히 없었어야 할 덩어리가 없는 것인데. 이리도 기쁘다니.</p> <p>치욕스러우면서도 기뻤다.</p> <p><br></p> <p>나는 발걸음도 위풍당당하게 다시 당당하게 자리로 돌아왔다.</p> <p>하지만 냄새는 여전했다.</p> <p>이걸 어째야하나 난감해하고 있는데, 멀리서 막내분이 다가온다.</p> <p><br></p> <p>오, 오, 오지마. 제발!</p> <p>속으로 아무리 되뇌어봐도 막내분은 여고괴담의 여고생 귀신처럼 성큼성큼 내자리로 다가왔다.</p> <p><br></p> <p>그리고 내게 건넨말.</p> <p>"여기 아직도 냄새나죠?"</p> <p><br></p> <p>"아...네? 네. 그.그렇네요. 무슨 냄새일~까~~~요?"</p> <p><br></p> <p>아무렇지 않은듯 보였겠지만 내 입술을 파르르 떨렸다.</p> <p><br></p> <p>그리고</p> <p>이윽고 돌아오는 대답에 나는 안도의 숨을 내쉬며 다시 평온해졌다.</p> <p><br></p> <p>"꽃을 너무 오래 꽂아놔서 물이 썪었나봐요. 치운다고 치웠는데, 아직도 냄새나네요. 죄송해요ㅠ ㅠ"</p> <p><br></p> <p>하.</p> <p>그랬다.</p> <p>내 똥이 아니었던 것이다!</p> <p>일어나서 만세 삼창이라도 부르고 싶은 심정이었다.</p> <p><br></p> <p>"이 똥 냄새는 내 똥내가 아니다!!!"</p> <p><br></p> <p>속으로 똥내삼창을 부르며 나는 다시 일에 집중할 수 있었다.</p> <p><br></p> <p>나는 이번 일을 계기로 사람이 사람을 믿지 못하는게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깨달았다.</p> <p>또한 내 자신에 믿음이 부족한 나의 대뇌와 마음을 꾸짖으며,</p> <p>다음번에 다시 똥냄새가 난다고해도 절대 팬티를 내려보지 않을 것임을 굳게 다짐했다.</p> <div class="autosourcing-stub-extra"></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