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사람마다 꿈꾸는 이상형이 있기 마련이다.</div> <div><br></div> <div>초등학교 6학년 일기장에 쓴 나의 이상형은 매우 비현실적이었다.</div> <div><br></div> <div>재산은 노태우+전두환 비자금 정도,</div> <div>몸매는 미스터코리아 1등,</div> <div>얼굴은 장동건과 흡사해야하며</div> <div>키는 184cm에 몸무게는 70kg이었다.</div> <div>성격은 다정다감하고 불의를 참지 않는 정의로운 남자이며</div> <div>발사이즈는 270mm를 선호했다.</div> <div><br></div> <div>어릴때 일기장을 펼쳐보다 이상형에 관한 일기를 읽다보니</div> <div>'파친년'이란 소리가 절로 나왔다.</div> <div>('미'친년이라고 하면 오유 필터링에 걸려 부득이하게 자체 심의를 거쳤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다른건 차치하고서라도 재산이 노태우+전두환 비자금 정도라니...</div> <div>어린시절부터 속물이었던 것을 부정할 수 없었다.</div> <div><br></div> <div>하지만 시간이 흐른 후</div> <div>세상의 섭리를 알게 됐을 즈음...</div> <div>마침내 나를 완벽하게 매료시킨 한 남자를 접하게 됐다.</div> <div><br></div> <div>바로 짱구.</div> <div>울라울라 엉덩이 춤을 추는 그의 뒤태는 섹시했고,</div> <div>흰둥이에 대한 자상함은 욘사마보다 달콤했으며,</div> <div>청춘은 반항의 심볼이라는 제임스딘의 말마따나</div> <div>반항끼 어린 모습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div> <div>게다가 시선을 압도하는 짙은 눈썹과</div> <div>보고있으며 미소 지어지는 귀여운 볼살.</div> <div>지나가는 여자들마다 침을 흘리며 수준급 유머를 던지는 노련함까지.</div> <div>여자라면 한번쯤 반할만한 남자임이 분명했다.</div> <div><br></div> <div>오랜시간 짱구는 내 이상형의 타이틀을 굳건히 지켜나갔다.</div> <div><br></div> <div>하지만 여자의 마음은 갈대라고 했던가.</div> <div>어느 정도 연애를 경험한 후에 짱구 또한 비현실적인 이상형임을 깨달았다.</div> <div>짱구와 사랑을 하면 아청법에 걸리기 때문이었다.</div> <div><br></div> <div>사실 그런것쯤은 사랑으로 극복할수도 있지만,</div> <div>수갑을 차기엔 내 손목이 넘나 굵은 것이기에 포기하기로 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한동안 현실의 벽에 부딪혀 실의에 빠져있을때였다.</div> <div>얼어붙은 내 마음을 후려친 한 남자...</div> <div><br></div> <div>그의 이름은 빈센트 반 고흐였다.</div> <div>광끼라고 치부될만큼 자신의 일에 대한 애착과 자부심에 섹시함을 느낀 나는</div> <div>사막 속 오아시스를 만난 듯 설렜다.</div> <div><br></div> <div>다시 내 마음에 뜨거운 여름이 찾아온 것이다.</div> <div><br></div> <div>고흐가 처음 사랑했던 여인은 그의 사촌여동생이었다.</div> <div>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근친은 허락되지 않을 뿐더러</div> <div>교회 집안이었던 주변 환경에서 그 사랑은 한낱 휴지조각일뿐이었다.</div> <div><br></div> <div>그렇게 아픈 첫사랑을 뒤로 하고 만난 두번째 여인은 </div> <div>고흐 작품의 모델이 되어준 시엔.</div> <div>매춘부였던 그녀는 알콜중독에 지독한 성병까지 앓았던 여자다.</div> <div>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흐는 그녀를 마음 속 깊이 아꼈다.</div> <div>고흐의 동생 테오는 그런 그의 사랑을 뜯어말렸고,</div> <div>결국 고흐는 시엔마저 보내줘야했다.</div> <div><br></div> <div>테오는 고흐의 친동생이자 가장 믿을만한 조력자였음은 분명하지만,</div> <div>내겐 조태오같은 놈이기도 하다.</div> <div>평생을 외롭게 살아온 고흐의 사랑을 인정해주지 않다니.</div> <div>지는 부인이랑 사랑사랑해서 애까지 낳았으면서. </div> <div>형은 조카가 태어나서 그림까지 그려줬는데.</div> <div>망할놈...</div> <div><br></div> <div>하지만 내가 고흐 동생이었더라도 </div> <div>세상물정 모르고 땡전한푼 없이 그림에만 미쳐살던 형아가 </div> <div>가진 것도 없고, 몸파는 일을 하는 여자를 사랑한다고 하면 뜯어말렸을테지.</div> <div>역시 나는 속물이 분명하다.</div> <div><br></div> <div>연애고자 고흐에게도 무조건 적인 사랑을 퍼부어주던 여자가 있었다.</div> <div>마르호트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다.</div> <div>열살 연상의 그녀는 연상답게 고흐의 모든 것을 품었다.</div> <div>잘은 모르지만 같은 여자로서 생각해보건데</div> <div>그림에 대한 그의 처절한 광끼가 그녀를 매료시켰을 거라 짐작한다.</div> <div><br></div> <div>하지만 고흐는 그녀의 모든 것을 감당할 만큼 마르호트를 사랑하지 않았다.</div> <div>아니 어쩌면 처음부터 사랑이 아니었는지도 모른다.</div> <div>마르호트 언니에게는 미안하지만 </div> <div>솔직히 말하면 고흐는 그녀를 좋아하긴 했어도 사랑하진 않은 것 같다.</div> <div><br></div> <div>마르호트를 끝으로 고흐의 사랑도 끝났고</div> <div>고흐의 삶도 얼마 지나지 않아 끝나버렸다.</div> <div><br></div> <div>사실 남의 연애얘기를 3자가 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지만,</div> <div>내 이상형이 이러저러한 과거를 가졌다 정도는 말하고 싶었다.</div> <div>게다가(지금은) 나는 내 남자의 과거따위는 신경쓰지 않는 쿨한 여자이기에</div> <div>이런 아픔 또한 어루만져줄 수 있다.</div> <div><br></div> <div>그렇게 나는 고흐를 사랑하게 됐고,</div> <div>그의 흔적을 찾아다니는 것을 즐겼다.</div> <div><br></div> <div>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더이상 변하지 않을 것만 같았던 </div> <div>고흐에 대한 불타오르는 사랑도 현실의 벽 앞에 무너지고 말았다.</div> <div><br></div> <div><br></div> <div>내가 바라는 이상적인 연애 장면 중 하나는</div> <div>한적한 공원 벤치에 앉아 이어폰을 나눠끼고 느린 노래를 듣는 것이었다.</div> <div>하지만 고흐는 귀가 없었고 그렇게 나의 세번째 사랑도 신기루처럼 없어져버렸다.</div> <div><br></div> <div class="autosourcing-stub-extra"></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