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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humorstory_443497
    작성자 : 종이상자
    추천 : 1
    조회수 : 845
    IP : 121.151.***.158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6/01/17 23:39:28
    http://todayhumor.com/?humorstory_443497 모바일
    경주- 어느 봄날의 기억

     



     2년 전 서울에서의 생활을 뒤로 하고 경주에 오게 된 이유는 기억 때문이었다.


    나는지난 몇년간의 기억을 잃어버렸고 느닷없이 찾아온 기억장애는 나를 몹시 혼란한 곳으로 이끌고 있었다

    기억은 불안정했고 나는 그 기억 앞에서 점점 초라해져 가는 자신을 발견했던 것이다. 불과 몇 달 전 전의 일 조차 제대로 기억할 수

     없었다.조금만 기억을 거슬러 올라 가다보면 멈춰 서야 했고 웅크린 체 절벽과 맞닥뜨린 기분이 드는 것이다.

    나는 좌절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쏟았고 그럴수록 점점 사나워져 가고 있었다

     

     기억 할 수 없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회사를 떠나는 것이었다. 의사는 뇌에 이상이 없다는 것과 부분적으로 특정기간의 기억을 

     상실해 버린 것으로 보아 해리성 장애라는 말을 했다. 그리고 안정이 중요하다는 말을 덧붙였다.


     경주에 온 후 나는 주변의 작은 포도농장이나 버섯농장에서 가끔씩 일을 했다. 경주에 여행사를 하는 후배회사에 관광가이드로

     있으면서 어느 정도의 생활비를 마련할 수 있었다.시골생활은 어느 정도의 안정을 주고 있었다. 서울에서 직장 생활할 때와는

     많은 차이가 나는 수입이었지만 돈이란 만족할 줄 아는 만큼 쓰임도 달라지게 되어 있었다.


    -

     그 날은 봄날이었다.


    나는 경주의 첨성대 주위를 산책하고 있었다.


    혹시 나혀끄(나혁)씨 라는 분 아니신가요?

     

    누군가 나의 이름을 불렀다. 뒤를 돌아보자 등에 가방을 멘 그녀가 보였다. 나는 정체 모를 그녀 앞에서 머뭇거렸다. 그녀의 발음은 일본인처럼 보이기도 했다.

     

    저기 고자상(고자씨) 알아요?!”

     

    그녀가 웃었다. 다행스럽게도 그녀의 말에 내 기억의 희미한 불이 밝아졌다. 그녀의 덧니가 익숙하게 느껴진다는 생각을 하며 내가 웃었다.

     

    아 네.. 반가워요내가 고개를 살짝 숙이며 아는 체를 하자 그녀가 연신 고개를 숙이며 하이 하이 반가~워요 하지메 마시떼를 남발했다.

     

    고자상은 아무런 장애 없이 잘 있나요? “

     

    내 말에 그녀가 또다시 덧니를 보이며 웃었다. 그녀는 1년 전 내가 가이드 한 단체 일본관광객으로 만났다

    그리고 그들 30대 초반 무리들 중 한 여자의 일본이름이 고자였다. 난 가이드 하는 12일 내내 그 고자라는

     여자의 이름을 자주 불렀었고 웃음을 참았던 기억이 있었다. 나중에 고자라는 단어가 한국에서 가지는 의미를 설명 했을 때

     다들 한바탕 웃었던 기억이 있었다.

    미안 하군요 이름이 뭐였더라... ”

     

    이 아이 같은 덧니를 가진 여자의 이름은 도저히 기억해 낼 수가 없었다.

     

    하시코!!”

     

    ... 하시코 하하하

     

    하시코는 그 가이드 기간 내내 날 따라 다니며 호기심만 가득한 아이처럼 질문을 했던 기억이 났다

    나는 그녀의 끊임없는 질문에 유적지를 돌때마다 딴청을 부리며 그녀와 거리를 두려고 했다. 그럴 때마다 그녀는 

    호기심을 풀지 않으면 일본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처럼 내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녀의 덧니는 그때도 독특해 보였다.

    그녀와 난 햇살이 적당히 비치는 첨성대를 지나 석빙고로 향하는 길을 함께 걸었다

    두 개의 페달이 달린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연인들, 각가지의 색을 지닌 모자를 쓴 체 천천히 걸어가는 

    관광객들의 무리들을 지나 우린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벚꽃들이 너무 좋아요.”

     

    이 맘 때가 되면 언제나 이곳은 벚꽃들이 만발하죠. 일본에서는 더 유명하겠지만요.”

     

    그녀는 사쿠라(벚나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는데 꽤 한국말을 많이 배운 듯 했다

    그녀는 무릎아래까지 내려오는 회색의 긴 반바지와 개나리꽃을 연상시키는 티를 입고 있었다

    등 가방을 메고 있어서 인지 초등학생의 모습이 연상되기도 했으며 동안의 얼굴에 비해 생각보다 키가 컸다.

     

    한국말을 잘 하는 군요

     

    당연하죠. 늘 한국어 공부를 했고 1년간이나 살았는데

     

    내말에 그녀가 말했다.

     

    그래요? 그럼 그때 경주에 오고 난후 다시 한국에서 살았단 말인가요?

     

    그런 셈 이죠

     

    그녀는 덧니를 내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 1년간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궁금하군요.”

     

    그녀의 옆모습이 난해하게 느껴졌다. 난 천천히 그녀의 걸음을 맞추려 애썼다.

    결혼...했어요.”

     

    그렇군요. 역시 한국 남자랑?”이라고 묻자 그녀는 하고 가볍게 얘기했다.

     

    혼자 온 건가요?” 내말에 그녀는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고 고개만 살짝 끄덕였다. 그녀는 한동안 아무런 말없이 걸음을 걸었다.

     

    서억~빙고

     

    그녀가 석빙고 이맛돌에 쓰진 한문을 읽었다.

     

    한 여름에 여기에 얼음을 놓아두면 과연 녹지 않을까요?”

     

    그녀가 석빙고 내부를 보며 내게 말했다. 그녀의 한국어 말투가 국어책을 읽는 초등학생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녹기야 하겠죠. 하지만 한 여름에 얼음을 먹었다는 기록이 있죠. 얼음이 녹으면 바닥 밑으로 해서 물이 빠져 나가게 되어있어요. 문을 열었을 때 들어가는 더운 공기는 바로 위로 올라가서 갇히게 되어있어요 그리곤 더운 공기는 위로 빠져 나가죠.”

    흐음..스고이(대단해)!!”

     

    난 그렇게 겨울철에 얼음을 깨고 엄청난 무게의 얼음을 이곳까지 옮겨야 했던 당시 평민들의 삶에 대해 잠시 말했다. 세계의 유적들은 대부분은 이런 무명의 노역꾼들이 이뤄낸 것이 아닌가하고 말했다.

     

    그랬겠죠. 어디서나 노예는 있으니까.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도 비슷한 말을 한 것 같아요

     

    그런가요?” 웃음이 나왔다.

     

    한 단체의 사람들이 석빙고 앞으로 몰려오자 우린 석빙고 앞에 펼쳐진 넓은 잔디밭으로 걸어갔다. 잔디밭 뒤편으로 푸른 소나무들이 제각각의 모습으로 뻗어있었다. 몇몇 사람들이 앉아서 물을 마시고 있었고 연인들로 보이는 청춘들이 손을 잡고 걸어가고 있었다.

    그녀는 가만히 그들을 보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때 여기 앉아서 수우~건 돌리기를 했었죠?”

     

    내가 그날 이곳에서 잠시 쉬면서 남녀가 섞인 그 자리에서 수건돌리기를 제안했고 그들 모두는 정말 열심히 그 게임에 열중했던 기억이 났다.

     

    네 그래요. 기억력이 좋군요. 하시코는.”

     

    아니에요. 그때의 기억이 좋아서 그런 거겠죠.”

    그녀가 말을 이어갔다.

     

    알아요? 그때 같이 왔던 친구들은 모두 초등학교 친구들이었어요. 처음으로 한국에 왔었는데 우린 조금씩 돈을 모으고 있었어요.

    그리고 같이 오게 된 거예요. 외국의 고대 유적에서 그것도 어릴 적 초등학교 친구들이랑 같이 수건돌리기를 했을 때 

    의아스럽게도 점점 정말 내가 아이가 되어가고 있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그리고 친구들도 모두 그때의 아이들 모습이

     되어 있었고요. 그건 글쎄...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나무와 숲 자연 속에 있는 오랜 유적이 주는 어떤 기운이었는지 모르지만요

    사실 전 일본 나라지역의 시골출신이라 이런 고대 유적에겐 상당히 친숙했었거든요

    하지만 서울을 가본 친구들은 있었지만 이런 한국의 유적지는 처음 이었어요.

    아마도 애들 대부분이 경주가 처음이었고 다들 그런 익숙하지만 낯선 공간에서 우리들은 더 친밀 해졌다고 할 수도 있겠죠

    난 그런 묘한 기분에 빠졌던 것 같아요. 친구들 중 초등학교 때 중 짓궂기로 유명한 애가 있었어요

    근데 그 애는 자라면서 완전히 다른 애로 바뀌었었는데 말하자면 영국신사라는 별명이 새로 붙을 정도로요.

    근데 그날은 이상하게 내가 입은 치마를 들치고는 도망가곤 했어요

    웃기게도 어릴 때의 그 짓궂은 표정을 하면서 말예요.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애들 대부분이 그런 기분을 느꼈다고 하더라고요.”

     

    하시코의 한국어 말은 높낮이가 어색했지만 그때의 그녀가 느꼈던 기분이 무언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녀의 말 하나하나가

     또렷하고 흡입력을 가진 것이어서 어색한 말투 따위는 그렇게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아참 ! 그리고 일본에 다시 돌아갔을 때 어느 날 이상하게도 그때 점심때 나눠준 김밥생각이 났어요. 아주 간절하게요

     

    그렇군요. 그건 내가 아는 식당에서 같이 만들어 본 것이었는데 그때 생각이 나는군요.”

    그래서 한국에서 아이들이 소풍을 가면 기무밥을 먹나 봐요..”

     

    그녀의 말투는 그녀가 웃을 때 드러나는 덧니만큼이나 익숙해졌다.

     

    네 김밥과 사이다 요즘은 완전히 달라지긴 했지만...

    소풍가는 날 전날이 되면 잠도 제대로 못잘 정도였죠. 소풍은 장난감과 놀이 기구로 가득 찬 그런 세계로 

    가는 날과도 비슷하지 않을까요. 하지만 무엇보다 어머니가 아침에 말고 있었던 김밥냄새는 지금도 잊을 수가 없는걸요?”

     

    아 그리고 그때 그 김밥 말이죠. 난 정말 그런 엄마의 기분을 생각하며 식당에서 김밥을 같이 만들어 본거예요.”

     

    내가 말을 이어갔다.

     

    그런가요? 그래서 맛이 있었나 봐요.” 라며 그녀가 웃었다.

     

    그녀가 등에 메고 있던 가방을 풀고 선 무언가를 꺼냈다. 우리는 벤치에 앉았다

     

    기무밥 사세요. 김밥!”

     

    그녀가 손에 김밥이 든 사각 용기를 들고서는 말했다.

     

    정말 소풍하러 온 건 가 봐요?”

    그래요 나 소풍하러 경주에 왔단 말예요.”

     

    맛있군요.” 그녀가 권하는 김밥을 입으로 가져갔다. 도시락에는 밥에 식초를 바른 초밥과 김밥이 묘하게 어울려 보였다.

    그녀는 김밥을 먹으며 나의 나이를 정확하게 맞추었고 내게 아직 미혼 냄새가 난다는 얘기를 하고는 킁킁거리면서 내 옷에 

    냄새를 맡는 시늉을 하기도 했다. 내가 아마도 경주에 집을 짓고 있거나 집을 지었을 것이라는 말을 할 때는 

    나는 그녀에게서 조금 떨어져 앉았다.

     

    정말 대단하군요.”

     

    내가 신기하게 그녀를 쳐다보며 말했다.

     

    석빙고 근처 뒤에 있는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벤치에 앉아 있던 연인은 아직 그 자리에 있었다. 하시코는 어린 아이처럼 김밥을 먹었다.

     

    근데 왜 다시 경주에 온 거죠?”

     

    난 숲 근처의 덩치 큰 소나무를 바라보며 말했다.

     

    설마 김밥 먹으로 온건 아닐 테고 말이죠.”

     

    그녀는 내말에 아무 말 없이 도시락 뚜껑을 덮고선 가방에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벤치에 앉은 연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부탁이 있어요.”

     

    그녀는 불쑥 말했다.

     

    ? 무슨...”

     

    내가 그녀를 보았다. 그녀는 조금 전의 내 시선을 따라 덩치 큰 소나무를 바라보았다. 소나무는 이리저리 움직이는 뱀처럼 치솟아 있었다.

     

    오늘 저의 가이드가 되어 주실 수 있으세요?”

     

    그녀가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네 물론그녀의 말에 나도 모르게 불쑥 대답을 하고 말았는데 금방 후회가 되었다.

    기껏 해봐야 청소를 한다든지 텃밭에 심을 나무나 식물에 관한 책을 본다는 것 외에 할 일은 없다고 생각했지만 하시코라는 

    여자에 대해서 너무나 아는 것이 없어서였다.

    하지만 3월말의 봄 햇살은 너무나 따스하게 내리쬐고 있었다.

     

    혹시 경주에서 하루를 보낼 생각인가요?”

     

    그녀는 라고 대답하면서 웃었다.

     

    도시락으로 김밥을 만들고 한국 남자와 결혼해서 혼자서 한국 여행을 떠나는 일본 여자, 그런 여자의 심정은 어떤 것일까

    난 그녀에 대해 궁금해졌다.

    숙소라도 정했냐고 물었다.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았어요. 준비라고는 아까 먹은 도시락 뿐 인 걸요!”

     

    그녀의 말에 하마터면 내 집에서 하루 지내는 게 어떠냐고 물을 뻔 했다. 그렇다고 해도 그녀는 기꺼이 응할지도 모른다.

    왜 그녀를 집으로 초대 할 마음이 들었는지는 모르지만 이미 나는 그녀가 무슨 음식을 좋아할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신기해요

     

    그녀가 말을 이어갔다.

     

    난 나혁씨와 얘기 했을 때 당신이 오늘 나와 하루를 함께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어요. 당신이 이끄는 대로 가다보면 나에게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 말예요.”

     

    그런가요? 무엇 때문이었을까.”

     

    당신은 좋아 보여요.”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어릴 때부터 저는 직감이 좋았어요. 자주 그런 느낌이 오는 건 아니지만...

    근데 그런 감이 들 때마다 바로 얘기해야 직성이 풀린다고 하나 말을 하지 않으면 참을 수 없게 돼 버렸어요.

    .언젠가 하루는 결혼한 언니 집에 있었는데 외출 중이던 형부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데 무턱대고 형부 모텔 갔다 왔구나 하고

     말해 버렸지 머예요. 그 알 수 없는 냄새나 이미지가 형부를 보고 바로 떠올랐어요.”

     

    저런 하시코 주위의 사람들은 당신을 경계하고 있을 수도 있겠군요.”

     

    최소한 거짓말은 잘 하지 않는 것 같아요. 덕분에 언니는 아직도 형부에게 으르렁거리고 있어요. 서울에서 한 제 결혼식에도 각자 비행기를 타고 왔을 정도예요.”

     

    내말에 하시코가 말했다.

     

    아 그리고 당신한테서는 음식을 잘 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녀가 나를 쳐다보며 웃었다.

     

    그 직감은 맞지 않은 것 같은데...”

     

    내가 말했다

     

    예전 혼자 여행을 갔을 때 식당 음식 때문에 한번 크게 배를 아파본 기억이 있단 말예요

     

    그녀는 걸음을 멈추었다. 나는 그녀를 쳐다봤다.

     

    그리고

     

    그리고?” 그녀의 말에 내가 대꾸했다.

     

    정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녀는 말을 이어갔다. 주위의 유채 밭에서 작은 꽃망울들이 또 다른 봄의 색을 알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 생각에는 외로움도 깔려 있는 것 같아요. 현재의 나에게는

     

    그녀가 자신의 말을 긍정하듯 고개를 한번 끄덕였다.

     

    다들 외롭다고 생각하지요. 나도 여기에 나와 산책하는 것은 습관이기도 하지만 가끔 사람을 보고 싶어서 나온다는 생각을 하기도 해요.”

     

    내가 말했다.

     

    이곳을 거닐면 무엇이든 가지런히 제자리로 놓아 둘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생각이라는 게 어지러워진 책을 책꽂이에 놓는 것처럼 단순하게 아니어서...”

     

    그녀의 말에 그녀가 정리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라고 묻고 싶었다. 하지만 한 사람의 길은 혼자서 그렇게 걸어가야 길이지 않는가! 나는 그녀에게 질문을 던지지 않았다.

     

    난 그럴 땐 그냥 멍하게 있어요. 어떨 땐 사람들이 지나는 곳에 한가로이 앉아 사람들을 보는 거죠.

    예전엔 음악을 듣거나 격하게 운동을 하기도 했죠. 일전에 든 생각이었지만 벤치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어릴 적에는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보다 자전거나 강아지를 보고 20대에는 지나가는 이쁜 여자에게 눈길이 가고 

    30대에는 직장인들이 눈에 들어오고

    40대에는 ......“

     

    “40이 넘으면?

     

    그녀가 날 보며 얘기했다.

     

    거리에 덩그러니 서있는 가로수가 눈에 들어온다고...”

    그녀가 미소를 지었다.

     

    그럼 50대에는?”

     

    그건 나도 잘 모르겠지만 아마 집밖에 잘 나오지 않을 걸요

     

    “‘20대에 계속 머물러 있는 사람들도 많던데요.”

     

    그녀가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말했다.

     

    아 이런 들켰군요. 그래요 난 40을 바라보는 20대랍니다. 가로수 따위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 다구요.”

    내가 한 손을 저으며 말했다. 그녀는 덧니를 드러내며 웃었다.

    우린 근처에 한옥지붕으로 된 카페로 향했다. 그녀는 아메리카노를 나는 에소쁘레쏘를 주문했다.

     

    알아요? 서울에는 정말 커피숍이 많아요. 마치 수천 년 간 못 마셨던 커피를 다 갈아 마실 것처럼 골목 구석구석까지 다 들어차 있단 말예요.”

     

    그녀의 표현이 그녀의 덧니처럼 신선하게 느껴졌다.

    잠시 그녀는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경쾌하고 부드러운 피아노 소리에 고개를 끄덕끄덕 움직였다

    그녀는 아 좋아요라고 말하며 음악 감상에 빠진 소녀처럼 커피를 마셨다.

    카페의 음악이 휴식을 취하고 그 잠깐의 정적이 흐를 때 그녀가 나를 보며 말했다.


    당신의 집이 보고 싶어요.”

     

    출처 내 머리속에 기억중

    이 게시물을 추천한 분들의 목록입니다.
    [1] 2016/01/18 20:26:22  175.223.***.132  직스라드  653012
    푸르딩딩:추천수 3이상 댓글은 배경색이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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