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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humorstory_443447
    작성자 : 리리로로
    추천 : 12
    조회수 : 1567
    IP : 123.111.***.24
    댓글 : 8개
    등록시간 : 2016/01/15 19:14:19
    http://todayhumor.com/?humorstory_443447 모바일
    비운의 천재 아저씨
    옵션
    • 창작글
    <div>동네에 한명쯤은 남들과는 조금 다른 특별한 기인이 있기 마련이다.</div> <div> </div> <div>어릴적 내가 살던 동네에는 여름만 되면 나타나는 한 남자가 있었다.</div> <div>이상하게도 봄이나 가을, 겨울에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사람이다.</div> <div>지금와서 생각하건데 여름 빼고 나머지 계절에는 평범한 모습을 하고 다녀서 눈에 띄지 않았던 것이 아닐까 추측한다.</div> <div> </div> <div>내 나이 10살 즈음.</div> <div>어린 내 눈에 보기에 그 남자는 30대 초중반처럼 보였다.</div> <div>구불구불한 머리카락은 어깨까지 내려왔고, </div> <div>미용실에 사진을 들고가서 '이렇게 파마해주세요'하면</div> <div>"어머 손님 이건 고데기에요."라고 말할법한 자연스런 웨이브였다.</div> <div> </div> <div>바지는 계절에 맞게 늘 반바지 차림이었지만</div> <div>위에는 두꺼운 솜자켓같은 것을 입고 있었다.</div> <div>슬리퍼는 언제 샀는지도 모를만큼 낡아있었고</div> <div>머리 위에는 새빨간 산타크로스 모자를 쓰고 다녔다.</div> <div> </div> <div>그 차림새만으로도 특이했지만</div> <div>그 남자가 더욱 비범해보였던 것은 </div> <div>바로 함께 다니던 거위 한마리 때문이었다.</div> <div>거위 머리 위에도 작은 산타모자가 얹어있었고,</div> <div>그 남자는 매일 어디를 그리 바삐 가는지</div> <div>나무 막대기 하나를 손에 쥐고 거위를 몰며 열심히 어디론가 걸어갔다</div> <div> </div> <div>따라가서 말을 걸어볼까 호기심도 들었으나</div> <div>마땅히 할말이 없었다.</div> <div> </div> <div>머리 어디서 하셨어요? 라고 물어봤자, 이건 고데기에요 라고 대답할게 뻔했고</div> <div>거위가 몇살이냐 물어볼까 고민하다가도</div> <div>아무래도 거위님도 당시 나보다 언니나 오빠인것같아 실례를 범할까 그만뒀다.</div> <div> </div> <div>대신 엄마에게 물었다.</div> <div>"엄마 저 아저씨는 왜 여름에 산타클로스 모자쓰고 다녀?" </div> <div>"글쎄. 집에 모자가 저거 하나인가봐. 저 모자를 좋아하던가?"</div> <div> </div> <div>엄마의 대답은 명쾌했다.</div> <div>그래. 모자가 하나니까 저걸 쓸 수 밖에 없구나.</div> <div>그래. 좋아하는 모자니까 맨날 쓰고 싶을수도 있지.</div> <div>그렇게 생각하니 굉장히 자연스러운 차림이었다.</div> <div> </div> <div>"엄마 근데 저 아저씨는 왜 거위랑 같이다녀?"</div> <div>"글쎄. 거위가 혼자 집에 있으면 심심할까봐?"</div> <div> </div> <div>그랬구나.</div> <div>엄마가 항상 나와 함께 시장을 다니듯 그것도 굉장히 자연스러운 일이었다.</div> <div>그 이후 나는 더이상 그 아저씨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지 않았다.</div> <div>그냥 평범한 사람 중 한명일뿐이었다.</div> <div> </div> <div>그렇게 몇해 여름마다 그 아저씨와 거위는 꾸준히 동네를 돌아다녔고</div> <div>시장에 따라갔다 삼삼오오 모여있는 아줌마들을 통해 들은 얘기로는 원래 천재였는데 공부를 너무 많이해서 조금 이상해진거라 했다.</div> <div> </div> <div>"저 양반이 원래 샤울대 출신아니야~ 공부를 그렇게 잘했대."</div> <div>'맞아요. 나도 들었어. 아이큐가 160이 넘는다고 그러던데?"</div> <div>"그래그래! 근데 너무 공부만 하다가 머리가 좋다좋다못해서 아이큐를 뛰어넘어서 오히려 돌았다던데?"</div> <div> </div> <div>충격적이었다.</div> <div>공부를 너무 많이해도 돌을 수 있구나.</div> <div>갑자기 무서워졌다.</div> <div> </div> <div>나는 집에 달려가 부랴부랴 내 성적표를 꺼냈다.</div> <div>이럴수가.</div> <div>매우잘함이 무려 4개나 됐다.</div> <div>이렇게 가다간 나도 위험해질 것이 뻔했다.</div> <div>그 이후 나는 공부와 이별을 고했다.</div> <div>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div> <div>다행히 성적은 점점 내려갔고, 돌아버릴 위험이 절대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div> <div> </div> <div>자랑할만한 업적으로 중학교 2학년 수학성적은 16점을 기록했다.</div> <div>찍은 것이 아니다.</div> <div>나름 열심히 풀고 난 결과였다.</div> <div> </div> <div>나는 부단한 노력끝에 어렵사리 </div> <div>돌아이가 되어버린 비운의 천재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div> <div>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div> <div>그렇게 난</div> <div>평범한 또라이가 되었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출처 지극히 평범한 나의 두뇌

    www.liliroro.com
    리리로로의 꼬릿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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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16/01/15 20:23:32  121.154.***.94  운디드  325400
    [5] 2016/01/15 21:45:45  221.160.***.244  유연  1008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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