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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humorstory_443440
    작성자 : 리리로로
    추천 : 15
    조회수 : 1829
    IP : 123.111.***.24
    댓글 : 21개
    등록시간 : 2016/01/15 09:59:10
    http://todayhumor.com/?humorstory_443440 모바일
    담배피는 이야기
    옵션
    • 창작글
    <div>10대는 물론 20대 말까지도 담배에 대해 관심이 별로 없었다.</div> <div>그저 담배피는 남자가 멋있다고 생각해서 이상형의 조건 중 하나가 담배피는 남자였을 뿐.</div> <div>그 외엔 나도 담배를 피우고 싶다거나, 담배 냄새가 싫다거나 하는 것 없이 아무 생각이 없었다.</div> <div> </div> <div>그렇다고 담배를 한번도 안피워본건 아니었다.</div> <div>20살때 첫사랑에 실패한 후, 길에서 그 남자아이가 다른 여자랑 지나간 것을 보고</div> <div>그 아이가 피웠던 담배를 사서 불을 붙여본 적은 있었다.</div> <div> </div> <div>하지만 한모금 빨아들이는 순간</div> <div>누군가가 내 목젖을 샌드백삼아 후려치는 듯한 기분을 느꼈고</div> <div>그 길로 눈물을 쏟으며 담배를 꺼버렸다.</div> <div> </div> <div> </div> <div>그러다 몇년이 지나</div> <div>포장마차에서 우동에 소주를 마시는데 옆에서 담배를 피는 남학생 무리들을 보자</div> <div>취기에 갑자기 나도 담배가 피고 싶어졌다.</div> <div> </div> <div>용기를 내어 혀 꼬부라진 목소리로 "담배 한개만 주실 수 있나요?"라 말하며 씩 웃어보이자</div> <div>남학생 일행 중 누군가 담배한개피와 성냥을 던지듯 두고 친구들을 데리고 나가버렸다.</div> <div> </div> <div>왜저래...미인이 말걸어서 떨리나보다. 씩 웃는 순간</div> <div>같이 술마시던 친구가 귀에 대고 속삭였다.</div> <div> </div> <div>"지금 니 상태보니까 어엿비여겨서 줬나보다."</div> <div> </div> <div>"아 내가 예뻐서? 그렇겠지. 후후. 별 수 있겠어. 지들도 남잔데. 후후훗"</div> <div> </div> <div>"아니..세종대왕이 백성을 어엿비여겨서 한글 만들어준 것처럼 널 그렇게 어엿비여겨서 담배주고 간거라고."</div> <div> </div> <div>"뭔소리야.'</div> <div> </div> <div> </div> <div>날 한심하게 바라보던 친구가 내 얼굴에 손거울을 들이대며 말했다.</div> <div> </div> <div>"너 송곳니에 우동국물에 있던 김 꼈어. 그리고 너 눈도 풀렸어. 거울보고 웃어봐."</div> <div> </div> <div> </div> <div>이런씨....</div> <div>문득 대학교 1학년 시절 짝사랑하는 오빠 앞에서 앞니에 상추낀 상태로 웃었다며 날 껴안고 대성통곡하던 친구가 떠올랐다. </div> <div>물론 그 친구만큼 참담한 심정은 아니었지만, 그와 비슷한 창피함을 느끼며 조용히 송곳니에 묻은 김을 혀로 핥아먹었다.</div> <div> </div> <div>우동국물 간이 벤 흐물흐물한 김가루 따위가 이렇게 맛있다니.</div> <div>나는 더욱 슬퍼졌다.</div> <div> </div> <div>촉촉해진 눈빛으로 멍때리며 테이블위에 놓인 성냥을 꺼내들고 담배에 불을 붙였다.</div> <div>그 순간 뭔가 화르륵 타올랐다.</div> <div>그리고 뒤이어 꼬순내가 코끝을 찔렀다.</div> <div> </div> <div>담배 피는 것도 잊은 채 친구에게 물었다.</div> <div>"이야~ 맛있는 냄새난다. 뭔지 우리도 저거 시켜먹자."</div> <div> </div> <div>친구는 대답대신 재빠르게 내 손에서 담배를 빼앗아 바닥에 비벼끄는 동시에</div> <div>한 손으로는 내 이마를 후려쳤다.</div> <div> </div> <div>"아악!! 뭐야."</div> <div> </div> <div>이마를 감싸쥐는 순간 두손에 뭔가 후두두둑 떨어졌다.</div> <div>끊어진 머리카락 뭉탱이였다.</div> <div> </div> <div>"이게 뭐야?"</div> <div> </div> <div>"너는 담배에 불을 붙여야지 머리통에 불을 붙이냐? 앞머리 다탔어. 이마에서 니코틴 나오겠네. 진짜 어엿븐 년...."</div> <div> </div> <div>그때 깨달았다.</div> <div>아, 담배는 나와 맞지 않는구나.</div> <div> </div> <div> </div> <div>그렇게 잊혀졌던 담배 생각이 다시 난건 29살때였다.</div> <div> </div> <div>새해가 됐고, 친구들과 모인자리.</div> <div>어쩌다보니 새해에 뭘 하고 싶네, 목표가 뭐네 하는 대화를 나눌때였다.</div> <div> </div> <div>어울려 다니는 친구들 중 절반 이상이 흡연자였으므로 새해 목표 중 대다수는 금연이었다.</div> <div> </div> <div>그 말을 들으니 갑자기 나도 금연이라는 것이 하고싶어졌다.</div> <div>담배를 끊는 기분은 어떨까.</div> <div>담배를 못끊어서 짜증나는 기분을 나는 평생동안 느껴볼 수 없겠지?</div> <div>금단현상이 진짜 일어나나?</div> <div> </div> <div>단순히 그 짧은 호기심에서부터 비롯된 일이었다.</div> <div> </div> <div> </div> <div>그 길로 나는 편의점에 가서 담배 한갑을 샀고,</div> <div>그후로 커피숍에 글을 쓰거나 책을 읽으러 갈때마다 꼬박꼬박 담배를 챙겨가 의무적으로 피웠다.</div> <div> </div> <div>그리고 5년이 지난 지금...여전히 흡연가로 지내고 있다.</div> <div> </div> <div>어쩌다 알게 된 사람들과 함께 담배를 피우게 될때면 종종 듣는 질문이 있다.</div> <div>"담배는 언제부터 피운거에요?"</div> <div>"29살이요."</div> <div> </div> <div>"히익~?! 아깝다. 그동안 안피우다가 늦게 배우셨네요. 왜 피우게 된건데요?"</div> <div>"금연이란걸 해보고 싶어서요."<br></div> <div>내 대답을 듣고나면'아 그렇구나'라고 대답하면서도 이마에는 '이..뭐....병..'이라는 글씨를 또박또박 쓰곤한다.</div> <div> </div> <div> </div> <div>아직까지는 담배를 끊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div> <div>그다지 많이 피우지도 않을 뿐더러</div> <div>원고를 마감하고 난 후, 피우는 담배 한모금을 포기할 수 없어서이기도 하다.</div> <div> </div> <div>누군가는 후회하지 않느냐 묻기도 하는데,</div> <div>후회는 되지 않는다.</div> <div>혼자서 노는걸 좋아하는 내게 또 다른 작은 취미가 생긴 셈이기 때문이다.</div> <div> </div> <div> </div> <div>어느날 엄마가 물었다.</div> <div>"너 담배피지?"</div> <div><br></div> <div>나와 엄마와는 비밀없이 친구처럼 지내는 사이기에 망설이지 않고 답했다.</div> <div>"응."</div> <div> </div> <div>"언제부터?"</div> <div> </div> <div>"29세부터."</div> <div> </div> <div>"왜?"</div> <div> </div> <div>"금연해볼라고. 흡연을 먼저 해야 금연하잖아. 와하하하하핫!!"</div> <div> </div> <div>엄마가 조용히 혼잣말을 내뱉었다.</div> <div>"내가 또라이를 낳았어....."</div> <div>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으며 적당히만 피라고 말씀하셨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지금은 어쩌다 엄마랑 외출을 할때면 먼저 내게 말을 꺼내신다.</div> <div> </div> <div>"나 요기 앉아서 사탕크러쉬 한판 하고 있을테니까 저~~~~~~쪽 가서 담배하나 피우고 오던지."</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과연 쿨녀 중의 쿨녀였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이 글을 읽을지 모르는 미성년자 학생분들께 전합니다.</div> <div>담배는 나쁩니다.</div> <div>혹시라도 이 글을 보고 나도 금연이란걸 해보고 싶으니 흡연을 해볼까? 하는 생각은 절대 하지마세요.</div> <div>흡연 자체가 안좋기도 하지만 그런 이유로 담배를 피게되면 두고두고 주위 사람들에게 '붕신'이란 놀림을 받습니다.</div> <div>담배는 제게 붕신이란 선물을 줬습니다.</div> <div>언젠가는 금연으로 복수할 것 입니다.</div> <div class="autosourcing-stub-extra"></div>
    출처 손꾸락

    www.liliro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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