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중1때였다.</div> <div>그때는 공부를 하기 위해서가 아닌,</div> <div>공책에 필기하는 고등학생 오빠들의 멋진 팔뚝을 보기위해 </div> <div>시험기간 사람이 몰릴때만 독서실을 애용하곤 했다.</div> <div> </div> <div>내가 다니던 독서실은 남녀가 한 공간에서 공부를 할 수 있는 곳이었는데</div> <div>월정액 이용을 하는 고시생들을 빼고는</div> <div>대부분 하루에 300원씩 요금을 내며 이용하는 곳이었다.</div> <div>수녀님들이 운영하는 곳이었기에 요금이 매우 저렴했고</div> <div>때문에 주변 학교 학생들로 늘 붐볐다.</div> <div> </div> <div>지하에는 매점이 따로 있었는데</div> <div>매점 또한 공부에 지친 영혼들이 당을 보충하는 곳이 아닌</div> <div>연애의 장으로 탈바꿈한지 오래였다.</div> <div> </div> <div>나 역시 멋진 팔뚝을 찾아 헤매는 하이에나처럼</div> <div>매점을 수시로 드나들곤 했는데</div> <div>어느날 매점 한 구석에서 모여 춤 연습을 하는 오빠무리들을 발견했다.</div> <div> </div> <div>그 중 교복바지에 빨간 후드티를 입고 </div> <div>멋드러진 팔뚝으로 윈드밀을 돌던 오빠가 내 마음을 사로잡았고</div> <div>나는 그 모습에 단숨에 사랑에 빠져들고 말았다</div> <div> </div> <div>그날부터 독서실 출근이 시작됐다</div> <div>빨간 후드 오빠가 늘 앉는 자리 근처를 사수하기위해</div> <div>나는 수업이 끝나자마자 미친듯이 뛰어서 독서실로 향했다.</div> <div> </div> <div>그러기를 한달여.</div> <div>점점 나의 마음은 깊어져갔고 급기야 상사병에 시달리며</div> <div>빨간 후드를 입고 지나가는 남학생들만보면</div> <div>파블로프의 개처럼 눈과 다리가 풀리곤 했다.</div> <div> </div> <div>하지만 아무리 독서실을 다녀도</div> <div>빨간 후드 오빠는 나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div> <div> </div> <div>나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div> <div>어떻게 하면 관심을 끌 수 있을까.</div> <div>문제가 무엇일까.</div> <div>몇날며칠을 고심한 끝에 아주 어렵게 문제점을 찾아낼 수 있었다.</div> <div> </div> <div>그것은 바로 나의 원시적인 옷차림과 자연그대로의 순수한 이목구비였던 것이다.</div> <div>뒤늦게 문제를 깨달은 나는 어떻게 하면 빨간 후드 오빠의 눈에 들 수 있을까 고민했다.</div> <div>엄마를 조르고 졸라서 비슷한 빨간 후드를 사입기도 했고</div> <div>쌍꺼풀 수술을 해달라고 어렵게 말을 꺼내려다</div> <div>"쌍..."에서 주저하는 바람에 후드러맞을뻔도 했다.</div> <div>하지만 나는 거기서 포기하지 않고 쌍꺼풀 수술대신 눈썹으로 아령을 들어올리며 눈근육을 키웠다.</div> <div> </div> <div>그래도 역부족이긴 마찬가지였다.</div> <div>빨간 후드 오빠의 눈동자가 예전에 비해서 나를 향하는 횟수가 늘어나긴 했으나</div> <div>동공은 늘 흰자의 맨 오른쪽으로 쏠려있었고</div> <div>그나마 나를 봐주는게 어디냐면 좋아하던 그때</div> <div>저게 바로 째려보는 눈동자의 정석이라며 친절히 알려주던 친구의 눈동자를 찌르기도 했다.</div> <div> </div> <div>그렇게 시름시름 빨간 후드 오빠 앓이를 하는 시간을 길어져만 갔다.</div> <div>그러던 어느날.</div> <div>엄마가 이제는 내가 대소변도 잘 가릴줄 안다고 칭찬하시며 백화점에서 내 옷을 사오셨다.</div> <div> </div> <div>와우.</div> <div> </div> <div>평소 내가 입고싶었던 잘빠진 청바지였다.</div> <div>이것만 입고 나타난다면 빨간 후드 오빠도 헤드스핀을 돌며 내게 돌진할 것만 같았다.</div> <div>그만큼 나는 자신감에 부풀어 있었다.</div> <div> </div> <div>다음날.</div> <div>조금이라도 다리가 길어보이기 위해</div> <div>청바지를 갈비벼까지 끌어올려 입고</div> <div>위에는 짧은 티 하나만을 걸쳐입고 독서실로 향했다.</div> <div> </div> <div>그런데 이게 웬일.</div> <div>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내게로 꽂혔다.</div> <div> </div> <div>후후. 옷이 날개라더니</div> <div>정말 날개가 돋으려는 것인지 어쩐지 자꾸 등이 가려워지는 느낌이었다.</div> <div>자신감을 한아름 끌어안은채 독서실에 도착했다.</div> <div>가방을 대충 던져놓고 둘러보니 빨간 후드 오빠의 자리엔 책이 어지럽게 늘어져있었다.</div> <div>자리에 없는 것으로 보아 매점에서 나를 향한 구애의 헤드스핀을 연습하는 모양이다.</div> <div>나를 한달음에 매점으로 달려갔다.</div> <div> </div> <div>그리고 빨간 후드 오빠가 정면으로 마주쳤다.</div> <div>순간 심장이 멎을뻔했지만</div> <div>오늘은 내가 슈퍼스타, 긴장하지 않은 척 도도하게 매점으로 가서 외쳤다.</div> <div> </div> <div>"달키우유~ 원 팩이요"</div> <div> </div> <div>나의 도도한 모습때문이었을까.</div> <div>빨간 후드 오빠는 좀처럼 내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div> <div>남자들이란...</div> <div> </div> <div>새침하게 딸기우유에 빨대를 꽂아물고 돌아서는 그때였다.</div> <div>매점 구석을 청소하던 수녀님이 나를 불러세웠다.</div> <div> </div> <div>"저기 학생? 잠깐만 나좀 볼래?"</div> <div> </div> <div>수녀님도 나의 아름다움에 취했는지 손에 있는 빗자루까지 떨어트려가며 나에게 눈을 떼지 못했다.</div> <div> </div> <div>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돌아선 그때</div> <div>수녀님이 내 손을 잡아채며 귀에 속삭였다.</div> <div> </div> <div>"지퍼 열렸어. 학생."</div> <div> </div> <div>이런씨.</div> <div> </div> <div>밑을 내려다보니 지퍼가 훤히 열려 정월대보름 둥근 보름달처럼 벌어져있었다.</div> <div>그리고 그 사이로 보이는 나의 빨간 팬티...</div> <div>빨간 후드 오빠와 빨간 색이라도 커플로 하고싶어 남몰래 수줍게 장착한 나의 빨간 팬티였다.</div> <div> </div> <div>등 뒤에서는 빨간 후드 오빠의 비열한 웃음 소리가 들려왔고</div> <div>내 얼굴은 빨간 팬티보다 더욱 붉게 달아올랐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그리고 나는 더이상 그 독서실에 가지 않았다.</div> <div>14살 꼬꼬마의 순수한 첫사랑은 그렇게 빨간 팬티처럼 붉게 타올라 한 줌의 재가 되었다.</div> <div class="autosourcing-stub-extra"> </div> <div class="autosourcing-stub-extra"> </div> <div class="autosourcing-stub-extra"> </div> <div class="autosourcing-stub-extra"> </div> <div class="autosourcing-stub-extra">-----------------------------------------------------------------------------------------------------------------------------</div> <div class="autosourcing-stub-extra"> </div> <div class="autosourcing-stub-extra"> </div> <div class="autosourcing-stub-extra">오래전 글이다.</div> <div class="autosourcing-stub-extra">블로그에 썼던 글을 가끔 복사해서 나르곤 한다.</div> <div class="autosourcing-stub-extra">별 의미도 없고 재미도 없는 글이지만</div> <div class="autosourcing-stub-extra">가끔 지나간 글들을 게재하고 싶을 때가 있다.</div> <div class="autosourcing-stub-extra"> </div> <div class="autosourcing-stub-extra">오늘처럼 바지 지퍼를 열고 노을진 강가를 걷던 날이라던가....................흐흐그흑흐그흐긓그흐긓ㄱ</div> <div class="autosourcing-stub-extra"> </div> <div class="autosourcing-stub-extra">오늘 빤쓰는 검정색이었다.</div> <div class="autosourcing-stub-extra">살색보다 안도감이 드는 것은 무슨 연유일까. </div> <div class="autosourcing-stub-extra"> </div> <div class="autosourcing-stub-extra">그건 어린 시절 울다 웃어봤던 3000만 어른들만 안다는 우리들만의 비밀..! (찡긋)</div> <div class="autosourcing-stub-extra"> </div> <div class="autosourcing-stub-extra"> </div> <div class="autosourcing-stub-extra"> </div> <div class="autosourcing-stub-extra">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