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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humorstory_441635
    작성자 : 리리로로
    추천 : 15
    조회수 : 1592
    IP : 123.111.***.24
    댓글 : 16개
    등록시간 : 2015/10/27 04:18:36
    http://todayhumor.com/?humorstory_441635 모바일
    2002 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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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v>어릴때부터 머리숱이 많았던 나는</div> <div>그나마 긴머리 덕에 여자아이로 인식되곤 했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이제는 기억도 나지 않는 어린 시절</div> <div>엄마가 나와 오빠를 데리고 시장이라도 나서면</div> <div>시장 아주머니들은 삼삼오오 모여</div> <div>"아이고 큰아들이 정말 이쁘네. 인형이야 인형. 근데 둘째 아들은........음......이거 떨이로 가져가지?"</div> <div>"아이고 이양반아 못생긴 남자랑 재혼할걸수도 있지 왜 둘째 아들 기는 죽이고 그래?!!"</div> <div>"둘째 아들은 참 잘생.........잘살겠네!!!"</div> <div>라는 말을 듣곤 하셨다고 했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하지만 나는 점점 크면서 역변을 했고</div> <div>어릴때 어글리 코리안이었던 외모가</div> <div>어썸도털로 변해왔다</div> <div> </div> <div> </div> <div>내가봐도 그랬다</div> <div>나는 놀라운 딸래미였다</div> <div> </div> <div>뭘하든 놀라웠다</div> <div> </div> <div>우유를 먹다먹다 토할정도로 먹은 내 두턱이 몸속으로 파고들어 결국 2등신이 되었을때도</div> <div>누구나 나를 보면 웁쓰? 어썸! 어머나? 에잉!? 염병..을 외칠 정도로 존재감이 탁월했다</div> <div> </div> <div> </div> <div>놀랍다는 말이 외모가 놀랍도록 아름다웠다는 말과는 조금 달랐지만</div> <div>어쨌든 나는 확연한 존재감을 자랑해왔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그렇게 크기를 십수년</div> <div>나는 고등학생이 되었다</div> <div> </div> <div>우리 고등학교는 컷트도, 단발도 허락하지 않는 어깨밑 20cm까지만 허용하는 엄격한 교칙을 갖춘 곳이었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그때부터 나의 반항이 시작됐다</div> <div>반항은 청춘의 심볼이라는 제임스딘 어빠의 말에 따라 나는 교칙을 위반하기 시작했다</div> <div>사실 그것은 반항의 의미는 아니었다</div> <div>단지 주기적으로 미용실에 가서 머리카락의 일정량을 자르는 것이 귀찮을 뿐.</div> <div> </div> <div>그렇게 나는 귀밑 21cm, 귀밑 22cm를 고수하며 불량학생의 길에 들어섰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20살.</div> <div>두발의 억압에서 벗어나서 나는 비로소 진정한 어른이 되었다</div> <div> </div> <div>그때부터였다</div> <div>재수생활을 거치며 귀나치즘이 극에 달았던 나는 일년동안 단 한번도 미용실에 가지 않았다</div> <div>그 결과 내 머리카락은 있지도 않은 허리라인에 닿았고</div> <div>그동안 염색이나 파마를 한번도 하지 않은 덕에 찰랑거리는 생머리 여인의 모습을 갖췄다</div> <div> </div> <div> </div> <div>당시만해도 마른 몸에 자그마한 체구를 가졌었기에 </div> <div>까맣고 긴 생머리를 가진 내 뒷모습을 보면</div> <div>누구나 따라올만했다</div> <div> </div> <div> </div> <div>따라오다 욕을 할지언정 그때 내모습은</div> <div>건축한 개론 수지의 뺨을 천대정도 때릴수 있을 만큼 청순했었...냐?</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여차저차 들어간 재수학원</div> <div>내 존재감은 대단했다</div> <div>매일 교실 맨앞에 앉아 삼단 같은 머리를 허리까지 늘어뜨리며 집중하는 모습이란</div> <div>상상만으로도 쌍코피 터지는 실루엣이었다</div> <div> </div> <div>그때 내 뒷모습만보고 콧구멍에서 대출혈을 맛본 남학생들만 십수명</div> <div>단언하건데 그때 그들은 수능은 뒷전이었다</div> <div>오직 내게 말을 걸기위해 학원을 만남의 장소로 삼았을뿐.</div> <div> </div> <div> </div> <div>그러던 어느날</div> <div>그중 가장 용기있는 남학생이 나를 불러세웠다</div> <div> </div> <div>"저...저기요..."</div> <div> </div> <div>나는 빛나는 머리칼로 내 뺨을 후려치며 고개를 돌렸다</div> <div> </div> <div>"웨염?!!!"</div> <div> </div> <div>그순간 나를 보기위해 몰려있었던 남학생 무리들이 감탄사를 내뱉았다</div> <div> </div> <div>"이런씨................"</div> <div> </div> <div>감동한 모양이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나는 더욱 자신감에 불타올라 머리를 쓸어올리며 되물었다</div> <div> </div> <div>"아 웨염!!!!!!!!!!!!??????????????????????????????????????????????"</div> <div> </div> <div>남학생들은 나의 패기에 더이상 그 어떤말도 하지 못한채 뒤돌아서 담배만 뻑뻑 피워댔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그렇게 시간이 흘렀다</div> <div>그 후 등뒤에서 들려오는 작은 목소리들을 들을 수 있었다</div> <div> </div> <div>"뒷모습은 전지현인데 앞은 황마담이네."</div> <div>"황마담은 마담이기라도 하지.....마당이네. 쓸어주고싶다."</div> <div> </div> <div>실로 애처로운 구애의 현장이었다</div> <div> </div> <div> </div> <div>그러다 결국 그중 가장 눈이 좋지않은 한 남학생과 사귀게 된 계기가 있다</div> <div>2002년 월드컵이었다</div> <div> </div> <div> </div> <div>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이탈리아와의 경기였을거다</div> <div> </div> <div>학원을 땡땡이치고 광화문으로 응원을 갔던 그때</div> <div>학원에 남아 옥상 스크린을 통해 경기를 보던 그 남자아이는 내게 돌이킬 수 없는 문자를 보냈다</div> <div> </div> <div> </div> <div>"오늘 우리나라가 이긴다면 나랑 사귀어 줄래?"</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광화문 한복판에 앉아 생각지도 못한 문자를 받은 나는 멍을 두 번 때릴 수 밖에 없었다</div> <div>멍멍!</div> <div>개소리를 입에 머금으며 한참을 생각했다</div> <div>이녀석. 진심일까?</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그때였다</div> <div>전반이 얼마시작 되지도 않은 시점에서 </div> <div>리환아빠의 날카로운 PK킥에 환호성이 들려왔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순간 내 손꾸락은 "그러시던가"를 완성하고 있었다</div> <div>그러기를 잠시</div> <div>부폰의 선방에 '아...........!!!!!!!!!!!!!!!!!!!!!!!' </div> <div>깊은 탄식이 흘러나왔고</div> <div>나는 순간 답장을 우회했다</div> <div> </div> <div>"너 혹시 성이 '부'가니? 부씨면 부셔버릴라고"</div> <div> </div> <div>그러면서도 부폰의 매력적인 손놀림에</div> <div> </div> <div>"너 혹시 본명이 전화기니? 그렇다면 사랑한다. 영원히."</div> <div> </div> <div>라고 갈팡질팡하며 연애의 온도를 측정하고 있었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하지만 얼마후</div> <div>비에리의 선제골에 나는 침통한 표정을 지으며</div> <div>"비에라이씨"라는 답문을 보내고야 말았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그럼에도 그 아이는 좀처럼 포기할줄 몰랐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기다려봐. 넌 나랑 사귀게 될테니까"</div> <div>라는 허세가득한 문자 뒤로 나는 경기에 집중하는 듯 그 아이에 집중하는 듯 </div> <div>이도저도 아닌 시간을 보내며 누가 이기던 결과에 집중할 수 밖에 없었다</div> <div> </div> <div> </div> <div>경기 중간 모레노 심판의 단호박 판정에</div> <div>순간 흔들리며</div> <div>포마드를 쳐바른 남자를 찾아 거리를 어슬렁 거리기도 했으나</div> <div>결과는 연장전 끝에 2:1 우리나라의 승리로 끝났다</div> <div> </div> <div> </div> <div>이로써 대한민국은 8강에 진출했고</div> <div>나는 그 아이와 연인이 되었다</div> <div> </div> <div> </div> <div>그리고 오랜시간이 흐른 후 듣게 된 그 아이의 고백</div> <div> </div> <div>"이런 씨.........나는 당연히 이탈리아가 이길줄 알았지"</div> <div> </div> <div>그 고백을 들은 그날 나는 홍대의 고주망태로 다시 태어날 수 밖에 없었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그날 우리나라 선제골을 막았지만 결국 마지막 연장전을 막아내지 못한 부폰의 손놀림은</div> <div>쓸데없이 자만심에 가득찬 한국의 20살 청년에게 무시무시한 경고를 주기위함이 아니었을까</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어쨌든</div> <div>2002년 월드컵 이후</div> <div>내 이상형은 스코티피펜, 레지밀러에서</div> <div>이운재로 바뀌었다</div> <div> </div> <div>그 후에 끊임없는 이상형 정권교체를 거듭하며 바뀐</div> <div>지금 내 이상형은</div> <div>봉중근과 최동수, 류현진이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출처 오래도록 자르지 않은 머리카락이 입에 들어와 어푸푸대는 내 입속을 휘젓는 두 손꾸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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