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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humorstory_440635
    작성자 : 리리로로
    추천 : 19
    조회수 : 2494
    IP : 123.111.***.24
    댓글 : 24개
    등록시간 : 2015/09/16 02:23:48
    http://todayhumor.com/?humorstory_440635 모바일
    우리 오빠.
    옵션
    • 창작글
    <div>내겐 두살 터울 오빠가 하나있다</div> <div>어릴때는 '와 나 진짜 내가 이새끼보다 고작 밥을 2년 덜먹었다고 이런 수모를 겪다니. 밥 먹은 양으로 치면 내가 누난데 와 나 진짜 이새끼'를 입에 달고 살았었다</div> <div> </div> <div>그만큼 오빠와 나는 앙숙이었다</div> <div>무엇을 하든 오빠는 나보다 좋은 자리를 선점했고 나보다 좋은 물건을 얻었으며 나보다 좋은 조건으로 자라왔다</div> <div>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div> <div>우리 엄마아빠가 아들만 좋아하는 분들이어서가 아니라</div> <div>그 녀석이 첫자식이었기 때문에 모든 선택은 당연 그 놈이 먼저했기 때문이다</div> <div> </div> <div>중학생때 일이다</div> <div>내 방 구석 깊숙히 자리잡은 먼지 쌓인 앨범을 꺼내보다 충격을 받은 일이 있었다</div> <div>수영장 사진이었는데</div> <div>엄마는 예나 지금이나 메모하는 것을 좋아하셔서</div> <div>사진마다 코멘트를 달고 가끔 부장님 개그를 달아두곤 하셨다</div> <div> </div> <div>그 사진 속에는 오빠새끼가 환한 미소로 엄마를 바라보고 있었고</div> <div>그 옆에 있던 새카맣고 병삼같은 꼬꼬마 남자아이는 알록달록한 수영팬티를 입은 채</div> <div>떨떠름한 표정으로 오빠새끼를 째려보며 머리를 쥐어뜯고 있었다</div> <div> </div> <div>순간, 이생키는 뭐야 내가 오빠를 욕하는 건 참아도 남이 내 오빠를 천대하는 것은 못참지!! </div> <div>라고 흥분하던 찰나 뭔가 느낌이 이상했다</div> <div> </div> <div>오빠랑 엄마 얼굴은 당연히 알겠는데 이 꼬꼬마 사내놈은 누구지?! 하며 의문을 품기도 전에</div> <div>앨범에 새겨진 엄마의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div> <div> </div> <div>"개구쟁이 오빠와 우리공주 송이. 오빠를 왜 째려보고 있니?"</div> <div> </div> <div>나니?</div> <div>나?</div> <div> </div> <div>우리공주 송이까진 좋았다</div> <div>하지만 그 사진 속에는 여성의 얼굴을 한, 아니 여자아이 수영복 차림을 한 생명체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div> <div> </div> <div>그리고 깨달았다</div> <div> </div> <div>'이런~ 씨! 나구만"</div> <div> </div> <div>그 사실을 깨닫자마자 </div> <div>좀전까지 오빠새끼를 째려보던</div> <div> 낯선 꼬꼬마사내아이를 미워했던 나 자신을 자책하는 동시에 위로했다</div> <div>'그래. 누구라도 그랬을거야. 이런 하찮은 오빠같으니.'</div> <div> </div> <div>나중에 알게된 사실인데</div> <div>내가 비키니나 원피스 수영복입기를 너무 답답해해서 오빠 수영복을 입혔다는 것이었다</div> <div>나는 엄마에게 되물었다</div> <div>"아니 그럼 비키니 수영복을 입혔다가 답답해하면 위에 쭈쭈가리개만 풀러주면되지, 왜 오빠수영복을 입혔대?????????????"</div> <div> </div> <div>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엄마는 나오지도 않는 기침을 억지로 쥐어짜며 화장실로 들어가 뿌루우우부우루루뿡뿡 가스를 분출하셨다</div> <div>태어나서 지금까지 들었던 방귀소리중 가장 시원했던 그 소리를 들으며 나는 또 하나를 깨달았다</div> <div>아, 이게 바로 tv에서만 보던 한평생 전전긍긍하던 양엄마가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자 속이 후련해지는 소리구나...!</div> <div> </div> <div>나는 엄마의 방귀소리와 함께 집을 뛰쳐나와 그 길로 곧장 오락실로 달려갔다</div> <div>당시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반항이자 방황이었다</div> <div>분노의 보글보글을 하기를 30여분.</div> <div>마지막 투비컨티뉴가 종료됐을때 나는 모든 것을 체념하고 집으로 돌아갔다</div> <div> </div> <div> </div> <div>오빠와 나는 줄곧 앙숙이었지만 오빠가 고등학교에 올라가고 나서 우리는 급속도로 친해졌다</div> <div>자기도 이제 어른이라며, 모가지를 인디언 추장처럼 삐걱거리며 했던 말이 있다</div> <div>"누가 괴롭히면 오빠한테 얘기해. 그리고 너도 오빠 괴롭히는 사람있으면 니가 혼내주고 흐흐흐"</div> <div> </div> <div>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오빠얼굴에 침을 튀기며 말했다</div> <div>"너다 이새끼야"</div> <div> </div> <div> </div> <div>그말에 오빠는 자기 머리를 쥐어박...긴 개뿔</div> <div>내 머리를 빡 소리나게 내리치며 외쳤다</div> <div>"내 동생을 괴롭히는 나...를 괴롭히는 너년을 처단한다!!"</div> <div> </div> <div>나는 엉엉울며 내가 죽기전에 너새끼를 죽여버릴거라며 되뇌였다</div> <div> </div> <div> </div> <div>하지만 우리 자매 사이가 항상 나쁘기만한것은 아니었다</div> <div> </div> <div>오빠가 춤바람이 들어 대학로로 춤추러 다니던 시절</div> <div>여중출신이었던 내 친구들, 후배들 사이에서는 우리오빠 팬클럽이 생겨났고</div> <div>대학로에 오빠의 길거리 공연이 있을때면 </div> <div>나는 삼삼오오 친구들, 혹은 후배들을 데리고 오빠가 춤추는 모습을 보여주곤 했다</div> <div> </div> <div>별로 친하지 않던 친구들도 우리 오빠새끼가 잘생겼단 소문과</div> <div>어쩌다 학교로 나를 데리러 오는 오빠의 얼굴을 보고,</div> <div>나와 친해지기를 원했었다</div> <div> </div> <div>그렇게 나는 자연스럽게 오빠새끼의 매니저가 되었고</div> <div>준 연예인급이던 오빠는 잘난 외모 덕에 하루에 서너번씩 길거리 캐스팅을 당했다</div> <div> </div> <div>예나 지금이나 가장 알아주는 기획사 오디션에서도 당당히 합격했지만</div> <div>천성이 자유로운 탓에 연예계 생활로 이어지진 않았고</div> <div>그렇게 방랑생활을 즐기던, 잘생긴 등신이었던 우리오빠는 </div> <div>지금은 아기아빠가 되어 평범하고 행복한 등신이 됐다</div> <div> </div> <div> </div> <div>가끔은 죽여버리고 싶지만 그래도 나는 오빠새끼가 엄마 다음으로 좋다 </div> <div> </div> <div> </div> <div>(지금은 그렇다. 센치해지는 새벽이니까. 내일 아침이 되거나 나한테 또 다시 돼지새끼라고 놀리는 날이면 나는 오빠를 세상 그 누구보다 가장 증오하게 되겠지)</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출처 가끔은 귀찮은 오빠새끼지만 그래도 피가 섞인 망할놈이 하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하는 착한 나의 우심방좌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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