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내 마음의 안식처, 내 고향은 홍대이지만</div> <div>그 전에 타지에서 잠깐 살았던 적이 있다</div> <div> </div> <div>엄마의 고향 인천이었다</div> <div>어렴풋한 기억에 아주 어렸을때는 인천 가좌동에 있는 어느 아파트에 살았던 것 같다</div> <div>그때 내가 살던 곳 같은 건물 여자애 이름이 백송이였던가 천송이였던가...</div> <div>한송이였던 나는 어린마음에도 울컥해서 만송이나 억송이로 이름을 바꿔달라고 떼쓰기도 했다</div> <div>그후 엄마친구딸 조송이가 나타나면서 나는 입을 닥쳤다</div> <div> </div> <div>유치원에 들어가기 직전 우리 가족은 홍대로 이사를 했다</div> <div>그때부터 내 어린시절 기억이 또렷하게 기억난다</div> <div>서교동에서도 두어번 이사를 다녔던 것 같다</div> <div> </div> <div>어느 교회에서 운영하는 유치원을 다니다가 당시 동네에 큰 규모로 새로 생긴 유치원을 보내려</div> <div>엄마는 치마를 마구마구 휘둘러 회오리바람을 일으켰다</div> <div> </div> <div>그리하여 나는 당시 어마어마한 금액의 유치원을 갈 수 있었고</div> <div>미술학원도 함께 운영했던 곳이기에 처음으로 그림을 접할 수 있었다</div> <div>소풍이나 수련회때는 김영만 아저씨나 뽀빠이 이상용 아저씨가 나타나서 같이 사진도 찍어주셨다</div> <div> </div> <div>그렇게 앨리트 과정을 밟던 나는 갑자기 다시 인천으로 가게됐다</div> <div>자세히는 모르지만 지금와서 엄마한테 왜 그때 인천으로 이사했냐고 물을만큼 궁금하지도 않지만</div> <div>어쨌든 나는 눈물을 머금고 유치원 중퇴생이라는 오명을 안고 인천시 남구 숭의동으로 이사를 가게됐다</div> <div> </div> <div>7살의 반이 지나가던 시기였던터라 이사 후에는 유치원에 다니지 않았다</div> <div>학교에 입학했기 때문에 그냥 집에서 강아지랑 놀거나 가까운 수봉공원에 올라가 비둘기 밥주는 일이 내 하루일과의 전부였다</div> <div> </div> <div>시간은 금세 흘렀고 나는 숭의초등학교에 입학했다</div> <div>새 옷을 입고 가슴팍에 커다란 이름표를 달고 빨간구두를 신었던게 아직도 선명하다</div> <div>이상하게도 어릴때는 친구들틈에서 인기가 제법 좋았다</div> <div>1학년때 짝꿍이자 내 생애 첫 짝꿍과는 여전히 연락을 하고 지내는데 당시 내가 반에서 젤 예뻤다고 한다</div> <div>물론 내가 술을 사줘서 그런말을 한건 아닐거라 믿는다</div> <div> </div> <div>2학년이 되었고 나는 부반장이 됐다</div> <div>선생님은 부반장이 됐으니 반에 라디오를 사오라고 하셨고</div> <div>엄마는 당시 젤 좋은 큼지막한 라디오를 사주셨다</div> <div>반에는 나말고 남자 부반장이 한명더 있었다</div> <div>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유씨 성을 가진 남자애였다</div> <div>굉장히 까불거리고 촉새같은 스타일이어서 나는 그애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div> <div>나는 어린시절부터 내성적이고 조용한 성격이었기 때문이다</div> <div> </div> <div>그러던 어느날 그 남자 부반장이 날 좋아한다고 대뜸 고백했다</div> <div>나는 정말 창피했고 갑작스런 고백에 그 상황이 싫어서 일부러 고개를 돌려 모른척했다</div> <div>그러자 담임선생님께서는 그 남자아이를 내쪽으로 와락밀어 우리가 껴안을 수 있게 했는데</div> <div>너무 당황스럽기도하고 창피해서 그 자리에서 엉엉 울어버렸던 기억이 난다</div> <div>지금 생각해보면 그 남자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다</div> <div>그때 남자의 품을 처음 알았는데..왜 나는 좀 더 즐기지 못했나</div> <div>어리석은 내 자신을 반성해본다</div> <div> </div> <div>그리고 2학년 2학기</div> <div>나는 다시 홍대로 가야했다</div> <div>그 이유도 아직까지 모른다 그냥 흔히 다들 이사다니듯 다닌거라 생각하고 묻지 않았다</div> <div> </div> <div>전학간 학교는 홍대에 자리한 어느 초등학교</div> <div>같은 반 친구들도 낯설었고 오랜만에 다시 돌아온 동네도 낯설었다</div> <div>당시에는 어린아이들틈에서 서울이 아닌 타지역에서 전학온 것이 굉장히 시골에서 전학온듯 여겨졌기 때문에</div> <div>아이들은 나를 신기해했다</div> <div>그마저도 조금 불편하고 부담스러웠던 기억이난다</div> <div>그러다 짝꿍이 된 남자아이가 있었는데</div> <div>후에 내 유치원 사진첩에서 그 아이와 나란히 찍은 사진이 발견돼 초등학교 내내 베프로 지내기도 했다</div> <div>역시 우리나라는 학연, 지연이 젤 중요하다는 것을 나는 9살때 느끼고 말았던 것이었다</div> <div> </div> <div>그렇게 아는 친구를 만나게 되어</div> <div>유치원중퇴라는 학력컴플렉스를 어느정도 치유하고 잘 지낼 수 있었다</div> <div>당시만해도 유치원졸업과 유치원중퇴는 슬기로운 생활이나 바른생활을 하기에 많은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div> <div> </div> <div>그 후로 지금껏 쭈욱 홍대에서 지냈다</div> <div>홍대안에서도 몇번 이사를 다니긴 했지만 홍대를 벗어나진 않았다</div> <div>홍대 기찻길이 있을때도, 대형 선풍기가 돌아가던 먹자골목이 있을때도, 와우산 뒷편 판자촌이 있던 시절도, </div> <div>지금 국민은행자리는 내가 초등학생이던 20년 전에도 은행이었던 것도 모두 다 기억난다</div> <div> </div> <div>성인이 돼서 처음 술을 마신곳도 홍대였고</div> <div>친구들과 뻗을때까지 술을 퍼마셨던 곳도 홍대였고</div> <div>길거리에 빈대떡을 부쳤던 곳도 홍대였고</div> <div>남자친구가 생겼을때 데이트를 했던 곳도 홍대였고</div> <div>남자친구와 길거리에서 싸웠던 곳도 홍대였고</div> <div>재수생 생활이 끝나던날 축하주를 마신곳도 홍대였으며</div> <div>엄마와 저녁이면 산책했던 곳도 홍대이며</div> <div>대학시절 아르바이트를 했던 곳도 홍대였다</div> <div> </div> <div>33년 인생의 90%를 보낸 이곳을 며칠전 떠나왔다</div> <div>물론 지금 내가 이사한 곳도 홍대와는 그리멀지 않으며</div> <div>오히려 친한친구들이 밀집해있는 곳이기에 생활은 더욱 좋아졌지만</div> <div>오늘같은 새벽 슬리퍼 찍찍 끌고 집앞에 걸어나가 혼자 소주한잔 할곳이 없어졌다는게 정말 아쉽다</div> <div>혼자 술을 즐기는 나는 홍대 언저리에 단골가게가 많아 언제찾아도 부담없이 한잔할 수 있었다</div> <div> </div> <div>이제 그런 아지트도 없고</div> <div>번화가로 나가려면 조금 떨어져있는 곳에 이사를 했기에</div> <div>집을 술집으로 만드리라 결심했다</div> <div>가장 자주 즐기는 맥주부터 쌓아놓고 처음처럼 두어병은 꼭 냉장고에 비치해야하며</div> <div>가끔가다 마시는 보드카나 봄베이진은 작은놈으로다가 쟁여놓고</div> <div>혼자 주접떨때 꺼내마실 싸구려 와인이나 캡틴큐급 위스키도 사다놔야겠다</div> <div>바쁘다</div> <div> </div> <div>술은 내친구</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