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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humorstory_439478
    작성자 : 두근거려요
    추천 : 16
    조회수 : 1643
    IP : 182.219.***.248
    댓글 : 12개
    등록시간 : 2015/08/04 21:57:55
    http://todayhumor.com/?humorstory_439478 모바일
    한 어리바리한 신입과 팀장, 그리고 첫사랑 이야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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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어리바리한 신입과 팀장, 그리고 첫사랑 이야기 (1)

    한 어리바리한 신입과 팀장, 그리고 첫사랑 이야기 (2)




    가장 많은 욕을 먹어가며 피곤에 지쳤던 그 날은
    아마도 가장 설렜던 날이 아니었나 싶다.
    바로 그녀와 처음으로 저녁식사를 하게 된것이다.

    둘이서 같이 퇴근을 하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 뭐 먹을래요?

    - 밖이니까 말 놔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응

    물론 조금은 어색했지만, 전보단 확실히 편해진듯 했다.
    그 날에 같이 먹었던 메뉴도 기억난다.
    샤브샤브를 먹게 됬는데, 꽤 분위기있는 샐러드바 레스토랑이었다.

    - 너는 연애 경험있어?

    그녀는 샤브샤브를 육수에 적시며 물었다.

    - 미안, 나는 사실 모쏠이야.. 후우..

    - 푸하핫ㅋㅋㅋ 뭐가 미안이야 ㅋㅋㅋㅋ


    창피했지만, 나에겐 언제나 허리가 시리다는것을
    미리 알려주고는 싶었다. 하하하 
    (내가 생각해도 조금 바보같다. 아니 많이 한심하다)

    - 사실 이런저런 이야기할 친구가 없었는데 다행이다.
    그녀는 나름 미소를 띄우며 말했다.

    같은 카페에서 알바를 했던 기억이 있어서인지
    우리 둘은 금방 친해졌다.

    그 날 이후로 우리는 언제나 잡담을 터놓을수 있는 사이가 되었다.
    문득 기쁘지만, 나에겐 맘 속 어딘가 불안한 마음 뿐더러
    그녀를 생각할수록 자신감은 구멍뚫린 풍선처럼 줄어들고 있었다.

    1편에서 설명했듯이, 나는 장애인이다.
    물론 정상인처럼 보이겠지만 말이다.
    나에겐 가진게 없는것처럼 느꼈다.
    어쩔수 없는 그 허탈감은 나에게 배드엔딩의 망상을 가져다 주곤 한다.

    하지만 고맙게도 그녀는 그런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왜 귀가 안들리는지, 장애인이라 힘든건 없는지 같은거 말이다.
    물론 그럴순 있겠지만, 나를 배려한 느낌도 들었다.
    그런 기분이 들때 나는 언제나 그녀를 생각하고 있다는걸 깨닫곤 했다.

    우리는 점심시간이나 퇴근할때 카페에 가거나 같이 저녁을 먹곤 했다.

    - 아우, 요새 커피값은 밥값보다 비싼거 같아....

    - 격하게 공감한다. 너랑 다니면서 쓴게 벌써 10만원이 넘어간다.

    - 그래서?

    - 갚아

    - 닥쳐

    그리고 그녀는 나를 때리곤 했다.


    그녀와 두번째 만남이 있고 3개월이 지났다.
    우리 사이는 매우 달라졌다.
    우리는 주말에 만나는 시간이 잦아들기 시작했다.

    가을의 어느 토요일날, 나는 니트와 바지를 입고
    그녀와의 약속에 망상을 떨며 주섬주섬 준비하기 시작했다.

    - 안녕
    그녀는 늘 먼저 나와있었다.

    - 또 늦었네?ㅋㅋㅋㅋㅋㅋ
    - 미안 ㅠㅠㅠㅠㅠ
    - 미안하면 잘 따라와!

    그녀는 항상 먼저 약속을 제안하고
    먼저 나에게 다가왔다.
    왜일까? 하며 자문하기 시작했다.

    - 야 영화 뭐볼래?
    잠시 망상에 빠졌었다.
    그녀는 나에게 오늘 하루는 어떻게 할지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 음..... 도둑들?

    - 닥쳐,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보자

    - 그럴거면 왜 물어봤냐?

    - 닥쳐

    그녀는 닥쳐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곤 했는데
    늘 미소를 띄우며, 말했던거 같다.


    우리는 영화를 봤다. 그 영화는 왠지 잊혀지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는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나는 술에 강하거나 약한건 아니지만
    그녀는 왠지 약해보였다.
    일부로 많이 마시는건가? 싶기도 했다.

    그녀는 가지고 있던 고민들을
    나에게 토하듯 쏟아내기 시작했다.
    업무의 스트레스나, 인간관계라든

    내가 기억하기론, 그녀 혼자 소주 2병, 맥주 1병을 마시게 되었다.
    그녀는 딸꾹질을 하기 시작했지만, 열변을 토하듯 계속 고민을 터놓기 시작했다.
    그녀의 학생시절 이야기, 그녀의 가족이야기 등등
    그녀에 대해 많은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눈물을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몹시 당황했다.
    모태솔로인 나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겠단 말이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하지? 어떡하지? 도대체??

    - 어어어.. 괜찮아? 울지마.. 여기 휴지
    나름대로 내린 결론의 말은 이거였다. 매우 형편없었다. 
    그때 나는 이야기를 들어주는게 최선이라 생각했다.

    큰 눈망울에서 눈물이 나오는것을 처음보고는
    이상할지 모르겠지만 꽤 귀엽다는걸 느꼈다.
    왜냐면 그녀는 늘 강한 이미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나를 더 당황하게 만들었다.
    그녀의 술버릇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 옆에 앉아 나를 기대기 시작했다.

    내 심장은 미칠듯이 뛰기 시작했고
    혹여나 이 심장소리가 그녀에게 들릴까
    노심조차하며 긴장하기 시작했다.

    정말 이제는 어떻게 해야하지? 하며 수많은 자문들이 내 머리를 때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상황은 더 심각해졌다.

    - 저기.. 일어나! 자는거야?..
    그녀는 내 곁에서 잠이 들기 시작한거다.

    하지만 그때에 그녀를 가장 가까이서 바라보게 되었다.
    하얀 피부와 오똑한 코
    갈색비스무리한 색의 머리
    새하얗고 그 흔한 반지 하나 없던 손과
    연한 핑크빛을 띄던 그녀의 입술은 내 심장을 더 고조시키고 있었다.

    잠시 그 순간은, 내 가슴에 아직 남아있다.

    하지만 나에겐 도대체 어떻게 해야하는건지
    안절부절 못하게 만들었다.






    출처 내가 살아온 27년간의 있었던 무채색의 나날의 오렌지같던 이야기.
    두근거려요의 꼬릿말입니다
    문득 길을 걷다, 눈에 남겨진 풍경이 있다.
    문득 찰나를 걷다, 마음에 남겨진 그대가 있다.

    스쳐지나간 풍경처럼
    내 옆을 지나간 꽃내음처럼
    그렇게 기억되었고
    그렇게 향이 났었다.

    그 찰나 속에 기억되었던
    그대는 그 무엇보다도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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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2015/08/04 22:34:14  211.36.***.47  귀성임  566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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