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수 좋은날

집을 나서는데 2년 가깝게 연을 맺은 LG Nexus 4가 말했다.

“띠링- 집에 오는 길에 충전기…충전기 좀 가져다 줘요.”

“충전기?”

“띠링- 집에 있는 충전기들은 전부 맛이 갔어요. 새 충전기가 맛보고 싶어요.”

반짝이는 충전필요알람이 눈에 거슬렸다. 알람을 엄지 손가락을 툭 밀며 말했다.

“아니 이년이 2년이 다 되가면서  무슨 헛소리를 하는게야. 새 충전기를 살 돈이 있으면 중고라도 새폰을 사고 말겠어!”

“띠링- 하지만, 새 충전기가 가지고 싶어요.”

“새로 스크린 갈아준지 얼마나 됐다고 지랄이야 지랄이! 잠이나 자!”

우왁스럽게 전원 버튼을 눌러댔다. 한번 완전방전이 되면 쉽게 깨어나지 안을 폰이 걱정 되는 터였다.

날씨는 꿀꿀했고 기분도 꿀꿀했다. 오랜만에 후배를 만나 맛깔스럽게 담배도 피고 집에 데려와서 밥도 해먹었다. 후배가 말했다.

“충전기? 저 안드로이드 충전기 있어요. 가지실래요?”

후배는 가방에서 반짝 빛나는 블루베리 정품 충저기를 꺼내들었다.

“정말? 정말 가져도 되는 게야?”

나는 날아갈 듯한 기분으로 한손에는 충전기를, 다른 한 손에는 짜장밥을 들고 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전원이꺼져있는 폰에 정성스럽게 충전기를 꽂았다.

새벽이 되자 충전상태가 100%가 되었다. 이, 얼마만에 보는 100%인가! 나의 기분은 날아갈것 같았다. 간만에 베터리가 많이 드는 유트부도 보며 기쁨을 나눴다.

다음날 아침 알람이 울리질 않는 것 같아서 폰을 집어들고 전원 버튼을 눌렀다. 빨간 LED가 눈에 거슬렸다.

“이년아, 서방이 깼는데 왜 알람을 안 울려!”

“…”

“아니 이년이!.”

거친 손으로 전원버튼을 눌러댔다.

“이 눈깔! 이 벌걸 눈깔! 초록이 되라고!!”

몇번이나 충전기를 다시 꼈지만, 전원은 들어오지 않았다.

“왜! 왜 새충전기를 얻어왔는데 충전이 안되니! 왜!!!!”

엉엉

(이 글은 노트북에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