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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humorstory_436051
    작성자 : 병맛이야기꾼
    추천 : 16
    조회수 : 1844
    IP : 183.103.***.202
    댓글 : 237개
    등록시간 : 2015/05/12 22:05:44
    http://todayhumor.com/?humorstory_436051 모바일
    나는 스르륵 자게이다 (부제 : 오유가입경위서)


    1212.jpg



    이쁜 마누라가 있었소.

    누가 먼저랄 거 없이, 그냥 눈 떠보니 어쩌다 같이 살게 된,

    그런 이쁜 마누라 있었소 내게.

     

    근디 살다보니 내가 못난 탓인지,

    뭐든 서로 오고가는 것이 항상 같을수만은 없다는 세상만물이치가

    사람 맘이라고 비껴갈수는 없는것인지,

    뭣때문인지는 모르겠소만,

     

    , 나를 보는 눈빛이 이전같질 않어.

    점심이고 저녁이고 나랏님 수라상처럼 차려주겠다던,

    별이 쏟아지던 환한 웃음 머금던 그 어여쁜 여인은 온데간데 없고,

    손가락걸고 달콤하게 귓가 간질이던 여인은 야속하게도 없고,

     

    무슨 말만 할라치면 자꾸 집밖으로 내쫓는, 자꾸만 입다물게 하는,

    그런 야속한 여인네만 남아있더라고 어느샌가.

     

    수라상이 뭐여,

    밥에 국에 김치에 2이면 만족할것이제,

    뭔 말이 그리 많소,

    돈이라도 좀 내놓으소, 타박을 하는데,

    생각을 해보면 또 맞긴 맞는말인지라 맞는 말이제 끄덕,하고 말았제.

    그래도 나도 꼴에 밸은 달려있다고 그런소리 들으면 섪긴 하더라고.

     

    그래도 괜찮았어 힘든시간 같이 조금만 버텨내면,

    그 어여뻤던 여인이 언젠간 돌아올거라 믿었으니까.

    그렇게 조금씩 여유가 생기고 좋아질거라고 믿었으니까.

     

    내 더 좋아하다보믄 저 사람 내 더 좋아하는 날 올거이고,

    저 사람 내 더 좋아하다보믄 내 좀 덜 좋아하믄 될거이고.

     

    그렇게 엎츠락뒷츠락 살아가는거 아니겠는가, 하는 맘으로다가

    그런 걱정되고 불안한 맘, 별일 아니겠거니, 애써 무시하며, 애써 다독이며,

    그렇게 당신과 하루하루 보냈던 것이여 내가.

     

    여느때처럼 일찍이 일마치고 햇빛 눈부신 현기증에 취해 돌아오던 그 길에,

    이마를 때리고 폭죽마냥 터지는 햇살에 정신 아득허니 집으로 돌아오던 그 길에,

     

    여씨대감댁 앞이 시끌시끌 하더라고.

    뭐 그집 여씨대감님하고 웬 여펜네가 바람을 폈다나

    두 집 살림을 차렸다나 뭐라나

     

    아구 나는 그래도 참 다행일따, 밥 좀 안해주고 인상좀 쓰면 어떠나,

    내 옆에 있어주는디, 그래두 날 속이지는 않을거인디,

     

    멀리서 보니까 시꺼먼 머리채 잡혀서는 이리 휘둘 저리 휘둘,

    누구네 여펜네인지 참 처량하더마.

    에그 참, 안됐다, 혀쯧, 차며 그렇게 집으로 향했는디,

     

     

    근디 말이여.

    집에 와보니 없더라고.

    , 이 사람 없더라고.

    쎄하더라고.

     

     

    이 여펜네 동네 마실이라도 나갔나,

    괜시리 호기롭게 헛기침 헛헛 차며 짚신끌고 나가는디,

     

    동네 길목 사람들 눈빛들이 심상찮어.

    아 왜들 그리 나를 보오 보지마오 왜그러오.

    속속들이,

    눈빛들이,

    나한티,

    박히는디,

     

    , 왠지 모르게 그냥 걷는데 자꾸 눈물이 나대?

    먼일인지도 모르는 눔이 먼일이 일어날줄 아는눔마냥 눈물이 죽 흐르더란 말이여.

    -한 일이여.

     

    왜인지 자꾸만 아득해져가는 정신 부여잡고 여씨대감댁 도착해서는,

    아 동네 잔치라도 났는지 사람들 바글바글한디,

    멀찍이서 목 빼내밀고 보는디,

     

    맞더라고.

     

    이 사람아.

    자네 거기서 뭐하는가.

    왜 그리 흉하게 머리 풀어헤치고있는가.

     

    스르륵 내 눈 감길라는디,

    얼른 정신차리고,

     

    조용히,

    그렇게 그대로,

    그대로 그렇게,

    터벅터벅 집으로

    걸어왔소.


    돌아오며 현기증에 머리가 핑, 도는디

    한낮에 햇살에 얻어맞은때문인가

    지금 당신한티 맘을 얻어맞은때문인가.

     

    해가 지는지 달이 뜨는지도 모르게 멍하니 앉아 기다리고 있자니,

    쩌 먼데서 사람인지 짐승인지 터벅터벅 머리를 산발을 해가지고선 걸어오네.

     

    당신 거서 왜 울고있소?

    내사 눈물 흘리는거야 그렇다 치더라도 당신은 뭐땀시 눈물 떨구고 있는건디.

     

    창피함이오, 미안함이오, 후회요, 부끄러움이요,

    아니면 혹, 억울함이오?

     

    암 말 없더만

    미안하다 사과라도 할 줄 알았더만

     

    됐고, 가씨가문 이을 우리 아들 매락이만 델고 갈라니께

    여씨대감이랑 콩을볶든 팥을볶든 상관일랑 안할라니께

    15을 차려주든 수랏상을 차려주든 관심일랑 안쏟을라니께

     

    허곤, 다 버려두고 우리 매락이만 들쳐업고 그렇게 집을 나오게 된거요.

     

    그렇게 집을 나와 여씨대감댁 옆을 지나는디

    근디 이집은 뭐가 아직도 시끌시끌혀

    이 냥반은 뭐가 그리 억울한지 뭐 그리 할 말이 많은지

     

    억울하다 오해다 나도 피해자다 날조다

     

    아고, 좀 됐소. 그만하소.

    미안하다라고 안할거면 입이라도 닫고 있어야할거 아닌가베.

     

    에그, , 지랄일따 하곤 혀 쯧, 차곤

    그렇게 오씨댁으로 터벅터벅 오게 된거요.

    병맛이야기꾼의 꼬릿말입니다
    좋은글게에 올렸었는데 아무래도 게시판 성격에 맞는 글이 아닌것같아 송구스럽기도하고(이쁘고 아름다운 글들만 쓰시는데 괜히 민망ㅠㅠ)

    굳이 구분을 하자면 병맛 유머글이 맞는것같아 좋은글게글은 삭제하고 외람되지만 약간 손봐서 중복해서 올리게 되네요 죄성합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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