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안녕하세요. 올해 28살 되는 건실한 청년입니다.</div> <div>요즘 대학 새내기들의 신음소리가 여기저기 들려서 글 써 봅니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음.. 제가 07학번 입니다. 07인데 20살 새내기 되자마자 학교를 휴학하고 6년만에 다시 갔습니다. </div> <div>20살이 되면서 사회생활을 시작했기 때문에 솔직히 주변의 권유라던가 부모님, 누님의 설득이 아니였으면 쭉 일을 했을겁니다.</div> <div> </div> <div>다시 말하자면 학번은 07인데 학년은 1학년인.. 좀 웃긴 상황이 된거죠.</div> <div> </div> <div>6년만에 다시 학교로 가기로 마음먹기까지 오래 걸리기도 했고 오랜기간 학교와 동떨어져 있다보니 '학교생활' 이란 단어 자체가 제 뇌엔 없었기 때문에 여기저기 정보수집을 좀 했습죠. '나이 어린 친구들 비위 맞추기' 라던가 '거부감 없이 술을 사주는 방법' 이라든가요.</div> <div> </div> <div>제일 까다롭게 여기고 많은 고심을 했던 부분이 그때 들어오는 새내기들(13학번)이 아니라 기존에 있는 2,3,4학년들이었습니다.</div> <div>학년은 1학년인데 나이도 제일 많고 학번도 제일 높은 제가 MT나 개강파티 등의 행사에 참석하면 그들이 저를 어색할거라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에요.</div> <div> </div> <div>하지만 전 저보다 졸업을 빨리하는 2~4학년들보단 새내기들과 친해지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아니, 그 13학번 친구들이 저에게 먼저 다가와줘서 많이 친해질 수 있었어요. 그러다가 연합 MT라는 곳에 가게 됩니다.</div> <div> </div> <div>연합MT.. 말 그대로 전 학년이 모여 새내기 소개도 받고 인사도 하는 그런 자리죠. 전 절대 안가려고 했습니다. 위에 쓴 그 '선배님'들의 권위를 위해서(?) 말이죠. 하지만 이미 친해진 13학번 아이들이 조른것도 있고 저와 몰려다닌 13학번들에게 이상한 소문(나를 방패막이로 사용한다.. 등의)이 도는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여자처자 가게 됐습니다.</div> <div> </div> <div>분위기는 정말 좋았죠. 13학번들 중에서도 학회 견습을 하는 친구들이 삼겹살도 구워서 대령해주고, 학년대표가 술도 챙겨주고... 미친듯이 부어라 마셔라 했습니다. 연합 MT라서 많은 레크레이션들이 있었는데 포커스는 13학번이었기 때문에 전 스스로 자리를 피해주기도 했구요.</div> <div> </div> <div>그런데.... 자리를 피해주려던 제 의도와는 다르게 윗분(?)들에겐 제가 말 안듣는 새내기(?)로 보였나봅니다.</div> <div>이리저리 훈계를 하더라고요. 몰라서 그럴 수 있다고 여기고 제 상황과 나이, 학번을 말해줬습니다. 화들짝 놀라는 그들의 표정을 보고 있자니 저도 불편하고 그들도 불편하고..ㅠㅠ 이런 상황을 제일 걱정했던 저라서 괜찮다고, 편하게 대하라고 말해주고 밖을 돌아댕기며 담배만 펴댔습니다.</div> <div> </div> <div>얼마 뒤에 레크레이션이 끝나고 정해진 소그룹대로 술을 받아서 부어라 마셔라 했죠.</div> <div>취기가 올라올대로 올라온 전 다른 사고 칠라 방에 가서 자고 있었습니다. </div> <div> </div> <div>그런데.... 정말 제 귀를 의심하게 만드는 사건이 생기게 됩니다...</div> <div> </div> <div> </div> <div>얼마나 잤는지도 모를때쯤, 아침이라고 깨우는 소리가 들립니다. </div> <div>'라면 먹어라!!!!!!!!!!!' 란 소리가요. 술 해장엔 역시 라면인지라 나가서 한사발 들이키고 다시 돌아와 잠을 청하고 있었습니다.</div> <div> </div> <div>잠이 들락 말락 그 오묘한 경계에서 정신을 놓으려 할 즈음...... 다시 한 번</div> <div>'라면 먹어라!!!!!!!!!!' 란 소리가 들립니다. 속으로 '아 새끼들 빨리 좀 나가서 처먹지 좀..' 란 생각과 함께 다시 잠을 청합니다.</div> <div> </div> <div>그런데 또....</div> <div>'라면이 너무 많이 남았다!!! 먹은 애들 또 먹어!!' 란 소리가 들립니다.. 솔직히 짜증 많이 난 상태였고 같은 방에서 자고 있던 13학번 아이들 깨워서 라면 먹으러 가라고 소리지르고 있을때 방문이 벌컥 열립니다...</div> <div> </div> <div>라면을 죽어라 외치던 그분인듯한 느낌에 입 다물고 조용히 처다봤습니다. 저와 눈이 마주친 그분은...</div> <div> </div> <div>그분 - 야 라면 먹었냐?</div> <div>저 - 네 먹었습니다.</div> <div>그분 - 또 먹으면 안돼? 너무 많이 남았어~</div> <div>저 - (약간짜증) 죄송한데 저 라면 먹었구요, 반말은 좀 아닌거 같은데.. 생각보다 저 나이가 많아요.</div> <div>그분 - 아 그래??? 몇 학번인데?? 학교는 학번이야ㅋ</div> <div>저 - 저 학번도 좀 높은데.. 그쪽 몇학번이세요?</div> <div>그분 - 나? 09학번인데??? 너 몇 학번인데?</div> <div>저 - (ㅋ?)...전 07입니다...</div> <div>그분 - 오빠 죄송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div> <div> </div> <div>이런 대화를 했습니다.</div> <div> </div> <div>그 사건 이후론 많은 2~4학년들이 저에게 인사를 해주는 경사로운(?) 일들이 벌어졌구요. 이 얘기가 널리 널리 퍼져 '어디 과에 1학년인데 07학번이 있다.' 란 소문도 돌게 됩니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허 참.. 친구들한테 말할땐 다 빵터졌는데 글로 쓰려니까 안되네요;;; ㅠㅠ </div> <div> </div> <div>결론은 건전한 대학 생활을 합시다!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