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그녀를 처음 알게 된 건 성당에서였습니다.</P> <P> </P> <P>저는 초등학생을 상대로 봉사활동중이었고, 그녀는 중,고등학생을 상대로 봉사활동중이었죠.</P> <P> </P> <P>처음 안면 트고 술자리에서 몇 번 본 후 약간 친해졌습니다.</P> <P> </P> <P>그리고 첫 번째 대결이 시작되었죠.</P> <P> </P> <P>그녀는 82년생이고, 전 88년생입니다. </P> <P> </P> <P>그런데 매일 저에게 '겉늙었다. 내가 더 어리게 보이지 않냐?' 라며 놀려댓습니다.</P> <P> </P> <P>이 상황에서 여자를 나이로 놀렸다가는 성당 생활이 꼬일 것 같아 </P> <P> </P> <P>'어떻게 한방 먹이면 잘 먹였다고 소문이 날까?' 하고 고민중이던 터에 일이 벌어졌습니다.</P> <P> </P> <P>중등부 애들에게 저를 데리고 가더니, </P> <P> </P> <P>'애들아, 누가 더 나이 많아보여?'</P> <P> </P> <P>하고 하는겁니다. 자신이 더 어릴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그런듯했죠.</P> <P> </P> <P>그런데 애들 반응이 대박이었습니다.</P> <P> </P> <P>"(저를 가리키며)선생님은 28살, (그녀를 가리키며)선생님은 36살!"</P> <P> </P> <P>역시 애들은 정확했습니다. 똑같이 겉늙은주제에 누가 누구를...</P> <P> </P> <P>그러자 그녀는 갑자기 제 팔짱을 끼며 이러는겁니다.</P> <P> </P> <P>'헤헤, 오빠~ 왜 그래~??'</P> <P> </P> <P>기회는 왔지요. 이틈에 한 방 날렸습니다.</P> <P> </P> <P>'왜 그래? 동생?' 이라며, 머리에 손을 얹고 [쓰담쓰담] 했습니다.</P> <P> </P> <P>1차전은 저의 승리! 그러나 곧 2차전이 다가오고 있었습니다.</P> <P> </P> <P>그날 그 사건이 분했는지, 그녀가 성당 미사 끝나고 저를 호출했습니다.</P> <P> </P> <P>내용은 [술 한잔 하자.]</P> <P> </P> <P>그래서 '누나가 사는거임?' 이라고 물어보았고, 누나는 '곱창, 닭똥집 맛있는데 아니까 글로 가자.' 하고 답했습니다.</P> <P> </P> <P>그리고... 우리는...</P> <P> </P> <P>1시간만에 소주가 6병이나 올라가 있는 모습을 연출했습니다.</P> <P> </P> <P>마신 양은 동일했지만 저는 헤롱헤롱, 그녀는 '이제 시작인데? 어딜가' 분위기였죠.</P> <P> </P> <P>그리고 1시간이 더 지나서 술자리가 끝났고, 그녀는 거의 쓰러지기 일보 직전의 저를 택시에 같이 탑승,</P> <P> </P> <P>우리 집에서 벨까지 눌러 데려다주었습니다.</P> <P> </P> <P>그러면서 '어머님, 애가 술이 많이 약하네요~' 이러며 술김인지 의도인지 뺨에 뽀뽀 한번해주고 갔답니다.(기억은 안남)</P> <P> </P> <P>문제는 다음날 우리 엄마였죠.</P> <P> </P> <P>'야, 그 여자 누구냐?' 부터 시작해서 '나이차이 많이 나보이잖아! 너 무슨 짓하고 다니는거야!' 로 폭풍 잔소리를 들었습니다.</P> <P> </P> <P>거기다 '아는 누나쯤 되는 사람이 이유없이 부모 앞에서 뽀뽀까지 하냐?' 라는 반박 못할 말까지 들으며 </P> <P> </P> <P>2차전에서는 저의 완벽한 패배를 선언했습니다.</P> <P> </P> <P>2차전의 승리로 의기양양하던 그녀에게 뭘로 또 한방 먹일까 고민하다가 한가지를 찾았습니다.</P> <P> </P> <P>그녀는 앞모습은 평범하지만 옆모습은 너무 예쁩니다. </P> <P> </P> <P>그래서 그녀가 성당 테이블에 앉아 있을때 반대편에 앉아 말했습니다.</P> <P> </P> <P>'고개 좀 옆으로 돌려봐요.'</P> <P> </P> <P>'왜?'</P> <P> </P> <P>'걍 돌려봐요. 더더~ 그래요! 바로 지금! 누난 앞이 아니라 옆에서 봐야 이쁨!'</P> <P> </P> <P>그녀는 고개를 원위치 하며 '이게!' 라고 소리를 지르려 했지만 그렇게 못했습니다.</P> <P> </P> <P>원위치 하는 순간 우리 입술끼리 맞닿았으니까요.</P> <P> </P> <P>3초쯤 정적이 흘렀습니다.</P> <P> </P> <P>서로 부끄러워 자리를 떳고, 그날 오후 9시, 그녀는 저에게 한잔 하자고 하며</P> <P> </P> <P>15층높이 건물에위치한 바로 저를 불렀습니다.</P> <P> </P> <P>바 조명 탓인지, 그날 화장을 좀 더 하고 온 탓인지 그녀는 굉장히 예뻐 보였습니다.</P> <P> </P> <P>마주 앉았을 때, 저에게는 러스트네일을, 그녀는 레인보우를 주문하고 술냄새를 좀 풍기며 저에게 말했습니다.</P> <P> </P> <P>'이제와서 말하는데... 너 꼭 이래야겠어?'</P> <P> </P> <P>'무슨 말이에요?'</P> <P> </P> <P>'야... 여자가 이렇게까지 적극적으로 들이대면 받아줄줄도 알아봐... 나이차이 많은거 알어... 근데 그거 아니? 남자가 여자에게 적극적으로 대시하는거랑 여자가 남자에게 적극적으로 대시하는거 많이 차이나고 더 힘든거...'</P> <P> </P> <P>'아...'</P> <P> </P> <P>'난 그게 싫었어. 지금 너랑 먹기 전에 혼자 소주 나발불고 왔는데, 술 안마시면 이야기 하기 힘든거 같아서 이렇게라도 해 봤어. 남들처럼 자기 좋아해주는 남자만 찾아 연애하고 결혼하는거 싫었다구.'</P> <P> </P> <P>잠시동안 정적이 흘렀고, 그 사이 저와 그녀의 칵테일이 나왔습니다.</P> <P> </P> <P>어색했던 저는 칵테일로 이야기를 돌렸습니다.</P> <P> </P> <P>'모양이 예쁘네요.'</P> <P> </P> <P>'그지? 달콤한 맛과 향때문에 내가 종종 마시는거야. 근데 좀 많이 강해... 한잔 더 하겠어?'</P> <P> </P> <P>'좋아요.'</P> <P> </P> <P>그렇게 조용한 분위기에서 그녀는 저와 같이 마실 칵테일을 2잔 주문했습니다.</P> <P> </P> <P>칵테일 이름은 B-29.</P> <P> </P> <P>실제 존재하는 폭격기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B-29는 속에서 강한 폭발이 일어나는 느낌이 날 정도로 강력한데</P> <P> </P> <P>이는 태평양전쟁 시 네이팜탄과 핵폭격으로 악명을 널리 알린 폭격기였으며</P> <P> </P> <P>제트기의 등장 이후 급속하게 몰락한 폭격기였습니다.</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