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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고1 때 겪었던 일입니다.
그 당시 저희 학교는 야자를 10시까지 했었기 때문에, 저는 늦은 밤에서야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집으로 가는 길은 빙 돌아가는 길과 바로 가는 지름길이 있었는데, 지름길로 가면 빨리 갈 수 있기는 하지만 워낙 구석진 곳에 있고
밤만 되면 음침한 분위기를 풍겼기 때문에 평소에는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빙 돌아가는 길을 택했습니다.
하지만 그날은 다른 날보다 피곤해서(부족한 수면을 보충해주는 일본어가 안 들었었거든요)
평소엔 안 다니던 지름길로 가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무서움을 참고 어두운 길을 걸어가고 있는데,
자꾸 누가 쳐다보는 느낌이 드는 겁니다. 오싹한 느낌이 든 저는 발걸음을 재촉했습니다.
하지만 누가 자꾸 쳐다보는 그 느낌은 떨쳐낼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저는 두려움을 억눌러 가며 시선을 위로 옮겼습니다.
그곳에는 한 사람이 팔을 벽틀에 기댄 채로 저를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뭐야.. 사람이었구나.. 근데 왜 기분 나쁘게 쳐다보고 난리야...'
이렇게 생각한 저는 공포를 완전히 떨쳐 버린 채로 그 사람을 똑같이 쏘아보아 주었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본 그 사람은 뭔가 이상했습니다. 너무 어두워서 잘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 사람의 눈은 사람이라고 말하기엔 너무 이상했습니다. 마치 어둠속에서 빛나는 짐승의 눈 같았습니다.
게다가 그 사람은... 귀가 뾰족한데다가 머리 위에 달려 있었습니다.
'이건 결코 인간이 아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순간, 저는 다리에 힘이 풀리는 것을 느끼며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머리속에서는 온갖 생각이 다 떠올랐지만, 몸은 일 센치도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공포에 떨고 있던 때, 갑자기 그 괴물이 있던 옥상의 바로 밑집의 불이 켜졌습니다.
나는 지금 죽는 한이 있더라도 그것의 진정한 정체는 보고 죽어야겠다는 생각에 힘겹게 시선을 올렸습니다.
거기엔..
거기엔...
하얀 털의 진돗개 한마리가 마치 '밥은 먹고 다니니?' 라는 표정으로 저를 보고 있었습니다..
그 뒤로 저는 그 길에는 다시는 가지 않았습니다.
그 길을 볼때마다 그 쪽팔린 기억이 떠올라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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