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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humorstory_260699
    작성자 : 달무지개
    추천 : 3
    조회수 : 819
    IP : 114.204.***.216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1/11/08 13:30:46
    http://todayhumor.com/?humorstory_260699 모바일
    담배.


    담배는 어릴적 나의 로망이었다. 남자라면 담배를 피워야 했다. 
    길에서 담배를 피는 아저씨와 형들은 너무도 멋졌다.
    그 중에서도 가장 멋진건 아빠였다. 

    아빠가 담배를 들고 베란다로 나가셔서 깊게 담배연기를 마셨다 내뱉는 모습은
    나에겐 남자다움의 상징이었다. 매일 따라다녔다. 우수와 고독에 찬 눈빛. 등 뒷 모습 느껴지는 
    뭔지모를 무거운 무게감. 이 모든것은 담배에 대한 유혹을 느끼게 하기 충분했다.

    내 기억으론 6살?7살쯤이었던거 같다. 
    나는 옆옆집 살던 국민학교다니던 형과 길에 떨어진 장초를 구하기 시작했다.

    얼마나 돌아다녔을까. 급하게 불만 붙였다 던지고 간 듯한 필터에 니코틴하나 안 낀 
    새하얀 장초를 발견하였다.

    형과 나는 동내 미친할아버지가 나타나기 전 얼른 주워 달아나 살던 집 
    지하실로 숨어들어갔다. 신이났다.

    으슥하고 눅눅한 지하실 안, 형은 어디선가 본 것처럼 입에 물고 뻐끔뻐끔 하며 불을 붙였다.
    곧 하얀 연기가 품어져 나왔다. 그 형은 몇모금을 마셔보곤 나에게 건네주었다. 
    담배를 손에 든 나는 잠시 생각했다.

    '어떻게 하는거지?'

    늘 담배를 입에 물고 있는것만 봤지 어떻게 해야할지를 몰랐다. 
    입에 물고만 있으면 연기가 나오는것인줄로만 알았다.

    입에 물고 멍하니 있는 날 보고 형은 "멍청아 왜 못펴!" 하며 자기 입에 물곤 뻐끔뻐끔 시범을 
    보여주었다. 담배를 물고 입으로 숨을 쉬라고했다. 하지만 난 이해를 할 수 없었다. 
    어떻게 담배를 물고 숨을 쉬지? 

    형은 다시 내 입에 담배를 물려주었지만 난 빨아들인다는 생각 자체를 못했다. 
    물고만 있으면 자동으로 되는것인줄 알았다. 형은 멍청아! 하며 담배를 뺏어갔다. 
    남자가 되는길은 멀고도 험했다. 

    담배는 피지 못했지만 난 신이났다. 담배를 입에 물고라도 있었기 때문이다. 
    당장 누구에게라도 실컷 자랑해야했다.

    가장 먼저 생각난 사람은 엄마였다. 지금 생각하면 참 한숨 나온다. 멍청이. 담배필줄 모를만하다. 
    엄마는 다행히도 그리고 불행하게도 집에 있었다. 난 엄마에게 활짝 웃으며 말했다.

    "엄마, 엄마! 나 있잖아, 담배 펴봤다!"

    "어디서?"

    의외로 엄마는 대수롭지 않은 반응이었다.
    난 신이 나서 말했다. 

    "응 길 건너 큰길에서 주워서 펴 봤어! 멋있지?" 

    "어땟어?"

    "음.. 멋있었어!"

    "그래? 그럼 엄마가 새거줄께 주워서 피지말고 아빠꺼 피워봐"

    엄마는 안방에서 아빠의 담배를 꺼내왔다.
    이때 조금 느꼇다. 아..엄마한테 말하면 안되는거였던가?
    마치 접시를 깨먹었는데 엄마가 접시를 또 손에 쥐어주고 방긋 웃으며 '어디 또 깨뜨려봐' 하는거 같았다.

     

    그 생각도 잠시. 엄마는 담배에 불을 붙여 내 입에 물려주었다.

    "펴봐"

    난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다. 피우는방법도 몰랐고 피워도 되는건지 아닌건지 몰랐다.
    내적갈등속에 빠져있을 때 엄마는 말했다

    "왜 안피워? 피워봐 멋있게~"

    엄마는 심지어 웃으면서 이야길 했다.  그제서야 난 '아..엄마한테 자랑하면 안되는거였구나' 
    생각이 들었다. 이 상황에서 벗어나야 했다.

    "엄마 나 근데 필 줄 몰라"

    "그래? 그럼 엄마가 알려줄께 한번 펴봐"

    "나 정말 몰라"

    "쉬워, 해봐 들이마시면 되"

    이미 이건 옆옆집 형이 해준 설명이었다. 그리고 포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엄마는 포기하지 않았다.역시 엄마는 엄마였다.

    "막대사탕 먹듯이, 쮸쮸바 먹듯이 하면 되 해봐"

    아! 깨우침의 순간이었다. 이렇게 쉬운 것을!! 왜 몰랐을까! 
    난 조금 전 내적갈등조차 잊어버린채 힘차게 쭈쭈바 바닥에남은 단물 빨아먹듯 담배를 빨아마셨다. 



    쿠럴쿠렄뤄커거걱거커쿠겈구쿽ㅋ거쿠거ㅜ커거거컥ㄱ켁케게켁



    니코틴은 7세 소년 기관지에 허용될정도로 자비롭지 않았다.
    얼굴이 노래지고 기침을하며 당장이라도 바닥을 구를듯한 나에게 엄마는 물한잔을 건네주며 말했다

    "아직도 멋있어?"

    "아..아니요콜록콜록콜록"

    엄마는 빙그레 웃었다.

    "또 필꺼야?"

    "콜록콜록록콜록 아니요"

    이젠 눈물마저 질질 흐르는 내 얼굴을 바라보며 엄마는 마지막으로 물었다

    "자 이제 누구랑 폈는지 말해야지?"

    엄마손엔 담배 한개피가 더 들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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