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내 친구 아버지는 친구의 얘기로 들어보면 사회생활을 참 못하시는 것 같다.</p> <p>소위 안해도 되는 말을 굳이 한다고나 할까?</p> <p>아니면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그런 말을 한다고나 할까?</p> <p>암튼 좀 그런 면이 있으신 분이다.</p> <p> </p> <p>친구가 대학에 붙었을 때였다. 친구 아버지는 회사의 다른 사람이 저녁을 쏜다고 해서 자리에 갔다</p> <p>사람들은 그 사람이 쏘는 저녁을 맛있게 먹었다. 지글지글 익어가는 소고기, 청량하고 시원한 맥주가 한 순배 돌자</p> <p>사람들은 무슨 좋은 일이 있냐며 사람들을 부른 그 사람에게 물어보았다.</p> <p> </p> <p>"무슨 좋은 일 있어?</p> <p> </p> <p>"응, 그게 말이야. 이번에 우리 아들이 K대에 붙었지 뭐애"</p> <p> </p> <p>"우아, 자네 자식. 공부 잘 했나보네, 거기 들어가기가 쉬운게 아닌데 말이야."</p> <p> </p> <p>"그러게. 학원도 몇 개 보내지 않았는데도 공부를 잘했는지, 한번에 떡하니 붙더라구."</p> <p> </p> <p>"축하하네, 그려. 이제 한시름 놓았겠네"</p> <p> </p> <p>"이건 그 녀석이 열심히 한 덕분이지 뭐, 내가 한게 있나 뭐"</p> <p> </p> <p>그렇게 덕담과 술잔을 부딪히며 몇 순배 잔이 돌았다.</p> <p> </p> <p>그러자 자리를 주회한 그 사람은 친구 아버지에게 물었다.</p> <p> </p> <p>"자네 아들도 고삼이었지. 이번에 대학 어디에 갔나?"</p> <p> </p> <p>그러자 친구 아버지는 무언가 자랑스러운듯이 이렇게 말했다.</p> <p> </p> <p>"응, 우리 아들도 K대 붙었어. 게다가 장학생이 되었더라구. 그래서 입학하는데 등록금이 겨우 40만원밖에 안든다네, 그려"</p> <p> </p> <p>"어, 축하하네"</p> <p> </p> <p>장내 분위기는 뭔가 묘한 분위기가 흘렀다. 친구가 똑같은 K대 붙었다고 해서 사람들을 모은 사람의 자식이 대학에 떨어진다던가, 다른 곳에 붙는 것도 아니다. 친구가 장학금을 받는다고 해서 그 사람 아들의 등록금이 치솟는 것도 아니다. 그러너 친구 아버지는 그런 말을 안했어야 한다. 그 자리는 저녁을 쏘기로 한 사람이 K대에 붙었음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자리가 아니었던가.</p> <p> </p> <p>만약 친구 아버지가 눈치가 빠른 사람이었다던가, 아니면 사회성이 뛰어난 사람이었다면 그런 식으로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p> <p>아마도 눈치가 빠르거나 사회성이 뛰어난 사람이었다면 '어, 그냥 집 근처 대학에 붙었어. 녀석 실력대로 대학 간거지 뭐' 정도로 말하며 자신의 아들이 K대학에 붙었다는 사실을 숨겼을 것이다. 특히나 자신의 아들이 장학금을 받았다는 사실은 더더욱 숨겼을 것이다.</p> <p> </p> <p>그 자리는 분명 대학에 붙은 아들을 둔 사람이 저녁을 쏘는 자리였다. 그 자리에서 해도 될 말이 있고, 안해도 될 말이 있는 것이다.</p> <p>그런데도 친구 아버지는 그 자리에서 안해도 될 말을 한 셈이 되었다.</p> <p>그런데도 친구 아버지는 자기가 무슨 못할 말을 했냐고 하신다.</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난 그런 아버지때문에 참 미칠 것 같다.</p> <p> <br></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