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span style="font-size:17px;">제가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살기 시작할 즈음에  </span><br><span style="font-size:17px;">집근처에 대형 결혼식장이 생기면서 덩달아 식당과 자그마한 유흥업소들이 동네에 들어서기 시작했습니다. </span><br><br><span style="font-size:17px;">유동인구가 늘어나다보니 자연스럽게 다방도 두어개 들어섰는데, </span><br><span style="font-size:17px;">저희집 건너편에는 'XX다방'이 들어섰습니다.</span><br><span style="font-size:17px;">(다방 이름이 기억이 안나네용) </span><br><br><span style="font-size:17px;">기본적으로 친구들이랑 놀러다는 것 외에는 노관심이었기 때문에 </span><br><span style="font-size:17px;">그냥 그런가부다... 주말에 좀 시끄럽겠구나... 정도만 생각하고 살았습죠. </span><br><br><span style="font-size:17px;">그러다 중학교2학년(90년) 여름방학이 막 시작되려는 때에</span><br><span style="font-size:17px;">할아버지께서 건넌방을 세놓으셨습니다.</span><br><span style="font-size:17px;">함께 살던 복례누나가 지난해에 시집을 가서 자그마한 방이 하나 남아있었는데,</span><br><span style="font-size:17px;">그냥 비워두시다가 복덕방 할아버지께서 방구하는 처자들이 있다며 세놓을 생각이 있느냐 하셨나봅니다.</span><br><span style="font-size:17px;">(참고로 복례누나 이야기 <a target="_blank" href="http://todayhumor.com/?bestofbest_439202">http://todayhumor.com/?bestofbest_439202</a> ) </span><br><br><span style="font-size:17px;">깜짝 놀랄 정도로 이쁜 누나 둘이서 방을 보러왔던게 기억나네요. </span><br><span style="font-size:17px;">그리고 바로 다음날 누나 둘이 건넌방으로 들어왔습니다.</span><br><span style="font-size:17px;">나중에 알고보니 건너편 XX다방에서 일하는 누나들이었습니다.</span><br><span style="font-size:17px;">저야 어려서 다방종업원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있을리 없었고, </span><br><span style="font-size:17px;">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서는 그냥 고생하는 불쌍한 아이들이다..하는 시선이었지요. </span><br><span style="font-size:17px;">특히 할머니께서는 이래저래 많이 챙겨주셨던 기억이 있는데 </span><br><span style="font-size:17px;">하다못해 지나치는 길에 고생한다며 어깨라도 쓰다듬어 주시곤 했고</span><br><span style="font-size:17px;">누나들도 할아버지, 할머니를 깍듯이 대했습니다. </span><br><br><span style="font-size:17px;">누나들은 저에게도 참 잘해줬지요. </span><br><span style="font-size:17px;">마주칠 때마다 웃으며 학교가니~ 놀러가니~하면서 용돈도 몇 백원씩 쥐어주곤했습니다. </span><br><span style="font-size:17px;">오락실가라고...</span><br><span style="font-size:17px;">특히 나이가 더 많았던 누나가 사줬던 야채크래커의 맛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ㅎㅎ </span><br><span style="font-size:17px;">아니~ 이런 맛이??</span><br><span style="font-size:17px;">지금도 제일 좋아하는 과자가 맛동산하고 야채크래커인데, </span><br><span style="font-size:17px;">아내님께서 롯데 불매 중이라 야채크래커를 먹어본지 몇 년됐네요.ㅠㅠ </span><br><br><span style="font-size:17px;">제 방에서 나와서 밖으로 나가려면 누나들이 있는 방을 지나가야했는데, </span><br><span style="font-size:17px;">한창 더울 때는 누나들이 방문을 열어놓고 자더라구요... </span><br><span style="font-size:17px;">편한 차림으로...^^;;</span><br><span style="font-size:17px;">제가 등교하려고 지나가는 소리가 들리면 </span><br><span style="font-size:17px;">편한 차림의 누나들이 부스스 일어나서 '학교가니? 잘 다녀와~'하고는 다시 누워서 자곤했습니다. </span><br><span style="font-size:17px;">매우 편한 차림으로...</span><br><span style="font-size:17px;">그때 제가 사춘기이긴 했지만 다른 생각거리가 워낙 많아서</span><br><span style="font-size:17px;">이성에는 관심이 없어 친구들 사이에서 '친구여 너는 고자인가?'하는 소리도 들었는데 말이죠. </span><br><span style="font-size:17px;">그래도... </span><br><span style="font-size:17px;">그래도... </span><br><span style="font-size:17px;">보기 좋았습니다.^^ </span><br><span style="font-size:17px;">좋은 향기도 나고... </span><br><br><span style="font-size:17px;">한 일년쯤 지났을까요? </span><br><span style="font-size:17px;">학교에서 돌아와보니 누나 한 명이 집으로 돌아갔다고 하더군요. </span><br><span style="font-size:17px;">부모님이 다방으로 찾아오셔서 머리끄댕이 잡고 끌고갔다고...</span><br><span style="font-size:17px;">알고보니 그 누나 나이가 18살이었더라구요. </span><br><span style="font-size:17px;">가출해서 다방에서 일하고 있었던겁니다. 미성년자인데...</span><br><span style="font-size:17px;">저도 어린나이였지만 '다방이 이 시발 것들이...'라고 했습니다. </span><br><span style="font-size:17px;">그래서 다른 누나에게 찾아서 '누나는 몇 살이에요?'하고 따져물었더니 </span><br><span style="font-size:17px;">'누나는 나이 엄청 많아...'라더군요. </span><br><span style="font-size:17px;">하긴 그냥 보기에도 많아 보였습니다. 아주 많이 ㅡ,.ㅡ; </span><br><br><span style="font-size:17px;">그 누나도 반년쯤 뒤에 떠났습니다. </span><br><span style="font-size:17px;">어디로 갔는지도 모르고 인사도 없이 제 방 문앞에 야채크래커 하나와 3천원을 둔 채로...ㅜㅜ </span><br><br><span style="font-size:17px;">그리고 시간이 흘러</span><br><span style="font-size:17px;">대학교 3학년(97년) 1학기를 마치고</span><br><span style="font-size:17px;">12월 입대 전까지 주간에는 학교근처 PC매장에서 조립 알바를 했습니다. </span><br><span style="font-size:17px;">조립을 배워서 전역 후에 제 PC를 직접 조립하고 싶어서 말이죠.^^</span><br><span style="font-size:17px;">제 기억이 맞다면 97년이 스타크래프트 출시 1년쯤 전이고 </span><br><span style="font-size:17px;">ADSL서비스 2년쯤 전일 겁니다. </span><br><span style="font-size:17px;">PC통신시대에서 인터넷시대로 넘어가는 시점이었을 겁니다. </span><br><span style="font-size:17px;">3학년 1학기 수강신청을 나우누리에 접속해서 했으니...</span><br><span style="font-size:17px;">눈치빠른 사람은 인터넷 시대를 준비하기도 했던 때이기도 했죠. </span><br><span style="font-size:17px;">제가 일하던 매장의 사장님도 인터넷시대의 개막을 예측하고 거금을 투자해 홈페이지도 준비하고  PC방 영업도 하고 그랬습니다. 좀 무리해서... </span><br><br><span style="font-size:17px;">그래서 그랬는지 거래처 분들이 하루에도 몇 분씩 찾아오곤 했죠. </span><br><span style="font-size:17px;">그리고 거래처 분들이 오실 때마다 사장님께서는 '휠다방'이라는 곳에 커피를 시켰습니다.^^ </span><br><span style="font-size:17px;">다방커피를 으찌나 좋아하셨는지...</span><br><span style="font-size:17px;">배달온 종업원에게 농을 건내거나 하시지는 않고</span><br><span style="font-size:17px;">커피 타주면 걍 거래처분이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시고, </span><br><span style="font-size:17px;">종업원은 멀뚱멀뚱 앉아있다가 가곤 했습니다.ㅋ </span><br><br><span style="font-size:17px;">주로 정양과 민양이 배달을 왔는데, </span><br><span style="font-size:17px;">정양은 정말 조용히 앉아있다가 가고 </span><br><span style="font-size:17px;">민양은 어떻게든 대화에 끼어보려고 하더군요. </span><br><span style="font-size:17px;">그래서 거래처분들이나 사장님은 민양을 더 좋아했습니다. </span><br><span style="font-size:17px;">그러다 나중에는 민양이 대화의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더라구요.^^ </span><br><span style="font-size:17px;">특히 용산 XXX(아직도 동일한 이름의 업체가 있네요.)에서 물건을 대주시는 실장님하고 궁짝이 잘 맞았습니다. </span><br><span style="font-size:17px;">퇴근 후에 실장님 차안에서 둘이서 대화를 하는 것도 몇 번 봤습죠. </span><br><br><span style="font-size:17px;">그러다가 시린 바람이 불어올 때쯤 둘은 사랑의 도피를 했습니다. ㅌㅌㅌ</span><br><span style="font-size:17px;">다방 사장이 저희 매장에 찾아와서 </span><br><span style="font-size:17px;">거래처 실장 어디갔나고 난리를 피우며 저희 매장 사장님하고 막 욕하면서 싸웠습니다.ㅎ </span><br><br><span style="font-size:17px;">그때는 어른들의 사정이야 자세히 모르고 그냥 둘이서 잘 살았으면 했습니다. </span><br><span style="font-size:17px;">아주 가끔 소식이 궁금할 때가 있었지만 </span><br><span style="font-size:17px;">요즘은 기억에서 지워진 듯 했다가 갑자기 생각난 이야기입니다요.^^ </span><br><br><span style="font-size:17px;">아!!! 그리고 저희 PC매장 사장.. 아놔.. 이양반... 참...</span><br><span style="font-size:17px;">'민양과 거래처 실장의 런' 사건이 있고 얼마 지나지안아 저희 매장 사장도 야밤도주를... </span><br><span style="font-size:17px;">거래처에 줄 돈 저의 마지막 달 월급도 다 떼먹고 ㅌㅌ </span><br><span style="font-size:17px;">어쩌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할 때 불안하더라니..ㅜㅜ</span><br><span style="font-size:17px;">이분 이야기는 다음에 기회되면...^^ </span><br><br><span style="font-size:17px;">참!!! 정양! </span><br><span style="font-size:17px;">일반적으로 다방종업원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있다는 것을 잘 알지만 </span><br><span style="font-size:17px;">어릴적 기억때문인지, </span><br><span style="font-size:17px;">제가 다방종업원을 바라보는 감정은 아련함 그리고...</span><br><span style="font-size:17px;">건방지게도 안쓰러움입니다. </span><br><span style="font-size:17px;">그렇다보니 배달온 종업원분을 대하는 태도도 조금은 조심스럽고 예의를 지키려고 노력했습죠. </span><br><span style="font-size:17px;">그래서 그랬는지 정양은 커피를 따라주고는 </span><br><span style="font-size:17px;">제가 일하는 곳 건너편에 앉아서 이것저것 구경하는 듯하더니 </span><br><span style="font-size:17px;">나중에는 저에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더라구요. </span><br><span style="font-size:17px;">저는 그냥 듣고 있다가 아~그래요~나 힘들었겠어요~ 정도만 했습니다. </span><br><br><span style="font-size:17px;">가장 기억에 남는게 저에게 영어 잘하냐며 이거 한 번 읽어보라며 windows 98 백업 CD를 건냈는데, </span><br><span style="font-size:17px;">그 CD에 적혀있던 글은 MV3QK...로 시작하는 시리얼넘버가... </span><br><span style="font-size:17px;">그래도 제가 느끼기에는 사람은 참 착했어요.^^ </span><br><br><span style="font-size:17px;">퇴근 후에 함께 나이트에 간다거나 노래방에 간다거나 하지 않았습니다. </span><br><br><span style="font-size:17px;">여보! 진짜야!!</span> </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