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24살 띠동갑 사촌동생이 중학생(진)이 되었다.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물론, 코로나 덕분에 입학이 연기가 되어서 아직도 초등학생과 중학생 그 어딘가에 있는 경계인이지만,</div> <div>이 녀석은 4살 차이나는 동생한테 "초딩주제에..."라는 발언을 하여, 그 씩씩하기 그지없는 막둥이를 울려버렸다.</div> <div><br></div> <div>역시 중학생이 제일 무서워.</div> <div>그리고 그 중에 중2가 제일 무서운데, 애는 싹이 보이네.</div> <div><br></div> <div>라며</div> <div><br></div> <div>중학교 학생부와 그 한창 말 안듣는 중2 담임을 5년째 맡고 있는 내 친동생은 울음보터진 막둥이를 안아들고, </div> <div>짝은 오빠가 아이스크림을 사줄테니 뚝 그치렴.</div> <div>이라고 딜을 했고,</div> <div><br></div> <div>막둥이는 아이스크림받고 과자 2봉지를 더 받아내고는, </div> <div>의기양양하게 장염걸렸다가 겨우 회복한 조카에게 지딴에는 고모라고 과자나눠주고 있었다.</div> <div>요즘 애들은 커서 뭐가 되려고...라며, 30넘은 오빠 언니들의 근심을 더 얹어주었다.</div> <div><br></div> <div>제수씨는 "어머어머. 아가씨. 안돼요. 애 또 설사해요."라며 당황해했다.</div> <div><br></div> <div>나는 그 과자 몰래 집어먹다 들켜서 나이값 좀 하라는 말을 들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span style="font-size:9pt;"> </span></div> <div>코로나때문에 학사일정이 연기되었지만, 사실 시골읍내의 학원들은 그냥저냥 운영 중이더라.</div> <div>애야 착하게 크면 되지.라는 외삼촌부부와 달리, (어디서 남의 것 뺏는것도 안되지만, 뺏기는 것도 안되지. 라는 나와 달리)</div> <div>지금 공부안하면 우리같이 똥멍청이 돼!!!! 안돼!!!! 라며, 사촌언니들이 (나는 아님) 학원비내줘서 </div> <div>읍내에 학원을 다니고 있다. 영어 수학 뭐 이런 것들.</div> <div>그리고 요즘은 시골애들이 원어민이랑 더 밀착해서 영어배우니까 발음 더 개좋음.</div> <div><br></div> <div>솔직히 니네보다 애가 더 영어 잘하드라.라니까, 학원비 안 보탤거면 아닥하라는 동생들의 말에</div> <div>쳇. 이봐. 동생. 오빠랑 영어로 대화해보자.</div> <div>공부에 방해되니 조용히 해달라고 영어로 말하드라.</div> <div>뭐 플리즈 비콰이엇 비커즈에 수동태능동태관용어숙어목적어구 다 들어간것 같은 문장에 뭐...알아서 잘 말했겠지. 하고 말았다.</div> <div>셧업.이라고 안한게 어디야.</div> <div>아. 절대 못 알아들은거 아님.</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러던 어느 날.</div> <div>"엥? A가 자전거를 타고 읍내를 나댕긴다고???"</div> <div><br></div> <div>어릴때 외갓집에 맡겨진 적이 있어, 그 동네에 또래애들이랑 좀 친한 편인데, </div> <div>여전히 고향에 남아, 하라는 떡방앗간은 안하고, 끝물에 아로니아 재배에 뛰어들었다가, 등짝두들겨맞고 다시 떡방앗간에 집중하고 있는...</div> <div>60대가 마을청년회 현역인 시골동네에서 30넘어서까지 동네에서 재롱을 담당하고 있는 동생녀석에게서 전화가 왔다.</div> <div><br></div> <div>중학생(진) 사촌동생A가 이 봄같은 겨울날. </div> <div>자전거를 타고 읍내를 가고 있더란다.</div> <div><br></div> <div>"하이 빅스비. 아직까진보물1호 에게 전화... ... ... 안받네... ... 어??? 야. A. 뭐해? 학원이야?"</div> <div>"아니!!!! 집에 가고 있지!!!!"</div> <div>"목소리 왤케 커? 오빠 아직 가는 귀 먹을 나이는 아닌데?"</div> <div>"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 뭐래!!!!!!!!!!!"</div> <div>씩씩하고 밝은 A의 목소리 중간중간에 가쁜 숨소리가 들려온다.</div> <div>"A. 오빠가 방금 방앗간삼촌한테 제보를 받았어."</div> <div>"뭐? 택배?"</div> <div>"...가는 귀는 니가 먹었네. 그니까 오빠가 너 맨날 이어폰끼고 있지마라고 했지?"</div> <div>"나 지금 이어폰인데???"</div> <div>"어쩐지 통화음질이 안좋더라니...야!!!! 너 자전거 타고 다닌다며??? 지금 길가잖아!!!!! 당장 자전거 세우고!!!! 영상통화로 오빠한테 전화걸어!!!!"</div> <div>"아 싫어!!!! 머리날려서 이상하단 말야!!!!"</div> <div>"너 당장 자전거 세우고 영상통화해!!!"</div> <div>"야!!!!! 여기가 니네 집 안방이야???? 회사에서 대놓고 사적인 전화하고 있게!!!!!!"</div> <div><br></div> <div>날아오는 팀장님의 잔소리는 평소와 같이 반대쪽 귓구녕으로 흘려보내고 휴게실로 갔다.</div> <div><br></div> <div>"...어. 야. A..."</div> <div>"큰오빠!!!! 나 머리 안 이상해???"</div> <div><br></div> <div>전에는 큰오빠랑 영상통화만 하면, 큰오빠 못생겨서 어쩔...하며 통곡을 하던 심성곱던 애가, 이제는 지도 여자애라고 지 외모를 먼저 신경쓰고 있다.</div> <div><br></div> <div>"어. 봐줄만 하다. 역시 넌 바가지대고 앞머리 짜르는게 훨 봐줄만 해."</div> <div>"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 뭐래!!!!!!!!!!! 근데 오빠 왜? 방앗간 삼촌이 왜?"</div> <div>"너 자전거타고 읍내다녀?"</div> <div>"어? 아...아니..."</div> <div>"내가 넌 거짓말하면 바로 티난다고 했어 안했어? 뭐야? 다이어트야? 너 하나도 살 안찐 애가 뭔 다이어트야...그리고 너, 할머니가 맨날 버스비하라고 5천원씩 준다면서? 왔다갔다해도 매일 2천원씩 남아서 오뎅3개에 붕어빵 5개 사먹으면 딱이구만. 너 그리고 거기 차 많이 다녀서 위험하잖아. 큰 차들 카메라 없으면 막 밟고 다니는 길을 왜 자전거 타고 다녀. 그리고 이 겨울에 감기안걸려도 코 질질 흘리는 코찔찔이가."</div> <div>"코찔찔이 아니거든!!!! 방구대장 뿡뿡이 아저씨가!!!!"</div> <div>"야!!!!! 그건 내가 아니고 니네 작은 오빠라니까!!!!!"</div> <div><br></div> <div>그렇게 24살 차이나는 사촌동생이랑 말싸움을 하고 있자니, 자괴감이 밀려들어왔다.</div> <div>내가 지금 중학교 입학도 안한 초졸한테 말싸움을 한마디도 안 지려고 이러고 있구나...</div> <div>그러다 문득...</div> <div><br></div> <div>"어? 야? 너 혹시 읍내에서 나쁜 언니들한테 삥뜯겨??? 매일 5천원씩 상납하라고? 그래서 걔들한테 돈주고 너는 학원가려고 자전거 왕복하는거야?"</div> <div><br></div> <div>애네들이 많이 어렸을때, 젠가를 한 적이 있다.</div> <div>벌칙이래봐야 쓰러진 젠가 다시 주워 쌓고, 딱빰 한대 맞는 정도였는데, 그게 뭐라고 어렵게 뽑아서 어렵게 위에 얹어놓고 이제 6살인 막둥이가 쓰러뜨리니까 막 좋아하던 나를 한심스럽게 쳐다보던 A의 그 눈빛이 액정 너머로 날아들어왔다.</div> <div><br></div> <div>"야. 짝은오빠가 학생선도로 표창까지 받은 중학교 학생부 짬밥이 있는 사람이고, 너 당숙아저씨가 경찰서 형사반장이고, 니 위에위에 사촌오빠가 의경 수경이야. 니가 왜 삥을 뜯기고 다녀? 누구여? 말해!!!"</div> <div>"...우와...챙피해...끊어;;;;;;;;"</div> <div>"어. 야. 잠깐만. 우리가 겨우 이런 사이야?"</div> <div>"아 왜;;;; 아씨. 방앗간삼촌은 또 언제 봤지?...그게 큰오빠. 나 사고 싶은게 있어서 돈 모으고 있는 중이여서 그래."</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태어나서 큰 수술을 받아 (최근에 잠깐 요단강 건널뻔했던) 나보다 더 먼저 죽을뻔했던 애가, 어찌어찌 건강히 자라 초등학교를 졸업하자,</div> <div>이에 감동한 큰고모부터 이제 대학가서 알바하고 있는 바로 위 사촌오빠까지, 모두들 선물을 하나씩 앵겨주었다.</div> <div><br></div> <div>큰고모네 둘째고모네 셋째고모네 막내고모네 이런식이 아니라</div> <div>큰고모 큰고모부 둘째고모 둘째고모부 셋째고모 셋째고모부 막내고모 막내고모부 이런 식으로...</div> <div>물론 결혼한 사촌언니오빠네들한테도 다 그렇게 형부 새언니들한테 각각 받았다.</div> <div><br></div> <div>이렇게 많은 후원품이 들어와서 외삼촌과 외숙모는 그냥 넘어가려했는데,</div> <div>엄마아빠는 딸 중학교가는데 아무것도 안해주고 미워!!!!하고 방에 들어가 우는 척 하고 있었는데,</div> <div>외숙모가 읍내에서 허니콤보치킨을 사오자, 사랑하는 우리 엄마가 되었다고 한다.</div> <div>우리 외삼촌은 다음 날, 애들 좋아하는 맘스터치를 2세트씩 사다주고 사랑하는 우리 아빠가 되었다고 한다.</div> <div>우리 외할머니는 애들 좋아하는 닭볶음탕을 해주시고 우리 할머니 최고!!!라며, 할머니 어깨를 주물러주었다고 한다.</div> <div>그렇게 동생을 달래기 위해 닭들이 몇 마리나 죽어나갔는지 모르겠다.</div> <div><br></div> <div>나도 긴긴 간병휴가동안 기본급만 받아 생계가 위태하긴 했지만, 큰 맘 먹고 서울백화점까지 데려와서 </div> <div>야. 니가 입고 싶은거 골라봐...어...이게 더 어울릴것 같은데...아니 가격표보고 하는 말이 아니라...아...요즘 애들 다 이런거 입고 다닌다고???</div> <div>인구 10만명도 안되는 시골동네 애들이 이걸 입고 다닌다고??? 이게 유행이라고??? 내가 인구 천만이 사는 서울 여기저기를 다 둘러봐도 이런거 입는 애 한명을 못봤는데???</div> <div>아 사주기싫으면 말라고??? 이게 오빠를 뭘로 보고!!! 이거 주세요!!!! (....3개월 무이자 되죠???)라며, 나도 한번 질러본적 없는 가격대의 옷을 선물해줬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선물만 거의 30종류 가까이 받았을터인데, 또 뭐가 부족하단 말이냐.</div> <div>노트북.</div> <div>어? 노트북? 왜?</div> <div>집에 컴터 느려.</div> <div>그건 바이오스 세팅을 하고 메인보드랑 램을 오버클럭하면 돼. 쉬워. 뾰로롱뾰로롱 하면 돼.</div> <div>그러니까 너도 니 언니들처럼 사이트에서 깔라는거 그냥 예예.하면서 클릭하지 말라고.</div> <div>바이러스 검사도 한번 씩 좀 하고.</div> <div>그래서 노트북으로 뭐할건데? </div> <div>EBS볼려고.</div> <div><br></div> <div>뚜둥.</div> <div><br></div> <div>솔직히 뭐? EBS? 펭수? 이거이거 안되겠네. 이유는 없어. 그냥 해. 엣헴엣헴엣헴. 라는 말이 울컥 나올뻔했다. 펭하~</div> <div>여자애라 게임은 아니겠지.라고 하기엔 내 친구 큰 딸이 애보다 1살 어린데 벌써 배그하고 다닌다는 말을 들어서 게임이면 피씨방 정액을 끊어줄까 했는데...</div> <div><br></div> <div>EBS...아이고...일찍 돌아가셔서 얼굴은 사진으로만 뵌 외할아버지...드디어 외할아버지 후손 중에 과거급제자가 나오려나 봅니다ㅠ.ㅠ</div> <div><br></div> <div>오빠가 사줄께. 내일부턴 버스타고 다녀. 하루에 5천원씩 모아서 어느 세월에 살라그러냐. 그 전에 교통사고가 더 먼저 나겠다.</div> <div>이따가 도착해서 오빠한테 집에 잘 들어왔다고 전화 한 번 더하고. 그동안 모은 돈은 어디 허튼데 쓰지말고 어디 저축해놔. 주식은 하지말고. 오빠처럼 되니까. 이따 전화하렴. 하고 끊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예전에 외갓집내려가면 큰오빠 왜 이제와~하고 울고, 먹고살려고 다시 서울갈때되면 큰오빠 어디가~하고 울고불고 하던 애가,</div> <div>안하는것 같은데 공부도 꽤 하는것 같다 그러고(나는 동생들 성적에 관심없음. 살면서 내 성적에도 관심이 없었음ㅋ)</div> <div>노트북사서 더 열심히 공부하겠다는데...</div> <div><br></div> <div>전같으면 사이트 돌아다니면서 최저가 검색하고 다녔을건데, 그냥 이 정도면 눈탱이는 안보겠지. 싶은 가격대에 들어가서 OS 다 깔리고 램업그레이드 옵션 포함해서 바로 외갓집주소로 보냈다. 일시불로. </div> <div><br></div> <div>내일부터 풀뜯어먹음 되지.</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 후로 3일. </div> <div>그래서 내가 A한테 노트북을 질러줬는데, 솔직히 N빵하자. 하고 동생들한테 뭐라고 말해야할지 모르겠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