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스팔트도 녹아내릴 한여름. 원래 못생긴 호박이
댓가성 따지지않고 너무 많이 먹어 살이 디룩 디룩
찐주제에 높은자리에 달려있다고 몹시도 뽑내고
있던차에 땀을 식혀주는 시원한 바람이 쎄에엥 불었습니다.
남들은 시원해서 살찌겠다며 사르르 눈을 감는데
호박은 제몸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담장에서 떨어져
떼굴 떼굴 굴러 밭고랑에 무참히 쳐박혔습니다.
이광경을 본 텃밭동창들의 웃음꽃이 활짝 폈습니다. ***
실 파 ; 실없이 살만 찌더니 고거 실로 고소하다며 실실 웃고
배 추 ; 몸을 베베 꼬며 베시시 웃고
무 우 ; 무언지도 모른체 무우~엉하니 하늘 쳐다보며 웃고
홍당무 ; 얼굴이 빨갛토록 웃고
오 이 ; 오이 오이 고소하다며 웃고
고 추 ; 내입 벌리면 큰일 난다며 아이구 매워 후워 후워 하며 웃고
마 늘 ; 할일 없는지 마냥 웃고
*** 이때 어디서 울음소리가 납니다 ***
마 늘 ; 야 우엉아 다들 웃는데 너는 왜 우니?
우 엉 ; 너무 많이 웃어서 배가 아파 울어 우엉 우엉
가 지 ; 참 웃음도 가지 가지군
대 파 ; 우리는 한텃밭에서 같이 자라온 동창들인데
한친구의 어려움을 보고 위로하진 못할망정
비웃어서야 되겠느냐. ( 일장훈시후 옆으로
돌아서서 입을 막고 최불암버전으로) 프~아 프~아
호 박 ; 난 괜찮아 나로 인해 너희들이 모두 즐거웠으니
하나를 잃고 열을 얻은셈이지
야아~아 오늘 차~아암 즐겁따~아 호 호 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