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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입 : 17-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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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humordata_1714543
    작성자 : 리봇
    추천 : 2
    조회수 : 904
    IP : 175.193.***.165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17/07/01 22:39:56
    http://todayhumor.com/?humordata_1714543 모바일
    실화아니고 동화가 대세_6
    http://todayhumor.com/?humordata_1714451
    ㄴ6화


    제7화
    어디선가 아련하게 목소리가 들려오고 다시 눈이 감겨온다

    시끄러운 소리 . 정신을 차려 눈을 떠 보면. 당황한 표정으로 나를 마주 보고 있는 .. 이주호.
    아까 그 근린공원 ..눈 앞에 있는 건 이주호.. 아 맞다. 나 얘랑 있었지..

    “정다정…!”

    “응? 왜 이렇게 흔들고 그래..”

    “....괜찮아?!”
    거의 내 얼굴 속으로 들어 갈 것 처럼 내 얼굴을 잡고 흔들던 이주호가 말한다.

    “ 뭐가... ”
    영문을 모르겠는 내가 다시 묻는다.

    “하…...”
    깊은 숨을 내 쉬며 팔을 떨구는 이주호.

    “왜? 왜? 내가 뭐 이상했어?”

    “아...깜짝 놀랐잖아..”
    식겁한 표정으로 숨을 내뱉으며 이주호가 말한다.

    “뭐래. 내가 왜.. 어땠는데.”
    라고 말을함과 동시에 떠오르는 혜원이 얼굴. 다급히 뭔가 말을 하던 ..
    그리고 오빠.. 우리집.. 

    “깨워도 계속 안일어났잖아..”

    갑자기 든 생각에 이주호의 말은 들리지 않았다.
    다시. 돌아 갔었던 것이다. 잠깐 잠이든 사이에. 

    그런데 이주호가 깨우는 바람에 다시 이곳으로 돌아왔지만 잠깐 동안 삼정빌라 그 곳 으로 다시 돌아 갔었던 것이다.

    삼정빌라! 그곳에 가봐야 한다. 지금 그곳에 오빠랑 혜원이가 있다.

    “내 말 듣고 있는거야?”
    갑자기 고개를 확 든 나에게 이주호가 말했다..

    “삼정빌라 가야 돼 ..”

    “뭐?......”

    “거기 우리오빠가 있어.. 지금.”

    1분 1초가 급하다. 다시 사라져 버리기 전에..가야한다. 다행히 아직 몇장 남아있는 지폐를 손에 꼭 쥐어보고 벤치에서 일어난 나는 도로를 향해 내달렸다.

    “정다정!”
    내 손을 낚아채 세우는 이주호.

    “어디가! 어디가는데. 갑자기 왜그래!”

    “가야 된다니까? 놔..”
    세게 잡은 이주호의 손을 뿌리치려 안간힘을 쓰다 멈춘다.

    아니 잠깐만..
    이주호 니가 여기 있으면 안되는거잖아.

    갑자기 떠오른 그날. 우리집에 살던 젊은 엄마와 아이들 ..공룡 스티커가 붙은 문..

    삼정빌라에 가도 오빠는 없을 것이다.
    이주호 니가 여기 이렇게 있다는 것은 내가 아직도 이 세계에 있다는 것일테니.

    혼란스러운 머리를 진정시키려 눈을 꼭 감는다.

    할 말을 잃은듯 가만히 날 보던 이주호가 입을 연다.

    “업혀.. 집까지 데려다 줄게..좀 자.”
    업히라고 .. 좀 더 자라고.. 그럼 다시 삼정빌라로 돌아 갈 수 있나…

    그 말에 아무 저항없이 업혀 그렇게 고개를 파묻었지만 삼정빌라는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

    오래간만에 내방에 문도 꼭꼭 걸어 잠그고 하염없이 울었다.
    지금은,  잔뜩 굳은 얼굴로 문을 열어주다가 내 상태를 보고 무슨 일이냐며 다그치던 이 세계의 오빠도, 
    업은 날 내려두고 반은 놀란 눈으로 반은 걱정 된다는 얼굴로 날 보던 이주호도, 아무것도 나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오빠……”
    잠깐이나마 보고 온 오빠는 항상 그랬던 것처럼 화상입은 얼굴로 내 얼굴을 보고 있었다.
    오빠.. 도대체 나는 어떻게 된 건지..우리 오빠는 어떻게 된 건지…
    답답하다.. 너무 답답해서 미쳐버릴 것 만 같았다.

    그동안 다져왔던 굳센 마음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너무나도 슬펐다. 감히 그 누구도 나를 위로 할 수 없을 만큼 슬펐다. 그리고 답답했다.
    어서 빨리 이 이상한 일의 끝이 오기를 하염없이 빌며 울었다.

    -

    그 사이 팅팅 불어버린 얼굴.
    계속 된 눈물과 콧물 그리고 열감으로 인해 얼굴은 말이 아니었다.
    세균맨 1억마리와 싸운 호빵맨처럼  형체를 알아 보기 힘든 얼굴.

    “하.. 배고프다…..”
    늘 그랬던 것처럼 녹차 시트팩을 한장 까 얼굴에 착 붙인 뒤 누워 한숨을 푹 내 쉰다.

    인생을 살면서 깨달은 바.. 라고 하긴 좀 그렇지만 운다고 해서 안되는 일이 해결 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너무 잘 아는 나였다.
    울고 불고 감정에 치우쳐 시간을 낭비 하는 것은 딱 몇시간이면 족 한 것 이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간 흘린 눈물이 각성제 역할을 한 것 처럼 되려 차분해 진 머리로 다시 책상에 앉았다.

    오늘 아침 삼정빌라로 돌아갔었다.
    나는 정말 돌아 갔 던 것일까..

    혜원이는 우리집에 온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오늘 아침에 잠시 본 혜원이는 우리집에 있었다. 
    과거에 일어났던 일을 잠결에 꿈 꾼 것은 아니었다.

    아니. 그렇다고 꼭 꿈이 아닌건 아닐것이다. 꿈이라는 것은 얼마든지 일어나지 않은 일을 상상해서 꿀 수도 있는 것이니까.

    이불의 감촉, 흐렸지만 눈에 보이던 풍경이나 인물의 행동. 또렷하게 기억나는 장면들..
    과연 그것들은 꿈이었던 걸까.
    생생한 가운데 딱하나 혜원이가 말하던 것만 들리지 않았다.
    다급하게 말하고 있었지만 목소리는 너무도 작았다.그것은 꿈결이라서 들리지 않는 느낌과는 다른 것 이었다. 

    잠시 돌아 갔던 것이라면 어째서 그런 순간에 돌아갔었던 것일까.
    돌아 갈 수 있는 어떤 키포인트가 그 순간 맞아 떨어졌던 것 일까.
    가령 너무 피곤 할 때 라던지, 새 소리가 들릴 때, 혹은 이주호가 옆에 있을 때. 

    그렇다면 현실의 나는 어째서 침대에 이불을 머리까지 쓰고 누워 있었던 것일까.
    혹시.. 내가 그 세계에서 죽은 채로 발견 되었다거나..
    아니.. 그건 아닐거야. 그렇다면 우리오빠가 그런 평온한 표정으로 날 보고 있지 않았을 거야.
    내가 알기로 이 세계와 그 세계의 시간은 똑같이 돌아간다.
    그 세계도 그 순간 시간은 일요일 6시쯤 이었을 것이다. 벽시계 또한 그런 시간을 가리키고 있었다.
    원래라면  난 일요일 이었던 오늘 그 시간에 자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그 시간에 혜원이와 오빠가 우리집에 있었던 건 흔한 일은 아니었다.

    집.  사람이 살지 않아 먼지가 쌓였다거나 어항의 물이 줄거나, 더러워 있지 않았다.요즘같은 날씨에는 금방 시들해져 버리는 내 안시리움도 파릇하게 잘 자라고 있었고 내가 키우는 구피들도 잘 살아 있었다. 흐리게 보이긴 했지만 알 수 있었다.

    자전거 운동기구에 걸린 옷들 .. 내가 자주 입는 남색 줄무늬 셔츠와 회색 반바지. 
    분명 그 날 아침, 그 폭력범 유은수를 만난 그날 아침엔 있지 않았었다. 

    난 원래의 세계에서 그럭저럭 잘 살아지고 있는것 같았다.
    멈춰 버렸다거나, 실종되었다거나, 회사를 나가지 못 할 만한 문제가 있지는 않은 것 같다.

    ‘좋아. 긍정적인 부분이 더 많다.’

    적어도 나, 그리고 오빠와 혜원이는 아직 그 세계에 잘 살아있었고 한 번 돌아갔었으니 돌아가는것이 영영 불가한 것이 아니라는 희망도 생겼다.

    방에 붙은 작은 화장실에서 샤워를 하고 조금 더 진정 되어 가는 마음과 반대로 배는 점점 고파져 갔다.
    원래의 오빠를 보고 온 이순간 이 세계의 오빠의 잔소리 따위는 그다지 무섭지도 않았다.

    뭐라도 먹으려고 방문을 열고 계단을 내려간다.

    식탁에 마주보고 앉아있는 이주호와 오빠.

    “........”

    놀란 눈으로 벌떡 일어나는 이주호와 말없이 굳은 표정으로 날 보는 오빠.

    “배고파..”
    라고 말하는 내 목소리가 열 두 갈래로 갈라진다.

    “큼큼 아..아! ..어 내 목소리 왜이렇지..”
    아무 말 없는 두 남자들의 반응에 무안해서 혼자 중얼 거린다.

    “배고파.. 밥 먹을래 ..”
    라고 또 혼자 말을 하며 밥솥을 향해 발을 뗀다.

    “앉아..”
    내 팔을 끌어 당겨 의자에 앉히면서 이주호가 일어난다.
    말없이  밥을 담는 이주호의 뒷 모습을 보며 생각한다.

    ‘지네 집도 아니면서..’

    그렇게 엉덩이를 붙인 의자의 맞은편에는 아직도 무표정으로 나를 보고있는 오빠가 앉아있었다.
    괜한 헛기침을 하며 어색함을 날리려고 애를 쓰지만 무색하게도 그 침묵은 깨지지 않는다.

    “ 내가 너 데리러 갔던 날.. 너어디에 있었는지 기억나?”
    갑자기 처음 이곳으로 오던 때의 이야기를 시작하는 오빠.

    “응.”

    “그리고 유은수한테도 삼정빌라.. 뭐가 기억난다고 했다며.”

    “..응..근데 그거랑은 아무 상관없어.”
    유은수 이 앞잡이같은 놈이 오빠한테 다 얘기했다 이거지?
    내일 만나면 삶아 버려야지..

    “오늘도 갑자기 삼정빌라 간다고 난리쳤다며.”

    “난리를 친건 아니고 그냥..”
    흘끗 돌아 본 이주호는 프라이팬을 꺼내다가 움찔하며 내 눈치를 보고 있었다.
    이주호 이놈도 같이 삶아버려야지.

    “왜 자꾸 삼정빌라랑 엮이지? 삼정빌라..뭐가 기억이 나는건데? 그때 새벽에 있던 일 기억나?”
    새벽에 있던일..
    새벽에 있던 일이라면 그 폭력사건인데 오빠가 그걸 어떻게 알지..유은수가 그것도 다 말 한 건가..

    “오빠는 어디까지 알고있는건데?”
    침착히 묻는 내 말에 잠시 침묵이 흐르고 주방에서 뭔가 열심히 태우고있던 이주호 마저 가만히 날 쳐다본다.

    “어디까지 알고 말고 할게 뭐 있어.. 그날 나도 거기 있었는데..”

    ...이건 무슨 말이지.. 그날 거기 오빠가 있었다고? 그날 나와 유은수를 제외하고 있었던 사람은 맞고있던 사람 하나 뿐인데 그럼 오빠가 맞고 있었던 사람이라는 거야..?
    ...말이 안되잖아..

    “거기 오빠가 언제 있었다고 그래.”

    “..후..니가 기억하는게 뭔지 모르겠는데.. 기억나는걸 얘기해 봐.”
    답답한 듯 머리를 쓸어올리며 오빠가 말을 한다.

    대체 내가 무슨 말을 해야 하지.. 그 일은 원래의 나에게 있었던 일인데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얘기 해야 하는 거지.
    ...오빠가 거기 있었다는 건 뭐지..

    “오빠가 그때 거기 있었다고 했지. 그럼 유은수한테 맞고 있었다는거야?”
    답답함에 내가 단도직입적으로 말을 꺼낸다.

    “뭐?? 무슨 말이야. 내가 유은수한테 왜 맞고있어.”
    알 수없다는 듯 미간을 찌푸린 오빠가 되려 묻는다.

    “아니.. 그날 나랑 유은수 밖에 없었는데.. 오빠가 있었다고 하니까. 나도 잘 기억 안나 근데 그때 유은수가 누구를 막 때리고 있었어.”
    될 대로 되겠지 하는 맘으로 말을 내뱉었다.

    “거기까지만 기억나는거야?”
    거기까지만 이라니.. 그 때 분명 오빠는 거기 없었다. 
    무슨 말인지 전혀 이해가 되지를 않는다.

    “거기 까지만 이라니.. 오빠가 아는건 뭔데 ” 
    머리가 아파온다..지끈지끈. 

    “아..머리아파… 밥 먹고 얘기하면 안돼?”
    내 말에 잠시 날 쳐다보는 오빠.

    이때다 싶었는지 프라이팬을 통째로 들고 나타나 내 앞에 내려 놓는 이주호. 
    아직도 지글지글 거리고 있는 프라이팬 안엔 정체모를 노란색의 밥이 들어있었다.
    이건 무슨 음식이냐…

    “이..이게 뭐야…?”
    아무 말 없는 두 남자..약간 화가 난 듯 보이는 이주호.

    그 정체 모를 밥에 억지로 정을 붙이며 숟가락을 담그고 정말 말 그대로 아무 맛이 없는 그 밥을 꾸역꾸역 먹기 시작했다..

    잠시 후 내가 불쌍했는지 김을 잘라 내려놓은 오빠와 이주호가 잠시 나가고 구세주 같은 김을 연신 집으며 말없이 생각에 잠긴다.

    아무리 생각을 하고 또 해 봐도 열쇠는 유은수다. 그 애 에게 물어 보는 것 말고는 답이 없는 게임 같았다.

    밥을 다 먹고 기다려도 오지않는 둘을 기다리며 거실의 에어컨 온도를 한껏 내린 후 뜨겁게 부푼 얼굴을 차가운 소파의 가죽에 대고 눕는다.

    ‘시원하다...’

    -

    두런두런 들리는 목소리에 잠들었던 의식이 눈을 뜬다.

    잔뜩 화가 난 것 같은 이주호가 뭐라고 말을 하고 단조로운 목소리로 대답하는 오빠 목소리가 들린다.
    살며시 일어나 식탁 가까이로 조심스럽게 다가가 선다.

    “.......걔도 알아야지.. 말 안해도 어쨌든 결국 알게 될 거야. 그러니까 그냥 차라리 얘기하는게..”

    “하지 마요. 지금 알면 더 충격받아요. 오늘만해도 보세요..”

    “유은수 한테 잇츠카가 기억 난다고 했었다고. 생각 했던 것 보다 훨씬 빨리 기억 할 거야. 그때 가서 알면 더 충격 받아...너 지금 솔직히 생각해봐.  걔가 충격 받을까봐 그러는게 맞아? 그냥 지금이 좋은거 아니야?”

    단호한 오빠의 말에 갑자기 이주호가 벌떡 일어난다.

    “평생 얘기하지 말자는게 아니잖아요. 제 생각만 그래요? 담당 의사도 억지로 그러지 말라고 했다면서요 . 여기 써 있잖아요. 지금 생각 보다 안정 되어있으니까...급하게 기억 돌려 놓으려고 하지 말라고.. 왜 그럼 하고 많은 것 중에 하필 사고 얘길 하려고 하는데요.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그런 일 부터 알게 되면 어떨것같아요. 쟤 당장 뛰쳐 나갈 거예요 ..아니 그 전에, 얘기 하기 전에 제가 먼저 데리고 나갈거에요. 이번엔 진짜 안데리고 들어올거에요 .. 자꾸 그렇게 말하지마요 .. ”

    이주호의 말이 끝나고 무거운 침묵이 흐른다.

    무언가 나에 대한 것을 숨기고 있다. 오빠는 이야기를 하자고 하고 있고 이주호는 절대로 이야기를 못하게 막고 있었다.

    ...그래서 이주호는 온종일 내 옆에 붙어 있었던 것이다.
    퇴원을 하자마자 아침부터 우리집으로 와서 오빠에게서 날 데려갔고 장온별을 밀어내면서 까지 내 옆자리를 꿰차고 앉았고 집에 갈 때도 내 옆에 있으려 했다.

    아니, 온별이와 술을 먹고 그 이후에도. 이주호는 오늘 아침까지도 내 옆에 붙어 있었다. 
    그리고 그 후 집에 나를 데려 온 지금 까지도 내 옆에 딱 붙어서 나에게 무언가 말 할 지도 모르는 오빠를 감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제8화
    어쩐 일인지.. 그 너무나도 궁금해야 할 비밀을 알고 싶지 않았다.

    그들이 숨기려고 하는 사고의 전말은 사실 나에게 별로 중요 한 것이 아니었다.
    궁금하긴 하지만 저렇게 애쓰는 이주호를 무시하고 들을 만큼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가만히 듣고만 있어도 느껴졌다. 
    나에게 숨기려고 애쓰는 이주호의 마음이. 안간힘을 쓰며 숨기려는 마음이 애잔했다. 
    왠지 그 마음이 너무나 서글퍼서 나도 모르게 발길을 돌려 소파로 돌아오고 말았다.

    한참 뒤 주방에서 나오다가 앉아 있는 나를 본 둘.

    “무슨 얘기를 그렇게 오래 해?”
    묻는 내 말에 “밥먹었어.” 라며 둘러대는 이주호.

    “너 안피곤해? 집에 가서 자.”
    수심 가득한 그 애의 얼굴을 보며 말을 한다.

    “여기서 자고 갈 거야.”
    이주호가 그렇게 대답하고 소파에 휙 누워버린다.

    한편 마찬가지로 수심 가득한 얼굴의 오빠는 말 없이 그것을 지켜 보고는 한 숨을 내 쉬며 밖으로 나가 버린다.

    “나 얘기하는거 조금 들었는데. 있잖아.”

    “.........”
    눈을 꼭 감은 이주호. 잠들지 않았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뭔가 있나본데, 나 안들을거야.. 오빠가 얘기 하려고 해도 내가 안들을게. 걱정하지 말고 집에 가서 자.”

    “..........”

    “솔직히 들어도 별로 충격 안 받을 거 같긴 한데, 그냥 니가 얘기하기 싫다니까 그냥 그렇게 하려고.. 얘기하고 싶을 때 얘기해.”

    꼭 감은 이주호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린다.
    침묵속에 째깍째깍 시계소리만 흐른다.

    “.........내가 너 되게 좋아 했었어.”
    갑자기 말을 시작한 이주호. 뜬금없는 고백인 것인가..

    뭐 예상은 했었다. 나도 촉이라는게 있는데 그런 행동들을 보고도 모른다는건 거짓말이겠지..

    “너랑 장온별이랑 이수인이랑 엄청 친했었어..”

    “.......이수인이 날 좋아해서 니가 날 안봐준다고 생각했었어..니가 나한테 말도 걸지 말라고 했었으니까.. 이수인이 속상해 한다고 고백도, 친한척도 아무 것도 하지 말라고..”

    “..그래서 차라리 기억이 없는 지금이 더 좋은건가봐. 니가 지금은 아무것도 모르니까.. 날 밀어내지 않으니까..”

    “....형 말대로 그냥 내 욕심일지도 몰라. 니 기억 돌아오는거 무서워서 그냥 합리화 하는 것 일 수도 있어.”
    이주호가 억지로 말을 한다..

    남의 은밀한 사생활을 억지로 듣고있는 것 처럼 마음이 불편했다.
    이런 말을 듣는다고 내가 결정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난 이 세계의 정다정이 아니었다. 내가 뭐라고 판단 할 수 있는 일이 전혀 아니었다.

    “다 듣고 싶으면..지금 얘기해. 맘 바뀌기전에..”
    이주호는 마음을 다잡은 듯 그렇게 말을했다. 초연한 목소리로.

    -

    저녁. 
    다시 배가 고파 질 만큼 많은 시간이 또 흘렀다.

    도깨비의 전화를 받고 가버린 이주호 덕분에 오랜만에 혼자 집에서 여유롭게 생각을 정리한다.
    나갔던 오빠는 내가 보낸 메시지에 운동 하고 간다는 메시지만 짧게 보내 놓고는 아직도 감감 무소식이다.

    내일 아침엔 엄마 아빠가 돌아오니 오랜만에 집을 정리하고 서른 한 살의 나 처럼 그렇게 혼자 저녁도 차려 낸다.

    사고.. 무슨 사고가 어떻게 난 것 인지는 모르지만, 그것은 나에게 별로 중요 한 것은 아니었고 결국 이주호의 마지막 말에 난 듣지 않는것을 결정했다.

    궁금한 이야기 였기에 나는 솔직히 지금 약간 후회 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냥 그랬다. 

    나한테 필요한 이야기가 아니라면 듣지 않는게 이 세계의 정다정 에게도 매너 일 수 도 있는 일이었다. 듣는다고 해서 내가 뭐라고 대답 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니었다.

    그래, 여러모로 봤을 때  듣지 않기를 잘 한 것이다.

    지금 내가 알아야 할 것은 시시한 지금의 정다정 과거 이야기가 아니라 삼정빌라에서 일어난 그 폭력 사건이다. 원래의 나의 세계와 지금의 나의 세계. 그 둘을 이어주는 것은 아직까지 유은수 하나 뿐이었다.

    오빠는 그 날 거기에 있었고 맞은 쪽은 아니었다고 했다.
    실제로 만약 맞고 있는쪽 이었다면 다음 날 아침 그렇게 멀쩡한 얼굴로 날 데리러 오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럼 오빠는 어디서 어떻게 그 사건을 보고 있었던걸까.

    한껏 차린 밥을 먹는다. 밥을 먹고 유은수에게 이번엔 더 확실한 이야기를 들으러 가려고 마음을 먹었다.
    한톨 남김없이 약간은 비장하기까지 한 혼자만의 저녁을 삼키고 뒷 정리를 한 나는 유은수에게 전화를 한다.

    연종합병원에 있다는 유은수의 말에 가벼운 겉옷을 걸치고 집을 나선다.
    병원 앞 낯익어 보이는 길쭉한 형체 하나가 보인다. 그 형체는 점점 가까워져 가는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다. 늘 그렇듯 달갑지 않은 표정으로.

    “왜.”
    도깨비 김수현이 나를 보고 말을 건다.

    “왜 니가 나와 있어? 유은수는? ”

    “........”
    내 물음에 대답없이 빤히 나를 보는 그 아이.

    “...걔 만나도.. 걔 너한테 아무 말 안해. 차라리 나한테 물어봐.”
    여전히 딱딱하게 굳은 말투와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 보며 김수현이 말한다.

    “아니.. 나도 그러면 좋은데..유은수만 아는 일이야. 너한테 물어볼 게 아니야.”

    “삼정빌라에서 있었던 일, 나도 다 알아. 나한테 물어봐. 어차피 걘 절대로 말 안해.”

    삼정빌라.. 그래 그것을 물으러 온 것은 맞다. 하지만 그 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물어보러 온 것이 아니었다.

    “아니.. 그 날 무슨 일이 있었는 지 들으러 온게 아니야. 그 이후에.. 그러니까 그 날 아침에 뭘 했는지 물어 봐야 돼. 그러니까..”

    “그때 너 다시 정신 잃고 다원이 형이 너랑 유은수랑 데리고 왔어. 유은수 그 뒤로 나랑 쭉 이주호 병실에  있었어. 그리고 아침에 나랑 같이 학교 갔고.”

    다원이 오빠가 나랑 유은수를 데리고 왔다고.

    아니, 그런 일은 없었다. 그럴 수가 없었다. 난 서른 한 살의 정다정이었다. 나를 데리고 갈 수가 없었던 상황이었다. 그리고 유은수도 오빠랑 같이 가지 않았었다.

    “유은수가 그때 밤새도록 너랑 있었다고? 아침에도 그럼 너랑 있었다는거야?”

    “어. 계속 같이있었어. ”

    “너랑 학교에 같이 갔다고..”

    “그래. ”

    아니.. 그 날 유은수는 내 차를 타고 학교에 갔다. 잇츠카를 알고 있었다. 확실히 유은수는 내 차를 타고 간 것이 분명하다.

    “그럼 잇츠카는? 유은수가 잇츠카를 어떻게 아는건데?”
    의식의 흐름대로 질문을 해 버린 내 말에 미간을 살짝 찌푸린 김수현이 이상하다는 듯 갸우뚱 거리며 말을 한다.

    “잇츠카? 갑자기 거기서 잇츠카가 왜 나와? 너 사고 난 날 우리가 빌렸던 차 잖아. 그건.”

    내가 사고 난 날.. 잇츠카를 탔었다고..
    그래서 유은수가 잇츠카를 알았을 뿐이라고..

    ‘어? 누나 여기 잇츠카 다녀요? 대박...나 여기 아빠 면허증으로 운전하다가 영구 정지 먹었는데...팀장? 팀장이면 높은 거 아니에요? 저 영구정지 풀어 주시면 안돼요?’

    그 날 유은수가 했던 말이 문득 떠 오른다. 
    유은수는 과거에 잇츠카를 탄 적이 있었다! 등교 길에 내 차에서 들어서 알았던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말이 자꾸만 사고로 이어진다.
    사고난 날 잇츠카를 탔다. 그 뿐이라면 그건 나랑 전혀 관계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자꾸만 일이 사고로 이어지는 것이 신경이 쓰였다.

    “..사고 .. 도대체 그 사고라는게 무슨 사고 였는데?”

    “.....나도 이주호가 말 하지 말라고 한거 얘기하긴 싫어. 근데 난 니가 어느정도 알긴 해야 된다고 생각해.”

    “너랑 최시원 교통사고 나고 우리가 그래.. 니가 말 한 그 잇츠카 빌려서 타고 갔었어.. 그때는 이미 사고 난 뒤였고 거기서 너 빼내 주다 이주호는 몸에 화상입고 넌 기억 잃고.” 

    “최시원은 누군데..”

    “노래방에서 봤다며. 그때 너랑 사귀던 남자친구.”

    16번 방에서 나오던 남자.. 그 남자다..이주호와 유은수가 미친듯 화를 내게 만들었던 그 사람이 최시원이다. 

    나랑 사귀었던 사이라고.. 그런데 그 사람과 차를 타고 가다가 사고가 났다.그리고 그 현장에서 날 구해주던 이주호가 화상을 입었다...

    몸에 화상을 입은 이주호 라고..

    불현듯 화상을 입은 오빠의 얼굴이 떠오른다.

    큰 사고에서 날 구해 줬었던 현실의 오빠...맨 손으로 내 다리를 짓누르고 있던 그 잔인한 형체들을 간신히 들어내고 내 다리를 빼 주었었다. 자기 손은 엉망진창이 되는 줄도 모르고, 그런것도 아랑곳 하지 않고..
    계속해서 울고 있는 나를 달래면서 ..

    ‘괜찮아.. 울지마.. 눈감고 있어...눈감고 50 까지만 세..’
    어렴풋이 들리는 것 같은 그 날의 목소리..그 잔인했던 사고. 잔해들. 타오르는 불.

    머리가 아릿하게 저려 온다.

    “야.”

    “야. 정다정.”

    “응… 잠깐..미안해.. 잠깐 다른 생각이..”

    “그만 얘기 하자. 너 상태 안좋아 보인다.”

    “아니야.. 괜찮으니까 계속 얘기 해..”

    후.. 말 없이 긴 한숨을 뱉는 김수현 .. 그와 동시에 내 뒤로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돌아 봤을 땐 이주호가 걷어 올린 팔을 꼭 잡은 채로 김수현을 노려 보고 서 있었다. 
    주사를 맞고 나오는 길 인 건지 팔에 솜을 얹고 있는 데 솜 뒤로 작은 화상자국이 눈에 띈다. 

    “몰라.. 화내도 늦었어.. 이미 내가 다 얘기 했어 ..”  
    라는 말을 남기고 돌아서서 걸어가 버리는 김수현.

    머릿속이 잘 정리가 되지 않았다. 
    유은수는 그럼 원래의 나와 지금의 나의 세계에 동시에 존재 한 그런 인물이 아니었다.
    그저 이 세계의 유은수와 그 세계의 유은수가 존재 하는 것이다.
    나나 다원오빠처럼.. 하지만 나이만 변함이 없이.. 
    규칙성이 없다.. 규칙성이라는게 다 깨져버렸다. 지금까지 유은수가 열쇠일거라 생각 했던 것이 다 착각이었다. 잘 못 된 것이었다.

    그 폭력 사건도 달랐다. 그저 이 세계에서의 폭력사건, 그 세계에서의 폭력 사건 두가지가 존재 했던 것 일까. 이 세계에서 일어난 폭력사건은 유은수가 누군가 때리는 현장에 정다정이 있었고 그 현장에서 정신을 잃은 정다정과 유은수를 정다원,우리 오빠가 데리고 왔다. 그게 끝.

    달랐다. 내 세계에서 일어 난 것과. 그럼 맞고 있던 사람도 다를까.    

    “....가자..”

    내 팔을 당기며 돌아선 이주호.

    “맞고있던 사람이 누구야? ”
    멍하니 생각에 잠겨있던 내가 물었다.

    “.....그만 생각해. 집에 가서 쉬어. 왜 자꾸 돌아다녀.”
    내 말에 이주호가 대답한다.

    미처 몰랐다. 김수현이 가버렸으니 내 옆엔 이주호 뿐인데.. 이 아이는 도통 나에게 말하려 하지 않을 텐데..

    도깨비 말에 따르면 유은수도 절대로 말하지 않을 것이다.. 오빠에게 물어봐야 하나..

    아니야..

    “잠깐만. ”
    집 앞에 다다랐을 무렵 팔을 빼내며 멈춰 선 내가 말했다.

    “나도 들었으니까.. 나도 말해줄게.. 아무래도 말 해야겠어..혼자 못하겠어..”

    “뭐를?”
    물끄러미 나를 보던 이주호가 말했다.

    “.. 이 얘기듣고 내가 미쳤다거나.. 뭐 아무튼 그렇게 생각할 지도 몰라.. 근데 사실이니까 그냥 믿어 줘.”
    내 말에 미동도 없는 이주호를 데리고 마침 세워져 있는 아빠 차.. 원래는 내 차지만.. 그 차옆에 앉았다.

    웃기게도 그 순간 갑자기 생각이 났다.

    ‘이제 뭐하지.. 차라도 있음 좋을텐데.’

    ‘.....정다정 극혐.’
    어젯 밤, 차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내 말에 정색하던 이주호.

    사고가 나고 화상을 입고 .. 차라면 끔찍했을 텐데.. 그런 말이나 했으니.. 얼마나 내가 미웠을까.. 
    나를 구하다가 화상을 입었다니.. 이 아이는 도대체 이 세계의 정다정에게 얼마나 큰 존재인 건가..

    그렇기에 유은수도 아니고 우리 오빠도 아닌 이주호에게 이야기를 하려 하는 것 인지도 모르겠다.
    그냥. 가장 믿을 수 있었다.

    미안한 마음을 다시 접어 두고 내가 말을 이었다.

    “이 차... 우리 아빠 차잖아.. ”

    “응..”

    “그런데 사실 이차 내 차야..”

    “.....”
    이주호가 나를 뚫어져라 쳐다본다.

    “후.. 이상하게 들리는 거 알아. 나도 이게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으니까.”

    “사실 나는 니가 알고 있는 정다정이 아니야.”
    내 말에 무슨 말을 하려 입을 떼는 이주호를 가로 막으며 말을 이었다.

    “그 날. 내가 삼정빌라에 이 차를 타고 가서 오빠한테 전화 한날. 그 날 아침에 나는 출근을 했었어.난 사실 그 잇츠카라는 회사에 다니는 서른 한 살의 정다정이야.  ”

    이해가 안된다는 듯 미간을 좁힌 이주호에게 다시 말을 한다.

    “아니.. 정리해서 말을 할 게 .. 못믿겠지만 나는 원래 서른 한살, 잇츠카라는 회사에 다니는 정다정이야.”

    “그런데 그 날 아침 회사에 갔더니 회사가 사라졌어 . 온데 간데 없이. 한참을 헤매다가 포기하고 집에 왔는데..”

    “그래.. 내가 원래 살 던 집이 삼정 빌라야.. 그 삼정빌라 우리집엘 갔는데.. 우리집에 다른 사람이 살고 있었어..난 내가 미쳤다고 생각했어. 치매나.. 정신 이상 같은게 있다고 생각 했던거야.. 너무 무서워서 오빠에게 전화를 했었어…. 잘 생각 해 봐봐.. 내가 서른 한 살이야.. 우리 오빠는 당연히 서른 세살의 모습이어야 맞는데 .. 분명 우리 오빠는 맞는데 그날 오빠가 열 아홉살의 모습을 하고 내 눈앞에 나타난 거야….”

    가만히 내 말을 듣던 이주호의 표정이 굳어졌다.
    계속해서 나는 말을 이어갔다.

    “무언가 잘 못 된거야..내가 정다정은 맞지만 난 열 일곱살이 아닌 서른 한살의 나야..그래서 장온별이랑 쉽게 술도 먹을 수 있었던 거고... 사고? 니가 그렇게 숨기려던 그 사고도 별로 알 필요가 없던거야..난 그 사고의 당사자가 아니니까. 난 오로지 이 해괴한 일이 끝나고 다시 원래로 돌아 갈 방법을 알아야 했을 뿐인거지..”

    잠시 침묵이 흐른다.
    잠시 정적이 흐른다. 차 뒤에서 고양이들이 부스럭 거리는 소리만 들려 온다.

    “...그럼 유은수한테 생각 난다고 했던 삼정빌라 이야기랑 잇츠카는 뭔데?”

    “아. 그건 좀 별개의 이야긴데..나한테 이 이상한 일이 일어 난 그날 새벽에, 그러니까 아직 서른 한 살의 나 일 때 내 방 창문 밑에서 어떤 사람을 때리는 유은수를 봤었어.. 그때 내가 폭행현장 사진을 찍다가 들켰었고 유은수가 아침까지 우리집 앞에서 기다렸다가 사진을 지워달라고 졸랐었어..아무튼 그 때 유은수가 내 차를 타고 나랑 같이 학교에 갔었어.. 그때 내 차에 있던 명함을 보고 내가 잇츠카에 다닌다는걸 그애가 알았었거든.”

    “이 일이 생기고 나서 원래 현실하고 지금하고 유일하게 똑같이 변하지 않은 유일한 사람이 유은수였어..그래서 그 애가 뭔가 실마리가 될 거라고 생각을 했던거야..결국 그것도 아니었다는 것을 오늘 알게 되긴 했지만..”

    “내가 잠깐 졸았을 때.. 갑자기 삼정빌라에 간다고 했던거 말이야. 그 순간에 잠시 다시 원래의 나로 돌아 갔었어.. 그래서 갑자기 삼정빌라에 간다고 했던거고 .. ”

    “그럼 지금 너는. 내가 아는 정다정이 아니고 그 서른한살의 정다정이라는 거지..나 하고는 추억도 기억도 만난 적도 없는..?”

    “그래. 믿어지지 않겠지만 그게 사실이야..”
    내가 단호하게 말을 했다.

    “.....다정아..”
    이주호가 단호한 내 말에 너무 슬픈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부른다.
    나를 보는 눈빛이 너무나도 서글프다.

    “니가 좋아 한다던 그 정다정도 어딘가에서 나처럼 이상한 일을 겪고 있을거야 .. 날 다시 돌려 두어야 니가 좋아하는 정다정도 돌아 와.이주호. 그러니까..”

    “..다정아 아니야..”
    내 말을 끊고 이주호가 말한다. 목소리가 곧 꺼질듯 작다. 눈을 바라 볼 수 가 없다.. 너무나 슬픈 눈으로 나지막하게 내 뱉는 내 이름에 마음이 저린다.

    “니가 정다정 맞아.. 내가 알던 정다정 맞아..확신 할 수 있어..내가 말 했었잖아 정다정 너 맞다고 ..이상하게 다른사람 같지만 분명 정다정 맞다고 ..”

    “아니라니까..난 원래의 나로 빨리 돌아 가야 해..도와줘..이주호 니가 나좀 도와 줘야 돼. ”
    답답함에 양 손에 얼굴을 파묻어 버린다.

    -

    내 방.. 정말 길고 긴 하루가 드디어 끝나려고 한다.

    이주호는 그 뒤로도 내 말을 절대로 믿으려 하지 않았다.
    온 갖 이야기를 다 했고 심지어 운전도 할 수 있다며 차에 타 시동까지 걸었었지만 그래도 끝까지 내가 이 세계의 어린 정다정이라고 고집했다.

    돌아 갈 방법을 전혀 모르겠는 지금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주호에게 모든 것을 털어 놓았지만
    이 아이는 내 말을 끝까지 믿지 않으며 잡은 손을 걷어 차 버렸다.

    ‘고집불통...말이 안통하는 놈..차라리 도깨비 놈 한테 말을 할 걸..아니..오빠한테 말을….아니야.. 오빠도 분명 안믿을거야.. 내가 아는 오빠는 절대로 이런 판타지 같은 일을 이해 못 할 거야.. 날 병원에 데려 가려고 하겠지..’

    분노에 가득 절여진 눈을 희번득 거리며 분노의 양치질을 마친 나는 그새 돌아와 있는 오빠에게 말을 할 까..잠시 고민을 했지만 그만두고 그저 잘자라는 인사만 건낸다..

    “이불 잘 덮고 자. 이제 밤에 쌀쌀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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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7/02 03:27:59  124.146.***.27  ᕙ()ᕗ  550128
    [2] 2017/07/14 01:50:51  182.228.***.199  냥이두마리  416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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