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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humordata_1714337
    작성자 : 리봇
    추천 : 2
    조회수 : 865
    IP : 175.193.***.165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7/06/29 21:07:04
    http://todayhumor.com/?humordata_1714337 모바일
    실화아니고 동화가 대세_2
    http://todayhumor.com/?humordata_1714236
    1탄주소

    이 소설 제목은 몽몽이에요


    제3화
    09월09일 월요일

    나 만큼이나 경악스런 표정을 짓고 있는 오빠가 나를 빤히 보며 내 앞으로 다가온다.

    “..........”

    “.......어떻게 된 거야. 차는 어떻게 여기까지 가져 왔어.”
    오빠가 놀라서 떨리는 손으로 내 눈물 콧물을 마구 훔쳐내며 말을 한다.

    ...그렇게 눈을 문지르면 화장이 번질텐데..

    아무 말 할 수 없어진 내가 물밖에 나온 붕어 처럼 입만 뻐끔 거리다 이내 입을 꾹 닫는다.
    일단 집에 가자는 말에 아무 생각 없이 내가 운전석 문을 연다. 

    “..차 여기까지 니가 타고 온거야?”
    내 팔을 잡고 돌려 세운 오빠가 어이없다는 듯 말을 한다.
    그리고 나를 조수석으로 보낸 오빠가 내 옆에 앉는다.

    너무 오랜만에 보는 그리운 오빠 얼굴.. 고등학교 때 까지만 해도 동네 여자애들이 줄줄줄 따라 다녔던 귀티나는 우리 오빠. 어리고 젊은 옛날처럼 너무 멋있는 우리 오빠. 너무 반가운 우리오빠의 모습에 잠시 사태의 심각성을 잊고 넋을 놓고 오빠를 바라보고 있었다.

    별일은 없어 한결 마음이 놓인 건 지, 이내 평정심을 찾고는 익숙한 그 사거리를 지나는 동안 오빠는 옛날에 그랬던 것처럼 장난끼 가득한 목소리로 내 눈이 팬더 같다며 놀리기 시작한다.

    누구 덕분에 진짜로 팬더가 된 눈 두덩이를 거울에 비춰 보며 물티슈로 눈과 입을 박박 지워낸다.

    ‘하하...’
    거울을 멍하니 쳐다보며 더 놀랄 힘도 없는 내가 실없이 웃는다.
    더 놀랄 일도 이제 없을거라고 생각 했는데...
    그 생각을 비웃는 듯한 광경에 눈만 꿈뻑거리며 정신을 못차린다.

    화장을 지워 낸 거울 안의 나 또한 오빠처럼 어리고 앳된 모습이었던 것이다.

    15만원이나 주고 한 반영구 눈썹타투 대신 나도 잊고 있었던 빽빽한 눈썹이 붙어있고, 남들 따라 슬쩍 맞아 본 어색한 빵빵이 보톡스 자국 대신 자연스럽게 차오른 양 볼이 만져지고 내 몸 또한 등산이나 헬스를 하며 만든 근육들과 겨우 유지되고 있는 정상체중의 몸 대신 힘아리 없이 비쩍 마른 어릴때의 내 모습 그대로로 돌아 가 있었다.

    -

    도착한 집. 아니 첨보는 주택.
    밝은 살색이 감도는 신식 벽돌로 지어진 그 주택은 제법 그럴 듯 한 조립식 주차장도 있었다.
    크게 두 걸음 정도 걸을 수 있는 크기의 앞 마당은 푸릇한 잔디가 귀엽게 깔려 있었다.한켠에 서 있는 빨간 자전거 위에는 수도꼭지에 연결 되어 늘어진 호스가 아무렇게나 널려 있었다.
    아무리 봐도 처음 보는 곳이었다.
    오빠는 두어개쯤 되는 낮은 계단을 올라가 현관문의 비밀번호를 눌렀다.
    비밀번호가 1120. 내 생일 이다.  기가 막혀 코웃음이 났다.
     
    우리집은 그리 부자가 아니었는데..어쨋든 지금 ‘여기’ 우리집은 꽤 부자인가보다. 
    집을 보고 든다는 생각이 고작 부자인가 보다 라니… 서른 넘은 여자는 다 속물이라고 했던가.
    그도 그럴 것이 집 안은 밖에서 볼 때 생각 한 것 보다 더 넓었다.
    이층으로 향하는 층계가 있고 층계 아래로 하얀 느낌의 깔끔한 주방과 식당이 있었다.
    밝은 색감의 소파와 가구들. 그 옆에 놓인 심즈4 에서나 보던 큰 항아리 만한 도자기들과 우리회사 문앞에 있던 올리브 나무 만큼 큰 화분들이 곳곳에 있었다.
    나도 모르게 그 것들의 가격을 계산하려고 하는 머리를 둘레둘레 흔들어 내고 그 낯선 공간에 우두커니 서서 침착하려 애쓴다.

    “뭐해? 왜 가만히 서 있어?”
    멍하니 있는 나를 또다시 심각하게 바라보며 고개를 젖힌 오빠가 말을 한다.

    “응? 아니.. 그냥 좀 정신이 없어서.”
    내가 눈을 꿈뻑 거리면서 말을 했다.

    내 말에 심각하게 숨을 내 뱉은 오빠가 손목에 찬 시계를 내려다 본다.

    “일단. 나 지금 나가야 되거든. 갔다와서 이야기 하고.. ”
    말을 하다 다시 숨을 내 쉰 오빠가 나를 못믿는 듯 걱정스럽게 쳐다 본다.
    “집에 꼼짝 말고 있어. 무슨 일 있으면 전화 하고. ”

    신신 당부를 하는 오빠가 문밖으로 사라지고 정적과 함께 찾아 온 수 많은 생각들을 뒤로 한 채 내 방으로 추정 되는 곳의 문을 연다.

    여느 여자애들 방 처럼 크고 작은 인형들과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들어 찬 방.
    마치 작은 캐릭터 샵에 들어 온 것 처럼 정신이 없다.
    반면 코끝에는 어울리지 않는 소독약 냄새가 가득 퍼졌다.

    어색하게 발을 들여 놓고 두리번 거리다 눈에 들어온 전신 거울. 
    그 거울 속엔 여전히 멍한 표정의 어린 내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거울 앞으로 바짝 다가간 내가 거울 옆에 걸린 교복을 밀어 내고 내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 본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건지.'

    틀림없이 거울속에 비치는 내 얼굴은 정다정이 확실했지만 서른 한 살의 정다정은 아니었다.
    아무리 보고 또 다시 봐도 어린 시절의 내가 맞았다.

    비교적 유쾌한 집안 풍경탓인지, 아니면 그냥 생각하기를 포기해 버린건지 이제 그리 두렵거나 혼란스럽지는 않았다. 
    되려 침착해져 간다고 해야 할까.
    굳센 내 마음에 경의를 표하며 지금까지 일어난 일을 일단 정리해 보려고 낯선 그 책상 앞에 앉았다.

    책꽂이에 꽂혀 있던 책들을 하나하나 꺼내 펼쳐 보던 나는 확신했다.
    이 방의 주인인 정다정은 내 어린시절의 정다정과 같지만 그 정다정은 서른 한 살 정다정과 같은 시대에 살고 있다.

    그리고 어떻게 된 것인지는 모르지만 지금 내가, 서른 한 살의 정다정인 내가 이 방의 주인인 정다정이 된 것이다.
    아주 한참 전의 일 처럼 느껴지는 오늘 아침.
    그 폭력범을 내려 주고 회사에 갔는데 회사가 없었다. 
    그 시각이 대략 8시15분. 이 이상한 일은 그럼 8시 15분 쯤 부터 일어났던 걸까..

    아니, 최소 8시 15분 경이다.

    그 전엔 차에 있었으니 변화를 몰랐을 수도 있다.

    내가 어려지고 우리 오빠도 어려졌다. 심지어 오빠는 교복을 입고 있었고, 나 또한 방에 걸린 교복을 보니 학생 인 것 같다. 
    그렇지만 내가 고등학생이던 그 2005년도로 시간이 워프 된 것은 아니다.
    지금 밖에 보이는 환경들과 내 차, 핸드폰에 나와있는 날짜와 시간은 시대적으로 어제와 이어 져 었다.

    나와 오빠만 어려 진 것이다. 
    아니, 지금까지는 나와 오빠만 어려진 것 인데 오빠는 원래부터 이랬던 것 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을 했다.

    그렇다면 과연 오빠와 나만 어려진 것일까?
    변한 것들과 변하지 않은 것들을 구분 해 보기로 한다.

    가지고 있던 소지품과 차에 있던 물건을 모두 꺼내 책상위에 펼쳤다.

    먼저 핸드폰, 시간과 날짜는 그대로다. 두 달 전 개봉했던 그 디즈니의 신작에 나오는 토끼가 그려진 핸드폰 케이스도 그대로, 핸드폰의 기종도 그대로..
    그러나 전화번호부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있었다.

    SNS가 깔려 있다.
    내가 쓰던 계정, 로그인은 되지만 사람이 아무도 없다. 뻔질나게 올렸던 내 사진도 모두 없다.
    사진첩은 아침에 내가 지웠고.

    클라우드, 어?
    비밀번호가 맞지 않는다. 내가 할 수 있을 만한 어떤 번호를 눌러도 열리지 않고 ‘비밀번호 찾기’ 또한 인적정보가 맞지 않는 다며 되지 않는다.

    지갑, 지갑의 외형은 그대로 지만 신분증이 사라졌다. 면허증과 주민등록증 모두.
    돈은 그대로 있는데 신용카드와 체크카드는 한 장도 없다. 내 명함이나 기타 다른 것도 아무것도 없는데 언젠가 점심시간에 카페에서 마주쳐서 커피를 얻어 먹었던 우리 회사 대표님의 명함이 구깃하게 접혀 한 쪽에 꽂혀 있었다.

    그 밖에 차량에 두었던 잡동사니는 거의 그대로다. 물티슈며 차에 몇달 째 있던 텀블러. 청소용품 등등..
    그러나 글로브에 있던 차량 계약서에는 내이름이 아닌 우리 아빠의 이름이 써져 있었다.

    여기까지 확인을 한 내가 점점 더 복잡해져 가는 머리를 겨우 정리한다.
    첫째, 아침에 생각 한 대로 내가 치매나 정신이상으로 회사 위치나 집 등의 부분적 기억을 떠올리지 못하는 경우.

    유력 하던 그 가설은 오빠와 내가 어린 모습으로 돌아 간 것을 안 순간부터 사실상 가능성이 희박해 졌다. 내가 정신 이상으로 기억을 잃었다면, 어제까지의 일들은 무엇이란 말인가.

    두 번째 지금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생각.
    약간 판타지한 생각이긴 해도 잘 알 수는 없지만 대략 내가 살던 어떤 차원의 세계와 지금 이 차원의 세계가 동시에 존재 하고.
    무언가 잘 못 되어 이 세계의 나와 내 세계의 내가 바뀌었다.
    더 자세히 말한다면 겉모습은 그대로 영혼이 바뀌었다고 할까.

    얼마전에 한실장님이 그렇게 재밌다고 해서 봤던 일본 애니메이션의 소재가 아마 그런 비슷한 것이 었는데..

    나에게 그런 만화 같은 일이 일어 난 것 일까..
    평소에 판타지나 SF와는 거리가 멀던 내가 이런 생각을 할 만큼 상황은 심각했다.
    과학적이지 못하다.
    하지만 인류가 아직 파악 하지 못한 자연현상이라던지 수수께끼들은 많았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어떤 자연 현상일 수 도 있다.

    ‘어이가 없네..'
    점점 더 말이 안되는 결론으로 치닫는 생각을 애써 진정 시킨다.

    두 번째 가설의 경우.
    사실 그 가설에도 맞지 않는 부분은 있었다.
    영혼이 바뀌거나 그랬다면, 지금 이 아이는 학교에서 한참 수업을 받아야 하는 시간인데 왜 내 세계에서 내가 입었던과 똑같은 옷을 입고 내 차에서 운전을 하고 있었던 것은 말이 안됐다.
    차라리 교복을 입은 채 학교에서 수업을 받던중 깨어 나면서 바뀌었다면 그나마 말이 되었을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오지 않는 결말에 머리가 지끈거린다. 
    차라리 쉽게 ‘자 꿈이었어요. ’ 하고 깨어나면 쉬울텐데..

    원래의 ‘나’ 는 그럼 어떻게 된 걸까...우리 회사는 어떻게 되었을까.
    우리 팀원들은 나 없이 잘 하고 있을까.

    내가 무단으로 결근했다고 생각 할 것이 뻔 한 한실장님이 나를 얼마나 욕하고 있을지 걱정이 된다.

    -

    ..언제 잠이 든 건지, 눈을 떠 보니 벌써 어두운 밤이다.
    혹시나 해서 그 거울을 바라본다.
    아직도 나는 어린모습 그대로 였다.

    ‘하...'

    막연한 답답함에 몸을 일으켜 거실로 나가보면 우리엄마가 살아 생전 자주 해 주었던 맛있는 찌개 냄새가 거실을 가득 메우고 있다.

    그리고 주방에 아른아른 보이는 실루엣.

    “....엄마.......엄마 !!!!”
    엄마를 외치며 물병을 들고있던 엄마를 힘껏 끌어 안는다. 

    “아니 얘가 왜이래, 갑자기.”

    엄마..
    너무나 오랜만에 만나는 우리엄마.

    소중 한 줄도 모르고 어릴 땐 우리엄마 이렇게 안아줘 보지도 못했는데..
    밥 냄새 보다 더 달콤한 엄마향기에 취해있다가 그렁한 눈으로 엄마를 본다.

    “밥 먹을 수 있겠어? 죽 끓여 줘?”
    엄마가 나를 보면서 말한다.

    “...죽? 아니 나 안아픈데..”
    영문을 몰라 어물어물 말하는 나를 보며 방긋 웃는 엄마.

    그런 엄마를 보며 문득 드는 생각. 엄마가 있다면 아빠도 있다!

    “엄마 아빠는? 아빠는 어딨어?”
    기대에 부푼 눈으로 엄마에게 묻는다.
    심장이 마구 떨린다.

    “아빠가 어디에 있기는 어디에 있어. 회사갔지.”
    엄마가 당연하다는 듯 말을 한다.

    ..우리아빠도 있구나.. 이 세계엔 우리가족 다 있는거구나..

    새로운 감회에 걱정은 한켠으로 밀려나고 아주 극단적인 기쁨이 잔뜩 내 몸을 도사린다.

    -

    ‘달그락 달그락’

    너무도 아련하고 다정한 저녁 식사가 끝나고 엄마, 아빠, 멀쩡한 우리오빠랑 함께 할 수 있다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지 않아도 좋을 것 같다는 무모한 행복에 취해 있는데 아직도 내가 좀 이상한지 시종일관 심각하게 나를 살피며 말이 없던 오빠가 입을 열었다.

    “너 아침에 어떻게 된 거야.”
    엄마를 반 강제로 밀어내고 설거지를 도맡은 내 옆에 와서 슬쩍 묻는 오빠.

    “응? …글쎄 잘 기억이 안나는데..잠깐 뭐에 홀렸었나봐”
    내가 눈을 피하며 말을 한다.

    “.. 아직도 좀 이상한거 같은데?”  
    오빠가 예리하게 나를 뜯어 보며 말을했다.

    그러고 보니 난 이 세계의 아무것도 아는게 없으니 앞으로도 계속 이상해 보일 것이 당연 할 텐데….
    어떻게 된 일인지 확인되기 전까지는 기억상실증 인 것 처럼 행동해야 겠다는 결심을 하고 물 묻은 손을 탁탁 털어내며 오빠에게 말했다.

    “오빠 나 사실은..기억이 잘 안나..내가 어떻게 살아 왔는 지.. 그런게 하나도 생각이 안나.. 오빠나 엄마 아빠는 기억 나는데 집도 기억이 안나고 내 방에 있는 내 물건도 학교도 다 기억이 안나.”

    내 말에 심각하게 바라보는 오빠.

    “..사고 후유증인가?...내일 학교 가지말고 병원 가봐야 겠다.”

    “내가 사고가 났었어?”

    “..진짜 아무것도 기억 안나?”
    내 말에 눈을 둥그렇게 뜬 오빠가 다시 말을 한다.

    “응. 무슨 사고가 났었는데?”
    조금의 실마리가 될 수도 있다는 희망에 오빠에게 물었다.

    “..그냥 교통사고. 많이 다친건 아니고.. 그냥 좀 놀라서 그러는 거 같아.”
    내 질문에 오빠가 걱정 하지 말라는 듯 말을 한다. 

    -

    09월10일 화요일
    다음날 아침

    그렇게 잠을 자고도 머리가 베개에 닿자마자 다시 잠들었던 나는 새벽 6시 쯤 자동으로 눈을 떴고 엄마가 밥짓는 소리를 감상하며 다시 거울 속 얼굴을 들여다 본다.
    아직도 그대로. 30대 여자의 이것저것 투자한 돈들인 얼굴은 없지만 젊고 어린, 약간은 촌스런 얼굴이 마냥 보기는 좋다. 

    ‘젊음이 좋긴 하구나.’

    잠들어 있는 동안에도 쉬지 않고 머리가 움직여 판단을 내린것 처럼 지금의 나는 초연했다.

    ‘고민하고 끙끙 거려 봤자 아무 것도 해결 되는 건 없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원래대로 될 때 까지 열심히 살아 줘야지..’

    이불을 박차고 나와 콧김을 세게 내뿜으며 씩씩하게 스트레칭을 해 본다.

    -

    오빠가 엄마한테 어제 있었던 일들을 말 해 둔 건지, 아침부터 부산스럽게 옷입는 것 부터 신발신는 것까지 하나하나 걱정스럽게 쳐다보는 엄마손을 잡고, 현실의 나에겐 정말 끔찍히도 안 어울리던 원색의 노란바탕에 깜찍한 파인애플이 그려진 여름티를 입은 내가 병원으로 향하는 길,

    병원을 간다고 해서 그다지 걱정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지금 이 현상은 현 세상의 과학이나 의술로 진단 할 수 없는 그런 종류의 것이라는 것을 이미 한참 전에 받아들였기 때문이었다.

    온 갖 색깔의 카드와 사진을 보여주고 여러 가지를 묻던 의사선생님과의 면담을 끝내고, 머리를 검사하는 기계로 보이는 기계에 머리를 맡겼다가 결과는 다음주나 나올거니까 당분간 안정을 취하라는 의사선생님의 당부가 이어진다.

    의사선생님의 당부에 내가 질문을 던진다.

    “학교는 못가요?”
    학교를 가면 좋을 것 같았다.
    집에서 끙끙 거려 봐야 답이 안나오고 학교라도 가면 무언가 단서라도 더 있지 않을까 싶었다.
     
    “학교 가도 좋아요. 오히려 학교도 가고 평소 하던대로 어울려 놀고 생활 하는게 기억을 되찾는 데에는 더 좋을 것 같네요.”

    의사 선생님의 너그러운 답변을 받고 잠시 담임 선생님을 만나러 간 엄마를 기다리며 시원한 차안에서 홀짝홀짝 엄마가 쥐어 준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으니 정말이지 속없이 태평한 나란 여자는 모처럼의 여유있는 이시간이 심지어 반갑기까지 한 것이었다.

    원래의 나는 어떻게 되었을까.
    고장난 기계처럼 멈춰 버렸을까. 기름없는 자동차 처럼 정지 해 버렸을까.

    만약 원래의 ‘나’ 의 몸에 이 어린 정다정의 영혼이 들어 갔다면 회사업무도 할 줄 모를테고 갑자기 나이들어 버린 모습에 충격도 받았을 것이었다.
    엄마 아빠도 그 세계엔 없는데.. 무엇보다 많이 변한 오빠의 얼굴을 감당 할 수 있을까.

    -

    저녁.

    ..학교 갈 준비라니.. 평소였음 지친 몸을 겨우 뉘이고 잠이 들었거나, 아직도 업무에 허덕이며 연신 ‘죄송합니다.’ 를 말 한 다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우리 실장님의 한껏 흥이 난  목소리에 신나게 탬버린을 흔들었을 시간이다.

    ‘어이가 없네..'
    다시 생각해도 어이가 없어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다.

    학교에 가면 무언가 더 확실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까.
    막연한 기대에 부푼다. 
    혹시라도 다시 원래의 상태로 돌아 간다거나 하는 상황을 대비하여 그 동안 일어난 일들을 빽빽히 컴퓨터에 써서 저장해 놓고 잠을 청한다.

    잠이 안온다.
    누우면 슬슬 새어들어오던 담배냄새.
    마트에서 사다 놓은 그 맛있는 과자는 아직 먹어 보지도 않았는데..
    혜원이는 뭐하고 있을까.
    영문 모를 우리 팀원들은 아무 탈 없이 잘 하고 있을까.
    생각을 떨쳐 내고 억지로 잠으로 빠져 든다.

    -

    09월 11일 수요일

    다음 날

    빨간줄이 그리 거슬리던 교복을 언제 싫어 했었냐는 듯 정성스럽게 입고, 아까부터 기다리는 오빠의 세 번째 부름에 부랴부랴 문을 박차고 나가면 10년전에 오빠가 그랬던 것 처럼 어김없이 내 가방을 받아들고 한걸음 뒤에서 조용히 걸음을 떼는 오빠. 

    기억을 잃은 동생이 많이 불안하고 궁금 한 것도 많을 텐데 아무 말 없이 내 뒤에서 걷고 있는 오빠.

    내 속을 아침마다 울렁거리도록 만들었던 그 초록초록한 운동장을 지나 교실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까지 한 오빠가 돌아간다. 그 모습을 한참 지켜 본다. 그 때 처럼 오빠는 키가 크고 등이 넓었다.
    저 넓은 등으로 동생의 짐까지 짊어 지고 살아 왔던 원래의 내 오빠가 보고싶었다.
    지금 보이는 저 아이도 자라서 우리오빠와 똑같은 인생을 살게 될까…
    이 세계의 엄마 아빠도 원래 우리 엄마 아빠처럼 그렇게 빨리 내 곁을 떠날까..
    가슴 깊이 맺히는 슬픔을 구겨 넣고 반을 둘러 본다.
    일찍 온 탓에 몇명 없지만 그래도 일찍 와서 공부를 하는 아이들이 보인다.

    영교시다 뭐다 뉴스에서 말이 많던데, 정말 이 시간 부터 공부를 하는 애들이 있구나.
    우리때는 그런건 없었던것 같은데.

    그 아이들의 외계인 본 듯한 시선이 어색하기가 그지없다.
    한참 예배중인 교회에 시주를 받으러 온 중 처럼 어색함에 몸둘바를 모르겠어서 ‘안녕!’ 하고 먼저 인사를 건낸다.

    “헐.. 정다정 너 괜찮아?”
    라며 우르르 내 주변으로 몰려드는 아이들.

    오빠말에 따르면 나는 오빠가 말 한 그 교통사고로 한동안 병원에 입원 해 있다가 퇴원 한 지 얼마 안되었고,  한동안 학교에 가지 않고 집에 있었다고 한다. 원래 어제 날짜로 다시 학교에 가기로 했었는데 그러던 중에 그제의 일이 일어났던 것이었다.

    즉 이 어린 정다정도 학교에 오는 것이 꽤 오랜만이라는 뜻.

    ‘아.. 근데 큰일났네...내 자리가 어디지.’
    우리 반은 다행히 교과서에 적힌 ‘1-9 정다리’ 라는 글씨를 보고 알았지만 자리는 도저히 알 방법이 없었다.
    이 애들이 내가 기억상실이라는 말을 전해 듣기는 했으려나..
    난감하던 찰나.

    “너 기억 이제 나는거야? 괜찮은거야?”
    유독 오버스럽게 걱정하는 통통한 체구의 여자아이가 나를 스캔하듯 살피며 말을 한다.

    “응? 아니 기억 안 나.. 하하하하. 너 이름이 뭐였지..” 
    내가 어색하게 말을 한다.

    “진짜 장난아니고? 진짜 기억안나? 나도 쟤도? 다 기억안나?” 
    그 아이가 동그란 눈으로 내얼굴을 뜯어본다.

    “그래. 기억안나. 그래서 지금 내자리도 기억안나서 이렇게 서있잖니..혹시 내 자리 어딘지 알아?”
    내가 약간은 귀찮은 듯 대꾸한다.  

    그 아이는 ‘대애박’이라는 말을 외치며 왼쪽 끝에서 두번째 자리로 날 부축해 간다.
    부축은 안해줘도 되는데..

    ‘어린 애들이란. 정말 귀찮아.’
    카쉐어링 특성상 20대 초반의 어린 애들을 많이 상대 해 왔고 그 만큼 어린애들에게 질려있는 나였다.
    그 고객들보다 훨씬 어린 고등학생이니 개념도 더 부족 할 것이고 대화도 안 통할 것이 뻔했다.

    그런 내 맘도 모르고 어느 덧 내 옆에 의자를 끌어다 놓고 앉은 그 아이.

    “담임이 너 기억상실증이라고 애들한테 막 꼬치꼬치 묻지말고 전학생 왔다 생각 하고 잘 챙겨 주라고 했거든. 그래서 진짜 대박이다 생각했는데 진짜리얼 개놀랐음. 완전 드라마 같아.”
    라며 끊임 없이 말을 하는 은정이.

    그래, 명찰을 보니 이름이 은정이구나.

    은정아, 근데 선생님이 꼬치꼬치 묻지 말라고 했다 하지 않았니.
    왜 선생님 말을 안듣는거니?

    쉴틈 없이 묻는 질문에 정신 없어진 내가 지쳐 갈 때 쯤 이미 더 많은 아이들이 등교 하여 벌써 네 번째 같은 질문을 해왔고 귀찮아진 내가 ‘이제 다들 자리로 가고 나좀 냅둬 줄래’ 라고 외치려 숨을 들이 마시는 순간.

    “정다리!!!!!!”
    하고 고막이 터질 듯 한 소리가 교실을 경직하게 만들었다.
    그 어떤 아이의 얼굴을 미쳐 볼 틈도 없이 나는 낯선 여자 아이의 품에 안겨 지고 말았다.

    “저기..미안한데 이것 좀 놓고 말 해 줄래?”
    간만에 신경 쓴 내 머리를 다 비벼 놓고 내 어깨를 뽑아버릴 기세로 흔들던 그 아이가 성난 황소같은 목소리로 또다시 외쳐 댔다.

    “정다리! 나도 기억안나???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이 배신자년아.”

    아아.. 정말이지 챙피하고 상스러운 아이구나. 
    그렇게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는 눈썹이 짙고 선이 굵은 시원스럽게 생긴 얼굴의 여자아이의 행동으로 보건데 이 아이랑 꽤 친했던 모양이다.

    이 시대의 나는 정말 사람 볼 줄 모르는 것 같았다.
    ‘좋아. 내가 여기 있는동안 ‘또 다른 나’를 위해 친구를 싹 정리 해 주겠다. 앞으로의 인생에 딱 도움 될 만한 친구를 싹 스캔 해 가지고..’ 

    쓸데없는 생각에 빠져들고 있을 때 그 목청이 큰 아이가 이미 5번을 대답한 그 질문을 다시 건네 온다.

    “ 내 이름 기억 안나?”
    기억 안난다 백번 말하는 것보다 달려있는 명찰을 보는 게 훨씬 빠르고 조용하다는 것을 이미 터득 한 나는 슬쩍 명찰을 보고 말을 했다.
    “유은수? 유은수네 유은수 .맞지?” 
    말을 한 내가 멋쩍게 웃어보이면 더 욱 큰 충격을 먹었다는 표정으로 나를 보는 그 아이.

    “야야..얘가 나보고 유은수래 ..실화냐 이거?...기억 상실증 아니고 치매 아니야?”
    그 아이가 어느새 옆에 와 있는 월리를 찾아라의 월리를 빼다 박은 것 같이 생긴 남자애 에게 말을 한다.

    끌어오르는 분노를 가라앉히며 다시 차분하게 말한다.

    “아.. 명찰에 유은수라고 써 있길래. 아니면 미안.. 하하.. 알겠지만 내가 기억이 없어서.”
    라며 또다시 웃어보인다.
    기억 안나는 척 연기 하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 벌써 12번째 아니라는 답변을 해주고 나니 이제 왠만한 아이들은 다 온듯 보인다.

    ‘후아.. 벌써 지치는 것 같다.’

    시장판이 따로 없는 교실. 
    학교를 건축한 사람은 상을 줘야 한다. 이 엉덩이에 모터를 단 듯한 애들이 이렇게 시끄럽게 뛰고 떠드는데 건물이 안무너지고 서있는건 거의 기적이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쥐고 눈을 딱 감을라 치면 계속 아픈거 아니냐며 오버스럽게 날 흔들어 깨우는 그 아이. 이름이 장온별 이라던가.
    요즘 애들은 얼굴 만큼이나 이름도 예쁘다.
    나 고등학생때는 이름이 이뻐봤자 지선이, 선영이 였는데.

    직업이 직업인 만큼 지각에 민감한 내가 무의식중에 둘러본 교실은 이제 세 자리만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종이 울림과 동시에 ‘쿠당’ 하는 소리를 내며 무언가 흥얼거리며 들어오는 두 남자아이.
    옛날이나 지금이나 저렇게 지각을 일삼는 애들은 꼭 있다니까.

    도깨비 같이 생긴 키가 큰 아이는 핸드폰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자리에 털썩 주저 앉고 가방도 내려놓지 않은 채 열심히 핸드폰만 쳐다본다. 눈매가 사나운 것이 반에 꼭 한 두명씩은 있는 날라리가 분명했다.

    같이 들어 온 또 다른 아이는 시종일관 무언가를 흥얼거리며 이어폰을 꼽고 있었다. 
    얼굴이 하얀 그 남자애는 교실을 두리번 거리다 나를 발견 하고는 그 도깨비 같은 아이를 툭툭 치며 무언가를 말한다.

    귀가 크고 얼굴이 창백한..
    ..아니, 잠깐만. 
    아니.. 이럴 수 는 없다..

    처음으로 나의 원래 세상과 이 세계에 같은 나이, 같은 모습으로 존재하는 사람의 등장이었다.
    이렇게 되면 정말 모든 추측과 가설은 말짱 헛것이 되는건데..

    그 폭력범의 재등장으로 겨우 침착하게 만들어 둔 머리가 이리저리 헤집어 놓은 것 처럼 또다시 붕괴되고 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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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6/30 00:07:51  124.146.***.27  ᕙ()ᕗ  55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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