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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humordata_1118989
    작성자 : 하엘이
    추천 : 10
    조회수 : 768
    IP : 203.152.***.22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12/07/06 14:56:50
    http://todayhumor.com/?humordata_1118989 모바일
    (Bgm)(낚시X)날 사랑해주던 사람이 없어져버렸다.

    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2535



    한참 밖에서 뛰어놀기 좋아하던 어릴때였지?

    그땐 지금의pc방보단 집안에서 티브이 붙들고 씨름하던 팩게임이 최고였을때야

    무시하는건 아니지만 지금 어린 친구들은 아직 그때설레임을 모를거야

    초등학교 2학년때 일거야 아마

    난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 앞 조그만 구멍가게에 할머니랑 같이 살았어

    새친구가 온다는 말에 온 반에 친구들이 웅성거렸던 걸로 기억해

    갈색 눈동자를 가지고 길면서도 이쁜 곱슬머리를 가진 여자아이 한명이 반에서 자기소개를 했어

    얼굴도 엄청 하얗고 척 봐도 무지무지 가냘퍼 보였어

    수줍어 하지도 말을 더듬지도 않고 또박또박 자기소개를 하며 반갑다고 인사하는 모습이 여간 당차보이지 않을수 없었더랬지

    그때 까지는 여자라는 인식보단 새로운 아이라는 신기한 인식뿐이었었어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는 한반에 40명 정도의 학우가 있었고 학년당 한반뿐인 작은 학교였어

    보통의 영화에서 처럼 빈자리는 없었어

    새친구가 온다고 책상과 의자를 새로 가져다 놓은것 뿐이었어

    그렇게 자기소개를 마친 그녀석은 종종걸음으로 자기 자리에 가서 교과서를 펴고 공부할 준비를 했지

    어떻게 한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르게 어수선한 분위기로 수업이 끝났어

    쉬는시간 종이 울리자마자 우루루 그녀석에게로 몰려갔어

    어디에서 왔는지 이름은 뭔지 왜왔는지 이것저것 엄청난 질문 세례를 받으면 당황할 법도 한데 아랑곳 않고 쏟아지는 질문에 답해주는 모습이 난 신기할 뿐이었지

    전학온지 얼마 되지않아 그아이는 여자아이들 사이에서 놀이를 주선 할만큼 다른아이들과 친해져 버렸어

    역시나 그때 남자아이들은 짖궂게 장난만 쳐댔어

    나또한 남자아이들 사이에서 여자아이들의 괴롭힘을 담당하는 개구장이 였지

    그때는 인형놀이나 고물줄, 공기같은 놀이를 많이 했어

    그럴때마다 나는 친구들을 주동해서 여자아이들을 괴롭히곤 했지

    공기놀이를 하면 공기를 흩어 놓고 고무줄을 하면 고무줄을 끊고 인형놀이를 하면 인형을 들고 도망가곤했었더랬어

    그럴때 마다 그아이는 항상 괴롭힘당해서 울고 있는 여자아이들을 달래며 나에게 와서 당돌하게 따지곤 했었어

    그렇게 같은 하루하루가 왜그렇게 재미있었는지 지금생각 해보면 참 유치하지

    그아이 이름은 은지 였어 김은지

    전학을 오고 이제 그아이가 신기하지 않을때즈음 그아이의 결석이 잦아진다고 느껴졌어

    왜 결석을 했는지는 담임선생님은 말씀을 안해주셧어

    그아이가 학교에 없는 날이면 왠지 다른 아이들도 즐겁게 노는것 같아 보이지 않았어

    나야뭐 여자 아이들은 많이있으니까 평소처럼 괴롭히며 장난치며 놀았지

    하루는 친구들과 놀다가 흙투성이가 된 나를 보더니 어휴~ 하고 한숨을 쉬는게 아니겟어?

    그러더니 나를 끌고 곧장 수돗가로 데려가더라

    얼른 손씻고 세수하라고 허리춤에 손을 척 올리고 명령하듯 말했어

    이상하게 어릴땐 그렇게 씻는게 싫었는지 몰라

    싫다고 그냥 가려고 하니까 내 팔목을 붙잡곤 억지로 수돗물을 틀었어

    얼른 손씻고 세수하라고 안그러면 감기걸리고 병걸린다고 엄마가 그랬데

    결국 못이기고 손이랑 세수랑 대충대충 고양이 세수 하듯 씻는데 이녀석이 또한번 어휴~ 하고 한숨이 쉬는거야

    그리곤 내 흙묻은 옷을 탈탈 털어주더라고

    얼굴에선 구정물이 줄줄 흐르고 나랑 키도 비슷한 여자아이가 왜이렇게 칠칠맞게 노는거냐며 남자아이들은 이해를 할수가 없다며 내옷을 털어 주더라고

    난 왠지 그냥 멍하니 서있기만 했었어

    왜그랬는지는 지금 생각해도 잘 이해가 안돼

    세수도 대충해서 구정물이 줄줄 흐르는 꾀죄죄한 내 얼굴을 보더니 뭔가 해야할 일을 찾은듯 잠시 기다리래

    그러더니 쫄래쫄래 뛰어서 교실로 들어가는데 난 그냥 서있기 뭐해서 따라들어 갔지

    그러더니 도둑고양이 마냥 살금살금 교실에있는 선생님 책상으로 가는거야

    엄청 긴장했는지 내가 뭐하냐고 말을 걸어도 대답도 없이 작은입을 모아서 손가락을 가져다 대며 조용하라는 제스쳐만 하더라고

    그러더니 조심스럽게 서랍을 열어서 선생님 손수건을 꺼내왔어

    그리곤 다시 뛰어서 수돗가로 갔지

    또한번 거하게 잔소리를 늘어놓으며 손수건을 물에 적셔서 그 작고 유독 하얀 손으로 손수건 물기를 짜냈어

    그리고는 구정물이 흐르는 내얼굴에 가져다 대며 얼굴 닦으라고 내밀었어

    내가 얼굴을 닦는사이 그새를 못참고 또 내가 너때문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도둑질 했다고 잔소리를 늘어놓았지

    그렇게 있다보니 학교에는 우리 둘밖에 안남았더라

    하늘을 보니까 노랗게 저녘놀 지고있었지

    그리고 그아이를 집까지 바래다주면서 같이 갔어

    같이 걸어 가면서도 잔소리는 그칠줄 몰랐어

    놀고 들어오면 손발 깨끗히 씻어야 병에 안걸린다 신발끈 꼭꼭 매야지 놀다가 안넘어 진다 흙장난 하고 놀았으면 꼭 머리 털고 집에서 머리 감아야 한다 등등

    그일이 있고 몇달 지나기 까지 결석은 더 잦아졌어

    그리곤 얼마후에 생일잔치에 여자아이들 몇명과 나를 초대했어

    남자아이는 나 하나뿐이었지만 어릴때니까 그런거 신경안쓰고 눈앞에 있는 엄청난 음식들에만 신경이 곤두서 있었어

    잡채랑 치킨이랑 케잌이랑 등등 시골어린이의 혼을 쏙 빼놓기에 충분한 음식이었지

    그렇게 거하게 놀고 먹으면서 집구경도 하고 서울에서 피아노 학원 다녔다는 그녀석이 피아노 치는모습도 보고 여자아이들만 할줄 알았던 인형놀이도 같이했어

    나한테 남자인형 하나를 건네 주더니 내가아빠고 자기는 엄마고 같이 온 여자아이들은 우리 딸들 이라면서 가족놀이를 했지

    그렇게 옹기종기 방바닥에 엎드려서 인형 하나씩 잡고 앵앵 거리는 목소리로 각자의 역할을 하면서 인형놀이에 빠져있었지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유치하고 재미없게 놀았는데 그땐 그게 왜이렇게 재미있었는지 몰라

    그렇게 뉘엿뉘엿 해가 질때즘 집으로 돌아갔지

    그후로 그녀석은 또 한동안 길게 결석을 했어

    그리고 며칠후에 선생님을 통해 그아이가 많이 아파서 하늘나라로 먼저 갔다는 이야기를 들었어

    너무 어릴때라서 실감이 안나더라 그냥 이해가 안됬어
    얼마전 까지 같이 어울려 놀던 아이가 이제 없다는게 그냥 그때 나로선 납득이 안돼고 이해도 안됐어

    다음날 우린 그녀석 장례식장을 찾았고 향이 모락모락 나는 단 위에 그녀석 사진이 올려져 있었어

    그녀석 어머니는 지난번 생일 잔치때 갔던 아이들을 한명씩 끌어 안으면서 우셧어

    유독 내차례때는 세게 끌어 안고 오래 우셧던가 같아

    그리고는 생일때 갔던 아이들한테 빨간색 노란색등등 색색의 봉투를 하나씩 주더라고

    노란색 편지봉투에는 내이름 민하엘 이 써져 있었어

    그걸 가지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기분이 묘하고 말수도 적었던거 같아

    알고보니 그아이는 뇌종양을 앓고 있었데

    그래서 서울에서 불치 판정을 받고 내가 있는 이곳으로 전학을 온거야

    그렇게 여기서 짧은 시간을 친구들하고 보내며 하늘나라 갈 일만 기다렸던거야 그아이는

    집에와서 편지봉투를 뜯어보니 삐뚤삐뚤한 글씨로 나한테 편지를 쓴거야

    그냥 다들 즐거웠고 이담에 커서 훌륭한 사람 되라고 썼더라구

    그녀석은 이미 자기도 알고 있었나봐

    뒷장을 넘겨 보니 아니나다를까 또 잔소리만 주욱 써놓은거야

    밖에서 놀고 들어오면 손 깨끗히 씻어야 안아프고 병에 안걸리다고

    왜이렇게 잔소리를 하냐면 난 자기가 좋아하는 남자래

    좋아하는남자 가 무슨뜻인지 조차 잘몰랐어 나는

    그리고 나선 그냥 뒤숭숭한 마음 접고 편지도 내방한쪽에 치워놨어

    그리고 나서 며칠동안 학교가 굉장히 어색했지만 금방 잊고 평상시로 돌아왔어

    떠들고 장난치고 놀기 바빳지

    근데도 그와중에 간간히 그아이 어머님이 오셔서 잘지내느냐고 먹을것도 사주시고 하셧어

    그때도 유독 나한테 말도 많이 거시고 많이 챙겨 주시긴 했어

    그땐 몰랐는데 지금 생각 해보니까 이해가 되더라

    지금은 그 편지도 없어졌고 그녀석 얼굴도 잘 기억은 안나지만 내생에 가장 순수했던 기억으로 남아있어





    야 잘지내냐? 거긴 아플일이 없겟지 아마?

    혹시라도 나중에 나도 거기 가면 난너 얼굴 기억잘 못해도 넌 나알아봐 주라

    넌 모르겟지만 가끔 그생각 난다

    노을진 하늘 보고 있으면 그떄 같이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 생각하면서 피식 웃고 그래

    근데 이런생각 할때마다 그때가 좀 그립기도 하다

    나중에 꿈속에라도 한번 찾아와라 자면서 피식피식 웃어보게

    그럼 잘지내

    안녕
    하엘이의 꼬릿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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