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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humorbest_990959
    작성자 : 비키라짐보
    추천 : 64
    조회수 : 4907
    IP : 119.71.***.237
    댓글 : 8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4/12/20 04:24:44
    원글작성시간 : 2014/12/19 21:12:26
    http://todayhumor.com/?humorbest_990959 모바일
    [단편] (브금) 스릴러 소설 '문자왔어요' (완)
     
    "아 진짜 짜증나 짜증나!!!"
     
    수연은 극도로 짜증이 치밀어 오른 표정으로 핸드폰을 쇼파에 집어 던졌다.
     
    그러자 얼마전부터 수연과 함께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친구 미현이 집어 던진 핸드폰을 주워 들고 수연에게 다가와 물었다.
     
    "수연아 왜그래? 무슨 일 있어?"
     
    "아 글쎄 엄마년이 귀찮게 자꾸 집으로 오라잖아!!!"
     
    "엄마가 집에 오라는데 왜 그렇게 짜증을 내... 그리고 엄마한테 엄마년이 뭐니 엄마년이..."
     
    미현이 짐짓 타이르듯 이야기하자 수현은 살포시 미현을 흘겨보며 나직히 대답한다.
     
    "그 년 새엄마거든..."
     
    "아... 그랬어? 너한테 잘하는거 같길래 난 꿈에도 생각 못했는데..."
     
    "잘 해준다고? 그 년 지가 지은 죄가 있으니까 나한테 그러는거야 개 같은 년, 우리 아빠 죽게 만든것도 바로 그 년이라구!!"
     
    "너희 아빠 사고로 돌아가셨다고 안했어?"
     
    "그 년이 처음부터 약간 정신병이 있는 년이었어, 우울증인지 뭔지... 엄마 죽고 아빠가 새 엄마라고 모르는 여자 들인것도 짜증나는데... 말이 되니? 정신병 걸린 여자가 새엄마라니!!! 아빠도 미쳤지, 어디 여자가 없어서 정신병자를 데려와 정신병자를!!"
     
    "우울증? 연예인들 그 막 자살하고 그러는 그 우울증?"
     
    "그래!! 나 중학교때도 집에 왔더니 그 미친년이 욕조에 물 받아 놓고 제 손목을 그었드라니까!!"
     
    "어머 왠일이니!!!"
     
    "아버지가 죽은것도 사실 다 그 년 때문이야, 그 날 그년이 죽겠다고 수면제만 안 쳐먹었어도, 그깟 년 살리겠다고 아빠가 그 비오는 날에 무리하게 차를 몰고 병원에 가실 필요도 없었고, 그렇게 사고가 날 이유도 없었겠지!!! 암튼 그년이 우리 아빠 죽인거나 마찬가지야!!"
     
    수연은 마치 분노를 토해내듯 미현을 향해 지나간 일들을 쏟아내더니 제 분을 이기지 못하겠는지 씩씩 거린다.
     
    "그래서 니가 엄마랑 안 살고 따로 나와서 사는구나?"
     
    "너 같으면 아빠 죽인 년이랑 같이 살고 싶어?"
     
    "조금 이해가 될라 그런다..."
     
    "그 뿐이면 다게? 아빠 죽고 나니까 이 미친년이 갑자기 가장 행세를 하더니만 아빠 사고로 돌아가시고 나서 받은 사망 보험금으로... 아 진짜 내가 말하다 홧병 나겠네... 그 뭐야 뭣도 모르는 년이 돈 벌겠다며 엄한데 돈을 쓴거야!!!"
     
    "뭐였는데?"
     
    "뭐긴 뭐야 피라미드지!!!! 씨발년!!! 미친년!!!"
     
    "에? 아이고... 그런 일이 있었구나..."
     
    미현은 그제서야 수연이 새엄마를 왜 이렇게 끔찍히 싫어하는지 이해가 간다는 표정을 지으며 분노를 이기지 못해 씩씩 거리는 수연의 어깨를 토닥인다.
     
    "아빠 사망 보험금 다 털어먹고, 그나마 있던 집도 그 년이 빚으로 다 거덜냈어, 엄마 아빠 추억이 담긴 집이었는데, 다 헐리고 이젠 빌라가 들어섰더라구! 아 나 진짜 눈물나서... 흑흑..."
     
    "수연아 미안 내가 괜한걸 물었나부다... 진정해... 난 그렇게 나쁜 사람인 줄 몰랐지..."
     
    "미친년 개 같은년... 그래 놓고 미안한건 아는지 매달 꼴랑 이십만원씩 통장으로 붙여주는거 있지? 미친년 지가 털어먹은게 얼만데 꼴랑 이십만원? 지가 대출 받았다 날려먹은 집 값만 해도 얼만데 그게 말이나 되니?"
     
    수연의 두 눈은 어느새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그것이 불의의 사고로 먼저 돌아가신 아버지가 떠올라서인지, 아니면 순수하게 자신의 인생에 큰 생채기를 남긴 새 엄마를 향한 분노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여하튼 수연은 금방이라도 대성통곡을 할 듯 꺽꺽 거리며 간신히 울음을 참아내는 듯 했다.
     
    "그 돈 받으러 오라고 부르는거구나..."
     
    "그러니까 흑흑... 개 같은 년, 내가 니 년 얼굴 보러가는거 자체가 끔찍하니까!! 전처럼 통장으로 계좌이체하라고 그렇게 말을 했는데도 이 미친년이 말을 안 들어 쳐먹어 흑흑... 썅년 개같은 년 뭣 같은 계모년인데도 얼굴 보면 왠지 그 년때문에 죽은 아빠 얼굴이 생각나서 나 또 울까봐 안갈려고 하는건데 이 미친년은 왜 자꾸 나보고 오라가라 하는 거야 흑흑..."
     
    "아 진짜 너네 새 엄마 정말 못 됐다. 큰 돈도 아니면서 뭐 생색이라도 내려는건가? 에이 가지가 가지마"
     
    "내가 진짜 속상한게 뭔지 알아? 죽도록 알바해도 등록금 해 넣고 나면, 생활비가 모자라서 밥 안 굶을려면 그 더러운 돈 받으러 가야된다는거야 흑흑"
     
    마침내 참고 참아오던 수연은 서러움이 북받쳐 오르는지 결국 참지 못하고 둑이 터지듯 엉엉 울음을 터트리고 만다.
     
    "수연아 울지마 울지마..."
     
    미현은 책상에 엎드려 엉엉 울어대는 수연을 달래보려 애쓰지만, 수연의 눈물은 쉽게 그쳐질것 같지 않았다.
     
    그 날 오후 미현은 수연과 함께 아르바이트를 하던 패스트푸드점에서 약 한시간 거리에 위치한 수연의 새엄마 집으로 향했다.
     
    "우리 너무 늦게 가는거 아니야? 벌써 10시 다 돼가는데..."
     
    "왜 요즘 신문에 떠들썩한 연쇄 살인범이라도 나올까봐? 히히히 둘이 가는데 뭐 어때... 그리고 나도 알바 끝나자마자 바로 가고 싶은데 그 년이 자기도 일 끝나면 좀 늦을꺼 같다고 무조건 10시 이후에 오라는거야 그 전엔 자기도 집에 없을꺼라고"
     
    "까다롭네... 그래도 여차저차 빨리하면 버스 끊기기 전에는 돌아올 수 있겠다."
     
    "저긴가봐..."
     
    수연이 가리킨 곳은 교외에 위치한 허름한 빌라였다. 도대체 이 빌라는 어떻게 하면 아직까지 무너지지 않았을까 싶을만큼 낡고 오래되 보였지만, 아직도 살고 있는 사람들이 꽤 있는지, 몇몇 집에는 희미하지만 불이 켜져 있었다.
     
    "정말 낡았다... 사람사는 집이 아니라 흉가 같애"
     
    "다단계로 아빠 사망보험금 다 털어먹은 년이 이런데서 살아야 싸지... 궁전같은 집에서 살고 있었으면 아마 내가 먼저 열받아서 불을 싸질렀을껄?"
     
    수연은 어느새 다시 새엄마에 대한 분노가 치멀어 올랐는지 씩씩거리며 노골적인 분노를 표출한다.
     그런 수연을 보며 미현은 조금은 이해가 된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달래며 말했다.
     
    "워워 진정하셔 진정... 암튼 빨리 돈 받아서 가자... 가로등도 몇 개 안 켜져 있고 이런 동네는 왠지 그냥 싫어"
     
    "걱정마 돈만 받고 바로 올테니까 이 건물 103동 302호야"
     
    수연은 주소가 적힌 쪽지를 꾸깃꾸깃 주머니에 구겨 넣으며, 미현의 손을 잡고 계단을 올랐다.
     
    곳곳에 쓰레기가 널려져 있는 것이, 누가봐도 쓰레기장 같아 보였지만, 수연은 돈만 받으면 한동안은 올 일이 없다는 생각을 하며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띵동] [띵동]
     
    [띵동]
     
    "아 씨발년 10시 넘어서 오면 자기 있을꺼라고 꼭 10시 넘어서 오라고 신신당부를 하더니만 왜 없어 이거"
     
    "아까 밖에서 들어오다 봤을때는 살짝 불이 켜져 있는거 같았는데, 어디 잠깐 나가신거 아니니?"
     
    "몰라 개같은 년 또 수면제 처먹고 자살이라도 한거 아냐? 끔찍한년, 중학교때도 그 어린 나이에 내가 그년 손목 그은것 때문에 욕실이 피바다가 되서 얼마나 놀랐는데... 어휴... 끔찍한년!!! 그나저나 어딜 간거야"
     
    [탕탕탕탕]
     
    "안에 아무도 없어?"
     "나야 수연이!!!"
     
    수연은 주먹으로 철문을 탕탕 두드리며 불러보지만 문 안에선 아무런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아 11시 넘으면 이 동네는 버스 끊길텐데 지금 벌써 10시고... 왠지 불안하다 수연아, 괜히 이러다가 택시비만 날리는거 아닌지 모르겠네"
     
    "아 씨발년 도대체 싫다는 사람 불러놓고
     어딜 쳐 기어간거야!!! 어휴!!! 씨발년!!"
     
    수연은 또 다시 화가 치밀어 오른듯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거칠게 철문의 손잡이를 마구 뒤흔든다.
     
    [딸깍!]
     
    "어? 문 열렸네?"
     
    "썅년 문 열어놓고 갔나보네... 어휴 문앞에서 바로 돈 만 받아서 갈라고 했는데... 짜증나"
     
    "그래도 들어가자 우리... 언제 올지도 모르는데 막연하게 밖에서 기다리고 있기도 좀 그렇잖아 여기 계단도 좀 으스스하고"
     
    수연은 미현의 말에 못 이긴척 철문을 연다. 문을 열자 밖에서 보던것과 달리 제법 깔끔한 실내가 눈에 띄었다.
     
    "그래도 안에는 깨끗하네 건물 외관이 너무 험해서 안에도 안 좋을 줄 알았는데"
     
    "말도 하지마 지은 죄를 생각하면 그 썅년은 아주 쓰레기장에서 살아야돼! 이런 거지같은 집도 그년한텐 과분하다구! 아주 때려 죽여도 시원찮은 년이야"
     
    말을 하다 말고 수연은 증오에 찬 눈으로 한쪽 벽에 시선을 고정한다.
     
    그 곳에는 예전 아빠가 죽기 전 수연과 아빠 그리고 새 엄마가 함께 찍은 어린시절의 가족사진이 걸려 있었다.
     
    "개 년... 이딴거 버리라고 했더니..."
     
    하지만 모처럼 본 활짝 웃는 아빠의 얼굴 때문일까? 수연의 눈에는 금새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다.
     
    "수연아 여기 편지 같은게 있는데?"
     
    수연이 옛 추억에 젖어 눈가에 맺힌 눈물을 훔치고 있을때, 미현이 거실 한 가운데에 덩그러니 떨어져 있는 종이 몇 장을 주워든다.
     
    "이거 너네 새 엄마 글씨 맞아? 일이 생겨서 잠깐 자리 비우게되니까 미안해서 써 놨나봐, 돈 어디다 뒀다 뭐 이런 내용 아닐까?"
     
    미현은 그렇게 말하며 뭔가 깨알같이 길게 씌여져 있는 편지지를 수연에게 내민다.
     
    [수연이 보아라
     
    수연아 엄마야... 비록 내 배에서 너를 낳진 않았지만, 네 아빠와 결혼한 순간부터 난 단 한순간도 네 엄마이지 않은 순간이 없단다.
     
    비록 너는 나를 미워했고, 나 또한 내가 가진 병때문에 너를 힘들게 했다는 죄책감에 늘 네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지만,
     
    아빠가 너를 사랑하듯 나 역시 너를 사랑하게 됐음을 믿어 주길 바란다.]
     
    "씨발년... 개소리하기는..."
     
    수연은 편지를 읽다말고 여전히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아내며 중얼거린다.
     
    사실 수연도 새 엄마가 나쁜 여자가 아니란 것을 알고 있었다.
     
    바록 아버지를 죽게 만든 원인을 제공하긴 했지만, 엄연히 그 일은 사고 였고, 수연 못지 않게 새 엄마도 그 일을 안타까워하고 슬퍼했다.
     
    하지만 사춘기 소녀에게서 아버지란 존재를 빼앗아 갔다는 이유만으로 수연은 자기도 모르게 새 엄마를 미워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 네 아버지가 죽고, 나는 막막해졌단다.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너를 두고 새 인생을 시작하라는 주위의 권유가 있었지만,
    맹세컨데 난 단 한번도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단다.
     
    난 네 아빠와 결혼한 그 순간부터 수연이 네 엄마였고, 피 한방울 섞이지 않아도 충분히 우리는 좋은 모녀가 될 수 있다고 믿었어
     
    네 아빠가 죽고 네가 나를 미워하는 걸 알면서도, 내가 네 곁을 떠나지 않은건 그 때문이란다.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절대 네 아빠 사망보험금 때문이 아니었어
     
    오히려 아빠도 없이 혼자가 된 널 내가 보살펴야 한다는 일념때문에, 난 그 동안 나를 괴롭히던 극도의 우울증마저 많이 호전될 정도 였으니까
     
    여자는 약하지만 엄마는 강하다는 말 아마 그래서인가봐, 의사 선생님도 놀랄만큼 엄마는 건강을 되찾았어
     
    하지만 그게 독이 될 줄 누가 알았겠니, 병원만 들락거리느라 세상물정을 몰랐던 엄마는 네게 좋은 것만 주고 좋은 곳에서 공부할 수 있게 해줘야 하지 않겠냐는 꼬임에 넘어가
    그게 사기인줄도 모르고 다단계에 빠지고 말았구나...
     
    엄마는 멍청한 어른이었어, 하지만 그런 바보같은 일 또한 모두다 너를 위한 마음이었다는거 믿어주면 안되겠니?
     
    비록 무일푼으로 널 다른 친척집에 보내고, 난 이렇게 떨어져서 함바집 설거지나, 식모일이나 하면서 근근히 몇 푼 안되는 돈을 모아 너에게 보내지만
     
    엄마에겐 한달에 가장 기쁜 날이 네 통장에 돈을 보내주는 날이었다면 믿을 수 있겠니?
    수연아 내 딸아...
    하지만 어쩌겠니?
    네 아빠를 그렇게 사고로 보내버리고, 네 아빠의 목숨값이나 다름없는 보험금도,
     그리고 너에게 있어 네 친모와의 추억이 고스란히 남아있던 집까지 날려버린 못 난 엄마에게 하늘도 결국 벌을 주시는걸...
     
    위암 3기라고 하더라...]
     
    "뭐야... 씨발년... 요즘 뻑하면 전화해서 밥 잘 먹냐 소화는 잘되냐 위장 버리니까 술먹지말고 밥도 꼭꼭 씹어먹으라는둥 뭣 같은 잔소리나 하더니..."
     
    위암이란 내용에 수연은 편지를 읽다말고 마치 속상한 듯 고개를 좌우로 갸웃 거리며 이를 악문다.
     
    미현은 평소 새 엄마를 그렇게도 미워하던 수연의 마음에 약간의 동요가 느껴지는지 아무말도 못한 채 그저 수연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래... 우울증때문에 독한 약도 한웅큼씩 먹고, 끼니도 못 챙기고 공사판에 남에집 허드렛일에... 돈 되는 일이라면 다 찾아댕기느라 내 몸 간수할 여력이 없기도 했지만...
     
    엄마가 정말 슬펐던건...
    매 달 네게 보내주는 그 얼마 안되는 돈으로 네게 백분지 일이라도 속죄가 될리야 있겠냐마는... 그거라도 해주지 못하면 더 힘들어질 너와... 죽은 네 아빠처럼 나 역시 사랑하는 우리 수연이를 두고 떠나야 한다는 생각에 엄마는 잠을 잘 수가 없었단다.
     
    아빠가 주고 간 돈도 네게 다 못 갚았는데, 내가 무슨 염치로 먼저 눈을 감을 수 있겠니?
     
    내가 네 아빠에게 받은 사랑도 아직 다 네게 못 돌려주었는데, 어미 노릇조차 제대로 못한 내가 무슨 낯 으로 널 두고 떠날수가 있겠니...
     
    바보같은 엄마는 네 등록금이라도 한번 해줄 요량으로 따로 모아 두었던 돈 중 일부로 보험을 들었단다.
     
    정말 세상물정 모르는 여자 답게 생명 보험을 들어두면 네 아버지때처럼 내가 죽은 뒤 네게 돈이 나올꺼라고 난 너무도 단순하게 생각하고 말았단다.
     
    하지만 알아보니, 이미 위암 판정을 받은 나는 위암으로 죽어도, 너에게 보험금이 전혀 지급되지 않는다고 하더구나...
     
    바보같은 생각이지만, 위암 판정 뒤 갑작스레 다시 찾아온 우울증으로 한때 그냥 죽어버릴까 하는 나쁜 마음도 가졌었단다.
     
    위암말고 다른 이유로 죽으면 혹시나 네게 보험금을 주지 않을까 하는 미련한 생각에 말이야...
     
    하지만 자살 역시 보험회사는 보험금을 전혀 지급하지 않는다고 하더구나
     
    니가 봐도 참 미련스러운 엄마지?
     그래 그러니까 다단계에 빠져 아빠 보험금을 날린거지...
    하지만 이미 납입된 보험금은 돌려 줄 수 없다고 하더라, 이미 3개월도 넘게 납입되서 금액도 커졌고, 결국 엄마는 또 다시 나쁜 생각을 하고 말았어
     
    누.군.가.나.를.죽.여.준.다.면
     
    네가 보험금을 탈 수 있겠구나 하고 말이야
     그런데 그것도 쉬운일은 아니었어, 손쉬워 보이는 교통사고도 블랙박스란 것이 생겨서 사고를 다 촬영한다고 하더라
     
    별별 생각을 다 해봤지만 남에 손에 죽게 된다는게 정말 보통일이 아니었고,
    그렇게 결국 포기하고 하려던 찰나에... 죽은 네 아버지가 도우신건지, 엄마는 놀라운 사실을 목격하고 말았단다.
     
    최근 신문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그 흉칙한 연쇄 살인범이....
     
     
     

    바.로.내.옆.집.에.살.고.있.다.는.사.실.을.말.이.야
     
     

     
    아주 우연한 기회였어, 평소 전기세라도 아껴야 겠다는 생각에 불도 잘 켜놓지 않고 살아서, 놈은 내가 집에 들어온 줄도 몰랐던 거지
     
    답답한 마음에 조용히 베란다로 나갔다가 엄마는 정말 끔찍한 모습을 목격했어, 오래된 아파트의 균열사이로 그 놈이 왠 아가씨를 붙잡아다 난도질 하는 모습을 보고 만거지
     
    쿵쾅거리는 심장을 주체 못해 하마터면 놈에게 들킬뻔 하기도 했지만, 엄마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과감한 결단을 내리기로 했단다.
     
    어차피 죽을 목숨...
     
    보험금을 타기 위해선 내가 아닌 타엔에게 죽어야 한다면...
     
    놈.이.날.죽.이.게.만.들.어.야.겠.다.고
     
    그래... 놈이 날 죽이면 수연이 넌 보험금을 탈 수 있을꺼야.
     
    니가 날 보러 오는것을 끔찍히도 싫어 한다는 걸 알면서도 그렇게 간절히 와달라고 애원했던 것도 바로 그 이유에서 였단다.
     
    엄마는 며칠 전부터 놈에게 내가 놈의 정체를 알고 있음을 계속 흘리기 시작했어
     
    놈은 처음엔 반신반의 하더니, 내가 놈의 집에서 피냄새가 난다거나, 아가씨와 함께 들어가는건 봤는데 나오는 소리가 안났다는 등에 이야기를 흘리니 조금 당황하는 눈치더구나
     
    평범해 보이던 남자의 눈동자가 순식간에 차갑게 변해버리는거...
     
    그게 바로 오늘 아침의 일이었어...
     
    놈의 눈동자는 마치 독사처럼 희번덕 거리며 엄마를 훑어 보더구나
     
    아침 버스정류장에서 나보고 오늘은 일이 몇시에 끝나냐고 물어 보던 놈의 표정을 난 지금도 잊지 못한단다.]
     
     

    "무.., 무슨 말을 하는거야 이 미친... 보험은 뭐고... 연쇄 살인마는 또 뭐야... "
     
    평범한 신파조에서 너무도 급작스럽게 공포물로 급선회한 새 엄마의 편지에 수연은 두려움을 느꼈다.
    최근 계속된 연쇄 살인으로 메스컴이 뜨겁기는 했지만, 그 연쇄 살인마가 새 엄마의 옆집에 살고 있었다니...
     
    그리고 그런 미치광이 살인마에게 살해당하기 위해 접근하다니...
     편지를 든 수연의 손이 부르르 떨려왔다.
     
    하지만 수연은 눈을 부릅뜬 채 자신의 심장을 향해 솟구치는 어떤 일말의 책임감을 느꼈다.
     
    새 엄마의 편지가 진실이든 아니든...
     
    꾹꾹 눌러 쓴 글자 하나하나가 전해주는 뜨거운 감정은 수연이 오랫동안 잊고 지내온 엄마의 따스한 사랑을 담고 있었다.
     
    수연은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편지의 남은 내용을 읽어 갔다.
     
    [듣자하니 놈에겐 무려 삼억원의 현상금이 걸려 있다고 하더구나.
     
    고민철... 바로 내 옆집에 사는 그 젊은 남자가 그 범인이야!!!]
     
    "수연아 이거 진짜니? 어머 어떻게 나 무서워..."
     
    미현이 수연의 옷깃을 잡아 당기며 안절부절 못한다.
     수연은 그런 미연의 손길을 뿌리치며 강인한 어조로 이야기했다.
     
    "조용히해! 마저... 마저 읽어보자"
     
     

    [네가 이 편지를 읽고 있을때 쯤이면 엄마는 어쩜 여기가 아닌 다른 곳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 곳이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네 아버지가 먼저 가 기다리고 있는 곳이니 지금 여기보다는 훨씬 따듯한 곳이겠지?
     
    엄마는 아무런 미련이 없단다.
     
    단 하나 아쉬운 것이 있다면, 내가 네 아버지에게 받은 사랑을 네게 돌려주지 못한 것... 그리고 네가 잘 자라서 시집가는 모습을 보지 못한 것 뿐이야
     
    수연아 사랑하는 내 딸...
     
    엄마는 가고 없더라도... 그 정도 보험금이면 네가 앞으로 살아가는데 큰 어려움은 없을 꺼야
     
    힘들게 아르바이트 하지 않아도 되고, 등록금 걱정없이 학교도 다니고
     훗 날 네가 시집을 갈때 혼수도 장만할 수 있을꺼야
     그걸 다 해주는게 이 엄마의 몫인데 이렇게 무책임하게 네게 남기고 떠나서 미안하다.
     
    그 나쁜 놈은 내가 집에 9시쯤 온다고 알고 있어
     
    아마 9시가 조금 지나면 나를 죽이기 위해 이 곳으로 오겠지... 혹시라도 네가 그런 악독한 살인마와 마주칠까봐 그래서 엄마는 네게 꼭 10시가 넘어서 와달라고 말한거란다.
     
    옆 집에 사는 날 죽이고 나면 그 놈도 여기에 계속 머무르지는 않을테니까
     
    또 네 성격에 절대로 날 보러 일찍 와서 기다리진 않을꺼란 생각을 했는데, 부디 그 생각이 맞기만을 바란다.
     
    네가 도착하여 내가 없다면, 꼭 신고를 해서 그 나쁜놈도 벌을 주고, 더 이상의 불쌍한 희생자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도 잊지 말아다오
     
    보험금 10억에 현상금 3억이면 못난 엄마가 날려버린 지난날의 과오가 조금은 씻겨지길 바래본다.
     
    엄마는 이제 곧 죽겠지만, 지금은 슬프지 않단다. 적어도 마지막 죽는 순간 만큼은 네 엄마로서 죽을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해 수연아.
     
    그 동안 엄마 많이 미워했지?
     친엄마도 아니고, 우울증을 앓는 이상한 여자를 엄마로 둬서 너무 많이 힘들었지?
     
    미안해... 엄마가 너무 미안해...
     
    다음 세상에선 꼭 건강하고 밝은 사람으로 태어나서 그땐 꼭 우리 수연이의 좋은 엄마가 되어 보고 싶어
     
    수연아 사랑한다...
     
    엄마로부터
     
    p.s 마지막으로 가는 길에 어렸을때 네가 좋아하던 식혜를 만들어 놓아 둔다.
     
    엄마로서 네게 주는 마지막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한모금이라도 맛있게 먹어주길 바라
     
    엄마가 네게 해줄 수 있는게 이런 것 밖에 없구나...
     
    수연아 안녕]
     
     
    "흑흑흑... 누... 누가 돈 내놓으랬어 흑흑흑...나 식혜도 안 좋아한단말야"
     
    편지를 끝까지 읽자마자 수연은 참아왔던 눈물을 터트린다.
     
    새 엄마란 이유로, 아빠를 죽게 만들었다는 이유로, 다단계로 집까지 날려버렸다는 이유로, 그 동안 못되게 굴었던 그 수많은 순간들이 수연의 머리속에 떠올랐다.
     
    아버지가 죽던 날 자신만큼 처절하게 울던 새엄마를 바라보며 욕을 하던 철 없는 자신이 보였다.
     
    다단계로 돈을 날려 집에 차압까지 들어오던 날 새 엄마의 머리끄댕이를 잡아 뜯은 후 집을 뛰쳐나가던 그 날이 떠올랐다.
     
    미안하다며 찾아온 새엄마의 얼굴에 침을 뱉은 후 외면하고 가버렸던 바보같은 나날의 못난 회상들이 수연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나... 나쁜년아... 누가... 누가 이렇게 하래 왜 날 끝까지 못된애로 만드니... 흑흑흑"
     
    바닥에 주저 앉아 눈물을 쏟아내는 수연의 앞에는 작은 스댕 그릇과 함께 밥알이 동동 떠있는 식혜가 놓여져 있었다.
     
    [문자왔어요]
     
    수연이 식혜를 집어 들려는 찰나 수연의 핸드폰이 문자가 왔다는 알림 메시지를 나타낸다.
     
    그러자 핸드폰 문자 알림 소리에 갑자기 정신이 들었는지 멍한 표정으로 겁에 질려 서 있던 미현이 수연을 향해 말한다.
     
    "수... 수연아 너네 새엄마 정말.... 정말 돌아가신거야? 연쇄 살인마도 사실인거야? 나 너무 무서워..."
     
    미현의 얼굴은 누가봐도 잔뜩 겁에 질려 있는 듯 보였고, 스멀스멀 밀려오는 공포감에 두 손이 마치 한 겨울의 사시나무처럼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아니야 아닐꺼야 바보같이 설마..."
     
    수연은 새 엄마의 죽음을 인정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부정해본다.
     
    "그렇...지만 호... 혹시 모르니까 우리 일단 신...고라도 먼저 해볼까? 진짜면 너무 무섭잖아 금방이라도...헉!!! 꺄아아아악!!!!"
     
    미현의 외마디 비명이 고요하던 방안을 가득 채운다.
     
    아무도 없는 줄 알았던 이 곳에서, 느닷없이 안방문이 활짝 열려버린 것이다.
     
    열려진 방 안 너머로 보이는 시뻘건 피의 파편들...
     내장으로 보이는 붉은 살덩이가 사방에 흩어져 있고, 마디마디 토막난 손가락이 방 여기저기에 떨어져 있었다.
     
    머릿가죽을 벗겨낸 듯 바닥에 놓여진 머리카락들과 그 옆에 차마 눈을 감지 못한 채 나뒹구는 목에서 떨어져 나온 머리 하나가 보였다.
     
    "어.... 엄마....!!!!!"
     
    왠지 모르게 웃고 있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 머리는 비록 머리카락은 없어졌지만, 누가봐도 수연의 엄마였다.
     
    "흡!!!!!"
     
    그녀들이 놀라고 있는 사이 방안쪽에서 검은 그림자가 재빨리 뛰어나와 문 앞에 서 있던 미현을 붙잡은 채 입을 막는다.
     
    "조용히해! 입이라도 뻥긋하면, 똑같은 신세가 될 줄 알아 히히히히"
     
    미현은 자기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려다가 자신의 목에 서늘한 금속성 물체가 와 닿는 것을 느끼고 재빨리 내지르려던 소리를 먹어 삼킨다.
     
    "사... 살려 주세요..."
     
    "히히히 왜? 내가 왜 그래야 하는데?"
     
    사내는 눈을 히번덕 거리며 칼날에 제 혀를 가져다 대며 나직히 말한다.
     
    "정신 나간 아줌마가 요즘 죽고 싶은지 계속 캐묻길래 안되겠다 싶어 작살을 내줄 요량으로 왔는데... 조각조각 살점을 잘라내주고 나니까 거실에 그 편지가 있지 뭐야 크크크크 딱 보자마자 감이 오더라고, 아 이년이 나한테 죽고 싶어서 그렇게 안달이 났었구나 크크크 그리고 좀 있으면... 그 딸년이 엄마처럼 사지를 찢기기 위해 제 발로 걸어오겠구나 하고 말이야 크크크크"
     
    급작스런 살인마의 출현에 수연과 미현 모두 놀랐지만, 그가 먼저 미현을 등뒤에서 감싸 안은 채 출구앞을 막고 서 있어 도무지 빠져나갈 방법을 찾을 수 없었다.
     
    "시...신고 할꺼야... 시...신고!!"
     
    수연이 용기를 내어 휴대폰을 들이밀며 소리치자 사내는 그 모습이 우습다는 듯 칼을 허공에 휘휘 적으며 말한다.
     
    "해봐... 전화번호 112 누르고 통화 연결음 기다리고 연결되면 여기가 어디고 상황이 어떻고 이야기하고... 그러는게 빠를까? 아니면 내가 지금 이 아가씨 목을 따고 바로 너를 찢어 놓는게 더 빠를까? 난 한 5초면 다 끝날꺼 같은데?"
     
    "제발 이러지말고 자수하세요"
     
    "자수? 이 좋은거 다 그만두고 깜빵에서 죽을때까지 썩으라고? 개수작부리지마 에미나 딸년이나 수작질을 잘 하네"
     
    수연은 어떻게든 이 상황을 타개해야 겠다는 생각에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보았지만 아무 방법도 생각나지 않았다.
     
    그때였다.
     
    [문자 왔어요]
     
    바닥에 뒹굴고 있던 수연의 휴대폰에서 문자수신 알림소리가 들려온다.
     
    "흐으음... 그나저나 왜 이렇게 졸리지... 오늘 저 아줌마 해체하느라 좀 피곤했나? 흐흐흐 괜찮아 으.... 좀 피곤하긴 해도 니들 두년 잡아서 조지는건 아주... 으... 일도 ... 아니니까"
     
    놈은 문자 수신알림 소리가 나자마자 갑작스레 몹시도 피곤한 표정으로 머리를 흔들어 본다.
     
    [문자 왔어요]
     
    또 다시 문자 알림 소리가 들리자 급기야 살인마는 칼을 들지 않은 다른 손으로 제 머리를 붙들며 비틀거리기 까지한다.
     
    그 통에 놈에게 붙잡혀 있던 미현도 놈에게서 풀려나 방바닥으로 쓰러진다.
     
    [문자 왔어요]
     
    "아 씨발... 왜 이렇게... 어지럽지..."
     
    기이했다. 문자수신 알림 소리가 들릴때마다, 몸을 가누지 못할 것 처럼 비틀거리는 그의 모습에 수연은 뭔가 상황이 바뀌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놈은 유일한 탈출구인 문앞에 서 있었고, 미현과 수연 두링 함께 덤빈다고 해도 칼을 든 건장한 성인 남자를 이길 가능성은 매우 적었다.
     
    "편지 보고 니 들이 올꺼 같아서 방에 숨어 있었는데, 낄낄낄 으... 이제 니들마저 죽여버리고 난 잠수를 탈 생각이야, 저 쪽에 흰 통 보이지? 차에서 휘발유를 좀 뽑아왔거든... 크크크"
     
    [문자 왔어요]
     [문자 왔어요]
     
    "경찰이 와도 찾아낼 수 있는건 아마 아무것도 없겠지... 으... 아 자꾸 왜이러지..."
     
    놈은 휴대폰 문자수신 알람 메시지가 뜰때마다 연신 들고 있던 칼을 떨굴것처럼 비틀거렸다.
     
    [문자 왔어요]
     
    "시끄러워 죽겠네 젠장!! 으..."
     
    급기야 놈은 바닥에 나뒹굴던 수연의 휴대폰을 집어 들며 이야기했다.
     
    "작별인사 할... ... 시간인데 누가 자꾸 귀찮게 하는거야? 으... 아쉽네 니 휴대폰인가? 이게 문자가 아니고 전화였다면... 어쩜 조금이나마 네게도 으.... 으... 도... 도망 칠 수.... 있는 기... 기회가... 있었을지...도"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놈은 문자수신 알림 메세지가 올때마다 굉장히 피곤한 표정으로 주춤거리며 잠깐 눈을 감았다 떳다를 반복했다.
     
    수연은 놈의 상태가 조금 이상하다는걸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잘 만하면 놈을 밀치고 문 밖으로 뛰어 나갈 수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마저 생겼다.
     
    하지만 문제는 친구인 미현이었다.
     자신은 어떻게든 위험을 무릅쓰고 도망쳐 도움을 요청해 본다 하여도,
     
    지금 자신의 곁에서 극도의 공포로 몸이 굳어버린듯 눈까지 감고 마냥 떨고만 있는 미현의 안전을 답보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문자 왔어요]

    "으.... 왜 이러지 자꾸..."
     
    놈은 문자가 올때마다 더욱 더 심하게 비틀거린다.
     
    수연은 이를 악문 채 문자가 더 와서 놈이 아예 쓰러져 주기만을 바래본다.
     문자수신 알림 메시지를 들을때마다 놈이 힘들어 하는 것이 기이하긴 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놈이 보여주고 있는 이상반응만이 유일한 희망이었다.
     
    "후아앗!! 하아... 왜 이렇게 몸이 무겁지... 그나저나 뭔 놈의 문자길래 이렇게 지랄이야? 어디보자 어차피 죽을 년 핸드폰인데 좀 보면 어때 그치? 으..."
     
    살인마는 조용히 수연의 휴대폰 화면을 누른다. 비밀번호가 설정되지 않았는지 누르자마자 화면이 밝아졌고, 그는 문자 버튼을 눌러 수연에게 수신된 문자를 읽기 시작한다.
     
    그리고 비틀거리던 살인마가 느닷없이 괴성을 지르기 시작한건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 흐른 뒤였다.
     
    "아아악!!! 씨발!!! 개 같은년!!! 씨발 몸통을 잘라서 똥통에 쳐 넣을 년!!! 으... 씨발... 좆 같은년..."
     
    그는 어느새 눈이 반쯤 감긴 얼굴로 허공에 칼을 연신 휘드르며 무언가에 대한 극도의 분노를 쏟아낸다.
     
    도대체 문자의 내용은 무엇이고, 무었때문에 그를 그렇게 분노케 한 것일까?
     
    하지만 수연에게는 그런것을 궁금해할 여유따윈 없었다.
     
    반쯤 감긴 눈사이로 극도의 분노를 쏟아내며 살인마가 천천히 그녀와 미현에게로 다가오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꺄아아악!!!!"
     
    살인마가 다가가자 어느새 눈을 떴는지 미현이 반사적으로 비명을 질러댄다.
     
    수연은 이미 패닉상태에 빠진듯한 미현을 꼬옥 끌어 안은 채 거실 한쪽 끝으로 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이 썅년들!!! 이 썅년들"
     
    사내는 극도로 흥분된 표정으로 칼을 번득이며 미현과 수연을 향해 멈추지않고 다가온다.
     
    또 한걸음...
     
    수연은 미현을 끌어 안은 채 뒤로 더 나아가보려 하지만, 어느새 수연의 등은 거실의 한쪽 벽과 맞닿아 있다.
     
    한걸음
     
    또 한걸음
     
    살인마는 극도로 피곤한 얼굴을 하고도 입가에 미소를 띈 채 수연과 미현을 죽이기 위해 계속 다가온다.
     
    수연은 더 이상 도망칠데가 없는 좁은 이 거실을 원망하며, 마음속으로 기도했다.
     
    "엄마... 미안해요... 엄마 마음도 몰라주고 나 그 동안 투정만 부렸나봐요 그 벌로 나도 이제...흑흑"
     
    한걸음 또 한걸음...
     
    급기야 살인마는 미현과 수연의 바로 코앞까지 걸어 왔다.
     
    이제는 팔만 뻗으면 그의 칼이 수연과 미현의 몸에 꽂힐 것 같은 거리다
     두 사람을 찌를 듯 팔을 높이 치켜드는 살인마...
     미현은 어느샌가 기절을 했는지, 입가에 거품을 문 채 바닥으로 축 늘어진다.
     수연 역시 이 것이 마지막이란 생각에 두 눈을 감는다.
     
    "엄마... 나 좀 살려줘... 엄마..."
     
    "엄마.....................!!!"
     
    [문자 왔어요]
     
    [털썩!!!]
     
    문자수신 알림 메시지와 동시에 들린 둔탁한 소리...
     
    눈을 감은 수연은 그 소리들이 들린 뒤에도 한참동안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음에 조금 당황하고 있었다.
     
    '뭘까? 그 털썩 하는 소리는?'
     
    뜻 밖의 고요에 수연은 조용히 눈을 뜬다.
     
    "아...."
     
    눈을 뜬 수연은 자신의 눈을 의심하고 말았다.
     
    금방이라도 수연과 미현을 죽일 것처럼 다가오던 살인마가 마치 바람에 쓰러진 나무가지처럼 바닥에 쓰러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 어떻게 된거지?"
     
    수연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위를 돌아보지만 그 어디에도 칼을 든 살인마를 물리친 무언가는 보이지 않았다.
     
    그저 발신자가 누구인지조차 알 수 없는 휴대폰 문자수신 알림 메시지만이 공허한 거실안을 가득 채운다.
     
    [문자 왔어요]
     
     

    [수원 천안 일대를 공포에 떨게 했던 연쇄살인마가 드디어 검거되었습니다]
     
    [검경 합동본부는 수원의 어느 빌라에서 연쇄 살인마가 확실한 것으로 추정되는 32세 고민철씨를 체포한 후 일단 병원으로 이송시켰습니다]
     
    [살인마를 체포하는데 결정적 기여를 한 제보자 ㅇㅇㅇ씨는 21세의 여성으로 제보자의 모친인 ㅇㅁㅇ씨도 범인에게 잔인하게 살해 당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인간과 인간 사이가 소원해지고, 꿈을 잃어버린 세상이 그런 엽기적인 살인마를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모든 것은 바로 우리 사회가 만든 자화상에 불과합니다. 우리 아이들의 교육 이제는 바꿔야 할때가 됐습니다 등교 시간도 늦추고 야간 자율 학습도...]
     
    [범인 체포에 대한 결정적 제보시 총 3억원의 현상금을 내걸었던 경찰은 오늘 최초 제보자 21세 ㅇㅇㅇ씨에게 경찰청에서 감사장과 함께 용감한 시민상을 수여 하기로 하였습니다. 수여자 ㅇㅇㅇ씨는 이번 사건으로 엄마를 잃은 21세의 대학생으로 그 간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힘들어 했다고 하는데요 자세한 내용은 현장에 나가 있는 박주호 기자가 알려 드리겠습니다]
     
    [연약한 21살의 여대상 ㅇㅇㅇ씨 ㅇㅇㅇ씨는 친구인 ㅇㅅㅅ씨와 함께 모친인 ㅇㅁㅇ씨의 빌라에서 충격적인 경험을 하게 됩니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살인마 고민철에게 자신의 엄마가 무참히 살해된 모습을 목격하게 된 거죠
     칼까지 든 건장한 성인남자.... 그리고 연약한 두명의 여대생, 상황은 그야말로 절대 절명의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국내 굴지의 보험회사 ㅇㅇ보험은 다소간의 절차상의 문제는 있지만, 약관상의 큰 결함이 없으며, 사회 정의를 실현한 것에 감동하여 대승적인 차원에서 보험금 10억원과 회사 차원에서의 격려금 3억 그리고 사내 모금을 통해 추가로 5천만원을 용감한 대학생, ㅇㅇㅇ양에게 지급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모든 메스컴과 언론들이 연일 연쇄 살인범의 검거와 그를 붙잡은 수연의 이야기를 앞다퉈 보도했다.
     
    수연은 죽은 엄마의 사망 보험금으로 13억원의 돈을 지급받았고, 별도로 경찰을 통해 세금조차 붙지 않는 현상금 3억원을 전달 받았다.
     그외에 살인마에게 엄마까지 죽어버려 고아가 되었다는 그녀의 딱한 소식이 세간에 전해져, 그녀를 돕겠다는 성금이 줄을 이었다.
     수연의 학교에서는 이번일로 인해 수연이 학교의 명예를 드높였다며, 남은 학기에 관계없이 전액 장학금을 지원해주겠다는 방침을 알려왔다.
     
    "수연아... 괜찮아?"
     
    미현이 수척해진 수연에게로 다가와 말을 건넨다.
     수연은 사건이후 정신적 충격과 스트레스로 줄 곧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나 이거 다 받아도 되는건지 모르겠다. 내가 엄마한테 무슨 염치로 이걸..."
     
    말을 채 잇지 못하는 수연의 두 눈엔 어느새 커다란 눈물방울들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
     
    "수연아 너희 엄마가 네게 남긴 마지막 선물이야... 받아야지..."
     
    미현이 울고 있는 수연을 감싸 앉으며 말한다. 하지만 수연은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견디지 못하고 한참을 오열한다.
     
    "그나저나 우리 그때 어떻게 된거니? 분명히 그 살인마가 우릴 향해 다가오고 있었는데..."
     
    "흑... 아... 너 기절해서 잘 모르겠구나..."
     
    "응 니가 대단한거지, 누구라도 그 상황이 되면 기절하고 만다고... 생각해봐 그 흉악한 연쇄 살인마가 칼을 들고 죽이겠다고 다가오는데, 누가 제 정신이겠어..."
     
    "이거 읽어봐 그럼 궁금증이 다 풀릴꺼야"
     
    수연은 미현이 궁금해하는 대답 대신 조용히 자신의 휴대폰을 내민다.
     수연이 내민 휴대폰엔 수연에게 온 문자 메시지들이 죽 나열된 화면이 떠 있었다.
     
    [수연아 엄마야
     
    엄마가 쓰는 구형 휴대폰엔 분명히 예약 문자 발송 기능이란게 있는데 이게 잘 되는건지 잘 모르겠구나 부디 꼭 네가 받아봐야 할텐데]
     
    [지금 네가 이 문자를 보고 있다면 아마 정확히 10시 30분쯤 되었을꺼야. 그래 그때쯤이면 충분하니까]
     
    [네게 줄 편지를 쓴 후에도 엄마는 걱정이 되었어, 놈이 나를 죽인후에도 대담하게 도망치지 않고, 혹시나 네게 해꼬지를 할까봐]
     
    [아니라도 혹시나 네가 일찍 도착해서 그 놈과 마주치기라도 할까봐 엄마는 너무 걱정을 했단다.]
     
    [어떻게하면 놈을 멀리 보내버릴 수 있을까 고민을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뾰족한 방법이 없었어, 그런데 문득 어제 놈이 내다 놓은 쓰레기 봉투가 생각이 나더구나]
     
    [놈은 술이나 간식같은 것들을 사먹고 쓰레기를 내 놓았는데, 특이하게도 식혜를 좋아하는지 1.5리터짜리 식혜 페트병이 3개나 나와 있더구나]
     
    [엄마는 생각했지, 식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수연이 너와 식혜를 좋아하는 그 나쁜놈... 너도 알겠지만 엄마는 우울증으로 인한 불면증으로]
     
    [종종 수면제를 처방받아서 먹어, 전에 죽어버릴 생각으로 그걸 잔뜩 집어 삼키는 바람에 아주 적은양만을 가지고 있긴했지만]
     
    [엄마는 놈이 좋아하는 식혜에 수면제를 타 두면... 놈을 멀리 보내지는 못하더라도 잠시 재울수는 있을꺼라고 생각했어... 4~5시간만 재워도]
     
    [우리 수연이가 도망치는데에는 충분할것 같았거든... 아마 놈이 나를 죽이고 나면 목이 많이 탈 것도 같았고]
     
    [혹시나 놈이 내 편지를 발견해 읽더라도 너를 위해 준비한 식혜라고 써 두면 아무 의심도 하지 않을꺼라고 생각했단다]
     
    [놈이 도망을 치고 놔둔 식혜를 네가 마시더라도 그냥 좀 잘뿐일테고... 부디 이 엄마가 걱정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지 않길 바라며]
     
    [엄마는 이제 떠날 준비를 한다. 베란다 바깥의 창문에 빌라 계단을 걸어 오르는 놈의 모습이 보인다.]
     
    [내가 훔쳐보는지도 모르고 힐끗힐끗 내 방을 보고 있구나, 방금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이는건 어쩌면 칼일까?]
     
    [수연아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엄마가 많이 사랑하고, 아주 긴 시간이 되겠지만, 60년 70년이 흐른 뒤]
     
    [저 세상에서 네가 엄마를 다시 만나게 되면... 그땐... 꼭 말해주겠니?]
     
    [엄마 사랑해 라고...]
     
    문자를 모두 읽은 미현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수연을 바라본다.
     
    수연의 병실 침대 시트가 촉촉히 젖어간다.
     
    창 밖은 조용히 비가 내리고, 오열하던 수연은 창 밖을 바라보며 큰 소리로 엄마를 향해 마지막 인사를 건넨다.
     
    "엄마 사랑해!!! 그리고..., 그리고... 흑흑 미.안.해..."
     
     

    끝.
     
    =================================================================
    쓴지 좀 된 글이긴 한데 좋아하실분들도 계실 것 같아 올려봅니다.
    오타나 단순 실수는 좀 양해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혹시 이 글이 재미있으셨다면 다른 글들도 재밌어하실지 몰라 링크 겁니다.
     
     
    [장편] 진혼무 1~5
    [장편] 진혼무 5~10
    [장편] 진혼무 11-15
    [장편] 진혼무 16-18
    [장편] 진혼무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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