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목수입니다. <div>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일도 자주 있는 건 아니지만...</div> <div><br></div> <div>어쨌든 이런 걸 만듭니다.</div> <div><br></div> <div><div style="text-align:left;"><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410/1412570039s9WkLeJZj.jpg" width="740" height="555" alt="DSCN0691.jpg" style="border:none;"></div> <div style="text-align:left;"><br></div> <div style="text-align:left;"><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410/1412570039j9vXhKafUX8NtqxVk6wYkQu67w.jpg" width="740" height="493" alt="P1030045.jpg" style="border:none;"></div> <div style="text-align:left;"><br></div> <div style="text-align:left;"><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410/1412570065tsUJURNtkNJxp.jpg" width="612" height="816" alt="20140705_141851.jpg" style="border:none;"></div> <div style="text-align:left;"><br></div> <div style="text-align:left;">바로 위 사진의 머리쪽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나무를 다루는 데에 있어서 연필은 필수입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치수를 재고, 선을 긋는 데는 연필만한 게 없거든요.</div> <div style="text-align:left;">다른 재료들은 너무 얇거나, 굵거나, 필요한 만큼의 강도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br></div> <div style="text-align:left;">그래서 항상 연필을 고집합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br></div> <div style="text-align:left;">문제는 나무같이 표면이 고르지 못한 물건에 사용하다 보니 연필이 매우 빨리 닳는다는 것입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일이 많은 날이면 새 연필이 금새 몽당연필이 되고 말죠.</div> <div style="text-align:left;"><br></div> <div style="text-align:left;">여분의 연필을 항상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그것마저 없을 때는 '일을 하기가 어려운 상황'이 됩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br></div> <div style="text-align:left;">연필이란 목공의 알파이자 오메가요 빛과 소금과도 같은 존재라고 할까요...</div> <div style="text-align:left;"><br></div> <div style="text-align:left;"><br></div> <div style="text-align:left;">평소처럼 애게를 구경하던 와중에 키사라님의 글을 발견했습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br></div> <div style="text-align:left;">여러가지 필기도구를 나눔하고 계시더군요.</div> <div style="text-align:left;"><br></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style="text-align:left;"><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410/1412570400zaiMwqTaUUdZRjYgo.png" width="560" height="22" alt="113.PNG" style="border:none;"></div><br></div> <div style="text-align:left;">사실 이 글을 클릭하기 전까지만 해도 '오, 나도 나눔 좀 받아볼까?' 하는 생각은 없었습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저는 타블렛으로만 그리거든요!</div> <div style="text-align:left;"><br></div> <div style="text-align:left;">손그림은 놓은지 오래고(아마 고등학생 때 쯤) 게다가 그림도 자주 그리는 편은 아니니까요.</div> <div style="text-align:left;"><br></div> <div style="text-align:left;">그렇지만 3번 연필 항목을 보고는 저의 탐욕스러운 목수의 혼이 제 귓가에 속삭였습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br></div> <div style="text-align:left;"><b>'빨리 신청해서 이 연필을 가로채! 넌 연필이 필요하잖아! 연필도 그 사실을 알고 있을거야! 내 귀에 캔디!'</b></div> <div style="text-align:left;"><br></div> <div style="text-align:left;">그래서 어찌저찌 댓글을 달았습니다만, 나머지 한 쪽에 있는 저의 자아가 이렇게 속삭였습니다.</div></div> <div style="text-align:left;"><br></div> <div style="text-align:left;"><b>'이 멍청아! 너는 그림 그리는 데 쓰려고 하는 게 아니잖아! 얼마나 민폐인지 모르겠어?'</b></div> <div style="text-align:left;"><br></div> <div style="text-align:left;">사람은 항상 자신의 자아에 귀를 기울이며 살아가야 합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br></div> <div style="text-align:left;">그래서 저는 더욱 가치있게 써주실 분께 돌아가는 게 좋겠다싶어 신청을 취소했습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br></div> <div style="text-align:left;"><br></div> <div style="text-align:left;">다음 날, 키사라님께서 재차 올려주신 글을 보았습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연필세트에는 신청자가 없다더군요.</div> <div style="text-align:left;">그래서 제게 연락을 달라고 하셨습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br></div> <div style="text-align:left;">코감기를 동반한 몸살감기에 벌벌 떨던 저는, 하늘이 감기와 연필을 동시에 주셨구나 하면서 낼름 메일 주소를 적었습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그리고 어마어마한 스피드로 키사라님께서 연필을 발송해 주시고...</div> <div style="text-align:left;"><br></div> <div style="text-align:left;">아직도 감기를 떨치지 못해 골골대고 있던 월요일. 젊은 집배원님의 낭랑한 목소리가 집 앞 골목을 메웠습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br></div> <div style="text-align:left;"><br>"R-18님!"<br></div> <div style="text-align:left;"><br></div> <div style="text-align:left;">물론 본명과 주소를 알려드렸기 때문에 제 닉네임으로 부르지는 않았습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만약 그랬다면 저는 한동안 동네에서 밝히는 변태아저씨로 낙인찍혔을 겁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br></div> <div style="text-align:left;">그리고 아픈 몸을 이끌고 택배 상자를 뜯었습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br></div> <div style="text-align:left;">신문지와 에어캡으로 꼼꼼하게 포장된 택배박스.</div> <div style="text-align:left;">송장에 적힌 동글동글하고 깔끔한 글씨로 이미 짐작했지만, 역시 정성스런 포장이었습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br></div> <div style="text-align:left;">아니 그런데! 덩어리가 두 개!</div> <div style="text-align:left;"><br></div> <div style="text-align:left;"><div style="text-align:left;"><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410/1412570889zy2BpuUrSYM4fy.jpg" width="740" height="555" alt="DSCN1052.jpg" style="border:none;"></div> <div style="text-align:left;"><br></div> <div style="text-align:left;">한쪽에는 예쁜 손편지와 함께 약간의 과자가...</div> <div style="text-align:left;">그리고 한 쪽에는 10월의 가을하늘을 연상시킬만큼 투명한, 마치 키사라님의 마음과도 같이 투명한 깨끗한 비닐로 쌓인 연필이 있었습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br></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style="text-align:left;"><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410/1412571005pTVYnPzKGxinURif5wysi4.jpg" width="640" height="480" alt="b0062814_498096dc959ed.jpg" style="border:none;"></div> <div style="text-align:left;"><br></div> <div style="text-align:left;">누군가에게 편지가 담긴 먹거리를 받아본 건 거진 7~8년 만이었습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과자들이 제 취향에 맞지 않을까 걱정하셨는데, 저는 과자 엄청 잘 먹습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br></div> <div style="text-align:left;">먹는 모습도 인증하고 싶지만 며칠 째 몸살감기로 골골대는데다, 깔깔이를 입은 30대 초반의 남루한 모습으로는 감히 먹샷까지 찍을 수는 없더군요.</div> <div style="text-align:left;"><br></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style="text-align:left;"><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410/1412572244n44cb48AqAr.jpg" width="448" height="298" alt="bombju2.jpg" style="border:none;"></div> <div style="text-align:left;"><먹는 모습 이미지 사진></div> <div style="text-align:left;">이걸로 참아주시기 바랍니다.</div><br></div> <div style="text-align:left;"><br></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style="text-align:left;"><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410/1412571137VrbbCrqfmcuJAZKP5rpoqT7.jpg" width="740" height="555" alt="DSCN1053.jpg" style="border:none;"></div> <div style="text-align:left;"><br></div> <div style="text-align:left;">저라면 그냥 되는대로 구겨 넣었을 건데, 과자들이 오와 열을 맞추어(군대가면 배웁니다. 오와 열) 가지런히 자리하고 있는 저 자태라니!</div> <div style="text-align:left;">너무도 감동적인 모습에 아마 한 동안은 못 먹지 싶습니다.(거짓말)</div> <div style="text-align:left;"><br></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style="text-align:left;"><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410/1412571237jdTtdgxFWkMWyHO7kT1wv.jpg" width="740" height="555" alt="DSCN1054.jpg" style="border:none;"></div> <div style="text-align:left;"><br></div> <div style="text-align:left;">워낙에 많은 연필이기도 했지만, 제가 즐겨쓰는 2B 연필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굵고 무른 4B를 제외하면 모두 나무를 다루는 데에 매우 적합한 연필들입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이로써 한 동안은 연필 걱정을 하지 않고 나무를 다룰 수 있게 되었습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적어도 1~2년 정도는 연필사러 안 가지 싶네요.</div> <div style="text-align:left;"><br></div> <div style="text-align:left;">부담없이 쓰라고는 하셨지만, 귀한 나눔, 아껴서 잘 쓰도록 하겠습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br></div> <div style="text-align:left;">마지막으로 호의에 감사드리며, 제가 역으로 무언가 나누어 드릴 수 있는 게 있다면 메일 한통 보내주시기 바랍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프로그래밍 서적 및 글짓기 관련 서적이 조금 있습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br></div> <div style="text-align:left;">누군가의 호의가 다른 이에게는 정말 깊은 감동으로 다가올 수도 있습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이번 기회에 그것을 절실히 느꼈구요,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저도 기회가 닿으면 키사라님처럼 애게에서 나눔을 하고 싶군요.</span></div> <div style="text-align:left;">원래 나눔은 줄줄이 이어져야 제맛 아니겠습니까.</div> <div style="text-align:left;"><br></div> <div style="text-align:left;">어쨌든, 나눔 감사했고, 앞으로 좋은 일만 생기시길 빌겠습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br></div> <div style="text-align:left;"><br></div> <div style="text-align:left;"><br></div> <div style="text-align:left;">추신 :  <div style="text-align:left;"><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410/14125715469LpTMRPOT8yVwHJ41tYjoz.jpg" width="429" height="462" alt="DSCN1055.jpg" style="border:none;"></div> <div style="text-align:left;"><br></div> <div style="text-align:left;">상자는 고양이가 잘 쓰고 있습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신문지는 마당에서 장작 태울 때 부싯깃으로 사용할 예정입니다.</div></div><br></div><br></div></div><br></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