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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humorbest_950472
    작성자 : 김치찌개홀릭
    추천 : 70
    조회수 : 5113
    IP : 66.249.***.71
    댓글 : 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4/09/23 20:19:33
    원글작성시간 : 2014/09/21 13:41:02
    http://todayhumor.com/?humorbest_950472 모바일
    아래 우리동네 이야기 보고..
    강호순이 어디까지 가세요?해서 역 히치하이킹해서 피해자를 납치했다는 얘기 보고 갑자기 생각나서 씀

    김치찌개 먹고 싶은데 김치가 없으므로 음슴체
     
    스물네살이던 해 성년의 날 밤이었음 
    왜 날짜까지 기억하냐면 장미를 손에 들고 있었기 때문 ... 
    술마시고 버스는 끊겼고 택시타면 얼마 안 나오는 거리인데 
    울적해서 택시 타기 싫고 10년 넘게 산 동네니까 학교에서 집까지 그냥 걸었음

    그날은 참으로 이상한 날이었지

    나보다 한참 어려보이는 남자애 하나가 길에 어슬렁거리는데 지나치고 몇 미터 안 가서
    다른 남자애가 불쑥 나타나더니 
    ~~까지 가야 하는데 차비가 없다고 함 
    지하철로 20코스가 넘게 걸리는 동네고 아까 지나친 남자애는 어느새 내 등뒤에 와서 서있음 
    근데 
    나도 진짜 돈이 없었고 ㅋㅋㅋㅋㅋ 성년의 날인데 사귀는 사람한테 선물 사줄 돈도 없었음 ㅋㅋㅋ
    예전에 순진할 때 차비 빌려달라 해서 가진 돈 중에 반을 떼준 적도 있고 해서
    돈 없다고 함 
    그리고 지역주민 버프를 받아 
    거기까지 가려면 버스는 끊겼고 지하철도 간당간당하거나 끊겼고 택시 탈려면 버스비갖고는 되도 않는다고 말함 
    말 건 남자애 당황 
    등 뒤 남자애도 당황 (사실 그때까지 난 별로 눈치를 못 챔)  
    알겠다고 하고 비켜줌 


    남자애들을 지나쳐서 가는데 그제서야 둘이 한 패라는 걸 깨달음 
    하지만 돈 안 줬으니 괜찮다 생각하고 또 장미 들고 우수에 젖어서 휘적휘적 가는데 
    내 옆으로 흰 차가 스윽 오더니 섰음.

    "어디까지 가요? 타요 태워줄게요"
    "아까 저기서부터 걸어왔죠? 내가 봤는데"

    차창은 선팅되어있어 뒷자리는 안보이고 운전석의 남자는 흰 나시를 입은 듯한 덩치 있는 남자였음

    아직 집까지 많이 남아서 잠시 고민했으나
    난 오직 이 우수에 젖은 밤산책을 계속하고 싶어서 물끄러미 쳐다보다 그냥 다시 걸음 ㅋㅋㅋㅋㅋ 
    그 차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출발해 날 지나쳐서 금방 사라짐 

    나는 혹시나 착한 사람의 호의를 무시한 걸까 좀 마음이 불편한 상태로 계속 걸음
    큰 고개를 올라가서 꼭대기에서 다시 내려가는 순간 아까 본 것과 비슷한 흰 차가 사거리에서 (난 직진중) 우회전해 아파트 단지로 가는 걸 봄. 아~ 저기 사는 사람인가보다 했는데

    그런데 아파트 단지는 차단기가 있고 일단 주민이면 그 안으로 들어가야  주차를 하든 뭘하든 하는데 
    갑자기 차가 차단기 앞에 서고 조폭같은 느낌의 남자 둘이 내림. 차는 거기 그대로 멈추고 불이 꺼짐.

    그런데 다시 흰 차를 본 순간 이유없이 소름이 돋고 
    저 남자들이 나를 노린다는 느낌이 강하게 듦. 
    괜한 생각이겠지 했는데 아파트 단지에서 내려 남자들이 움직이고 차는 기다리는 걸 보고 불길해짐.
    택시를 잡아야겠다 생각하고 여기저기 둘러보는데 
    그날따라 택시도 안 잡혀서 
    남자들 눈에 안 띄게 맞은편 인도로 조심해서 내려가고 있는데 (택시 잡으려고)


    그 남자들이 8차선을 건너서 내가 있는 맞은편 인도 방향으로 오는 게 보임 



     꽁지에 불붙는다는 게 어떤 기분인지 실시간으로 느끼면서 뛰지도 못하고 빠른 걸음으로 걷다가 마침 사거리에서 좌회전해서 내려오는 택시를 미친듯이 손 흔들어서 잡고 올라탐

    무사히 귀가



    그때는 마냥 내가 과민하다고 생각했는데 
    역히치하이킹으로 피해자를 물색해서 살해까지 했다고 하니 그날 안 탄 게 천만다행이라는 생각만 듬.

    내가 저 뒤에서부터 걸어오는 걸 봤다면 
    내가 귀신이라 차랑 같은 속도로 달리지 않는 이상 ㅋㅋ
    날 지나쳐서 벌써 한참 갔었어야 함. 
    (나는 지하철 다섯코스 전부터 걷기 시작했고 차를 만난 건 지하철 세 코스 쯤이었음)
    아니라면 날 기다리거나 서행해서 미행했거나 태우려고 되돌아왔거나 밖에 없는데 
    밤 열두시에 모르는 여자애가 걱정되서 태우려고 차 돌려서 돌아오는 사람이 있을까?  

    아무튼 촉 때문에 살아난 이야기임.... 어떻게 끝내야하지...
    우리동네에서 그렇게 안전하지 못하다는 느낌과 공포감을 느낀 건 처음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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