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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차단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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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문 : 268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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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humorbest_941122
    작성자 : 비키라짐보
    추천 : 14
    조회수 : 1812
    IP : 211.253.***.34
    댓글 : 1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4/09/02 19:14:12
    원글작성시간 : 2014/08/27 15:47:49
    http://todayhumor.com/?humorbest_941122 모바일
    [단편소설] '그게 나의 인생이었다 2-1'
    =======================================================================
    순수 창장 소설로 특정사건, 특정인물, 특정지명등과 아무 관계없음을 알려드립니다.
     
    또한 누군가를 옹호하거나 누군가를 미화할 의도가 없는 인생의 두려움을 논하고자 하는
     
    소설일 뿐이라는 것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해당 소설은 2편으로 된 단편으로 본 내용만을 읽으셔도 무방하나,
     
    배경지식등 관련 내용에 대한 자세한 이해가 필요하신 분은(그럴분은 없겠지만)
     
    동일 제목으로 지난주에 올려둔 별개의 단편소설을 읽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사실상 연작이므로)
    관련주소...(물론 이 글부터 읽어나가셔도 무방합니다.)
     
    지난 글에서 추천해주신 69분 감사드립니다.
    ====================================================================
     
     
     
    나는 악몽을 꾸고 있었다.
     
    죽어서라도 잊고 싶었던 그 시절의 끔찍한 기억들이 눈을 감으면 마치 바로 방금 전에 있었던 일들 처럼
     
    나의 감은 두 눈 앞에 생생하게 펼쳐졌다.
     
    가학적인 폭력과 치욕스러운 행위들이 강압적인 환경속에서 나에게 자행되어졌고,
     
    무차별적인 폭행으로 인해 망가진 육체는 급기야 나에 정신마저 잠식해나간다.
     
    나는 꿈속에서조차 아득해지는 정신의 끝을 놓은채 심연 깊은곳으로 끝없이 추락해 나갔다.
     
    어둡고 깊은 심연의 나락...
     
    그안에서 나는 몇번이고 간절하게 되뇌였다.
     
     
     
    '나는 언제까지 과거의 악령들에게 쫓기며 살아야 하는가"
     
     
     
    그것은 내 손목위에 수없이 그어진 흉터들과 폭행으로 인해 징그럽게 일그러진 두개골,
     
    그리고 가족으로 하여금 나를 이 병원으로 가장한 작은 배안에서 홀로 표류하게 만든 이유였다.
     
     
    표면적인 이유는 '외상후유증등에 따른 정신분열증'
     
     
    하지만 그것은 내가 스스로 만든것이 아니다.
     
     
     
     
     
    나는 철저히 피해자였다.
     
     
     
     
    그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만났다면, 그와 나를 둘러싼 환경이 조금만 덜 패쇄적이었다면
     
    어쩌면 누군가에겐 좋은 추억으로 남았을지도 그런 순간들이 나를 철저히 파괴해버렸다.
     
    내 인생의 가장 치명적인 생채기가 되어버린 그 나날들...
     
    한 사람의 이름이 또 다시 내 머리속에 강하게 메아리쳐온다.
     
     
     
    "곽철우..."
     
     
     
    내 뼈속 깊은곳까지 아로새겨져있는 그 이름...
     
    나는 그 이름을 떠올리는 순간 등골부터 깊은곳에서부터 식은땀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이름을 떠올리는 것 만으로 나를 두렵게 만드는 그는
     
    나에겐 전지전능한 신이었고, 또한 악마였다.
     
    군대라는 이름의 조직과 환경속에서, 그는 누가봐도 최고의 남자였다.
     
    카리스마있는 모습과 강력한 통솔력, 부대내의 그 누구도 감히 그를 거역하지 못 할만큼
     
    그는 뛰어난 군인의 표상이었다.
     
    간부들조차 그의 빠르고 정확한 일처리능력과 부대밖에서 그가 가지고 있던 사회적 인맥을 두려워해
     
    겨우 병장에 불과한 곽철우의 눈치를 보기 바빴다.
     
     
     
    '곽병장에게 맡기면 확실해'
     
    '곽병장 아버지가 ㅇㅇㅇ동에 유명한 조폭이라던데? ㅇㅇ대위는 지난 휴가때 들러서
     
    곽병장 아버지가 하는 룸싸롱에서 크게 한잔 얻어먹었다나봐'
     
    '박소령이 곽병장 아버지가 보낸 양주보고 껌뻑 죽었다지 아마? 엄청 비싼거라던데? 면세점에도 없는...'
     
     
     
    마치 이문열 소설의 엄석대처럼 그는 부대를 완벽히 장악했고, 이미 상병 말쯤에는 최고참으로서
     
    부대내의 모든것을 좌지우지 했다고 한다.
     
     
     
     
     
    '그는 왕이었고, 우리 ㅇㅇ의무대는 오롯이 그가 지배하는 하나의 왕국이었다!'
     
     
     
     
    병장이 되던 순간부터 곽철우는 부대내에서 그야말로 신적인 존재가 되었다고 했다.
     
    아무도 그를 거역할 수없는... 전지전능한 신...
     
    하지만 그 신이...
     
    유독 나에게는 철저히 피와 눈무로 점철된 악마로 변해버렸다.
     
     
    그는 입대초기부터 갖은 이유를 들어 나를 끝질기게 괴롭했다.
     
    왜 그가 그런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고도 나처럼 하찮은 이병, 일병나부랭이를 괴롭혔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나 외에도 내 위의 모든 고참들이 그에게 괴롭힘을 당했지만,
     
    그는 유독 나에겐 더 가혹했다.
     
    고등학교 중퇴의 학력을 가진 그에게 내가 가진 학벌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까?
     
    편모 슬하에서 커온 그에게 유복한 나에 가족이 불만이었을까?
     
    조금 굼뜨고 느린 내 행동이 능력자로 일컬어지는 그에겐 너무 바보 같아 보였을까?
     
    아니면 그의 권력이 가장 강력하게 구축된 순간 들어온 내가 본보기로서 당하는것 뿐일까?
     
    어떤 이유를 대봐도 그것이 그가 나에게 행하는 모든 가혹 행위들의 이유라고 보기엔
     
    너무도 초라했다.
     
     
     
    '파괴신...'
     
     
     
    수없이 부러진 각목들과 빗자루들... 내 엉덩이는 하루도 성할날이 없었고,
     
    밥을 먹을때도 길을 걸을때도, 잠이 든 순간에도 그의 구타와 가혹행위는 멈출줄을 몰랐다.
     
     
    대답이 느리고 인상을 쓴다는 이유로 마대자루가 부러지도록 때리거나
     
    물을 많이 마셔야 건강하다며 매번 2리터가 넘는 물을 강제로 먹이기도 했다.
     
    내무실 청소를 하는 날이면 청소 후 남은 치약을 통째로 짜내 내게 먹였고
     
    매일 밤 그의 야간 근무시간이면 강제로 깨워져 맞는 일은 흔한일 이었다.
     
    밥을 먹으며 소리를 낸다는 이유로 복부를 강하게 얻어맞고
     
    그 충격으로 인해 쏟아져 나온 토사물들을 그는 내게 강제로 먹게 했다.
     
    내가 더럽힌 바닥이니 내가 치워야 한다는 그의 논리에는
     
    걸레나 빗자루가 아닌 내 혀가 그 토사물들을 하나도 남김없이 모두 먹어치워야 한다는
     
    잔혹한 단서가 달려있었다.
     
    그리고 그는 몹시도 엄격하여 그가 지시한 모든 가혹행위들을 온전히 수행할때까지
     
    절대 구타와 폭력을 멈추지 않았다.
     
     
     
    휴가를 나가도 이러한 일련의 사실을을 말할 경우 그는 내 어머니를
     
    붙잡아다 강제로 섬에 팔아버리겠다며 협박을 했다.
     
    누구도 그 실체를 본 이는 없었지만, 그의 아버지가 ㅇㅇ지역의 유명한 조폭이자 건달이라고 했다.
     
    그래서 간부들도 감히 그의 비위를 거스르지 못한다고도 했다.
     
    믿고 싶지 않아도 믿지 않을 수 없을만큼, 아니 믿고 싶게 만들정도로 그는 내게 압도적인 폭력을 행사했다.
     
    금방이라도 그가 사람을 시켜 내게 했던것처럼 내 가족에게 폭력을 행사할것만 같은 두려움이
     
    내 머리속에 완전히 고착화 될 정도였다.
     
    그는 실제로도 그런일을 할만큼 잔악무도한 자였으니까...
     
     
    간혹 나를 동정하는 이들은 겨우 6개월만 참으면 된다며 나를 위로했다.
     
    그들도 유사한 과정을 겪었다고 했다. 군대란 곳이 원래 이렇다고...
     
    내가 조금 심하긴 하지만, 그 역시 시간이 지나면 괜찮을 꺼라고...
     
    하지만 그렇게 따듯하게 위로하는 척 하던 그들도
     
    곽철우!! 그가 나타나면 순식간에 가해자로 돌아서 그에게 동조했다.
     
    내 정강이를 발로차거나, 바닥을 닥던 걸레를 내 입에 물린다.
     
    상처에 바르라며 약을 건네주던 고참도 곽철우의 옆에서면
     
    내게 먹일 물이라며 1.5리터 짜리 펫트병에 물을 채워와
     
    내 입을 강제로 벌리며, 그에게 자신의 충성심을 보여주기에 바빴다.
     
    종종 나의 사소한 실수 몇 가지를 트집잡은 곽철우가
     
    '니 위로 내 밑으로 전체 다 집합' 이란 말을 내뱉을 때는
     
    정말 모든 동료 병사들의 냉정한 시선을 받으며 나는 철저히 고립되어야만 했다.
     
    나는 그 누구도 믿을 수 없었고, 그 누구에게도 이러한 사실을 털어놓을 수 없었다.
     
    나는 그렇게 지옥과도 같은 3개월을 보냈지만, 아직도 나에겐 더 지옥같은 3개월이 남아있었다.
    (당시 22개월)
     
    그리고... 결정적인 사고는 그 즈음 터지고 말았다.
     
    모처럼 기분이 좋아진 곽철우가 PX에서 간식을 사주겠다며 나를 포함한 부대원 3명을 대동했던 날
     
    그는 모처럼 환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지난 휴가때 밖에서 꼬신 여대생과의 잠자리 이야기를 거창하게 쏟아내며
     
    무척이나 유쾌해했던 그의 모습에서 나는 조금이나마 나은 군생활을 꿈꾸기도 했지만
     
    그건 역시 허황된 바람이었을뿐이었다.
     
    그에게 맞아 부러진 이빨 사이로 새어나온 쩝쩝거리는 소리가 거슬린다며
     
    그는 만두를 먹고있던 나에게 갑작스레 무차별적인 폭력을 가했다.
     
    처음엔 안면이 그 다음엔 목과 복부에 그의 주먹이 차례로 꽂혔다.
     
    먹고있던 만두가 목에 걸린것은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일일지도 몰랐다.
     
    당면과 밀가루로된 이물질이 나의 기도를 막았고, 나는 도저히 숨을 쉴 수 없었지만,
     
    바닥에 누워 꺽꺽거리는 내게 돌아온 것은 곽철우의 더욱 모진 매질이었다.
     
    툭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그의 발길질에 걷어차인 옆구리에선 갈비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났지만
     
    그와 그들은 멈추지 않았다.
     
     
     
    "빠져가지고 이새끼가!!! 빨리 못 일어나!!"
     
    "엄살부리지마 개새끼야!!! 죽고싶어!!"
     
     
    내 얼굴은 흘러내린 피와 눈물 콧물로 범범이 되었고,
     
    제발 살려달라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숨이막혀 아무말도 못한 채 나는 그렇게 정신을 잃고 말았다.
     
    정신을 잃는 그 마지막에 마지막 순간까지 나는 그렇게 간절히 바랬다.
     
     
     
     
    '차라리 죽고 싶다'
     
    '날 죽여줘'
     
    '더 이상은 견딜 수 없어'
     
     
     
     
    죽음으로 모든걸 끊고 편안해지고 싶었다. 군생활을 끝내고 사회로 돌아가 다시 평온했던 내 삶을
     
    되찾는다던가, 곽철우가 없는 군생활같은 조금 떨어져 있는 일들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나는 그저 이 지독한 폭력과
     
    더 이상 맞지 않아도 되는, 더이상 괴롭힘당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곳으로 가고 싶었다.
     
     
    '단지 그것 뿐이었다.'
     
     
     
    나의 바람이 간절했기 때문이었을까?
     
    나는 그 일을 마지막으로, 그의 잔혹한 손아귀에서 온전히 벗어날 수 있었다.
     
    국군 수도 통합 병원...
     
    하지만 내 몸의 절반은 이미 움직일 수 없을 정도의 상태였고,
     
    간단한 의사소통도 힘이 들 정도로 몸이 내 말을 듣지 않았다.
     
     
    '호흡곤란에 따른 뇌중추 일부 마비'
     
     
    실제 의학적 병명은 더 길었지만, 숨을 오랫동안 쉬지 못해 뇌세포 및 기능의 일부에 장애가 생겼다는게
     
    주요 이유였다.
     
    아니 더 중요한 이유는 곽철우로 대변되는 가혹한 폭력이었지만
     
    이유야 뭐든 아무래도 좋았다.
     
    드디어 나는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자유의 몸이 된 것이다.
     
    아니 적어도 그 순간에는 그렇게 믿고 싶었다.
     
    입대를 위해 훈련소에서 생활한 기간은 6주였으나, 장애 판정을 받고 의병제대 조치 되는 데에는
     
    4주가 걸리지 않았다.
     
    부모님은 눈물을 흘리며 휠채어에 나를 실은 채 집으로 향했다.
     
    부대장은 어머니에게 '식사중 단순 질식 사고에 의한 장애'라고 말했다.
     
    어머니는 내 몸 구석구석에 남겨진 상처와 멍들을 보며 재조사를 요구했지만
     
    군은 가볍게 '조사 결과 이상없음'이란 말로 재조사를 거부했다.
     
    어머니는 울고... 아버지는 작은 피켓을 들고 매일같이 국방부앞에 나가 시위를 벌인다.
     
    가뜩이나 몸이 좋지 않았던 아버지는 그 와중에 뇌경색이 악화되어 군간부와 실랑이중 쓰러지셨고,
     
    119 응급센터에 도착하기도 전에 돌아가셨다.
     
    어머니는 또 눈물을 흘리셨다.
     
    자식으로 인한 괴로움의 눈물... 그리고 남편을 잃은 아내의 눈물...
     
    나는 울고 싶었지만, 당시에는 이미 눈물샘 조차 내 통제 밖으로 벗어나있었는지
     
    눈물 한 방울 흘리지 못한 채 멍하니 아버지의 영정사진을 바라볼 뿐이었다.
     
    하지만 더 나를 괴롭게 했던 부분은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내가 곽철우 그 인간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는 사실이었다.
     
    그는 그렇게 매일밤 꿈을 통해 내게 나타났다.
     
    꿈속의 모든일은 마치 현실처럼 생생했고,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눈을 감을때면 나타났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그 날에도 나는 슬픔에 찬 상태로 꿈속에서 그에게 구타당했다.
     
    꿈속의 곽철우는 아버지의 영정사진을 부러뜨리고 그걸로 내 머리를 찍어내렸다.
     
    결국 꿈조차 꾸지 못할만큼 강력한 수면제 없이는 잘 수없는 상태가 된 나는
     
    이미 10여번의 자살시도로 안그래도 피폐해진 어머니를 더 가슴 아프게 만들었다.
     
    아버지의 사망 보험금은 끝내 아버지를 죽게 만든 못난 아들의 병원비로 쓰일 수 밖에 없었고,
     
    나와 우리 가족은 크나큰 상실감에 빠져야만 했다.
     
     
     
    '사고 후 외상 스트레스에 의한 정신 분열증'
     
     
     
    현재 내 침대 아래쪽에 씌여져있는 병명은 그랬다.
     
    새하얀 병실에서조차 그에게서 벗어나지 못한 나...
     
    손발을 꽁꽁 묶인 이 곳에서, 나는 죽고싶어도 죽을수가 없다.
     
    나는 삶이란 이름의 지옥 한 가운데에서 죽지도 살지도 못한 채 영원히 고통받게 된 것이다.
     
    짧은 생에 대한 회상끝에 문득 곽철우의 모습이 머리속에 새겨진다.
     
    나는 또 다시 극심한 공포심에 발작증세가 나타나 온몸이 떨려왔다.
     
     
    "302호 환자 또 발작 일으켰습니다."
     
    "진정제 30mg투여하고 지난번처럼 자해 사고 치지 않도록 손 잘 묶어둬"
     
     
     
    간호사와 의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내 팔목으로 무언가 쑤셔넣어진다.
     
    나는 정신이 다시 아득해짐을 느꼈다. 잠이 몰려오는 것 같다.
     
    나는 채 새어 나오지도 않는 작은 목소리로 간절히 외친다.
     
     
     
    "그만워... 다시 잠들고 싶지 않아... 또 그곳으로 끌려갈꺼야..."
     
     
     
     
    "나는... 자유롭고 싶다..."
     
     
     
     
    가뜩이나 제대로 구사되지 않는 목소리는 다시금 목안의 메아리로 사라진다.
     
    정신이 몽롱해져만 간다.
     
    나는 다시금 그 곳으로 끌려들어가지 않게 해달라고 빌고 또 빌었다.
     
    하지만 빌어먹을 또 그곳으로 끌려가 꿈속에서 그에게 매질을 당하겟지?
     
    눈이 감긴다.
     
    의식이 희미해져만 간다.
     
    나는 어디로 가는가...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군 입대 이후 머리가 그토록 맑게 느껴진 것은 그 날이 처음이었다.
     
    아주 긴 숙면 이후 모든것이 활기차진 것 같은 느낌이다.
     
    나는 이것이 꿈속이 아니기를 바랬다.
     
    금방이라도 곽철우가 문을 박차고 들어와 내게 폭력을 행사할 것만 같은 불안감이 엄습한다.
     
    당장이라도 도망치고 싶은 충동이 일지만, 사고이후 나의 왼쪽 다리는 아무 감각이 없다.
     
    나를 더욱 더 불안하게만 만드는 고요함이 계속 이어졌다.
     
    나는 희미하게나마 눈을 떴다 그러자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깼나보네요. 이번엔 약이 세게 들어가서 이틀만에 정신 차리신거예요"
     
    "...."
     
     
     
    나는 이 목소리가 곽철우가 아님에 반가웠고, 또 그의 말대로라면 이 곳이 군대가 아닌
     
    병원이라는 것에 또 한번 반가웠다.
     
     
     
    "정신이 온전한 날이 정말 드무네요. 방문할때마다 의사소통 불가 아니면 발작상태이니"
     
    "......"
     
    "괜찮아요 아무일 없으니까 안심하시고 일단 듣고만 계세요"
     
     
     
    남자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나를 안심시켰다.
     
    아이러니하게도 분명히 처음 듣는 목소리임에도 불구하고, 왠지 모를 익숙함이 느껴졌다.
     
     
     
    "저희는 송창훈씨에게 좋은 제안을 하나 드리려고 찾아왔습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지우고 싶고
     
    또 떠올리기 싫은 기억이 하나정도는 잊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다시 되돌릴 수 없기에
    다들 그것을 감내하며 고통스럽게 인생을 살아갑니다. 생각해보세요 얼마나 끔찍합니까?"
     
     
    "......"
     
    "하지만 말입니다. 그것을 되돌릴 수 있다면... 내가 원하는 그 시점으로 돌아간다면...
     
    어떨까요? 고통과 상처를 극복하는 가장 완벽한 방법은 그 발단을 없애는 겁니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송창훈씨에게 바로 그러한 방법을 제시해 드리고자 합니다"
     
     
    "... 무슨..."
     
    "... 밎기 힘드실 꺼란점 이해합니다. 보통 저희 고객들 대부분이 제 말을 그저 미친놈이 하는
    헛소리정도로 생각하시니까요. 하지만, 제가 지금 들려드린 말은 모두 사실입니다.
     
    저희는 송창훈씨를 불과 몇년전의 그 사건 이전으로 되돌려 드릴겁니다. 송창훈씨가 곽철우씨를
    만나기전 아니 그러한 사건 자체를 완전히 뒤엎을 수 있는 그 시점으로 돌려보내 드릴 예정입니다."
     
    "으으으으윽!!!"
     
     
     
    사내가 말한 곽철우란 이름 한마디에 나는 온몸을 뒤틀었다.
     
    그의 이름은 단지 듣는것만으로도 반사적인 고통을 수반할만큼 철저히 나를 길들여 놓았으니까
     
     
     
    "미안합니다. 쓸데 없는 이름을 언급했군요. 자 말은 어렵게 했지만, 실행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이 고객 명부에 동의 사인만 하시면 됩니다. 저희의 사업은 철저하게 고객의 동의하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고객님께서 이 곳에 사인을 하는 동시에 저희는 저희 사업장으로 돌아가, 고객님의 명의로 된
    인생이란 이름의 테잎을 최적화된 시점으로 되감아 드립니다. 기존 인생의 녹화분은 재녹화시
     
    자동으로 덮어 씌워지실꺼구요"
     
     
     
    그는 알 수 없는 말을 하고있었다.
     
    나를 과거로 되돌려놔 주겠다. 인생이란 테잎을 다시 감아주겠다....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마지막 말이 나를 흔들었다.
     
     
     
    "아버님의 죽음, 그리고 당신의 병원비 등으로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가족들을 외면할 겁니까?
     
    설사 내일 당장 죽더라도, 당신의 지금 삶보다 불행할까요? 무엇을 하든 지금의 당신보다
     
    더 고통스럽고 파괴된 삶이 존재할 수 있을까요? 자 사인하십시오! 당신의 상처를 치유하고
    고통의 근원을 없애줄 방법이 이 안에 있습니다."
     
     
     
    사내는 탐욕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내게 장부같은것을 내밀었다.
     
    눈 앞이 어지러워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장부에는 수많은 이름들이 씌여져 있었다.
     
    나는 결심했다. 지금보다 참혹한 인생은 어차피 없을 것이다.
     
    내일 당장 죽는것...
     
    그것조차 사고이후 내가 매일같이 부르짖던 바였다. 실제로 그의 말대로 내 삶이
     
    사고이전으로 돌아오고, 나 때문에 고통받은 가족들이 행복해질수만 있다면
     
    그보다 좋은일은 없었다.
     
    나는 마치 무언가에 홀리기라도 한 듯, 제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팔을 최대한으로 움직여가며
     
    삐뚤빼뚤 그가 내민 장부위에 내 이름을 적어나갔다.
     
    그렇게 내 이름 송창훈의 마지막 한 글자까지 씌여지자 사내는 그제서야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축하합니다. 고객님 이젠 저희가 약속을 지킬 차례네요
     
    눈을 뜨시면 아마 매우 놀라게 되실겁니다!
     
    미리 말씀드리지만 이런 기회는 흔치 않습니다. 저희의 방문을 고맙게 생각하게 될거예요!
     
    이제부터 시작될 긴 여정을 잘 치뤄내시길 바라며, 당신의 목적지에 당신이 바라던 것들이
     
    놓여있기를 바랍니다."
     
     
     
    사내는 그렇게 말하며 함께 들어온 다른 젊은남자와 함께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가 나가자 나는 다시금 정신이 몽롱해져옴을 느꼈다.
     
    온몸이 나른해져온다. 약기운이 채 빠져나가지 않았는지 나는 다시 눈이 감겨왔다.
     
     
     
    "빌어먹을 다시 또 그 끔찍한 꿈속으로 끌려가는건가... 안돼...안돼!!!"
     
     
     
    나의 절규는 또 다시 입밖으로 채 빠져 나가지도 못한채 깊은 어둠속에 묻혔다.
     
    어두운 몹시 어두운 깊은 나락속으로 나의 정신과 육체가 빨려 들어간다.
     
    나 자신조차 그 종착지가 어디인지 모를 깊고 깊은 그 심연의 나락속으로...
     
     
     
     
     
     
    사고이후 따듯한 아침 햇살이 나를 깨운것은... 몹시 오래간만의 일이었다.
     
    보통은 병실 형광등이 켜지거나, 꿈속의 곽철우의 폭행으로 일어나는 것이 대부분이었으니...
     
     
     
     
    "창훈아 어서 일어나렴 학교가야지! 대학생이 됐다고 늦잠자면 어떡하니!"
     
     
    기분좋은 꿈속에 있다고 생각했다.
     
    그토록 나를 괴롭히던 군대란 이름의 창살에서 벗어나, 사고 이후 처음으로 엄마와의 푸근했던 기억속에 있는것 같았다.
     
    따사로웠던 우리집... 오래된 내 방에 누워있는 듯한 기분 좋은 꿈이라고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정신을 차렸을때 이야기를 나누었던 그 이상한 사내의 얼굴이 잠깐 떠오르긴 했지만
     
    그것이 꿈인지 아니면 이것이 꿈인지 혼동될만큼 머리속이 어지러웠다.
     
    확실한건 꿈이든 이것이 꿈이 아니든 너무도 포근하고 따듯한 공간속에 내가 존재해 있다는 것이었다.
     
    이대로 조금만 더 이 행복감을 느끼고 싶었다.
     
     
     
    나는 그동안 너무도 불행했으니까...
     
     
     
    "제발... 꿈이라면 이대로 다시는 깨어나지 않기를..."
     
     
    나의 바람과는 달리, 누군가 내가 덮고 있던 이불을 잡아채며 거칠게 나를 흔들어 깨운다.
     
     
    "창훈아 엄마가 몇번이나 얘기하니?"
     
    "... 엄마..."
     
     
    나의 어안이 벙벙해졌다.
     
    분명 병원에 누워있어야 할 내가 내 방안에 있었고, 내 병원비를 충당하기 위해 건물 청소일을 하신다던
     
    엄마가 앞치마를 두른채 사랑스러운 눈길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도... 충격적인 사건으로인해 주름살이 깊게 패이기 전의 어머니, 그때 그 모습으로...
     
     
    "이 놈아 빨리 일어나서 씻고 밥먹자 아버지 배고프다"
     
     
    어머니의 등뒤로 한결 더 눈물겨운 목소리가 나를 일으켜세웠다.
     
     
     
    바로...
     
     
     
    아버지였다.
     
     
     
     
    "아버지!!!!!"
     
     
    득달같이 달려들어 아버지를 품에 안는 나를 바라보며 어머니와 아버지는 모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내 두 눈엔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나를 위해 돌아가신 아버지... 나 때문에 끝까지 진상규명을 부인하던 군부대를 찾아가 항의하고
     
    1인시위를 하던중 뇌경색으로 쓰러져 돌아가신 아버지...
     
    내가 돌아가시게 만든 바로 그 아버지가 내 품에 안겨 계셨다.
     
     
    "얘가 왜 이래 갑자기 징그럽게!!!"
     
    "어머 얘봐 너 지금 우니? 왜 그래 창훈아"
     
    "놔둬요 창훈이가 뭐 악몽이라도 꾼 모양이지"
     
     
    그랬다. 아버지의 말씀대로 나는 긴 악몽이라도 꾸고 있었던 것처럼, 모든것이 제 자리로 돌아와 있었다.
     
    몇 년전 내가 군대를 가지도 않고, 아버지 어머니 모두 건강하고 밝고 행복했던 바로 그 시절로...
     
    스스로 내 뺨을 때려봐도, 꼬집어봐도 이것은 꿈이 아닌 현실이었다.
     
    나는 감격하고 또 감격했다.
     
    나는 그동안 정말로 긴 꿈을 꾸고 있었던 것이란 말인가?
     
    하지만 이런 내 의문을 뭉개버리고도 남을만큼 그 사내와 곽철우에 대한 기억이 생생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더 이상 내 몸은 사고후 장애로 망가졌을때처럼 불편하지 않았고,
     
    매일 밤 내 목을 조르던 곽철우라는 이름의 악령이 더 이상 꿈에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내가 TV를 통해 확인한 오늘의 날짜가 바로 내가 군에 입대하기 4년전이었기 때문이었다.
     
     
    "4년전이야... 아직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어... 그래서 이렇게 내 머리속에 기억은 생생한데...
     
    당장이라도 욱신거릴것 같은 가슴의 통증이 생생한데도... 고통스럽지 않은거지..."
     
     
    나는 떨려왔다. 마지막 기억속에서 나타난 그 이상한 사내의 말이 모두 사실이라는 것 외엔
     
    그 어떤 추론도 불가능했다. 그리고 그 사내의 말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확고해졌다.
     
    나는 사건이 일어나기 4년전쯤의 어느날에 와 있었다.
     
    하지만 이것이 정말 현실인지 아닌지를 확인하기 위해 나는 보다 철저히 조사를 하기 시작했다.
     
    비록 짧은 군생활이었지만, 나는 곽철우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에 대한 조사는 크게 어렵지 않았다.
     
    처음엔 그저 두려운 존재와 과연 그로부터 내가 안전한지에 대한 조사 였지만,
     
    차츰 극심한 두려움이란 짙은 안개가 옅어짐을 느끼며, 나는 어느새 그에 대해 흥미까지 느끼며 조사하기 시작했다.
     
    과거로 돌아온지 불과 2개월만에 나는 심부름센터까지 고용해가며, 나를 괴롭힌, 아니 나를 파멸시킨
     
    곽철우란 인간에 대해 전보다 훨씬 더 많은 정보를 알 수 있었다.
     
     
    군입대는 나보다 빠르지만 원래 나보다 1살 어렸던 곽철우의 나이는 현재 19
     
    그런 현재의 곽철우는 내가 알고 있던 곽철우가 아니었다.
     
    마치 마왕을 연상시키던 카리스마는 아직 생성조차 되지 않은 시기였는지, 까까머리의 고교생
     
    바로 그 자체였다.
     
    알고보니 지역의 조폭이라던 그의 아버지도 거짓말이었다.
     
    그저 도박에 미친 술주정뱅이에 그나마도 습관성 폭력으로 인해 곽철우의 어머니와 이혼한
     
    쓰레기였다.
     
    편모슬하에서 자라온 곽철우는 어린시절부터 거짓말과 폭력에 익숙해져 있었고,
     
    내가 조사를 마칠즈음에는 인근 오락실에서 돈을 훔치다 걸려 조폭들에게 얻어맞고는
     
    인근 학교의 여학생을 희롱하다 학교에서 퇴학처리된 모양이었다.
     
    결국 그의 아버지처럼 곽철우도 쓰레기같은 인생을 살게 될것이 뻔했다.
     
    나는 멀리서 계속 그를 감시하고 조사했다.
     
    아는 만큼 용감해 진다고 했던가?
     
    그의 실체에 대해 알면 알수록 그 반대급부로 그에 대한 공포가 줄어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집착에 가까운 형태로 조사해 알아낸 곽철우란 인간에 대한 나에 결론은
     
    결국 별볼일 없는 인간이란 것이었다.
     
    군대라는 한정된 공간안에서 자신이 가진 권모술수와 거짓말, 그리고 폭력으로
     
    타인을 괴롭혔을뿐, 사회란 넓은 땅위에서의 그는 발가벗겨진 고등학교 중퇴 학력의
     
    쓰레기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런 그를 알아갈 수록 나는 더욱 더 분노해갔다.
     
    그 분노가 커질수록 그에 대한 공포심은 더욱더 옅어져만 갔기에, 나는 몰래 찍어둔
     
    그의 사진을 보며 매일같이 그를 향한 분노를 키워나갔다.
     
     
     
    "사회에만 나가면 내 발가락이나 핥을 놈"
     
    "아무것도 가진게 없는 쓰레기... 남들 괴롭히고 거짓말이나 하는게 전부인 놈"
     
    "군대안이 아니었다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놈!!!"
     
     
     
     
    나는 점점 더 분노해 갔다. 어느날인가는 술에 취해 길바닥에 아무렇게나 쓰러져있는 그를 발견하고
     
    식칼을 사다가 찔러버릴까하는 극단적인 생각까지도 했다.
     
     
    "아니야... 이렇게 쉽게 끝나선 안돼... 내가 받은 고통... 내 가족이 받은 그 처참한 심정을
    이 자식도 느껴봐야해!!!"
     
     
    나는 그렇게 나를 다독이며, 그를 향한 나에 살인충동을 억지로 잠재웠다.
     
    사실 그랬다. 이렇게 쉽게 그를 보낸다는것은 내가 그동안 받은 고통이 납득할 수 없었다.
     
    내가 살아온 그 혹독한 지옥을... 겪어보지도 못한채 그를 보낸다는 것을 나는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곽철우... 그 새끼를 내가 겪었던 그 처절한 지옥속으로 끌어내리기로...
     
     
     
    나는 곽철우 그 새끼에 비해 철저히 우위에 서 있는 입장이었다.
     
    나는 앞으로 그가 어디로 가고, 또 어떻게 군이라는 좁은 곳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차지했는지를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
     
    내가 그를 철저히 옭아매고, 내가 겪었던 모든 것들을 똑같이 부여해줄 바로 그 곳....
     
    나는 그곳에서 그를 기다리기로 했다.
     
     
     
     
    "창훈아. 내년이면 너도 대학원에 가야지? 어디 생각해둔 곳이라도 있니?"
     
    "아버지... ... 다음주에 군대갑니다."
     
     
    내게는 몇 주전부터 치밀하게 준비해온 나름의 계획이 있었다.
     
     
     
    "? 아니 이놈아 아버지하고 상의도 안하고.. 당장 다음주부터 기말고사 아니냐! 남은 학기는
     
    끝내놓고 가야되지 않겠니?"
     
    "아버지... 제 인생에서 정말 해결하지 않으면 안되는 한가지가 바로 지금 제 눈앞에 있습니다.
    이유는 묻지 마세요. 몸 건강히 잘 다녀와서 아버지한테 효도하겠습니다."
     
     
     
    아버지는 몹시 화를 내셨지만, 이미 내 군입대 원서는 병무청에 접수된 후였다.
     
    어머니의 만류와 동생의 권유에도 내 의지는 굳건했다.
     
    내 인생의 가장 참혹한 상처로 남은 그 기억들...
     
    그 기억들을 지우기 위해서... 그리고 악마에게 내릴 최후의 심판을 위해 나는 그곳으로 가야했다.
     
     
    군입대 하루전... 나는 아버지의 카드를 이용해 500만원을 현금인출했다.
     
    병무청의 김모원사에게 건네기 위해서였다.
     
     
     
    "아니 천만원이면 군 면제쪽으로도 손써볼 수 있는데 말이야... 안경쓴거보니까 시력도 나빠보이고
     
    요즘 연예인들 주로 쓰는 수법이 말이야 커피를 마시고 똥꼬에 힘을 팍 주면 고혈압으로..."
     
    "아니요... ㅇㅇㅇ부대 예하의 ㅇㅇㅇ의무대로 발령날수있도록만 해주십시오"
     
    "서류를 내가 봤더니 어차피 의무대 갈 거 같은데... 나야 뭐 입대후에 발령지만 바꿔주는건 일도 아니니
     
    돈 받으면 좋긴하지만 하하하하 뭐 더 필요한건 없고?"
     
    "몇가지 소문만 그 부대에 흘려주십시오"
     
    "소문? 무슨..."
     
    "아버지가 조폭이라느니 육본 높은 사람과 인맥이 있다느니 뭐 그런 소문이 돌면 군생활이 편하다면서요?"
     
    "그렇지... 의무대나 이런데가 좋은데만 가면 훈련도 안받는 꿀빠는 보직에다가 뭐 그런 소문이 돌면
    건드리는 놈이 없어서 편하긴 할꺼야 걱정말게... 크크크크"
     
     
     
    나는 김모원사, 그를 통해 내가 배속받을 부대를 미리 지정할 수 있었고, 곽철우가 했던것처럼
     
    내 아버지가 유명한 조폭이며, 육본 고위층과 연계된 군관계자를 통해 이 부대로 전출되었다고 소문을 내게 했다.
     
    기대했던대로, 아니 곽철우가 했던것처럼 소문의 힘은 상당했다.
     
    간부들은 부대에 배치된 나를 면담하며 꼭 한번씩 아버지에 대한 사항을 물어왔다.
     
    거기에 김모원사의 입담이 큰 도움이 되었는지, 나를 처음부터 조심스럽게 대하는것이 느껴졌다.
     
    애초에 곽철우의 세치 혙바닥에 놀아났던것 처럼 담이 작은 그들은 쉽게도 내 거짓말에 넘어왔다.
     
    이후는 일사천리였다.
     
    부대장은 내가 미리 인출해둔 아버지의 돈으로 선물한 양주에 입에 헤벌레해져서는
     
    ㅇㅇㅇ일병의 아버지가 꽤나 재력가인거 같다는 소문을 흘리고 다녔고, 군대란 이름의 이 패쇄된
     
    공간은 작은 소문도 순식간에 확대 재생산되어 주변으로 퍼져갔다.
     
    사병들과의 관계에서도 일병을 단 이후에는 곽철우에게 배운대로 후임병들을 괴롭히며 갈구자
     
    얼마 되지않아 고참들에게도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나의 말 한마디에 군말없이 척척 이루어지는 작업들과 군내 위계질서에
     
    간부 고참 할 것 없이 모두 흐뭇해했다.
     
    나는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까지 모두 곽철우의 그것을 똑같이 따라했다.
     
    그리고 그것은 사회와는 달리 폐쇄된 이곳 군대에서만큼은 가장 완벽한 모범답안이 되어
     
    나의 카리스마를 더욱 공고히 했다.
     
    상병 계급장을 달 즈음에는 의무대 내의 그 누구도 감히 나를 어쩌지 못할만큼
     
    강력한 권력을 손에 쥐게 됐다.
     
    나는 이문열 소설속의 엄석대, 아니 제2의 곽철우가 된 것이다.
     
    비록 사회에 나가면 있으나 마나한 초라한 권력이었지만, 손에 넣을때마다 온몸이 짜릿해져 오는것을 느꼈다.
     
    아마 곽철우 그 새끼도 이런 짜릿한 쾌감을 느끼기 위해 나를 더 괴롭혔겠지?
     
     
     
     
    '하지만 이제 순서는 바뀌었다. 이젠 내가 공격을 할 차례고 넌 당할 차례야'
     
     
     
    계산에 따르면 정확히 내일 정오면... 더플백을 맨 이병 계급장의 곽철우가 60트럭을 타고
     
    이 곳에 도착하게 될 것이다.
     
    나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자제하지 못해 잠까지 설치며, 곧 도착할 복수의 재물이 어서 당도하기만을
     
    애타게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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